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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리지

[리지] 페르세포네의 유리온실 2019-11-09


KPC : 강지유

PC : 리안 헤이즈



...

얼마나 더 걸어가야 그 때의 우리를 찾을 수 있을까.
부디 나를 만나러 와줘.
휴대폰 위에 선명하게 떠오른 글자는 몇 번을 더듬어 읽어봐도 변함 없이 그대로 입니다.
부디, 나를... 만나러 와줘.
당신이 잃어버렸던 사람에게서 온 연락입니다.
기묘한 일 입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던가요?
앞으로 몇 시간 후면 그 사람의 첫 번째 기일이 아니던가요.
폐를 한바퀴 돌고나온 호흡이 무겁기 그지 없습니다.
그 사람을, 어디로 만나러 가야 한단말인가요?
찾아 간다고 한들, 만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을 보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헤이즈, 당신이였습니다.
손끝이 겨우 스칠것 같은 애매한 거리감을 두고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이름을 부르면 지금이라도 금방 "왜?" 하는 평범한 인사를 건내며 나타날 것 같은, 그런 사람입니다.
강지유:[ 무서워? ]
헤이즈가 휴대폰 화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가벼운 진동이 울리더니 문자가 한통 더 도착합니다.
짧은 문장입니다. 누가 장난이라도 치는걸까요?
그러나 어쩐지,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이짧은 문장에서도 지유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합니다.
헤이즈, 당신도 문자를 보내볼까요?
헤이즈:(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끝에)
[ 어디? ]
누군가 방 문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노크소리는 매우 정중하고 어쩐지 다정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집에 있는 것은 탐사자 당신 뿐입니다. 누가 방문을 두드린단 말인가요?
헤이즈:(조금 무서워졌다. 아무리 그래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으니까 장난일 거라 생각했는데.)
(우선 화면을 통해 집앞에 있을 사람의 정체를 확인한다.)
화면은 보이지 않고, 지유에게서 문자가 도착합니다.
강지유:[ 만나러 오는 길이 너무 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다릴테니, 문만 열면 됩니다. 어렵지않죠?]
헤이즈:[ 미친 진짜야? ] (무의식적으로 썼다가 또 지운다. 그리고 문을 쳐다본 것도 십여 초.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문앞으로 다가가,
서서히 문고리를 잡아 내려 열었다.)
어떻게 그리 쉽게 이야기하는지, 문만 열면, 그러면 정말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어떤 마음으로 문을 열건,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당신은 문을 열었으니까요.
그러나 문을 열면, 그너머는.
전혀 다른 세계 입니다.
헤이즈:...?
방문 너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들이 당신을 부르기라도 하듯 화사하게 흔들립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꽃송이들이 빼곡합니다. 당신의 방문너머로 넓은 화원이 보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을 경험한 탐사자,
이성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SAN Roll
기준치:66/33/13
굴림:67
판정결과:실패
이성 -1 감소.
무어라 먼저 문자를 보내기도 전에, 문자가 도착합니다.
손에 쥐고있던 휴대폰이 가볍게 울리는가 싶더니 문자가 한통 더 도착해 있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문 앞에 펼쳐진 꽃으로 빚어진 세계는 평온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런 변화도, 혹은 누가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작게 새 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강지유:[네 마음에 들면 좋겠어.]
무엇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걸까요?
이 화원이?
기이한 기분에 시달리며 당신은 홀린것처럼 한 걸음, 최초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발 아래 와닿는 풀의 감촉이 지나치리만큼 선명합니다. 그거 한걸음 내딛었을 뿐인데,
왜이리 감정은 벅차오르는지.
여기 어딘가, 지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헤이즈:(같이 죽자는 말이 이런 의미였나? 이건 저 세상인가? 뛰어대는 심장을 억누르며 꿈결처럼 걸었다. 정말 만나게 되는 건가? 그렇게 보내놓고?)
어딘가에 앉아,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화원 안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낡은 공중전화 부스가 하나 보입니다.
공중전화 부스에 따로 조명이 설치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화원 안은 잔잔한 햇살이 스며들어오는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아주 낡은 것처럼 보이는 공중전화 부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전화 벨소리가 울립니다.
