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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리지

[리지] 잠들지 않는 7일의 저택 2020-05-26


KPC : 강지유

PC : 리안 헤이즈



1866.04.03
분주한 대저택의 하루일과가 끝이 났습니다.
모든 정리를 마친 헤이즈는 한적해진 2층복도를 걸어갑니다.
댁의 주인어른과 부인, 다른식구들은 런던에 용무가 있어 한동안은 이 깊은 숲속 저택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고,
저택에 남은 하나뿐인 막내 도련님은...
강지유:안 잘겁니다!
또 시작입니다.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도련님 말이에요.
이미 3일째 꼴딱 샌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걸까요.
먼발치에서 보이는 지유는 이저택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메이드와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의 방문앞을 가로막고있습니다.
보수가 월등히 많은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어리광을 몇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때가 된것인지...

헤이즈가 어이없는 관영에 잠시 고뇌를 하고 있으면, 신입 메이드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헤이즈를 쳐다봅니다.

헤이즈라고 별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다른 사용인에 비해 지유는 헤이즈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니까요.

헤이즈는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곁으로 향합니다.
헤이즈가 지유를 가까이에서 쳐다보면 지유는 단호하게 한마디를 던집니다.
강지유:그렇게 바라봐도 안잘겁니다.
헤이즈:...도대체 왜요?
강지유:... 침대 밑에서 무언가... 꿈틀거립니다.
헤이즈:(피식) 침대 밑에 괴물이 있다고 믿으시는 겁니까? 나쁜 아이들을 잡아가는 그거요?
강지유:진짜 있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건가요? (커다란 눈동자로 너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조금 뚱해보였다.)
헤이즈:(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내려다보다가, 눈높이에 맞춰 앉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도련님 옆에서 괴물이 나오는지 지키고 있을게요. 그러면 되지 않아요.
강지유:싫어요.
헤이즈:........................왜요.
강지유:꿈에도 나온단말입니다.
헤이즈:(환장하겠네) 그럼 주무시는 동안 꼭 안고 있다가 꿈에 나오시는 것 같으면 깨워드려요?
강지유:... 베개도 맘에 안듭니다.
헤이즈:(좀 빡침) 그럼 맘에 드는 사람을 고르세요. 아예 안 주무실 순 없습니다.
강지유:이부자리가 맘에 안든다는 뜻이였습니다. (헤이즈가 싫다는게 아니였다고, 덧붙이는 것처럼 조그마한 손이 네 옷깃을 슬쩍잡았다.)
헤이즈:(그래도 귀여우니 봐주게 된다. 어깨를 감싸 잡곤) 방을 옮기시면 됩니다. 침구를 갈 수도 있고요. 도련님의 사용인들이 다들 잠을 자지 못해 무척이나 피곤해합니다. (나도.) 도련님도 피곤하실 텐데 주무셔야죠. (설득!)
강지유:... (헤이즈의 눈치를 슬쩍 보는것이 긴속눈썹의 움직임으로 느껴졌다. 네 옷깃을 잡고 침대로 걸어가 눞기는 했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
헤이즈:(다행히 들어가는구나. 따라가며 눈짓으로 아까의 메이드를 물리고, 이불을 덮어준 뒤 옆에 앉았다.) 계속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시면 됩니다.
어떻게 눕기까지는 했지만, 지유의 눈꺼풀은 닫힐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96
판정결과:실패
(댕청)
무언가 기억날듯,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 평소에 잠을 잘자게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헤이즈:...(다시 머리 굴려보며) 동화책이라도 읽어드려요?
그래요, 지유는 평소에 동화나 시를 읽어주면 잠을 잘 잤습니다.
물론 동화를 읽어줬던건 몇 년 전이라, 이제는 다컸다며 진저리칠게 뻔하지만요.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한 지유를 두고, 책을 찾으러 갈까요?
헤이즈:잠시만 계세요. (책 찾으러 일어난다.)
[계단]
헤이즈는 지유에게 읽어줄 동화책이나 시집을 찾기위해 서재로 향합니다.
담당구역이 아니기에 서재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분명 서재는 3층 왼쪽 복도 끝에 있습니다.
헤이즈는 먼지하나 없는 계단을 밟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기본적으로 항상 쓸고 닦아 과하게 광이나는 저택이지만, 최근 며칠 새에 저택의 구석구석이 낡아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사용인들이 주인어른이 없는 틈을 타 청소를 소홀히 한것일까요?
관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관찰력
기준치:56/28/11
굴림:95
판정결과:실패
주인어른이 돌아오시면 해결될 문제이니 깊이 생각하지않은채, 3층왼쪽 복도 끝. 서재에 도달했습니다.
서재의 문을 열자, 벽면을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먼저 눈에 뜁니다.
저택의 규모가 큰 만큼, 서재또한 커서 피아노 한대가 들어와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으며, 고급진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와 필기구들이 정갈하게 놓여있습니다.
헤이즈는 [창문/책상/책장]을 조사할 수있습니다.
헤이즈:(창문을 슬쩍 본다.)
늦은 저녁도 저녁이지만, 창밖은 짙은 안개가 끼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며칠간은 밤낮없이 앞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한것 같은데...
이정도의 안개는 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이래로 처음인 것 같죠?
헤이즈:(이래서 도련님이 침대밑괴물 어쩌고 하시나.. 가볍게 무시하고 돌아서서 책장을 뒤진다.)
온갖 장르의 책들이 꽃혀있는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목재 책장입니다.
얼마나 큰지, 캑을 꺼내기 위한 간이 사다리까지 구석에 놓여있을 정도입니다.
분명 지유가 예전에 읽던 동화책들도 어딘가에 꽂혀있을텐데 말이에요.
자료조사 또는 관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자료조사
기준치:64/32/12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엄마 거위가 아기 거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표지의 책을 발견합니다.
책의 제목은 마더 구스(mother goose) 입니다.
자장가나 짧은 동화가 여러 편 실려있는 책입니다.
헤이즈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에 띄는 동요하나를 찾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Baby, baby, naughty baby ]

아가, 아가, 나쁜 아가,
조용히 해, 요 시끄러운 것아.
지금 좀 조용히 해. 아님,
보나파르트가 이 길로 지나갈 거야.
아가, 아가, 그는 거인이야.
루앙의 철탑처럼 거대하고 시커멓지.
그는 그 철탑을 의지하여 아침도 먹고, 저녁도 먹지.
나쁜 사람들을 매일 잡아먹지.
아가, 아가, 네 소리를 들으면
그가 집으로 뛰어와서
고양이가 쥐를 찢어 죽이듯이.
단번에 사지를 찢어 널 죽일 거야.
그리고 널 마구 때리고 또 때릴 거야.
곤죽이 될 때까지 때릴 거야.
한 조각씩 물어뜯어서.

그리곤 널 계속 먹어 치울 거야.

헤이즈:.....(지금 도련님 상태에 이런 걸 읽혀도 되는 건가?)
보나 마나 무섭다고 호들갑을 떨며 더 잠들지 않을게 뻔합니다.
헤이즈:(절대 안 된다. 다음.)
넘겨진 뒷장으로 평범하고 아기자기한 노래 가사를 발견합니다.
헤이즈:(너무 어리게 본다며 맞게 되는 건 아닐까 싶지만 이 정도면 자극적이지 않고 귀여운데...)
다행히 책의 뒤쪽에도 무난한 가사의 노래나 동화가 많이 실려있습니다.
헤이즈:(일단 이 책을 가져가자)
방을 더 둘러볼까요? 아니면, 돌아갈까요?
헤이즈:(가는 길에 책상도 슬쩍 보고 간다.)
이 댁 주인 어른의 책상입니다.
책상서랍은 굳게 닫혀있고, 책상위에는 각종 문서와 서신이 수없이 쌓여있으나 깔끔히 정리되어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문서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냥 대충 차곡차곡 쌓기만 한것 같네요.
대체 여기 담담이 누구였죠?
정리해두지 않으면 담당 사용인이 크게 혼날게 뻔하니, 선심을 베풀어 헤이즈가 정리해줍시다.
자료조사 판정해주세요.
헤이즈:(담담이)
자료조사
기준치:64/32/12
굴림:87
판정결과:실패
(정리할 마음이 없는듯)
헤이즈는 어디에도 분류해놓기 어려운 이질적인 문서 두 장을 발견합니다.
한장이 더있어야 할것같지만... 마지막 페이지는 누락된건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질적인 문서]
첫번 째 페이지 : 깔끔한 고딕체의 영문 계약서인 것 같은데, 내용이 많이 손상되어 무엇에 대한 계약서인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밑에 도련님의 삐뚤빼뚤한 이름과 서명이 있네요. 어린 도련님이 계약서에 서명을 할 일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헤이즈:?

