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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울프아로

[울프아로] 히스클리프 2021-08-06~20

시나리오 본문 : 히스클리프

 

 

KP

KPC 한아로

 

PL

PC 울프

 

플레이 : 8/6,  8/7,  8/20

 

 

 
COC 7th Fanmade Scenario
 
W.숑곰 KPC.아로 PC.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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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피곤한 일정입니다. 휴식 시간은 거의 주어지질 않는군요.
 
모두 이 결혼과 축하연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니.
 
모두는 아닌가.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아로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아로는 당신의 파티 준비를 돕습니다.
 
깔끔한 옷을 입히고 머리를 정돈해줍니다.
 
아로:(머리를 빗겨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아주 어릴때 말고는 드문 일이었던 것 같은데. 저녁에 있을 파티를 위해 울프의 머리를 빗고 예쁘게 땋아올려준다.) 오늘 준비한 드레스, 마음에 들어요?
 
울프:(깔끔하게 빗어넘겨진 머리를 거울에 비춰보고는 웃는다. 그러나 이 웃음은 웃음이 아니다. 네가 알듯.) 마음에 들어서 뭐해. 어차피 상대는 한 번 보고 말 텐데 말이야.
그래도 덕분에 아주 보기는 좋아졌네. 미움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고마워.
 
아로:..오늘같은 날은 제일 아름답게 보여야하지 않겠어? (피식, 웃지만 당신과 같은 웃음임을 알겠지. 드레스 끝자락을 가다듬고 허리 끝에 달린 매듭을 만지작거리며 괜스레 아쉬운듯 시선을 떨군다.) 식장에서 한 번 마주치고 마는... 그런 정략결혼이라도 정말 괜찮은 거야?
 
울프:그래도 좋은 바깥주인 흉내 정도는 내주지 않겠니? 그 사람도 명성 같은 걸 신경쓴다면 말이야. 그리고, ...안 괜찮아도 어른들을 막을 방법은 없잖아?
 
아로:(이제 아예 대놓고 입술을 비죽이며 허리 매듭을 다시 다 풀어 헤치고 있는 힘껏 조여대기 시작한다. 괜한 화풀이를 하는 것마냥, 숨을 참으라며 등도 팍팍 치고.) 그냥 결혼을 안하면 안되는 거야? 그깟거... 정말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면서.
 
울프:악! (확 조이는 매듭이며 따끔하게 손이 떨어진 등에 작은 소리 뱉어내곤 후, 숨 내쉰다.)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잖니?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선 대가가 필요한 법이지. (작게 웃으며 네 머리를 쓰다듬는다.) 널 지키기 위해서도 말이야.
 
아로:...사실 그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하지는 않아? (쓰다듬을 받으면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듯 툭툭 쳐낸다. 실상은 제 손길로 더 헝클어진다마는. 우는 것도 아니고 인상 쓰는 것도 아닌, 짓다 만 표정이 일그러지며 네 앞으로 돌아와 작은 한숨을 뱉는다.) 결혼 하는 거랑 나를 지키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울프:당연한 거 아니야? 매일 같이 놀고 봐온 사람은 너잖아. (더 헝클어져버린 머리를 좀 아니꼽게 보다가 손으로 쓱 빗어 되돌려준다.) 귀한 분들이 권력이니 돈이니 하는 것들에 목 매는 이유가 뭐겠니. 그런 게 있으면 갖고 싶은 걸 가질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도 있지. 물론 온갖 위협에서도 안전하고. 난 그 모든 걸 지키고 싶어.
 
아로:... 난 별로 언니가 지켜줘야하는 어린애가 아니거든, 이제.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어린애처럼 보일텐데. 네 손길을 더는 받아치지 않고 빤히 올려다 보다가 문득 툭, 말을 뱉는다.) 있잖아. 결혼 해도 그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해 줄 거야? 내가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울프:그럼. 어린애는 아니지. 그렇다고 모든 걸 혼자, 아무것도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괴물도 아니고. (맞지? 하고 농담이라도 한 사람처럼 웃는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그 집으로 들어간다고 너를 잊을 리도 없고, 사람들이 아무리 보잘 것 없다고 하는 일을 하더라도 너는 너잖니.
 
아로:... (그거면 됐어, 라는 입에 발린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뚱하게 볼만 이쪽으로, 또 저쪽으로 부풀린다. 아마 너라면 제 속마음을 다 알아차릴 것만 같아서. 팩 고개를 돌려 단장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향수를 칙칙 뿌려준다.) 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걸.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라지만 파티가 다 끝나고 나타날 수는 없잖아. 그렇죠?
 
울프:(사탕이라도 먹었어? 하며 부푼 볼을 손끝으로 쿡 누르곤 돌아선다. 몸에 뿌려진 향수의 냄새를 들이켜 맡고는 잠시 눈을 감고 길게 숨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대외용 미소를 함께 얼굴에 건 채로) 그래, 가야지. 시작해보자. 아주 재미있는 연극이 되겠구나.
 
아로:(역시 웃으니까 예쁘네. 지금은 저 웃음이 나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에 심통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정말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니까. 방문을 열고 울프와 함께 결혼식 전야 파티가 열리고 있는 홀로 향한다.)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아로가 유지하는 침묵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안기는 고요입니다.
 
주위는 어디를 보아도 왁자하기만 합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대며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큰 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귀족: 오랜만일세, 울프!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울프:(비즈니스 미소. 내가 영특한 것과 그 가문이랑 결혼하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대렴, 띨띨한 대머리야.)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울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실환가?)
 
손님1: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 다며?
 
손님2: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를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인사하려는 셈일까요.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울프:(호호 웃으면서) 무슨 재미있는 얘기가 돌고 있는 모양인데, 무슨 얘기려나요.
 
귀족: 아... 글쎄요. 이런 소문 얘기해도 되려나?
아무렴 어때. 어차피 이제 린튼가의 사람이 될 거잖아요 그렇죠?
 
울프:그럼요. 장차 제 가족의 얘기일 텐데, 안주인 될 사람이 모르면 체면이 서지 않는답니다.
 
귀족: 소문으로 말이죠, 요새 린튼 가 친인척들 중에 실종된 사람들이 생기는 모양이더라구요? 뭐, 중요한 경사를 앞두고 있으니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요.
(속닥거리면서) 너무 신경쓰실 건 없지만요. 어차피 다들 머나먼 친척이고... 그저 소문일 뿐이니까요.
 
울프:실종이요? (여유롭게 웃으며) 신경 쓸 게 있겠나요. 다들 어디로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버린 거겠죠. 대단한 가문이잖아요. 누가 손을 대겠어요?
 
귀족: 역시 그렇죠? 다들 린튼 가를 시기해서 그런 소문들이 생기는게 틀림 없어요.
아! 저기, 린튼 씨가 오시네요. (멀리서 다가오는 두 부부를 향해 손을 살풋 흔든다.)
 
울프:(그쪽을 곧장 돌아본다.)
 
문득 당신은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방금 들은 실종자 어쩌고도 있군요.
 
아로:...
 
당신의 곁에 딱 붙어선 아로는 린튼 가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아로:... 인사하지 말고 그냥 저랑 나갈래요? (괜히 네 팔을 툭툭 당긴다.)
 
울프:(속삭인다.) 결혼식도 전에 네 눈에 뚫려서 하나가 죽겠구나.
그래도 이제부터 계속 얼굴 맞댈 사인데, 인사는 해야 하지 않을까.
 
아로:(째릿, 이번엔 울프를.) 농담이 나와요? 그냥 저랑 정원에 가서 산책이나 해요. 응?
 
울프:(푸흐, 새어 웃곤 슬쩍 저쪽을 봤다가 돌아온다.) 그렇게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가자. 인사는 나중에 혼자서 할게.
 
아로:어차피 내일도 보고 모레도 보고, 이제 매일 볼 사람인데. 오늘 꼭 안 만나도 괜찮아. (멋대로 그렇게 말하며 다가오는 린튼 어쩌고한테 콧방귀를 흥, 끼고는 울프의 팔짱을 끼고 정원으로 향한다.)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고요가 찾아옵니다.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아로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시간은 밤 9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아로:... 여긴 그나마 있을 만 하네. (온전히 둘만 남게 되어서야 팔짱을 스르륵 풀고 너와 보폭을 맞춰 걷는다. 잔잔하게.)
 
울프:시끄러웠지, 음악이. 그냥 결혼일 뿐인데 다들 너무 호들갑이야.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게 말야. (팔이 떨어질 때 네 손을 살짝 잡았다가 조용히 놓는다.) 차라리 이런 분위기로 소박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편이 나았어.
 
아로:(꼼지락, 네 손이 닿았다가 떨어진 손가락이 아쉬운듯 꼼질거린다. 그러더니 아예 손을 네게 내민다. 달빛을 등지고 새초롬하게 찢어진 눈을 순진한 어린양인 척 동그랗게 끔뻑이고.) 이런 분위기면, 춤이라도 한곡 출까?
 
울프:(푸핫 웃음 터뜨렸다.) 진심이야? 여기서? 부끄럽게. (하지만 쳐다보는 눈빛은 '그거 재밌겠는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곧 일부러 우아한 척 네 손을 잡으며) 영광입니다, 레이디.
 
아로:(왜? 싫어? 라고 불량스럽게 나오려던 말은 네 눈빛에 얌전히 속으로 삼켰다. 어쨌든 제 손을 잡아주었으니까. 누가 리드를 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지만, 오늘의 옷차림으로 봐서는...) 누가 레이디라는 거야. 누가 봐도 오늘의 댄싱 퀸은 울프잖아. 내가 괜히 허리를 졸라 매준 줄 알아. (곧 네 허리에 손을 두르고 가볍게 왈츠 스텝을 밟는다. 사교계니 예절이니 하는 것에는 일절 관심 없었지만, 다 너를 쫓아다니면서 어릴 적 부터 귀찮게 군 탓이다. 기본 소양정도는 갖출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적어도 네 발을 밟지는 않고 무난히 장단을 맞출 수 있었으니.)
 