마치 당신을 부르는 것처럼요.
따로 둘러볼 것도 없이 눈앞에 있는 낡은 전화 부스에서 시작된 것 입니다.
전화를 받을까요?
헤이즈:(전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솔직히, 현실적이지 않잖아. 아무리 그놈이 불사신이었어도. 꿈이구나. 꿈이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지체없이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댔다.)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대는 순간, 저멀리서 무거운 한숨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유의 음성입니다.
희미하게 흐려져 제대로 듣지않으면 내용을 전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먼 곳에서 들려오는것 같은 음성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것처럼 헤이즈에게 쏟아집니다.
강지유:인사는, 지겨우리만큼 자주 했으니, 안하겠습니다.
무슨 말을 먼저해야, 당신이 덜 슬퍼할까요, 아니 덜 욕을 할까요? (작게 웃음소리가 울리고, 그가 여전히 고뇌하는듯한 머뭇거림이 작은 숨소리에 마저 묻어난다.)
헤이즈:...포기하는 게 좋을 텐데. (나즈막이.)
강지유:항상 바래오고, 바래왔던 죽음이였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조금 후회되는군요. 조금 더, 차근히 설명해 주었더라면. 그랬다면.
다정한 당신을 끌어안고 조금 더 다정한 말들로 마지막을 나눌수도 있겠다고, 이건 너무 큰 욕심입니까.
헤이즈:욕심이었겠지. 하지만, 뭐, 그래. 그랬을 수도 있겠네. 그런데 후회가 너무 늦다고 생각하지 않냐?
강지유:이제서야, 모든게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빠른 이별이여서인지 너를 두고 가야하는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또 무슨 말을 해야할까요.
헤이즈:(표정만 찌푸린다.)
강지유:밥 잘 챙겨먹고, 너무 늦게, 잠들지말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힘들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그런 사소한 것들을 당신이 잊지않기를 바랍니다.
헤이즈:-웃기고, 앉았어.
강지유: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많이 울지마세요.
또 만나게 될 거니까.
헤이즈:무슨 소리야...?
휴대폰에서 가벼운 진동이 울립니다.
헤이즈:(수화기 댄 채로 들어 확인.)
지유에게서 도착한 문자입니다. 내용은, 또 만나게 되었죠? 입니다.
헤이즈:(만나게 되었다고? 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모습을 찾는다. 언제?)
(지금? 수화기 한 번 쳐다보고,)
야.
공중전화에선 더이상 어떤 말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공중전화 너머를 바라보니 앞으로 이어진 길가에 빼곡하게 심어진 나무들이 보입니다.
다가가볼까요?
헤이즈:장난치나... (짜증스럽게 콰당, 수화기를 던지듯 내려놓곤 나무 쪽을 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왔던 길은? 그대로인지 돌아보고)
나무 근처로 다가니 자그마한 표지판이 옆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나무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고 짧은 문장이 하나 쓰여있습니다. 읽어볼까요?
헤이즈:(읽어본다)
[변함 없는 사랑, 영원한 행복.]
헤이즈:(왜, 이러는 건데. 얼마나 더 놀려먹어야 속이 시원해. 괜히 표지판을 걷어차곤 나무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본다.)
hp-1 감소
헤이즈:(아야.. 단단하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막연하게 꽃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듣기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듣기
기준치:55/27/11
굴림:59
판정결과:실패
바람처럼 가벼운 소리가 어딘가
들려옵니다
헤이즈:(허공 한 번 올려다본다)
무언가를 부르는것 같기도, 아닌것 같기도.
화원 안은 고요하기 그지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방문에서 이어진 길에서 누군가와 마주친다면 더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왠지 저 소리를 따라 걸어가야할것만 같습니다.
헤이즈:(본능과 직감에 충실한 헤이즈는 미묘한 표정으로 따라 걷는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계속 걸어가다보니, 지유에게서 문자 하나가 도착합니다.
강지유:[헤이즈.]
헤이즈:(뭔데, 하는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답을 해야 하나.)
[ 뭐. ]
강지유:[삐졌습니까?]