두번 째 페이지 : 지유의 것 외에도, 두개의 이름과 서명이 더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어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의 것입니다. 헤이즈는 기본적으로 이 집안 사람들과 연이 있거나 친한 가문의 성 정도는 외우고 있을 터인데… 딱히 주인어른의 지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소한 이름입니다.

헤이즈:(주인이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며 책을 가지고 도련님 방으로 간다.)
돌아가려는 순간 발끝에 금속성의 물건이 채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행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행운
기준치:50/25/10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열쇠를 주웠습니다.
헤이즈:(이게 웬 열쇠)
책상서랍 바로 아래 떨어져있는 것을 보아, 잠겨진 서랍을 여는 열쇠인듯한데...
주인어른은 평소 번거롭다며 서랍장을 잠구지 않는 분입니다.
다른 사용인이 모르고 잠궈둔걸까요?
정리도 제대로 해놓지않은, 불성실한 사용인이 혼나기전에 열어두는것이 좋겠습니다.
헤이즈:(당당히 열쇠를 들고 서랍으로 가 닫혀있던 서랍을 연다.)
마침 그안의 종이가 끼어 비죽이 튀어나온것이 보입니다. 서랍내부도 정리해 놓지 않은걸까요?
마저 정리해둘겸 내부를 열자 서랍안에는 주인어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처음보는 수첩이 놓여있습니다.
어딘가...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헤이즈:(종이들을 대강 갈무리해놓고 수첩을 꺼내들어 본다.)
열어볼까요?
헤이즈:(연다.)
도저히 같은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필체의 라틴어와 기괴하고 기하학적인 원 모양, 출처를 알 수 없는 붉은 얼룩이 가득합니다.
이성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게 무슨.. .피...?
붉은 잉크 같은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자고로 신사이자 지식인이라면 라틴어에 능해야 하는법이니...
헤이즈:(저걸 보고 누가)
주인 어른이 수첩에 라틴어로 쓰셨다고 해도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쓰여있는 모양새가 너무도 섬짓합니다.
역시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읽기도 힘들 뿐더러, 왼쪽에 이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헤이즈:(주인어른 어깨 너머로 죅금 배운 라틴어가 있긴 한데 읽어볼 수 있을까)
라틴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외국어(라틴어) Roll
기준치:41/20/8
굴림:66
판정결과:실패
(어르신 너무 어렵습니다)
[1d3] 굴려주세요
헤이즈:
Rolling 1D3
굴림:1
전문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빽빽한 글에서 몇가지 눈에 띄는 단어를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제물, 괴울같은 '신', 양자.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 단어입니다.
뒷장을 넘겨보면, 이젠 전혀 알수없는 문자들만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고로 귀족저택 사용인의 덕목이라면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입니다.
이것이 무엇이든 못본 척, 서랍을 닫는게 좋겠네요.
헤이즈:(내용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수첩은 다시 넣어 잠그지 않고 닫는다.)
(늦었네. 방으로 돌아가자..)
[지유의 방]
강지유:제가 몇 살인데 동요집을 가져오는 겁니까.
예상대로 지유는 투덜거리지만, 별수 없습니다.
마지막 희망인 동요집을 들고 헤이즈는 지유의 침대 옆자리에 의자를 끌고 와 앉습니다.
헤이즈:그래도 들려드리면 주무실 거잖아요.
동요도 좋고, 옛날이야기도 좋고, 자장가도 좋을것 같습니다.
지유가 수면부족으로 정말 어떻게 되어버리기 전에, 빨리 잠부터 재워야 할것 같아요.
강지유:... 안잘겁니다.
헤이즈:(가볍게 무시하고 책을 뒤적거려 뒤쪽의 옛날이야기를 찾는다.) 옛날옛적에..
강지유:자장가로... 불러주세요.
헤이즈:(안 잔다더니. 이래저래 요구해오는 도련님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앞으로 되돌아가 아까 찾은 노래를 편다.)
...Twin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듣기 좋은 실력은 아니지만 최대한 조용조용하게 부르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소리 낮춰)
헤이즈가 노래를 부르자, 지유는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은근슬쩍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런던 다리 무너진다, 거미가 줄을타고...
그럼에도 여전히 지유는 잠에 들지 않습니다.
점차 밤은 깊어가고, 헤이즈는 서서히 눈이 감깁니다.
아,
아직 지유를 재우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듣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 잘자."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에 익은 성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것도 같습니다.
1866. 04.04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눈을 떠보면...
헤이즈는 지유의 고급지고 푹신한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헤이즈:....? (벌떡)
벌떡 일어나니, 어제 헤이즈가 앉아있던 의자에 지유가 가만히 앉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고용인의 침대를 차지하고 잠에 들어버리다니,
헤이즈는 산치체크를 해야 마땅합니다.
이성판정 해주세요.
헤이즈:(된장)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2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래 고용인이 침대 좀 차지하고 누울 수도 있지 내가 이렇게 지극정성인데)
헤이즈는 양심이 없나봅니다.
언제 침대 위로 올라왔던 거죠?
자명종 시계를 살펴보면 벌써 정오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저택의 사용인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해야 하는게 보통인데...
오늘 당장 짤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황조차 하지않은 헤이즈를 보고 지유가 뜬금없이 말을 겁니다.
강지유:정원 산책가요.
헤이즈:....도련님, 잠은 좀 주무셨습니까?
강지유:(고개를 저어보였다.)
헤이즈:..어떻게 절 옮기신 거예요. (슬금슬금 내려온다.)
강지유:... 정원산책, 안할거예요?
헤이즈:합니다. ...깨우시지 않고. (다시 옷을 정갈히 한 다음 잡을 수 있게 손 내밀며) 가죠.
또 밤을 샌 것 같은데, 대체 왜 잠을 자지 않는 걸까요.
헤이즈의 손을 잡고 지유는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합니다.
강지유:비밀을 보여줄게요, 정원에 묻어둔게 있거든요.
어쩔수없이 지유의 손에 이끌려 저택 문의 밖으로 나서면, 아침임에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습니다.
저택 근처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정원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지유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안개 낀 정원을 익숙하게 지나갑니다.
어린 풀냄새와 이르게 핀 꽃향기가 헤이즈의 코를 맴돕니다.
강지유:어느새 수국꽃이 만개한 곳에서 멈춰선 지유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비밀정원의 나무담장 틈새로 헤이즈를 안내합니다.
크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크기
기준치:70/35/14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몸이 제대로 끼어버렸습니다.
헤이즈:(으악)
...전 갈 수 없겠는데요.
근력 또는 민첩 판정을 해주세요.
헤이즈:
근력
기준치:60/30/12
굴림:77
판정결과:실패
꽉 끼었네.
강지유:(헤이즈 봄...)
헤이즈:(도련님 봄...)
(한 번만 더 해보자.)
강지유:또 못들어오면... 돼지...
헤이즈:...도련님.....
강지유:다시 힘내보세요...
헤이즈:(끙...)
근력
기준치:60/30/12
굴림:54
판정결과:보통 성공
(뽕)
헤이즈는 어찌저찌 들어섭니다.
지유의 비밀정원으로 들어서니 작은 오두막과 벤치가 가장 처음으로 보입니다.
그 주변으로 가득 핀 개양귀비와 수국들,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소담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저택의 정원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요?
어쩐 일인지 유독 이곳에만 안개가 끼지않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맑습니다.
문이 없어 햇살이 잘드는 오두막 안에는 간이 침대와 테이블, 간단한 취사도구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헤이즈:비밀기지인가요?
(취사도구들을 이리저리 살피며)
강지유:저도 우연히 발견했어요.
헤이즈:저택에 원래 있던 곳이라고요? ..본 적이 없는데.
강지유:... (어느 한 지점에 앉아 모종삽을 들고 열심히 땅을 파내다가, 네 말에 흘긋 고개를 들어 너를 올려다본다. 동그랗고 부드럽게 살집이 오른 뺨은 며칠밤을 새서인지 혈색이 좋진 않았지만 작은 미소 위로 아이 특유의 짓궂음이 묻어났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헤이즈:(뭘 하는 건지 언제나처럼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가 올려다보는 눈과 마주쳤다. 퀭하니 죽은 눈가 밑을 보자마자 그러니까 좀 자지, 하는 생각이 불쑥 치솟았지만 잘 참아내고 끄덕였다.) 이곳만 다른 세상인 것 같네요. ..이쪽 침대엔 괴물이 없을 것 같은데요.
강지유:... 그래도 잘생각은 없습니다, 헤이즈.
행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행운
기준치:50/25/10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자물쇠가 걸려있는 작은 나무상자와 열쇠가 파해치던 흙아래로 흘긋 드러납니다.
강지유: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헤이즈:당연히 궁금합니다.
강지유:(고사리처럼 작은 손으로 조심스레 상자를 열자 그 안으론 곳곳에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금제 회중시계가 들어있었다. 네 쪽으로 상자를 밀어주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시계라고 합니다.
헤이즈:....? (자세를 낮춰 두 손으로 상자를 받아 들고는 시계엔 손도 대지 않고 쳐다보다가) 이런 건 어떻게 찾으신 겁니까? (말하며 상자를 기울여 네 옆에 대본다. 어울리긴 하네.)
강지유:제가 숨겨두었던 겁니다. 헤이즈가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회중시계를 들어 옆에 달린 장치를 누르자 그안으로 샛노란색의 보석이 중앙에 박힌 시계가 보여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보아도 고급스럽고 섬세한 세공이 되어있는 값진 물건같았다.)
헤이즈:(여전히 받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눈빛으로 감탄하며 시계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올렸다.) 이런 걸 받으면 제 월급이 깎일지도 모릅니다, 도련님. 애초에 왜 제가 이런 물건을 받아요.
강지유:.. 더 좋은 시계가 생겼거든요. (조금 고민해보는 냥, 가만히 있다 결국 네게 시계를 쥐어주고는)
이걸 받고, 제 부탁을 들어주기로해요.
헤이즈:(더 좋은 시계가 있는데 이 시계를 여기에 이렇게 소중하게 파묻어 놓나? 하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아야지. 시계를 받아 든다.)
부탁이요?
강지유:잠깐 기다려보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오두막으로 잠시 사라지더니 펜과 종이를 들고 나온다. 서로 한장씩, 펜도 하나씩 나눠가지고는 따라 적어 보라는듯 읊어본다.)
나, 헤이즈는. 이 편지를 꺼내 읽는 10년후까지, 여기서. 일을한다.
헤이즈:(종이 받고. 펜도 쥐고. 따라 적는다. 나, 헤이즈는. 이 편지를, 꺼내, 읽는, 10년 후까지, 여기서, 일을...) ....예?
강지유:뭐 이상합니까?
헤이즈:아니... ... ... (10년 후면 난 서른 여덟.. 그때까지 일을 하라고? 지금도 때려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머리를 굴리자, 머리를.)

