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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울프아로

[울프아로] 황녀님을 살해하세요 2021-03-30 ~ 2021-04-02

KPC 아로

PC 울프

NPC 노아, 아라

 

히히 라이터님의 키퍼링 맛있어

 

 

 
COC 7th Fan made Scenario
 
KPC 아로 PC 울프
 
황녀의 생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왕국은, 특히 수도인 X시에는 거리마다 묘하게 즐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오랜 내전이 끝나고 마침내 찾은 간절한 평화, 사람들은 모든 것이 전부 아로의 덕이라 칭송하며 그녀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저마다의 준비를 합니다.
 
내일은 황녀의 25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황궁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는 날.
 
파티는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생전 한번이라도 아로를 실물로 만나보고 싶다는 게 소원이라고 할만큼, 모두가 황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울프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소원인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 직접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녀의 친구로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노아의 비서라는 명목 하에 참석하는 것이지만요.
 
이곳은 X시 외곽에 있는 당신의 집이자 조직의 은신처입니다.
 
하나같이 낡았고, 겉으로 보면 폐가와도 같이 으스스해보입니다.
 
노아:울프, 울프?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 같은 나무 문짝을 부셔져라 벌컥 열고 노아가 들어옵니다.
 
노아:어후, 여긴 언제 와도 퀴퀴한 냄새가 나.
 
자연스럽게 입에는 시가를 물고 한쪽 다리가 삐그덕거리는 의자에 펑퍼짐한 엉덩이를 깔고 앉습니다.
 
노아:뭐해? 앉아.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는다.)
 
울프:(쳐다보다가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그 일 때문에 오셨나요?
 
노아:(고개를 끄덕이며 라이터를 꺼내 시가에 불을 붙이고 네 쪽으로도 케이스를 내민다. 필래?) 내일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있지요?
 
울프:(한 개비 받아서 불을 붙인다.) 당연하죠. 황녀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 가장 성대한 축제날이죠.
 
노아:흥, 정말 바보들밖에 없어. 고작 어린애 생일 하나에 호들갑이라니.
이게 다 황녀의 탓이야. 겉모습만 화려하고, 멍청하기가 짝이 없어.
 
울프:하지만 실제로 공이 있긴 하니까요. 3년. 뭐, 쉬운 일은 아니죠. (어깨를 으쓱이며 연기를 뱉는다.)
 
노아:제깟게 3년이면 오래 버텼지. (재를 바닥에 툭툭 턴다.)
아무튼, 내일이면 끝날거야.
내일 밤, 파티가 끝나면 황녀를 살해하세요.
실패는 없어요, 이건 명령이야. 알겠지?
 
울프:.....네. (실패하지 않아. 자신을 향해 중얼거리고)
황녀가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노아:그것까진 뭐하러 물어? 관심도 없으면서. (반쯤 남은 시가를 테이블에 비벼서 끄고 바닥에 툭 버린다.)
 
울프:그래도 제가 한 일로 변하게 되는 건데, 알아두면 좋지 않나 싶어서요.
 
노아:언제 그런거 신경썼다고. 걱정하지 마, 한 몫 단단히 챙겨줄테니까. 원한다면 작위라도 하나 내려줄게. (이죽거리는 얼굴로 네 얼굴에 연기를 훅 뱉는다.)
그리고 이거, 혹시 모르니까 받아둬. (잘 벼려진 단검 한자루를 테이블 위로 올려둔다.)
 
울프:작위보단 재보나 많이 주세요. 정치보단 그걸로 살아가는 사람이라서요. (웃으면서 숨 참는다.)
이건 뭐죠?
 
노아:내가 쓰던 거야. 작아서 휴대하기 좋으니까, 잘 챙겨서 가져가라고. 궁에서 수색이라도 당하면 골치아파.
뭐,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어차피 낮에는 나랑 같이 있을거고. 내 비서라는데 누가 함부로 건들겠어.
 
울프:(끄덕이며 칼을 제 앞으로 끌어다 놓는다.) 감사합니다.
 
노아:(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내일 아침 9시 늦지 않게 황궁으로 오세요. 그리고 옷은 좀 똑바로 입고 오고. 명색이 수행비서니까.
 
울프:구해보겠습니다.
 
노아:좋아, 그래야지. 그럼 내일 봐.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뜬금없이 패션센스까지 지적받았습니다...
 
하긴, 노아의 위장 신분은 잘나가는 경영인이니까요.
 
황궁에서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황녀의 뒤통수를 칠 계획을 꾸미고 있다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겠죠.
 
노아가 떠나고, 아무도 없는 초라한 집에는 적막과 냉기만이 흐릅니다.
 
당신이 반정부조직의 살인청부업자인 이상,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아로를 죽이는 날이 올거란 생각을 했었을 수도 있겠군요.
 
상상이 코 앞으로 다가온 기분은 어떤가요, 울프?
 
울프:(자기는 패션센스 기막힌 줄 아나... 괜히 닫힌 문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쉰다. 신분 차이는 알고 있었다. 이런 조직에 몸을 담으면 당연히 하게 될 일이란 것도. 오랜 시간 마음을 다잡아 왔는데도 어쩐지 양심이 거대한 무언가로 짓눌린 기분이 든다.)
 
어찌 되었던, 내일 생일파티는 절대로 늦어서는 안됩니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일찍 준비하고 자는 게 좋겠어요.
 
울프:(받은 단검 상태를 확인해보고 옷장 슥 본 뒤 그냥 침대로 들어간다. 저 정도면 비서답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해봅니다.
 
그러고보니 얼마만에 아로를 만나는 것이던가요.
 
오랜만에 만날 친구의 얼굴을 그리며 당신은 잠에 빠져듭니다.
 
이른 아침부터 거리가 온통 어수선합니다.
 
황궁으로 가는 길목마다 황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고 사람들의 들뜬 듯한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현재 시각은 오전 8시 57분.
 
으리으리한 성문 앞에서 노아를 기다리고 있으면, 곧 문자 한통이 날아옵니다.
 
울프:(확인한다.)
 
노아에게서 온 문자네요.
 
기껏 시간에 맞춰 나왔더니, 본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당신을 혼자 놔둘 생각인가봅니다.
 
어쨌든 여유롭게 주변이라도 구경하면서 갈 수 있겠네요.
 
울프:(이래서 상사 믿는 거 아닌데. 화면을 끄고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출 정도로 느긋이 걸음을 옮긴다. 플랜카드를 하나하나 읽는다.)
 
플랜카드는 대체로 황녀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간단한 문구를 담고있는 것이지만, 상인들 나름대로 멋을 내어 준비한 모양입니다.
 
거리가 평소보다 알록달록한 기분입니다.
 
울프:(신경 많이 썼네. 황녀가 제 생일에 죽게 될줄도 모르고. 건조한 시선으로 보면서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어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활기차게 떠들고 있습니다.
 
"뭘 그렇게 많이 사오셨어요 그래?"
 
"오늘은 좋은 날이잖아요~! 가족들이랑 집에서 같이 TV로 보면서 축하하려고 그러죠~"
 
물건을 사는 손님들과 환담을 나누는 상인들의 말소리가 대부분입니다.
 
울프:(식 중간에 살해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까지 볼 수도 있었는데. 위험해.)
(둘러보며 노아를 찾는다.)
 
노아는 벌써 성 안쪽으로 들어간 걸까요?
 
당신이 성문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경비병 두사람이 당신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경비병:어허,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됩니다.
오늘은 황궁에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니, 돌아가세요.
 
울프:(친절한 미소!)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전 노아 씨의 수행비서관입니다.
 
경비병:흠...? (조금 느슨해짐) 신분증이나 증명할 것이 있습니까?
 
울프:(있나? 뒤져본다.)
 
<아이디어>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까 노아한테서 온 문자라도 보여주면 어떨까요?
 
울프:(그런 걸로도 되다니)
(이 사람들 안되겠네. 안되겠어서 감사합니다.)
(문자 보여준다.) 이거면 될까요?
 
경비병:(문자를 읽어보더니 경계를 푼다. 어쨌든 이 사람 수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까!) 이거 실례했습니다, 노아님은 아까 들어가셨습니다. 어서 들어가보세요.
하지만 곧장 파티홀로 가셔야합니다. 뭐... 어차피 다른 곳으로는 가실수도 없으시겠지만요.
(문을 열어준다.)
 
울프:그럼요. 제가 또 어딜 가겠어요? (폰 집어넣고 당당하게 들어간다.)
 
성 안으로 들어오면 거리의 풍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하고 압도적인 장관이 펼쳐집니다.
 
기분 좋게 부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왕국의 깃발이 펄럭이고 온통 향기로운 꽃과 녹음으로 가득합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곳은 파티홀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당신은 황궁의 지리를 잘 알고 있나요?
 
<지능>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도 외운 듯)
 
오래 전에 아로가 장난삼아 보여줬던 황궁의 지도가 떠오릅니다.
 
미로처럼 얽혀있는 비밀통로까지도 속속들이 나와있는 그 지도.
 
당신은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죠.
 
어렵지 않게 파티홀로 가는 길을 떠올립니다.
 
울프:(지도를 떠올리며 원래 이곳 사람인 것처럼 잘만 간다.)
 
파티홀에 가까워질 수록 복도 전체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벽마다 화려한 장식과 커튼이 드리워져있고, 바닥의 카페트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어릴때는 아로와 이런 넓은 복도에서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었죠.
 
황궁은 너무 넓고 복잡해서 걸핏하면 길을 잃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신을 찾아내어 이끌어주던 아로.
 
그런 그가 벌써 25번째 생일을 맞이하다니.
 
조금은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파티홀의 문을 엽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조명이 커다란 샹들리에의 보석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넓은 홀은 벌써 정재계의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은은한 클래식이 들려오고 웨이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샴페인을 들고 돌아다니는군요.
 
한쪽에는 핑거푸드가 놓여 있네요.
 
노아는... 저쪽에서 무언가 심각한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온 것은 아직도 모르는지 이쪽은 거들떠보지도 않네요.
 
간단하게 파티홀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람들 / 테이블 / 파티홀 / 연단 / 노아 ]
 
울프:(무언가 일이 잘못됐나? 가볍게 생각하며 노아를 쳐다본다.)
 
와인색의 투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노아는 파티장에 걸맞는 품위있고 우아한 모습입니다.
 
어제 은신처에서 시가 끄트머리를 씹어대던 괴팍함은 찾아볼 수 없군요.
 
아직 누군가와 열심히 통화를 하는 중인 것 같은데, 목소리가 약간 상기되어있습니다.
 
울프:(남자친구였나?)
 
<은밀행동>과 <듣기> 복합판정
 
울프: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노아의 뒤로 몰래 다가가 그녀의 대화를 듣습니다.
 
노아:뭐? 찾았다고? 그래, 내가 있을 거라고 했잖아! 아, 정말 아슬아슬했어. 오늘 안에 찾지 못했더라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네.
그래서 언제 오는데? 아, 그래? 잘 됐네.울프네 집으로 안내해.
어. 아니, 그건 아직. 오늘 밤 울프가 해치우면 그때 시작해도...
 
거기까지 신나게 떠들어대던 노아는 문득, 당신의 기척을 느끼고 전화를 끊습니다.
 
노아:뭐야. 언제 온거야, 울프. 왔으면 왔다고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울프:(아닌가보네.)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으셔서 방해할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집으로 안내하라니, 무슨 말이죠?
 
노아:아, 그건 이따가 말해줄게. 어쨌든 일이 잘 풀려가서 다행이야~ (핸드폰을 집어넣고 나른하게 기지개를 켠다.)
파티장은 다 둘러봤어? 곧 황녀가 나올텐데. (목소리를 낮춰서) 오늘 밤을 위해서 얼굴을 잘 외워두는게 좋을 거야.
 
울프:아뇨, 아직 뭐든 주워먹지도 못했는걸요. 조금 더 보려고요. (아무렇지 않게) 그건.. 식은 죽 먹기죠.
 
아, 당신이 어떻게 그 얼굴을 모를 수 있겠어요.
 
당신의 하나뿐인 소중한...
 
노아는 당연히 오늘 밤 당신이 화려하게 황녀를 해치우리라 생각하고 있겠죠.
 
물론 그녀의 명령은 당신에게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울프, 당신은 아로를 죽일 마음이 있나요?
 
노아:그래, 넌 언제나 우수하니까. (웃으며 네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저쪽에 핑거푸드도 있고 샴페인도 있어. 가서 뭐라도 좀 먹고 오지 그래?
 
울프:..가는 김에 둘러보고 오죠. (슬쩍 웃음을 내비치곤 곧장 뒤돌아서 테이블로 간다. 죽일 생각으로 왔지만, 마음은.)
 
테이블에는 먹음직스러운 핑거푸드와 고급진 와인, 샴페인이 정갈하게 놓여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도 있네요.
 
이쪽은 가벼운 음식들 뿐이지만 반대편 테이블에는 아로의 생일상이 거하게 차려져있습니다.
 
하나같이 쉽게 먹을 수 없는 최고급 메뉴에 화려한 플레이팅, 게다가 방금 조리한 것처럼 따뜻한 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이라면 1년에 걸쳐도 다 못 먹을만큼 많은 양이네요.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이 메뉴들...
 
자세히 보니 아로가 좋아하는 음식은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대체 누구를 위한 생일상인가요?
 
울프:(명색이 황녀를 위한 요리사들일 텐데 황녀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다니. 보초부터 시작해서 다 자격 실격이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하나 먹는다.)
(먹고 마시면서 연단을 바라본다.)
 
파티홀의 가장 상단에 있는 낮은 연단입니다.
 
곧 아로가 이곳으로 등장하겠죠.
 
모두가 등장을 고대하고 있는 만큼, 연단 근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습니다.
 
