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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리지

[리지] 미완성의 스케치 2019-11-02


KPC : 강지유

PC : 리안 헤이즈



...
구름이 조금 낀 환한 오후, 헤이즈는 거리를 걷습니다.
거리는 붐비고, 사람들은 각자 갈길을 찾아 바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한창의 봄이라 그런지 날씨가 좋습니다.
그러고보니, 지유와 처음 만났을 때도 이맘때쯤 이였던 것 같습니다.
파티에서 만나, 싸우고 길을 걷다 사람에 빠졌던 나날들.
곧 만난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선물로는 무얼 주어야 할까요?
아무래도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지유는 보통 화인들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존재니까요.
오늘은 지유의 집에 초대받은 날입니다.
본가라는 곳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 어쩐지 조금 떨리는 기분입니다.
집들이 선물로 준비한 꽃을 좋아해준다면 좋을텐데요.
횡단보도를 건너고, 십분쯤 서둘러 더 걷자 한산한 터가 보이고... 너무로 거대한 저택이 보입니다.
대대로 찻집을 운영해왔다고 하던가요,
리안 헤이즈:(꽃다발 들고 약간 허망하게 본다. 되게 크네.)
가게와는 분리된 저택은 꼭 홍차를 타마셔야 할것만 같습니다.
광활하다시피한 정원을 가로질러 으리으리한 대문앞에 섭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뒤 자동적으로 문이 열립니다.
안에 사람은 없는 것일까요?
리안 헤이즈:...? (기웃)
그런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으리으리한 계단이 앞에 늘어서며 두갈래로 나뉘는 2층의 구조가 보입니다. 저 천장위로 위치한 화려한 샹들리에도요.
그때, 계단 너머에서 지유가 나타납니다.
리안 헤이즈:(발견하고 우뚝 선다.)(
(꽃부터 뒤로 숨겼다.)
강지유:어서와, 우리집에. (제 장소에 자리하고있다는 편안함때문일지, 기묘할만큼 평화로운 얼굴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가 웃음짓는다.)
리안 헤이즈:어,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말을 골랐다.) -초대해줘서 고맙다.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는데. (어쩐지 작아진 기분이 들어 은근히 시선을 피하며 한 발, 두 발 다가간다.)
강지유:왜이리 위축됐어.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세고, 무언가 준비라도 한것인지 제 뒤로 숨겨낸듯한 모습이 어설프기만 해서 성큼성큼 다가가 가까히 마주했다. 어색하게 선물을 건내는 네 모습이 보고 싶었기에 부러 뒤로는 시선을 주지않으며 장난스럽게 너를 툭쳐본다) 안주인이 되면, 이게 다 네꺼일텐데?
리안 헤이즈:안...! ..주인 같은 소리 하네. (확 열이 올라 결국 고개를 돌렸다. '다'라는 말에 밀려들려는 잡생각들을 애써 지워내며 가까이 다가온 너를 옆눈으로 흘깃 보았다. 내가 생각해도 어색한 숨김이었는데, 모를 리도 없고. 그럼에도 말 한 마디 꺼내지 않는 모습이 짓궂어 짜증을 내듯이 뒤로 숨겼던 꽃다발을 네 품에 확 밀치듯 안겨주었다. 제 꽃인 양귀비가 수국 같은 모양으로 흐드러지게 꽂힌 모양. 곳곳에 네 꽃의 색을 닮은 안개꽃이 샹들리에의 불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자. 초대 선물. 되게 귀한 거야. ...내 꽃이니까. (웅얼웅얼 소리가 사라진다. 마지막 마디는 거의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강지유:예쁘네. (흐드러지게 피어진 꽃들처럼 그가 나지막히 미소를 피워보였다. 분명 저렇게 툴툴거리면서도 오늘 약속을 생각하며 애정을 담아 작업했을 네가 머릿속에 그린듯이 떠올라서, 그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왜, 돈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면서. 한번에 다 가질 수 있는, 기회인데.
리안 헤이즈:(만개한 채 생생한 생동감을 뽐내는 꽃다발 너머로, 그보다 더 향기 짙은 미소만이 눈에 들어온다. 그 은은한 미소에 취한 듯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몰래 입술 안쪽을 꾹 물었다 놓았다. 헤프게 올라오려던 웃음이 목구멍을 타고 도로 내려갔다.) 싫다고는 안 했어.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둘 건데.
강지유:아, 배고프지? (미처 깜빡하고 있었다는듯, 네 투덜거림을 듣고나서야 깨달았는지 그가 움찔 놀라 손끝을 떤다. 느긋하고, 걸음걸이에 자신감마저 묻어나는, 흠잡을곳 없었던 그는 어디가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부드럽게 네 손을 잡고 익숙한 모습으로 식당에 너를 이끌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길쭉한 테이블의 양 끝에 의자가 놓여져있는 것이 보이고,

이미 음식을 전부 준비해둔 듯 테이블에는 맛있어보이는 고급진 요리들이 가득합니다.