울프:(처음엔 약간 이끌듯이. 천천히 발을 옮기다가 어느 정도 서로가 맞춰지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움직여본다. 그래도 곧잘 따라오는 모습에, 이것 봐라, 꽤 잘 하는데, 하며 발걸음이 보다 경쾌해진다.) 춤에 이렇게 소질이 있는 줄 알았으면 네게도 온갖 댄스 레슨을 붙여달라고 부탁할 걸 그랬구나.
 
아로:그 온갖 댄스 레슨 붙이기만 했어봐... 아마 도망다니느라 하루가 바빴을 걸. (이제는 제법 농담도 할 정도로 분위기가 풀렸다. 처음에는 발 코만 따라다니던 시선이 이제는 네게로 옮겨와 머리부터 찬찬히, 마지막으로 두 눈에 새기려는 듯 담아둔다.) ...또 언제 이렇게 같이 춤을 춰보겠어. 아마도... 마지막일지도 몰라.
 
울프:그럼 나와 선생은 너를 잡으러 다니느라 하루가 바빴을 테고 말이야. (그것도 나름대로 즐거웠겠다며 후후 소리를 내 웃었다. 마주친 눈이 그 말에 대한 의문을 담아 곱게 휘어진다.) 왜 마지막일까? 나를 그 쓸쓸한 저택에 남겨두고 코빼기 한 번 비치지 않을 셈이야? 아까는 결혼해도 계속 소중하니 뭐니 하더니.
 
아로:...내가 그 집에 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따지고 보면 사실 난 언니의 뭐도 아닌데 말이야. (친인척도 아니고, 혈연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용인이나 고용인처럼 계약에 묶인 관계도 아닌. 그저 네가 내치면 그만일 사이인 것을. 하지만 이내 말을 다듬어 애써 발걸음을 이어간다.) 가끔... 가끔 놀러 갈게. 차도 마시고, 남편 흉도 들어주고... 언니의 이야기라면 뭐든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춤을 멈춘다. 때마침 홀에서 들리던 음악도 끝이 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들린다. 먼 발치에서.)
 
울프:뭐가 이상해? 친구로서, 말동무로서 방문하는 경우도 왕왕 있잖아. ...고작 그런 게 귀부인들의 큰 여흥이라잖니. (따라서 걸음이 멈춘다. 박수가 그칠 때쯤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고개를 숙이곤 정중히 일으킨다. 그리고 동작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뒤따른다.) 언제든 찾아와. 들어가고 나서 사람들에게 말을 해둘 테니. 가끔은 같이 밖에도 나가고... 강요는 아닌 거 알지?
 
아로:......알겠어. 물론, 알지. 내가 가고싶어서 가는 거야. 당연히. (뒤늦은 인사를 건네는 고개를 다시 들리지 않고, 유난히도 힘이 없다. 여전히 소란스러운 홀 내부를 한번 바라보다가 다시 네게로 고개를 돌린다.) 내가 파티의 주인공을 너무 오래 붙잡아두고 있는건가? 슬슬 끝나갈테니까... 인사라도 해두는게 좋겠지... 역시.
 
울프:(흡족한 얼굴로, 왜 그런 표정을 하냐는 듯이 어깨에 손을 살그머니 올렸다가 내리면서 홀 쪽으로 먼저 걷기 시작한다.) 인사는 무슨. 이미 다 지났을걸. 그래도 주인공이 없어서야, 홀에 쏟아부은 돈 우는 소리가 시끄러울 테니 슬슬 들어가야지.
맛있는 것도 많을 거야. 네가 좋아하는 것들. 잔뜩 먹고 가렴.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아로까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아로가 당신을 붙잡는 건.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아로가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아로:...그냥, 결혼하지 마.
결혼하지 마세요, 제발.
그냥 내 옆에 있어... 응? 제발...
 
울프:(가다가 돌아본다.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눈 하나에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이 너를 담았다가, 그 뒤의 나무를, 집의 담벼락을 담았다가, 다시 네게 멈춰 슬픈 웃음을 짓는다. 꼭 '미안해.' 라고 말하듯이. 한참이라고 착각할 만큼 움직임 없던 몸은, 그러고서야 말없이 홀 쪽을 바라보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로:... 가지 마. ...딱 한 번만. 단 한순간만... 내 곁에 있으면 되잖아... (차마 멀어져가는 너를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는 채. 금방이라도 울것마냥, 그것을 무기삼아 너를 불러본다. 간절하게. 네 옷깃을 쥐는 마냥 두 손에 손톱을 꾹 박아넣고.)
 
울프:(나는 그래도 모든 걸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자유로운 널 옆에 두고 싶어했던 것이다. 내가 저렇게 될 수 없을 것을 아니까, 그래서 네게 모든 걸 다 해주자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나의 분신이자 단 하나뿐이었던 진정한 친구. 내가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미래가 이미 이렇게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걸음을 돌이킬 순 없다. 그러나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뒤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내가 뒤를 돌아 손을 건넨다. 방에서 준비를 할 때처럼 따뜻한 웃음을 내걸고서.) 들어가자. ...찾겠다.
 
아로:... (결국 대답이 그거란 말이지. 실은 알고 있었다. 네가 이 결혼에 관심이라곤 1퍼센트도 없으면서 이런 대대적인 가문의 행사를 물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역시 네 속 마음 전부를 알 수는 없어서, 지금은 그저 야속하기만 했다. 너를 잡을 수 없다면 내가 사라져야지. 팔뚝으로 벅벅 눈가를 부비고는 먼저 등을 돌려 정원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쌀쌀하니까 들어가 있어. 나는 혼자 좀 더 걷다가 갈테니까. (혹시라도 네가 뒤쫓아올까봐 얼른 달려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다.)
 
울프:아로야,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손을 뻗어보지만 빠르게 사라지는 뒷모습에 다시 거둬들였다. 차라리 이게 나은 길일까. 네가 보지 못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서 있다가, 발소리를 죽여 천천히 그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한다. 다시 만날 때는 양손 가득 좋은 물건을 들고, 입 안 가득히 좋은 이야기를 들고 독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건 그걸 위한 길이니까>)
 
다시 홀로 들어서면 여기도 거의 파티가 끝나가는 분위기입니다.
 
삼삼오오 떠들던 사람들도 어느덧 하나둘씩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때, 당신을 발견한 린튼 가의 사람들이 반갑게 달려옵니다.
 
미스터 린튼: 이게 누구야, 우리의 새 가족이 될 사람 아닌가!
나와 부인이 얼마나 찾았는지 모른다네. 아까 인사도 못했는데 사라져버려서 조금 서운할 뻔 했지 뭔가. 하하하.
 
울프:아, 긴장이 돼서 잠시 바람을 쐬고 있었지요.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는 익숙치도 않고. (살며시 웃으며 가볍게 예를 갖춘다.) 울프입니다. 이제야 인사하네요.
 
미스터 린튼: 울프,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관찰> 판정
 
울프:생긴 것만 그럴까요. (약간 농담조 섞어 가식적인 웃음) 이 재능을 린튼 가를 위해 사용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 영광스럽기 그지없을 뿐이지요.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린튼 가 사람들은... 어쩐지 대부분 눈동자가 흐린듯 하네요. 파티를 너무 즐겨서 라고 하기엔...
 
어째서인가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곧이어 그들은 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을 부릅니다.
 
하퍼, 하퍼 린튼!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당신의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하퍼 린튼:처음 뵙겠습니다. 울프 양. (부드럽게 웃으며 네게 손을 내민다.) 아마 파티의 라스트 댄스가 될 것 같네요. 같이 한 곡 추시지 않겠습니까?
 
울프:처음 뵙습니다, 하퍼 씨. (마주 인사하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올린다. 이 순간 아까 정원에서의 장면이 스쳐지나가는 이유는 뭘까.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진 않고)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요. (눈짓 한 번, 그리곤 다른 말은 필요없다는 듯 곧장 중앙으로 또각또각 걸어간다.)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아로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하퍼 린튼:... (부드럽게 춤을 추는 발을 멈추지 않고, 크게 한바퀴 돌아 네 허리를 품에 안으며 울프에게 조금 더 가까이 기대어 귓가에 속삭인다.) 당신의 친구가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울프:(이게 왜 여기서 아는 척을 하지? 가까워지는 거리에 불쾌감이 들었으나...) 아주 오랫동안 친했던 사이였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사람을 빼앗기는 기분은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입끝 올려) 질투라도 하시나요?
 
하퍼 린튼:질투... 하하. 그럴 리가 없지요. 그거야, 저 분은 당신의 친구이지만 전 당신의 남편이 될 사람 이니까요. (눈을 휘어 웃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과 같이 적당한 거리를 둔다. 당신만 들을 수 있는 미약한 속삭임은 멈추지 않고.)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요. 제 말 이해하시겠죠?
 
울프:어머, 사심이라니요. 고작 친구 한 명이 좀 친하기로서니 무슨 짓을 할 것이고, 한다면 또 얼마나 하겠어요. 린튼 씨, 저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해요. 샘이 나면 샘이 난다고, 신부를 집 안에 가두고 싶다면 그러고 싶다고 그대로 말할 줄 아는 용기란 좋은 말 한 마디보다도 멋져 보이는 법이죠. (어디서 벌써부터 나를 고립시키겠다고. 나는 그런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실 거라 믿어요. 하퍼 린튼 씨에게 친구가 없다면 또 몰라도.
 