아직 빈 황녀의 자리를 채우는 것은 마이크 한 대, 그리고 황금 의자입니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황금의자를 살펴보던 중, 우연히 의자의 앉는 부분에 손을 대어 들어올리자 감춰져있던 비밀공간이 나타납니다.
 
작은 소품이나 서류들을 보관할 수 있게 된 구조네요.
 
그곳에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 한장이 들어있습니다.
 
울프:(돌아다니다가 뜻하지 않게 발견한 것에 급히 주변을 살피곤 아무도 모르게 꺼내 내려온다. 구석진 곳으로 가서 읽자.)
 
이건... 황궁의 지도입니다.
 
게다가 구석구석의 비밀통로까지 깨알같이 적혀있네요.
 
파티홀에서 성문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부터 아로의 개인 공간까지...
 
정문 경비의 교대 시간과 순찰을 도는 시간, 심지어 인원수까지 빼곡하게 손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이것만 있다면 황궁은 손바닥 안이겠어요.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곧장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씨체는, 아로의 것입니다.
 
아마 당신이 이곳에 온다는 것을 듣고 일부러 가져다 둔 것이겠죠.
 
마치 오늘 밤, 당신이 찾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울프:.... (아직 내가 친구인 줄로 알고 있겠지. 지도를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고는 파티홀을 본다.)
 
고급진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파티홀은 축구장을 세 개쯤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크고 넓습니다.
 
한쪽에는 금빛 휘장에 아로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쓰여있고, 반대편에는 황녀를 위해 각지각국에서 보내온 선물과 축전이 높게 쌓여있습니다.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저걸 다 합치면 얼마나 비쌀까요?
 
잠시 머릿속으로 셈해보면, 천문학적인 금액에 머리가 어지러운 기분입니다.
 
울프:(이렇게까지 준비할 거면 음식이나 제대로 하던가. 아무리 봐도 아로를 위한 게 아닌 거라는 건 알겠다는 표정으로 사람들 사이로 다시 들어간다.)
 
고급진 연미복과 우아한 드레스를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샴페인 잔을 손에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별로 관심이 없는듯 합니다.
 
자기들끼리 무척 화기애애하네요.
 
<듣기> 판정
 
울프: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두 중년 남성이 하는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남자1: 곧 황녀님이 나오시겠지? 아아.. 오늘의 황녀님은 정말 얼마나 아름다우실까?
 
남자2: 오늘의 생일파티는 TV로 전국에 생중계 된다면서?
 
남자1: 하지만 실물로 보는 것 만 하겠어? 정말 기대되는군!
 
그러고보니 오늘의 생일파티는 카메라로 중계한다고 했었죠.
 
듣고보니 주변에 카메라 몇 대가 녹화를 하고 있는 듯 빨간 REC 불이 깜빡이며 돌아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울프:(식이 끝나고 하라고 한 이유가 있었네. 카메라들을 보다가 그대로 자연스럽게 섞여서 다른 음식을 먹고 마시며 시간이 되길 기다린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큰 나팔소리가 들립니다.
 
일순 웅성거림이 멎고, 장내가 정적으로 푹 젖어들 때 쯤.
 
침묵을 깨는 우아한 구두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발등을 덮는 눈부시게 하얀 순백색의 드레스 자락이 눈에 밟히고, 고개를 들수록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드레스의 곡선과, 허리를 감는 넓은 리본, 팔에 두른 하늘하늘한 숄과 가슴팍에 수놓인 다이아몬드 장식이 차례로 보여요.
 
그리고 완전하게 모습을 드러낸...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름다움을 형상화 한듯한...
 
아로.
 
회장 안에 있는 모두가 숨막히는 황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오직 두 사람, 당신과 노아만 빼놓고 말입니다.
 
노아는 아니꼽다는 듯 대놓고 비웃음을 머금고 있고, 당신은...
 
어떤 표정인가요.
 
오랜만에 보는 옛 친구의 얼굴은 당신이 기억하는 그대로이던가요?
 
곧이어 마이크 앞에 선 아로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입을 뗍니다.
 
아로:모두들 제 생일을 축하하러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디 편하게 즐겨주세요.
 
짤막한 인사가 끝나면 파티홀 안은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집니다.
 
고작 형식적인 두 문장일 뿐인데, 누군가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드물게 감동에 훌쩍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곧이어 황녀에게 직접 축하인사를 전하고 그녀와 한마디라도 섞어보기 위해 연단 앞으로 긴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명목상으로는 황실의 최측근인 노아, 그리고 당신도 그 긴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노아:울프, 이리 와. (까딱)
 
울프:(빤히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가 노아 옆으로 가서 선다.) 만나기까지 하시려고요? (당신은 황녀를 싫어하는데.)
 
노아:이런 자리에 빠지면 되겠어? 명색이 정계의 인사(비아냥) 인데. (아우 지겨워, 중얼거림)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마침내 당신과 노아의 차례가 다가오자, 황녀는 반색하며 노아의 손을 잡습니다.
 
노아는 예를 갖추어 황녀의 손등에 입맞추며 인사를 건넵니다.
 
노아:스물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황녀님. 가시는 앞길마다 축복만 가득하시길. (해사한 미소!)
 
아로:아, 노아님.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예식이 수월하게 진행된 것 같아요. 역시 당신은 황실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분이군요.
 
이제 보니 이 파티를 준비한 것이 노아였군요.
 
아침부터 바쁘던 것도 이해가 갑니다.
 
울프:(그래서 식이 이 모양이었군)
 
언제 비웃음을 지었냐는 듯 싱그러운 웃음만 머금고 있는 노아는 황녀의 손을 놓더니 당신을 향해 눈짓합니다.
 
노아:(너도 한마디 해야지. 옆구리 쿡)
 
울프:(왜 찌르냐는 듯 시선 줬다가 다시 아로를 본다. 손을 잡고, 손등에 엄지를 얹어 그 위에 입을 맞춘다. 안녕, 내 오랜 친구. 오랜만이야.)
노아 님의 비서인 울프입니다. 나라의 보옥인 아로 황녀님의 생일 축하드려요. (눈웃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생일을 기념하여 축하 인사를 전해봅니다.
 
당신의 인삿말을 들은 황녀는 웃으며 화답해줍니다.
 
아로:고맙습니다, 울프님도. 즐겁게 있다가 가셨으면 좋겠어요. (따라 웃으며 화답하듯 가볍게 무릎을 굽히고, 네게 잡힌 손을 거두면서 손 끝으로 네 손바닥을 스치고 간다.)
 
당신은 눈치챌 수 있었을 겁니다.
 
한순간 아로가 보여준 미소는 여전히 유하고 부드럽지만, 당신에게만 보여주는 조금 다른 종류의 미소라는 것을.
 
코앞에서 본 아로는 여전히, 숨막히게 아름다워요.
 
하지만 티나게 아는 척을 할 수도, 예의상- 그 이상의 축하를 건넬 수도 없습니다.
 
이내 차례에 밀려 당신은 쫓겨나듯 줄에서 벗어납니다.
 
또다시 황녀는 웃으며 축하인사를 받고 환담을 나눕니다.
 
이제 더는 여기 있을 필요도 없다는 듯, 노아는 당신의 등을 떠밀며 나가자고 재촉합니다.
 
노아:(따라와. 질질질)
 
울프:... (너무 예뻐서 못하겠습니다 할 수도 없고. 아쉬운 듯 뒤를 돌아봤다가 끌려간다.)
 
조금만 더 아로를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파티장을 빠져나갑니다.
 
*
 
분명 아침에 들어왔는데, 성문 밖을 빠져나오니 벌써 어둑하니 해가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거리를 밝히는 형형색색의 등불은 아로의 생일이 아직 저물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신 사람 좋은 표정을 짓고 있던 노아는 성문 밖을 나오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인상을 구깁니다.
 
노아:하! 봤지? 그 꼬라지 하고는. 정말 진절머리 난다니까. 가증스러운 어린애!
 
그리고는 곧장 외곽에 주차해둔 승용차에 올라타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던지고 스타킹 차림으로 악셀에 발을 올립니다.
 
당연하지만, 조수석은 열어주지 않습니다.
 
당신에게는 해야할 임무가 있으니까요.
 
노아:기억하고 있죠? 오늘 밤이에요.
 
울프:(이럴 거면 왜 데리고 나왔어, 나 거기 있게 두지.라고 생각하지만 고개는 성실하게 끄덕인다.) 네.
 
노아:수고하고. (아예 자켓까지 벗어 뒷자리에 아무렇게나 던져놓는다.)
아, 참.
일이 끝나거든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곧장 아지트로 돌아와. 보여줄 것이 있으니까.
 
울프:아까 전화로 말했던 그것 말인가요/
?
 
노아:어, 맞아. 그걸 또 용케 기억하고 있네.
그러니까 늦지 마. 나 늦는 거 싫어해.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주고 그대로 시동을 걸어 악셀을 밟는다.)
 
울프:(떠나가는 자동차를 보고 있다가 시선으로 욕함)
 
노아는 신경질적인 엔진소리를 뒤로하고 멀리 떠나버립니다.
 
또 다시 혼자 남겨졌습니다.
 
당신이 아로를 죽일 마음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아까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러 다시 가볼까요.
 
이번엔 정말 단 둘이 볼 수 있겠죠.
 
다시 황궁으로 돌아갑시다.
 
울프:(황궁으로 향한다. 아까 봤던 지도를 꺼내 비밀통로를 따라간다. 어디쯤에 있으려나... 역시 방인가?)
 
<은밀행동> 판정
 
울프: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경비병이 졸고 있는 사이, 몰래 담을 넘어 황궁으로 진입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당신에게 이정도는 식은 죽 먹기네요.
 
원래 황궁의 경비가 이렇게 허술한가요?
 
이제 아로의 방을 찾기만 하면 되겠어요.
 
울프:(걸려도 돈으로 매수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내게 그만한 돈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로의 방을 찾아다니자... 지도상으로는 여긴데? 문을 5mm 열어본다.)
 
황궁 안은 깊숙하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거미줄처럼 엉켜있습니다.
 
이리저리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기면 낯익은 방문이 하나 눈에 띕니다.
 
분명... 여기가 아로의 방입니다.
 
황궁의 가장 깊숙한 곳.
 
경비병도 쉽게 올 수 없는 아로만의 개인적인 공간.
 
이 방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제국을 다스리는 황녀일까요, 아니면 어린시절 당신과 숨바꼭질을 하며 놀던 아로일까요.
 
문에 손을 가져다대면, 부드럽게 방문이 열립니다.
 
문은 잠기지 않았습니다.
 
아로:기다리고 있었어, 울프.
 
그리고 당신을 반겨주는 반가운 목소리, 케노피가 드리운 침대에 조용히 앉아있는 아로가 문 틈새로 보입니다.
 
울프:(속으로 놀라 멈춘다. 이내 스르르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간다.) 용케 알아챘네. 여기 올 때까지 아무도 몰랐는데. ...아, 참. 이렇게 반말 하면 안 되지. 실례를 범했습니다, 황녀님. (등 뒤에서 문이 탁 닫힌다.)
 
아로:뭐야...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돼. 둘 밖에 없잖아.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사분히 걸어온다.)
 
잠옷차림이지만 그 또한 황실의 예법에 어긋나지 않게 단정하고 격식있는 모습입니다.
 
어서 오라는듯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향해 팔을 벌립니다.
 
층고 높이 솟은 창문에서 은은한 달빛이 아로의 옆모습을 비추면 그녀도 따라 은은하게 웃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로:늦었잖아. 나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한단 말이야. (빨리 와서 안아달라는 팔랑거림)
 
울프:(그 모습이 또 참 예쁘다 생각하다가 한 발 두 발 다가가 폭 끌어안는다. 웃음이 났다. 이후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아.) 잘 지냈어?
 
아로:(까치발을 들고 폭 안긴다. 구두가 없으면 키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니까. 네 어깨에 맨 얼굴을 부비며 따라 웃는다.) 나야 뭐, 늘 똑같지. 언니는, 잘 지냈어?
 
울프:응, 잘 지냈어. (너무 잘 지내서 네 암살 의뢰까지 받아들일 만큼. 토닥이다가 네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까 연회장을 둘러봤는데 네가 먹을 만한 게 하나도 없더라. 사람도 너무 많고.
 
아로:뭐어... 괜찮아. 원래 바쁜 날은 뭘 잘 못먹으니까. (스르르 네게서 떨어지면 침대에 걸터앉아 옆자리에 앉으라고 팡팡 친다.)
흠, 내 선물은? (생글)
 
울프:...무척이나 힘들겠구나. 그 미모도 천년만년 유지해야 할 테니 규칙적으로 살아야 할 테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면서 옆자리에 슬며시 앉는다. 손깍지를 끼고) 급히 오느라 선물 준비를 못 했어. 얼마만에 보는 건데...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원하는 거라도 있니? 몰래 바깥 구경이라도 할래?
 
아로:그것도 나름대로 힘든 일이긴 해.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으며 네 손을 잡아 꾹 쥐며 손장난을 친다.) 괜찮아, 농담이었어 당연히. 선물이라면 질리게 받았고, 오늘 와준 것만으로도 기뻐. 그게 최고의 선물이야. (씩 웃으며 뺨에 뽀뽀 쪽 하고 떨어진다.)
 
울프:하지만 겨우 내 방문으로 퉁치기엔 너무 경사스러운 날인걸. 바깥에도 그렇게 화려한 플랜카드들이 걸려 있는데 말이야. (손등에, 이번엔 직접 입술을 대고 있다가 느긋하게 떼어낸다.) 이 뒤에도 일정이 바쁘니?
 