커다란 칠면조에 야채와 과일로 속을 채워 오븐에 구운 요리부터, 입맛을 돋울 콩소메 수프와 견과류를 얹어 만든 파이, 열댓가지나 되는 빵과 치즈류, 얼음이 채워진 샴페인까지.
가운데에는 커다란 꽃병마저 자리해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습니다.
리안 헤이즈:(이끌려 타박타박 들어와서는 테이블이 무너질 것만 같은 요리들을 보고 놀란 듯 눈이 약간 커졌다.) 다 네가 한 거야?
강지유:물론이지. (이곳엔 거의 대부분 저 홀로 존재했다. 가끔 사용인이 오곤하지만, 너와의 시간을 위해 식탁을 가득 채우게 요리했다. 적당히 꽃들을 들어 네가 자리잡아둔 모양이 흐트러지게 조심해서 꽃병에 꽂아두곤) 왜, 또 반했나?
리안 헤이즈:그래, 반했다. (여전히 테이블 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 많은 것들을 혼자. 손님은 자신밖에 없는데.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가도 새삼 마음 한 구석이 쿡 찔려선 저도 모르게 가벼운 미소를 걸었다.) 봐도 봐도 놀라겠네. (나지막이 말을 흘리며 제 자리로 생각되는 곳 근처에 가 의자에 손을 얹었다.)
강지유:다른곳은, 다 먹고나면 안내시켜줄게. (네 대답이 퍽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살풋 끄덕여보인다. 의자라도 빼주려 했는데. 언제가 그랬듯 성격급한 네가 먼저가 자리를 잡는 것을 익숙하게 기다리다가, 완전히 자리할때쯤 저또한 제 자리로 가서 앉았다.)
리안 헤이즈:기대하고 있어도 되는 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너무나도 익숙했던 생활 탓에 자신을 보며 기다리는 네 시선의 의미도 모른 채 가만히 쳐다보다 큼, 하고 괜히 목 한 번 가다듬곤 소리 없이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네가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강지유:다먹고나면 진하게 침실구경이라도, 하러갈까? (둘사이에서 빠질 수없을, 분명 많을 뜻을 담고있을 농담을 가볍게 던지고는 물을 한모금 머금고 삼켰다. 음식, 입에 맞았으면 좋겠는데. 네가 무엇부터 먹을지, 먹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든 네 모습을 그린듯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지는 그였다.)
리안 헤이즈:(네 말에 샴페인 잔을 들어올린 채로 멈칫했다. 말뜻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그것이 농담인 것도. 그리고 진심이어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하루는 길 테니까. 언제 멈췄었냐는 듯 손이 다시 움직이고 샴페인 한 모금으로 입을 축였다.) 내가 고팠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고. (입꼬리를 씰룩이며 가까이 있던 스프를 한 숟갈 떠왔다.) 아예 자고 갈 준비도 해올 걸 그랬어.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며 스프를 먹었다. 따뜻하고 달콤한 액체가 부드럽게 목을 감싸고 넘기는 느낌이 마냥 향긋했다. 맛있다. 재차 놀라면서 칠면조도 뜯어다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을수록 차츰 접시를 오가는 손짓이 빨라졌다. 그대로 몇 가지를 더 맛본 후에야, 자신이 뭐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맛있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을 정도로.
강지유:너 한명 못재울리가 없잖아. (네가 고팠다는 소리에 말없이 숨을 들이켰다. 분명 그랬을지도 모르지. 제가 너를 위해 준비한 음식들을 한 입을 먹어보고는, 네 입맛에 딱 맞았는지 화하게 얼굴이 풀리며 아무말도 없이 먹어보이는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굳이 말해주는 네가 참 다정하다고 해야할지. 체하지 않도록 차갑게 유지해둔 샴페인을 열어 능숙하게 네 잔위로 따라내어 주었다.) 전에 좋아한다고 했던것같아서, 준비해봤는데, 잘됐네. 이것도 마셔봐.
리안 헤이즈:(음식을 마저 씹어 삼키며 너를 본다. 정말 자고 가겠다고 할까? 어차피 내일의 일이라고 해봤자 탐욕 덩어리들을 상대하는 일밖에 더 있을까. 답지 않게 진지한 고민을 잠시 하고는 유리잔으로 시선을 내리며 떨쳐냈다. 이 대답은 나중에 다시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새로 채워진 잔을 한 번, 너를 한 번 봤다가 말없이 잔을 들어 마셨다. 음식에 샴페인이 스며 섞이며 넘어간다.)
강지유:이 삼페인, 자주 마셨는 데. (그 순간 샴페인잔이 테이블 아래로 떨어지고, 당황한 그의 모습이 한눈에 담기며 괜찮다고 손을 내저으며 유릿조각을 치웠다. 이 샴페인만 들려고 하면, 꼭 문제가 생겨. 숙이고 말해서인지 그의 목소리가 작게 묻히고 이내 또렷히 고개를 들며 그가 물었다.) 그렇지 않아?
유리조각을 담던 손이 멈춥니다.
리안 헤이즈:...뭐? (잘 들리지 않은 말을 되묻고는 샴페인을 가만 바라본다. 그랬던가.)