하퍼 린튼:(그저 웃으며 많은 것이 담긴 듯한 네 말에는 웃음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울프 양, 저와 저희 가문 사람들은 그런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은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전 울프 양과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연극을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저, 저희 가문의 규칙을 조금 익히기만 하신다면요. 이제 당신이 저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되어주시면 좋겠군요.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나면 한쪽 무릎을 굽혀 네 손등에 닿는 듯 마는 듯 입맞추고 깔끔하게 몸을 돌려 홀을 떠난다.)
 
울프:그런가요? 그건 또 처음 듣는 사실이군요. 지금 하신 말씀으로 듣자면 그 어느 곳보다 철저해 보이시던데. (규칙이라. 팔려 가는 몸이라 그거지. 내가 당신을 친구로 대해봤자 당신부터가 나를 친구로 대하지 않을 것임을 알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웃는 척을 하면서도 경멸스런 눈초리를 숨기지 못할 수밖에. 기가 차나 한숨도 내쉴 수 없어, 그 몸이 돌아가는 순간 질 세라 본인도 몸을 휙 돌려 중앙을 떠난다. 더러워진 손등을 씻고 싶은데.)
 
하퍼 린튼의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불쾌감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내일 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다니.
 
기분이 썩 좋진 않네요.
 
당신을 바라보던 아로는 어느새 사라진 것인지, 정원에는 얕은 바람만이 붑니다.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가면, 이제 곧 당신은 식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아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보이네요.
 
본인의 의사가 조금도 담기지 않은 정략혼인데도 말인가요? 귀족들이란.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아로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유난히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는 가운데, 묘한 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울프:(조용히 듣는다.)
 
<듣기> 판정
 
울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지나가던 사용인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명확하게 듣습니다.
 
경찰이 왔어!
 
저쪽이야! 어서 가보자!
 
울프:(경찰?)
(지나가던 사람 하나 붙잡는다.) 무슨 일인가요.
 
사용인: 예? 아, 그게... (뛰어가다 말고 당신의 옷차림을 보고는 대충 상황을 파악한듯) 그게... 아마 모르시는 편이 더 좋으실지도... 아니 그게, 그치만, 알아야하실 수도...
(계속 머뭇거린다. 시선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향하며 안절부절)
 
울프:말 해요.
 
사용인: ...그게...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킨다.) 아마 다들 저쪽에 계실 거예요. 경찰들이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에요...
 
울프:살인사건?
피해자는 누구랍니까?
 
사용인: 그건 저도 잘... 아직 가보지 못해서요...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봐서는... 역시 주인 어른들 중 한분일텐데... 오, 신이시여... (고개를 저으며 사라진다.)
 
울프:(시선이 사용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향한다.)
 
당신의 시선 끝에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 린튼의 시체입니다. Sanc (0/1)
 
울프: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울프:(저놈... 갔군.)
 
현장은 경찰들이 분주하게 이것저것 조사하며 탐문하는 중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챈 경찰 하나가 당신에게 동정의 시선을 건네며 다가옵니다.
 
경찰: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이런... 오늘 같은 날에 실로 유감입니다.
 
울프:...괜찮습니다.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해 보였는데.
(경찰을 본다.) 범인은 특정됐나요?
 
경찰: 우선 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소리를 듣고 뛰어왔는데,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고하더군요.
 
울프:목격자는요?
 
경찰: 자살로 만들 수 있는 상처가 아닙니다. 이건 100퍼센트 살인사건이라고 할 수 밖에요.
아직 저희도 탐문을 하는 중이라 정보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뭐, 원하시면 현장을 조금 둘러보셔도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인 되실 분이었는데요.
...아, 이런. 그게 더 잔인한 일이려나요. 제가 실례했다면 용서해주십시오.
 
울프:배려에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직접 확인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직접 보겠습니다.
 
현장은 1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이었던)-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울프:(린튼의 시체부터 본다.)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울프:(주변을 둘러보다가 슬쩍 빼낸다.)
 
<은밀행동> 판정
 
울프:
은밀행동
기준치: 55/27/11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쪽지를 펼쳐보면 거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마주합니다.
 
난데없이 거미? 이건 뭘까요?
 
울프:(요리보고.. 조리봐도.. 알 수 없는...)
(카펫을 슬쩍 살핀다.)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때, 카펫 틈 사이에 교묘하게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울프:(총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줍고 본다.)
 
탄피를 주웠습니다.
 
울프:(장식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는 안에 들어있는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울프:(하인들은 무슨 사진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의 사용인들을 찾는다.)
 
주변에 발을 동동거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용인들이 있습니다.
 
울프:(아무나 하나 붙잡는다. 가장 똘똘해 보이는 애로.)
저기.
 
사용인: 네? 아... (역시나 옷차림을 보고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린다.) 안녕하세요...
 
울프:저 옆 장식장. 빈 액자에 어떤 사진이 있었는지 아는가?
 
사용인: 아, 저기에는 린튼 가문의 사진이 있던 자리에요. 이곳에 없는 사촌분들까지 모두 모여서 찍은 사진이죠.
정말 큰 사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없어져있더라구요?
 
울프:...그래?
알겠네. 고마워.
(슬쩍 떨어져 창문까지 훑는다.)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발자국의 크기는 제법 작은 편입니다.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울프:(...이상한데.)
 
당신이 나름대로의 조사를 마치고 나면 경찰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경찰: 현장은 그럭저럭 둘러 보셨습니까? 저희도 탐문을 열심히 하던 중이었습니다.
귀가 직전에 정말 죄송합니다만... 몇가지 여쭤볼 것이 생겨서.
 
울프:네, 말씀하세요.
 
경찰: 혹시 '한아로'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울프:...? 그 사람은 무슨 일로 찾으시죠?
 
경찰:정원사의 목격 증언이 있었습니다. 1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의 인상착의를 살폈을 때 키가 작은 갈색 단발머리의 여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린튼 가문과 당신의 가문의 관계자를 대조한 결과 한아로씨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다는 의견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그는 당신의 집에 함께 기거하며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더군요?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요.
혹시 오늘 아로씨가 사건 발생 시각 어디에 있었는지,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울프:...아.
...아로에게는 오늘 하루 동안은 산책이나 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결혼에 대해서도 다 저를 걱정하는 마음이 커서 못마땅해했던 건데, 아무래도 친한 사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더 복잡해 보였었죠. 그래도 워낙 밝고 마음 여린 아이라 이런 끔찍한 일은 제대로 보지도 못해요. 아마 정원사가 그 시간에 거리를 걷던 아로와 용의자를 착각을 했나보네요.
 
경찰:흠... (잠시 동료 경찰과 무어라 속닥이더니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장 친한 분의 증언이니 그분의 인품은 믿어도 되는 거겠죠. 다만 아직 본인에게 확인을 받지 않았으니,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군요. 어쨌든 좋은 날에 흉흉한 사건을 겪으셔서 마음이 불편하시겠습니다. 가시는 길은 안전하게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지요?
 
울프:..아니요, 괜찮습니다. 경사스러워야 할 날에 일이 생겨서... 조금 혼자 있고 싶네요.
 
경찰:뭐... 그러시다면 돌아가시는 마차 앞뒤로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어쨌든 그쪽에도 사건의 경위는 전해드려야 하니까 말입니다.
(제법 단호하게 말하며 이송할 채비를 한다.) 곧 출발하겠습니다. 이런 곳에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것 없으니까요.
 
울프:..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리죠. (이것까지 거절했다간 내게도 의심의 시선이 붙겠지. 그랬다간 아로와 만나기 더 힘들어진다. 고개를 끄덕이곤 먼저 밖으로 나선다.)
 
분명 경찰들이 끈질기게 당신에게 따라붙는 이유는 아로를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함이 좋을까요?
 
울프:...제 남편 될 사람이었기 이전에, 아드님의 부고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당신가 무어라 말을 해도 그들은 당신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뒤로하고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서면,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울프:(고개를 크게 틀지 않고 시선만 움직여 확인한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 가 저택 한 구석에 있는 풀숲.
 
하얀 무언가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포착합니다.
 
울프:(곁눈질로 보고 있다가 담담하게 다시 앞으로 향한다.)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벌써부터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달갑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아로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만날 수 있다면요.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 대상이.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아로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아로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찝찝한 구석이 많은 사건입니다.
 
하지만 설마, 아로가?
 
그렇게까지나 극단적인 성격이었나?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동시에 창밖으로부터 아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저 산책을 다녀온 것 뿐이다 라며 답하는 소리도 따라서 들립니다.
 
울프:(아로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본다.)
 
아로:(방에도 채 들어가지 못하고 1층 현관에 서서 조금 피곤한 기색으로 경찰과 집안 사람들을 대한다.) 그러니까,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시내로 산책을 다녀왔다니까요. 가는 김에 울프에게 줄 선물도 살 겸 해서요.
상점은 린튼 가가 있는 방향과 정 반대에 있어요. 제가 물건을 산 영수증이라도 보여드릴까요? 아니면 제가 구매한 것이 맞는지 상인에게 물어보셔도 좋아요. 귀한 물건을 팔았으니 분명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경찰: (미심쩍은 눈을 하지만 영수증을 받아들고 꼼꼼히 확인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정원사가 잘못 본 모양이군요. 시내에 들러서 확인 해본 이후 당신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지요?
 
아로:물론이에요. 영수증은 가지셔도 좋아요. ...이제 필요 없게 되었으니까. (경찰들이 물러가는 것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린다. 잠시, 울프와 눈이 마주치면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울프:(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손을 들어 살짝 흔든다. 그리고 짧은 입모양도 함께. 나중에라도 한번 만나.)
 
아로:... (어떠한 대꾸는 하지 않고 평상시에 으레 짓던 표정을 한 채 울프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고요하게.)
 
울프:(주변 둘러본다. 지금 얘기를 해도 괜찮을 상황일까?)
 