헤이즈:(울컥) [ 삐졌다 새끼야 ]
강지유:[그래도 와주세요, 기다리고 있으니까.]
헤이즈:[ 어디로 오라고도 안 했으면서 내가 옆길로 빠지면 어떡할 건데. ]
[ 영원히 거기서 기다리던가. ]
(폰을 쑤셔넣고 계속 걷는다.)
어느새 화원 안에 놓인 작은 벤치에 다다르고, 그 아래 이름 모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볼까요?
헤이즈:(문득 아까의 표지판을 떠올린다. 벤치 앞에 쭈그려앉아 잠시 꽃을 본다.)
붉고, 아름다운 피안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 피안화입니다.
벤치 위로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작은 노트가 한 권 올려져 있습니다.
읽어볼까요?
헤이즈:(피안화... 꽃말이 그런 거였던가. 시선 먼저 올라가고 그 다음 손이 올라간다. 노트를 들어 살폈다.)
또다시 휴대폰으로 지유의 문자가 날아듭니다.
헤이즈:....그래서. (어쩌자고. 난 이미 이렇게 남겨졌는데.)
(핸드폰을 꺼내 본다.)
문장은 선명합니다. 당신이 일기를 읽었다는 것을 아는 것 처럼, 원하는 바가 분명하게 담긴 문자입니다.
[우리, 이번에야 말로 같이 죽을까?]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난 다음에는, 지유의 말처럼 편안해 질까요?
무척이나 고요하고 평화롭다는 그이 말처럼 당신도 쉴 수 있게 될까요.
정해진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휴대폰 화면 안에 떠 있는 문장들이 선명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이번에야말로 같이 죽을까,
어디선가 지유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발치에 흐드러지게 핀 피안화 위로 물안개가 번져듭니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축축한 습기가 비로 만들어진 세계로 당신을 이끄는 것 같습니다. 저멀리, 어딘가에서...
...
다시 전화벨 소리가 들려옵니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금방 흐려져 사라질듯 작은 소리 입니다. 그러나 헤이즈, 소리를 찾아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전화벨 소리에 겹쳐진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길을 떠나면... 분명 헤매이게 될거에요.
그야 당연합니다. 당신을 이 화원으로 불러온 사람은...
...
흥얼흥얼, 가볍게 울리는 노랫소리가 이질적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익히 알고있는 사람입니다. 물 속에 잉크가 번져드는 것 처럼, 자연스럽고 깊게 울려드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천천히 돌려 보면...
아.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리운 모습이 희미한 물안개 속에 번져 있습니다.
햇살이 그림처럼 화원의 유리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그 사람은 투명한 우산을 펼쳐 쓴 상태 입니다.
잔잔하게 가라앉은 다정한 눈동자,
부드럽게 흐트러진 머리카락...
당신과 눈이 마주치면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것처럼 매끄럽게 휘어지는 입매까지.
그러나 어쩐지, 숨이 턱 멎을 정도로 막막한 슬픔이 파도처럼 당신에게 쏟아집니다.
온세상이 무너져서,
그 잔해에 깔린 것 처럼요.
헤이즈:(보자마자 덜컥 내려앉는 심장에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내딛는다. 또 문자가 오면 어떻게 답해야겠다, 그런 생각도 모두 쓸려 내려가버리고 갈 곳 없는 이처럼 눈동자만 우산과 그 아래를 내려다봤다.)
강지유:... (투명한 우산을 쓴채로, 네 앞에서서 밝은 표정의 그가 웃음짓는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검은색 정장과 붉은색 동백꽃 다발을 들고.)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사람의 모습이, 왜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기억속에 있던 모습과 비교해도 그케 달라진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헤이즈가 길게 그은 흉정도.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게 보이는것 같기도 합니다.
행복하다니.
당연한 일인듯 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입니다.
헤이즈의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앉고는, 그 손에 자신의 휴대폰을 들려줍니다. 당신과 주고 받았던 문자가 떠 있는 화면입니다.
강지유:이상한 표정이군요. 1년만에, 다시 만났는데.
헤이즈:(얼떨결에 폰을 받았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벌어져 있는 눈꺼풀이 멍청해 보이지는 않을지.