순간적으로 멍해지는 눈길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로 흔들리는군요.

이내 되묻는 네 말에 언제 그랬냐는듯 표정이 갈무리되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합니다.
그러고보니, 지유의 말투가 원래 저랬나요?
또, 우리가 이 샴페인을 마신 적이 있던가요?
아무리 샴페인을 바라보아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리안 헤이즈:(샴페인에서 고개를 돌렸다가 흔들린 표정을 스치듯이 발견했다. 그러나 곧 사라진 것에, 내가 잘못 봤나?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 잔을 내려놓고는 의자에서 일어난다.)
...야, 나와. 냅둬 그거. (널 밀어내곤 자신이 조각 앞에 쭈그려앉는다. 잠시 조각을 보다가 널 올려다보며) ...피곤해?
강지유:아냐, 괜찮아. (괜찮대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순순히 네 손길에 밀려나며 자신을 바라보는 너를 마주한다. 조금 일찍 일어나 너를 위한 요리를 하고 옷매무새를 조금, 신경쓰기는 했지만 피곤할정도는 아니였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저 구석에 있을 쓰레받이를 가져오기로 했다.)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이, 무언가 이상한 것도 같습니다.
심리학 판정을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지켜본다. 뭘까.)
슬쩍 슬쩍 보이는 얼굴이, 어딘가 크게 놀라보입니다.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일까요? 지금은 잔잔히 가라앉았으나
괜찮다는 말은 역시 거짓말 같습니다.
리안 헤이즈:(아무래도 쉬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안내를 받을 때인가. 생각하며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동안 흩어진 유리조각들을 차분히 한 손에 쌓고 잔해를 구두로 밀어 모았다.)
강지유:(잔해를 잘 모아둔 네 모습에 작게 웃음 지어주고는 청소도구로 모두 쓸어담고 네 손의 조각들까지 받아 적당한 곳에 치워두었다. 나중에, 잘 정리해서 버릴수 있도록) 식사가, 엉망이 됐네. 손에 다친곳은 없지?
리안 헤이즈:별로. 음식도 괜찮았고. 나보단, (네 손을 붙잡아 직접 살폈다.) 괜찮냐? (그리곤 손뿐만이 아니라 안색도. 네 뺨을 감싸듯 붙잡고는 찬찬히 낯빛을 살폈다. 눈동자를 마주하는 눈이 꼼꼼히도 네 상태를 점검했다.)
강지유:알잖아, 나는 죽을 수도, 늙을 수도 없는 몸인거. (자신을 상처낼수있는 것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걱정하는 너가 왠지 낯설어서 제 뺨을 감싼 손을 제 손으로 덮고 뺨을 부비며 회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어떠한 것으로도 형용할수없는 회색눈이 너를 바라본다. 아니, 정정하겠다. 자신에게 상처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너뿐이였다.) 집안이나, 마저 구경시켜줄게.
리안 헤이즈:그거 말고. 괜찮냐고. '너'.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부분에서. 물론 외적인 상처도, 아무리 너를 상처입힐 수 없다 해도 상처가 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본능적으로 마음이 서늘해질 테였지만. 금색 안에 회색빛이 섞여 비쳤다. 정말 괜찮은 건가. 내가 오늘 특히 예민한 걸까. 손을 내린다.) ...중간에라도 영 이상하면 말해. 불사신이고 뭐고, 아픈 사람 끌고 구경 다닐 생각 없어.
강지유:두번 떨궜다간 찐하게 침실구경 하게생겼네. (부러 들으라는듯 조금 투덜거리는 투로 너한테나 들릴만큼 작게 소리냈다. 다정하기도하지. 걱정된다는 말을 영 좋게 말할생각은 없어보이는 네가 너무나도 익숙해서, 내려진 손을 바로 잡고는 제 서재로, 너를 안내했다.)
리안 헤이즈:그래, 아주 찐하게 구경시켜줄 생각 있거든. (투덜거려도 통하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다가 별 말 없이 손 잡은 채 네 뒤를 따랐다. 여전히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넓찍한 서재 안으로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책장에 천장 끝까지 책이 들어 차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빚해온 것일까요?
아주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진듯 한 고서처럼 보이는 책부터, 최근 유명세를 탄 작가의 베스트셀러까지.
온작 책, 사전, 묶음으로 된 알 수 없는 종이 뭉치들까지...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 같습니다.

첫번째 책장 앞에는 커다란 책상이 보이고, 오른쪽의 넓은 공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보입니다.

리안 헤이즈:...이렇게까지 책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감탄하는 시선으로 돌아본다.)
강지유:굳이 모으지않더라도, 이렇게 오래 살다보면 늘게되어있어. (네가 방안을 둘러보며 적응하는 동안 피아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편안한 가죽 의자에 앉았다. 흑백의 건반위로 가느다란 손가락이 얹어지고, 하나, 둘, 셋,.. 조용한 서재 안을 멜로디가 흘러, 가득채우기 시작했다.)
리안 헤이즈:(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피아노 주변으로 다가가 그 매끈한 몸체를 쓸다가, 가만히 네 옆에 앉았다. 멜로디를 들으면서 귀에 익는 대로 음 몇 개를 화음으로 얹는다.)