아로:(간지러운 느낌이 들어서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가도 기분이 좋아져서 배시시 웃음을 짓고 네 어깨에 톡 기댄다.) 그럼 나중에, 더 많이 나중에 좋은 걸로 해줘. 비싼건 필요 없고, 그냥 언니의 시간을 조금만 내가 가지는 정도로 충분할 것 같은데. (손바닥을 뒤집어서 거기에 꼼질꼼질 무어라 글씨를 쓰는듯 움직이면서 시선을 내린다.) 원래 황궁이 좀 일찍 움직이잖아. 해 뜨기 전에 하루가 시작되는 곳이라서. 그래도 조금은... 더 이러고 있을 수 있어.
 
울프:나야 거리로 나오면 늘 낼 수 있는 게 시간인 걸. (어떻게든 내야지. 말소리 흘리면서 뭘 쓰는지 바라본다.) 고생이 많네. (네가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면. 허무한 상상을 하며 네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넘긴다.) 그래, 그럼 이 시간은 오로지 네 걸로 해줄 테니 원하는 만큼 나를 써.
 
아로:(손바닥에 쓰는 건 별거 아니다. 하트모양을 동글동글 연속해서 그리고 있다.) 정말? (반짝 고개를 바라보다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네 어깨를 툭 밀어 침대로 넘어트리고 내려다본다.) 그럼 자고 갈래?
 
울프:(귀여워 피식 웃어버리고는 순순히 누운 채 쳐다본다. 언제 또 이런 침대에 누워보겠어. 게다가 아로랑 같이.) 일정이 바쁘고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더니. 이럴 시간은 있으신가요, 황녀 전하?
 
아로:으, 몰라. 생각 안할래. (그냥 지금은 이러고 있고만 싶어, 저도 네 옆에 풀썩 누워서 꼭 끌어안고 이불을 뒤집어 쓴다.) 그럼 5분만... (팔짱을 끼고 더 달라붙는다.)
 
울프:저런, 애써 예쁘게 꾸민 머리 다 헝클어진다? (키득이지만 말리진 않는다. 오늘은 아로의 생일이니까. 등을 끌어안아 잠재울 듯 다독이며) 그럼 5분만이야. (진짜 5분보다는 조금 더 길겠지만.)
 
아로:응, 딱 5분... (느리게 다독이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빠진다. 이대로 자는 건 싫은데... 네 목을 끌어안고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린다.) ...다음엔 언제 올 거야?
 
울프:....글쎄. 아로가 원한다면 최대한 빨리 와볼까?
 
아로:응...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으니까... (끔뻑, 끔뻑... 눈이 무겁게 깜빡인다.)
 
울프:알았어. 얼굴 잊어버리지 않게, 금방 다시 시간을 내볼게.
 
아로:약속이야. (네 손을 잡아 손바닥에 입술을 부비며 제 뺨으로 끌어와 가져다댄다.)
 
한참을 떠들다보면 어느덧 달빛이 가시고 어스름하게 붉은기가 올라오는 것이 창문 너머로 보입니다.
 
문득 노아의 지령이 떠오릅니다.
 
'해가 완전하게 뜨기 전에 곧장 아지트로 돌아와. 보여줄 것이 있으니까.'
 
당신의 머뭇거림을 눈치챈 것일까요.
 
아로는 아쉽다는 듯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로:...벌써 아침이네. 이제 돌아가야해...?
 
울프:가야지. 계속 여기에 있을 수도 없고. (몰래 챙겨 온 단검을 슬쩍 만진다. 결국, 그렇게 마음을 먹어도 역시 본인의 얼굴을 보고서는 못 버티는구나.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는 가만 있다가) ...아로야, 선물도 없는 마당에 너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아로:...뭔데? (침대에 얌전하게 누운 채로 가만히 올려다본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전부 들어줄게.
 
울프:(가볍게 웃어 보인다.) 내가 돌아가고 난 뒤에, 어디에도 얼굴을 비추지 말아줘. 네가 무엇을 했다는 소문 하나 들리지 않게, 아무도 네 소식을 전혀 알 수 없게. 며칠만이라도.
 
아로:(네가 말하는 뜻이 무엇일까,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다가 금새 표정을 지우고, 그러니까 대략 3초가 되지 않는 시간 내에. 이내 엷게 웃어보인다.) 응, 그럴게. 다음 공식 행사 전까지는... 조용히 지낼 수 있어. 역시 다른 사람들 눈에 띄면 곤란한 거지...?
 
울프:맞아. 그럴 만한 일이 있어서... (작게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일을 해결하고 나서 다시 올게.
 
아로:언니가 그렇다면, 약속할게. (곧 몸을 꾸물꾸물 움직여 침대에 정자세로 눕는다.)
오늘 즐거웠어. 내 생일이 끝나기 전에 다시 와줘서 고마워. ...서쪽 복도로 가면 경비에게 걸리지 않을 거야.
그럼..다음에 다시 만나. (웃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고 이불을 목 아래까지 끌어올린다.)
 
울프:...옛날 같네. 나한테 길 알려주는 거 말이야. (누워 있는 널 향해 손을 펼쳐 보인다.) 잘 있어, 아로야. 생일 축하해. (그 말만 남기고 서둘러 방을 빠져나온다.)
 
지금같은 무방비 상태라면 큰 힘 들이지 않고 아로를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당신은 결국 방문을 조용히 닫고 돌아나옵니다.
 
어째서 노아의 명령을 거부했는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지만, 아로가 알려준 길을 따라 도망치듯 복도를 달려 황궁을 빠져나갔습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밖은 이미 밝아져오고 있네요.
 
고요하게 가라앉은 거리는 어제까지 떠들썩했던 것이 믿기지 않게 눅진한 공기에 젖어있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우선 집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울프:(나오자마자 집을 향해 달린다.)
 
집으로 바쁘게 달려가던 그 때, 문득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상한 기척이 납니다.
 
이건...
 
<정신력>판정
 
울프: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명백한 살기입니다.
 
?: 울프?
 
울프:(누구지? 느끼자마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곳에 멈춰서서 소리가 들려온 곳을 본다.)
 
전방에 한 명, 후방에 한 명.
 
당신을 앞뒤로 조여오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저들끼리 뭐라고 속닥거립니다.
 
?: 인상 착의는 맞는 것 같군.
 
??: 틀림 없겠지. 시작하자고.
 
근처에 다른 사람의 그림자는 없습니다.
 
남자들은 계속 숨통을 조여오듯 가까워져옵니다.
 
그리고 일제히 칼을 꺼내들고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민첩> 대항판정
 
울프:(단검을 빼들며 뒤로 훌쩍 피한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킬러: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가 더 높은 울프의 판정이 더 높습니다.
 
칼이 지나간 자리에 이미 당신은 없었습니다.
 
남자들은 어리둥절하게 허공을 찌른 칼 끝과 서로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울프의 선공으로 전투를 시작합니다.
 
울프:(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단검을 휘두른다.)
 
무기판정 해주세요!
 
울프: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킬러: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킬러1 체력-2
 
킬러 1이 당신에게 칼을 쥐고 덤벼듭니다.
 
킬러:
소형단검
기준치: 45/22/9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회피 혹은 반격할 수 있습니다.
 
울프:(회피한다.)
 
판정해주세요
 
울프:
회피
기준치: 62/31/12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울프가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킬러2가 당신의 발을 걸어 넘어트리려고 합니다.
 
킬러: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회피 또는 반격할 수 있습니다.
 
울프:(곧장 단검을 내질러 반격)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킬러2 체력-1
 
울프의 차례입니다. 행동해주세요
 
울프:(바로 앞의 킬러2를 깊게 찌른다.)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킬러: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킬러2 체력-1
 
킬러 1이 다시 한번 울프를 향해 칼을 휘두릅니다.
 
킬러:
소형단검
기준치: 45/22/9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회피하거나 반격할 수 있습니다.
 
울프:(단검을 횡으로 긋는다.)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킬러1 체력-2
 
킬러2가 칼을 들고 뒤에서 당신을 기습해옵니다.
 
킬러:
소형단검
기준치: 45/22/9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회피하거나 반격할 수 있습니다.
 
울프:(가볍게 피하면서 올려친다.)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킬러2 체력 -4. 킬러2는 거의 비틀거립니다.
 
다시 울프의 차례입니다. 행동해주세요.
 
울프:(킬러2의 목덜미를 내리찍는다.)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킬러1이 칼로 울프의 옆구리를 겨냥합니다.
 
킬러:
소형단검
기준치: 45/22/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회피하거나 반격할 수 있습니다.
 
울프:(빗나간 나이프를 킬러1의 허벅지에 대신 박는다.)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양쪽의 공격이 모두 빗나갑니다.
 
킬러2가 온 몸을 던져 울프를 넘어트리려 합니다.
 
킬러: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48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울프:(발로!! 찬다!!!)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킬러2는 영 좋지 못한 곳을 걷어 차입니다...
 
킬러2 사망
 
울프 차례입니다. 행동해주세요.
 
울프:(킬러2에겐 주먹을 선사해주자)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
(? 옥수수를 본 것 같음)
 
킬러: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킬러1이 피해보려했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체력-3
 
킬러1이 비틀거리며 당신에게 칼을 들고 돌진합니다.
 
킬러:
소형단검
기준치: 45/22/9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울프:(뒷목을 쳐준다.)
비무장
기준치: 75/37/15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양쪽의 공격이 모두 빗나갑니다.
 
울프의 차례입니다. 행동해주세요.
 
울프:(모르겠다 단검 꽂아버린다)
단검
기준치: 75/37/15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킬러1 사망
 
전투를 종료합니다.
 
땅에 쓰러진 시체들을 내려다봅니다.
 
고작 하급 킬러인 주제에 당신을 해치려 들다니, 불필요한 피만 손에 묻힌 셈이 되었습니다.
 
문득 한 남자의 주머니로 작은 종이조각이 빠져나와있는 것이 보입니다.
 
울프:(종이조각을 빼 본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정갈한 글씨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 이 사람을 사주한 사람이 보낸 쪽지같습니다.
 
대체 누가 당신을 죽이려 했던 걸까요?
 
울프:....
(날 써서 아로를 죽이고, 나까지 죽여 덮으려 했다 그거지. 쪽지를 아무렇게나 접어 넣고 집으로 향한다.)
 
온몸에 피가 묻어 찝찝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해가 하늘 높이 떠버렸네요.
 
황녀도 살해하지 못하고, 아침이 되기 전에 돌아오라는 명령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돌아가면 노아에게 크게 한소리 들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집으로 갑시다.
 
뜨거운 물에 샤워라도 해서 이 지독한 피냄새를 떨쳐내지 않으면 안될 테니까요.
 
대문 앞에 도착하면 이상하게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기분이 듭니다.
 
수상한 인기척이 납니다.
 
하지만 노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녀가 집에 있었다면 시끄러운 통화소리나 웃음소리가 들리던지, 아니면 향수와 버무려진 시가의 독한 냄새가 풍겼을 테니까요.
 
아침이 되기 전에 오라더니 아무래도 노아는 집에 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 안에 있습니다.
 
그럼 대체 누구죠?
 
울프:(안쪽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식탁에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작은 체구의... 여자?
 
울프:...?
(안쪽에 다른 사람은 없을까?)
 
없는 것 같습니다.
 
울프:(문을 열고 들어간다.) 누구야?
 
경계하며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
 
당신을 보고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스푼이 쨍그랑!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를 때립니다.
 
이건...
 
아로?
 
아니, 하지만 방금 전까지 아로와 황궁에서 대화를 하고 왔잖아요.
 
저 사람은 누구죠? SAN C.(0/1d3)
 
울프: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로야?
 
이성 감소 없음
 
낯선 이는 황녀와 소름끼치게 닮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저쪽도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있는 것으로 봐서는 당신을 모르는 게 확실해보입니다.
 
테이블 위에는 먹다 만 스프가 싸늘하게 식어있습니다.
 
그래요, 분명 당신이 알고 있는 얼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아로와 미세하게 다른 구석이 하나씩 보이네요.
 
가장 결정적으로 기품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로를 어릴 때부터 오래 봐왔던 당신이기에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 일반인들은 딱 봐선 황녀와 구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 누구세요?
 
세상에, 목소리까지 비슷합니다.
 
정말 아로의 도플갱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울프:...아. 사람을 잘못 봤네요. 닮은 사람을 알아서.
그런데 누구시죠? 여긴 노아 씨의 집일 텐데.
 
???:아... 네. 맞아요. 노아님이 저를 이곳에 잠깐 있으라고 하셨어요. 곧 '울프' 님이 올 거라고...
 
울프:아. 제가 울프입니다. (손을 내민다. 어떻게 된 거지? 이 사람이랑 만나게 해주려고 오라고 했나?)
 
???:아...! 안녕하세요. 울프님. (악수...를 하자는 건가? 두 손으로 손을 쥐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울프:(이렇게까지? 양손으로 잡는 것에 내심 놀라지만 아무렇지 않게 손을 가볍게 쥐었다가 놓는다. 음... 역시 아로랑은 좀 다른 느낌인데.) 그쪽은 이름이 뭐죠?
 
???:그, 그게...
저는 이름이 따로 없어서...
그냥 편한대로 불러주세요.
 
울프:...이름이 없어요?
뭐... 좋아요. (이곳에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연 하나씩은 있기 마련일 테니. 고민하다가) 그럼...
아라라고 부를게요. (어쩐지 닮지 않은 이름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아라...
 
아라:마음에 들어요. (배시시...)
...(뭔가 조심스럽게 말하려는 듯) 저... 그런데. 혹시 사고라도 당하신 건가요? 피가 많이 묻었어요. 어디 다친 곳이라도 있으신가요....?
 
울프:아, 이건. (그제야 인지하고 가장 많이 묻은 곳을 손으로 가린다.) 아뇨, 오는 길에 좀 일이 있어서. 괜찮아요.
그런데 노아 씨한테 전달받은 사항이 있나요?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진... 음. 그럴 수도 있겠네.
 
