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C : 강지유
PC : 리안 헤이즈
...
얼마나 더 걸어가야 그 때의 우리를 찾을 수 있을까.
부디 나를 만나러 와줘.
휴대폰 위에 선명하게 떠오른 글자는 몇 번을 더듬어 읽어봐도 변함 없이 그대로 입니다.
부디, 나를... 만나러 와줘.
당신이 잃어버렸던 사람에게서 온 연락입니다.
기묘한 일 입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가요?
앞으로 몇 시간 후면 그 사람의 첫 번째 기일이 아니던가요.
폐를 한바퀴 돌고나온 호흡이 무겁기 그지 없습니다.
그 사람을, 어디로 만나러 가야 한단말인가요?
찾아 간다고 한들, 만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을 보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헤이즈, 당신이였습니다.
손끝이 겨우 스칠것 같은 애매한 거리감을 두고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이름을 부르면 지금이라도 금방 "왜?" 하는 평범한 인사를 건내며 나타날 것 같은, 그런 사람입니다.

헤이즈가 휴대폰 화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벼운 진동이 울리더니 문자가 한통 더 도착합니다.
짧은 문장입니다. 누가 장난이라도 치는걸까요?
그러나 어쩐지,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이짧은 문장에서도 지유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합니다.
헤이즈, 당신도 문자를 보내볼까요?

[ 어디? ]
누군가 방 문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노크소리는 매우 정중하고 어쩐지 다정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집에 있는 것은 탐사자 당신 뿐입니다. 누가 방문을 두드린단 말인가요?

(우선 화면을 통해 집앞에 있을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다.)
화면은 보이지 않고, 지유에게서 문자가 도착합니다.


서서히 문고리를 잡아 내려 열었다.)
어떻게 그리 쉽게 이야기하는지, 문만 열면, 그러면 정말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어떤 마음으로 문을 열건,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당신은 문을 열었으니까요.
그러나 문을 열면, 그너머는.
전혀 다른 세계 입니다.

방문 너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들이 당신을 부르기라도 하듯 화사하게 흔들립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꽃송이들이 빼곡합니다. 당신의 방문너머로 넓은 화원이 보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을 경험한 탐사자,
이성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66/33/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1 감소.
무어라 먼저 문자를 보내기도 전에, 문자가 도착합니다.
손에 쥐고있던 휴대폰이 가볍게 울리는가 싶더니 문자가 한통 더 도착해 있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문 앞에 펼쳐진 꽃으로 빚어진 세계는 평온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런 변화도, 혹은 누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작게 새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무엇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걸까요?
이 화원이?
기이한 기분에 시달리며 당신은 홀린것처럼 한 걸음, 최초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발 아래 와닿는 풀의 감촉이 지나치리만큼 선명합니다. 그거 한걸음 내딛었을 뿐인데,
왜이리 감정은 벅차오르는지.
여기 어딘가, 지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앉아,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화원 안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낡은 공중전화 부스가 하나 보입니다.
공중전화 부스에 따로 조명이 설치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화원 안은 잔잔한 햇살이 스며들어오는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아주 낡은 것처럼 보이는 공중전화 부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전화 벨소리가 울립니다.
마치 당신을 부르는 것처럼요.
따로 둘러볼 것도 없이 눈앞에 있는 낡은 전화 부스에서 시작된 것 입니다.
전화를 받을까요?

(지체없이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댔다.)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대는 순간, 저멀리서 무거운 한숨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유의 음성입니다.
희미하게 흐려져 제대로 듣지않으면 내용을 전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먼 곳에서 들려오는것 같은 음성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것처럼 헤이즈에게 쏟아집니다.

무슨 말을 먼저해야, 당신이 덜 슬퍼할까요, 아니 덜 욕을 할까요? (작게 웃음소리가 울리고, 그가 여전히 고뇌하는듯한 머뭇거림이 작은 숨소리에 마저 묻어난다.)


다정한 당신을 끌어안고 조금 더 다정한 말들로 마지막을 나눌수도 있겠다고, 이건 너무 큰 욕심입니까.


