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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리지

[리지] 桃花英紅 도화영홍 2020-07-04~09

시나리오 원문 : https://posty.pe/77l3es

 

 

KPC 량 (리안 헤이즈)

PC 강지유

 

 

 

 
나는 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이 일들을 반복할 거예요.
 
桃花英紅
 
w. Cleef
 
*
 
도화국 185년 모월 모일,
 
오늘도 도성 안 저잣거리에서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요란합니다.
 
나라가 저주받았으니, 복사꽃이 피어나는 때 기어이 붉도록 멸망하리라.
 
언제부터 시작된 소문일까요.
 
며칠 사이 온 도성에 짜하게 돈 이 소문은 아무리 이 나라 가장 높은 곳에 앉은 그대라 하여도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진정으로 이 나라가 멸망하려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렇다기에 이 나라는 여태껏 평화로웠습니다.
 
그대가 다스리고 난 뒤로는 더욱이 그러하였죠.
 
당장 풍년이 들고 겨울 걱정이 없다며 감사의 제를 하늘에 올린 것이 몇 달 전이었는걸요.
 
게다가 사흘 후면 복사꽃이 만발하는 이 계절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 도화제(導華祭) 역시도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시기에 멸망이라니요, 그런 불길한 단어가 어울릴 리 없는 곳입니다.
 
보세요, 오늘도 하늘이 저리 청명하고 아름답지 않던가요.
 
…그렇다 하더라도 불안감만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궁궐 바깥으로 몰래 시찰이라도 나서볼까봐요.
 
평화로워야 마땅한 도성 안을 그대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이 기이한 감각이 조금이나마 가실까요.
 
한참을 고민하다, 그대 곁에 시립하고 선 량과 문득 시선이 마주칩니다.
 
그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안심이 되는 것도 같아요.
 
그래요, 설마 별 일이라도 있겠어요.
 
비록 오늘도 복사꽃은 피어나지 않았지만….
 
량:나가십니까?
 
강지유:날이 좋으니, 그러는것도 좋겠지.
 
량:(환복을 위해) 지금 사람을 부를까요.
 
강지유:... 조용히 갔다올터이니 아는 이가 적은것이 좋겠지. 네가 도와주거라. (짓궂음이 가득 묻어나는 눈으로 웃음지으며 말을 흘렸지만, 찬찬히 돌아서는 모습과 천천히 흘러내리는 옷감이 빈말이 아님을 알린다.)
 
량:(흘러내리는 옷감을 한 번, 감히 제 주군의 얼굴을 한 번 보았다가 알 수 없는 열망 들끓는 듯한 시선으로 들고 있던 검을 한 쪽에 기대어 놓곤 움직였다. 옆 방에 마련된 옷가지들을 모두 가져와 든 채로) 이 옷으로 입으시지요.
 
강지유:(물결같이 일렁이는 검푸른 바탕에 제 몸을 웅크리고, 자리를 잡은 금색의 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얄팍한 내의마저 벗자 그의 등위로 수국의 향내음이 물씬 나는것만 같았다. 손끝이 나긋하게 까딱이며 너를 가까히로 불렀지.) 네가 척하니 걸쳐주어야지, 무엇을 하는게냐.
 
량:말도 없이 걸쳐드리지 못함을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어째서 또 심통이냐는 듯, 무례하게도 퉁명스레 대답하곤 옷가지들을 옆에 내려놓는다. 우선 백성의 것처럼 거칠어 보이지만 옷결이 부드러운 내의 하나. 그 위로 그의 색이며 빛깔과 어울리는 도포 하나. 또 그 위로 띠를...
띠를 두르기 위해 끌어안듯 허리를 감싼 팔 안쪽으로 체향이 훅 끼치자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끈으로 두르고, 앞으로 가서 정갈히 매는 손길마저 더할 나위 없이 잘 교육받은 이의 폼새였다.) 조용히 걸음하신다 하니 다른 호위는 부르지 않겠습니다.
 
강지유:한마디도 질줄을 모르는구나. (제 허리춤에 집중하는 손등을 제 손바닥으로 덮고, 소매에 가려진 손목까지 느릿하게 쓸어올렸다. 저를 모시기위해 천백번은 더 교육받았을터, 감히 고개를 치켜세우고 제가 무슨 표정을 짓고있는지 확인할 주제는 못 될것이다.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그저 쉬이, 하고 혹시모를 거절을 저지했을뿐 그 이상의 명령도, 행동도 하지않았다. 살결에 닿는 숨결만이 무거운 침묵속에서 닿아올뿐이다.)
 
량:..송구합니다. (제깟 손등에 닿는 귀한 손길을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것인지, 행동을 우뚝 멈췄다가 시선을 더욱 바닥에 깔며 끈을 마저 매었다. 왕의 옷은 곤룡포가 아니더라도 주름 하나 없이, 티 한 점 없이 정갈할 것. 혹시라도 접힌 곳이 있는지 꼼꼼히 살핀 뒤에야 망건을 들고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얹은 것이 제 자리를 잡았을 때에야 아주 잠깐 그 눈을 마주쳐 표정을 확인하곤 급한 걸음으로 지나쳐 가 다시 검을 쥐었다.) 다 되었습니다. 가시죠.
 
강지유:...또. (이겨먹는구나. 네 손짓이 멈출줄을 모르자 그의 표정은 찰나에 사라져 미미한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 되었다. 이보다 더 완곡한 거절이 어디있을까, 네 눈이 마주하는 순간까지 그는 철저히 그의 주군이였다. 온 천하를 발밑에 둔, 그런 노련한 태양. 네 말을 따라 너무 과하지도 얕지도 않은 깊이로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량:(안 됩니다, 라고 하듯 딱 뒤돌아 섰건만 손에 쥔 검집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래, 난 그저 너와 이 나라만이 안녕하면 되었다. 그 사이에 내가 있어 이지러질 기미가 보인다면.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기에 앞서 가는 네 등을 바라보다가 발소리도 내지 않고 뒤를 따랐다. 평범한 일상이다.)
 
따사로운 봄의 햇볕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한낮의 시간,
 
궁궐의 옆문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 두 사람이 지나가기 적당한 넓이의 돌담길이 이어집니다.
 
그 사이를 걸어 얼마즈음 지났을까요, 그래요.
 
눈 앞으로 펼쳐지는 것은 그대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눈부신 일상입니다.
 
왕궁 바깥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강지유:도화꽃이 곧이던가. (저를 감싸는 환한 빛무리에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저 하늘을 가렸다. 한낱 인간이 어찌 하늘의 전부를 가리겠냐만은, 너와 나 하나쯤은 가릴수도 있지 않겠는가. 부디 저를 아는 인물을 마주치지 않길 바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를 보러 갈까요?
 
반촌 / 학관 / 저잣거리, 장터 / 기루 / 주막 / 빈민가 / 강가 / 민가 / 빨래터 / 논밭
 
강지유:(헤이즈 슬쩍 봄)
 
량:(왜 내게 묻냐는 눈으로 멀뚱히 마주봄)
 
강지유:(뭐 줏어먹기전 강아지 눈으로 함 쳐다보며)
 
량:(아니 도대체 왜......)
가고 싶은 곳이 계시면 어디든 의미가 없겠습니까.
 
강지유:(이미 줏어먹고 지레 도망가는 눈치로 기루에 감)
 
밤이 되면 수많은 불빛들이 빛나고 웃음소리 만개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아직 햇살이 밝은 지금은 그 문이 단단히 걸어잠겨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녁 즈음이나 되어야 들어갈 수 있겠죠.
 
희미한 술 냄새와 분 냄새가 여즉 나는 것도 같습니다.
 
량:....전하.
 
강지유:그리 부르면 안되지, 량아.
 
량:... ... ... 나리. 주인마님. 도련님.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오늘의 컨셉은 뭐십니까?)
 
강지유:흠... 서방님이 좋겠구나.
 
량:(기각합니다, 말이 나오려다가 꿀꺽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주인어르신.
 
강지유:.... 잠겨있으니 주막으로 가보지.
 
커다란 주막은 도화국 곳곳에서 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들어서려 하면 주모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아무래도 축제 근방이라 손님들이 지나치게 많은 모양이에요.
 
죄송합니다 손님! 이 곳은 영 무리이니 다른 주막을 찾으세요! 하는 점소이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강지유:(헤이즈 봄)
 
량:왕궁을 나와 곧장 기루로 가시기에 여인을 요하시나 하였더니 술을 요하시는 것이었습니까.
 
강지유:네가 있는데 여인이 무어필요하냐. 서방님이라 해보래두. (분위기라도 잡듯 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뒷짐을 지어보이는 것이, 하고있는 말의 내용만 아니였다면 그럴싸했을것이다.) 빈민가로 가지.
 
량:...체통 좀 시키십시오. (부러 더욱 한심하단 눈길로 쳐다보며 사람 사이를 헤친다.)
 
낮의 빈민가는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합니다.
 
밤이라고 무언가 달라져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량:굶주린 자들이 있는 곳은 언제까지나 상황이 나아지질 않는 모양입니다.
 
강지유:그래도 괴이쩍구나. (빈민가가 북적이지 않는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할지, 아니면... 더 깊은 골목까지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곳곳에 빈 집들이 있고, 몇 집들은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빈민들의 굴이라 그런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무척이나 한산합니다.
 
이곳에서 볼 만한 것이라곤 굶주리는 그대의 백성들밖에 없겠어요.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강지유:(이곳도 아닌건가, 골목을 벗어나 저잣거리로 발걸음을 돌렸다.)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겠지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을 겁니다.
 
강지유:(사람들의 사이로 몸을 숨기며 천천히 녹아들었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말하는지, 계속해서 걸음을 멈추지 않다가도 장사치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듣기 판정
 
강지유: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목소리들이 섞여드는 곳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들려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상인1: 곧 축제가 열릴텐데, 이리도 사람들이 적어서야 어쩌면 좋담.
 
상인2: 그래도 사람들이 찾아들긴 하더이다, 예년보다야 훨 적은 숫자라고 하지만서도….
 
상인3: 역시 그 소문 때문이겠지요, 멸망하고야 말 거라는…
 
상인4: …거짓말이겠지요?
 
상인3: 글쎄요, 당장 복사꽃이 피어나지 않는데 그 무엇을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축제를 앞두고 불길한 이야기는 그만두자며 자리를 뜹니다.
 
강지유:(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건지, 이미 알고있었던 내용이기에 놀랍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찮은것도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것이 남아있기는 한걸까. 사람들을 천천히 지나쳐 걷다보니 학관앞이였다.)
 
장차 나라의 녹을 먹을 이들이 수학하는 학관입니다.
 
열띤 목소리들이 이 곳까지 들려오고 있네요.
 
이 곳에는 그대를 알아볼 이들이 여럿이겠지요.
 
굳이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지유:(장차 나라의 녹은 커녕 나라가 계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잘도 열띈 공부를 하겠군... 사실 왕이 되고싶었던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이곳을 헤메이고 있는걸까. 이들 또한. 아니 너 또한 어떠한 확신이 있기에 나를 따르고 있는것일까. 반촌으로 발걸음을 마저 옮겼다.)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듯하게 세워진 기와집에서부터 고래등같은 기와집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입니다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렇네요.
 
지금은 한량들을 제외한다면 다들 관청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이죠.
 
이렇게 한적한 분위기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거예요.
 
강지유:(그냥 다시 돌아갈까. 매사에 손속없이 굴던 그 황제의 피도 불안에 떨때가 있구나싶어졌다. 이렇게 나라가 평화로운데, 그런 소문따위에 유난떨 일이였나 싶은것이다. 물론 꽃은 피지않고 이상하릴만큼 한적하며 내 직감이 반응할만치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크고작은 집들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어디로 가나요?
 
강지유:(잠깐 빈민가에 들렀다가 강가로 가자.)
 
빈민가는 여전히 고요합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곳을 지나쳐, 저잣거리를 뚫고 강가로 가자면
 
느리게 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맑은 물 아래를 들여다보면 물고기들이 분주하게 꼬리를 휘저으며 헤엄쳐다닙니다.
 
소일거리삼아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워 놓은 노인들도 간간히 보이네요.
 
건너편으로 민가와 빨래터, 논밭이 보입니다.
 
강지유:(헤이즈 툭쳐서 한마리 잡아달라고함)
 
량:예?
 
강지유:잡아보래두.
 
량:...하지만 전 낚싯대가...
 
강지유:어허.
 
량:(상당히 원망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강 바로 옆에 검집을 놓고 팔다리를 걷어붙이고 강으로 들어간다...)
 
강지유:(근처의 적당한 돌에 걸터앉아서 구경함)
 
량: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강지유:(큰거인가?)
 
량:(운 좋게도 옆을 지나가던 한 마리를 답싹 낚아채서 가지고 나온다. 그래도 무릎 밑이 다 젖어 축축하다.) ...
Rolling 1D100
굴림: 23
(작은 축인 듯)
 
강지유:(헤이즈만하네)
 
량:(물고기를 휙 던진다.) 받으십시오. 원하시던 것입니다.
 
강지유:(진짜 잡아올줄은 몰랐는데..)
(옆자리 노인네 통에 넣어줌)
 
량:..노인을 주려고 잡으라 하신 것입니까?
 