아로는 곧 당신의 가족들에게 보다 확실한 변호와 설명을 하기 위해 응접실로 사라집니다.
 
그녀가 들고 온 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울프:(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짐을 살핀다. 어제... 그런 반응이었는데 선물이라니?)
 
아로의 가방에는 선물이나 산책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신문 한 장이 들어 있습니다.
 
울프:(신문을 읽어본다.)
 
신문의 1면에는 린튼 가와 당신 집안의 결혼 소식이 대문짝만하게 장식되어있습니다.
 
이제 내일 신문의 1면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자료조사> 판정
 
울프: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머야 한번만 해)
 
일정 페이지에 사망자와 실종자 명단이 나열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울프:(실종자 명단은 최근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린튼 가 사람들인가?)
 
글쎄요... 그것까지는 나와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곧이어 돌아온 아로는 당신을 보고 방으로 가려던 걸음을 멈춰 당신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아로:(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잠시 말을 고르다가 고개를 들어 울프를 올려다본다.) 소식 들었어. ...이제라도 유감을 표하는게 좋을까.
 
울프:..괜찮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잖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잘못했다간 무고한 친구를 남의 말만 듣고 의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아로야, 나를 믿는 거지? 내겐 사실을 말해줄 수 있지?
 
아로:휴, 나 벌써 세번째 설명하는 건데. (잠시 헛웃음을 지었다가.) 그냥 아까 말했던 게 전부야. 오늘 같은 날에 언니를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정처없이 떠돌아다녔고. 그러다가 예쁜 악세서리를 봐서 주문 제작하고 돌아온 것 뿐이야. ...혹시 언니도 내가 의심스러운 거야? 언니의 남편을, 아니, 남편이 될 뻔 했던 인간을 죽였다고 생각해?
 
울프:아니야. (말을 듣고선 작은 웃음을 띄운다.)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본인의 말을 듣고 싶었던 것뿐이야. 다른 사람에게라면 몰라도 네가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야.
 
아로:그럼. ...당연하지. 내가 언니한테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어. (그제서야 후, 하고 숨을 뱉으며 어깨를 통통 두드린다.) 오래 걸었더니 피곤하네. 오늘은 일찍 자야겠어. 언제 또 경찰에 불려갈지도 모르고 말이야.
 
울프:아까 얘기 조금 들었어. 확인하고 나서는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잖니. 괜찮을 거야. 그래도... 그래, 오늘은 피곤했겠구나. 들어가서 푹 쉬어.
 
아로:그래야지. (자리에 놓아두었던 짐가방을 다시 손에 든다. 신문은 네가 보던 말던 관심 없는지 굳이 다시 챙기지 않는다.)
참... 그 얘기 들었어?
내일 린튼 가 사람들이 우리... 여기 집으로 방문한대. 취소된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 오나봐. 뭐, 당연히 그렇겠지.
 
울프:그래? 내가 인사했을 땐 정신이 나가서는 별다른 말은 안 하던데, 그래도 조치를 할 정신은 들어서 다행이네.
...어떻게 보면 잘 된 걸까. 취소된 거 말이야.
 
아로:... 그랬구나. 잘 됐네. 그래, 차라리 잘 된 일이야.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혼자 중얼거리다가 곧이어 고개를 도리질치다가 방으로 돌아간다. 네게 잘 자라는 인사도 건네지 않고.)
 
울프:..아로야. (저 모습도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은 아니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해도 별다른 말은 얹지 않고 뒤늦게 집으로 돌아간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밤입니다.
 
뒤척이던 당신은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아로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안 자고 여태 뭘 하는 걸까요?
 
울프:(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아로의 방으로 가본다.)
 
아로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울프:..? (얘가 어디를 간 거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방 내부를 살핀다.)
 
내부로 들어가면 잡동사니들이 널부러진 장면을 마주합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로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살피면 이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것이 신문에 적힌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하퍼 린튼.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아로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울프:(살펴도... 된다!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몰려든다. 하나를 집어 자신이 현장에서 주웠던 탄피와 비교해본다.)
 
두가지는 같은 종류의 것입니다. 우연일까요?
 
울프:(처음은 우연, 그 다음은 필연이라고 했다. ...지금 아슬아슬해, 아로야. 다음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두 탄피를 번갈아 보다가 자신이 주운 탄피를 아로의 책상 위에 놓아두고 나온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탄피를 올려놓으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노트를 발견합니다.
 
최근까지도 보고 있었던 듯 페이지가 접힌 흔적이 있습니다.
 
울프:(노트를 집어든다.)
 
자연스럽게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안쪽에는 6 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울프:(거미? 그때도 거미가... 거래자는 무슨 소리지?)
(6... 거미... 거래자... 의미는 모르겠어도 머릿속에 집어넣고 노트를 원래대로 되돌려놓는다.)
 
문득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울프:(몸을 숨길 곳은...!)
 
물건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아로가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아로:....! 뭐야, 언니가 왜 여기에...
 
울프:아... 불이 켜져 있길래 잠을 못 자는 건가 싶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본다.) 어디 다녀오니?
 
아로는 끈나시 형태의 긴 원피스형 잠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울프:너... 그 팔, 어떻게 된 거야, 어디에서 다쳤어? (발견하자마자 달려가 팔을 잡는다.)
 
아로:(당혹감이 서린 얼굴로 네 손을 걷어낸 뒤 아무렇지 않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얇은 긴팔 가운을 두른다.) 아무리 언니라고 해도 남의 방에 아무렇게나 들어오는 건 좀 곤란해.
이제 잘 거야. 언니도 어서 들어가서 자.
 
울프:(꽤 새삼스럽다. 무언가 있긴 있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 놀란 시선으로 쳐다봤으나, 이런 쪽에서 물러날 생각이란 없는 자신이었다.) 그 몸을 하고 어딜 그냥 자. 거기 앉아 있어봐. 간단하게 약만이라도 바르고 자자.
 
아로:최근에 다친 거 아냐... (여전히 네게 다가서기를 거부하며 가운을 꽁꽁 여미는 모습이다.) 언니도 알잖아요. 나 어릴때부터 사고뭉치여서, 자주 다치고 넘어지고 했던 거. 길바닥에서 구르던 애라는게 그렇지 뭐. 그러니까 지금 언니가 해줄 건 없어. ...이만 나가줘.
 
울프:넘어진다고 생길 만한 상처가 아닌 것쯤은 알아. 내가 바보인 줄 아니? (약간 짜증이 났다. 한숨을 팩 내쉬곤 이마를 짚는다.) ...지금은 날 보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돌아는 갈게. 대신 그 상처 제대로 치료해두렴. 내 주변 사람의 몸에 크게 흉 지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아주 잠깐 노려봤나. 그리곤 화난 사람처럼 문을 쿵 닫고 나간다.)
 
아로:...아. (화났나. 뒤늦게 돌아보지만 이미 닫힌 문인걸.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하지 못한 말은 입 속으로 삼킨 채 꾹꾹 눈가를 누르고 방의 불을 끈다.)
 
완전한 단절. 그리고 아침이 옵니다.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족들의 분위기를 보면 좋지 못합니다.
 
좋을 수 있을리가요.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물론 자식의 혼사가 망쳐졌다는 사실이 더해 더더욱 초상 난 분위기일 겁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당신은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울프:(어차피 와서 할 얘기라곤 부고, 부조, 그리고 앞으로 두 가문의 관계에 대해서겠지. 아무래도 상관없을 이야기들에 답답한 가슴만 부여잡고 있다가 뒷마당으로 나간다.)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아로가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도 잠잠한 낯입니다.
 
울프:... (말없이 보다가) 좋은 아침.
 
아로:...응. 좋은 아침. (어젯 밤이 잠시 생각났는지 머쓱한 얼굴이다가 이내 다시 화단으로 시선을 돌린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 꽃이 예쁘게 피었어.
 
울프:하늘도 내 파혼을 축하하나봐.
(이야기를 피하는 것을 알았다. 일부러 결혼에 관한 얘기를 꺼내고는 얼굴을 살핀다.)
 
아로:글쎄... 파혼까지 된 마당에 비라도 내리면 언니가 너무 처량해질까봐 하늘이 봐주는 것 아닐까. (괜히 농담삼아 건네고는 손 끝으로 꽃잎을 스친다.)
이 꽃, 뭔지 알아?
 
울프:처량은. (그럴 일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하고는 옆에 쭈그려앉아 손으로 턱 괸다.) 글쎄, 꽃 이름에는 약해.
 
아로:음. 나도 최근에 알게 된 꽃이에요. 뒷마당에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너무 화사하게 피었더라구. (네 옆에 따라 쭈그려 앉는다.)
이 꽃의 이름은 에리카인데, 히스 라고도 불려요.
꽃말은 고독이래요.
 
울프:고독이라... 왠지 지금 상황에 어울리네. 그래서 이렇게 예쁘게 피어버린 걸까?
 
아로:그런걸까... (가만히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화사하게 핀 꽃 몇송이를 따서 천천히 엮어낸다.) 곧 손님이 올텐데, 꽃다발을 만들어서 선물하려고 해요. 내가 아무리 언니가 결혼하는 걸 싫어했다곤 해도... 자식을 잃은 분들이잖아. 조금 안쓰러워서.
 
울프:좋아하시겠다. 꽤 속 깊은 위안이 되겠어.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대강 대답하더니 눈동자만 굴려 널 본다.) 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을 만큼 내가 미워졌어?
 
아로:...아... 내가 그랬나. (저도 모르게 네게 거리를 두고 있는 걸까. 시선은 너를 쫓아가지 못하고 그저 말 끝으로만 너를 향한다.) 가서 준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울프:준비할 게 뭐 있겠어. 다 그렇고 그런 얘기 뿐일 텐데. (담백하게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있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곤 뒷마당을 나가 휴게실로 간다.)
 
