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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울프아로

[울프아로] 별무리가 흩어지는 밤에 2020-09-04

 

KP

KPC 한아로

 

PL

PC 울프

 

 

 
COC 7th Fanmade Scenario
 
별무리가 흩어지는 밤에
 
W.히츳
 
KPC 한아로 PC 울프
 

.

 
.
 
.
 
[ 미안, 오늘도 만나지 못 할 것 같아. ]
 
혼자 이곳에 서 있는 게 짜증 날 정도로 하늘 맑은 오후.
 
딩동, 하는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도착한 문자 메시지.
 
이걸로 아로가 당신과의 약속을 몇 번째 파투내는 건지 셀 수도 없을 것만 같습니다.
 
최근 들어 그녀의 행동이 몹시 이상하긴 했지만 바로 다음 날로 다가온, 두 사람이 벼르고 벼르던 우주쇼―유성우를 보기로 한 날이 일방적으로 관계의 끝을 고하는 날로 뒤바꿔버리다니.
 
그 터무니없는 이별통보 이후로 몇 번을 연락해도 아로가 만나주지 않자, 당신은 오늘 기어이 그녀의 집으로 들이 닥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애꿎은 문자열들을 쏘아보며 닿지 않을 원망을 늘어놓고 있을 때 쯤, 지나가던 대광장의 커다란 전광판에 긴급속보라는 뉴스 기사가 하나 송출됩니다.
 
긴급 속보입니다.
 
정재계 유명 인사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으로 최근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이 어젯밤 또 하나 발생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 오후 11시 50분, 피해자인 XX시 시장 A씨는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 되었습니다.
 
살해 방법은 이전의 사건들과 동일하며, 피해자는 이번에도 수차례 이어진 난도질 끝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여전히 연쇄 살인의 목적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으로...
 
...
 
날 좋은 대낮에 듣기에는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끔찍한 뉴스입니다.
 
그러고보니 요새, 이름 있는 유명 인사들만 살해한 후 홀연히 사라지기로 유명한 연쇄살인으로 세상이 꽤 흉흉해졌습니다.
 
자신의 연락을 무시하는 아로가 거슬렸지만, 하필 XX시는 아로가 사는 지역인 탓에 이어지는 걱정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울프:(그렇게 먼저 만나자고 따라붙을 땐 언제고, 또 모습이 안 보이니 괜히 불안하긴 했다. 저런 뉴스도 흉흉한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아로의 집으로 찾아간다.)
 
아로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당신은, 문득 무언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로의 집으로 향할수록 점점 길이 황량해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분명 예전에 왔을 때에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
 
울프:...?
(근처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의심하며 현관을 두드린다.)
 
마침내 도달한 아로의 집 앞은, 예전에 왔던 집과 동일한 장소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합니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 한 구석에 짙은 얼룩이 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울프:(무슨 얼룩이지..? 보면 추측해볼 수 있나)
 
글쎄요... 꽤 오래된 얼룩이라는 것밖엔 눈에 들어오는게 없군요.
 
울프:(아무튼 두드린다. 똑똑똑!)
 
똑똑똑!
 
... ...
 
한참 기다려도 반응이 없는데...
 
... 자세히 보니, 문이 잠겨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울프:뭐야, 문도 안 잠그고. (슬쩍 열었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아로야.
 
끼익... 어딘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집 안으로 발을 들이자 온갖 창문에 커튼을 쳐둔 채 조명 하나 켜져있지 않은 어두운 내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현관과 가장 가까운 우측에 <작은 방>이 하나, 그 맞은편에 <화장실>, 눈앞의 <복도>로 이어지는 <거실>과 <부엌>이 보입니다.
 
울프:(문 소리는 또 왜 이래. 가장 가까운 방을 본다.)
 
문이 반쯤 열려있는 작은 방에 발을 들이자마자, 문 너머에서 발작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옵니다.
 