강지유:그만둘겁니까?

(헤이즈 올망졸망한 눈으로 올려다 봄)

헤이즈:(쓰는 건 이미 멈췄다.) 도련님이 제 말도 잘 들으시고 잠도 잘 주무신다고 하면 생각해보겠습니다.
강지유:이미 적었으니 끝입니다. ( 올망졸망 넣어두고 냉혈한 사업자 눈함)
헤이즈:아직 마지막 안 적었습니다. (단호)
강지유:이미 시계도 받아놓고...
헤이즈:아직 완전히 받은 거 아닙니다.
강지유:... 됐습니다. (뾰루퉁한 뺨을 하곤 종이를 마저 톡톡 쳐보였다.)
헤이즈:그래서 계속 제 말도 안 듣고 잠도 안 주무시겠다고요.
강지유:... 편지를 써주세요. 10년후에 열어볼.
헤이즈:계약은 포기하시려고요?
강지유:... 우리 가문보다 더 잘쳐주는 집안은 없을테니 잘 생각해보세요.
돈 좋아하시잖아요.
헤이즈:.....뭐,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요. (미묘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펜을 고쳐 잡는다.)
10년 뒤의 도련님한테 드리는 편지 말이죠.
강지유:저도, 적을테니까요.
헤이즈:타임캡슐이군요.
강지유:... 고마워요. (네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들릴듯 말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헤이즈:......? 뭐가요.
도련님 지금 몇 살이시죠?
강지유:그것도 몰라요?
헤이즈:모릅니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서요.
강지유:제 나이가 안중요한데 왜 물어보는겁니까? (이미 삐진 얼굴이였다.)
헤이즈:지금까지 안 중요했단 말이었죠. 도련님이 몇 살이시든 제가 도련님의 시중을 들 거였으니까요.
하지만 편지는... 편지를 쓸 땐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삐지셨습니까?
강지유:... 11살이예요.
(그말이 꼭 계속있어주겠다고 하는것만 같아서, 결국 대답해 주고 말았다. 한숨을 폭 내쉬고는) 다 적었습니까?
헤이즈:(길지 않은 편지를 슥슥 막힘없이 쓰고는 맨 위에, 적다 말았던 문장의 뒤까지 적어 건넸다. 그렇지. 돈과 안정성 있는 직장은 최고다. 자칫하면 튈 거고. 종이를 접어서 건넨다.)
여기요.
강지유:(제가 적은 편지와 함께 시계를 담았던 상자에 넣어 원래있던 자리에 다시 파묻어버렸다.)
이제, 돌아가요.
헤이즈:(묻는 동안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가죠. (다시 잡으라는 듯 손 내민다.)
강지유:... 이번엔 구멍이 조금 늘어나있길 빌죠. (네 손을 꼬옥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헤이즈:......
비밀저택에서 저택으로 돌아갈 즈음이 되자 주변은 어둑해져 있습니다.
여전히 끼어있는 안개에 탐사자의 기분은 묘해집니다.
저택으로 돌아온 헤이즈는 오늘이야말로 지유를 재우겠다는 마음으로 지유의 방을 정리합니다.
정리를 마치면, 여전히 잠에 들 생각이 없어 보이는 지유가 잠옷을 입은 채 투덜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오네요.
강지유:안 잘겁니다.

헤이즈:주무세요 좀.

강지유:싫습니다.
헤이즈:아무리 어려서 회복력이 좋으시다 해도 안 주무시면 나중에 큰일 치릅니다.
강지유:무슨일이 일어나는데요?
헤이즈:건강이 엄청 나빠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나빠집니다.
강지유:헤이즈도 같이 나빠지기 싫으면 먼저 자야겠네요?
헤이즈:직원이 어떻게 고용주보다 먼저 잡니까 도련님...
강지유:명령이라해도요?
헤이즈:왜 그러시는데요, 정말로.
강지유:... 자기싫다 했잖아요.
헤이즈:........하. (이마 짚곤 잠시 빡침을 달래다가) 그럼 주인어른께서 돌아오시면 도련님의 명령이었다 하겠습니다. 정말 저만 잡니다. 진짜로요?
강지유:좋아요. 어서 주무세요 헤이즈. (여전히 피곤해보이는 얼굴이였지만 네 말이 무척이나 기쁜지 네 손끝을 잡고 제 침대위로 이끄는 손길이 급했다.)
헤이즈:아니 전, (제 방 가서 잘 건데요. 당황하며 끌려가선 얼떨결에 침대에 기대 앉았다. 저러다 쓰러지면.. ...아니지. 쓰러지면 자는 거지. 이젠 모르겠다며 고개를 휘 젓곤 뻔뻔하게 침대 위에 누워버렸다. 아침에도 누워 있었는데 뭐.)
강지유:잘자요, 헤이즈.
헤이즈:(좀) 주무세요 도련님.
헤이즈는 결국 오늘도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지유보다 먼저 잠에 들어버립니다.
근데 오늘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자연스럽게 잠이 들었다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고, 시야가 암전되는게