매끄러운 연주가 점점 헤이즈의 화음과 더해져 풍부한 음감 속에 갈무리 됩니다.

둘이 만났던 그때 쳤던 곡과는 다른, 조금은 난해한듯한 곡이 친숙한 클래식을 콩쿨때 쳤었노라며 자랑했던 그때와는 퍽 다른 느낌입니다.
언제 이렇게 준비했던 걸까요? 지유가 당신을 마주하며 환하게 웃습니다.
강지유:어때, 괜찮은 연주였나...? 요전에 연주회에 갔을 때, 이 곡 정말 좋아했잖아. (기억하고 연습해둔 자신을 칭찬해 달라는듯, 반짝이던 회색눈이 천천히 굳어간다. 매두사와 마주 하기라도 한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듯, 혹은 무언가가 잘못 됐다는듯...아니면...? 굳어진 눈동자가 번져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리안 헤이즈:이전? (자신은 모르는 이야기. 아니,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내 쪽인가? 저렇게나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되려 제 쪽이 헷갈려졌다. 그리고 침참하는 눈빛을 다시 마주했다. 아까, 그때와 비슷한 기색에 이번에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뭔데. 미간이 약간 좁아들었다.) 야. (눈 앞에서 손가락을 딱! 튕겨 보였다.) 역시 너 지금 상태 안 좋은 것 같다. 어? 야. (고개를 잡아 억지로 자신을 향하도록 돌린다.) 나 봐. 왜 그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금방 얼굴색을 찾은 지유가 재빨리 웃으며 잠시 급한일이 생각나 자리를 비우겠다는 말을 합니다.
저택의 방 중 수리해야 하는 곳이 있는데 확인하는 걸 까먹었다면서요.
그런 그를 보며, 심리학 판정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3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지유는 척보기에도 당황해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까보다도 더 혼란스러워 하는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뭐라 할세도 없이 결국 문밖으로 황급히 나서며 저택은 몹시 넓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라는 말만 남길 뿐입니다.
물론 금방 다녀오겠다는 말또한 덧붙이며 말이죠.
그렇게 방안에 홀로 남은 헤이즈, 이곳에서 뭐라도 읽으며 그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리안 헤이즈:(자리에서 일어날까 말까 움찔대지만 급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에 다시 의자에 털썩 앉는다. 뭐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가장 가까이 있는 책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꼭 들어맞는 나무 책장이 차례로 놓여있습니다. 꼭 작은 도서관 같네요.
잔뜩 낡아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종이 묶음의 고서부터, 최근에 나온 듯한 파스텔 톤의 하드커버 표지로 된 소설까지.
전부 지유가 그동안의 삶동안 모아온 책들입니다.
불멸을 산다는 것은 이런 것도 할 수 있단 뜻이겠죠? 책장을 손가락으로 흩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분이 좋아요
자료조사 판정을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
자료조사
기준치:60/30/12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몇가지 책들이 눈에 들고, 고서틈에 끼어있는 특이하게 거의 낡지 않은듯한 팽팽한 종이 묶음과, 검은 사전 같은 책들 사이에 끼워진 붉은표지의 팩, 얇은 책자를 골라냅니다.
무엇을 먼저 볼까요?
리안 헤이즈:(익숙한 붉은색 표지의 책을 꺼내본다.)
선명하게 붉은 표지의 책입니다. 펼쳐보니 사람이 녹아내리는 듯한 끔찍한 그림등이 수록 되어있습니다.
리안 헤이즈:...?
글을 읽을수 없는 언어로 되어있네요
이성 판정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튼튼...)
튼튼한 헤이즈는 익숙하게 종이를 넘겼습니다.
사전같은 책들 사이에 끼여있던 것 같은데... 지유가 잘못 꽂아놓은 걸까요?
리안 헤이즈:(이런 것도 모으나, 싶은 기분으로 한 장씩 넘겨간다.)
관찰 판정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설마 사람을 죽이는 101가지 방법 뭐 그런 사전은 아니겠지.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85
판정결과:실패
무언가 있었던것 같기도하고,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체 넘어갑니다.
다음으로는 무엇을 볼까요?
리안 헤이즈:(붉은 책을 제자리에 꽂아놓고 얇은 책자를 파라락 넘긴다.)
얇은 고급 종이로 된 책자입니다. 색이 바래지 않고 빳빳한 것을 보니 최근에 나온 것 같습니다.
제목을 보니 <명기의 역사> 라는군요.
리안 헤이즈:(명기?)
책자를 펼치니 바이올린부터 시작해 몇가지 악기들이 주르륵 소개 되다가...
낯익은 모습의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분명, 이 서재 안에 있는 그 피아노입니다. 옆에 설명또한 함께 적혀있네요.
리안 헤이즈:(설마 여기에 나온 걸 산 건가. 설명을 읽어본다.)
그때, 책자 사이로
편지봉투가 하나 떨어집니다.
리안 헤이즈:(후손이라. 피아노를 바라보다가 편지봉투를 다시 책자 사이에 끼워넣는다. 그렇지.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보다는 그가 관리하는 것이 낫겠지. 더군다가... 영원히 관리할 수 있을 테니.)
마지막으로 종이묶음을, 읽어볼까요?
리안 헤이즈:(책자를 놓고 문 쪽을 한 번 건너다본다. 아직 오지 않는지. 확인하고선 책자를 놓아두고 종이묶음을 본다.)
몇장을 넘기자 인간의 해부도를 시작으로 온갖 알 수 없는 그림들과 기호들이 보입니다.