강지유:아닌데.
(눈요기는 이만하면 됐으니 노인네들 하는 얘기나 들어본다.)
 
량:(뒤에서 매우 노려본다...)
 
노인들은 그저 하릴없이 앉아 고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간히 옆동네 누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들려오지만 그뿐입니다.
 
강지유:(헤이즈도 저렇게 쉽게 잡아오는걸... 노인들 앞에만 고기가 없는지 흘긋 봄)
 
딱히 '잡는다'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단 시간을 때우는 행위들에 가깝습니다.
 
량:낚시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낚싯대라도 구해다 오겠습니다. (저 시키시지 말고.)
 
강지유:상류로 올라가서 등목이라도 시켜주랴.
 
량:..다 젖은 꼴이 되어 돌아갈 순 없잖습니까. (어느새 검도 다시 단단히 차고)
 
강지유:걷다보면 마르겠지. (특별히 가자는 말도 하지 않고, 건너의 빨래터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양버들이 한가롭게 흔들리는 아래로, 아낙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넙적하고 판판한 돌 위에 젖은 천이 부딪히는 소리, 이야기하는 소리,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강지유: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떠드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몇 가지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아낙1: 어디서 그런 노래를 배워왔는지 영판 모르겠다니까.
 
아낙2: 글쎄, 웬 남자였다고 하던디….
 
아낙3: 남자고 여자고 간에 그런 쓰잘데기없이 불길하기만 한 노래를 가르쳐주는 놈이 있단 말여?
 
아낙1: 가르쳐줘도 안 부르면 될 것인디… 엉덩이를 호되게 때려줘야 그만 부르련지 원….
 
아낙2: 어떻게 생긴 놈이여? 내 만나면 아주 요절을 내버릴 것이여.
 
아낙3: 그게… 어떻게 생겼다더라?
시뻘건 머리칼에, 금색 눈이었다던 거 같은디... 그런데 한쪽 눈만 애꾸에다 영판 거지꼴이라.
얼굴도 어데 거하게 데인 것 같다드만.
 
빨간 머리칼에 금색 눈동자.
 
듣고 있자면 문득 량과 눈이 마주칩니다.
 
...빨간 머리칼에 금색 눈동자, 닮았네요.
 
하지만 량이 그럴 리 없죠.
 
일단 량은 거지꼴도 아니고, 한쪽 눈이 멀지도 않았는걸요.
 
그러니 그저 어딘가 닮은 사람인걸까 싶지만…
 
어째서일까요.
 
마음에 영 걸립니다.
 
아무튼 누군가가 노래를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이 상황이 당혹스럽습니다.
 
그 노래를 퍼뜨리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유라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강지유:...
가지.
(논이 펼쳐진 공간으로 평소와 별다를것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량:(말없이 뒤를 따른다.)
 
싹이 난 보리와 농작물들이 그득한 논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일하고 있습니다.
 
새참이라도 먹으려는 참인가봐요, 활기와 열기가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그대의 가슴 속에서도 열의가 간질간질 피어올랐을 텝니다.
 
나라의 백성들조차도 이토록 열심이거니와, 하물며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인걸요.
 
듣기 판정
 
강지유: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논밭의 옆을 지나치는데 문득 들려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농민1: 웜마, 빠닥빠닥 갈라져부렀구만…. 이래가지고 어디 농사 짓겄어?
 
농민2: 걱정이여.... 보릿고개는 둘째치고 보리도 못 먹게 생겨부렀으니께...
 
농민1: 에효... 하늘도 무심하시제, 이러다간 올해 농사는 영판 꽁이겄구만.
 
농민2: 비나 좀 왔으면 좋겄는디..... 어째 이리 시퍼렇게 맑기만 혀....
 
확실히 근 한 달 간 거의 비가 오지 않았지요.
 
으음, 이러다가는 도화제 대신 기우제를 지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걱정이 마음 한 가득 들어찹니다.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니까요.
 
강지유:(민가로 가도, 마찬가지일까. 여기서 더 무엇을 확인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돌아간다해서 답이 나오는것은 아니니까, 지금 당면한 문제는 제가 궁으로 돌아가면 처리해야할 문제들에 비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 헛깨비나 다름없는 이야기들이였다.)
 
민가에는 짚으로 지붕을 얹은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노는 소리들이 만연하고, 저 한 곳의 서당에서는 소리높여 글을 읽는 목소리도 한창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강지유: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사이에 노래 하나가 섞여 있습니다.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량이 당신의 눈치를 살핍니다.
 
량:멈추게 할까요.
 
강지유:이제와서 멈출 수야 없지.
 
묻는 목소리에는 묵묵한 걱정이 묻어 있습니다.
 
량:듣지 않으시는 편이 나을 듯도 합니다.
 
강지유:왜, 이제와 무너질까봐.
 
량:아니더라도 기분이 좋지는 않잖습니까.
 
강지유:... 되었네. 머리를 잡으려면 저정도의 노래쯤은 그냥 두는게 나을거야.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면 곤란하니까.
 
량:...예.
 
그렇게 얼추 도성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지요.
 
다시금 돌담길을 걸어 왕궁의 옆문으로 들어섭니다.
 
노을이 지는 하늘, 량과 걸어 들어오는 길 위로 오늘의 마지막 햇빛이 비쳐듭니다.
 
따스하고 다감하여 그대 마음 속에도 한 줄기 위안이 되어 주어요.
 
관청에서 슬슬 퇴근하는, 혹은 야근에 시달리는 관리들을 돌아보며 걸음을 걷고 있자면 어느새 발걸음 끝에 닿는 곳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후원입니다.
 
도화국이라는 이름답게 곳곳에 이 나라 곳곳에 복숭아 나무들이 가득하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가꾸어지는 곳을 고르라면 분명 왕궁의 후원 안에 있는 복숭아 언덕일 테지요.
 
겨울이 지난 덕분에 날이 길어 여즉 햇빛이 완연히 저물지 않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후원 안쪽, 수로가 흐르는 돌담을 지나치면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망울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는 복숭아 나무들이 언덕 아래서부터 빼곡히 심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꽃망울들을 올려다보면, 오늘도 피어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된 일일까요….
 
생각하던 찰나, 시선의 끝에 문득 거슬리는 것이 보입니다.
 
강지유:(지긋이 봄)
 
분명 저것은 누군가의 옷자락입니다만…,
 
이 곳에 사람이 있을 이유가 있던가요?
 
그러나 그대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 량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는 입가에 손가락을 하나 대는가 싶더니, 기척을 죽여 옷자락이 흔들렸던 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요.
 
챙강!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강지유:량...?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가본다.)
 
량이 향한 쪽으로 서둘러 이동하면 누군가를 향해 검을 마주 겨누고 있는 그가 보입니다.
 
어라, 그런데 이상합니다.
 
량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것은….
 
검을 쥔 손끝은 한 눈에 보기에도 상처투성이입니다.
 
입고 있는 옷은 반쯤 해졌고 얼굴이나 몸 곳곳에 오래된 화상 자욱이 남은 모양이 흡사 거지꼴에 가깝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붉은 머리가 하나로 묶여 뒤에서 너울거리고,
 
한 쪽만 남은 샛노란 금빛 시선이 상대를 곧게 응시합니다.
 
아,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랍도록 이질적이고 당혹스러운 어느 것이 있습니다.
 
그는 닮았어요, 아니. 꼭 같이 생겼습니다.
 
그대 앞에 서 있는 량과요.
 
곳곳에 있는 화상 자욱과 눈 하나 없는 것을 제외하자면 쌍둥이라 믿어도 될 정도입니다.
 
황급히 량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그 역시도 명확하게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이성 체크
 
강지유: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량:…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나오는 목소리의 끝에는 약간의 떨림이 묻어 있습니다.
 
그러나 물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저 그는 말끄러미 량을 응시하는가 싶더니...
 
문득 고개를 돌립니다.
 
이번에 닿아오는 시선의 끝에는 그대가 있습니다.
 
그가, 말끄러미 그대를 바라봅니다.
 
그 눈 안에서 흔들리는 감각은, 글쎄요.
 
헤아릴 수조차 없이 무수한 어느…
 
얼마 즈음 시간이 지났을까요,
 
그가 훌쩍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벗어납니다.
 
눈 깜짝할 사이 멀어지는 그는 량이 따라붙을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였습니다.
 
아연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량이 그대를 향해 고개를 돌려옵니다.
 
량:경비를 강화하라 이르겠습니다.
 
강지유:그보다 나를 두고가다니... 간덩이가 배밖으로 나왔구나.
 
량:전하를 해하려는 자일 수도 있습니다.
 
강지유:그런자가 둘이였을수도 있지.
 
량:...절 두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강지유:...넘겨듣지말거라. 내 검이 사라졌는데 그럼 무엇으로 나를 지키라는게냐.
 
량:소인은 단순하여 어려운 뜻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에 있는데 어찌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강지유:... 네가 아까처럼 그리 훌쩍 가버릴까 두렵구나. (너는 제 곁에만 오롯이 존재해야하는것을, 제 이런 집착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가도 저를 완곡히 거절하던 너를 알기에 결국 또다시 말을 삼키고 네게서 등돌리며 앞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량:그러니 어째서 그런 걱정을 심중에 두시느냐는 말입니다. (무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똑바로 그 모습을 쳐다보며) 저는 저 괴한이 아닙니다. 저 괴한이 제가 아니듯이요.
..그리 걱정하시는 용태를 보아하니 많이 피로하신 것 같습니다. 이만 침소에 드시지요.
 
강지유:... 시중은 다른이가 들터이니 너도 네 자리로 돌아가보거라. (익숙하게 손끝으로 지시를 내리며 가던길을 마저 걸었다. 네 말대로 머리가 지끈이는 것이 피로했던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량:...문 밖에 있겠습니다. 언제든 부르십시오.
 
당신은 그를 앞서 가면서, 머릿속으로 곱씹어봅니다.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어둠이 찾아들어도 그 기이할 정도의 감각은 사라지지 않아 애매모호한 기분으로 침전에 들었습니다.
 
량은 그가 말한 대로 경비를 강화해두고, 혹여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당장에 종을 울리라 몇 번이고 얘기하고는 문 바깥으로 시립했습니다.
 
그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새벽입니다.
 
그대 뒤로 찾아든 선득한 것을 감각하던 순간.
 
'량':……
 
등 뒤를 돌아보면 그가 서 있습니다.
 
그대가 아는 량과 꼭 같은 낯을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연히 다릅니다.
 
얼굴 곳곳에 얼룩진 화상 자욱과 안대로 가려진 한 쪽 눈은 그에게 무엇인가 험한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하게 합니다.
 
얼마나 시선을 마주했을까요.
 
그가 서슴없이 그대 앞에 무릎을 꿇어 부복합니다.
 
새어 나오는 낮은 목소리는 어느 슬픔과 그리움에 잔뜩 젖어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강지유:...
 
'량':멸망에 대한 노래를 들으셨습니까.
 
강지유:... 들었지.
 
'량':모두 사실입니다. 그 노래는, 제가 지어 부르게 한 것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이 나라는, 도화국은 반드시 멸망합니다. 그 때엔 전하께서도 몸이 성치 못하실 겁니다.
 
강지유:한낱 인간이, 어찌 하늘을 전부 가릴 수 있겠는가. (네가 과연 누구인지 만큼이나 자신이 궁금한 것은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여물은 꽃몽오리가 피어나는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해줄 말은 그뿐인가.
 
'량':...가릴 수 있습니다. 아직 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부복한 뒤 줄곧 무릎을 꿇고, 내리고 있던 시선을 드디어 들어 마주한다. 자신은 이곳에 속한 이가 아니었기에. 이곳의 '너'를 모시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에.)
제가 그 하늘을 가릴 차양막이 될 것입니다. 전 인과의 법칙을 거슬러 온 존재. 이 나라의 멸을 막고 당신을 살리기 위해 신과의 계약조차 서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 만큼 가능성이 보였던 길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저 혼자만의 힘으론 불가합니다. 하니...
...사흘만을 주십시오. 사흘만, 믿지 못하겠더라도 소인을 믿고 도와주십시오. 이 한 몸 도화국과 전하를 위해 힘씀에 거짓 한 올 없나이다.
 
강지유:... 내가 널 믿지 않는다면, 누구를 믿겠어. (손끝을 내려 네 눈위를 아슬히 거닐었다. 저 밖의 달처럼 노란 눈동자 옆으로 가느다랗게 내려선 머리카락을 마치 살아있지 않은 존재처럼 가뿐한 손짓으로 빗겨내었다. 흉진 얼굴이 드러나고, 무채색의 눈동자가 너를 마주하며 물었지.) '나'는 너의 몇번째더냐.
 
'량':(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물었다. 이번이라면 가능하다. 이 시간이라면, 드디어 그만둘 수 있다고. 그것이 북받쳐서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손에 닿은 머리칼이 빗겨지는 동시에 사이가 드러난다. 파낸 것도, 도려낸 것도, 지진 것도 아닌 날카로운 상처가 한 눈을 오롯이 거친 선으로 가로지른 흔적이 보였다 다시 숨는다.)
여섯입니다. 동시에 하나입니다.
흘러온 것은 오직 소인 뿐입니다. 전하께선 여전히 전하이시며 유일하십니다.
 