또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잠들었던 그대로, 지유의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지금이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방안과 창밖은 어둡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아도,
지유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유는 어디로 간 거죠?
헤이즈:(부스스 일어나서 안경을 찾아 끼곤 주변을 둘러본다.) 도련님.
관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관찰력
기준치:56/28/11
굴림:3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닫아두었던 방문이 조금 열려있는게 보입니다.
듣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43
판정결과:보통 성공
복도에서 누군가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지유일까요?
헤이즈:(문을 열고 나가서 발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문밖으로 나거자 처음보는 인영이 복도를 앞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헤이즈:..? (잠이 확 깬다. 소리없이 뒤를 따라가본다.)
관찰 판정해주세요.
헤이즈:
관찰력
기준치:56/28/11
굴림:95
판정결과:실패
사용인 중 한명인 것일까요?
아무리 뒤따라가 보아도 그는 멀어지기만 할 뿐, 뒤를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헤이즈:거기.
이럴때가 아닐겁니다. 아직 지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헤이즈:(아니 하지만 집 안에 수상한 놈이)
대체 저 사람은 누구고 지유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괴한? 납치?
... 그 전에 사람이 맞긴 한 걸까요?
헤이즈:(내가 그닥 느린 편은 아닌데...)
계단을 내려간 남자는 이윽고 저택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저택 밖의 자욱한 안개에 서서히 그의 모습이 묻혀들어갑니다.
이대로 가면 놓칠 것 같습니다.
그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요.
그를 붙잡아서...
그의 모습을 확인해야 할 것같은 확신이 듭니다.
헤이즈:(뛰어가며 손을 뻗는다.) 거기 서!
자욱한 안개 속 인영은 닿을 듯 닿지 않고, 여전히 그는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헤이즈 주변을 에워싼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어느샌가 방향 감각도 잃을 것만 같습니다.
남자의 인영도,
...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빠져나간다고 해도 같은 곳만 맴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안개 속에 갇혀 버린 것만 같아요.
헤이즈:....(제자리에 섰다.)
(뒷걸음질로 돌아가보자)
그러다 뒤로 무언가에 걸려 막히고 맙니다.
헤이즈:?
뒤를 돌아보면...
울 것 같은 표정의 작은 도련님이 보입니다.
강지유:... 헤이즈. 이거 떨어트렸습니다.
지유의 손에는 회중시계가 들려 있습니다.
분명 지유에게 받았던 그 회중시계인데...
언제 떨어트렸던거죠?
지유는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된다며,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며 헤이즈의 손을 잡고 안개 속을 익숙하게 걸어갑니다.
강지유:... 이 시계를, 계속 가지고 있을거라고 약속해주세요 헤이즈.
헤이즈:.....도련님.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야, 이 작은 도련님이.)
떨어뜨린 건 실수입니다. 도련님 찾으러 가다가요. 당연히 갖고 있을 건데요.
강지유:... 그럼 됐습니다.
헤이즈:왜 여기 계십니까?
강지유:아예 저택 밖에 나가는 걸 보고 서둘러 쫒아온겁니다. 안개 속 정원은, 길을 잃기 쉬울테니까요.
(덤덤히 대답을 해주며 너를 계속해서 이끌어 저택안으로 돌아왔다. 1층의 넓은 로비에 이윽고 멈춰서고, 찬찬히 뒤를 돌아보며)
헤이즈:저보다 어리시면서 걱정은...
강지유:...
잘자요, 헤이즈.
그말을 끝으로 헤이즈의 시야는 다시금 암전 됩니다.
1866.04.06
어제의 일은 그저 꿈이었는지, 자신은 언제 이곳에 돌아온건지, 헤이즈는 원래 자신이 생활하던 저택 1층 방에서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마자 헤이즈는 동료 사용인에게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올 예정이니 오늘은 다들 저택 청소로 바쁠텐데, 사용인 몇 명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리 말이에요.
짐도 그대로이고, 사라진 물건도 없고, 밖에 나간걸 봤다는 목격자조차도 없다고 합니다.
지능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사람들이 사라진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지만...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온다뇨?
분명 7일에 돌아온다 반복적으로 들었던 헤이즈입니다.
어제는 분명 4일이였고, 오늘은 5일일테고, 그럼 내일은...
6일이잖아요?
날짜를 잘못기억하고 있을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료 사용인들에게 재차 물어봐도 오늘은 6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올뿐입니다.
설마 꿈을 하루동안 꾼 건 아닐 테고 말이에요.
찜찜한 기분이 들긴했지만, 이제 일할 시간입니다.
마침 노년의 하녀장이 헤이즈에게 다가옵니다.
헤이즈:(그쪽을 본다.)
하녀장: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남는 인력이 거의 없는것 같아 하는 말이지만...
자네가 잠깐 저택을 돌아다녀보면서 사라졌다는 사용인들을 찾아봐 주겠나?
혹시 저택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야...
하녀장은 우선 1층을 부탁한다며, 계단 위로 바삐 올라갑니다.
헤이즈:예... (까딱 고개를 숙여 보이곤 올라가는 모습을 쳐다본다.)
사라진 사용인들을 찾아달라니, 뭘 어떻게 하라는걸까요.
우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묻거나 직접 찾아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헤이즈:(일하기 싫어서 어딘가에 숨어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아무튼 나온 김에 응접실부터 가본다.)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쓸 일이 없어 찬공기만이 맴도는 응접실입니다.
탐사자가 응접실의 문을 열면,
쿵.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헤이즈:아.
견습하인: 아, 아아, 안녕하세요!!!
헤이즈:(사라졌다던 그 사람인가?)
도련님 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견습하인이네요.
딱 봐도 어딘가 수상해보이는 얼굴인데...
견습하인은 다급히 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응접실 안에선 타는 냄새가 납니다.
헤이즈:(뭐야? 안쪽을 흘깃 본다.)
냄새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벽난로 안에, 무언가 타고 있습니다.
아직 불씨는 작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같습니다.
지금이라면 전부 타버리기전, 테이블 위 꽃병의 물로 불을 꺼서 무엇을 태우려고 했는지 볼 수 있을것 같네요.
헤이즈:(주변에 천이나 물 같은 게 없나 본다.)
(아)(꽃병을 가져와 망설임 없이 꽃을 뽑고 물을 뿌린다.)
불을 끄자 그 안으로는 이미, 수십장의 종이와 책이 타 그을음이 심하게 남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쩡한 건 종이 한장과 책 한권 뿐이네요.
헤이즈:(일단 다 테이블 위로 옮겨놓고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을 읽어본다.)
읽을 필요도 없이 타다남은 종이 위로는 글씨하나 적히지 않은 그림이 있었습니다.
가운데의 작은 원을 큰원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고, 그 사이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원,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헤이즈:(수첩...?)
이런식으로 자세히 보니 맟치 마법진을 그린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그을음이 심하게 묻은 책이있습니다.
제목은... 영어로 [ 존재의 증명(Proof of Existence) ] 이라 쓰여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영어와 라틴어가 섞여있습니다.
헤이즈:(영어는 내 모국어고 라틴어는 .... 쬐끔.)
모국어 판정을 해주세요.
헤이즈:
언어(모국어)
기준치:70/35/14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존재는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나는 드디어 이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당신은 주변을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주변의 모든 것이 거짓이고, 주변의 모든 것이 허상이라면? 이들의 존재와 이들의 의미는 무엇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가?
라고 적혀진 문장이 눈에 띕니다.
라틴어 판정을 해주세요.
헤이즈:
외국어(라틴어) Roll
기준치:41/20/8
굴림:23
판정결과:보통 성공
해당 페이지의 뒷면에서, 또 한구절이 눈에 듭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의 존재는 무엇으로 즈명해 낼 수 있는가?
헤이즈:.. (어려운 책이네.)
이외의 문서들은 그을음이 심해 확인 할 수 없었습니다.
헤이즈:(책을 덮고 중앙로비로 향한다.)
어느곳을 가볼까요?
헤이즈:(주방으로)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식당과 주방입니다.
다들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탓에, 무언가를 물어본다거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울것 같습니다.