리안 헤이즈:....취향을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내용을 알수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불쾌해지고 모독적인 기분이 드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역시 지유의 괴이한 취향인걸까요?
금방 오겠다는 말을 한것치곤 그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방안을 마저 둘러봐야겠습니다.
리안 헤이즈:... (자꾸만 느껴지는 이질감에 바싹 말라오는 입술을 축이며 책을 덮어 툭 던져뒀다. 찾으러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기다리라 했던 그 모습을 떠올리며 문으로 가려던 발을 멈췄다. 마침 앞에 있던 책상으로 시선이 돌아간다.)
책장 위에는 작은 꽃병과 방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촛대 장식물 정도가 보입니다. 책상 아래로는 서랍이 두개가 보이네요.
리안 헤이즈:(촛대를 어루만지다가 윗서랍을 열어본다.)
가벼운 필기구와 노트가 보입니다. 지유의 취향 그대로입니다.
맨아래에는 작은 다이어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열어보니 6이라는 숫자가 작게 쓰여져 있네요.
리안 헤이즈:6?
(뭔가 다른 말은 없는지 다이어리를 넘겨가며 살펴본다.)
그 외의 별다른 점은 없어 보입니다.
리안 헤이즈:(펜 테스트라도 했나.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고는 아랫서랍을 연다.)
잠겨있습니다. 열쇠구멍이 있는걸 보니, 열쇠가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리안 헤이즈:(소중한 거라도 넣어놨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면서 손을 놓는다. 돌아오면 물어볼까.)
(아직 돌아오지 않는지 살펴보며 피아노 의자에 도로 앉는다.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라도 된 기분이네.)
널찍한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 입니다. 꽤 낡아보이지만, 관리가 잘 된 것인지 몸체가 매끈합니다.
관찰 판정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
관찰력
기준치:55/27/11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매끈한 몸체 옆쪽에 흠집이 깊게 패여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잘 살펴보니 흠집이 아니라 음각으로 무어라 새겨진 글씨 입니다.
For. H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리안 헤이즈:(이전 주인이 쓴 건가. 후손이라 했으니. 그럼 H는 누구지? 각인을 손으로 매만지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대충 방을 둘러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헤이즈. 대체 지유는 언제쯤 돌아올 생각인걸까요?
아무래도 전화를 걸어봐야겠습니다. 궁금한 게 여럿 있기도 하고요.
지유에게 전화를 걸자, 몇번의 신호음이 가고 이내 전화를 받습니다.
리안 헤이즈:뭐하고 있어.
강지유:아, 헤이즈. 미안해. 오래 기다리게 했지? (훅, 그의 목소리에서 감정의 물결이 파고들고, 이 한문장을 내뱉는게 그렇게 힘든일인지. 네 인내심에 불을 지를듯 느릿하고 긴 여백이 난자했다. 어딘가 훌쩍이는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초조한 목소리가 끝을 흐리며 이어진다.) 그, 이쪽으로 와 줄래? 네게 보여줄게있어... 복도를 쭉 걸어서, 꺽어지면. 맨 끝에 있는 방이야.
리안 헤이즈:(울었나? 그런 생각에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다. 뭔가를 잘못했나. 고민해봐도 그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오늘은 완벽했다. 멋지게 주려고 했던 꽃다발을 그런 식으로 줘버린 것을 빼면. 그리고 그런 것 때문에 울 네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놀란 마음에 침묵하며 느린 말을 모두 주워 섬기다가) ...있어봐.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꺼진 전화기를 주머니에 도로 쑤셔넣곤 꽤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네가 말한 방을 향한다.)
서재를 성큼성큼 나서면서도, 창문 밖을 보니 밖이 꽤 어둑해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봄비라도, 내리려는 것일까요?
복도를 나서니 옅은 빛의 불이 라는거리는것이 보이고, 그가 말한대로 복도를 쭉 따라 걷습니다.
대리석 바닥에 부드러운 슬리퍼가 스치며 발자국 소리를 묻습니다. 그렇게 복도를 걸어, 걸음을 꺾으니 맨끝의 방이 보입니다.
그대로 쭉 걸으려는 찰나, 꺾자마자 있는 방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문고리엔 자물쇠가 잠기다 만 것인지 마스터 키와 함께 대롱 대롱 매달려있습니다.
지유가 있는 것일까요?
리안 헤이즈:(잠시 멈칫하고는 복도 끝방과 번갈아본다. 혹시 안내를 할 때 헷갈렸나?)
아까 알려준 방은 끝방이였지만, 아직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어가 봅니다.
리안 헤이즈:(소리없이 문을 밀어 연다.)
방안에 들어서자, 너비가 길고 천장까지와의 거리가 높은, 특이한 구조의 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면에 있는 벽은 두꺼운 벨벳으로 된 커튼이 쳐져있네요.
리안 헤이즈:(방을 휘 둘러보곤 커튼을 슬쩍 들춰본다.)
(역시 여기가 아닌가.)
커튼을 걷자...
눈에 들어온것은,
다섯점의 거대한 초상화와, 아무 그림 없이 비어있는 마지막 액자입니다.
초상화에 담긴 사람은
분명히,
부정할 수도 없이,
너무나 선명한, 익숙한,
헤이즈, 자신의 얼굴입니다.