아로:...언니. (가지 말라고 잡는 듯, 실제로 네 팔을 잡지는 않았지만, 몇걸음 쫓아가 문가에 서서 너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는 한참이나 입을 열지 않다가, 말 없이 한참이나 애정어린 눈으로 당신을 보다가.)
침대 밑에 여분에 권총이 있어.
내가, 내가 만약에 이 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줘.
그리고, 꼭 방아쇠를 당겨줘.
마지막 부탁이야. ... ...
 
울프:(가다 말고 멈춰서 돌아본다. 6. 거미. 거래자.)
...이러는 이유가 뭐니, 한아로.
 
아로:곧 알 수 있을 거야. 나한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거든. (완성된 꽃다발을 들어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정원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사라진다.)
 
울프:(끝까지.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정도는,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왜 이러는지 이유 정도는 말해줄 수 있잖아. 또 다시 저를 두고 사라진 네 자리를 보다가 화가 난 이유를 깨달았다. 하지만 풀 수 없는 화만 남아, 미간을 구기고는 별 수 없이 자신도 몸을 돌렸다. 원하는 게 있다면 나를 설득했어야지. 너는 기어이 여기서 큰 실수를 저지르는구나.)
(앉아 쉬어야겠단 생각으로 휴게실로 다시 향한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탁자와 벽난로를 살필 수 있습니다.
 
울프:(벽난로에 시선을 둔다.)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울프:(부지꺵이 없나?)
 
부지깽이는 벽난로 옆 벽에 얌전히 놓여있습니다.
 
울프:(후다닥 집어들어 빠르게 종이조각을 건져낸다!)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SANc (0/1)
 
울프: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무슨 소리야...?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종이의 내용을 보려고 시도할 경우,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습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울프:전염... 병인가?
(일단 조각을 챙겨서 탁자 앞에 앉는다.)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자 신문이네요.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울프:(대서특필됐군... 신문을 조금 읽어보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한아로.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울프:그 경관, 조사 후에 빼주겠다더니. (쯧)
(의미 모를 종이를 좀 더 살피다가 시간을 보고는 다과라도 좀 먹어둘까 하는 생각에 부엌으로 향한다.)
 
방을 나가기 직전,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입니다.
 
울프:(빼어 든다.)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또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교육> 판정
 
울프: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분명히 배웠는데, 이걸. 그러니까... 해독하자면.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 네임과 익숙한 라스트 네임.
 
린튼.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로의 필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도대체 이걸 왜 적어둔 거죠?
 
뭘 위해?
 
그들이 지내는 지역은 왜 알아내는 거고?
 
울프:(연쇄되는 실종... 그리고 사망사건. 강력한 연관이 있을 거라는 예감은 거의 확신처럼 들었었다. 그렇다고 해도... 종이를 본다. 이게 유출된다면 아로는 당장에 잡혀가고 말 것이다. 종이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고 심호흡.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휴게실 문을 연다.)
 
휴게실을 빠져나옵니다. 부엌에 가볼 수 있습니다.
 
울프:(부엌으로 향한다.)
 
사용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어린 사용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듣기> 판정
 
울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용인1: 린튼 가 사람들이 가문 구성원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후계자였다더라.
 
사용인2: 그럼 뭐야? 그 부부만 남은 거야?
 
사용인1: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살아있긴 했다는데 전부 죽으면 대가 끊기는 거겠지…….
 
울프:(이건 새로운 얘긴데... 무슨 종교 같은 걸 믿는다더니 저주에라도 걸렸나? 따위를 생각하며 큼, 하고 인기척을 낸다.)
 
사용인: (화들짝 놀라 돌아본다) 헉...! 죄송합니다...! (그제서야 울프를 돌아보더니 숨을 폭 뱉는다.)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울프:죄송하다니, 뭐가? (살짝 웃으며) 그냥 좀 출출해서 간식이나 먹을까 하고. 뭐 남은 거라도 있니?
 
사용인: 저희가 손님 음식 준비하는데 잡담을 너무 크게 해서... (울프에게 비스킷을 건넨다.) 차와 함께 내갈 버터 쿠키인데, 괜찮으신가요? 어차피 식사때 드시겠지만 애플 펌킨 수프도 있는데요.
 
울프:아냐, 쿠키 정도면 괜찮아. 고마워. (비스킷을 받아 바삭 씹는다. 우물우물 몇 입 먹다가) 그런데 꽤 재미있는 얘기이긴 했지. 그 사람이 린튼 가의 마지막 후계였다고?
 
사용인: (어차피 이따가 또 마시겠지만... 차도 따라준다...) 아 그건... 저희도 그냥 소문으로만 들은 거라서...(눈치)
 
울프:무슨 소문? 괜찮아, 말해봐.
(차도 호록 마신다... 맛있군)
 
사용인: (목소리를 낮춘다) 최근에, 린튼 가에서 실종자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어쩐지 린튼 가문이 울프님의 결혼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하퍼 린튼씨가 마지막 후계자여서 그런가 싶더라구요. 제 생각이지만...
 
울프:그래? (그런 주제에 가문의 규칙이니 뭐니. 웃음이 다 나서 입을 가리는 것도 잊고 웃음 참는 표정 됐다가 금세 돌아온다.) 그럼 다른 후계자들은 다 죽은 거겠구나.
아무래도 일반적인 실종이라면 후계자에서 바로 배제시키진 않을 테니 말이야. (곰곰...) 다른 소문은 또 없었니?
 
사용인: 그것까지는 저도 잘... 제가 들은 건 이정도에요.
 
울프:그래, 괜히 비밀이 많은 가문이 아니겠지. 고맙구나. 쿠키가 참 맛있어. 차도.
 
사용인: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호다닥 돌아간다.)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인이 찾아와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울프:(나야 땡큐다. 곧장 방으로 쏙 들어간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탕.
 
총 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 소리입니다. 근원지는 현관.
 
울프:(깜짝 놀라 현관 쪽으로 달려간다.)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아로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아로를 응시합니다.
 
아로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San C. (1/1d2)
 
울프: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피가 튄 뺨을 든 아로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아로:' 울프 '
 
울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중얼거림.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 꺄아아아아아아악!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아로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아로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절박했던가.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아로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아로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아로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아로가 입을 벙긋댑니다.
 
아로:' 권총 '
 
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나를 만나러 와.
 
마침내 연행되는 아로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아로가 살인마라니.
 
어떻게 할까요, 울프.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것입니다.
 
울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와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무엇이 아로, 그녀를 이렇게까지 만들었는가. 도대체 내게 말하지 않은 진실이... 뭐니, 아로야.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정말 내가 널 죽여주기를 바래? 그것 뿐이야? 뭘 위해서야? 이 모든 게 누구를 위해서인지도 알 수 없는데...
달려가던 길에 아로의 방 앞에서 멈춰선다. 중간에 누가 자신을 불렀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랫동안 너를 믿어왔고, 아직 네 진짜 대답을 듣지 못했어. 그럼 그 정도는 듣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이게네 진짜 대답을 들을 마지막 기회는 아닐까.
홀리듯이 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침대 아래를 더듬는 손에 권총이 잡혔을까.)
 
아로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꽤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울프:(상자를 어떻게든 붙잡아 끌어낸다. 뭐가 들었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울프:(내.. 머리는... 돌아가고 있을까.....? 지능 판정 요청합니다....)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분명 아로의 방 안에 단서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최근에 아로의 방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죠.
 
몇가지, 기억에 새겼던 키워드가 있지 않았었나요?
 
모르겠다면 전날 살펴봤던 물건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울프:(아 숫자 하나구나...! 6을 입력한다!)
 
6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울프:(펼쳐본다.)
 
종이를 펼치면 '네오'호텔로 가는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울프:호텔?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명의 이름과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울프:(갑자기 호텔이 무슨 관련인가 싶다가 설마 다른 린튼이, 라고 생각하며 종이를 챙긴다. 총도 치마폭에 잘 감춰넣고 곧장 저택에 탈것이 남아있는지 살피러 간다.)
 
종이를 집어넣다가 뒷면에도 무언가 적혀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울프:(펄럭)
 
뒷면에 적힌 것은...
 
어떤 주문이었습니다.
 
San C. (1/1d3)
 
울프: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잠깐, 그러고보니 아로가 뭐라 했죠.
 
방아쇠를 당신이 당겨주길 바란다 했던가요.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떠오르는 아로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
 
설마.
 
울프:최근에 생긴 게 아니라더니....... (그럼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을 했다는 거야? 하지만 당장 이 상황에서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란 힘들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그래서, 지금 내가 죽이게 되면 다시 한 달 전으로 돌아가고... 또 다시 린튼 가문 사람들을.... ... ...
종이와 총을 꾹 쥐고 밖으로 향한다.)
 
마차를 타고 아로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울프:(마차... 에서 말을 똑 떼서 말을 직접 몰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해선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말을 타고 아로가 있는 유치장으로 향합니다.
 
아로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당신이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곧이어, 얇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아로와 대면합니다.
 
아로:(태연하게 유치장으로 들어와 울프와 마주 보고 앉는다.) 안녕.
 
울프:...누군 정신 없어 죽겠는데 누구는 아주 여유가 넘치는구나.
(양피지를 꺼내 보인다.) ...이제 말을 좀 해줄 마음이 있니?
 
아로:... (여유롭던 얼굴이 양피지를 보면 잠시 굳는다. 그리고는 한참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묻는 말이.) 총은, 가져왔어?
 
울프:네 이야기에 따라 가져왔을 수도 있고 가져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아로:...가져왔다는 거구나. 다행이야. 그럼, 날 쏴 줄 거야?
 
울프:내가 왜 그래야 할까?
 