또 무슨 말을 해야할까요.


그런 사소한 것들을 당신이 잊지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니까, 너무 많이 울지마세요.
또 만나게 될 거니까.

휴대폰에서 가벼운 진동이 울립니다.

지유에게서 도착한 문자입니다. 내용은, 또 만나게 되었죠? 입니다.

(지금? 수화기 한 번 쳐다보고,)
야.
공중전화에선 더이상 어떤 말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공중전화 너머를 바라보니 앞으로 이어진 길가에 빼곡하게 심어진 나무들이 보입니다.
다가가볼까요?

나무 근처로 다가니 자그마한 표지판이 옆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고 짧은 문장이 하나 쓰여있습니다. 읽어볼까요?

[변함 없는 사랑, 영원한 행복.]

hp-1 감소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막연하게 꽃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듣기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55/27/11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바람처럼 가벼운 소리가 어딘가
들려옵니다

무언가를 부르는것 같기도, 아닌것 같기도.
화원 안은 고요하기 그지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방문에서 이어진 길에서 누군가와 마주친다면 더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왠지 저 소리를 따라 걸어가야할것만 같습니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계속 걸어가다보니, 지유에게서 문자 하나가 도착합니다.


[ 뭐. ]




[ 영원히 거기서 기다리던가. ]
(폰을 쑤셔넣고 계속 걷는다.)
어느새 화원 안에 놓인 작은 벤치에 다다르고, 그 아래 이름 모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붉고, 아름다운 피안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 피안화입니다.
벤치 위로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작은 노트가 한 권 올려져 있습니다.
읽어볼까요?

또다시 휴대폰으로 지유의 문자가 날아듭니다.

(핸드폰을 꺼내 본다.)
문장은 선명합니다. 당신이 일기를 읽었다는 것을 아는 것 처럼, 원하는 바가 분명하게 담긴 문자입니다.
[우리, 이번에야 말로 같이 죽을까?]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난 다음에는, 지유의 말처럼 편안해 질까요?
무척이나 고요하고 평화롭다는 그이 말처럼 당신도 쉴 수 있게 될까요.
정해진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휴대폰 화면 안에 떠 있는 문장들이 선명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이번에야말로 같이 죽을까,
어디선가 지유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발치에 흐드러지게 핀 피안화 위로 물안개가 번져듭니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축축한 습기가 비로 만들어진 세계로 당신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저멀리, 어딘가에서...
...
다시 전화벨 소리가 들려옵니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금방 흐려져 사라질듯 작은 소리 입니다. 그러나 헤이즈, 소리를 찾아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전화벨 소리에 겹쳐진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길을 떠나면... 분명 헤매이게 될거에요.
그야 당연합니다. 당신을 이 화원으로 불러온 사람은...
...
흥얼흥얼, 가볍게 울리는 노랫소리가 이질적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익히 알고있는 사람입니다. 물 속에 잉크가 번져드는 것 처럼, 자연스럽고 깊게 울려드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천천히 돌려 보면...
아.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운 모습이 희미한 물안개 속에 번져 있습니다.
햇살이 그림처럼 화원의 유리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그 사람은 투명한 우산을 펼쳐 쓴 상태 입니다.
잔잔하게 가라앉은 다정한 눈동자,
부드럽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당신과 눈이 마주치면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매끄럽게 휘어지는 입매까지.
그러나 어쩐지, 숨이 턱 멎을 정도로 막막한 슬픔이 파도처럼 당신에게 쏟아집니다.
온세상이 무너져서,
그 잔해에 깔린 것 처럼요.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사람의 모습이, 왜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기억속에 있던 모습과 비교해도 그케 달라진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헤이즈가 길게 그은 흉정도.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게 보이는것 같기도 합니다.
행복하다니.
당연한 일인듯 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입니다.
헤이즈의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앉고는, 그 손에 자신의 휴대폰을 들려줍니다. 당신과 주고 받았던 문자가 떠 있는 화면입니다.