조금 거리가 있는곳에서 은식기를 닦고있는 메이드와 키가 큰 풋맨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엿들어볼까요?
헤이즈:(엿듣자. 난 그래도 된다.)
듣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사용인 1: 작은 도련님이 미쳐서 명을 재촉하네.
쉿,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헤이즈:(누가 미쳐?)
사용인 1: 왜, 뭐 어때서. 미친 도련님에다 이젠 하인까지 없어지고, 이 저택... 저주받은거 아냐?
사용인2: 그건 그래, 괴물 괴물 하더니. 이젠 진짜 괴물이라도 나오나 봐.
듣자하니 저택에는 공공연연하게 나쁜 소문이 도는것 같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게, 아니, 사실이잖아요.
지유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말 미쳐버리기라도 한것인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몇몇 사용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요.
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헤이즈:(아무리 그래도 어린애한테 잠을 안 잔다고 미쳤냐는 소리는... ..아니, 나랑은 그리 상관 없나. 어차피 내가 이 집안 사람도 아니고. 실컷 엿듣다가 주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곤 계단을 올라간다.)
도련님의 일을 너무 신경 쓴 나머지 헤이즈는 1층을 전부 둘러 보지도 않은채 그 자리를 떴습니다.
헤이즈:(???)
(식당을.. 식당도 갈 수 있나?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그 수상한 견습하인도 신경쓰이고, 하녀장님께 중간 보고를 하기위해 올라가보는것도 나쁘지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현관을 둘러보진 않았지만 말이에요.
헤이즈:(계단 올라가다 현관 한 번 뒤돌아볼 순 없나)
현관에 가볼까요?
헤이즈:(빠르게 갔다와보자)
현관에서 밖을 바라보니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있습니다.
어제의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년의 정원사가 저택의 문앞에서 정원 쪽을 쳐다보며 눈을 한껏 찌푸리고 있네요.
정원사: 이그그그그... 돌아오시기전에 해놓아야 하는데... 안개때문에 뭐가 보여야 말이지
헤이즈:나중에 하셔도 됩니다. 그보다 다른 사람 못 보셨어요?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던가.
말을 아무리 걸어보아도 그는 정원의 모양새에만 집중하며, 연신 혀를 찹니다.
헤이즈:(뭐야... 이 할배도 미쳤나)
(안개를 흘끗 보곤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멀어지는 그 순간에 조차, 여전히 제 일에 집중하며
큰 손님이 오시니 나무 덤불을 잘 가꿔놓으라는 명령을 하셨는데... 따위의 말을 반복할 뿐입니다.
계단위로 올라서자 맨처음으로 정원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가 보입니다.
복도에는 딱히 특별한게 없고, 하녀장님 역시 보이지않네요.
헤이즈:(발코니로 나가 아래를 둘러본다.)
원래라면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발코니이지만...
안개때문에 경치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원의 한 가운데에 높게 쌓인 거대한 무언가 만은 유독 눈에 띕니다.
적어도 10m는 되는 것 같은데, 저런게 언제부터 저기 세워져 있었죠?
좀 더 자세히 확인해볼까요?
헤이즈:(뭐지? 어느 쪽이지? 빤히 쳐다본다.)
관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관찰력
기준치:56/28/11
굴림:58
판정결과:실패
(2...)
분명 수상한 정원이였지만, 안개가 짙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게 좋겠습니다.
헤이즈:...이놈의 안개. (도련님의 방으로 간다.)
문은 잠겨있습니다.
헤이즈:(서재는 어느 쪽이지...? 일단 가까운 데부터... 침실인가?)
침실로 이동할까요?
헤이즈:(침실로)
주인어른은 외출 중이시니 청소를 위해 문은 열려있어야 할텐데...
어쩐지 잠겨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잠긴건 아닙니다.
문고리도 돌아가고 문도 조금 열어볼 수 있지만, 묵직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어느정도 이상은 열리지 않습니다.
헤이즈:(힘으로 밀고 들어가볼까)
문틈새로 안을 볼까요?
헤이즈:(그래 아무리 관심 없어도 확인은 해봐야 한다. 엿보자.)
그안으론 견습하인으로 보이는 소년이 구석에 쭈그려앉아 흐느끼고 있는것이 보입니다.
헤이즈:(무언가가 들리나? 말을 하고 있나?)
견습하인: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대체 여기서 뭘하는건지.
아무래도 견습하인이 문을 가구로 막아둔것 같은데...
힘으로 문을 밀거나, 견습하인을 설득해 볼 수도 있을것같습니다.
헤이즈:(설득 같은 거 하지 않는다. 문을 발로 힘차게 까본다.)
근력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근력
기준치:60/30/12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쾅 차려는 순간,
갑자기 문이 허무하게 열려버립니다.
분명 문앞에 무언가가 있었는데, 열린 문앞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문이 왜 열리지 않았던 거죠?
견습하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을 쏟아냅니다.
헤이즈:...?
(아무튼 열렸으니 들어가서) 뭐하세요.
견습하인: 저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헤이즈:그 말을 누가 믿습니까?
(그래도 이러면 아무것도 안 말할 것 같은데. 띠껍게 보다가) ...이렇게 하죠. 당신이 그거 태우던 거 본 것도 나뿐이고. 뭘 태웠는지, 여기서 이렇게 궁상 떨고 있는 것도 나밖에 안 봤으니까. 말해주면 입 닦는 걸로.
견습하인: 정말... 정말이요?
... ... 헤이즈님, 이건 절대 비밀로 해, 해주세요. 주인어른에게 절대 알려져선 안될사실이예요.
... 저, 저는, 그모든 걸 불태울수 밖에없었어요. 이렇게 하지않으면... 모두 죽었을테니까......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거라고요...!
주인님은 내일, 사람 하나를 제물로 바쳐...
괴물을 소환하실 생각이세요.
헤이즈:뭐?
견습하인: 하지만... 그건 괴물이예요. 괴물이잖아요, 그건 괴물이란 말이예요....
헤이즈님, 헤이즈님 저는,
죽고싶지 않아요, 저는.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 눈물로 젖어 들어가는것도 잠시, 헤이즈의 소매끝을 잡고 절규를 토해내던 그는 결국 끝맺진 못합니다.
그 울음이 무색하게도 그의 전신은 서서히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헤이즈:......뭐야.
..뭐야?
(귀신에 홀렸나? 방을 둘러보고)
이성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SAN Roll
기준치:70/35/14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성 -1
견습하인이 있었던 자리의 뒤에는 집안 식구들을 그려놓은 거대한 액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설마, 저택의 하인이 사라졌다는게 이런 거였나요?
눈 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충격때문인지, 거대한 그림이 오늘따라 더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예술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예술 Roll
기준치:1/0/0
굴림:9
판정결과:실패
무언가 이상하긴 하지만, 방금전 너무나도 이상한 광경을 보았기에 착각을 한것 같습니다.
침실에 더 둘러볼 것은 없는것 같습니다
헤이즈:(그림을 한참 노려보다가 나와서 귀빈실로 간다.)
귀빈실은 사라진 사용인의 다른 담당구역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면...
이게 무슨일이죠?
있어야 할 침대와 테이블 등 가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자명종 시계 단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볼까요?
헤이즈:(가까이 간다.)
자명종 시계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느낄 새도 없이, 탐사자의 옷에 달려있던 회중시계가 체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회중시계또한 자명종시계와 같이 시침과 분침이 아주 빠르게,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헤이즈:..???
(일단 회중시계를 줍는다.)
그 순간 손이 흐려지며 회중시계가 바닥으로 다시금, 떨어집니다.
이성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SAN Roll
기준치:69/34/13
굴림:70
판정결과:실패
1d4를 굴려주세요
헤이즈:
Rolling 1D4
굴림:3
이성 -3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헤이즈가 눈을 한번 깜빡이면 거짓말처럼 손이 원래대로 돌아와있습니다.
헛것을 본걸까요?
빨리 이곳을 나가야 겠습니다.
헤이즈:... (나도 사라지나? 모두가 사라지게 되는 건가? 그때 서재의 그 수첩이 생각났다. 서재로 가자.)
서재로 가려는 순간,
어딘가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91
판정결과:실패
(강행?)
강행 가능합니다.
헤이즈:(자리에 멈춘다.)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92
판정결과:실패
(몰라 안 들려. 다시 가자...)
무언가 위험한 일이라도 벌어진 것일까요?
계속해서 사용인들이 사라지고있는 지금, 작은 도련님은 괜찮은 걸까요?
작은 도련님께 한번 가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헤이즈:(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방에 들러본다.)
아까는 분명히 닫혀있었던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용인 한명이 붕대를 들고 지유의 침대앞에서 벌벌 떨고있습니다.
침대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흰색 이불위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선혈을 따라 시선을 올라가다보면 지유의 팔목이고...
시계를 건내던 그 작은 손에는, 나이프가.
설마, 자기 손으로 팔목을 그은건가요?