아로:난 해야할 일이 있어.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제 시간이 없어, 내게는. 그러니까 필요한 거야. 그 한 발이.
 
울프:그래서, 내가 널 그렇게 죽여주면 넌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을 또 죽일 거고?
 
아로:... (네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제법 고통스럽다. 끝까지 모르기를 바랐는데. 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마지막이야. 정말이야. 그러니까 나를 죽여줘. 부탁할게.
 
울프:그러니까, 내가 왜.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는다.) 아로야.
네가 뭘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그게 나와 관련된 거라면, 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있잖니. ..난 우리가 서로를 꽤 신뢰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이제 보니 아닌 것 같아. 나는 아직도 너를 믿어서, 마지막이라고 몇 번이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네 앞에 앉아 있는데, 너는 여전히 내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살인을 강요하는구나.
그것도 내 가장 친했던 친구를 죽이라고 하고 있어.
 
아로:...언니...
 
울프:..어떻게 생각해?
내가 널 죽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니? 지금까지 어떻게 되어 왔든, 네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네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어.
 
아로:하지만, 시간이... 시간이 없어...!
 
울프:네가 말하는 그 시간이 뭐고, 끝에 다다르면 어떻게 되는 건지를 말해.
 
아로:그냥 이런 일은 나 혼자 맡아서 해도 좋겠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언니 손에 피를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 처음엔 언니 때문에 시작한 일이 맞아. 언니를 지키고 싶었으니까!
 
울프:하지만 지금 피를 묻히게 하고 있구나.
 
아로:....그, 그건...
아냐, 괜찮아.
나는 죽지 않아. 다 봤잖아. 알잖아. 나는 다시 살아날 거야.
언니는 잠깐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고 말 거야.
 
울프:어떻게 아니? 네가 없는 곳에서 나와 내 주변이 어떻게 변할지, 너는 보지 못하잖아.
...결국 넌 이번에도 거짓을 말했어.
나를 위해서가 아니야, 아로야. 처음부터 너도 알았잖아. 왜냐면 맨 처음에도 나는 이번이랑 똑같이 말했을 테니까.
....그때가 유일한 진심이었던 거지? 결혼식 날, 가지 말라고 했던 것 말이야.
 
아로:...지금도, 난 언니한테 진심이야. 내가 어떻게 언니 앞에서 숨길 수 있겠어... (축 쳐진 모습이다.)
알겠어. ...다 말할게.
언니가 결혼하는 게 싫었어. ...음, 아니. 처음엔 마냥 싫지는 않았어. 그냥 조금... 서러웠을 뿐이야. 사랑없는 결혼따위에 언니를 빼앗겨야 한다는 것이.
이왕 보내줘야한다면 어떤 집안인지라도 내 손으로 알아보고 싶어서 남몰래 조사를 좀 해봤지. 그런데 그 집안이 조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다.) 이상했어.
그 사람들은 제대로 된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야. 내 말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은 모두 이계의 존재가 차지한 숙주에 불과할 뿐이야. 그리고 그들은 다음 숙주를 찾고 있었던 거고.
그게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야.
 
아로:...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했던 것 뿐인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있게 되었네.
몇번이고, 몇번이고 시간을 돌렸어. 그래서 모조리 죽였어. 내 소중한 사람을 제물로 넘길 수 없었어.
이제 딱 하나... 한번이면 돼.
난 여기서 나가야 해. 마지막으로 해야할 일이 있어.
(여기까지 말을 마치면 크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뱉는다.) 그렇지만 현행범으로 잡혀 들어왔으니, 쉽지 않겠지. 가장 빠른 방법은 언니가 내게 방아쇠를 당기는 것 뿐이야.
 
울프:일을 마치지 못하고 시간이 다하면 어떻게 되는데?
 
아로:또 다른 숙주를 찾아다니겠지. 그게 언니일 수도 있고, 가족들일 수도 있고. 혹은 무고한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
아마 무슨 수라도 쓰려고 할 거야. 남은 사람이 별로 없으니.
 
울프:.... (한숨을 푹 내쉰다.)
솔직히, 아직도 네 말을 대부분은 믿지 못하겠어. 왜인지는 알 거라고 생각해. 린튼 가문이 석연찮은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계의 존재니 뭐니..
아로야. 난 아직 너를 믿어보려 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온 거고. 만약 네가 네 욕심으로 이런 일들을 벌였다고 했다면 내가 너를 믿는 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너를 멈췄겠지.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네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야.
네가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을 짊어지면서 누군가를 구하려 한다면, 난 너를 말리면서도 응원할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치마 속에서 총을 꺼내 어루만진다.)
.......한 번만. 진짜로,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믿어볼거야.
대신 정말 그 주문이나 네가 했던 시간여행 같은 말들이 사실이라면, 다음번에는 그 시간의 내게 미리 모든 걸 말해줬으면 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구원받고 싶지 않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너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해.
그러니까 약속해줘, 아로야. 돌아가면 내게 모든 걸 밝히고 나서 시작한다고. 그게 이후의 모든 일을 짊어질 내 조건이야.
 
아로:(익숙한 총이 보이면 그제서야 조금 풀어진 표정을 하고서 옅은 미소를 짓는다.) 아마 내가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약속 할게. 꼭, 만나러 갈 거야. (그리고는 아주 기꺼운 표정으로 파르르 떨리는 눈을 천천히 감는다. 이 순간이 아주 익숙하다는 듯.)
 
울프:필요가 있어도 없어도.
....약속한거야. 이게 너에 대한 내 마지막 믿음이라는 거, 알지?
(천천히 총을 올려 유리 너머를 겨눈다. 어차피 살인자로 낙인찍혀 이러나 저러나 죽을 몸. 네 말을 한 번 믿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고작 내 안위뿐이다. 그 정도라면 걸 만하다.)
 
아로:약속 지킬게. 실망시키지 않아. (얇은 유리판은 금방이라도 손가락에 힘을 주면 팍, 하고 부서져 내리겠지. 네게 보이지 않을 창구 아래 손가락을 꼭 쥐어 잡는다.)
 
울프:...믿을게.
(이런 상황에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꾹 감은 너의 눈을 보면서, 결국 이쪽도 눈을 감았다. 새로 시작한다면 보지 않아도 될 시간들이니, 애초부터 보지 않은 걸로 하자. 그리고 네 말대로, 말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시간이 된다면 서로를 다시 마주볼 수 있겠지. 속으로 시간을 센다. 셋, 둘, 하나.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지루하리만치 느려서 몇 분 뒤에야 다음 소리가 들려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탕, 하고.)
 
당신이 꺼낸 권총에 놀란 경찰들이 뛰어와 제압을 시도하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탕,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아로의 심장을 관통하고…….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울프:(이게 어떻게 된 건지... 눈만 깜빡이다가 신기한 마음에 일어나 바깥을 살핀다.)
 
잠깐, 아로는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거예요?
 
아로의 방으로 가보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 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아로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울프:...무슨 일이,
(지나가는 사람 없나?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야 직성이 풀릴 듯한 기분을 느낀다.)
 
지금은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방문 틈이 약간 열려있을 뿐입니다.
 
울프:(방 안으로 훌쩍 들어간다. 뭐라도 있지 않을지.)
 
아로의 방 안을 둘러보던 당신은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울프:(서랍을 열어본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울프:(공책을 꺼내 펼쳐본다.)
 
공책을 펼쳐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접합니다.
 
[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
 
[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
 
아이호트의 일족?
 
의문을 갖기도 잠시입니다.
 
이 명단,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나요?
 
울프:(린튼 가문의 사라진 사람들?)
 
지능판정 해볼 수도 있습니다.
 
울프:(지능! 판정!)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그 오너에 그 캐...)
 
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이름들이에요.
 
분명 신문과 아로의 수첩에 적힌 명단의 이름이 연상됩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를 늘여가려 한 내용.
 
수를 늘여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울프, 당신입니다.
 
SanC. (1d2/1d4)
 
울프: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2
굴림: 1
 
이성 -1
 
울프:(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모든 게 의문이다. 거미 따위에게 인간이 지배를 당할 수 있다는 말도. 아무 상관 없는 내가 다음이라는 것도. 어떤 인과성도 찾지 못해 멍한 기분으로 수첩을 덮었다.)
 
수첩을 덮기 직전, 마지막 장에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에 눈이 갑니다.
 
아로의 글씨입니다.
 
지켜야 해.
 
울프:(퍼뜩 다시 펼쳐서 본다. 무엇을?)
 
단 네글자만이 적혀있을 뿐입니다.
 
목적어는 달리 찾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아로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울프:(당장 방을 뛰쳐나간다. 여기에는 없었고...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지?)
(지능 판정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만
 
방을 나서면 때마침 타이밍 좋게! 사용인이 지나갑니다.
 
사용인은 아로의 방에서 나오는 당신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울프:(!)
 
사용인:어...? 왜 그 방에서 나오세요?
 
울프:(덥석 잡고) 그런 것보다, 혹시 아로가 어디로 갔는지 아니? 본 적 있어?
 
사용인:(으아아) 네? 아로라면 좀 전에 떠났는데요. 인사하고 가지 않았던가요?
 
울프:....어디야? 어느 쪽이야?
 
사용인:그...그것까지는...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울프:...남은 일.
...그래, 고마워. (일단 놓아준다.)
 
사용인:(스르르륵.......)
 
울프:(뭐야 녹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네가 중요한 게 아니다. 미안.)
(저택 밖으로 나가본다.)
 
저택 밖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롭습니다.
 
정말 아로는 어디로 갔을까요...?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전혀... 모르겠다.... 어디 있는 거야...)
 
감을 못잡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뭐길래?
 
일가 친척에 남아있는 씨를 모두 말려버리기라도 하겠다는 걸까요?
 