이질적이게도 가지런한 숨소리로 말을 대신 고른다. 숨은 이성보다 감정에서 말을 찾았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먼저 말이 튀어나갔다.)
1년...만에 만난 놈한테, 같이 죽자는 말을 들었는데, 표정이 안 이상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넌 진짜 좋았냐? 나랑,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정말 좋았냐고. 너도 그, -... (갑작스러웠을 거 아냐.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와서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되기 전=죽이기 전)


(말을 멈춘 입이 벌어진 채 멈춘다. 그렇다면 그건 진심. 매 순간 제게 보여왔던 네 모든 모습이 진심이었다면,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됐지? 드디어 돌아간 눈이 너를 향한다. 그 미소와 눈길을 마주한 채, 스스로 만들어낸 몰락의 질문을 던진다.)
이 제안, 너를 위한 거냐, 나를 위한 거냐.
...
제 손에 들었던 동백 꽃다발들을 가득 안겨주곤 잠깐 걷자며, 화원 안으로 걸어들어가 버립니다.
화원...
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공간은 지유와 함께 걷기 시작하자 갈 수 있는 곳 보다는 갈 수 없는곳이 더 많습니다.
여전히 투명한 우산을 어깨에 걸쳐 쓴 채로 걷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몇 걸음 걷다보니, 마치 작은 감옥에 서있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럼에도 두사람은 함께 걷습니다. 얼마만인지 모를 시간을 겨우 돌아서 함께 걷는 길이 왜 이렇게 눈물 겨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나면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할 수 있는 말 보다는 할 수 없는 말들이 더 많습니다.
지유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잘 털어놓으려 들지 않습니다.


애초에 더 바랄 것도 나아질 것도 없는 삶이었다. 나은 삶을 바라서 그렇게나 악착같이 타인의 비위에 맞춰 이제 정점에 섰는데, 그렇게 서 있으니 남는 건 사치밖에 없었다. 정작 원하던 것은 남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버린 거나 다름없었어서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돌연 전환을 맞았다. 그 이상하도록 행복했던 일상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 정신을 침식했다. 그래서 너를 지독하게 원망했다. 그런데, 네가 그것이 진심이었다 말하며, 지금 이것도 나를 위해서라 말하는 거면.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이 또 그와 맞닿아 있다면.)
...어떻게.

그의 공간에 들어선 헤이즈,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지유의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비록 이곳에 혼자 있긴하지만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모습은...
'살아있는 사람' 그 자체로 느껴집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무슨일을 겪었길래, 이사람은...
...
지유를 바라보는 것이 힘이 듭니다.
꿈속에 잠긴 것 처럼, 혹은 물 속에 던져진 것 처럼요.
웃고있는 얼굴이 상냥하고 다정한 것은 여전하지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불쑥 피어나 크기를 불려갑니다.

네 손을 우악스레 잡고는 무작정 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끌고 가기 시작한다. 왔던 곳으로. 감옥 같은 공간이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내가 들어왔던 곳으로 너를 데리고 나가는 것.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러다 길을 잘 못 들었는지, 조금 틀어진 길을 향했을 뿐인데 불투명한 유리같은것에 막혀 부딪히고 맙니다.
정말 작은, 유리 감옥처럼...
그러다 문뜩, 오두막의 뒷편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소름끼치게 적막하고, 유독 채도낮은 빛으로 오롯이 존재 하는 장소에 눈길이 향하게 되는것은 당연했습니다.
다가가볼까요?

(당부한 뒤에야 혼자 가까이 다가간다.)
숨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그곳은, 바로 늪입니다.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도통 헤이즈로서는 알 수 없는 아득한곳, 천천히 지유가 다가와 말합니다.


(늪 한 번 보고. 너 한 번 보고.) 그럼 넌 뭔데?
(바닥을 가리킨다.) 저게 있어야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거면, 똑바로 말해.