이질적이게도 가지런한 숨소리로 말을 대신 고른다. 숨은 이성보다 감정에서 말을 찾았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먼저 말이 튀어나갔다.)
1년...만에 만난 놈한테, 같이 죽자는 말을 들었는데, 표정이 안 이상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
강지유:이렇게 평화로울줄은, 몰랐으니까. (네 말에 소리내어 웃음 지어보이곤 편하게 벤치에 기대어보였다. 막연히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더없이 평온해서, 이젤 앞에 앉아있던 그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들고 만다. 이렇게 죽어서도 너와의 사랑을 버리지 못해서, 죽는 그순간에도 내뱉지 않았던 말들을 찬찬히 내뱉고만다. 너도 나와 같았을까.) 보고싶었습니다.
헤이즈:.......개뿔이. (이젤 앞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서 오히려 찡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 없는 1년 동안 꽤 많은 생각을 했으니까. 찡그림이 일순 스쳐 지나가고, 시선이 발끝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좋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강지유:(언제나와 다름없이, 잔뜩 투덜거리는 모습에 진하게 웃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여전한 모습이라서, 그렇게 웃어버린다. 네가 너무 사랑스럽다고하면 때릴까, 진득하게 애정이 담긴 눈으로 네 질문을 기다렸다.)
헤이즈:(일부러 시선을 맞추지 않고 피했다. 오로지 대답으로 듣고 싶었다. 막상 말로 내려니 어려워, 입술에 깨문 자국이 조금 남았다.)
넌 진짜 좋았냐? 나랑,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정말 좋았냐고. 너도 그, -... (갑작스러웠을 거 아냐.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와서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되기 전=죽이기 전)
강지유:단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적 없었습니다. (그것이 첫번째 너인지 여섯번째 너인지는 중요 하지않았다. 그저 너였기에 사랑한것이 전부였거늘, 조금 더 천천히 자신을 설명하고 나는 다섯번의 너를 만났지만 매순간 너에세 반해왔다고, 그건 너라고해도 다름없을것이라고 얘기해주었어야만 했다. 분명 제가 그렇게 떠나고나면 너는 행복해질줄 알았는데,) 그러는 당신은 아직도, 나를 사랑합니까.
헤이즈:...모르겠다, 이제. 그때는,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을 멈춘 입이 벌어진 채 멈춘다. 그렇다면 그건 진심. 매 순간 제게 보여왔던 네 모든 모습이 진심이었다면,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됐지? 드디어 돌아간 눈이 너를 향한다. 그 미소와 눈길을 마주한 채, 스스로 만들어낸 몰락의 질문을 던진다.)
이 제안, 너를 위한 거냐, 나를 위한 거냐.
...
제 손에 들었던 동백 꽃다발들을 가득 안겨주곤 잠깐 걷자며, 화원 안으로 걸어들어가 버립니다.
화원...
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공간은 지유와 함께 걷기 시작하자 갈 수 있는 곳 보다는 갈 수 없는곳이 더 많습니다.
여전히 투명한 우산을 어깨에 걸쳐 쓴 채로 걷습니다.
헤이즈:(아무런 말 없이 꽃다발을 든 채 뒤따라 걷는다. 쳐다보는 눈길에서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는다. 그 의심을 버리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사람처럼.)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몇 걸음 걷다보니, 마치 작은 감옥에 서있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럼에도 두사람은 함께 걷습니다. 얼마만인지 모를 시간을 겨우 돌아서 함께 걷는 길이 왜 이렇게 눈물 겨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나면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할 수 있는 말 보다는 할 수 없는 말들이 더 많습니다.
지유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잘 털어놓으려 들지 않습니다.
강지유:그저 네가 행복하길 바랄뿐이야. (네 물음에 대한 대답인지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툭 터놓고만다.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내뱉는 자신의 연인에게 등을 보인체, 전혀 원망조차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야휘어버린 네가 제 바람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노라고 모른척 할 수조차 없이 적나라하게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데도, 이곳에 찾아와준것 만으로도 기뻐서, 그것이 참을 수 없어서, 또 내뱉고 만다.) 우리, 같이 죽을까요.