리안 헤이즈:............?

이성판정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대체 왜, 이런 초상화가 있는것일까요?
리안 헤이즈:(아직 상황을 채 다 파악하지 못하고 눈만 꿈뻑인다.)
각각의 초상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리안 헤이즈:(자신의 초상화를 바라보다가 다른 초상화들을 바라본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부터 멀리 있는 것까지 하나씩.)
가장 먼저 보이는건, 가장 오래 되어보이는, 캔버스가 많이 낡고 색이 바랜 듯한 모습의 그림입니다.
물감이 조금씩 일어나있고 인물의 옷이 꼭 중세시대의 것처럼 고풍스럽습니다.
리안 헤이즈:...이거,
그다음으로 보이는것은
리안 헤이즈:(차츰 돌아가기 시작하는 머리. 그 다음도.)
밝은 야외를 배경으로 한 초상화 입니다. 햇살이 인물의 옷과 뺨으로 떨어집니다.
나룻배에라도 탔던 걸까요? 주위에 강이 보입니다.
다음으로, 시선을 넘겼습니다.
리안 헤이즈:(그의 얼굴도 바라보다가, 홀린 듯이 다음을 확인한다.)
가벼운 가운을 입은 인물이 애정어린 눈길로 앞을 바라 봅니다. 옅게 비치는 조명이 은은히 주위를 휘감은 것 같군요.
마지막으로, 빈 액자옆의 초상화입니다.
정장을 입은 헤이즈가 앞을 보고 있습니다.
리안 헤이즈:(한 발 뒤로. 또 한 발 뒤로.)
사진에 가까울정도로 정교한 붓질이 눈에 담깁니다. 꼭,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다섯 명의 헤이즈들이 있을뿐, 그들은 어떠한 점도 닮지 않았지만
그 그림들 위로 단 한점도 빠짐없이 진득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이 느껴집니다.
리안 헤이즈:(이런 건 말 안 했잖아. 안 알려줬잖아. 주춤주춤 뒤로 걷다가,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와 문을 쾅 닫았다. 그럴 생각이 없었기 떄문에 닫히는 소리에 오히려 자신이 놀랐지만.)
쿵,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떨어지고 열쇠가 청명한 마찰음을 내며 분리됩니다.
마스터키, 같은데.
아까 서재의 서랍을 열 수 있지 않을까요?
리안 헤이즈:(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주워 든다. 돌려줘야지. 또 알려주지 않은 곳을 봐버렸다가, 이런. ..이런 게. 그때서야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숨이 막힌다. 그가 있을 방 쪽을 쳐다봤다가,)
(열쇠를 손에 꽉 쥐고는 곧장 서재로 달려갔다. 보면 안될 것 같지만, 더 알고 싶다. 그것만은 자신을 속이지 못해서.)
...
책상 서랍을 열자 달랑 보이는 것은 무언가의 종이 묶음 입니다.
가장 아래에는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색이 다 바랜 너덜너덜한 종이가, 위로 갈수록 좀 더 최근의 것으로 보이는 다이어리가 발견됩니다.
대충 종이 상태를 보아하니, 시기별로 나눈다면 총 6묶음 정도.
강지유:마모되거나 훼손 되어 알아 볼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마모되거나 훼손되어 알아 볼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가 기다리고 있으니, 몇 부분만 흩어볼까요.
리안 헤이즈:(빠르게, 급하게 다이어리들을 듬성등섬 펼쳐본다. 말할 거니까. 봤다고 말할 테니까 더 훼손되어도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다.)
오늘 주문을 외울거야. 사랑해.

를 끝으로 가장 오래된 종이가 넘어갑니다.