한아로:누구야...!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고함에 깜짝 놀랐으나, 당신은 곧 이 외침이 아로의 목소리임을 깨닫습니다.
 
울프:(여기 있으면서 왜 반응을 안 했지? 하지만 자기 목소리는 알아들을 거라 믿는다.) 난데, 들어가지 말까?
 
한아로:... ...울프언니...?
뭐야, 여긴 어떻게...
 
금세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들어 주변을 훑어보면...
 
...
 
맙소사.
 
마치 온 세상과 차단되듯 캄캄한 방은 물론,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들과 음식 찌꺼기들, 그리고, 몇 겹이나 되는 이불에 파묻혀 얼굴만 내놓고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아로.
 
울프:...이게 무슨 폐인 생활이야.
문제가 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한아로:... 이제 언니랑 상관 없는 일이야. (몸을 더욱 웅크리며 이불에 고개를 푹 파묻는다)
 
울프:..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상관없다니
 
한아로:... 문자 못봤어?
그만 만나자고. 이제 언니 더 만나기 싫다고.
 
울프:(문자? 무슨 문자? 생각하다 들려온 말에 잠시 멍해졌다. 그런 문자를 받은 적이 있던가? 못 만난다고만 했지, 이렇게까지 확실한 대답을 들을 줄은 몰랐어서 그대로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가 뭐니, 한아로.
 
한아로:... (삐죽거리는 얼굴을 무릎 사이에 푹 파묻고 입술을 자근거린다.) ... 나, 당분간 여기 없을 거야. ...직장이랑 집이랑 다 정리하고 쉬러 갈 거야. ...
 
울프:쉰다는 건 좋은 거지. 하지만 그게 헤어지자는 이유가 될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가만히 이불 위로 어깨를 감싸안는다.) 내가 잘못해서 서운한 게 있으면 사과할 수 있게 해줄래?
 
한아로:(어깨를 감싸안으면 화들짝 놀라 네 손을 밀쳐낸다.) ...아, (스스로의 행동에 놀란듯 멈칫하다가 조금 머뭇거린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처럼.)
 
울프:(조용히 바라만 본다.)
 
한아로:... 그게... 딱히 언니..때문이 아니라... (손톱을 틱, 틱. 뜯는다.)
 
울프:그럼? 다른 놈이 뭐라고 하디? (약간 날카로워진 어조)
 
한아로:...요즘 좀 이상해. 내가 내가 아닌 거 같아... 자꾸 기억도 잊어버리고... 뭔가 구멍난 것처럼. 몰라, 그냥 잘 모르겠어.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
...다른 사람이랑은 상관 없어. 이건 내 문제야. 언니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냐. (덩달아 말이 사나워진다.)
 
울프:(기억상실증? 과도한 스트레스? 어느 이유든.) 그러면 병원을 가야지. 병원 가볼래? 같이 가자.
 
한아로:됐어. ...그냥 좀 쉬면 낫겠지. 나 병원 진짜 싫어해. (틱, 틱. 계속 손가락을 뜯던 것에서 결국 피가 나오면 그제서야 멈추고 한숨을 폭 내쉰다.)
 
울프:뜯지 말고. (피 난 손을 감싸듯 쥔다.) 그래도 이렇게 심하면 한 번은 가봐야지.
 
한아로:... ...(손을 잡히면 빼낼까 말까. 움찔거리다가 그냥 얌전히 팔을 늘어트린다.) ...갈게. 나중에. 지금 말고 ...
 
울프:...그래, 좀 쉬다가, 쉬어도 안 나으면 가는거야. (손을 놓고 일어난다.) 상태 봤으니 됐다. 난 이제 가?
 
한아로:...아냐. 이왕 온 김에 좀 쉬다 가요. (그제서야 이불을 대충 걷고 일어나서 시계를 흘끔 본다.) 저녁 먹고 가던지. ... 방이 이래서 미안. 난 청소라도 대충 해야겠다.
 