강지유:... 그렇겠지. (너의 전하가 남아있었다면, 네가 이곳에 올리가 없을터이니. 가로지른 흔적을 따라 손을 움직이다 그 끝은 눈물이 되어 네 뺨을 타고, 입술위로 흘러내렸다. 네가 아니랄까봐 고얀말만 일삼는구나. 자각하진 못했지만 너를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무서우릴만치 무감각해서, 틈새로 손톱이 걸릴듯 긁어내리는 장난스러운 움직임이 오히려 현실적이지 못했다.)
 
'량':(무감한 눈길에 오히려 안심했을까. 계속해서 그 눈을 가지옵소서. 속으로 그리 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칼을 쥐지 않은 손가락은 아래로 흘러내린다. 그리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채,) 오십시오.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강지유:... 보고나면 나도 부탁하나 해야겠구나. (어디까지나 보고나면이였기에 순순히 너를 따르기로 했다.)
 
'량':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허나, (네 차림을 한 번 훑어보고는) 활동하기 쉬우며 눈에 띄지 않는 차림이 필요합니다.
 
강지유:그런거라면 시찰 나갈때 입는옷이 적당하곘지만... 지금당장 누구의 눈에도 띄지않고 가져오긴 힘들어.
 
'량':걱정 마십시오. (끄덕이곤 방 밖, 건물 안쪽으로 나섰다. 사라지는 기척조차 느낄 새 없는 몸놀림이었다. 돌아오는 것도 금방. 어느새 낮에 입었던 것보다 평범한, 정말 평민의 옷가지를 가지고 돌아와 네 앞에 내밀었다. 한족의 복장과 두건 같은 것. 색도 검은 것이 밤에 돌아다닌다면 절대 눈에 띄지 않을 듯했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강지유:내가 만약 네 전하였다면, 만약 그것이 너 자신일지라해도, 자신과는 다른 이가 시중을 드는것을 반겼을지 궁금하구나. (한마디로 말하자면 질투를 할지 궁금하다는 뜻이였겠으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어김없이 손끝을 까딱여 능숙하게 명령했다. 어찌 한나라의 지존이 홀로 옷을 입겠냐는것처럼.)
 
'량':...여전히 짓궂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불현듯 웃음이 픽 샜다.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하며 옷을 옆에 두고는 용포를 벗기며 나직하게 읊기를,) 다른 때였으면 모르겠으나 지금의 저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요. 허나 저 밖에 있는 저를 두고 말씀하심은, (문밖에 흐릿하게 비치는 인영을 일별했다가 고개를 되돌려온다. 능숙히 옷을 벗겨내어 옆에 개켜두고 서민의 복장을 들어 입히는 데에도 용포를 걸쳐주는 것마냥 신중하고 엄숙하다.) 아닐 것입니다. 이해를 해도 불쾌하겠지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이미 자신이 아닌 존재를 주군께서 곁에 두어도 좋다 받아들이신다면 그의 입지는 어찌 되겠습니까. (낮의 량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훨씬 감정도 긴장도 적고 무기질한 손길이 고작 몇 개 걸치고 두르는 것으로 끝나는 평민복을 순식간에 네게 말끔히 입혀두고는 떨어진다.)
 
강지유:량아. (네 이름 한마디가 이렇게 무거웠던가. 입술을 벌렸다 오무리는것 조차 힘이들어 그 다음말은 또다시 내뱉지 못했다. 그래, 지금은 때가아니다. 네가 보여주겠다 한것을 보고 난후에 부탁해도 늦지 않을것이다.) 내일도, 올것이냐.
 
'량':(제 이름이 불림에 아득한 시선을 그 입술에 고정시켰다가, 거의 틈도 없이) 예. (고개를 얕게 끄덕이곤 흐르듯 소리를 냈다. 그리고 손짓한다. 이쪽으로 오라고.)
 
강지유:(차라리, 네가 아니였다면 좋았을것을. 그 작은 흔들림을 놓칠리 없었다. 철혈을 가지고있었다 불리는 황제의 직계, 그중에서도 가장 진하게 그 피를 물려받은 이가 그 작은 변화를 못읽어낼까. 너를 따라 옮기는 발걸음이 네 이름 한자보다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을 청한 그가 당신을 부른 곳은 당신의 방 한 구석에 있던 화병의 앞입니다.
 
이어 화병을 자연스럽게 옮겨두고 몇 번인가 벽을 두드리자...
 
소리도 없이 벽의 한 구석이 문처럼 미끄러져 열립니다.
 
그대조차 모르던 통로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 눈을 커다랗게 뜨면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 평화가 지속되어 잊혀졌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며 그가 먼저 통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통로의 안쪽에서는 오래된 먼지와 습기의 냄새가 났습니다.
 
통로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요,
 
굽이굽이 갈라지는 몇 갈래의 길에서 그는 주저없이 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의 안내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이내 막다른 길이 나타납니다.
 
천장 쪽에 있는 뚜껑을 밀어내면 그 사이로 별이 총총 빛나는 밤하늘이 드러나네요.
 
여긴 어디인가 생각하고 있노라면 량이 훌쩍 뛰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그대에게 손을 내밉니다.
 
강지유:(잡으라는거겠지 싶어 손 얹어줌)
 
단단한 손을 잡으면 그대로 몸이 끌어올려집니다.
 
여긴… 복숭아 나무 숲이었네요.
 
도성 곳곳에 있는 복숭아나무 숲이 이런 용도를 겸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나왔던 출구를 량이 수습하는 사이 좌우를 돌아보면 오른쪽으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기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수습을 마친 량은 자연스럽게 그대를 기루 쪽으로 인도합니다.
 
기루 앞에 당도하니 험상궂게 생긴 경비가 기루의 출입을 막아섭니다.
 
그에 량은 자연스럽게 안에서 명패 하나를 꺼내어 보입니다.
 
경비는 명패를 보자마자 얌전해져 순순히 그대와 량을 들여보냅니다.
 
그는 꼭 자기 집마냥 기루를 성큼성큼 지나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복도를 거침없이 걸으며 몇 개인가의 방을 지나치더니, 이내 가장 안 쪽의 방 하나로 들어섭니다.
 
그리고는 여즉 비어 있는 방 안, 병풍의 뒤로 그대를 데려갑니다.
 
'량':이곳에 숨어 계십시오. 절대 소리를 내선 아니 되십니다.
 
강지유:...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신신당부한 량은, 이내 병풍을 치고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술상을 주문합니다.
 
시간이 지나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몇 명인가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듯 발소리가 다소 많습니다.
 
하나, 둘, 셋…
 
몇 명이나 되는 걸까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입니다.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들이 소리를 죽여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바싹 주의 깊게 들어보자면…
 
듣기 판정
 
강지유: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량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몇 개인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량':분명 ……의 시작까지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쾌청할 것입니다.
 
손님1: 호오, 확실한가. 자네의 예언은 언제나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것이 날씨마저도 예언할 수 있는 지는 몰랐군.
 
'량':그저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손님1: 그렇다고 해도 말야, 자네의 덕분에 ……이 더할나위없이 순항하고 있다네. 이대로만 간다면 자네도 분명 …… 커다란 …… 받을 수 있을 것이야.
 
'량':……이라 하시면…
 
손님1: 원하는 것은 전부 다 가질 수 있겠지,……을 …… 해달라 청하여도 기꺼이 ……께서는 들어주실 것이네.
 
'량':……… 그것 참, …… 분수에 벅찬 청이로군요. 저는 그저 평안히 먹고 살 정도로면 만족합니다.
 
손님1: 하하…, 하긴, …………
 
손님2: 그러고 보니 말인데, 잘 숨겨 두었나?
 
손님3: 아아, 물론이지. ……에 아주 꼭꼭 숨겨 두었다고.
 
손님2: 반드시 ……까지는 누구에게도 밝혀져서는 안되네, 명심하도록. ……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괴상한 노래가 돌기 시작해서 아주 신경쓰인다고.
 
손님4: 그래봤자 허수아비 군주인데 알아채기나 하겠나? 우리에게는 예언자가 있으니, 반드시 …할 걸세.
 
지능 판정
 
강지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분명 회의를 하다 들었던 것 같은데…
 
잠깐만요.
 
그렇다면 이 말도 안되는 계획에 도화국의 관리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말인가요?
 
...
 
이후로도 몇 번씩이나 서로의 입단속을 다짐하던 그들 모두가 이 방을 뜨고 나면, 그제서야 량이 그대를 병풍 뒤에서 나오도록 합니다.
 
그 얼굴은 침중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섣부르게 무언가를 물어보기조차 어려울 만큼요.
 
'량':...침소까지 모시겠습니다.
 
강지유:... 무슨 생각이지, 량.
 
'량':저를 믿는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강지유:... 이 내가 섣불리 꼬리라도 끊어먹을것 같나. (자신은 먹이를 기다리고 기다려 확실히 제 입안에 들어오기까지 인내하는데 능한 사냥꾼이였다. 물론 아주 지극히 단순한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지만.)
 
'량':(굳건한 눈길로 본다.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하셔야 합니다. 섣부르실 필요는 없으나 가장 빠른 시일 내로 확실하게 잡아내셔야 합니다.
 
강지유:그런건 성미에 안맞는데. (오히려 네가 잘하는일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만해도 적이 몇명인지도 모르고 눈앞의 적에 눈이 멀어 저를 두고가지 않았던가.)
 
'량':전하께선 저를 돕는다 말씀해주셨습니다. (약조를 지키셔야죠. 그런 얼굴로 쳐다보았다.) 기억하십니까. 이 일은 제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이것은 전하께서 처리하셔야만 하는 일입니다. 때가 머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오기 전까지 반드시 잡아내셔야만 합니다.
 
강지유:...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해보지. 이것으로, 보여줄것은 더 없는건가?
 
'량':오늘은, 그렇습니다. ..그럼. (갈까요. 성큼 앞장을 서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간다. 귀환하는 내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대가 다시금 왕궁의 침전으로 돌아올 때 즈음에는 이미 날이 슬슬 밝아올 즈음입니다.
 
량은 이제 오늘 밤, 같은 시각에 찾아오겠다며 훌쩍 창문을 넘어 사라집니다.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노라면,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강지유:(잠은 다잤군...)
 
이쪽 량의 목소리입니다.
 
량:기침하셨습니까, 전하?
 
직전까지 들었던 목소리와 다를 바 전혀 없는.
 
정신력 판정
 
강지유: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오늘도 어김없이 회의장에 당도합니다.
 
그러나 도저히 피곤해서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그대가 한 나라의 군주라지만, 하룻밤을 새는 건 철인이라고 해도 어려운 일인걸요.
 
그 쓴 맛에 달나라에 갔던 정신마저 번쩍 든다는 차를 물처럼 들이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쏟아집니다.
 
몸은 회의장에 있다지만 정신은 이미 달나라에 가 있어요.
 
그러던 와중에 귓가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습니다.
 
축제의 첫날 밤에 이루어질 불꽃놀이에 관련한 내용이네요.
 
이 불꽃놀이는 매년 열리는 도화제의 명물이기도 해서, 타국에서도 보러 오는 이들이 아주 많은 편이랍니다.
 
불꽃놀이 이전에 그대가 연설을 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어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대신1: 불꽃놀이에 대해서 재고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대신2: 최근 가뭄이라고 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자칫 잔불이 커다란 화재로 번질 위험도 있으니…
 
???: 그렇다고 한들 지금껏 그런 사고가 난 적이 없지 않습니까?
 
대신1: 그렇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난다면.
 
???: 어허! 괜한 소리 하지 말고 그대로 진행하도록 합시다.
 
…… 문득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면 불꽃놀이를 강행하자고 열변을 토하는 관리가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저 사람은…
 
그렇네요, 이번 도화제를 주관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된 부처의 장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 그래요. 이 재하였지요.
 
강지유:(얼굴은 반반한가... 봄)
 
아주 조금... 예.
 
어제의 대화와 더불어 반드시 불꽃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태도를 합쳐보면… 그렇네요.
 
어쩐지 그의 태도가 참 껄끄럽고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다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한 부의 상서씩이나 되는 사람을 내치기에는 마땅한 물증이 없습니다.
 
심증만으로는 아무것도 행동할 수 없습니다.
 
강지유:(그냥 목을 잘라버리면...)
 
생각에 잠겨 말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회의가 끝나고 관리들이 빠른 속도로 물러갑니다.
 
그대의 곁에 량이 시립해 있습니다.
 
그대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낌새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눈길이에요.
 
아무튼, 아무래도 단서를 찾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강지유:(오...자는게 더 시급할것같은데...)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도 피곤하고...
 
어떻게 할까요?
 
사정을 설명한 뒤 량에게 부탁할 수도 있고, 함께 움직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그대가 철인이 아닌 이상 쉬어야 한다는 것은 마땅합니다.
 
또 다른 량이 찾아올 밤을 헛되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면요.
 
강지유:(아무도 없는거 확인하고 량한테 손짓해서 뒤좀 대달라함)
 
량:(뭘 대요?)
 
강지유:(귀였지만... 뒤도 그닥 다른 의미는 아닐것같은데...)
(뒤를 대줄터냐?)
 