아라:노아님이 시키는대로 여기 와서 얼굴을 씻고... 가져다주신 옷으로 갈아입고, 울프님을 기다리면서 스프를 먹고 있었어요.
아, 맞아. 이거... 노아님이 전해달라고 하셨는데. (쪽지 한장을 내민다)
 
울프:...노아 씨에게 스카우트를 받은 건가요? (쪽지를 받는다.)
 
아라:스카우트...? (갸웃)
 
울프:시키는 대로라고 하길래요. 원해서 온 건 아닌 것 같고. (쪽지를 본다.)
 
쪽지에 뒷면에도 글이 적혀있습니다.
 
울프:(그걸 또 어떻게 알았어. 눈을 찌푸리고는 쪽지를 아무렇게나 접어 마찬가지로 주머니에 넣는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쪽지..)
아라 씨. 아니, 아라라고 불러도 될까? 그쪽도 편하게 말해요. 그 편이 편하니까.
 
아라:아. 네, 그럼요..! 편하게 대해주세요. 저는 좀 더 편해지면... (아직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울프:뭐, 그래. 언제든 말 놔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편한 대로 하고. (새 얼굴이라. 그래도 여론을 의식하긴 하나보지. 작은 웃음이 나온다.) 따로 갈 데나 하는 일은 없어?
 
아라:네에. 그, 저는 Z시의 빈민가에서 왔어요.
이렇게 말하면 부끄럽지만... 물건을 훔쳐 팔거나 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노아님이 와서 저를 거둬주시겠다고...
 
울프:그 동네는 다들 그러고 사니까 부끄러워하진 않아도 돼. (손을 내젓는다. 그렇게 된 일이었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허수아비 왕을 대타로 세우고. 머릿속으로 정리가 끝났다.) 그럼... 만약 좀 더 많은 걸 한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나 먹고 싶었던 건 있니?
 
아라:글쎄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서... (입고 있는 옷을 구깃, 쥔다.) 저한테는 한 번도 내일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울프:이제부터는 계속 고민해야 할 텐데. 좀 더 먼 미래까지 고민하게 될지도 몰라. 좀 더 생각해봐. (어떻게 되든, 그럴 확률이 크다. 싱긋 웃고는 문을 다시 연다.) 갈 데는 있고?
 
아라:..네에. (큰 숙제를 받은 것 처럼 얼굴이 고민에 잠긴다.) 아. 그게... 노아님이 당분간 여기 빈 방에서 지내라고... 그, 그것도 울프님이 도와줄 거라고 하셨는데... (어색한지 자꾸 몸을 움츠린다.)
 
갑자기 나타난 노아의 후계자.
 
뜬금없이 황녀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조직에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늘 그랬듯이 당신에게 알려줄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도구로 여기니까요.
 
아무튼 좋던 싫던 명령이니 당분간 같이 살아야겠네요.
 
울프:...갑작스러워라. (다 떠넘기고. 웃는 얼굴이지만 이마에 곱게 힘줄이 솟는 것 같다. 현관문을 닫고는 옷방으로 쓰고 있던 방을 열고 들어가 치우기 시작한다.) 전해 들은 게 없어서 준비는 못 해놨네. 이불은 가져다 줄 테니 당분간 여기에서 지내. 가끔 내가 지나다닐 텐데 신경 안 써도 되고.
 
아라:앗, 괘, 괜찮아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허둥지둥 네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 제가 청소해도 되는데... 그, 저는 아무데서나 잘 자니까요 너무 신경 안 쓰셔도 괜찮아요...!
 
울프:그래도 당분간 우리 집을 쓰게 될 사람인데, 집주인으로서 내버려두기엔 좀 그러니까. (대강 짐들을 한쪽 구석에 몰아놓곤 이불을 가져와 건넨다.) 침대는 하나 더 있는 게 아니라서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네. 그래도 깔개가 두툼하니까. 불편하면 하나 더 주고.
 
아라:아니에요! 충분해요. (얼른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저야말로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울프:(단호한 목소리로) 자, 이렇게 하자. 죄송하단 말 금지. 불편하게 한다는 말 금지. 더 자신감 갖고 편하게 지내지 않으면 우리 집에서 내쫓을 거야.
 
아라:....네, 네에... 습관이 되어서... 죄ㅅ... (또 말이 튀어나오려는것을 입으로 턱 막고 대신) 고맙습니다...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울프:(씩 웃는다.) 좋아. 그럼 너 쉴 곳은 네 마음대로 깔아놓고. 편히 쉬어. (말해놓고 본인은 샤워하러 간다. 핏자국이 아주 끈적하네.)
 
아라:네에... 그... (머뭇) 혹시라도 상처가 깊으면 제가 도와드릴테니까... 저, 이래보여도 붕대정도는 감을 수 있거든요.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는 욕실 문 안쪽으로 네가 들어가고 나서야 방 안으로 들어와 털썩 앉는다.)
 
울프:음, 도움이 필요하면 말할게. (정체를 숨겨야 하는 마당에 칼 자국을 덜컥 내보일 순 없지. 욕실에서 옷을 벗어놓고 물로 상처를 씻은 뒤 거울장의 약과 붕대를 이용해 어떻게든 감아낸 뒤 대강 수건만 두르고 나온다.)
 
보아하니 아라는 진심으로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당신이 살인청부업자라는 것을 모르나봐요.
 
아로 외에는, 심지어 노아까지도 모든 사람이 당신을 인격체가 아닌 살아있는 무기정도의 취급을 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심어린 걱정에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얼굴이 아로와 비슷해서일까요.
 
당신을 잘 알고있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만 같아요.
 
아라:(그새 또 기어나와 식탁을 치우고 간단하게 설거지를 해놓고 있다가 인기척에 돌아본다. ...앗, 수건만 두른 모습에 다시 화들짝 고개를 돌리고.) 그... 시, 식사는 좀 하셨나요? 제가 뭐라도 만들어드릴까요...? 아니면 바로 쉬시려나...
 
울프:(집안일이라도 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저러기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면 놔두자며 시선을 떼었다. 아로였다면 바로 달려들어서 끌어안겼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tv를 볼 수 있는 의자에 대충 걸터앉는다.) 자신 있는 음식이라도 있어?
 
아라:...스프...? (냄비에 남아있는 것)
죄송해요, 실은 집안일에 좀 서툴어서... (그야, 집이 없었으니까.) 앗... 죄송하다고 하지 않기로 했는데.. (눈...치)
 
울프:(웃으며) 경고 한 번 줘야 하나? (보고는 제 옆자리를 두드린다.) 앉아 있어. 내가 할 테니까.
 
아라:(경고라는 말에 또 입을 우물우물 하려다가 꾹 닫고 얌전히 네 옆에 가서 앉았다. 멀찍이.) 이제부터 배울게요. 저도 울프님이나 노아님께 짐이 되고 싶진 않거든요. 뭐든... 뭐든 맡겨주시면 열심히 할 게요...!
 
울프:이런 건 그냥 살면서 하다 보면 늘 테니까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되거든. 늘 내가 해오던 거에서 양이 조금씩 더 늘어날 뿐이고. (으쓱이곤 스프를 데우고 밥을 준비한다. 냉장고에 반찬 좀 있겠지..)
 
늘 먹던 반찬 뿐이지만, 어쨌든 넉넉하게 들어 있습니다.
 
울프:(밥이 준비되면 식탁에 차려놓고 반찬도 꺼낸다. 네다섯 가지가 다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이리 와. 밥은 먹어야지/
 
아라:아, 저는... (아까 노아에게 스프 한그릇 받았지만 긴장해서 먹는둥 마는둥 한 탓에 조금 허기지긴 했다. 더 머뭇이면 또 네게 혼날 것 같아서 얼른 식탁 앞으로 가 마주보고 앉는다.) 잘 먹겠습니다.
 
울프:(먹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기도 밥을 먹기 시작한다. 조용히 달그락거리는 소리 가운데) ...황녀님 소식은 아니?
 
아라:황녀님이요...? (밥먹다가 고개 들고) 얼마전에 생일을 맞아서 큰 행사를 하셨잖아요. 시가에 플랜카드 걸려있는 건 봤어요.
저도 보고 싶었는데... TV중계 말이에요.
 
울프:...아. 못 봤니? (하긴 Z시에서 왔다고 했으니까. 그럼 좀 곤란한데. 우물우물 씹어 넘기곤) 아주 큰 행사였지. ..뭐, 행사 뒤에 사람들은 뭐라고 안 했어?
 
아라:네. 못봤어요. 울프님은 보셨나요? 여기는 TV도 있는 것 같았는데...! 소문대로 황녀님은 정말로 아름다우신가요? (부러움의 눈빛을 발사한다.) 행사가 끝나고도 사람들은 한참이나 황녀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떠들었어요. 아마 플랜카드도 한 일주일은 더 걸려있을 것 같던데요.
 
울프:봤지, 그 현장에 있었거든. 덕분에 직접 인사도 했어. (웃는다.) 맞아, 그럴 만큼 아름다웠지. 그리고... (잠깐 고민하다가) 아니야. 이 말은 안 하는 게 좋겠다. (마저 먹으라며 자신도 남은 그릇을 비운다.)
 
아라:어...! 정말요...? 황궁으로 가서 직접 황녀님을 보셨다구요? (우와...... 입이 떡벌어지게 쳐다보다가 얼른 다시 밥그릇에 코를 박는다. 뒷말이 궁금하지만 괜히 물어봤다가 혼날까봐 힐끔힐끔 하기만 한다.)
 
울프:(눈치 보는 걸 알고는 조금 더 생각하다가 수저를 들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궁금해?
 
아라:네...? 네에...(솔직하게 말하며 깨끗하게 비운 밥그릇을 들고 싱크대에 내려놓는다.) 뒷정리는 제가 할게요...!
 
울프:음, 그럼 부탁해. (개수대에 그릇만 놓고 물러나서, 한 박자 쉬고 입을 뗀다.) ...너랑 닮았어.
 
아라:저랑요.....? (그릇을 씻다가 멍하게 울프를 쳐다본다. 이내 다시 푸스스 웃고.) 에이... 농담이 지나치세요. 저같은 거랑 어떻게 황녀님이랑 닮았을 수 있겠어요. 긴장 풀어주시려고 한 거라면 효과 있었지만요.
 
울프:(여전히 웃으면서) 그래, 알아. 농담 같지. 나도 처음엔 질 나쁜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니까.
 
아라:(그릇을 개수대에 개어놓고 나면 반찬들을 다 덮어서 냉장고에 느릿느릿 넣는다.)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그거... 신기하네요. 저도 언젠가 한번쯤 황녀님을 볼 수 있었으면...(중얼)
 
울프:서로 만나면 그것도 꽤 재밌겠네. (서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를 채줬으면 좋겠다고, 가능성 없는 일을 바라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아주 똑같은 건 아니니까. 친자매나 쌍둥이를 보는 것 같을 거야. 어쩌면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나중에 네가 꼭 만나볼 날이 왔으면 좋겠네.
 
아라:잃어버린 형제같은 건 없는데... (고아는 맞지만. 작게 중얼거리며 뒷정리가 끝나면 제 방 앞으로 돌아간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 이제 울프님도 쉬셔야할테니까... 저는 얌전히 방에 있을게요. (꾸벅 인사를 하고) 안녕히 주무세요...!
 
울프: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안녕, 손을 흔들고는 먼저 자기 방으로 사라져준다. 문을 닫고 침대에 눕자마자 생각이 쏟아져 머리가 아프다.)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밤을 꼬박 새웠으니 이제 쉬어볼까요.
 
보름 후에는 다시 아로를 만나러 가야할테니까요.
 
*
 
시간은 흘러 Y시의 행사날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오늘 아로의 일정은 오후 3시부터 딱 30분동안, 커다란 퍼레이드 카를 타고 시장부터 시청까지 행진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까이서 보는 것은 쉽지 않겠죠.
 
저번 생일파티는 황실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자격을 갖춘 극소수의 사람들만 초대받은 거라면, 이번에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행사니만큼 더 많은 인파가 몰릴 테니까요.
 
그러고보니 노아가 아라도 데려가라고 했던가요.
 
지난 보름간 같이 지내면서 느낀 점은...
 
별로 없습니다.
 
얼굴과 목소리만 아로와 닮았다 뿐이지 생각이나 행동은 전혀 달라요.
 
빈민가에서 자랐다고 하더니 이거 완전히 사고뭉치입니다.
 
당신의 식사를 챙기겠다고 하면서 냄비 바닥을 다 태워먹지를 않나, 검은 옷과 흰 옷을 같이 빨래해버려서 얼룩무늬 셔츠를 만들어놓지를 않나...
 
생활력이 꽝입니다.
 
그럴 때마다 허둥지둥하며 '죄송합니다!' 아니면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라며 울먹한 표정을 짓습니다.
 
의도는 좋지만요, 당신이 뒤치다꺼리 할 것만 늘었습니다.
 
어쨌든 사람은 순진하고 착한 것 같아요.
 
꼬박꼬박 당신을 '울프님'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닙니다.
 
노아는 그날 이후 한 번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바쁘다는게 말뿐은 아니었나봐요.
 
덕분에 아라와는 조금 친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 얼굴은 당췌 적응이 되지를 않습니다.
 
집에서부터 Y시까지는 버스를 타고 1시간정도 가야합니다.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 준비해야겠어요.
 
아라는 벌써 준비를 끝내고 들뜬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아라:(준비 완료..!)
 
울프:(그래도 날이 날이라고 예쁜 옷을 골라 입고 나온다. 시간에는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았다.) 갈까? 버스 왔겠네.
 
아라:네...! 저는 준비 다 끝났어요. (이쪽도 처음 하는 나들이에 잔뜩 신나있다. 예쁘게 입은 울프 보고 조금 얼굴 빨개짐.) 가요...!
 