울프:그래도 돼? 나 방금 차였는데. (그제야 좀 웃으며)
 
한아로:...온 사람을 쫓아낼 순 없잖아. (삐죽삐죽. 겨우 한다는 대답이 그거다. 방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아무렇게나 봉투에 꾹꾹 구겨넣는다.)
 
울프:그래 그럼, 저녁만 먹고 돌아갈게. (더 보기 싫다더니, 삐죽대면서 있으라 하는 게 참 귀엽기도 하다. 물건을 만지는 건 좀 그런가. 가만 보다 방을 먼저 나간다.) 손님은 거실에서 얌전히 있을게.
 
방을 나가다가, 툭- 발에 채이는 메모장더미를 발견합니다.
 
울프:(아로가 봤나? 슬쩍 돌아봤다가 메모장을 집어들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나간다.)
 
한아로:...? 아, 안돼! (얼추 정리된 쓰레기더미 가운데서 무언가 찾다가 울프가 메모장을 집는 것을 보고 얼른 달려들어 손목을 탁 낚아챈다.)
그건 안 돼! (얼른 뺏어듦)
 
울프:아, 네 거야? (몰랐던 것처럼 좀 뻔뻔하게 웃는다.) 뭔데? 일기장?
 
한아로:그냥 메모야. ...요즘 기억이 자꾸 끊겨서, 내 행동이랑 기분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겨서. (메모장을 서랍 구석에 꼭꼭 넣어둔다.)
 
울프:...그래... (서랍에 넣는 것을 지켜보다가) 정리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이리 와. 맛있는 거 해줄까?
 
한아로:됐어. 내가 할 거야. (먼저 방 문을 열고 나서서 거실 소파에 앉혀놓는다. 불도 탁 켜고.) 조금만 있어.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아로를 기다리는 동안 집안의 한 곳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거실> <화장실> <작은 방> <복도>
 
울프:아로가 해주는 밥을 먹겠네. (웃으며 대답하곤 거실을 둘러본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듯한 집안 중에서도, 비교적 깔끔한 곳입니다.
 
TV를 자주 보았는지 소파에 리모컨이 가지런히 놓여 있군요.
 
울프:(리모컨을 들어 TV를 켜본다.)
 
리포터가 들뜬 목소리로 내일 밤 8시에 있을 유성우 관측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울프:(뉴스를 새로운 감회로 듣는다. 같이 보기로 했었지, 유성우. 이제 혼자 보게 생겼지만.) 유성우는 내일 밤 8시라네.
 
한아로:...어? 뭐라고? (거실로 들어오면 난처하다는 듯 TV와 울프를 한 번씩 번갈아서 보고 숨을 내쉰다.)
미안. ... 오랜만에 음식을 만들려니 잘 안 되네. ... (손 끝을 만지작거린다.)
 
울프:(돌아보며 부드럽게 미소) 도와줘?
 
한아로:아, 아냐. 괜찮아. (부엌쪽으로 한발 뒷걸음질 친다) 커피라도 줄까? 어... 마실 거라도.
 
아로에게 판정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울프:(어째서지? 요리 못하는 아로가 수상한 것인가.. 왜 저러는지 함 보자)
 
관찰해볼까요?
 
울프:(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야기를 하면서도 부엌 쪽을 힐끔거리고 있습니다.
 
음식에 미련을 두고 있는 걸까요.
 
울프:(뭐라도 있나. 벌레 나왔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니야, 내가 찾아 마실게. 요리 안 망칠 생각부터 하세요. (부엌으로 가보자)
 
한아로:어, 언니... 잠깐만...!
 
부엌으로 걸음을 옮긴 당신은 몸이 저절로 굳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무자비하게 난도질 된 재료들과 핏물이 뚝뚝 흐르는 고기.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아로의 뺨에도 희미하게 핏방울이 튀어 있습니다.
 