량:(조금 찬 눈으로 보다가 귀를 가까이 댄다.)
 
강지유:(어제 꿈에 네가 나왔는데, 너랑은 좀 다른 처연한 미가 있어 색다른 맛으로 어여쁘더구나.)(소곤소곤)
 
량:.....전하.
 
강지유:(^^)
 
량:(칼집 세게 쥐어서 찰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붉어진 얼굴을 골치 아프다는 듯 손바닥으로 짚으며) 하실 말씀을 해주십시오.
 
강지유:나가자, 둘이.
 
량:어디를 말씀이십니까?
 
강지유:어디든.
 
량:...유독 피로해 보이시는데 괜찮으신지요. 다른 일거리는... (그러나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강지유:...내 방에 나도 몰랐는데 큰 구멍이 하나 있더구나. 그리로 가자.
 
량:예...? 방에 구멍이요? (그건 큰일인데. 어차피 조사를 해야 하는데 왕의 침소라 병부 이들을 들이기도 뭐하고. 고민하다 고개를 숙인다.) 예.
 
강지유:(아직은 버틸만 했다. 겨우 하루 잠을 샌것으로 무너질 것이였다면,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 제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였을터. 제 침소의 화병. 어제의 그가 가르쳐 주었던 그길을 똑같이 네게 보여주었다.)
남이 뚫어둔 것은 아니고, 원래 황족들을 위해 만들어둔 출구인듯해.
 
량:(보이기가 영 위태로운 기색이라, 금방이라도 쓰러질까 싶어 뒤를 바짝 따라갔다. 그리고 침소에 들어 본 통로란... 설명을 듣고는 그제야 이해한 듯 다소 무거웠던 표정도 풀렸다.) 어디로 이어지는 길입니까?
 
강지유:복사꽃이 가득 필, 숲으로. (꼭 제 비밀장소라도 가르쳐주는냥 그리 말하며 앞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마냥 개구진 아이같았다.)
 
량:(그 말에 곧장 어디인지 깨달았다. 히히덕거리며 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처럼 보여, 검에서 손을 떼곤 편한 모습으로 뒤를 따랐다. 나오기 전에, 제 주군이 어디로 또 튀어가실지 모르니 옷을 대충 가릴 외의를 챙겨서.)
 
강지유:량아, 네가 만약 아주 구린 속내를 가지고있고 그 증거를 숨겨야만한다면, 어느곳에 숨기고있다고 생각하느냐. (어제와는 다른, 환한 낮의 숲속이 저를 반기고, 여전히 분홍빛 꽃망울만이 가득한 가지아래에서 너를 돌아보았다.)
 
 
량:(환하게 핀, 이 아니고 피었어야 할 복사꽃이라도 예쁘긴 마찬가지라서 휘 둘러본다. 간밤의 또다른 제가 그랬듯 손을 내밀어 올려주고, 나무 아래서 들려오는 질문에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 걱정은 한 번 해본 적도 없고, 할 이유도 없어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역시 가장 안전한 곳에 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령, 본가 내부이거나, 혹은 역으로 아무도 모를 곳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지키고자 하는 것이 제 옆에 있어야만 안심이 되기에, 집에 놓아둘 것입니다.
 
강지유:내 생각에도 그렇단다. (만약 나라면, 가장 안전하다해서 제 궁안에 숨겨두는 바보같은 짓을 하진 않았을테다. 하지만 이런 머리를 쓰지 않았기에 그 량도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것이겠지. 이제 그것을 어떻게 꺼내오냐가 문제인데.) 이쯤 얘기했으면, 알겠지. 궁에 쥐새끼가 들었는데 어찌했음 좋겠느냐.
 
량:(듣고 나서야 알았다는 듯, 그제야 진중한 얼굴로 단순하게 한 마디 내뱉는다.) 잡아야지요. 말고는 더 있겠습니까? 죽일 수 있는 자입니까 없는 자입니까?
 
강지유:맘같아선 죽이고 싶구나. (피곤한지 그대로 나무 곁에 기대어 풀밭위로 속편하게 앉아버렸다. 곁으로 오라는듯 손끝을 까딱여보이고는) 하지만, 아마 그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이 일을 막을 수 없을거야... 아마 그 증거라는것이 필요할텐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량:(죽일 수 없다는 소리구나. 알아듣곤 곁으로 가서 옆에 선다.) 증거... 음습한 일을 꾸미는 자라면 그 일의 진행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리 말씀하신 거군요. (하지만 그게 정말 집에 있을까? 왕조차 쉬이 죽일 수 없는 이라면 관리 중 하나일 텐데. 아니, 오히려 관리라서 집에 꽁꽁 숨겨뒀을 수도.) 그럼, 우선은 거리로 나가보심이 어떠십니까. 생각보다 백성들은 예상 외의 일에 민감합니다. 수상한 일이 있다면 그들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강지유:그럼, 오늘에야말로 주막으로 가보지. 이게 어떠한 물건이라면... 그 물건을 납품한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느릿하게 기지개를 펴보이며 너를 바라보았다. 어서 시중이나 들라는 모습이다.)
 
뚱하니 뒤를 따르는 량이 가지고 온 겉옷을 당신의 옷 위로 덮어줍니다.
 
어둡고 큰 겉옷에 찬란한 용포의 빛이 가려집니다.
 
그대로 어제와 같이 왕궁의 옆문을 지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잣거리로 이어집니다.
 
축제의 전날인지라 어제보다도 훨씬 붐비는 것 같네요.
 
오늘도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그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지나치고 모여드는 이 곳은 가히 도성의 중심지라 할 수 있어요.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거나 소문을 듣고 싶다면 이 곳만한 곳이 없다지만…
 
오늘따라 손님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하는 기름 가게 주인이 눈에 띕니다.
 
듣기 판정
 
강지유: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름가게 주인: 기름 값이 금값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로구만.
 
기름가게 주인2: 어휴, 그렇게 많은 기름을 다 어디다 쓰려는 건지…. 이러다 불이라도 나면 큰일이겠어.
 
기름가게 주인: 하긴, 노래도 구구절절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지… 도대체 어디에서 사가는 건지.
 
기름가게 주인2: 당장 내일이 축제인데 말이여……, 그런데 정말 그 멸망이란 것이 올까?
 
기름가게 주인: 예끼! 거 불길한 소리 하고 있어.
 
그리고는 또 저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긴 하죠.
 
강지유:(원래 목적지인 주막까지 가본다...)
 
주막까지 가봐도 여전히, 아니, 어제보다 더 붐비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정보를 알아보려면 저잣거리가 딱 적당한 것 같아요.
 
강지유:(이럴줄 알았다... 왕은 어디가서 쉬어야 하지...? 궁에가서...?)
 
불쌍한 왕
 
강지유:(헤이즈한테 앞에 등지고 꿇으라고함)
 
량:(예?)
 
강지유:(꿇어봐...)
 
량:.... (이미 수작을 눈치 챈 얼굴로 얌전히 앞에 등을 대고 꿇어 앉는다. 손까지 뒤로 해서.)
 
강지유:(좋은 량 좋은량)(업힘)
 
량: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털썩)
 
강지유:(어이없네...)
(지금 왕을 못업겠냐는 얼굴로 봐요)
 
량:(전하 옷이 너무 겹겹이라 무지 무겁습니다.)
 
강지유:(지금 정신잃으면 업고갈수밖에없을걸?)
 
량:(전하 제발...)(눈치 살피다가 사람 없는 골목 손짓함. 두 겹만이라도 벗읍시다.)
 
강지유:(이거 조금 야한 분위기~~ 하는 얼굴함)
 
량:(화냄)
 
강지유:(연약한 놈... 하고 그냥 걸어감...)
(다 되었고, 저 기름장수에게 그 기름 누가 사갔는지, 장부같은것은 있는지 물어보고 오너라.)
 
량:(......)
 
당신의 명을 받은 량이 짧은 한숨을 삼키고는 저기 기름장수에게로 멀어집니다.
 
꽤 길게 대화가 이어졌을까요,
 
곧 돌아온 량이 충실하게 말을 전해옵니다.
 
량:최근 기름가게의 기름들을 모조리 긁어모으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합니다. 도화제 기간엔 으레 생기는 일이기도 한데, 그런 것 치곤 너무 수요량이 많이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요. 그런데 수상한 점은, 그 기름들을 반촌에서 사들인다는 것입니다. 주인들은 개인적인 불꽃놀이를 위해서거나 혹은 다른 일이 있어 그런 건 아니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아닙니다. 여하간 수상하지 않습니까?
 
반촌에서 사들여지는 것 같다, 라고 하면…
 
역시 예부 상서일까요.
 
강지유:(너무 수상하다 못해 뻔해서 이걸 덥썩 물어도 되는지 까지 의심스럽다. 하여간 이렇게 보이는것만 덥썩 물어다 일처리 하는것은 제 성미에 안맞는일인 것을.)
 
그의 자택에 찾아가 본다면 물증을 구할 수 있을까요?
 
너무 쉽다곤 해도... 당장에 의심가는 것은 그밖에 없습니다.
 
강지유:(어째서 그가 이정도의 일을 저에게 맞겼을까... 의심스럽긴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였으므로 반촌을 향해 걸어갔다.)
당장은, 그 기름을 어느곳에 모아두었는지 찾기나 해보자구나.
 
량이 당신의 뒤에 따라붙습니다.
 
곧 반촌에 도달합니다.
 
반촌.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반듯하게 세워진 기와집에서부터 고래등같은 기와집까지 그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입니다.
 
어제도 느꼈지만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관청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 덕에 인기척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이 많은 집들 가운데 어떻게 예부 상서의 집이나 기름을 숨긴 곳을 찾아내죠?
 
강지유:(헤이즈가 찍어서 운이 좋으면 발견하겠지.)
 
량:(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수준으로 굴러먹은 터라 자신을 보는 시선에 일하기 싫은 표정으로 반촌을 뛰어다닌다.)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아 이거 골치아프네…
 
한참을 헤맸지만 고래등같은 집들은 전부 비슷비슷할 뿐입니다.
 
당신은 량과 함께 돌아다녔나요?
 
강지유:(내 검을 두고 홀로있을수는 없는 법이지.)
 
그럼 둘이 사이좋게 체력 -1
 
강지유:(이정도면 궁에 돌아갈떄 업고가주겠지...)
 
지쳐서 포기할 즈음이 되어서야 눈 앞의 명패에 [이 재하]라고 적혀 있는 기와집이 들어옵니다.
 
예부 상서의 집.
 
고래등 같은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이상한 것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강지유:(불을 붙여볼수도 없고.)
 
글쎄요. 모를 일이죠.
 
불을 붙이면 방화범밖에 더 될까요.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볼까 싶은데
 
가능할까요?
 
강지유:(이래뵈도 한나라 왕인데 방화범으로 몰까.)
 
왕이 사사로이 관리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도 썩 작은 일은 아닐 겁니다.
 
강지유:(일단 시도는 해보자.)
 
무엇을 해보나요?
 
강지유:(집에 진짜 아무도 없는지 확인을)
 
집을 지키고 있는 노비들은 있습니다.
 
강지유:(노비들이 특별히 어딘가를 왔다갔다하고있지는 않는지 봄...)
 
딱히 그런 곳은 보이지 않아요.
 
강지유:(머리를 굴려서 단서를 뽑아볼까)
 
지능판정
 
강지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서뽑기이
 
강지유:(이럴거냐는 눈)
 
주인은 집에 없는 것 같고, 딱히 호위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정한 구역을 지키는 낌새가 보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걸까요? 애초에 별다른 단서도 없이 무언가를 잡아내겠다고 했던 것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모두가 량처럼 단순히 자기 집에 소중한 물건을 두진 않죠.
 
강지유:(근데 애초에... 기름이 불순한 물품은 아니니 걸려도 둘러댈수는 있지않나...)
 
그래도 기름가게가 동날 정도로 막대한 양의 기름을 누가 그렇게나 쌓아두겠어요?
 
그런 일이 있다면 오히려 유가조작으로 잡혀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강지유:(나중에 부자될건가보지... 석유부자...)
(강가에 땅파두고 숨겨놔도 이것보단 단서가 있겠다.)
 
어떤 수상한 낌새도 느낄 수 없는 집안과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사람들...
 
이상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아니, 사실 이상할 정도가 아니라 이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반역이며 방화라니, 감히 이 평화로운 도화국에 그러려는 이가 얼마나 있겠어요.
 
어젯밤 겪었던 일들 전부가 꿈이었던 건 아닐까요.
 
누군가 꾸며낸 거짓말이라 믿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어젯밤 찾아들었던 그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아른거립니다.
 
강지유:(초연한 맛이있었지...)
 
그 얼굴에 얼룩졌던 화상 자국이며 안대로 가려졌던 한쪽 눈 같은 것들, 혹은 그대를 불러오던 그 목소리……
 
생각이 많아진 채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찰나,
 
파드득 날갯짓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어라…?
 
지금 뭔가를 보았나요?
 
관찰 판정
 
강지유: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주 예리한 눈으로!
 
예부 상서의 집으로 무리지어 날아드는 새 가운데 한 마리의 발목에, 작은 대나무 통이 묶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서도 전시에나 쓰일 법한 잘 훈련된 전서구 같네요.
 