이번엔 정말로 아로를 죽일 수 있을까요, 아니, 죽여야 할까요?
 
Y시는 초입부터 사람이 바글바글 합니다.

 

 
발디딜 틈도 없이 골목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서 이동할 때마다 어깨가 툭툭 치입니다.
 
아라는 얼른 당신의 손을 잡고 따라붙습니다.
 
아라는 손이 따뜻하네요. 아로의 손은 늘 차가웠는데요.
 
아무튼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챙겨서 다닙시다.
 
아라:(꼬옥)
 
울프:(이런 걸 보면 점점 더 다르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좋다 생각하며 가볍게 미소 짓는다. 손 꼭 쥐고 사람들을 헤치며 나아간다.) 보고 싶다고 했으니까 더 앞으로 가야지. 거기 비켜요.
 
아라:지나갑니다... 지나가요! (쏙쏙 잘 비집고 다님)
 
현재시간은 12시 남짓.
 
아직 퍼레이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축제를 좀 즐겨볼까요?
 
[ 게임장 / 잡화점 / 푸드트럭 / 퍼레이드 카 / 아라 ]
 
울프:(가다가 푸드트럭 본다. 바로 가리키기) 가면서 뭐 좀 먹을까?
 
아라:앗. 좋아요...!
 
푸드트럭에서는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습니다.
 
역시 축제의 꽃은 음식이죠!
 
시간도 남았겠다, 간단히 요기라도 해볼까요?
 
울프:((꼬치! 꼬치!))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을 하나 집는다.) 저기. 얼마죠?
 
아조씨: 데리야끼 맛, 소금맛, 눈물 쏙빼게 매운맛 있씁니다~ 가격은 (재력) 1원!
 
울프:(1원?)
(껌이지)(4원 낸다.) 데리야끼랑 소금 두 개씩 주세요. (각자 한 종류씩 들기)
 
아조씨: (껄껄) 여기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재력 -4 해주세요!
 
울프:(념념념 먹으면서 잡화점을 본다.) 음, 맛있네. 어. 저기는? (잡화점 가리키면서 끌고 감)
 
아라:(신나서 쫓아감...!)
 
전혀 카테고리가 맞지 않는, 그야말로 잡다한 것을 늘어놓고 팔고 있습니다.
 
이제보니 골동품이나 앤틱한 물건을 주로 모으는 가게인 것 같네요.
 
한쪽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아로의 생일에 빈손으로 갔었죠.
 
여기서 선물이라도 하나 사다주면 어떨까요?
 
울프:(어디어디 예쁘고 깜찍하고 그런 거 없나 쭉 둘러본다.)
 
어디보자. 눈에 띄는 물건은...
 
자장자장 오르골, 행운을 불러주는 인형, 신비의 샘물 이 있습니다.
 
울프:(이게 뭐지? 신비의 샘물 들어본다.) 이건 뭔가요?
 
아주 달콤하고 산뜻한 향이 나는 향수입니다.
 
여신이 목욕하던 물이랍니다. 믿거나 말거나.
 
재력 8 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울프:(여신? 아로가 목욕하면 그 물이 여신의 목욕물이 될 텐데. 별로 쓸모가 없는 것 같다.행운을 불러주는 인형을 본다.)
 
나무를 깎아 만든 목각인형입니다.
 
낡아서 그닥 예쁘진 않지만, 한정판인데다가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나무를 썼다고 하네요.
 
재력 7 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울프:(흠) (오르골도 보자)
 
뚜껑을 열면 발레리나가 예쁜 자세로 빙글빙글 돌고있습니다.
 
마음이 편해지는 소리네요.
 
재력 3 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울프:(희귀한 것과 편해지는 것... 편해지는 것을 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생일 선물인데 좀 부족한 것 같다. 목각인형을 집어든다.) 이거 하나 주세요.
 
물건을 결정하고 주인 할머니에게 돈을 내밉니다.
 
엄청나게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쓴 할머니는 어쩐지 무서운 눈초리로 당신을 훑어보더니, 한 마디도 않고 낚아채듯 돈만 가져갑니다.
 
아라:(책 한권 들고 뚤래뚤래 온다.) 앗, 뭐 사셨나요?
 
울프:(뭐야 여기 서비스가 별로네)
(목각인형 보여준다.) 행운을 부르는 인형이래.
 
아라:우와... 귀엽게... 생겼네요! (예의상) 아. 저도 가지고 싶은게 생겼어요. (주인 할머니에게 돈을 내민다.)
 
아라는 낡아서 귀퉁이가 너덜거리는 책을 하나 내밉니다.
 
할머니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책을 보더니, 아라가 내민 돈의 반만 받습니다.
 
그러더니 작게 무어라 중얼거립니다.
 
<듣기> 판정
 
울프: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잡아먹히기 좋은 눈을 가졌어. 가엽게도... "
 
할머니는 혀를 한번 끌끌 차고는 정확하게 울프의 코 끝에 손가락질을 하며 윽박지릅니다.
 
" 명심해!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비극은 끝나지 않아. "
 
" 우주의 이치는 거스를 수 없는 법, 생김이 같다고 운명까지 같은 건 아니니... "
 
" 이건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게다. 네 검을 써. 여태껏 잘만 했잖아? "
 
무언가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중얼거리던 주인 할머니는 가게 밖으로 당신들을 내쫓아내듯 밀어내고 문을 쾅 닫아버립니다.
 
울프:........뭐야.
 
아라:(쫓겨남... 덩그러니)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유도 모르고 혼이 났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새 당신의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습니다.
 
할머니가 넣어놓은 것일까요?
 
울프:(주머니를 본다.)
 
이건... 부적인가요?
 
뒷면이 비칠 정도로 얇은 종이에 붉은 잉크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핸드아웃>
 
울프:.... (말하는 걸로는 뭐라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도대체 이건 어디에 쓰라는 건지. 내용과 쓰임에 눈살을 찌푸렸다가도 혹시 모르니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이상한 할머니였네. 축제나 마저 즐기자. 게임이라도 하러 갈까? (게임장으로 간다.)
 
아라:...네에... 그러게요. 이상한 할머니였어요... 괜히 기분 상하게... (산 책은 가방에 잘 넣고 얼른 고개를 푸르르 털어 기분을 날려버린다.) 게임장 좋아요...! (우다다)
 
이곳은 가판에 벌려진 미니 게임장입니다.
 
장난감 총으로 풍선을 쏴서 터트리면 갯수에 따라서 선물을 주나봐요!
 
주인 아저씨가 열심히 호객행위를 합니다.
 
한 번 해볼까요?
 
울프:내가 먼저 해볼까? (총을 들고는 풍선을 겨눈다.)
 
한 게임당 재력 5를 써서 도전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한다면 <사격> 판정을 세 번 해주세요!
 
울프:
사격(라/산)
기준치: 25/12/5
굴림: 30
판정결과: 실패
사격(라/산)
기준치: 25/12/5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아니 잠깐만
(라이플 아니잖아?
(라이플인가요?
 
권총으로 다시 해봅시다!
 
울프: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오오
 
울프:(이게되다니)
 
생각보다 어렵지만... 한발 맞췄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이것도 대단한 거라며 박수를 치곤 당신에게 귀여운 강아지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건네줍니다.
 
울프:(귀엽네)
 
아라:와아아아 (짝짝짝) 대단하세요...!
 
울프:이것도 좀 재밌네. (웃음) 너도 한 번 해볼래?
 
아라:앗... 앗. 그래도 되나요...?
(어색하게 총 잡음)
 
울프:그럼. 해봐.
(5 더 냄)
 
아라: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28
판정결과: 실패
사격(권총)
기준치: 20/10/4
굴림: 27
판정결과: 실패
 
울프:(재능있는데)
 
아라:와아........
 
울프:나중에 실탄사격 가보자.
 
아라는 고양이 모양 열쇠고리를 받았습니다!
 
아라:이거... 재밌네요. (싱글벙글) 저도 받았어요!
 
울프:(박수!)
 
아라:자, 이거. 울프님 선물해드릴게요. (헤헤)
 
울프:어, 나?
난 이미 있는데... (받고는 자기 걸 준다.) 그럼 난 이걸 널 줄게.
 
아라:어...? 그러려고 드린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열쇠고리를 받으면 싱글벙글 웃는다.) 감사합니다. 매일 차고다닐게요...! (바로 가방에 매단다.)
 
울프:(씩 웃으면서 받은 열쇠고리를 손가락에 걸고 돌린다.) 그럼 이제 퍼레이드 카도 구경하러 가 볼까.
 
아라:좋아요..! (다시 손 꼬옥 잡음)
 
퍼레이드 카의 벽면은 갖은 꽃으로 장식이 되어있고, 난간에는 황궁의 깃발이 걸려있습니다.
 
아직 황녀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기웃거리네요.
 
잠시 후면 아로가 이것을 타고 시가를 행진하겠죠.
 
사람이 워낙 많아서 어떤 난동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런 큰 차를 타고 이동하는게 안전에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대신 그만큼 표적이 되기도 더욱 쉬울 겁니다.
 
황실에서 붙인 경호원이 동행하겠지만, 물론 당신이라면 뚫을 수 있겠죠?
 
울프:(퍼레이드카를 한참 보고 있다가 아라를 본다.)
 
<정신력> 판정
 
울프: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그때, 어디선가 싸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너무 퍼레이드 카에 가깝게 있어서 주위 사람들이 째려보는 걸까요?
 
울프:(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아라:...? 울프님? 왜 그러세요?
 
울프:...아니야, 아무것도. 기분탓인가 봐. (가볍게)
 
아라:(끔뻑)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아라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감탄 연발입니다.
 
역시 축제를 처음 와봐서 그런걸까요.
 
하지만 마냥 축제때문에 신이 났다기엔 묘하게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울프:(씩 웃는다.) 그나저나, 그렇게 기대되니? 직접 보는 거 말이야.
 
아라:네...! 어떻게 아셨어요? 티 많이 나요? (상기된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문질)
황녀님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정말, 얼마나 아름다우실까?
 
울프:표정에 다 쓰여 있는걸. (뺨을 시늉으로 살짝 꼬집는다.) 정말, 그렇게 기대하니까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보게 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겨버리잖아.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끌고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하러 간다.)
 
아라:헤헤... 그런가요? 그것도 기대되지만 오늘..... 앗, 아니에요...! (급하게 입을 닫고 얼른 네 뒤로 따라붙는다.)
 
울프:오늘? (슬쩍 뒤돌아본다.)
 
아라:아무것도 아니에요. 울프님이랑 이렇게 나와서... 너무 기쁘다구요. (올려다봄. 히-)
 
울프:(가만 보다가 마주 웃어준다.) 기쁠 땐 마음껏 즐겨야지. 오늘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걸로 해.
 
아라:네...! (...가만히 보다가 내친김에 팔짱까지 껴본다. 눈치..)
 
울프:(팔짱을 꼭 끼곤 적당히 두세 번째 줄까지 뚫고 간다.)
 
" 저길 봐! 황녀님이셔! "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퍼레이드 카 주변으로 갑자기 인파가 몰려들어 환호성을 치기 시작합니다.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었던 저번 행사와 달리, 이번에는 아래에서부터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형태의 투피스를 입었군요.
 
마치 물감을 빨아들인 것만 같습니다.
 
그녀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 된 것처럼 여전히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입니다.
 
아로는 우아하게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줍니다.
 
순간, 아로와 눈이 마주칩니다.
 
짧은 찰나, 아로의 눈은 으레 사람들에게 지어주던 형식적인 미소가 아닌, 다른 표정으로 바뀝니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로는 어쩐지 당황스러운 눈치입니다.
 
예상치 못하게 당신을 봐서 그렇다고 하기엔, 동공이 심하게 떨리는 것이 보입니다.
 
마치 안타깝다는 듯 당신을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당신과 아로는 말 없는 대화를 눈짓으로 주고받습니다.
 
아로:'와줄 줄 몰랐어. 날 보러 온 거야?'
 
아로의 눈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아로:... (보고싶었어. 무척.)
 
울프:(왜 그런 표정일까. 그 눈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금방 가겠다고 했는데 못 가서 미안해.)
 
아로:(따라서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무슨 생각 하는지 다 보여. ...이렇게 봐서 정말 기쁘다.)
 
울프:(손목에 시계는 없지만 시계가 있는 것처럼, 손끝으로 손목을 톡톡 두드려 보인다. 때가 되면 가겠다고.)
 
10초도 되지 않았을 그 찰나의 순간.
 
수 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치고 당신을 떠밀어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다른 세계에 가있는듯, 서로에게 깊이 빠져듭니다.
 
그때, 아로가 입을 엽니다.
 
<독순술> 혹은 <관찰> 어려움 이상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습)
 
아로:'오늘 밤에...'
 
뭐라고 입을 벙긋거리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멀어서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지만, 아무튼 당신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입모양을 끝으로 퍼레이드 카는 점점 행렬에서 멀어집니다.
 
아로도 어느새 당신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줍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행운> 판정
 
울프: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귓등에서부터 번져오는 섬뜩한 기운을 느낍니다.
 
뒤를 돌아보면...
 
불현듯 아라를 향해 화살이 날아듭니다.
 
아라:.......!!
 
울프:...! (뭐라 할 새도 없이 아라를 밀친다.)
 
<민첩> 판정
 
울프: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재빠르게 아라를 밀쳐 화살을 피합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습니다만, ...누군가 당신을 죽이려고 한게 분명합니다. SAN C. (0/1)
 
울프: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아니)
 
이성 -1
 
화살은 그대로 퍼레이드 카의 몸통에 가서 박힙니다.
 
누군가의 비명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그 위에서 황녀는 당신을 보며 뻣뻣하게 굳어있습니다.
 
" 누군가 황녀님을 죽이려 했다!!! "
 
한 사람의 외침은 큰 울림이 되어 모두가 범인을 찾아야 한다며 거리 전체가 뒤집어졌습니다.
 