헤이즈:(놀라 달려 들어간다.)

이성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SAN Roll
기준치:66/33/13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럴리가없다)
(아니 있나?)
역시 헤이즈입니다...
이순간에도 정신을 놓지않습니다...
일단 치료부터 헤야할것같습니다.
응급치료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그래... 도련님이 괴물을 부른다고... 들었으니까...)
(사용인이 들고 있던 붕대를 빼앗아 들고 팔에 감는다.) 뭐하시는 겁니까!
응급처치
기준치:30/15/6
굴림:66
판정결과:실패
(제가 비록 실력이 없지만! 네!)
(사용인에게 빨리 어떻게든 고정을 하라고 눈짓한다.)
강지유:... 제가. 해도됩니다.
헤이즈:됐습니다, 손 떼세요. 왜 이러시는데요 도대체요.
강지유:(헤이즈의 손에서 붕대를 이어받아 제 팔을 스스로 지혈했다. 피가 많이 흘러서인지, 파리한 인상의 그는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어린 소년의 표정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심에 잠겨, 깊은 슬픔을 자아내고 있었기에)
헤이즈:...진짜 미치신 겁니까? (어린애면서, 주인인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었지만.)
다들 도련님이 미치셨다고 하던데. 이상한 일 계획하고 계신 거 다 압니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데요. 이 시계는 왜 주셨고. 지금 왜 팔을 그으셨고. 다 설명해주세요. 안 그러면 관두겠습니다. 이대로는 더 못 해먹어요. (명백히 화난 어조로 연달아 쏘아댔다.)
강지유:... 저를 떠날겁니까, 헤이즈...? (완전한 문장을 내뱉었지만, 그안의 섞인 떨림과 슬픔에 잠겨버릴듯 했다. 다들 제가 미쳤다고 해도 좋았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를 비롯한 사용인도, 제 부모님도 그 누구도 저를 특별히 여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기에. 그렇기 떄문에 자신은 멈출 수 없었다. 껴안으면 젖내가 날듯한 작은 몸뚱이가 너를 향해 다가서며 너덜해진 손끝으로 너를 잡아온다.) ...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헤이즈.
헤이즈, 동요가 듣고 싶어요.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헤이즈:(웃음 섞인 한숨이 터졌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 마지막이요. 아예 그냥 내일은 그만 나가라고 하지 그러세요. 그렇게 떠날 거냐, 나갈 거냐고 눈치 주지 마시고요. 그 동안은 정말로 도련님이 절 대체 불가능한, 뭐 그런 사람으로 여기시나 했는데,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시는 거나 마지막이니 뭐니 하는 거. 이제 좀 알겠네요. 절 믿지도 않고 오래 갈 거라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 그러신 거죠. 다. (제 집안에서도 성질이 더러워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했던 망나니다. 그리고 망나니는 결국 제 성질에 못 이겼을 때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그냥 제 말을 쏟아내면 그만이다. 그 몸뚱이를 마주 잡지도 않았다. 오히려 질린다는 눈으로 쳐다보기나 했지.)
강지유:... 헤이즈, 제 부탁... 안 들어주실겁니까. (오히려 네 이런 반응에 끝없이 안심하고 마는 자신을 네가 알게된다면 경멸할까? 아니, 이미 그런것일지도 몰랐다. 네 손 위로 멋대로 작은 이마를 기대며, 어린아이 특유의 솜털이 부스러지는 뺨을 문지르고 옅은 속눈썹을 감아보이며 미소지었다.) ... 동요를 들려주면, 모두 얘기해줄게요, 헤이즈. 응?
헤이즈:(손끝이 움찔거렸다. 여기서 일한 지가 몇 년이더라? 얼마의 세월이든, 이 도련님은 무섭게도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대로 뿌리치고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주인이 돌아오면 자신에 대한 평판은 자연히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대가는 꽤 컸다. 아니, 애초에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비밀을 알려주겠다잖아. 원래 이런 건 아쉬운 쪽이 지게 되어있는 법이다. 이 모든 깨달음은 순식간에 머릿속을 달음박질쳤다.) .......마지막입니다. (동요든 믿음이든. 옆에 털썩 앉았다.) 무슨 동요요.
강지유:지금쯤, 서재에 있겠지만... 저번의 그 책에 있던 동요들이 듣고 싶어요.
헤이즈:(심기 불편하니 알아서 꺼지라는 눈으로 아까 그 사용인을 쳐다보고는 뭘 불렀더라, 다시 생각했다. 방 안에 둘만 남게 되어서야 정말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가 들어도 대충이었고, 짜증스러웠고, 눈은 벽면을 보고 있었다.)
그 사용인을 쳐다보았지만, 그저 방을 나선것이라고 하기엔 기이할 만큼이나 저택이 조용합니다.
당연하게도 방안엔, 단 둘뿐이였고...
2층으로 가있겠다고 했던 시녀장도 모든 곳을 둘러 보았지만 없었습니다.
쿵.
그 순간 무언가 둔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위, 가까운곳에서 들린것을 보면 3층의 서재인듯 합니다.
헤이즈:(부르던 것을 멈추고 서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일어난다.)
서재로 가볼까요?
헤이즈:(지유를 보더니 그 손을 잡아 끌며 서재로 간다.) 노래 불렀잖아요. 가면서 얘기해주시죠.
강지유:... 헤이즈, 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서야 제 손을 잡아주는 그 손을 더 잡고있고 싶었지만, 부드럽게 놓아주었다.) 갔다오세요, 그 동요집의 마지막장 곡을 듣기 전까진, 절대 사라지지 않을테니까요.
헤이즈:저는... (난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아까 투명해졌던 손을 내려다보다가) 다른 데 가지 마세요. 문 잠그지도 마시고. (툭 내뱉곤 저 혼자 위로 올라간다.)
끼익.
분명 방금전까진 화려했던 복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썩은 나무의 소리가 들려오는 바닥과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쓴 낡은 벽만이 남았습니다.
이성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SAN Roll
기준치:66/33/13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낡아있음을 과시하는 저택입니다.
뒤를 돌면 보이는 지유만이 변하지 않았을뿐, 아까의 적막은 착각이 아니라는듯이 저택의 모든 사용인은 사라져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왼쪽 복도 끝에있는 서재의 문을 열면,
서재 역시 헤이즈가 기억하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치 10년정도는 방치된것만 같이 낡은 상태 입니다.
그런데, 책장의 끝에서 노년의 하녀장이 의연한 표정으로 책의 먼지를 닦고있네요.
저택의 모두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까의 소음도 그녀에게서 난것이였을까요?
그녀는 헤이즈에게 '마더구스'라는 책을 건넵니다.
헤이즈:....? 어떻게 아시고.
하녀장: 후후...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사라진 사용인들은 찾았나?
헤이즈:..찾을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다 알고 있었죠?
하녀장: 글세... 잘은모르겠지만...
주인님들이 관련된 일이겠지.
그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종교에 빠져있다는 것은 내 잘 알고 있었다네.
하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분들을 모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자였으니 말일세.
사용인의 덕목은,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 아니겠는가.
... 하루하루 저택에는 이상한 책들과 문서들이 쌓여갔어.
하녀장: 그리고 주인어른께선 뜬금없이...
(잘은 모르겠다 말하면서도, 그 부분을 읊으며 헤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긋해서, 그 시선 아래에선 한치의 거짓도 숨길 수 없는, 마치 모든것이 다 드러나는듯 했다.)
'작은 도련님'을 양자로 둘이셨지.
그분들은 정말 자식이 필요했던게 아니였어...
그건... 그건 마치 어딘가에 '쓸' 귀한 물건을 얻은 표정이었지.
분명 도련님도 무언가 관련이 있을게야.
하녀장: (단지 책장을 쓸어볼 뿐임에도, 그 시선엔 이 정든 저택의 전부를 바라보는듯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점점 흐릿해져 가는 손으로 책장을 한 번 닦아내며 그는 자신의 사라져가는 손을 가만히 보다가, 낡은 공책을 덤덤히 꺼내 건넵니다.)
나는 떠날 때가 된것 같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감세.
나는 죽기위해서, 자네와 도련님은...
살기위해서.
... 어느쪽이 더 좋을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니, 현명하게 선택하게나.
그말을 끝으로 노년의 하녀장은 웃으며,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이제 헤이즈의 앞에는 마더구스와, 처음보는 공책만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이 공책이 무엇일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안에 모든것이 담겨있으리란 확신이듭니다.
헤이즈:.......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 이 집안 사람들은. (공책을 건네받고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하녀장이 사라진 자리를 쳐다보다가 공책을 펼쳤다.)
공책을 펼치자 월 단위, 혹은 연 단위로 드문드문 그림과 함께 일기가 쓰여있습니다.
어딜보나 지유의 글씨체인 것 같네요.
이 저택에 처음으로 오게 된 날의 기록, 공부가 지루하다는 내용, 비밀정원을 찾았다는 내용...
자신의 소중한 회중시계를 비밀정원에 묻어두었다는 내용, 자신을 돌봐준 헤이즈에 대한 내용...
그 작은 아이가 성장했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이상의 페이지부터는 더이상 그림도, 어설픈 글씨도 적혀있지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짜의 일기가 세련된 글씨체로 벌써 쓰여있네요.
지유가 어네 일기를 써서 서재에 갖다놓기까지 한거죠?
1866.04.06
내일 일로 바빠서 그런지 하인들이 별로 상대를 안해준다. 놀아달라고 하다가 실수로 큰 꽃병을 깨버렸다. 하녀장한테도 혼나고, 헤이즈에게도 혼났다... 진짜 실수였는데.
...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생각해볼 필요도 없어요, 오늘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뒷장을 넘깁니다.
1866.04.07