리안 헤이즈:(울컥하니 올라오는 것이 있었으나 애써 무시했다. 사실 그것까지 받아들이기엔 이미 머릿속이 너무 많은 것들로 가득 차버렸다. 아무도 반기지 않았던 나를 영원히 기다려온, 기다릴 사람이 있다. 있었다. 그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심장조차 멈춘 기분이었다. 죽은 사람을 어떻게 되살려? 주문이 뭐야, 강지유. 도대체 뭘 대가로 치르고, 아니, 왜 그렇게까지.)
두 번째 종이가 펼쳐지고.
리안 헤이즈:(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종이를 구겼다. 발밑이 훅 꺼지는 듯한 느낌. 극심한 두통이 밀려온다.)
세 번째
리안 헤이즈:...하.
그리고 또 네 번째
리안 헤이즈:(말없이 다음 장을 넘긴다.)
(멈췄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지막으로 넘긴다.)

지리멸렬한 긴 시간은 종종 그 삶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괴롭힌다.

고통스러울 것임을 알면서도 어찌 넘기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이어리 낱장을 찢었는지 종이 한 장이 뚝 떨어집니다.
리안 헤이즈:(집어들었다.)
(떨어진 종이를 다이어리에 끼워넣었다가, 구겨서 멀리 던져버렸다.)
모든 진실을 깨달은 탐사자.
이성 판정 해주세요.
리안 헤이즈: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75
판정결과:실패
1d3 굴려주세요
리안 헤이즈:
rolling 1d3
(
3
)
=
3
3+1 이성 감소
그는 그를 죽일 칼날로 헤이즈를 예비해둔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온통 혼란스런 마음이 도통 진정이 되질 않습니다.
뚜루르, 갑작스레 전화가 걸려옵니다.
지유입니다.
전화를 받자 너머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리고.
강지유:헤이즈, 아까 전화했는데, 도통 오지를 않아서,,,
길을 잃었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리안 헤이즈:(목이 막혀 몇 번 입만 벙긋거렸다가 겨우 목소리를 텄다.) ...아니. 그냥,
.......지금 갈게.
강지유:... 너 정말 괜찮은거 맞아? 지금 어느쪽에 있어? (아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고, 전화기 너머로 희미하게 문이 열리고 뚜벅뚜벅 걷는 소리가, 그러다 갑작스럽게 멈춥니다. 숨을 급하게 들이키는 소리가 날 것 그대로. 봤구나. 전화가 뚝 끊어진다.)
리안 헤이즈:(끝까지 듣고 있다가 전화가 끊어지면 그대로 휴대폰을 내리며 일어났다. 다른 손에는 다이어리. 귀로는 네가 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문장을 끊임없이 되뇌인다.)
기다려봐도 발소리는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떤 소리도...
어디에 있을까요, 당신은.
가장 끝의 방으로 가봐야 할것같습니다.
당신이 어쩌면, 영원히 기다렸을 그곳으로.
리안 헤이즈:(시선을 돌린다.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걸음을 옮긴다. 도망쳤어? 그럴 리 없을 텐데. 옮기는 걸음이 아까만큼은 아니라도 꽤 빨랐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면의 벽이 통유리로 되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해질녘의 노랗고 붉은 빛이 유리를 타고, 아득히 새어 들어옵니다.
온통 하얀 방을 물들이고, 색을 입히는
강지유:그 한가운데에, 마침내,
그 한가운데에 마침내,
당신이, 그가,
이젤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림처럼.
말을 걸어도, 가까이 다가가도 미동이 없습니다.
묵묵히 그림만을 그릴뿐.
캔버스를 살피자 연필로 가볍고 부드럽게 그려진 스케치가 그려져 있습니다.
애정이 진득하게 녹아든, 헤이즈 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지유는 조용히 시선을 돌리지 않은채로 입을 엽니다.
강지유:마음에, 듭니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입니다. 파티에서 만나 헤이즈 당신이 사랑하는, 정중한 존댓말의 지유.
리안 헤이즈:....이, 망할 새끼.
마음에 드냐고?
뭐가. 그딴 식으로 너 자신을 갉아먹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그저 말없이 웃음짓는 모습이 그린듯 평화로워서, 아까의 불안했던 그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듯해 보입니다.
마치, 죽음의 다섯번째 계단을 밟은 사람처럼
평온하기 그지 없습니다.
리안 헤이즈:웃기는... .....미친-, ... (그러나 다음은 말로 내지 못했다. 지금 제 표정이 어떨지 몰라도, 그 얼굴과는 완전히 상반될 것임은 알 것 같았다.)
.......왜 나야.

강지유:... 네가 나를 진실로 사랑하는게 아니니까.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번 헤이즈는 그리 정상적인 방식으로 사랑에 빠진것이 아니였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은 너를, 때맞춰 주워왔을뿐. 그 또한 우리가 사랑에 빠질 운명이였다고 믿고싶었지만, 이 작고 사소한 점은 자신을 긁어 내렸다. 어쩌면, 네가, 어쩌면. 이런 이기적인 자신이 진절머리났다.)