"배신자가 있다!"
 
"살인범을 잡아라!"
 
분노한 사람들이 서로를 밀치고, 가판의 물건을 엎고...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황녀, 아로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들을 흥분하게 한 것일까요?
 
그 사이 아로는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몸을 숨겼는지 어느덧 퍼레이드 카는 비어있고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약속했던 30분도 채우지 못하고 행사는 시시하게 끝이 나버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그건 아로를 향한 화살이 아니었습니다.
 
명백하게 당신을 향한 것이었죠.
 
걱정스러운 듯 아라가 당신의 팔을 잡습니다.
 
아라:.......울프님... 괜찮으신가요...? (이쪽도 덜덜떨리는 손이지만...)
 
울프:(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라를 살핀다.) 난 괜찮아. 넌?
 
아라:저도..... 괜찮아요. 놀라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어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울프:...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위험한 것 같네.
...집으로 가자. 어서. 이런 곳엔 오래 있는 거 아냐. (아라를 떠민다.)
 
아라:.....네... (네가 미는대로 순순히 밀리며 터덜터덜 걷는다.)
 
<지능>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저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생명의 위협을 자주 느끼는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울프:(집으로 가면서 노아에게 전화를 한다.)
 
가로등이 켜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축제 거리가 다시 한산해지고,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둘 흥분을 가라앉히고 흩어집니다.
 
일단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겠죠. 차편도 곧 끊길테니까요.
 
X시로 가는 마지막 버스,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라가 당신의 옆자리에 올라탑니다.
 
낮동안 들떴던 모습은 간데 없고 집으로 가는 동안 한 마디도 않고 조용합니다.
 
잠시 착신음이 울리다가, 신경질적인 노아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립니다.
 
노아:무슨일이야? 나 바빠. (대뜸) 용건만 말해.
 
울프:(아라를 슬쩍 보고는 고개를 반대로 돌려 들리지 않게 가리고 작은 소리로) 오늘 일, 당신이 한 일이에요?
 
노아:일? 무슨 일?
 
울프:...아니예요? 퍼레이드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누군가가 화살을 쐈다고요.
 
노아:퍼레이드? (그제서야) 아. 맞네. 오늘 Y시에서 행사 있는 날이었지.
그런 소동이 있었어? 그럼 황녀는 어떻게 됐는데?
 
울프:황녀는... 피한 것 같아요. ...어디로 가는지 확인할 시간도 없었어요. 저도 위험했다고요.
(...그렇게 큰 일을 준비하고 있었으면서, 잊고 있었다고?)
 
노아:뭐... 우리 말고도 황녀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별로 안 좋은 징조인데. (쯧, 혀를 한바탕 찬다.)
아, 혹시 지금 그 애랑 같이 있어?
 
울프:네. 바로 옆에요.
 
노아:잘 됐네. 좀 바꿔줘.
 
울프:(전화를 아라에게 건넨다.) 받아봐.
 
아라:...? 네에...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앗, 노아님. 네. 네에, 그럼요. 기억하고 있어요. ...네, 아. 알겠습니다!
(다시 울프에게 전화기를 건넨다. 통화는 끊어져있다.) 여기요...!
 
울프:(다시 받는다.) 뭐라는데?
 
아라:네? 아, 저는 곧장 집으로 오라고...
 
울프:..집?
 
아라:(끄덕끄덕)
 
울프:(집이면 우리 집인가? 갸웃하고) 일단 가보자.
 
아라:네에... (다시 얌전히 정면을 바라본다.)
 
어느덧 종점에 다다른 버스는 당신과 아라를 토해내듯 문 밖으로 밀어냅니다.
 
돌아오니 벌써 자정에 가까워진 시간이네요.
 
<아이디어>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아까 아로가 당신에게 뭔가 입모양으로 말했었죠.
 
'오늘 밤에...' 그 뒤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요.
 
할말이 있어서 당신을 부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울프:(아라가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궁으로 가야겠다.)
 
아라:(집쪽으로 걷다가 문득 뒤 돌아보고) ...? 어, 혹시 집으로 안 가시나요...?
 
울프:잠시 갈 데가 생각나서, 너 배웅해주고 금방 다녀올게.
 
아라:시간이 늦었는데... (데려다주겠다고 해야하나? 잠시 안절부절 하다가 그냥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 여기서 집으로 가는 길 알아요...! 괜찮아요.
 
울프:...그래. 그럼 먼저 가 있을래? 볼일만 보고 금방 갈게.
 
아라:네...! 걱정 마세요. (네가 더 걱정이라는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네 손을 한 번 꼭 잡는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울프:혹시라도 너무 늦으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푸스스 웃곤 다녀온다며 손을 흔든다.)
 
아라:그럴게요. (따라서 손을 흔들고는 반대편으로 총총히 뛰어간다.)
 
20210402
 
다시 찾은 황궁은 여전히 높고 견고한 성벽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답답한 것이 마치 아로를 가두고 있는 것 같아요.
 
고개를 들어 황궁의 꼭대기를 올려다봅니다.
 
까마득한 하늘 아래 가장 높은 곳, 그곳에서 아로가 불을 밝히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까 낮에 Y시에서 한 차례 난리가 났으니 황궁의 경비는 더욱 엄중해졌을 겁니다.
 
조심해서 들어가봅시다.
 
울프:(이전의 길이 막히지 않았으려나, 걱정하면서 은밀히 움직여본다.)
 
<은밀행동> 판정
 
울프: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곽을 돌아보던 당신은 경비병에게 들키지 않고 잠겨있지 않은 작은 철문과 그 너머에 벽을 타고 오를 수 있게 설치된 사다리를 발견했습니다.
 
이걸 타고 오른다면 아무도 모르게 성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울프:(주위를 둘러본 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사다리를 타고 끝없는 어둠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긴 어디쯤일까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사다리가 안내하는 대로 위로, 위로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이 좁은 통로의 끝에는 아로가 있을까요?
 
마침내 희미한 빛이 새어들어와 당신의 얼굴에 닿으면, ...
 
도착한 그곳은 황궁 꼭대기의 종탑이었습니다.
 
돔형태의 지붕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이 별이 무수히 수놓인 하늘을 받히고, 아치형으로 솟은 기둥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입니다.
 
울프:...아로야?
 
당신이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아로가 태연하게 당신을 반깁니다.
 
아로:아. (난간에 기대어있던 몸을 돌려 울프를 바라본다.) 왔어? 안 올까봐 걱정했어.
 
울프:안 오긴. ..저 사다리, 네가 설치한 거니? (말하면서 아로에게 다가간다.)
 
아로:아, 그러고보니 이쪽으로 한 번도 올라와본 적 없던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본다.) 예쁘지 않아? 밤 하늘 말이야.
 
울프:(끄덕이고 같이 위를 본다.) 그러네. 이 나라 어디에서 보던 것보다도 가장 아름다워.
(아로를 보며) 여기에는 자주 오는 게 좋겠다.
 
아로:...응. 원한다면 자주 와도 돼. (옅게 웃으며 네 손등에 제 손을 겹친다.)
참, 아까 행사장에서 보고 놀랐어. 나 보러 온 거야?
 
울프:(나 말고, 너 말이야. 내지 못한 말 대신 웃음만 보인다.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행렬이었잖아. ..널 보고 싶어한 사람도 있었고.
 
아로:날 보고 싶어한 사람들은 늘 많았지. (반쯤은 장난조의 말이었지만 미묘한 빈정거림이 느껴진다.) 보름만에 보는 거잖아. 내 생일에 오고 나서. ...그날은 잘 들어갔어?
 
울프: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도 있는 건데. (웃으며 뺨을 쓰다듬는다.) ...빨리 오겠다고 해놓고 그동안 못 와서 미안해. 변명이지만, 일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 (시선을 돌렸다가 아 참, 하며 주머니에서 인형을 꺼낸다.)
 
아로:그래서 언니 앞에 내가 있잖아. (뻔뻔하게 받아채며 고양이가 가르릉거리는 마냥 기분 좋게 쓰다듬을 받는다.) 천하의 울프가 죽이기 힘든 사람이라면 알만 하지. 이해해, 모르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 싫어. 그냥 이렇게 보는걸로 충분해. (인형을 보면 눈을 끔뻑인다.) ...내 거야?
 
울프:(쓰게 웃으면서 더 자주 볼 수 있다면 좋았을 걸, 하고 중얼거린다. 인형을 맞잡고 있던 손 안에 고이 쥐여주고) 행운을 부르는 인형이래. 저번에 선물 못 줬잖아. 대단한 건 아니지만, 네게 행운이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아로:...아. 그거 마음에 두고 있었어? 농담한 건데.. 고마워. 그치만 나한테는 (까치발을 들어 뺨에 쪽 입맞추고 히 웃는다.) 언니가 행운인데. 오늘 행사장에서 산 거야?
...그러고보니 아까 난리가 일어났었지. 다친 곳은 없어?
 
울프:네가 말했든 안 했든 결국엔 떠올리고 아쉬워했을 거야. 그러니까 잘 받아둬. (입맞춤에 눈을 크게 휘어 보이곤) 그렇지 뭐, 뭐든 있는 곳이잖아. (가볍게 말을 흘려보냈다. 다친 곳이라... 죽을 뻔하긴 했지만 그걸 말할 필요는 없겠지.) 당연하지. 오히려 나보다 네가 괜찮은지 확인해야지? 그걸 확인하려고 온 거기도 하고. 다음엔 벙력을 더 넓고 촘촘하게 배치해두라고 잔소리 하려고 말이야. 네가 주인공이었잖아?
 
아로:...이게 정말 행운을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 (인형을 손바닥 안에서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내린다.)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이긴 한데... 내가? 참. 그랬었나.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네. 날 죽이려는 사람들은 오늘을 기회로 노리고 있었을텐데. 그렇지?
 
울프:그랬었나,라니. 하기 싫다고 해서 자각까지 버리면 안 되지요, 황녀님. (뺨을 콕 누른다. 이거 뜨끔한데.) ...그렇겠지. 목표가 훤히 잘 드러난 모습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좀 더 신경을 쓰라고 하는거야. 알겠니?
 
아로:...하기 싫은 거 티났어? (뺨이 눌려도 여전히 킥킥거리며 웃는 얼굴이다.) 언니가 생각할땐 어떤 것 같아? 날 죽이는 것 말야. 쉬울 것 같아? 아니면, 많은 시도가 필요할 것 같아? 프로에게 물어보는 거야.
 
울프:다 티 나지. 내 눈은 못 속여. (자랑스럽게 제 허리를 짚는다. 그런 답변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고.) ...프로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상당히 어렵겠지.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야. 한 나라의 수장을, 그것도 전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을 죽인다는 건. 무력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면으로도 다분히 공을 들여야겠지. (가만히 보고 있다가 슬쩍 네 허리를 끌어안아 당긴다.) ..나라면 이야기가 좀 다를 테지만.
 
아로:...그래? (네 손에 의해 몸이 가까워지면 자연히 팔을 네 목에 둘러 끌어안는다.)
그런데 왜 아직 날 죽이지 못하고 있어?
 
울프:..........아로야.
 
아로:언니는 나를 죽이러 온 거잖아. 그렇지?
 
울프:....내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그런 의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니?
 
아로:...의뢰. 그렇지. 그랬지.
그럼 다 알고 있겠네.
내가 언니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도.
 
울프:...짐작은 했지만. (옅게 웃었다.)
하지만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구나. 내게 바랐던 것이 있어서 그랬는지. 혹은 그저 네 소망 때문인지.
 
어쩌면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써 마음 한켠에서 모른척하고 부정하고 있던 것.
 
'아로가 나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깨달아버렸습니다.
 
그녀의 선언은 당신의 가정을 사실로 만들어버리는 마지막 확인사살이었습니다.
 
왜. 어째서.
 
우리는 왜 서로를 죽여야하는 운명에 처했을까요. SAN C(1/1D3)
 
울프: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1
 
아로:(네게서 손을 거두고 한발 물러나 난간에 기댄다.) ... 반정부조직을 와해시키기 위해서는 노아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었어. 울프가 없는 노아는 아무것도 아니지.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니가 죽어야만 했어.
 
울프:....그래, 그런 거였구나. 결국 죽지 못한다면 죽이겠다는 거였네. (다행이다. 라면서 웃었다. 다행이다. 네가 모든 걸 포기한 게 아니라서. 한 발 더, 네 앞으로 가서 네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 하얀 손을 제 어깨에 얹고, 바로 옆,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았다.) 그럼 지키렴. 여기에서 나를 밀면 모든 게 끝나잖니. 하지만, 만약 너도 그러지 못할 것 같다면... 떠나 아로야. 이미 준비는 끝났잖아.
 
아로:내가 언니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건 어떠한 의지의 표명은 아니었다. 다만 너를 제 손으로 잡고 있음으로 당신을 통제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을게. 언니도 나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언니가 죽었으면 좋겠어. ....... 하지만, 동시에 죽지 않기를 바랐어. 나를 만나고 돌아가는 언니에게 비겁하게 킬러를 심어두고, 오늘도 언니가 올 걸 알고 화살을 쏘면서도, 다시 만나서 기뻤어.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아마 내가 이 나라의 황녀로 있는 이상 언니를, 노아를 계속 위협하게 될 거야. 그리고 나도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살겠지. 원하지도 않는 황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
(너를 잡은 손에 힘이 스르르 빠진다. 그것은 곧 옷깃을 아슬하게 붙잡은 모양이 된다. 지금이라면 달빛이 등 뒤에서 비출 테지. 그러니 너는 아마 제 표정을 보지 못할 것이다.) ... 왜, 그렇게까지 노아와의 의리를 지키는 거야? 왜 그곳에서 나오지 않는 거야...? 우리는 함께 할 수도 있잖아...
 