헤이즈:(품 안에 있는 것을 꽉 끌어안는다. 묻고 싶은 것이 많다. 너무나도 많다. 여기서 왔던 길을 포기하고 이 이상한 길의 끝을 보고자 한다면, 그땐 전부 물어볼 수 있게 될까.
애초에 더 바랄 것도 나아질 것도 없는 삶이었다. 나은 삶을 바라서 그렇게나 악착같이 타인의 비위에 맞춰 이제 정점에 섰는데, 그렇게 서 있으니 남는 건 사치밖에 없었다. 정작 원하던 것은 남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버린 거나 다름없었어서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돌연 전환을 맞았다. 그 이상하도록 행복했던 일상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게 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허전함이 정신을 침식했다. 그래서 너를 지독하게 원망했다. 그런데, 네가 그것이 진심이었다 말하며, 지금 이것도 나를 위해서라 말하는 거면.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이 또 그와 맞닿아 있다면.)
...어떻게.
강지유:(네 대답에 그가 뒤돌아보며 말없이 웃음지었다. 너무나도 큰 선물을 받은것처럼, 투명한 우산아래의 그가 웃음짓는다. 저 발치로 작은 오두막집이 보이고, 벽면을 타고 오른 담쟁이 덩쿨 위로 햇살이 하얗게 조각나 부서지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 없어서. 네 지친 몸을 달래고 부추기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지. (죽음을 빌어 제옆에 존재해주길 바란다. 네 손목을 잡고 오두막 안으로 이끌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생활감이 묻어나는 공간.)
그의 공간에 들어선 헤이즈,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74
판정결과:실패
지유의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비록 이곳에 혼자 있긴하지만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모습은...
'살아있는 사람' 그 자체로 느껴집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무슨일을 겪었길래, 이사람은...
...
지유를 바라보는 것이 힘이 듭니다.
꿈속에 잠긴 것 처럼, 혹은 물 속에 던져진 것 처럼요.
웃고있는 얼굴이 상냥하고 다정한 것은 여전하지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불쑥 피어나 크기를 불려갑니다.
헤이즈:(꼿꼿이 서서 오두막 안을, 그리고 널 보다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아니다. 정말로 원하는 최선의 바람은 그런 게 아니라서
네 손을 우악스레 잡고는 무작정 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끌고 가기 시작한다. 왔던 곳으로. 감옥 같은 공간이 머릿속을 스쳤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내가 들어왔던 곳으로 너를 데리고 나가는 것.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그러다 길을 잘 못 들었는지, 조금 틀어진 길을 향했을 뿐인데 불투명한 유리같은것에 막혀 부딪히고 맙니다.
정말 작은, 유리 감옥처럼...
그러다 문뜩, 오두막의 뒷편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소름끼치게 적막하고, 유독 채도낮은 빛으로 오롯이 존재 하는 장소에 눈길이 향하게 되는것은 당연했습니다.
다가가볼까요?
헤이즈:(널 한 번 쳐다보고 손을 놓는다.) 여기 있어.
(당부한 뒤에야 혼자 가까이 다가간다.)
숨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그곳은, 바로 늪입니다.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도통 헤이즈로서는 알 수 없는 아득한곳, 천천히 지유가 다가와 말합니다.
강지유:늪 아래에는, 내 시체가 있다더군요. (당신이 찌르고 버리고간 그 시체를, 헤이즈를 바라보는 지유의 표정은 마치 오늘의 날씨가 어떠하더라, 정도의 말을 웅얼 거리는 것 처럼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연인에게 하는것인지도 모르는마냥, 눈을 느리게 깜빡이는 모습이 무지한 어린아이같기도 하고. 전혀 관심없다는듯 무미건조함이 묻어났다.)
헤이즈:...뭐?
(늪 한 번 보고. 너 한 번 보고.) 그럼 넌 뭔데?
(바닥을 가리킨다.) 저게 있어야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거면, 똑바로 말해.
강지유:... 충분히 이곳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데, (자신이 어째서 나가야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안락하고 어떠한 고통도 슬픔도 없는곳이 어디있을까. 손을 뻗어 네 뺨을 쓸어내렸다. )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 (이미 죽어버린 자신이 가봐야 어느곳에 가겠냐며 너를 안심시켜주고 달래주곤, 네가 납득 한것과는별개로 오두막집에 너를 데려다 놓은체 어디론가 자리를 비워버린다.)