… 그런 것이 왜 도화국에?
 
강지유:(저놈좀 잡아보라고 헤이즈 툭침)
 
량:(이미 날아간 놈을 어떻게 잡아요, 하는 눈으로 본다.)
 
강지유:(하는게 뭐냐는 눈)
 
량:(안 할래요...가 다분히 느껴지나)
 
어쨌거나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벌써 해가 지려는지 노을이 뉘엿뉘엿 저 편에 깔려 있습니다.
 
일단은 돌아가볼까요.
 
밤에 찾아올 손님을 맞이하려면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자 둬야 합니다.
 
강지유:(헤이즈한테 업혀간다.)
 
량: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강지유:(앗싸)
 
얼마나 잠들었을까요?
 
눈을 뜨면 어둠뿐인 방 안에 새파란 시선 하나가 빛나고 있습니다.
 
그대가 일어나기까지 내도록 기다린 것일까요.
 
앉아있는 자세에는 흔들림조차 없습니다.
 
'량':일어나셨습니까.
 
묻는 목소리 역시 여상하고 다정스러울 뿐입니다.
 
강지유:귀신같구나.
 
'량':많이 듣습니다. (일어난다.)
어제... (말하려다가 잘 못 들었다던 말을 떠올리곤 정정한다.) 빈민가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았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강지유:그러느냐. (여전히 침구위로 누워서 고개만을 네 쪽으로 향한채 잠에 반쯤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간단한 대답이였으나 원채 짧은 말이었기에 더 갈라져 들렸던것 같기도 했다.) ... 내가 누워 있는동안 무엇을 보았느냐.
 
'량':......한 시도 잊은 적 없던 것을 실로 보았습니다.
 
강지유:... 전에 네가 보여주기로 한것을 보고나면 부탁할 것이 있다했지. (침구에 기대어 상체를 반쯤 일으켜 세우곤 네게 더 가까이 오라는듯 손끝을 까딱여보였다.)
 
'량':(그러고 보니 그랬지. 끄덕이며 가까이 다가가 옆에 섰다.)
 
강지유:그럼, 내게서 도망치지도, 거절하지도 말거라. 그게 내 부탁이다. (단숨에 네 손목을 잡아오며 그리 일렀다. 부탁이라고 명명하긴 했으니 그것은 완전한 명령임에 분명했다. 자욱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네 손목을 옥죄었지. 그대로 너를 잡아당기고, 더욱 가까이 다가온 품에 제 고개를 기대었다. 언제라도 네가 제 등뒤에 손을 얹고 안아줄 수 있을 것처럼, 네 품안에 제 존재를 채워넣었다.)
 
'량':(잡혀 끌려감에 눈이 크게 뜨이며 그 속의 것이 갈 길을 잃고 헤맸다. 손목이 아프다. 그러나 그보다 아픈 것은 네 말이었고, 동시에 향과 온기였다.)
어째서 제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
(제가 지금에 속해선 안 될 자였음을 이미 토로하지 않았던가. 당신 옆엔 내가 아니더라도 또한 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내가 아닌 그 '나'의 시간이고 자리일 터. 그를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내게 매달리는가, 너는.)
도망칠 일은 없습니다. 거절할 일도 없습니다. 전하를 위해서라면.
(이전이었으면 입으로 내뱉지 못할 말을 이제는 담담히 내뱉었다. 이것은 또 다시 실패하면 사라질 이야기이고, 성공하면 진솔한 고백으로 남을 이야기이다. 더는 후회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던 이는 제 속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한 손을 네 등에 올리고 감히 제 주인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이것은 저만이 아니고 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강지유:량, 네가 아니면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해주겠는가. (그는 그이면서도 그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온기가 기꺼우면서도, 량, 그자신에게 이리 모질게 구는것이겠지. 네가 결국 저를 떠나갈 것을 알기때문에 이리 굴 수 있는것이였다. 복사꽃이 피는 날이 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이임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를 더 놓을 수 없었다. 그는 그가 아니면서도 그이기 때문이다.) 너라면 궁금하지 않겠나. 나는 분명 네가 아는 나가 아님에도, 하늘의 섭리를 거슬러서까지 나에게 도달한 네가 살리고자 하는것이 네가 아는 '나'가 아닌것인지.
네가 아는 나가 아님이도, 나를 지키고자하는 네가 나의 '량'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겠느냔 말이야.
 
'량':(숨소리도 없이 들으면서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그런가. 그가 그이듯이,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내게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현재라는 것은 어려우니, 미래에 묻는 것인가. 계속해서 함께할 이보다, 언제 순리에 이끌려 갈지 모를 이에게. 저라도 그랬을 것이다 생각하며 등 뒤 옷깃을 꾹 쥐었다.)
여러 번 같은 날짜를 살아왔다 해서 머리까지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모자람으로나마 답을 드리자면,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럴 수 없어서요. 몇 번이고 똑같은 제 자신을 보았고, 그 숫자만큼 똑같은 전하를 뵈었습니다. 그러니 믿습니다. 전하는 제가 아는 전하이고 제가 살리고자 하는 전하십니다. 하여, 만일 전하가 전하가 아니라면- 이라는 전제는 가정할 수 없습니다. 전 언제나 전하의 검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또 다른 무엇은 없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사실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옷깃을 손에서 놓으며)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전하. 오늘 안에는 일을 해결하셔야 합니다. 어젯밤도 주무시지 못해 무리하고 있으시잖습니까.
 
강지유:알고는 있나보구나. (오늘은 빈민가라고 했던가, 어제 네가 챙겨주었던 평민의 옷을 꺼내들었다.) 내게 직접적으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지?
 
'량':(자연스럽게 기침부터 환복까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정답이란 것이 없고, 필요한 것은 물증이며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이 저번과 똑같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저는 처음으로 적진에 제 몸을 숨겼습니다. 이토록 깊이 들어와 영향을 끼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무언가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제 힘만으론 처리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예로, 예부 상서는... 이번에 새로이 파악하게 된 첩자입니다. 그는 제가 죽인다 하여 막을 수 있는 독단적인 줄이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강지유:여러모로 인력부족이군. (허수아비로 산지 오래되서인지 믿을만한 사람이라곤 쥐뿔도 없는 궁에서 단둘이 복작거릴려니 다시생각해도 머리가 아팠다. ) 그냥 그날 내가 아파서 축제고 뭐고 다 취소되는게 빠르겠군. 가지.
 
'량':그런다고 취소될 수 있는 모략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희게 웃었다가 앞장섰다.)
 
오늘도 량은 자연스럽게 그대를 이끌어 침전의 비밀통로로 향합니다.
 
먼지와 습기찬 통로를 지나 뚜껑을 밀어 열고 나서면 또다른 복숭아나무 숲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앞선 등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어둑하고 음침한 뒷골목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뒷골목의 곳곳에는 빈 집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숨겨놓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죠…
 
그렇지만 이 많은 집 가운데 어디에 무엇이 있는 줄 단박 알기란 영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아무래도 하나하나 직접 뒤져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네요.
 
강지유:일단... 저끝의 10번째 집까지 쭈욱 가보지.
 
p.10
 
들어가 보면 수많은 통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다가가 만져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기름 가게에서 사간 기름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역시 이 곳에 전부 있었나 보네요.
 
기름을 잔뜩 머금은 통이 미끈거립니다.
 
여기에 불이라도 붙는다면 번지는 것은 금방이겠지요.
 
통이 옮겨진 것인지 사이사이 비어있는 자리가 눈에 띕니다.
 
……어디로 옮겨진 것일까요?
 
강지유:... 내가 연설을 할 공간...?
 
글쎄요, 어쨌든 지금은 그를 찾기는 힘들겠습니다.
 
강지유:(량 쳐다봄)
 
'량':?
 
강지유:이것말고는 또 없는겐가?
 
'량':옮겨진 흔적을 보아하니 더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곳엔 이뿐인 것 같군요. ...아. 혹시 그것도 듣지 못하셨습니까? 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자들이 이곳에 절대 들켜서는 안될 무언가를 숨겨뒀다고 했었습니다.
기름만으로 그리 신신당부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강지유:장부라도 숨겨두었는가... (같은 일당에게도 명확히 말하지 않는것이 확실히 그 치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기름통안에 넣어두기라도 했나 싶군
 
'량':장부가 어찌 기름 안에서 살아 있겠습니까...
 
강지유:말이 장부라는것이지, 진짜로 장부인지는 너도 모르는 일아닌가. (도장같은것일지도 모르고, 기름통안에 있을지도 모르는일인것을.) 집히는것이라도 있나?
 
'량':...제가 숨어든 곳은 옆나라 영월 제국입니다. 그러니 절대 들켜선 안될 것이란... 제국과의 유착관계를 증빙할 자료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
 
강지유:... 제국같은곳에서 왜 허수아비 왕의 나라같은것을 들쑤시는지 모르겠군. 이미 날아간 새이지만 그거라면 오늘 보았지. 예부상서의 집으로 날아든, 연통 달린 새를.
 
'량':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아닙니까. 더욱이 오랫동안 태평성대를 누려온 땅이니 갖고 싶을 만도 하지요.
그렇습니까, 연통... 그렇다면 그 연통으로 주고받은 서찰이 있겠군요.
 
강지유:...흠... 8번째 집으로 가볼까.
 
중간에 길이 없는 곳으로는 한번에 이동할 수 없습니다.
 
강지유:11번째 집을 거쳐가지.
 
문을 열어젖히면 전반적으로 먼지뿐인 빈 공간입니다.
 
어딜 봐도 잔뜩 낡은 구석구석에는 콤콤한 곰팡이 냄새가 나고 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처럼 금이 가 있습니다.
 
누군가 이 곳에 드나든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이어서 8번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어젖히면 들리는 것은 날갯짓 소리입니다.
 
코끝으로 새의 배설물 냄새가 언뜻 지나간 것도 같네요.
 
곳곳에 새장이 걸려 있고, 안에는 각각 새들이 앉아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새들의 발에는 하나같이 작은 대나무 통이 매달려 있습니다.
 
전부 하나같이 잘 훈련된 전서구들입니다.
 
이만큼 한번에 많은 양은 아마 그대도 처음 보았을 거예요.
 
강지유:(원래 이렇게 금방찾는건가... 이상하게 운이 좋다고 생각함....)
 
그야 도화국은 오래도록 평화로웠는걸요.
 
지능 판정
 
강지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새똥냄새가 지독합니다.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어요.
 
'량':...서찰은 없군요.
 
강지유:어느 고얀놈들인지... 잡히면 좋은 꼴은 못볼테다.
(9번째 집으로 걸어감)
 
이 곳에는 온갖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면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사악한 주술이나 무언가를 불러내는 주문들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아서…
 
제대로 읽어보려면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네요.
 
강지유:(아무책이나 뽑아서 파라락 해봄)
 
자료조사 판정
 
강지유: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운이 좋았습니다!
 
아마 얼마 전에 읽고서 위에 올려뒀던 것 같아요.
 
수상해도 한참 수상한 주문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핸드아웃)
 
강지유:... 재미있는 놈들이구나.
단순히 도화국을 거꾸러트리길 바랬다면 이럴필요까진 없을터인데... 마치, 원수라도 진것처럼.
 
'량':...확실한 게 좋다는 쪽일까요.
 
강지유:이 넓은 나라를 농지로 쓸것도 아닌것을, 다 태울일이 무어있다는게냐,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일을 바라고있는데...
 
'량':오랫동안 번영과 평화가 유지되어 오던 나라이지 않습니까. (하기야 제 나라 태우려는 놈들의 속셈을 어떤 자국민이 짐작하겠느냐마는.) 적어도 제게 이것은, 빌어도, 무엇을 내어주더라도 살려둘 생각은 없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강지유:범인의 뇌리로는 알 수 없는것이겠지, (더 볼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12번 집으로 간다.)
 
이 곳은 제법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흔적이라고 해봤자 그나마 창고를 면한 것 같이 보이는 정도지만요.
 
회의실로 썼던 용도일까요, 벽에는 어지럽게 [글월]들이 붙어 있고
 
탁자 위에는 [지도]들이 널려 있습니다.
 
증거가 될 터이니 전부 챙겨갈 수 있겠네요.
 
강지유:(글월..?)
 
보나요?
 
강지유:(한번 봄...)
 
글월들은 전부 누군가 보내온 것입니다.
 
하긴, 이 쪽에서 보낸 것들을 여기에 붙여 놓지는 않았겠지요.
 
흘려 적어뒀지만,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략적인 계획은 도화제 첫 날, 불꽃놀이가 일어나는 사이 도성 곳곳에 불을 놓고 그 사이 왕궁을 쳐 승기를 가져오는 것
 
2. 약 1년 전부터 준비된 계획이며, 계획 안에는 도화국의 관리 몇몇을 매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음
 
3. 이재하는 매수된 관리 중 하나이며, 그 중 가장 열성적으로 계획에 임하고 있으니 포상을 바란다는 내용
 
4. 도화국의 왕은 죽여도 관계가 없으나, 무사 량 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움이 될 터이니 살려서 데려올 것.
 