그렇다면 아로의 다음 행선지는 린튼가과 관련된 곳일까요?
 
울프:(그렇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린튼 가로 쳐들어가는 수밖에.)
 
린튼가로 가면 새로운 정보가 나올지도 몰라.
 
원한다면 언제든 출발할 수 있는 마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울프:(자기 옷차림을 본다. 나갈 수 있을 만한 옷차림인가? 나갔다가 경멸받을만한 옷차림만 아니면 된다.)
 
<외모> 판정 해볼까요...^^!
 
울프:(!)
외모
기준치: 80/40/16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언제나 완벽합니다.
 
결혼이 정해진 당일에 시댁에 쳐들어가도
 
울프:(후 이놈의 미모)
 
꿀리지 않을 완벽한 차림!
 
울프:(✨)
(자신있게 마차에 올라타며 외친다.) 린튼 가로! 당장!
 
린튼가로 향합니다.
 
마차에서 내리면,
 
이 곳은 놀랍게도 적막합니다.
 
안주인의 모습도, 결혼 전야에 당신에게 인사를 하던 린튼씨도.
 
당신의 결혼상대였던 하퍼 린튼도.
 
당연합니다. 그들은 모두 아로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으니.
 
정말 주문이 사실이었습니다.
 
이미 죽은 존재는 과거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이전에 발견한 <시간을 돌리는 주문>에 대한 정보를 되새겨봅니다.
 
울프:(죽은 자는 돌아오지 못한다... ...이제 남은 사람은...)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문득, 비어있는 커다란 액자에 시선이 갑니다.
 
린튼 가문의 사진이 있던 자리. 이 저택에 살지 않는 모든 친척까지 모여서 찍은 사진.
 
이미 대부분은 아로에 의해 숨이 끊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아로는 분명 남은 사람을 처리하러 간 것이겠죠.
 
울프:(그럼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은 누구지?)
 
그들의 행선지까지 당신의 머리 속에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그리고 최종적으로 머무른 곳은...
 
아로의 방, 침대 아래 잠겨있던 상자에서 찾은 단서.
 
네오 호텔입니다.
 
울프:(...!)
 
그 종이를 분명 챙겼었더랬죠. 당신의 짐을 찾아보면 나올 것입니다.
 
호텔의 주소가 적혀있던 종이 말이에요.
 
울프:(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 호텔이 있었지. 당장 몸을 돌려 마차로 돌아간다. 마부에게 물어보자.) 네오 호텔의 위치를 아나?
 
마부: 네오 호텔이요? 잘 모르겠습니다.
주소를 알려주시면 대략적인 위치는 알려드릴 수 있을지도...?
 
울프:...저택으로 돌아가지. 주소가 거기에 있네.
 
마부: 예. 알겠습니다. (저택을 향해 말을 몬다.)
 
집으로 돌아옵니다.
 
울프:(방으로 뛰어올라가 그 종이를 찾는다.)
 
그때 입고 있었던 옷가지들 사이에서 종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주소를 살펴보면 린튼의 본가에서는 멀리 떨어진 지역이네요.
 
마차로는 갈 수 없고 기차를 타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울프:(돈을 챙겨 다시 밖으로 나온다. 기다리고 있던 마부에게는) 생각보다 멀어. 혼자 다녀오겠네. (하고는 기차를 타러 간다.)
 
마부: 기차역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오늘 아침에 아로도 기차역으로 간다고 했었죠.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울프:그러지 않아도 되는... (그 편이 더 빠를까? 멈칫.) 그럼 부탁해.
..아로를 봤나?
 
마부: 제가 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더니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대신에, (울프에게 곱게 접혀 봉해진 편지지를 건넨다.) 만약 울프님을 만나게 되면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울프:(그럼 그렇게 차이는 나지 않으려나? 그건 다행이다. 마차에 올라타려다가 편지지를 받는다.) 이건? (빠르게 뜯어보기)
 
편지를 펼쳐보면 간결한 문장 몇개가 적혀있습니다.
 
편지아로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그래요.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혼자서 감내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어떤가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못한대도 상관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 사람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울프:(제대로 말도 해주지 않고, 모든 걸 혼자 짊어지고 해결한 뒤에 다시 찾아온들 내가 기뻐할 줄 알았어? 손이 편지의 일부를 구겼다. 당연히. 기뻐할 것이다. 행복해할 것이다. 결혼을 하게 됐을 때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하지만 이런 건 바라지 않았어. 편지를 작게 접으며 마차에 올라탄다.)
최고 속력으로 가주게.
 
가장 빠른 속도로,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분명 지금 쫓아간다면 아주 늦지는 않을 겁니다.
 
아로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정합니다.
 
기차를 타고, 네오 호텔로 향합니다.
 
도착한 네오 호텔은 그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하지만 호텔로 가는 길목이나 로비에서도 아로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네요.
 
주변에서 호텔 직원들이 당신을 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호텔 직원: 어서오십시오. 체크인을 도와드릴까요?
 
울프:그 전에, 이 안으로 혹시 갈색 단발머리의 어리고 예쁘고 우아한 여성이 들어오지 않았나요?
 
호텔 직원: (잠시 곰곰히 떠올려본다.) 분명... 본듯한 기억이 납니다만. 실례지만, 그분과는 어떤 사이십니까?
 
울프:저희 집안 사용인입니다.
 
호텔 직원:그렇군요. 혹시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십니까? 저희 호텔은 투숙객의 정보를 비밀에 붙이고 있습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정보를 알려드릴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역시 호텔은 호락호락하지 않군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대인기능> 판정이 필요합니다.
 
울프:이보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우아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시선은 당당하고 날카롭게.) 내가 좋게 말하니 파악을 못 하겠나? 귀족 씩이나 되어 고작 자신의 사용인을 찾으려 하는데 일개 직원에게 증명이라는 수고로움까지 감내해야 하느냔 말이야.
(말재간...?)
 
저... 아무리 봐도 협박처럼 들립니다만...?
 
<위협> 혹은 <말재주> 판정 합니다
 
울프:(ㅎ)
(양심상 협박으로...)
위협
기준치: 35/17/7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아아... 호텔 직원은 시말서가 더욱 무서웠습니다
 
호텔 직원:(일단 저자세로 고개를 숙인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다만 고객의 신상정보는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인지라...
최근에는 손님께서 특히나 보안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하시기도 해서 말입니다. (긁적)
 
울프:귀찮아 죽겠군.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 했다가 한숨 한번 내쉬고, 끼고 있던 반지 중에서 적당히 값 나가 보이고 각인이 새겨져 있는 것을 빼서 데스크 위에 놓는다.) 우리 가문 사람들이 끼는 반지라네. 아무리 세상 일에 어둡다고 해도 물건 값어치 정도는 가늠할 수 있으리라 믿어. 그렇지?
 
호텔 직원:(슬쩍 반지를 들어 살피다가 주머니에 슥 넣는다.) 흠흠... 그렇군요. 참, 그러고보니 그분도 같은 징표를 가졌던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뻥이다)
그분의 성함이... 분명 아로, 였습니다.
그분도 와서 이곳에 계시는 투숙객의 정보를 물으셨던 것 같은데... (곰곰)
 
울프:맞아. 아로. 그 애가 나와 만날 약속을 잡은 이들의 방을 먼저 알아두겠다고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 말이야.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겠나?
 
호텔 직원:다시 나오지는 않았으니... 아마 방에 계시지 않을까요?
아로님이 머무르는 객실은 603호 입니다.
 
울프:알겠네. 그럼 다시 보지.
(살짝 웃어주고는 바로 정색하고 603호로 올라간다.)
 
호텔 직원:(히이익)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갑니다.
 
603호의 문을 두드려도 아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울프:(문을 열어본다.)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울프:...(부숴야 하나?)
(문에 귀를 대고 들어본다.)
 
안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들리지 않습니다.
 
잘못 짚었나 생각한 순간,
 
탕!
 
하고 어디에선가 총성이 울립니다.
 
울프:(문을 두드린다.)
(이쪽에서 났나?)
 
분명, 몇층정도 위에서 난 소리입니다.
 
울프:(소리가 난 곳을 따라간다.)
 
소리가 난 곳을 추적하며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9층에 다다랐을때, 당신은 한 방에서 나오는 아로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아로:......!
 
울프:아로야.
 
아로:여긴 어떻게...
(피가 튀어있는 얼굴을 팔등으로 벅벅 문질러 닦고 주먹을 한번 꾹 쥔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
 
울프:(다가간다.) 말했잖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구원받고 싶진 않아.
....죽인 거니?
 
아로:(고개를 끄덕인다.) 여기까지 오지 않았더라도, 만나러 갔을 거야.
이제 다. ....다. 전부 다 끝났어.
(입술을 한 번 깨물고 비상계단쪽으로 몸을 날린다.) 시간이 없어. 곧 사람들이 몰려올 거야. 무사히 빠져나가.
(보고싶었어, 그런 눈짓을 남기고 빠르게 사라진다.)
 
울프:(사라지는 아로를 향해) 집에서 만나. (한 마디를 남기고, 서 있다가 아로가 나온 방 안쪽을 확인한다.)
 
아로가 나온 곳은 901호입니다.
 
이곳은 린튼 가에 남아있던 친척들이 잠적해있던 곳이었나봅니다.
 
굳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현관에서부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울프:(코를 막고는 바라본다. 저걸 아로가 했다고....)
(바라보다가 몸을 돌린다. 돌아가야겠다.)
 
호텔의 1층 로비로 내려옵니다.
 
막 빠져나가려는 찰나, 누군가 당신을 끌어당겨 인적이 드문 벽쪽으로 데려갑니다.
 
아로입니다.
 
아로:(숨가쁘게 뛰어다녔는지, 모자를 눌러쓰고 숨을 고른다.)
 