신님. 내 사람들을 돌려주세요. 내 것들을 돌려주세요 저택에 하루종일 비명소리가 들려요, 그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사라지게 하지 마세요. 내가 어제 말을 안 들어서 그러는 거라면, 앞으로 안 그럴게요. 앞으로는 쥐죽은 것처럼 얌전히 지낼게요.

아니면 원래 내 것이 아니라 다시 뺏어가시는 건가요? 가족도 저택도 하인들도 전부 원래 제 것이 아니라서요?

내가 욕심을 낸 탓에, 그래서 벌을 받는 건가요?
기괴한 내용을 뒤덮는 검은 크레파스 자국과 얼룩진 눈물자국이 눈에 듭니다.
견습하인이 했던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해 집니다.
뒷장에선 1년후, 3년후, 4년후... 더욱이 반듯해져가는 글씨체에서 엉망으로 휘갈겨진 9년후와 10년후의 일기까지 이어집니다.
1867.04.07
이제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벌이라면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용서해주세요. 매일 밤 저택의 사람들이 꿈에 나와서 제발 살려달라 빌어요. 나는 매일매일 당신에게 용서를 구해요. 이 저택엔 여전히 아무도 없어요.
1869.04.07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 그러셨습니까. 차라리 나도 그들과 같이 사라지게 만들지 그러셨습니까.
괴물을 신이라 부르며 하염 없이 당신에게 비는 나를 좀 봐주시옵소서.
신이시여, 이 모든건 당신의 탓이나이다. 당신이 나를 무력하게, 나를 약하게 만든 탓이나이다.
1870.04.07
누군가 집안의 주술서를 대부분 불태워버린 탓이다. 원래라면 한 사람이 제물로 바쳐져야 했을 주술이 역으로 거행된 것도, 내가 원인을 끼워맞추는 데에만 수 년이 걸린 것도.
이제서야 그들을 되살릴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1872.04.07
장의사와의 밀거래로 하인들과 닮은 시체를 몇 구 얻었다. 이 곳에 영혼을 불어넣는 방법을 써보았지만, 그들은 영혼마저 소멸된건지 실패의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이름모를 시체들이여, 죽어서도 편히 눈감을 수 없게 해 미안합니다. 탓하려거든 당신들의 육신을 욕보이게 내버려 둔,
당신들의 신을 탓하십시오.
1873.04.07
... 연구를 거듭할수록 그들을 되살려 내는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974.04.07
미안해요, 전부 다 내 잘못입니다.
제가 이 저택에 오지 않았더라면, 당신들은... 살 수 있었을까요.
남은 내 모든 생을 걸어서라도, 당신들을...
되살려 보이겠습니다.
1975.04.07
저택에 이상한 남자가, 찾아왔다.
1876.04.07
... 또 저택에 이상한 남자가 찾아왔다. 대체 어떻게 알고 이 숲속까지 찾아와서는, 뜬금없이 하는 말이 '환각을 현실과 동화시켜 주겠다'고. 아편이라도 팔겠다는건가? 계약의 조건조차 코웃음이 나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를 돌려보냈다.
하긴...내가 겪은 일도 말도 안되는 일이지. 속는 셈 치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1876.04.08
믿을수가 없다.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대화가 되는데, 이게 전부 내 환각이라고?

오늘은 분명 76년의 4월 8일일 텐데, 그들은 오늘이 66년의 4월 1일이라 말하며 장난인 듯 웃어넘기기만 할 뿐이다. 아마 그들에게는 내가 어린아이로 보여지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떠한 행동을 해도,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구는 걸 보면.
...
이 일기에 따르면...
그래요,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실체가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 의해,
지유에 의해 다시금 만들어진 환영입니다.
어디 당신뿐인가요?
이저택에 있는 모두가, 허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유는?
그는 대체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 낸 것인가요?
이제는 당신의 작은 주인과, 이야기 하는일만 남았습니다.
헤이즈:(미친듯이 거꾸로 돌아가던 회중시계를 꽉 붙잡아본다. 이렇게 잡히는데.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고 원래 없었어서 사라진 거라고. 곧장 다시 방으로 향한다. 그럼 이건 다 뭔데.)
헤이즈는 지유의 방으로 향합니다.
이 저택은 뒤틀리고, 공간이 무너져 내리는것만 같습니다.
이런 모양새였나요?

이 저택은 이렇게 낡고, 병들어있었나요.

지유의 방문을 열면, 지유가 아닌 누군가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미 그를 알고 있습니다.
어제 꿈에서 보았던, 헤이즈가 안개속에서도 끝까지 쫒았던...
그 뒷모습입니다.
헤이즈:(들어서서, 일부러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강지유:왔습니까.
헤이즈:도련님. (어색하지만 자연스럽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뭘 어떻게 하신 겁니까.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한 그는 애써 웃어 보이며 헤이즈를 맞이합니다.
성인의 얼굴이지만, 어린 도련님의 모습이 뿌옇게 겹쳐집니다.
그래요, 그랬습니다.

모두를 살리기 위해, '나'와 이 저택의 허상을 만들어낸건 당신이에요, 지유.