울프:미안하기는... (중얼거리고는, 네 말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중에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예쁘다고 생각했다.) 저 애들은 참 좋겠어. 다 같은 별로 태어나 각자의 밝기로 반짝이기만 하면 정해진 수순대로 스러질 수 있어서. 하지만 우리가 있는 땅은 저렇게 넓지 못해. 그러니까 우리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이 좁은 곳에서, 각자의 위치를 지키기엔 서로가 가진 성질들이 너무 달라. 그런 게 태생이잖아. 네가 황녀이고, 나는 평범한 빈민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서로를 보고 싶다면... 이런 방법밖엔 없었던 거야. (네 얼굴을 봤다.) 내가 만약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능력을 갖지 못했다면 나도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네가 바깥에 얼굴 비춰주기만을 기다렸겠지. 네 생일 때와 같은 시간들도 없었을 거야.
노아와의 의리를 지키는 건 아니야. 그 사람과는 딱히 의리라 할 게 없거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그뿐이지. 하지만 아무리 일이라 해도, 절대 해선 안 되고, 하지 못할 건 있어, 아로야.
그게 지금까지 내 행동의 이유야. (작게 웃는다. 별 뜻 없는 텅 빈 웃음이었다.) 그럼 이제 네 이야기를 해보자. 황녀가 아니라, 아로의 이야기를 해줘.
왜, 의뢰를 했니.
 
아로:...우린 어쩌면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하는 운명이었는지도 몰라. (피식 웃으며 네 손을 잡아 꼭 쥔다.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질 것만 같은 너를 지탱하는 것 처럼 온 힘을 담아 끌어당긴다.)
내가 이유를 말한다고 해서 그게 내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냥 궤변일 뿐이야. 그렇지만, 이제는 다 말하고 편해지고 싶어. 그러니까 내가 욕심을 부려도 나를 이해해줘.
...나에게 남은 건 별로 없어. 내가 어릴때부터 보아온 건 서로 죽고 죽이는 긴 전쟁밖에 없어. 사람들은 너무 쉽게 서로를 미워하고 또 증오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처음엔 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중에는 미움만 남고 이유같은 건 사라져버려. 우리 엄마도, 아버지도... 이유없이 죽었어. 나는 그렇게 한 나라를 짊어지게 된 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그만하고 싶어. 광신도처럼 나를 숭배하다시피 하는 국민들도, 원하지도 않는 생일파티같은 거나 열어서 나를 신격화시키고 이용해먹으려는 대신들도, 꼭두각시처럼 그들의 장단에 맞출 수 밖에 없는 나약한 나도 싫어. 그리고 언니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이 빌어먹을 운명도 다 싫어.
...그러니까. 제발 나를 죽여줘. (품 안에서 급하게 무언가를 꺼내 네 손에 쥐어준다. 줄곧 자신의 체온을 머금어 차갑지 않고 따뜻한 음장도를 네 손에 쥐어주고 칼날이 자신을 향하게 겨눈다. 일그러진 얼굴을 달빛 그늘에 숨기고 네 손을 자꾸만 끌어당긴다.) 언니라면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울프:(칼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네가 끌어당기는 대로 칼날을 네게 가까이 대었다가, 칼날이 네 옷을 찢는 그 순간에 강하게 손을 뿌리쳐 바닥에 칼을 버렸다.)
아로야, 그거 아니?
지금 우리 집엔 너와 똑 닮은 아이가 살고 있어. 내가 아라라고 이름을 붙여줬지. 지금은 기품이 조금 부족해서 다들 이상하다고 느끼겠지만, 조금만 꾸미고 가르쳐서 놓아두면 나를 빼고 모두가 너라고 여길 만큼 똑 닮은 애야.
가짜 왕자 이야기랑 똑같아. 너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아로:... ...
내가 죽으면, 그 아이를 대신 사랑해주면 되겠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처럼 눈가가 발갛게 된다. 진짜로 저 난간 너머로 넘어가고 싶은 사람은 나라고. 당장이라도 너를 끌어당겨 첨탑 아래에 세워두고 추락하는 자신을 보라고 명령하고 싶을 정도로. 그렇지만 그것은 생각 뿐, 은장도가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하는 소리를 남기면 너를 잡은 손을 스르르 놓는다.)
...우리 도망갈래?
 
울프:무슨 소리야? 한아로, 이렇게 멍청하게 굴 거야? ('나를 빼고'라고 했던 그 말은 어디에 팔아먹고. 화난 듯 중얼거렸다가 쯧, 하고 혀를 찬다.)
그래도 결과는 다르지 않으니 봐주는 거야.
(난간에서 내려온다.) 옷을 갈아입고 여기에서 나가자. 내가 어떻게든 그 애가 이곳에 들어오도록 손을 써볼 테니까, 이제 나에게 다른 의뢰를 해. 널 죽이라는 의뢰 말고. 내가 내 이득으로만 움직이는 업자인 건 이미 알지? (장난스럽게 웃는다.)
 
아로:(혼을 내는 것 같은 말투에는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가 난간에서 내려온 너를 한 번 꼭 안고 떨어진다.) 잘 알아. 그러니까 이건 황녀로서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이야. ...
새벽 두 시에 출항하는 배가 있어. 내일, Z시의 항구 등대 아래에서 만나. 나랑 같이 도망갈 생각이 없다면 나를 죽이러라도 와.
노아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굴어. 아무도 모르게 나한테로 와. ...알겠지?
 
울프:(기사라도 되는 듯,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이란 소리에 무릎을 꿇고 팔을 내밀어 고개를 숙였다.) 명은 받잡습니다. -만.
(고개를 들고 입으로만 웃는다.) 노아에겐 네가 죽었다고 할 예정이야.
그럼 노아는 자연스럽게 궁에 그 애를 보내겠지. 내가 할 일은 그저 내가 너를 죽여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었다는 거. 그래서 지금쯤이면 곁에서 보필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을 거라고, 넌지시 알려주는 거. 그것뿐이야.
 
아로:...상관 없어. 그럼 그렇게 해. 어떻게 해서든 언니만 내 곁에 있으면 돼. 그거면 될 것 같아. (무릎꿇은 네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몸을 숙여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긴다. 그리고 곧 몸을 돌려 사다리 아래로 먼저 사라진다.)
 
도망가자.
 
그 말은 곧 너와 나를 버리고,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자는 말이었습니다.
 
아무도 황녀인 나를 모르는 곳으로,
 
킬러였던 당신을 아무도 모르는 그곳으로,
 
가자.
 
떠나자.
 
우리가 함께라면 할 수 있을거야. 서로만 있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단 두 음절에 불과한 짧은 물음에 함축된 엄청난 의미가 깊이 남습니다.
 
곧 어슴푸레하게 하늘이 밝아오고 하나둘 궁인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황궁이 깨어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는 없겠군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내일 밤이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날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에요.
 
<행운> 판정
 
울프: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황궁을 나오면 하늘이 꾸물꾸물한 것이,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서둘러 움직여야겠네요.
 
다행히 비가 내리기 직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 탓일까요, 어쩐지 평소보다 더 싸늘한 기운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다녀오셨어요' 라며 당신을 반겨주던 아라의 목소리도 간데 없고, 그저 적막 뿐입니다.
 
분명 버스에서 같이 내린 뒤에 아라는 집으로 갔을텐데요.
 
집안 어디를 둘러봐도 아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날씨에 대체 어디에서 뭘 하는 거죠?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노아와 아라가 들어옵니다.
 
노아:어머. 울프. 집에 있었구나? 아. 마침 잘 됐네요. 다같이 아침이라도 먹을까?
 
울프:(이제 들어왔는데 아침이라니. 그래도 가볍게 웃는다.) 좋죠. 마침 배고프던 참인데.
 
평소보다 세 배는 업 된 듯한 노아의 목소리와는 달리, 아라는 어딘가 기운이 없어보입니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습)
 
아뇨, 기운이 없다 뿐 아니라 어딘가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입니다.
 
아라:...저는 괜찮아요. 씻고 먼저 잘게요. 들어가보겠습니다, 노아님.
(울프에게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울프:(아무 말 없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노아에게) 무슨 일 있나요?
 
노아:(그러던지 말던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콧노래까지 부르며 냉장고에서 술병을 꺼내 와인잔 가득 따라 마신다.) 그럼 그럼. 오늘은... 정말 대단한 날이었지.
거기 앉아. 할 말 있으니까.
아, 너도 한 잔 할래?
 
울프:(당신 말고 아라 말야. 술 꺼내는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앉는다.) 주세요.
 
노아:(머그컵에 콸콸 술을 따라서 건네준다.) 건배라도 할까? 후후. (멋대로 술잔을 부딪히고는 그대로 원샷한다.)
 
울프:(이딴 잔에 술 먹는 사람이 어딨나 싶지만 어쨌든 술이니까 마신다.)
 
노아:크으, 좋다. (빈 잔에 다시 가득 술을 따른다.) 그러니까, 오늘 있지. 아라에게 첫 일이 주어졌거든.
저 애는 정말 천재야. 깔끔하게 한 방에 성공해버렸다니까?
 
울프:..일이라면, 청부업이요?
 
노아:그래! 저 애는 최고의 킬러가 될 거예요.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이정도라니. 정말 기대 이상이야.
 
울프:(흐음, 이건 예상 밖인데. 다리를 꼰다.) 그건 잘 된 일이네요. 그리고 또 다른 일은요?
 
노아:(씨익 웃으며 와인잔에 담긴 술을 비우면 병 째로 들이킨다.) 궁금하지 않아? 그 애가 누구를 죽였는지.
 
울프:누굴 죽였는데요?
 
노아:황녀.
 
울프:?
...어젯밤에요?
 
노아:그래. 한아로 말이야. 위대하신 황녀님을, 단번에 성공해버렸다니까? (깔깔거리며 크게 웃는다.)
 
방금까지만 해도 당신과 멀쩡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울프:(그럴 리가.)
 
정말, 정말 그 짧은 찰나에...
 
아라가 아로를...죽여버린 것인가요? SAN C(1/1D3)
 
울프: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굴림: 1
 
이성 -1
 
울프:(충격적이긴 하지만... 시간상 너무 기막힌 우연인데. 나를 떠보는 건가?)
 
노아:(예쁘게 눈을 접어 웃음짓는다.)
물론, 거짓말이야.
 
울프:...그럴 줄 알았어요
 
노아:그럴 줄 알았어? 무지 확신하는 눈치네.
 
울프:그야,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신이 이유도 없이 그 빈민의 소굴에서 저토록 황녀를 닮은 아이를 데려왔을 리가 없잖아요.
 
노아:아, 그래? 설마 네가 먼저 죽이고 어딘가에 묻어버리고 왔다는 뻔한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겠지?
 
울프:(이 말을 꺼냈다간 위험했겠는데. 째려본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무언가 꿰뚫어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노련하고 교활한 독사같은 여자는 들으라는 듯 테이블 위에 병을 쾅 소리 나게 내려놓고 외투를 챙겨듭니다.
 
노아:(외투에서 무언가 집어 테이블 위로 던져놓는다. 황녀의 은장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니?
왜 지금까지 망설였는지는 묻지 않겠어. 하지만 더는 안 돼.
오늘이 마지막 기회야. 이번엔 꼭, 황녀를 살해하세요.
머리 잘못 굴리다간 너도 그 애 처럼 될 줄 알아. (현관문 밖으로 나가다가 돌아보고 씨익 웃는다.) 물론, 죽여버리겠단 뜻이야. 알지? 그럼 수고해~
 
그 말을 끝으로 노아는 아지트를 빠져나갑니다.
 
울프:하. (노아가 나가자마자 들고 있던 컵을 상 위에 탕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어차피 기대도 안 하고 있으면서.
(아라에게 간다. 방문 두드리기)
 
<듣기> 판정
 
울프: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라에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건...아마 울음소리인 것 같네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약하게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먹먹하게 들립니다.
 
울프:아라야.
 
아라:... (얼른 소리를 죽인다.)
 
울프:얘기 좀 할까?
 
아라:... 열려있어요.
 
울프:(열고 들어간다.)
 
불 꺼진 방은 볕이 잘 들지 않아 아침인데도 밤처럼 어두워요.
 
잠시 눈이 어둠에 적응하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웅크린 아라의 뒷모습이 어스름하게 드러납니다.
 
당신이 들어왔다는 것을 느꼈는지 울음을 그치고 등 뒤로 조용히 말을 흘립니다.
 
아라:... 손에서, 미지근한 피가 흐르는 감각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아무리 씻어도, 영원히 지워지지가 않아서... 언젠가는 내 몸뚱아리 전체를 썩게 만들 것만 같아요...
머리 속으로는 알고 있었어요. 피 흘리지 않는 혁명은 없다고... 날 거둬주신 노아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해내야만 한다고, ... 그렇지만... 너무 쉽게, 그렇게...쉽게. (입술을 꽉 깨문다.)
 
울프:(확실히 첫 살해는 힘든 경험이지. 그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아 이불 위로 머리를 토닥인다.) 어려운 일이지. 사람은 너무 쉽게 죽으니까. 괜찮아. 나도 처음엔 그랬어.
하지만 그건 확실하게 해야 해. 네가 무서워하는 게 '누군가를 죽이는 일'인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는 일'인 건지 말야. 후자라면 지금 다 그만두는 게 좋아.
 
아라:...그럼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무서운 거라면, 극복할 수 있는 두려움이란 말씀인가요? 그게... 그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 같은 눈으로 너를 본다.)
 
울프:당연하지. 그런 말도 있다? 사람은 살기 위해 항상 누군가를 죽여.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극복이고 뭐고 할 일이 아니야. 해야만 하는 일인 거지. 우리 일은, 그걸 더 가까이서 겪을 뿐인 거라고 생각해.
 