헤이즈:(뺨을 쓰는 널 불신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그때도 그렇게 사라져서, 결국 그 꼴이 났잖아. 이곳이 막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곳으로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너의 의도를 이제는 모르겠다. 그리고 저기 누워 있는 너와 너의 차이도 모르겠다.
멀어지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늪에 넣어볼 만한 막대기는 없을까. 건져낼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둘러보다 결국, 오두막 집안까지 도달한 헤이즈는 그곳이 늪처럼 적막한 공간이 된것을 느낍니다.
소리가 사라지고, 마치 깊은 바다 속에 잠겨 있는 것 처럼 헤이즈의 생각은 점점 느려져 어쩌면, 그러한 의문들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책상위로 석판하나가 눈에 걸립니다.
종이도 아니고 석판이라, 한번 읽어볼까요?
헤이즈:(읽어본다.)
....?
아이디어 판정 해주세요.
헤이즈: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35
판정결과:보통 성공
석판을 읽고난 헤이즈는, 어쩐지 그런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그가 하얀시종에, 해당되는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헤이즈:(하얗긴... 한데...)
(먹이? 내가 먹이인가...? 아니면 우리가 먹이인가?)
아무래도 역시 지유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을 건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석판을 뒤집어볼까요?
헤이즈:(석판 한 번 뒤집어보고, 옆면도 보고,)
(쓸 만한 것들이 있는지 서둘러 둘러본다.)
(시종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애완인간이 된 지유인지, 아니면 별개의 존재이고 지유는 이미 애완인간이 된... 아아아.... 머리 벅벅 헤집는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헤이즈:어쨌든 지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거지... (그것만 확실히 이해한 것 같다.)
지유를 설득해서 데리고 나갈 자신이 없다면, 그럼 늪 안으로 밀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헤이즈:(?)
그때 발걸음이 들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그가 다시 돌아옵니다.
헤이즈:(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석판을 내려놓는다. 일단 안 본 척,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척.)
강지유:잘 있었어요? (여전히 온화해보이는 얼굴로 오두막안을 들어서며 네게 가까히 다가섰다. 언제나 다혈질적이고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네게 정신없이 끌려다닌 기분이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너와 함께 였기에.)
헤이즈:(돌아보는 얼굴이 무표정하다. 속에서는 수십 개의 폭풍이 한꺼번에 밀려와 요동치고 있었지만. 옛날부터 할 줄 아는 연기라곤 아무렇지 않은 척밖에 없었어서.)
어디 갔다 온 거야. 그 타이밍에
강지유:... 미안합니다. (그가 불렀기에 다녀올수밖에 없었다. 네가 있는동안 계속 곁에 있고싶었지만, 어차피 네가 죽어준다면 우리는 평생 함께 할 수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평화롭게. 천천히 너를 달래주듯 뺨을 어루만지고 귓가를 쓸어내리며 붉은 머리카락을 슬쩍 문질러본다. 새빨간색의 너였다.)
헤이즈:(곁눈으로 네 목을 살핀다. 정말 빨아먹힌 자국이 있는지. 그리고 눈빛은 시선과 함께 가라앉는다. 채 가려내지 못한 실망감을 네가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봤는데. 네 시체가 보고 싶어졌거든. 미안하면 협조하지 그래.
강지유:시체를...? (건저내어 줄수도 없는것을, 요구하는 네 모습에 말을 아꼈다. 슬쩍 바라본 목덜미엔 그저 네가 그어놓은 흉터만이 자리하고, 조금 미심적은 얼굴로, 어쨌거나 네게 미안한 일이 많은것은 사실이였기에 늪으로 가보기로 했다.)
헤이즈:진짜 살인자가 되고 싶진 않아서. 적어도 제대로 묻어줘야 할 거 아냐. (흘긋 본다.) 아무리 네가 죽여달라 했어도.