전혀 알지 못했던 음모가 지금 이 순간 그대의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을 알게 된 그대,
 
이성 체크
 
강지유: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강지유:이놈들을 잡는다면... 어찌하는게 좋다 생각하나. (느릿한 손끝으로 글자 몇몇을 쓸어내리다 시선을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허수아비 왕에게 그누구도 읽어내지 못했을 서늘한 시선이 맞닿았으나, 네게 친히 내뱉는 문장은 꼭 애첩에게 금은보화라도 선물해주는냥 달달하기만 했다.)
 
'량':(그 음성 듣고 어째서 더욱 애달파 아파오는 것인지. 중한 명령이라도 들은 작자처럼 아주 짧은 시선을 그 손끝에 던지다가 충직하게 아래로 내렸다.)
어떤 방법으로든 만일 잡는다 하시면, 그 뒤에는 모두 전하의 의중대로 되지 않겠습니까. 타국의 잡배들까지 잡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전하와 전하의 나라에 해를 끼친 백성은 전하께서 마음대로 하십시오. (목을 치려거든 치고, 사지를 찢으려거든 찢고, 평생토록 마굿간 바닥과도 같은 곳에서 먹고 자게 하려면 그리 하라 이르고 있었다. 그에 제 의중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설령 살려 보낸다 하더라도 그 모두 주군인 당신의 뜻이라는 양. 불만 가질 기미 하나 없이 말했다.)
 
강지유:... 내가 네게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상이 될텐데도 (무책임하구나. 약속된 이별이다. 어떠한 예외도 없이 지금의 량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별해야만 한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있음에도 모른척 시선을 넘기며 네가 바라고 있는 나로서, 네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지배자로서 온건하게 서있어야만 하는것이다. 그럼에도 가라앉은 네 시선을 억지로 잡아 네 턱끝을 손끝으로 천천히, 들어올리도록 했다. 이것이 정녕 우리에게 최선이라면, 더더욱이나 너를 쥐고 흔들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나를 거부하지 않는것을 보면, 분명 네 세계의 나또한 서로의 자리를 지키느라 이런 앳된 얼굴조차 쥐어본적이 없었으리라.) 이런 내가 약았다 생각하느냐.
 
'량':...아닙니다, 저는..
(상도 필요 없고. '지금의 나'를 향한 호의도 필요없다. 그것은 저 왕궁에 있는 나를 향한 것이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은 나여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저곳의 나 역시 지금의 나처럼 널 거부하리라는 것을. 그래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희생시키며 억누르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것을 내가 누려보아도 되지 않을까. 엇갈리는 생각과 몸, 마음이 네게 목줄을 넘긴다. 네 손짓에 얼굴이 올라와 반쯤 타버린 피부 사이 하나뿐인 금색으로, 그보다 더 찬연한 널 담는다. 혼란과 욕심으로 흔들리는 눈을 네가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잔혹하다 생각했습니다.
(감히 누가 왕에게 이딴 망발을 지껄일 수 있겠는가. 그 망발을 내뱉으며 그는 웃었다. 희고 아득하고, 허무하나 보람찬 웃음으로.)
 
강지유:(일그러진 네 모습조차 이 관계의 끝을 대변하는것같아 그것이 못내 사랑스러웠다. 턱끝을 가르키던 손끝은 천천히 내려앉아 네 목을 감싸고,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어떠한 애욕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정직하고 다정한 입맞춤이였다. 네가 아무리 량이라고 한들, 제가 원하는 량과는 다른 존재라는것을 손끝으로 닿아오는 네 화상자국만큼이나 선연히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네게도 마찬가지일터, 네가 딱 저만큼의 위안만을 가지길 바라며 천천히 눈꺼풀을 감아내렸다.)
 
'량':(다가오는 것을 끊고 밀어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번에 처음이 아니었을까. 그야 제게도 처음이니, 네게도 처음일 것이다. 화상에 얹힌 네 손가락을 타고 애써 밀어두었던 기억이 몰려오는 환상을 보았다. 불타는 도화국. 불타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피를 토하는 너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검집에서 손을 내리고 네 옷깃을 잡았다. 가볍게 끌어당기며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어 숨기고 있던 제 마음을 밀어넣었다. 이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상황도, 관계도, 이것은 불량이다. 이것은 모독이다. 이것은 가관이다. 이것은 기만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이며 진심이다. 몇 번이고 닳아 왔던 마음의 부딪침은 전율적으로 달아서 오히려 거부감이 일었다.)
 
강지유:(이 모든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제 안으로 불어넣어지는 애정의 무게에 질식할것 같으면서도, 그런 네가 사라질까 목줄기를 잡아챈 그 손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과연 이런 너를 하룻밤의 꿈처럼 잊을 수 있을까, 엇갈려있음을 알면서도 진심에 진심으로 저를 몰아세우는 네 열기를 평생토록 잊을 수 있을까. 그 감정을 가장 깊숙한곳에 애지중지하며 감춰온 시간들 만큼이나 그 마음은 무르익어있었다. 네가 제게 내리는 형벌임을 알면서도, 마치 술처럼 달기만했기에 기꺼히 제 몸을 내어주며 받아마셨다.)
 
'량':(짧았던가 길었던가. 입 안을 네 향으로 씻어내는 듯한 시간의 끝에, 뒤를 짚었던 손이 책상 위에 있던 다른 종이 한 장을 버석 밀어냈다. 그제야 정신이 들어 한결 숨을 내쉬며 너를 놓았다. 나는 여기까지다. 남은 것은 이곳에 있을 나의 몫이다. 손에 잡힌 종이를 네 눈앞에 들어 보인다. 작고 낮은 숨 뒤에 곧장 말소리가 따라붙었다. 방금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원하시던 것은 찾으신 듯하니 이만 돌아가시겠습니까. 혹은 더 보시려 하십니까.
 
강지유:... 이만 돌아가 보지. 안그래도 잠이 부족한 참이니 말이야.
 
'량':알겠습니다.
 
량은 이번에도 묵묵한 얼굴로 그대를 침전까지 데려다 줍니다.
 
찾아낸 서찰들을 한 구석에 잘 정리해 두는 그대의 뒤로 여상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아니, 어쩌면 조금쯤 젖어 있었던가요.
 
'량':… 지금까지 이렇게까지나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처음입니다.
어쩌면 이번이라면, 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끝이라고요? 불현듯 의구심이 차오릅니다.
 
그러고 보면 그는 시간의 인과를 거슬러 오른 존재라고 했었지요.
 
세상이 그리 쉬이 원하는 것을 쥐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대 역시 잘 아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라고, 그것은 그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사실이니까요.
 
그저 주어진 인과에 순응하며 휩쓸려 사는 수많은 것들에게도 그러할진데,
 
감히 그 인과를 거스르고 오른 이가 치러야 할 대가란 무엇일까요?
 
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차마 묻지 못할 것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던 순간,
 
'량':…… 내일 밤은 거사일이니 분명 움직임을 보이겠지요. 내일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전하.
그때까지 부디 무사하십시오.
가능하다면, (밖을 보며) 그와 함께 계십시오. 적어도 그는 확실히 믿을 수 있으니.
 
제 할 말을 다 한 상대는 무어라 되물을 틈도 없이 훌쩍 창틀을 넘어 사라집니다.
 
묻지 못한 것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복잡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새 등 뒤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량:전하, 기침하셨습니까.
 
그리 말하며 들어온 량이 그대를 보고 아연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 그러고보면 확실히 빈민가는 다소…도 아니고 아주 먼지 투성이였죠.
 
그곳을 밤 내내 거닐다 왔으니 적어도 어딘가에 나갔다 왔다는 건 확실하게 들켜 버린 모양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량의 눈이 가늘어집니다.
 
량:……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전하.
 
강지유:... 왜, 걱정이라도 되느냐. (네 반응이 어찌돌아올지 뻔히 알면서도 그리 물었다.)
 
량:(살짝 찌푸리며)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를 두고 홀로 나가시다니, 옥채에 변고라도 있었다면 어쩌실 뻔했습니까.
 
강지유:... 그보다 밤새 나돌아다녔더니 피곤하구나. (여상스러운 눈을 하고 너를 지긋이 바라보다 두팔을 벌리며 자연스래 뒤를 돌았다. 옷시중 좀 들어달라는것이 분명한 몸짓이었지.)
 
량:(분명히 마음 편치 않은 표정으로 쳐다보지만, 그래도 다가가서 먼지 탄 옷을 벗겨내며) 그러니 어딜 다녀오셨단 말씀이십입니까? 끝까지 말씀해주지 않으실 작정이십니까?
 
강지유:민심이나 두루두루 볼겸 빈민가에 다녀왔지. (제 충직한 검 답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수발을 드는것에 흡족해하는 투로, 넌지시 말했다. 가벼운 차림새가 되자 체통이라곤 모른다는 모습으로 제 침구위로 누워버렸다. 네게 제 옆자리에 누워보란듯이 툭툭 쳐보이는 것도 잊지않았지.)
 
량:이 저녁에요. (갑자기요. 딱 그런 얼굴로 일별하곤 바깥 시종을 불러다 더러워진 옷을 넘기고 돌아온다.)
... (씻으실 물까지 받아두라 할 것을 그랬나. 그냥 물에 집어넣어버리면 몸도 편하니 다 술술 불어버리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다가간다. 그러나 눕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그 자리에 걸터앉을 뿐이었다.)
 
강지유:원래 그런것은 불시에 하는것 아니겠어. (네 그런 융통성 없는태도에 굴하지 않고 무릎위에 머리를 올리며 금방이라도 잠들것마냥 굴었다. 감겨진 두눈 아래로 거뭇한 그늘이 드리우고, 항상 깨끗히 넘겨져있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네 옷감위로 실낱같이 퍼졌다.) ...량아.
 
량:그럼 저를 데리고 가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감히 따지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수상합니다 전하, 하고 대신 말을 전했다. 일개 무관이 왕의 침소에 드나드는 것도 좋지 않게 보일 것인데 어떻게 침대에 누울 수가 있을까. 그렇대도 왕이 저를 벨 것으로 필요하시는 듯하니 피하지도 못하고 내려다 보았다. 그렇게 보다 보니 긴 눈썹도, 결 좋은 피부도, 흐트러진 머리칼 한 올도 모두 눈에 들어와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만지고자 동요가 일어 손끝을 몰래 움찔거리면서.)
예.
 
강지유:네가, 나를 두고가진 않을게지. (오늘같이 제가 너를 두고가는 날이 있다해도, 너는 저를 두고가선 안되었다. 제 시신이라도 끌어안고, 네가 그대로 거꾸러지길 바란다면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저 거부하지않는 네 무릎을 더 깊숙히 베고 손을 뻗어 네 허리춤을 끌어안았다. 저 하늘을 모두 가릴 순 없을지라도 너와 나 두사람만큼은 가릴 수 있기를, 바랬다. 몰려오는 수마를 부러 이겨내려들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량:제가 전하를 왜 두고 갑니까. 두고 간다 하면 그땐 제 목숨이 다했을 때일 겁니다. (왜 이럴까, 도대체. 지금 떠날 듯이 구는 게 오히려 네 쪽임을 너는 자각하고 있는지. 네가 왜 그리 불안하게 구는지 이유도 모르고, 해결법도 모른다.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혹은 전에 보았던 저와 닮은 그 괴한 탓에 걱정하시는 겁니까? 묻고 싶다 해도 어떻게 제깟 게 주군의 걱정을 나눠 지겠는가. 호위는 그저 계속 옆에서, 그 안위를 지키는 이일 뿐. 무언가 어려운 것을 떠안고 계시겠지. 그에 내 역할은 필요치 않은 거겠지. 그저 나는 지금까지처럼 옆에만 있어도 되는 거겠지. 그것이 힘이 되어 드리는 길일 테지. 그렇게 한참이었다. 아니, 얼마 안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겐 한참이었던 시간이 지난 무렵. 그제야 그는 손을 들어 완전히 잠든 제 연모자를 가만히 만져보았다. 먼지 묻은 채 흐트러진 머리칼. 어쩐지 낯설어진 눈썹과, 의미 모르게 웃던 입꼬리. 조용히 일어나 푹신한 침대 위에 곱게 몸을 뉘여준 뒤 허리 접어 인사 올리곤 침소를 나왔다. 너무 늦은 시각이다. 추위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괜히 뒤를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어느 새 새파란 하늘에는 해가 중천입니다.
 
축제가 시작되었는지 바깥 역시 온통 분주하고 떠들썩하네요.
 
그리고 도화국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꽃들로 인해 멸망하기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고요.
 
아무튼, 어쩌겠어요.
 
축제는 시작되었고 운명의 시각은 점차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대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유일한 군주이고요.
 
자, 도화국의 왕이시여. 무엇을 할까요?
 
강지유:이제 슬슬... 쥐새끼들을, 잡을때가 오는게지.
 
지능 롤
 
강지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대의 나라를 위협하는 첩자를 잡아들일 시간입니다.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강지유:(맞았잖아... 그래 이제 잡으러가야지)
 
이미 그대는 아주 정확한 유착의 증거를 갖고 있잖아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곧장, 그대가 직접 예부 상서를 처벌하러 출두할 수도 있고, 사람을 시켜 잡아올 수도 있고, 숨겨져 있다던 기름동이들을 찾아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 무엇을 하든 그대의 마음입니다.
 
그대는 이 나라의 왕이 아닌가요.
 