아라:... ...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그렇게 쉽게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빈민가 거리에서 수 없이 봤던 일이에요. 그런 것 쯤은 안다구요... (두 손바닥 사이에 고개를 깊이 묻는다.)
... 울프님, 울프님은 정말, 살인청부업자인가요?
사람을 죽이는 것에 어떤 양심의 가책도 가지지 않는 살인기계라고. 제가 하지 않으면 울프님이 할 거라고... 노아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게 정말인가요...?
 
울프:내가 너무 얕봤나. (피식 웃으며 턱을 괸다.) 노아 그 여자한테서 다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믿기진 않니?
그래, 그런 일을 했어. 하지만 나도 가책은 느껴. 그거에 익숙해졌을 뿐이지. 진짜 가책을 느끼지 않는 건 그 여자뿐일 거야.
네가 하지 않으면, 당연히 내가 하게 될 테지만... (음, 하고 말 끌다가) 난 네가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일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아니, 사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게는 더 좋은 길이 있으니까.
 
아라:... (결국 뺨을 타고 한 줄기 물길이 흐른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네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
사람을 죽인 손이... 왜 이렇게 따뜻한 거죠?
왜 이렇게 상냥하신 건가요... 어째서... (고개를 푹 떨군다.)
 
울프:일단은 같은 사람이니까. ...실망했지? (가볍게 웃는다.) 넌 이렇게 되지 않아야 해.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아라야. (문밖을 본다. 주변에 사람이 없나. 듣는 귀가 없나.)
 
아라:...
 
울프:(귀에 대고 속삭인다.) 새벽이 되면 황궁으로 달려가. 어떻게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황녀가 돼.
 
아라:.......네? 지금 뭐라고...
 
울프:(씩 웃는다.) 말했지? 네겐 다른 길이 있다고.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기회야.
 
아라:시, 싫어요. 못하겠어요. 제가 어떻게 그런걸... 아, 안할래요. (고개를 마구 젓는다.)
 
울프:아니. 해. 해내야지. 그걸 못하면 넌 지금처럼 계속해서 누군가를 네 손으로 죽이면서 살게 될 텐데? (두 손을 꼭 잡고 목소리르 낮춘다.) 새벽이 되면 궁 안에 황녀는 없을 거야. 왜인지는 묻지 마. 대신 확실한 정보니까. 그리고 행진에서 봤겠지만, 넌 황녀와 닮았어. 누구든, 보면 감쪽같이 속고 말겠지. 뭐,단순히 닮은 걸로만은 안 되는 부분도 있을 거야. 지식이라던가, 기품이라던가. 하지만 그런 건 편한 변명이 있잖아? (눈 접으며 제 관자놀이를 짚는다.)
기억을 잃은 황녀가 돼서, 이 조직을 없애. 그럼 넌 아무 걱정 없이 가장 호화로운 곳에서 유복한 생활을 할 수 있어. 아무도 네 손으로 죽이지 않고.
 
아라:... ... (잔뜩 겁먹은 얼굴로 손을 붙들려 있는다. 떨어지고 싶은데, 차마 그 손을 쳐낼 수가 없어서 몸은 멀어졌지만 여전히 파들거리며 붙잡혀 있는다. 겨우 입을 열면 한다는 말이,) ... ... 피, 피곤해요. 오늘은 이만 자야겠어요. 쉬고싶어요...
 
울프:(미안하지만, 이렇게 끝낼 수 없는 입장이라. 노아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이럴 땐, 좀 더 조여야지.) 쉬어. 쉬고 나면, 또 새로운 일이 들어와 있겠구나.
(손을 놓는다.) ...그 편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 난 네 인생을 명령할 수는 없는 사람이잖니.
 
아라:... 생각,해볼게요. 울프님이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는 건, 생각이 있으신 거겠죠. 그냥 지금은 혼란스러워서... 그러니까...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다.) 오늘은 이만 자고싶어요...
 
울프:(자리에서 일어난 채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내 생각? 난 그냥... 말했듯이, 네가 나와 같은 길을 걷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특히나 나와는 달리 벗어날 방법이 있는데 원하지도 않는 일에 매여 있는 모습을 보기 싫어.
잘 생각해보렴. 모든 걸 뒤엎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야. 내가 너만한 때로 돌아가서 그런 기회를 받게 된다면, 난 당장 채비를 하고 떠났을 거야. ...그냥 그렇다고. (장난스런 미소)
(밖으로 나간다.) 잘 자. 오늘은 충격도 컸을 테니까.
 
아라:... 안녕히주무세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 눈을 감는다.) ...
 
긴 하루였습니다.
 
당신도 밤이 깊기 전에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도록 해요.
 
어쩌면 곧 먼 길을 떠나야할지도 모르니까요.
 
울프:(적당히 몸을 씻고 자리에 눕는다. 하루가 기네.)
 
아직도 바깥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노아도 아라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겠죠.
 
곧 약속한 시간입니다.
 
마음을 정했다면, 움직여야 합니다.
 
울프:(짐이랄 것도 없이 가벼운 옷 몇 벌과 지갑, 단도를 챙겨 움직인다.)
 
Z시로 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고 가야합니다.
 
항구도시인 Z시는 무역 활동을 위한 공장과 노동자들을 위한 싸구려 모텔이 즐비한 곳으로, 수도권의 사각지대에 있어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나있습니다.
 
재개발 예정 구역이지만 공사가 되다 만 건물이나 도로가 많아서 도심으로 가면 갈 수록 차가 더욱 덜컹거립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면 택시 기사는 당신을 보고 한마디 거듭니다.
 
택시기사: 이 시간이면 돌아가는 택시는 안 잡힐텐데... 이 동네는 밤에 사건 사고가 많아서 위험해요.
 
울프:알아요. (^^)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린다.) 살펴가세요.
 
택시기사: (씁) 그럼 뭐. 조심하시우. (울프가 내리면 돌아간다.)
 
당신이 그 '울프'라는 것을 모르니 하는 괜한 걱정이죠.
 
택시는 당신이 내리기 무섭게 쏜살같이 사라집니다.
 
자정을 갓 넘긴 시각.
 
비는 겨우 그쳤지만 밤바다의 공기는 너무나 차가워요.
 
약속했던 등대 아래서 아로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어디선가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울프:(그쪽을 본다.)
 
아로:울프, 이쪽이야. (손 흔든다)
 
울프:(바로 그쪽으로 간다.) 예쁜 옷 입었네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볼캡을 눌러 쓴...
 
아로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네요.
 
언제나 드레스, 아니면 예복 차림만 봤었는데요.
 
수수한 모습을 보니 더욱 아라와 닮아보이기도 합니다.
 
아로:괜찮아? (모자 끝을 만지작거린다.) 어때, 아무도 나인 줄 모를 것 같지?
그래서, 마음은 정했어? (새벽 2시에 출발하는 배의 티켓을 내민다.)
 
울프:그래, 모르겠네. (픽 웃으며 티켓을 받는다. 짐을 들어 보이고) 이걸로 대답이 될까?
 
아로:(웃으며 네 곁에 나란히 선다.) 착하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저 티켓을 받으면, 아무도 당신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해야할 일이 있잖아요.
 
뿌우우- 멀리서 출발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뱃고동이 울리고, 당신과 아로는 마주봅니다.
 
별도 달도 뜨지 않아 어두움만을 반사하는 비에 젖은 밤바다에서, 아로의 얼굴을 비추는 것은 다름아닌 싸구려 러브호텔의 네온사인입니다.
 
반짝이는 보석도 화려한 예복도 걸치지 않은, 청바지를 입고 지저분한 길거리에 서있는 황녀는, 지금도 숨막히게 아름다운가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젠 나아가야 합니다, 당신이 선택한 그 운명으로.
 
아로:...갈까?
 
울프:(해야 할 일? 개나 주라 그래라. 손을 잡는다.) 빨리 가지 않으면 잡힐지도 몰라.
 
아로:(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어려운 결심을 한 듯 한 발을 내딛는다.) 가자.
 
...
 
그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립니다.
 
소리는 명백하게 당신, 그리고 아로 쪽으로 가까워집니다.
 
뒤돌아보면, 또 한명의 아로...
 
아니, 아라입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죠?
 
그것도, 얼굴은 피투성이에다가 손에 칼을 들고서요. SAN C(1/1D3)
 
울프: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아라:(아로에게 칼을 겨누고 울프를 똑바로 쳐다본다.) 찾았다.
왜 머뭇거리시나요, 울프님? 우린 혁명을 완성해야하잖아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에요. 당신이라면 이미 끝났을 줄 알았는데.
 
울프:...내 조언을 무시하기로 했구나.
 
덜덜 떨리는 아라의 손과 다르게 표정은 어쩐지 조금 상기되어있고, 눈빛에는 살기까지 맴도는 것 같습니다.
 
조금 이상합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사람을 죽였다며 방에서 흐느껴 울던 아라가, 한순간에 이렇게까지 잔혹해질 수 있나요?
 
아라:뭐. 내 인생에 대해서 명령할 권리가 있는건 아니라면서요. 자기가 그렇게 말했으면서.
 
울프:그래, 그랬지. 그리고 여전히 그래. 네가 제정신이라면 말이야.
아라야, 지금 제정신이니?
 
아라:지금요? 아주 멀쩡해요. 지금 전 누구보다도 이성적이에요. 모든 것이 명확해요. 안개가 걷히고 바로 갠 것 같아요.
그저 황녀만 죽이면 모든것이 끝날 일이에요?
생각해보세요. 제깟게 궁에 들어간다고 해도 황녀가 살아있으면 다 도루묵이 되는 일이잖아요. 언제 뒤통수를 갈기고 나타나서 저를 죽일지 알아요? 그렇지 않나요?
 
울프:(좀 생각하더니 품에서 종이를 꺼낸다.) 그렇구나.
제정신이 아니네, 아라야. (안타까운 목소리다.) 황녀가 혈혈단신으로 사라진다면 그 권력이 누구에게 갈지도 판단이 안 서다니.
 
아라:(울프가 움직임을 보이면 크게 경계하며 칼날을 울프쪽으로 들이민다.) 방해하지 마!
당신 역시 혁명에 방해가 된다면, 내 손으로 처리하겠어.
 
칼바람이 뺨을 에는 밤바다 위로 다시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아로의 눈은 당신만을 바라보고, 마찬가지로 아라의 눈도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로:.......
 
아라: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울프.
황녀님을 살해하세요!
 
울프:(쓰다. 모두의 행복을 바란 대가가 어쩜 이렇게도 쓰단 말인가. 그 기분이 헛웃음에 모두 드러나는 것을 느끼면서.)
많이 컸네, 아라야.
하지만 덜 자랐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이건, 그 짧은 시간 동안 널 돌봐온 내 마지막 호의야.
우리 둘 중 누구도 널 해지지 않아. 앞으로도 계속. 그것만 새겨둬.
(아라를 향해 격통의 시간 주문을 사용한다.)
 
마력을 3, 이성을 1만큼 사용합니다.
 
정신력 대항 판정 합니다.
 
울프: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라: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2라운드 동안 고통이 지속됩니다.
 
아라의 얼굴과 손이 체액에 젖어 격렬하게 떨리고 눈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앞을 보지 못합니다.
 
아라:.......!!!! 크,아악....!!!
 
당신의 입에서 주문이 쏟아져나오자마자, NPC의 표정이 마구 일그러집니다.
 
칠공에서 피가 쏟아져 흐르고, 뜨거운 선혈이 모래사장 위를 적십니다.
 
경련하는 몸은 스스로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립니다.
 
아라:...
어째서... 울프, 너는... 명백한 악인이 아니었던가...?
 
생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괴이하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당신의 머리속에 박힙니다.
 
귀를 통해 들리는 인간의 소리가 아니에요, 누군가 뇌에 대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울프:.....뭐야? (짜증스럽게 자기 머리를 툭 친다.)
 
그 소리의 근원은, 피를 토하는 아라의...
 
손바닥입니다.
 
축축하고 붉은, 붉다 못해 검게 보이는 핏덩어리를 토해내며 손바닥이, 손바닥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아가리를 크게 벌린 입들이 당신을 향해 뻗쳐옵니다.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울프, SAN C (1D5/1D10)
 
울프: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5
굴림: 2
 
이성 -2
 
도망가야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그것 뿐.
 
저 추악한 것에게 삼켜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민첩> 판정
 
울프:(아로의 손을 잡고 배로 달린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라에게 걸렸던 '격통의 시간' 주문이 해제되었습니다.
 
아로의 손을 낚아채듯 잡아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딛고 끊임없이 달립니다.
 
당신을 향해 뻗쳐오는 저 입들을 피해, 아로의 손을 부서져라 움켜쥐고 출항 직전의 배를 향해 무작정 내달립니다.
 
아로:(죽을 힘을 다해 무작정 열심히 달린다. 선박에 올라서면 선장에게 티켓 두 장을 던지듯이 쥐어주고 안으로 들어간다.) 출발이요...!
 
갑판에 올라서야 겨우 숨을 고릅니다.
 
피에 젖은 티켓이 당신들을 아픔이 없는 곳으로 인도해주겠지요.
 
아라는... 당신을 향해 기이하게 손을 뻗은 자세로 미동도 없이 모래사장에 쓰러져있습니다.
 
큰 기적소리가 잠든 도시의 공기를 찢어냅니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배가 멀어질 수록 저주받은 왕국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로:...
 
아로는 당신의 곁에서 말 없이 손을 잡아줍니다.
 
그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네가 있으니, 비가 와도 사라지지 않는 온기가 있으니, 그러니 우리는 괜찮을 겁니다.
 
ENDING 1. 인형은 줄을 끊었다.
 
아로 생존, 울프 생존
 
두 사람은 함께 '알 수 없는 곳'으로 항해를 시작합니다. 왕국은 잠시 혼란에 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