강지유:... 어떻게 하긴요.
모든것은 제자리를 찾아 되돌아갈겁니다.
시간이 흐르는것이 당연하듯이, 제가 소멸했어야만 했던 그날의 그 결과로 모든것이.
헤이즈:이미 도련님과 절 빼고 모든 사람들이 없어졌거든요.
뭐가 제자리입니까.
강지유:... 그래서, 그 일을 책임지기위해 제가 이곳에 있는겁니다. 헤이즈,
,,, 많이 섭섭했습니까.
(침대맡의 자명종 시계를 바라보았다. 12시를 향해 달려가는, 11시 40분의 시계가 보이고, 실낱같은 정신에 몸가눌 힘조차 없었기에 푹신한 침대위로 몸을 기대고 만다.)
헤이즈:하녀장은 도련님과 제가 살기 위한 길을 가야한다 하더라고요. 아니 뭐 실제로, 다들 죽었으니까. 저희 빼고 다 사라졌는데. (절로 웃음이 났다. 어이가 없어서. 보통 실성했다 하던가.) 이제껏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으면서 도련님 본인이 가셔야 한다고요.
섭섭. 말이라고 합니까?
주무시지 마세요. 자기 싫다면서요. 그럼 계속 주무시지 말던가요. 정 자야겠으면 다 토해내고 주무시죠. 하녀장이 말한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도대체 주인어른은 뭘 하려던 건지.
강지유:... 하녀장님이 말한 길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느긋하게 말을 내뱉는 모습이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다 얘기해 주겠다고, 답해오는것만 같았다.)
아시다시피... 이 저택의 모두는 죽었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지나 육체는 물론, 그 영혼조차 전부 소멸되었지만... 어느날 저택에 찾아온 남자가 제안하더군요.
맨정신으로 7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이 환각을 유지하면 모두가 살아날 것이라고.
결국 꺼져가는 정신에, 남은것은... 헤이즈, 당신뿐이지만... 당신만이라도 살아남았으면 합니다.
그 대가로 저는, 이 환각과 겹쳐져서...
강지유:소멸하겠지만.
이게 제가 아는 전부입니다.
헤이즈:(때리고 싶다. 하지만 때릴 수 없다. 때려서도 안 된다. 때리면 진짜 돌이킬 수 없는데도. 그래도 어느새 손은 제 주인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었다. 힘없이 늘어지는 몸을 힘으로 끌어온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눈은 분명히 경멸이 어려 있으면서도 거대한 원망과, 또 슬픔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그게 주인을 향한 건지 자신을 향한 건진 모르겠지만.)
왜 살리려고 했어.
(결국 그 죄책감을 짊어지는 건 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네가 바란 게 아니란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처음부터 이 저택의 일고 이미 사라진 사람들은 잊고 다른 일이나 했으면 좋았잖아.
강지유:궁금합니까. (모두가 잠들어버린 저택안을 홀로 지새우며, 제 옆으로 잠든 네 모습을 보며 느꼈던 저의 감정을 알까. 아마 모를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 ... 조금이라도 더 힘내서, 한명쯤은 더 기억해볼걸 그랬습니다. 그럤다면 저처럼 당신이 홀로 이 저택을 기억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당신의 말대로, 이 모든일들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 수있었다면, 좋았을까요. (마지막으로 남은 인물이 하녀장과 집사라는 것만 봐도 이 저택의 인물들이 저에게 얼마나 유감이 없었는지 알 수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나 다름 없었음에도 내가 그들을 포기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역시... 그들에겐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겠지.) ... 저는 더이상 자신이 없습니다 헤이즈. 남은 시간을, 당신이 말한것처럼 살아갈 자신이.
헤이즈:...결국 내 잘못이었네. 나도 기억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같이 사라졌을 거고. 그렇게까지 불확실한 기억이라는 거에 매달릴 가능성도 줄었을 거고, (잠깐.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다. 좀 더 본인에게 상처가 될 말들이다. 내가 아니고. 내뱉지 못할 수많은 말들이 닫히지 못한 입 안에서만 맴돌다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어쨌든 이곳에 원해서 잘못한 사람은 없다. 아직까진.) ...꼬맹아. 니가 아까 그랬지. 동요의 마지막 곡을 듣기 전까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그럼, 내가 이대로 니가 나마저 잊기 전까지 동요를 불러주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을 리가 없지. 그건 정신력 문제다.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약속을 지키라고.)
강지유:.., 그것이야말로, 제가 원하는 일이 되겠지요.
헤이즈, 시계가 12시를 가르키는 순간, 우리 중 한명은 사라집니다. 그 자장가를 들으면... 정말 잠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그시간까지 저와 얘기해주세요.
제가 남겨두었던, 편지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안에, 모든 답을 남겨두었습니다. 헤이즈.
헤이즈:궁금한데. 궁금하긴 한데요. 전 그런 거, 편지 쓴 본인이 직접 읽어주는 쪽이 더 취향이라.
먼저 잠드는 쪽이 사라집니까?
강지유:그 반대입니다. (이런 순간에 조차 너무나도 너다운 물음에 그만 눈물이 뚝 떨어자고 말았다. 당신에게 남아있을수만 있다면, 그 무엇을 못할까. 제 손을 거부했던 그 손을 잡고 이끌어 입술위로 맞추고 미소지어보였다. 손등위로 부벼지는 뺨의 감촉과, 스쳐지나가는 속눈썹, 잘 벼려진 콧대까지 그의 얼굴 생김이 모두 네 손위로 스민다.) 살아주세요, 헤이즈.
헤이즈:............. (그 어느 때보다 긴 고민이었다. 제가 모셨던 이의, 처음 마주하는 눈물. 지금과는 다른 감촉만이 떠오르는 뺨. 전혀 다른 느낌의 속눈썹. 그리고 그보다도 낯선 모든 것들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전력을 다해 밀어내던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결심이 섰다. 손을 놓고 물러나나 싶다가도 그 머리를 끌어안고 등을 느리게 토닥이기 시작했다. 어린 도련님을 모시는 그의 역할대로.)
도련님은 모르시겠죠. 제가 이대로 살아 돌아가면 벌어질 일들이 어떤 건지.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갈 거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순리대로 가야죠. 죽은 사람은 죽고. 산 사람은 살고. 둘다 죽게 되면 뭐, 그것도 순리겠고. 아무튼 여기서 누군가가 살아야 한다고 하면 그건 도련님입니다. 제가 아니고요. 그 편이 낫고, 맞습니다. (혹여라도 자신을 보지 못하게, 그냥 저택의 마지막 모습도 시계도 보지 못하도록 안은 팔에 힘을 준다.)
제가 집에서는 진짜 내놓은 새끼거든요. 근데 왜 도련님 명령 하나도 어기지 않고 수발 다 들었는지 아십니까? 그러면서 한 생각이 뭔지 아십니까? 언젠간 꼭 내가 거하게 통수 한 번 쳐야지. 합법적으로. 누구도 내 잘못 아니라고 할 때 통수 쳐버리고 사직서 써야지.
근데 지금이 그때네.
저 내일부터 일 때려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모시고 보아 온 정도 있으니까, 제 가문에는 제가 열심히 일하다가 포상으로 은퇴해서 좋은 데서 쉬고 있다 해주십시오. 아무도 다시 보길 원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냅두라고. 그리고 다른 일 하세요. 언제까지 말 안 들으실 건데요. 철 좀 드세요.
강지유:헤이즈.
헤이즈:(도닥이던 팔로 옆에 아무렇게나 버려뒀던 마더구스 책을 펼쳐 동요 페이지로 넘긴다. 그리고 다시 등을 두드리며 낮고 조용한 음색으로 자장가를 부른다.)
강지유:이러지 마세요.
헤이즈, 제발.
저를... 떠나갈겁니까?
또, 그렇게...?
헤이즈:(모든 말을 무시한 채 이어지던 자장가가 잠시 끊긴다.)
강지유:저를 홀로 두지마세요.
헤이즈:정신 차리세요 도련님아. 또 떠나는 게 아니고 이미 떠난 겁니다. 끝난 일이라고요. 그리고 스물 둘이면 슬슬 독립할 때 안 됐습니까?
강지유:당신이 그날 밤을 아십니까.
모두가 떠나가고 저홀로 잠들어야만 했던 그날을.
아니면, 모두가 곁에 있음에도 홀로 잠들 수 없던 그 밤을...?
나의 외로움을 안다면...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겁니다.
헤이즈...
이제는 모든것이 끝날때가 왔습니다.
당신이 결정한대로,
그의 마지막을 지켜 볼지.
그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를 내일로 보내줄지.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헤이즈:......갑자기 런던으로 혼자 내쫓겨 독립했다 생각하세요. 이제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겁니다. 원래 어른은 그런 법이죠. 사라진 사람 같은 것도 없고. 다들 그냥 도련님을 보낸 걸로 하세요. 그리고 어디선가 살고 있는 걸로. 다들 그렇게 살잖아요. 그러니까...
(3초. 숨을 고르다가 자장가를 부른다. 아가, 아가, 나쁜 아가, 조용히 해, 요 시끄러운 것아. 아니면 보나파르트가 이 길로 지나갈 거야. 아가, 그는 거인이야. 네 소리를 들으면 그가 집으로 뛰어와서 단번에 널 죽일 거야. 한 조각씩 물어뜯어서 널 계속 먹어치울 거야. 그러니 조용히 해, 아가, 나쁜 아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지유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포기했는지 눈을 감고 미미하게 웃습니다.
이윽고 침대에 기댄 지유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밖의 안개는 천천히 사라집니다.
당신도...
역시 서서히 안개처럼 사라져갑니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말이에요.
결국엔 형체마저 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가만히 그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몇시간이고, 잠이든 지유를 가만히 응시합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요.
여전히 눈을 감고있는 지유가 팔을 뻗어 책 위에 손을 뻗습니다.
강지유:헤이즈, 거기에 있죠.
헤이즈가 그 어떠한 대답을 하고 말을 걸어도, 둘 사이엔 어떠한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강지유:... 이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당신은 지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립니다.
이미 사라졌기에... 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전할 말이 있습니다.
ED.2 잘자요, 내 작은 주인님.

[강지유 생환, 리안 헤이즈 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