강지유:(그냥 싹 잡아와서 역으로 첩자심으면 안되나...)
(강지유 머리 굴려보겠습니다.)
 
무엇에 대해?
 
강지유:(뭐로든지 구슬려서 이중첩자를 시킬지, 아니면, 정공법대로 대전에 다 꿇릴지.)
(더 좋은 방법이있나?)
 
또 다른 공작을 하기에는 머잖아 이 나라에 가장 큰 화가 미칠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 그대는 그대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라를, 량을 지켜야 합니다.
 
강지유:(그렇다 한들 섣불리 꼬리를 잘라내어도 되는 일일까, 그는 그러라고 했지만...)
 
지능 롤
 
강지유: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다면 가장 이 일과 깊이 관련된 예부를 몽땅 조사해보면 어떨까요?
 
예부 상서와 관련된 이들, 그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이들이 또 이 일에 가담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강지유:(그를 조사할 적절한 인물은 누구를 보내야할지... 헤이즈 말고도 도움이 될법한 인물이 있을까?)
(제가 또다시 움직일 수 밖에 없는일인지.)
 
물론 있죠. 당신만을 위한 왕의 군사들이 있잖아요.
 
물론 직접 움직여도 좋습니다.
 
강지유:(분명, 관리직들 또한 매수 되었다했으니 제 군사들 마저 어찌 되었을지... 믿을 수 없다.)
 
그럼 직접 가나요?
 
강지유:(그러기로 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그대는 직접 예부 상서를 추포하고 역모에 가담한 자들을 색출하고자 직접 예부로 향했습니다.
 
강지유:(헤이즈 안챙기나요)
(량이 챙겨옴...)
 
왕이 직접 군사를 준비시키고 당당히 예부로 향하니 그 소문이 일찍이 예부에 퍼져 분위기가 영 흉흉합니다.
 
그 가운데에 예부상서, 이재하가 있습니다.
 
강지유:(고얀놈 잘만났다.)
 
그 역시 다른 이들처럼 장도를 챙겨 들고, 제 군사들을 데려와 그대와 보란 듯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재하의 얼굴엔 비열한 미소와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강지유:축제 준비는, 잘되고있는가.
 
이재하:...어찌 이곳까지 직접 걸음하셨습니까, 전하.
 
강지유:아무리 허수아비라 하지만, 제 눈으로 확인해야 할때도 있는 법이지.
 
이재하:하여 확인하심에 어떠십니까? (칼을 뽑으며) 생각하던 그대로라 마음에 드시는지요.
 
강지유:두말할것 없이 흡족하네, 여지것 준비해왔던것이 틀리지 않았음에 분명해보이니 말이야.
 
이재하:(듣기 싫은 웃음소리를 낸다.)
평화에 묻혀 강대국의 수에 갉아먹히는 줄도 모르고 헛짓이나 하며 옥좌를 썩히는 잘난 왕이시여.
얼마지 않아 이 나라는 대제국 영월의 것이 될 것이니 육신이나 피함이 마땅할 것을, 뒤늦게나마 왕 노릇 해보겠다고 예까지 들이치셨으니 신 예부 상서 이재하, 전하의 놀이에 함께 어울려 드리겠나이다.
(칼끝을 앞으로 향하고) 쳐라! (동시에 달려나간다.)
 
수많은 사병이 주제도 모르고 왕의 군사를 향해, 왕을 향해 밀어닥칩니다.
 
이에 당신의 선택은...
 
강지유:우습구나, 그게 어찌 잘못된 일이란 말인가. (그 누구도 저 하늘과 싸우려 들지 않는다. 한낱 인간이기에 그들을 적수로 두는것조차 어리석은 일임을 알기 때문이리라. 옥좌가 썩어든다 했던가, 이런 자리따위 갈망한적도 없거늘. 하늘을 뒤덮을 수 있다고 감히 자만한 이에게 무력감을 선사해주고 싶었다. 제 검을 믿었기에, 뒤로 무너지듯 발걸음을 피했다.)
 
그대가 걸음을 물림과 동시에 량이 당연하게 앞으로 나서며 검을 빼어 듭니다.
 
그의 동작에 신경을 집중하고 당신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릅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여기저기에서 혈흔이 낭자하며
 
처음에 대등하게 보이던 군세는 순식간에 한 쪽으로 압도당하기 시작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활개를 띠며 검을 놀리는 것은 그대의 충직한 검입니다.
 
지난한 칼소리가 물릴 무렵, 하나의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바닥에 쓰러진 예부 상서의 모습에 그의 사병들이 하나 둘 검을 떨어뜨립니다.
 
이재하의 가슴팍에서 칼을 뽑은 량이 그대에게 돌아옵니다.
 
이로써 예부는 진압당했습니다.
 
왕이시어, 다음 명령을.
 
강지유:... 남은 뿌리를 제거해야겠지. (그 흔한 반전도 없는 전개에 왕은 천천히 몸을 돌려 발걸음을 뻗으면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걸음걸음들에선 하나같이 권태로움이 느껴져 감히 무능력한 허수아비의 행태라고는 볼 수 없었다.) .. 그의 가택을 모두 수색하고... 불경한 짓이라곤 꿈도 못꾸게 만들지.
(삿된 의식의 존재도 찾아내어 지워버릴수있다면 좋겠군.)
 
명령을 받은 군사들이 이재하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남은 이들은 예부를 압수수색하기 시작하고
 
그의 남은 가족들과 사병들은 모두 군부로 압송되었습니다.
 
잠시 후 명을 받아 이재하의 집으로 갔던 무신 중 한 명이 그대에게 급히 달려옵니다.
 
강지유:...고하라.
 
병사: 전하, 급히 보실 것이 있어 가지고 왔사옵니다. (가져온 책을 건넨다.)
 
강지유:(무슨 내용인지 펼쳐본다.)
 
책을 살펴보니 기분 나쁘고 모독적인 내용이 가득 적힌 일지입니다.
 
그 일지 가운데에, 하나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다.
 
(핸드아웃)
 
강지유:... (그가 말한 방법이 이것이던가, 적혀있는대로라면 어찌해서 이 방법에대해 얘기해주지 않았지.)
그외에 다른것은, 없었는가.
 
병사: 별다른 것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강지유:... 반역을 같이 도모한 자들에대한 단서는 찾았나?
 
병사: 의심되는 이들을 모조리 잡아 병부로 압송해 두었습니다. 고신을 하다 보면 모두 추포해올 수 있을 것입니다.
 
강지유:... 그럼 이만 물러가보너라.
 
병사는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이제 이곳에는 몇 명의 나머지 병사들과 량 뿐입니다.
 
이제 무엇을 합니까?
 
강지유:(이 주술은, 글이 아니라, 말로 따라하는 것도 효력이 있는가?)
 
있습니다.
 
강지유:... 대비는 해두는것이 좋겠지. (남아있던 한 병사를 집어서 일렀다.) 도화제는 계획했던대로 열릴것이다. 모두 차질없이 준비하고, 백성들에게 일러두어라 이번 연설에서 아주 중한것을 읊어줄터이니 빠짐없이 모여야 할것이라고.
 
병사가 명을 받고 급히 관할 기관으로 향합니다.
 
예부가 이 꼴이 되었으니 남은 일은 이조와 호조에서 나눠 맡을 수밖에 없겠지요.
 
축제의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강지유:(급한불은 어찌 끈것같은데...)(헤이즈 봄)
 
량:(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와중에 일단 시키는 것은 모두 했다는 얼굴로 마주본다. 또 내게 시키실 것이 있나.)
 
강지유:... 가고싶은곳이 있느냐.
 
량:제가 가고자 하는 곳이 있다 한들 지금 그곳으로 갈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다른 일정이 없으시면 차라리 궁으로 돌아가시지요. 보아하니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들이 있는 모양인데 혹여라도 길거리에서 칼부림이라도 나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노려질 건 왕이 될 테니까.)
 
강지유:... 후원에나 가보자구나. (어느곳을 가도 언제나 위협받는곳이 바로 왕의 자리라는것 아닌가. 더 안전해질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네 말에 따르기로 했다.)
 
후원으로 향합니다.
 
어느새 오후의 정가운데에서 빗겨나기 시작한 해가 언덕 끄트머리에 걸려 있습니다.
 
오늘 밤이면 드디어 그 일이 일어나겠지요.
 
그러나 일단은 근심을 지우고 언덕에 올라섭니다.
 
그대를 위한 야트막한 언덕의 후원 위에 아직 피지 않은 도화가 처음과 같은 자태로 걸려 있습니다.
 
그대가 보는 광경을 함께 눈에 담으며, 량은 옆에 섭니다.
 
량:..중한 것이 무엇입니까/
?
 
강지유:... 그리 일러두긴했지만, 내일 연설을 할즈음이 되면 늦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니, 연설을 할 수는 있을까. 여러 근심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저를 괴롭혀온다.) 만약 내일 연설을 할 수 있다면, 뻔하지 않겠나. 우리 도화국은 언제까지나 견제 할것이라는 믿음이겠지.
 
량:늦다니, 무엇이 늦었단 말입니까? 이미 반역을 꾀한 자는 죽었습니다.
혹 더욱 큰 것이 물밑에 도사리고 있다 여기십니까?
 
강지유:그리 쉽게 물러설 제국이였다면, 이리 쉽게 꼬리를 끊어내지도 않았겠지. 죽을때마저 누가 배후인지 들어낼만큼 입이 싼자를, 어찌 믿겠어. (진실로 배후가 제국인지 의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게 끝이라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량:...그럼 남은 것은, (칼집을 쥔 손에 힘이 들었다.) 전쟁이라 해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도화국은 그리 약하지 않습니다.
 
강지유:... 차라리 그렇게 무너진다면, 적어도 백성들에겐 잘된 일이겠지. (천천히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다 등을 지고,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제 궁으로 천천히.)
 
량:그럴 리 없습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걸음 옮기는 뒤로 불쑥 소리를 쳐버렸다. 직후에 어느 안전이라고 고함을 친 것인지 깨달아 기세가 뚝 꺾였으나 의견은 분명했다.)
 
어느새 노을이 뉘엿하게 지고, 지평선 쪽으로는 별이 떠올라 있습니다.
 
곧 쌍어궁이 떠오르겠지요.
 
그대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했지만…
 
그게 완전하게 이 모든 일들을 막은 것이 아님을 압니다.
 
예부 상서는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들을 저지른 이들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요.
 
여전히 영월 제국에서 온 이들은 남아 있고, 분명 계획을 실행하려 들 것입니다.
 
그 계획이란 것이 어디에서 실행될 지도 모르는걸요.
 
그렇지만 걱정스럽게 하늘을 바라보다가도, 그대는 우선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합니다.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될 일이었다면 진즉 되었겠지요.
 
불꽃놀이가 이루어지기 전 하는 연설은 군주의 의례와도 같은 것입니다.
 
지금도 저잣거리에서 백성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걸요.
 
그대는 량과 다른 이들의 호위를 받아 저잣거리로 향합니다.
 
연단 위로 올라서면 모두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여는데,
 
군중 속에 섞여 있는 샛노란, 하나뿐인 시선과 눈이 마주칩니다.
 
입술이 벌어집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 같이 그대에게 소리 없는 말들이 전해집니다.
 
'바로 지금, 하늘 위.'
 
입모양과 함께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반짝.
 
쌍어궁이 떠올라 있습니다.
 
그 옆에서 무언가… 반짝였던가요.
 
몇 번쯤 눈을 깜박이면 그것은 어쩐지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니, 확실하게 가까워지고 있어요.
 
애시당초 별조차도 아닙니다.
 
별은 저렇게 밝게 타오르지 않는걸요.
 
저건...
 
불꽃입니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복사꽃 송이송이 붉은 어둠 물들어,
 
만발한 이 땅에 별꽃 가득 내렸다네
 
깊고 어두운 밤 커다랗게 입을 벌려,
 
피어나는 모든 것을 삼키고 말았다네
 
진정 그 말대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불꽃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쾅!
 
하나, 둘, 셋....
 
도대체 이게 몇 개야?
 
어림잡아도 347개는 될 것 같네요.
 
순식간에 도성 안은 비명소리와 울음소리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이성 체크.
 
강지유: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미 알고 있던, 머릿속으로 수십 번 상상해봤던 그 광경입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 옆에서 량 역시 아연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볼 뿐입니다.
 
지나친 충격이 닥쳐들면 오히려 반응이 늦어진다던가요.
 
그런 두 사람 사이로 누군가가 훌쩍 뛰어듭니다.
 
또 다른 량입니다.
 
'량':정신 차리십시오.
 
짤막한 말과 함께 그는 그대와 이곳의 량에게 눈짓합니다.
 
강지유:... 믿을 수 없을 만큼 맑은 정신이네.
 
이쪽의 량은 오히려 그대보다 더욱 황망한 표정입니다.
 
그야 그렇죠,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악몽이 량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는걸요.
 
여하간 '량'의 눈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언덕을 향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연단에서 가볍게 뛰어내린 '량'은 이내 제가 눈짓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그 발걸음에는 망설임이라곤 존재하지 않습니다.
 
량:전하, 이게, 대체...
저 자는 그때 그 괴한이 아닙니까?
 