(그러니까 와 봐. 앞장서서 늪으로 갔다. 너보다 반 발짝쯤 뒤에 멈춰 서서, 안쪽을 빤히 쳐다보며)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강지유:... 그렇게 묻는다고 해도... (투명한 우산아래에서, 그가 침묵한다. 그저 사랑하는 너와 이곳에서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실 자신은 다 알고있었다. 제가 없는 세상속에서 네가 살아가는 방식을, 아름답게 건반을 두드리던 네가 그것을 강박적으로 피하고 저와 관련된 모든 자신을 짓누르는것을) 그저 같이, 죽어주길 바래. 헤이즈.
헤이즈:...아주 만약에,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해도?
강지유:이 바깥을 나서길, 원치않아. (아무리 투명한 우산아래에서 그 바깥을 본다고 해도, 그안에서 지켜보는 세상이 바깥과 같을까? 아주 작은 우물과 다름 없는 공간이였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그렇게 고통받고 눈물지을 나날은 오지않을텐데.)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니까, 그렇기에 더더욱...
헤이즈:....그래?
(그 순간 너의 등을 밀었다. 늪을 향해 밀리는 몸을 우산이 지탱할 수 있을까. 구해줄 수 있나.
너의 반말을 들으며 피가 차갑게 식어갔다. 만일 이것이 그때의 연장선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내가 또 다시 그때와 비슷한 함정에 빠지고 또 괴로워질 뿐이라면.
잠깐 동안 네가 진짜 너 자신이 아니라 미쳐버린 무언가이고, 알 수 없는 것의 시종이고, 그런 것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나를 위해 행동한다면 거기에 넘어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두 번이나 같은 것에 의해 무너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결국 결말은 이것이었다. 이곳에 남는 것은 네가 원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이곳을 나가 다시 살아 있는 상태로 마주하는 것이다. 결국 이건 다 너를 위해서였다.
밀린 몸을 쳐다보는 그 눈이 차갑고 붉었다.)
지유를 삼키는 동안에도 늪은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을 다 잡아먹은 고요함 속에서, 얼핏 지유와 눈이 마주친것 같습니다.
분명 사람을 밀어 빠트렸는데,
손 끝에 닿은 느낌이 영... 시원치 않습니다.
그저 미미한 감각만이 맴돌고...
물에 빠지는 소리라도 나야할텐데,
왜 그런 기색조차 없는지.
...
늪 안으로 직접 손을 휘저어봐도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를 밀어 넣은것이 정말 맞기는 한지, 늪은 요동조차 치지않습니다.
거짓말처럼 가라앉은 지유의 흔적을 계속 해서 쫒고
찾아 헤메기를, 마치 그가 죽고난 후의 세상에 또 다시 홀로 남겨진것만 같습니다.
헤이즈:(처음 받았던 전화에서 흘러나오던 것처럼 긴 한숨만이 남았다.)
(돌아가야 하나.)
어라?

주변을 둘러보니 화사하게 피어있던 화원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익숙한 벽지와 익숙한 가구들이 당신을 반깁니다.
헤이즈:?
비가 내리는 바깥도, 닫혀있는 방문도 모두 그 화원에 가기전과 같습니다.
헤이즈:(내가 드디어 미쳤나)
그것은 그저, 한밤의 꿈이였던걸까요?
그러다 문득 침대 옆으로 무게감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봅니다.
일 년 전 그 사람을 보낼때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지유입니다.
끈이 떨어진 인형처럼,
헤이즈:워, 씨, (소스라치게 놀라며 침대에서 굴러떨어진다)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그.
서둘러 다가가 확인을 해봅니다. 그가 살아는 있는지, 코밑에 손을 대고요.
헤이즈:.... (한줄기 희망. 살아있나...?)
그는 분명 자신이 목줄기를 꿰어 죽였었습니다. 여전히 숨을 쉬지 않는게 당연하다고, 그렇게 납득도 해봅니다.
그러다 작게, 가느다란 숨결이, 손가락 끝에 닿아옵니다.
헤이즈:....!
야... 야, 살았냐? (뺨을 툭툭 쳐보고)
천천히 깨어날듯한 조짐이 보이고,
눈꺼풀이 들리며 회색의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END.2 KPC, PC 모두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