울프:...아직도 여기에 있었어? (어깨를 잡는다.) 안 돼. 멀리 갔어야지.
 
아로:...같이 가자. 집으로.
기다렸어. 언니랑 같이 가려고.
 
울프:...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가자. 지금 당장 떠나면 돼.
 
아로:... 마지막이 머지 않았어. 언니는... 언니는 괜찮을 거야.
할말이 있어. (지친듯 네 손을 잡고 빠르게 기차역으로 향한다.) 전부 다 말해줄게. 전부 다...
 
울프:.. (그걸 지금이 아니라 더 빨리, 다 털어놨어야지. 생각만 하고 내뱉진 않은 채 손을 잡고는 발 맞춰 기차역으로 간다.)
 
두 사람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갑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아로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아로는 잠들어있고 기차는 빠르게 달립니다.
 
누군가 옆자리에 두고 간 신문을 볼 수 있습니다.
 
울프:(아로의 손을 한 손으로 살짝 덮듯이 잡았다. 비록 이 손으로 한 일이 살인이었어도... 네가 이렇게나 고생을 하며 해낸 일이 나쁜 일을 나쁜 일이라 단정지을 수 있을까.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른 손으로 신문을 집어 읽는다. 올 때보다 거리가 길어진 느낌이다.)
 
신문의 1면에는 린튼가 살해 사건에 관련한 기사가 실려있습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에 누군가가 당신과 아로를 힐끔대는 것이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울프:(뭘 봐? 빤히 본다.)
 
눈이 마주친 상대방은 당황해하다가 얼른 다른 칸으로 이동합니다.
 
경찰에 신고할 낌새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울프:(알아본 건가. 그럴 리가 없지. 이렇게 생긴 사람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도 있다. 가만히 보다가 다른 무언가로 가릴 만한 것은 없는지 찾아도 보고...)
 
아로:(창에 머리를 대고 졸다가 울프의 어깨에 톡 기대어 잔다...)
 
울프:(움직임을 멈추고 어깨를 내어준다. 잠시 쓰다듬어도 봤다.)
 
아로:...으음.
 
아로는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마치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입니다.
 
어느새 창 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아로:(끔뻑...) 나 오래 잠들었어...?
 
울프:딱 기차가 달릴 시간 동안 잤지. (일어나서 손을 내민다.) 피곤해도 조금만 참아. 돌아가면 퍼질러지게 잘 수 있을 거야.
 
아로:...응. (네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집으로 가자.
...아직 꽃이 피어있었으면 좋겠네.
 
울프:정원사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 거야.
(손 꼭 잡고 저택으로 돌아간다.)
 
함께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저택 뒤쪽 정원으로 향합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아로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치고 상처가 가득한 모습입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아로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울프:....아로야.
 
아로:...아. 벌써...
 
제 몸을 살핀 아로가 느릿하게 말합니다.
 
울프:또 숨기고 있는 게 있지?
 
아로:...시간이 다 됐네. (조금은 서글픈 웃음을 짓는다.)
나는 이제 곧... 사라질 거야.
 
울프:이게, 네가 말한 마지막이니?
돌아오겠다고 했잖아.
 
아로:...그랬지. 언니가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
적어도 내 마지막은, 돌아와서 이곳에서.. 언니와 함께 하고 싶었던 거야.
 
울프:어쩌면...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잔인해.
차라리 돌아오지 말지 그랬어. 그랬다면... 어디선가는 네가 살아있다고 믿으면서 그리워할 수 있었는데. (그 앞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이것도 그 신이라는 것 때문이야?
 
아로:...그래도. 약속, 했으니까... 돌아오겠다고. (네 앞에 따라 앉아 네 손 위에 살포시 제 손을 올린다.)
그냥 나는... 언니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이제 세상은 안전해.
그리고 언니도. (웃으며 흩어진 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매만져준다.) 다음엔 그렇게 허접한 사람하고, 마음에도 없는 결혼에 이용당하지 말고.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하고... 언니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울프:세상만 안전하면... ... (그게 안전한 거야? 네가 사라지고, 누군가의 마음을 부수고, 멋대로 도움받아서 꿈에도 그린 적 없었던 너 없는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게. 생각과 말이 겹쳐 들린다. 이런 순간에, 이런 말을 한다면 남을 게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서 차마 하지 못한 채로.)
너는 내게 모든 걸 다 주었는데, 나는 내 모든 걸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구나.
...그게 정말로 바라던 거야?
 
아로:내가 바랐던 건 언니밖에 없어. (지치고 지쳐서 더 이상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몸으로 너를 끌어안는다. 그러게, 결혼같은 거 안 했으면 좋았잖아. 다정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냥... 내 곁에 언니가 있어줬으면 했던건데.
(우리가 이렇게 이별하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울프:한아로... 우리 멍청한 아로.... (안은 몸을 토닥인다. 약간은 책망하듯이. 약간은 함께 슬퍼하듯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난 항상 네 곁에 있었는데, 왜 보지 못하니. 지금도 이렇게 네 옆에 있잖아.
 
아로: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라고, 언니도 그렇게 말했잖아. (토닥임을 받으며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언니가 결혼하는 건 나를 지키는 길이 아니었어. 그런 곳으로... 언니를 보낼 수는 없었어. 막을 수 없다고 했잖아. 결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언니를... (약간의 심호흡 후 네 품에 편하게 기대어 안긴다.) 난 후회하지 않아.
몇번이고 고쳐 죽었어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아프지도 않았어. ...정말이야.
지금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다... 다 괜찮아.
 
울프:(이 모든 것에 만족하는 너를 보며 아무 말도 더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나보다 훨씬 힘든 시간을 지내온 네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어. 그저 널 끌어안은 손에 힘을 더 주고, 머리를 몇 번쯤 더 쓰다듬어줄 뿐.)
...나를 원망해. (결국 일의 시작은 나였으니.)
얼마나, 남은 거니?
 
아로:이제 곧... (꺼져가는 생명을 잡으려는 것 처럼, 손에 힘을 주어 너를 잡았다.)
마지막 춤 정도는 추고 싶었는데.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숨을 몰아쉰다.)
 
내 마지막 순간에 네가 함께하길 바랐다는 말.
 
그저 내 곁에 네가 있길 바랐다는 말.
 
힘들었다는 말. 아팠다는 말. 무던한 문장들이 스쳐지나가고 아, 맙소사.
 
이별의 때가 도래했습니다.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울프:이미 추고 있는데 무슨 춤이 더 필요해. (고개를 숙여 네 이마 위에 이마를 맞댄다. 너를 데려가지 말아달라는 기도일까.) ...차라리 나였으면 좋았는데.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로: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지금은... (네 손을 끌어와 뺨에 가져다 댄다. 그 손바닥에 소중하게 입맞추고, 이젠 빛이 다 꺼져버린, 하지만 애정의 잔흔이 서려있는 시선을 보낸다.)
지금은 웃는 얼굴만 보여줘.
 
울프:정말, 어려운 부탁이구나. (눈을 마주보다가, 이마 위에 천천히 입 맞추고는 네 말대로 웃는다. 작고 조용한 미소였으나 지금은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나도 죽고, 몇 년이고 흘러서... 그 뒤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로:기다릴게. 이번엔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그렇지만 너무 금방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의 좋은 것들을 다 누려보고, 더 많이 사랑하고 울고 웃고... 그리고 나서 나중에... 많이 나중에 다시 만나면 나한테도 알려줘. 행복한 삶을 살다 왔다고. (따라 웃으려는 듯 입모양을 움직여보지만, 자꾸만 어그러지고 일렁이는 표정이 태가 날까. 아마 너는 눈치가 빠르니 제 가장 작은 것까지도 다 알고 있으리라.)
...안녕. 안녕, 울프. 마지막 인사를 보내.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감정을 준 사람은 언니였을 거야. (함께있으면 즐거웠고, 함께할 미래가 기다려졌었고, 질투했고, 미워했고, 또 사랑했어. 나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사람. 내가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사람.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빛이 났던 사람.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 나의 유일한 정원. 아, 그 어떤 말을 붙여야 당신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정의내릴 수 있을까. 긴긴 휴식을 취하는 동안 고민해봐야지.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시간 뿐이니.)
안녕. ...안녕. 안녕.
 
울프:....아로야, 한아로, 내 소중한, 유일한 사람...
(마지막 인사 몇 마디에 기어이 참고 있던 눈물이 한 줄 아래로 떨어진다. 웃음을 보이기로 했는데 울음을 보일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두 손으로 네 손을 꽉 붙잡는다. 나오는 목소리의 떨림이나마 숨기려, 숨소리처럼 내뱉는 말이 있었다.)
미안하고 고마워. 고마워.
 
그래.
 
보내야죠.
 
어쩌겠어요.
 
그가 바라고 있잖아요.
 
이 마지막 순간에, 그저 곁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이…
 
달빛 아래 당신에게 가만히 기댄 아로는 어느 순간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감은 눈꺼풀과 잦아드는 숨.
 
숨결.
 
아, 숨결.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숨결.
 
꽃잎이, 수많은 히스-에리카의 꽃들이 향을 내뿜으며 당신의 주위를 감쌀 때,
 
달빛이, 달빛이 아로의 몸을 둘러쌀 때, 그래서 눈부실 때,
 
이 풍경이 견디기 어려워졌을 때, 품안이 가벼워집니다.
 
빛이 허공에서 맴돌고 누군가의 체온이 완벽하게 사라집니다.
 
허공으로.
 
공중으로 흩어져…….
 
이별.
 
바람이 불었던가요.
 
풍경을 메우는 꽃잎이 그저 아름답습니다.
 
그만큼 서글픈 것입니다.
 
이렇게, 이렇게 아픈 이별이.
 
END 2. 히스클리프
 
한아로 소멸, 울프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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