강지유:... 량, 너 또한 느꼈을테지. 괴한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너와 닮은것을.
 
량:...하여 무엇입니까.
 
강지유:... 너란다. 수많은 세계를 건너뛰어온.
 
량:..... (믿을 수 없는 정보가 쑤셔넣어지면 말을 잃는다. 입만 벌리고 선 채 와락 달려드는 수많은 의문들 사이에서 저 홀로 헤엄을 쳤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올려다 본 하늘과 대지. 시선 닿는 곳마다 불바다여서 단 하나의 의문만을 우선적으로 해결한다. 오로지 너와 이 나라를 위한 의문만. 이마를 짚으며 크게 한숨을 터뜨리곤)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어 보이는군요. 그럼 알겠습니다. 방금 그 눈짓이 무엇인지.
가야 합니다, 전하.
 
강지유:... 량, 내가 지금 당장 흩어진 백성들을 한데 모을 수 있다 생각하나.
 
량:모을 필요가 있다면 모으셔야 합니다.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이미 저만치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시죠. 놓치겠습니다.
 
강지유:그렇다면, 될 수 있는대로 모아서 가지.
 
량:어떻게 말입니까?
 
강지유:설득을 하건, 네가 해치지않는 선에서 협박을 하건.
 
량:(결국 내가 알아서 하라는 소리잖아!) 아, 젠장! (성난 걸 끝내 감추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하다가) 알겠으니 일단 가겠습니다! (먼저 앞에 서서 달려간다.)
 
강지유:(이런 상황에서 또 저를 두고 달려가는 모습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저 배은망덕한 놈을 되는대로 쫒아갔다.)
 
앞장 선 량이 눈에 보이는 백성들에게 궁의 후원으로 모이라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걸음을 빨리 하다 보니 어느새 놓칠 것만 같았던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두 사람과 몇몇 백성들이 그 뒤를 쫓습니다.
 
그를 따라가면서도, 문득 아연해집니다.
 
그는 이런 광경을 도대체 몇 번이나 보아온 걸까요?
 
그의 발걸음을 따라 도착한 후원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커다란 불꽃이 복숭아 나무 언덕 곳곳을 불태우고 있어요.
 
가뭄이 들어 바짝 말랐던 탓에 더욱 잘 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전부가 타 버리는 것도 금방이겠지요.
 
불꽃은 기이하리만큼 커다랗고, 어쩌면 감당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
 
이성 체크
 
강지유: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2
 
관찰 판정
 
강지유: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불꽃이 지나치게 뜨겁습니다.
 
일단 어떻게든 이 불꽃을 끄지 않으면…!
 
강지유:일단 이 불길을 잡도록하라! (불길에 눈이 흐려져 마땅한것을 찾지는 못했지만, 제겐 백성들과 헤이즈가 있었기에...)
 
소환되어 온 신의 불꽃을 끄기에 인간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듯합니다.
 
강지유:(이럴 때 그는 어디있는거지?)
 
함께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주문에 대해선 일절 모르는 눈치입니다.
 
강지유:(다 가려주겠다 할때는 언제이고 정작 주문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일단 '량'을 붙잡아 세웠다.) 무슨 생각이지?
 
'량':(이미 옷 곳곳이 불에 탄 채로 땀을 비오듯 흘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것만 넘으면 됩니다. 이 재앙만 넘기면 모두가 살 수 있습니다. 이를 진압하고 재앙의 근원을 사냥한다면 이 나라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불길의 진원지가 되는 삼백 여 마리의 괴수들을 본다.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태양의 불길을 닮은 무언가의 기운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불길을 잠재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와주십시오, 전하. 저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저와, (뒤쪽에 있는 량을 보며) 제가 하겠습니다.
 
강지유:그건, 분명 저 괴물의 송환주문을 사용하겠다는 것이겠지.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이 맞는지, 확신을 갖기위해 물었다. 그저 이렇게 비도 내리지 않는 가뭄속에서 불을 끄려든다는건 한참을 생각해보아도 이상한 일이기에,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량':...송환 주문이요?
 
강지유:(이럴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네 반응이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다. 제가 괜히 백성들을 모아왔겠는가, 네게 아주 모독적인것이 적혀있는 그 책을 넘겼다.)
 
'량':(책을 받아 빠르게 넘겨 보고는 송환주문 페이지에서 멈춘다. 몇 초간 글을 읽다가 크게 눈을 뜨며) 이거라면, 이거라면 가능하겠습니다. 한둘로는 막을 수 없다 하니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편이 좋겠습니다만, (그럴 상황이 될까? 하고선 저 뒤에 쫓아와 아연실색해 있는 백성들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결심한 듯 널 한 번 봤다가) 알리고 오겠습니다. 신호가 있으면 함께 외워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지유:... 물론이지 않겠나. (아무리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해도 있던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너무나도 한결같은 모습에 웃음지을 수 밖에 없었다.) 어서 다녀오게.
 
'량'이 백성들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가는 도중 량과 '량'의 시선이 마주칩니다.
 
위기 앞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이들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도 빠르게 행동을 이어갑니다.
 
몇몇의 젋은 백성들이 둘의 가르침을 따라 주문을 익힙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대를 향해, '량'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옵니다.
 
강지유:... (그의 신호를 따라 천천히 송환주문을 시작했다. 흔들리지 않는 정신과 모두를 믿는 마음으로, 불길 속에서 고고히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신호에 모두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하나의 주문에 겹쳐집니다.
 
참가자 전원 마력 -1
 
……
 
얼마나 주문을 외웠을까요?
 
문득 그대는 주변의 온도가 한결 낮아진 것을 감각합니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거짓말처럼 불꽃들이 사라져 있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털썩.
 
'량'이 주저앉습니다.
 
하나밖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흘러내립니다.
 
그 얼굴은 어떤 환희에 차 있는 것도 같고,
 
달리 보자면 어떤 탈력감에 가까운 것도 같아요.
 
그대가,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어떤 감각들이 그를 뒤흔들어 놓는 것만 같습니다.
 
… 그야 그는, 단 한 번도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내보일 수 없었을테니까요.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글쎄요.
 
그대조차도 형용할 수 없는 어느 감각이 그대 자신을 흔들어 놓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참으로…
 
"재미있구나."
 
라고, 그대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웃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남자 하나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연하게 웃는 그 얼굴은 마치 이 세계의 것 같지가 않습니다.
 
꽃같은 얼굴을 하고서 남자는 한들한들 걸음을 옮겨 이내 '량'의 앞에 섭니다.
 
"그리 악에 바친 얼굴을 하고 있더니만…, 실로 그 재앙을 치워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지.
 
아슬아슬했어, 아슬아슬했지만… 역시 너희들은 절박할 수록 퍽 즐거운 것들을 내게 보여주는구나."
 
상냥하기까지 한 어조로 이야기하며, 남자는 눈물이며 화상자욱으로 엉망이 된 '량'의 뺨을 쓸어줍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까지 상냥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약조를 지킬 시간이지?"
 
'량':(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이 때가 왔구나.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순간이.)
 
강지유:... 량아.
 
'량':(목소리에 돌아본다.)
 
강지유:(서로가 잘 알고있는 끝이였다. 처음부터 이별을 약속했던 관계였기에 우리는 시작 할 수 있었다. 네가 아무리 '량'이라 해도 나는 이 세계의 량이 더 소중했으므로, 이 이야기에 반전은 분명 없을터. 그럼에도 나는 직감했다. 그 무엇으로도 너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바라는게 무어더냐. (어느 량에게 물어도 그들은 항상 같은 답을 내뱉었다. 제 의견이 중하겠습니까, 왕께서 마음가는대로 하시지요. 그럼에도 다시 물었다. 네 진심을 단 한번이라도 듣고싶었기에.)
 
'량':......제가 바라는 것은...
(이제와 무언가를 바란들 무엇할까. 연모한다는 말을 듣는대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듣는대도 곧 사라질 말. 이곳의 내게 상처만을 남길 말. 그보다는. 이곳의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네가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시절의 나를 안다. 나라를 망칠까, 제 주군을 망칠까 담고 눌러 검고 짜게 썩혀두었을 그 마음을. 제 주군이 다가오더라도 잘라내고 모른 척 해야 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을.)
망칠 것을 두려워 마라. 손가락질 받을 것을, 지키지 못할 것을. 또 네 출신을. 신분을. 네가 감히 주군을 연모함을 두려워 마라. 그게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네가 믿어 의심치 않는 주군께서 해주실 테니. 전하지 않은 말이라도 같은 본인이니 알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말을 마친 뒤에야 다시 너와 마주했다.)
 
'량':...그리고 하나 더 바라도 된다면, 부디 홀로 두지 말아 주십시오.
(아까도 보라. 아무것도 모르겠으나 일단 너의 명령이니 따르고 보겠다는 그 충절을. 그 속의 연정을 보았다면 다시는 몸뿐만 아니라 그 속까지 함께 걸을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고, 단 하나뿐인 눈이 올곧게 그 시선을 부딪치다가 환하게 웃었다.)
제가 바랄 것은 그뿐입니다.
 
강지유:... 이거 한대 맞은 기분이구나. (더이상 네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음을, 이것이 정말 마지막임을 네 진심을 통해 체감한다. 미안하다고도, 사랑한다고도, 잘지내라고도 하지않았다. 그 흔한 안녕이라는 말조차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완전한 이별을 겪고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이나 네게 틀에박힌 인삿말 조차 내뱉을 수 없어졌다. 하다 못해 네 왕이 있는곳으로 어서 돌아가란 말도, 우리는 잘지내겠다는 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옆에 서 있는 이를 도저히 저버릴 수 없습니다.
 
그대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이가 바로 그가 아니던가요.
 
저기 간신히 서 있는 그가 짊어졌을 무게가 지극히 무거웠을 것임을 압니다.
 
이 나라를 위해, 그대를 위해…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선뜻 손을 뻗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가 바쳐온 헌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임을 잘 압니다.
 
그 아연함에 눈을 내리감고 죄책감에 입술을 깨물면서도, 손끝을 뻗습니다.
 
마주 잡아 오는, 그대가 아주 잘 아는 손은 단단하고 따스합니다.
 
그리 손 잡은 채로 문득 시선이 마주칩니다.
 
기나긴 시간에 난도질당해 셀 수 없이 상처가 남은 그와요.
 
한 쪽만이 남은 량의 눈은 여전히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눈은 그저 이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혹은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그대를 지극히 아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천천히 입술이 벌어집니다.
 
'량':...강지유 전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담담합니다.
 
'량':...전하를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옥채 강녕하십시오.
 
강지유:... 잘, 가거라.
 
아, 이제는 이별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지요.
 
맞잡은 손을 단단히 쥐었습니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야만 한다면 옆에 선 이겠지요.
 
온전히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러므로…
 
그대 없는 수많은 시간을 견뎌낸 그를 바라봅니다.
 
이제는 그대 없는 영원마저도 그 어깨 위에 얹혀들 테지요.
 
그 무엇으로도 그를 위로하고 감싸안을 수 없습니다.
 
이는 더 이상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에 용서하라고 빌었던가요, 용서하지 말라 이를 악물었던가요.
 
그러나 어느 쪽이건 량, 그는 그대를......
 
다음 순간, 아름다운 남자가 선연하게 웃습니다.
 
그것이 그대의 선택이라면.
 
그 말과 함께 '량'의 발끝이 느릿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꼭 잔상이라도 되는 것 같아요.
 
발 아래서부터 조각조각 흩어지는 그 모양은 꼭 꽃잎과도 같습니다.
 
이내 붉은 바람이 그를 휘어감습니다.
 
무릎을 먹어치우고 이내 가슴까지 올라가,
 
마지막 순간 보이는 것은 오로지 그대 곧게 응시하는 하나의 시선이었다가…
 
그마저도 흩날려 사라집니다.
 
분명 각오하고 있었는데도 그 광경은, 그대 가슴 어느 한 켠을 베어내는 것만 같아요.
 
이성 체크
 
강지유: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성 -3
 
이제는 이 곳에 둘만 남았습니다.
 
단단히 손을 맞잡은 그와 그대가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아요.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듯, 알기 전과 알고난 후는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시선 끝에 닿은 것은 죄책감일까요,
 
죄악감일까요,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다른 어느 감각일까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문득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
 
어느 사이였을까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꽃잎입니다.
 
그토록 피어나지 않던 복사꽃들이 만개한 채로 새벽 바람에 흔들립니다.
 
툭.
 
투둑.
 
보세요, 비가 내리고 있어요.
 
선연하고 투명한 빗방울이 꽃잎 위로 부서져 내리고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아래로 온 세상이 드러납니다.
 
복사꽃이 피었어요.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이것으로 이 나라의 안온은 영원이 되겠지요.
 
두 사람을 감싸안듯 여우비가 내리고 빛이 쏟아져요.
 
어쩐지, 눈가가 젖어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것은 모두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남은 아침의 이야기.
 
Ending 2. 桃花永泓 복사꽃 피어나는 영원이 지극히 깊어
 
KPC, PC 생환
 
이성보상 + 1D5
 
세상에서 사라진 단 한 사람에 대한 죄책감
 
기나긴 순간을 되돌아, 량은 요그 소토스의 만족스러운 먹을거리가 되었을까요?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