리안 헤이즈:내가? 무슨 개소리야. (본인으로선 알지 못하는 사실. 그것은 곧 거짓과도 같았고, 자신에 대한 기만과도 같았다. 설사 그것이 진실일지라도. 어쨌거나 너는 제게 친절했기에. 그리고 너에 대한 모든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진실이었으니, 지금의 자신이라면 그 모든 것들에 있어 진실이었다.) 그렇더라도, 아니, 그럼 더 이러면 안됐지. 니 마지막 장을 이렇게 떠넘기면. 차라리 영원히 모르게 하지 그랬냐. 불멸자고 뭐고, 그냥 다 모른 척하고, 나한테 뭐 같이 대했으면, 차라리 그랬으면 둘 다 행복하기라도 했을 거 아냐.
강지유:적어도, 행복하길 바랬으니까. (캔버스에 저를 옮겨담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들에서 사랑이 묻어나 넘치는것을, 저는 그저 옮겨담았을 뿐이였다. 그림에서 묻어나는것은 사실 제 사랑이 아닌 너희들의 사랑이였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너여야만 했다. 사실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되뇌일수 있는 너여야만 했다.) 나를 사랑하는 헤이즈에게 이런 선택을 하게,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렇게 네 가슴을 찢어놓고 말았다. 정작 찢어져야 할것은 제 가슴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신을 사랑하는 너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날카롭게 갈아둔 팔레트 나이프가 그의 손에서 빛나고, 네 손에 조심스럽게 쥐어준다.) 언젠가 정신차리고, 말겁니다. (애초에 전봇대에 머리나 박고 사랑에 빠지는 멍청이가 어디있어, 정말. 그런데 그런 점 마저도 제가 알고있는 헤이즈와 다를 바 없어서, 웃음짓고 말았다.) 그래도, 원한다면 나를 죽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어떤 선택을 한대도 늘 같은 시간 속에서 널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니까...
리안 헤이즈:(짧은 웃음이 터졌다. 비웃음이었다.)
드디어 좀 사람답게 사나 싶었는데. ...야. 사람 조져놓을 거면 확실하게 조져. 죽이지 않아도 된다, 그딴 소리 말고. 나는 네가 알고 있는 그 사랑이 아니니까, 너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놈이니까 죽여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남은 생 내내 저주할 거라고. 그래야 내가 제대로 제정신 차리고서 꿈 깨지 않겠냐?
(받은 팔레트 나이프를 고쳐 잡고 위로 확 긋는다. 나이프가 네 뺨에 긴 자상을 남겼다. 그는 나이프를 휘두르며 울었다. 너무 어이가 없고 분해서 눈물이 났다. 결국 또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놈이 되었다. 지금 이 감정이 환영일지라도 이때까지의 모든 건 현실이었고 진짜였는데. 그래서 그 사랑이라는 거, 좀 받고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네 감정이 비추고 있는 건 내가 아니다. 한 순간이라도 사랑했던 이를 제 손으로 죽이고 현실로 돌아가, 그 뒤에 어떻게 괴로워하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자신이 아니었다. 과거의 어느 순간들처럼 다시 너를 사랑할지도 모르는 내가 아니니까, 이건 동반살인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인다. 그로써 아마도 서로가 바라 마지않던 결말을 내게 될. 그 사이의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는. 나이프가 다시 네 목덜미에 흉을 남긴다.)
걱정 마. 죽여줄 테니까.
(분명 웃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졌다. 서러운 감정이 폭발한 듯 처음 내보이는 눈물들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죽여서, 나도 편해질 테니까.
그가 대답을 듣고는 멍하니 헤이즈를 바라봅니다.

마치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것처럼.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는듯이.

그리고 이내 그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세상에서 가장 환한 얼굴로,

헤이즈를 향애 웃습니다.

크나큰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더 없이 기쁜 얼굴 이였지만, 마지막 한 마디 조차 내뱉지 않습니다.
고마워, 잘있어, 미안해
그 짧은 말 한마디 조차 내뱉지 않는 그를 가르는 나이프는 더 없이 날카로웠고, 분명 그를 뚫고 들어간 금속이였지만 사실 그가 없는 존재였던것 처럼 막힘없이 부드럽습니다.
어째서 마지막 당신을 향해 어떠한 말도 내뱉어 주지 않는 걸까요.
사랑하는 당신에게 죽음보다도 더한 원망을 들었음에도 그는 그저 두 눈을 껌뻑이고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아, 어쩌면 당신이라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팔레트 나이프를 뽑아내자 남아있었을지 모르는 숨이 끊어 집니다.
붉은 피가 캔버스위로 쏟아지고, 결코 쓰이지 않을 물감과 함께, 미완성의 스케치가 완성됩니다.
홀린 듯 휴대폰을 조용히 들고, 전화를 걸어봅니다.
단축번호 1번을 길게 누르고, 끝.
결국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고, 어디에도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않습니다.
오롯이 파가운 수신음과 당신의 부재라는 공백만이 거대히 남을뿐.
나를 사랑했다면, 가장 소중하다는 의미의 1번을 누르고,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다정했던 그, 멜로디를...
...
캔버스를 들어 지유에게 안겨줍니다.
그안의 나는 웃고 있었는데, 그곳에서의 나도 웃고있나요?
해가 지며 들어오는 빛에 짐짓 숭고해보이기까지 하는 얼굴과 함께.
잘자요, 당신의 그림은 완성이야.

ED 1. <완성된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