멀어지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늪에 넣어볼 만한 막대기는 없을까. 건져낼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둘러보다 결국, 오두막 집안까지 도달한 헤이즈는 그곳이 늪처럼 적막한 공간이 된것을 느낍니다.
소리가 사라지고, 마치 깊은 바다 속에 잠겨 있는 것 처럼 헤이즈의 생각은 점점 느려져 어쩌면, 그러한 의문들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책상위로 석판하나가 눈에 걸립니다.
종이도 아니고 석판이라, 한번 읽어볼까요?

....?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석판을 읽고난 헤이즈는, 어쩐지 그런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그가 하얀시종에, 해당되는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먹이? 내가 먹이인가...? 아니면 우리가 먹이인가?)
아무래도 역시 지유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을 건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석판을 뒤집어볼까요?

(쓸 만한 것들이 있는지 서둘러 둘러본다.)
(시종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애완인간이 된 지유인지, 아니면 별개의 존재이고 지유는 이미 애완인간이 된... 아아아.... 머리 벅벅 헤집는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유를 설득해서 데리고 나갈 자신이 없다면, 그럼 늪 안으로 밀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그때 발걸음이 들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그가 다시 돌아옵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그 타이밍에


생각해봤는데. 네 시체가 보고 싶어졌거든. 미안하면 협조하지 그래.


(그러니까 와 봐. 앞장서서 늪으로 갔다. 너보다 반 발짝쯤 뒤에 멈춰 서서, 안쪽을 빤히 쳐다보며)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순간 너의 등을 밀었다. 늪을 향해 밀리는 몸을 우산이 지탱할 수 있을까. 구해줄 수 있나.
너의 반말을 들으며 피가 차갑게 식어갔다. 만일 이것이 그때의 연장선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내가 또 다시 그때와 비슷한 함정에 빠지고 또 괴로워질 뿐이라면.
잠깐 동안 네가 진짜 너 자신이 아니라 미쳐버린 무언가이고, 알 수 없는 것의 시종이고, 그런 것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나를 위해 행동한다면 거기에 넘어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두 번이나 같은 것에 의해 무너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결국 결말은 이것이었다. 이곳에 남는 것은 네가 원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이곳을 나가 다시 살아 있는 상태로 마주하는 것이다. 결국 이건 다 너를 위해서였다.
밀린 몸을 쳐다보는 그 눈이 차갑고 붉었다.)
지유를 삼키는 동안에도 늪은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을 다 잡아먹은 고요함 속에서, 얼핏 지유와 눈이 마주친것 같습니다.
분명 사람을 밀어 빠트렸는데,
손 끝에 닿은 느낌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그저 미미한 감각만이 맴돌고...
물에 빠지는 소리라도 나야할텐데,
왜 그런 기색조차 없는지.
...
늪 안으로 직접 손을 휘저어봐도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를 밀어 넣은것이 정말 맞기는 한지, 늪은 요동조차 치지않습니다.
거짓말처럼 가라앉은 지유의 흔적을 계속 해서 쫒고
찾아 헤메기를, 마치 그가 죽고난 후의 세상에 또 다시 홀로 남겨진것만 같습니다.

(돌아가야 하나.)
어라?
주변을 둘러보니 화사하게 피어있던 화원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익숙한 벽지와 익숙한 가구들이 당신을 반깁니다.

비가 내리는 바깥도, 닫혀있는 방문도 모두 그 화원에 가기전과 같습니다.

그것은 그저, 한밤의 꿈이였던걸까요?
그러다 문득 침대 옆으로 무게감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봅니다.
일 년 전 그 사람을 보낼때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지유입니다.
끈이 떨어진 인형처럼,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그.
서둘러 다가가 확인을 해봅니다. 그가 살아는 있는지, 코밑에 손을 대고요.

그는 분명 자신이 목줄기를 꿰어 죽였었습니다. 여전히 숨을 쉬지 않는게 당연하다고, 그렇게 납득도 해봅니다.
그러다 작게, 가느다란 숨결이, 손가락 끝에 닿아옵니다.

야... 야, 살았냐? (뺨을 툭툭 쳐보고)
천천히 깨어날듯한 조짐이 보이고,
눈꺼풀이 들리며 회색의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END.2 KPC, PC 모두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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