그 이질적인 풍경과 아로의 모습에, 당신은 이유 모를 섬뜩함을 느낍니다. SANC (1/1d4)
 
울프: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아이디어> 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문득, 아로의 집으로 오기전 광장의 전광판에서 봤던 뉴스를 떠올립니다.
 
한아로:...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기어이 울프의 팔을 잡아 끌어서 소파에 앉혀놓는다.)
 
울프:...너 안 괜찮구나.뭔가 있어. 기억 못 하는 거 말고.
 
한아로:나 완전 괜찮아. 그냥, 요리를 하려니까 뭘 해야할지 몰라서, 아무렇게나 썰다보니까 저렇게 됐어. 나 요리 못하는 거 알잖아.
 
울프:(나 요청한다 심리학)
 
해봅시다 <심리학> 판정
 
울프: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얼굴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약간의 당황과 불안이 떠오른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직감적으로, 아로가 무엇을 숨기고 있다고 느낍니다.
 
울프:아로야. 언니는 괜찮아. 알잖니.
 
한아로:...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면,) 커피, 주스, 차. 뭐 마실래.
 
울프:(빤히 쳐다보다가) ...커피.
 
한아로:조금만 기다려. (부엌으로 돌아간다. 잠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네 몫의 블랙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울프:(눈이 커피에 머물지 않고 바로 네 쪽으로 돌아간다. 말없는 시선만 너를 조용히 응시한다.)
 
한아로:... (기껏 타줬더니, 안 마시고 눈싸움이나 하자는 건지. 제가 먼저 시선을 피하다가, 거실 한쪽에서 작은 상자를 가져와 소파 아래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그거 열어봐.
 
울프:..이게 뭔데? (상자를 연다.)
 
상자를 열면 보이는것은, 사진 몇 장과 일기 같은 것이 쓰여진 종이 몇 장입니다.
 
아로와 함께 놀러갔던 곳에서 찍은 사진과, 두 사람의 추억이 얽힌 일기들입니다.
 
이것도 '습관'의 일부일까요.
 
울프:(사진들을 꺼내 보다가 일기를 넘긴다.)
 
그녀의 말처럼 그날 했던 일과 감정들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주로 '즐겁다' '행복했다' '고맙다' 라는 말이 적혀있습니다.
 
울프:... (좋은 글을 보듯이 그것들을 내려다보며 작은 웃음을 띄웠다. 이런 애였는데.) 이건 왜 보여주는 거니.
 
한아로:...그냥. 그렇다고. 뭘 어쩌겠다는 건 아니었어. (당신과의 추억마저 잊어버릴까, 얼른 적어서 보관해두었다는 말은 쏙 빼놓는다.)
짐 정리하다가, 있길래 보여준 것 뿐이야.
 
울프:(다시 사진을 쳐다보며) 그래, 이때 재미있었지.
겨울에 다시 한 번 가자고 했었지.
 
한아로:응. 그랬지. ...아니, 그랬나. (괜히 사진들을 하나씩 팔락팔락 넘겨본다.) 나 갈때 가더라도 이건 꼭 가지고 갈테니까...
 
울프:버리지 말고. 돌아올 때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으면 좋겠네.
 
한아로:...(거기에 대한 대답은 딱히 하지 않았다.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늦었네. 슬슬 일어나는게 좋겠다.
 
울프:(시계를 본다.) 밥은 못 먹었는데.
 
한아로:...다음에. 나중에 더 연습해서 해줄게. (아예 현관문 앞에 가서 선다.)
 
울프:(마지막으로 같이 밥 한 번은 먹었으면 했는걸. 입으로 나오려던 말을 눌러담곤 현관문으로 향한다.) ..잘 쉬렴. 내가 했던 말 잊지 말고. 알겠니?
 
한아로:...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언니가 알던 나랑,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어.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야.
... 이거, 집에 가면 읽어봐. (네 손에 작은 메모장 하나를 쥐어준다.) 꼭, 꼭 집에서 읽어야해. 알겠지?
 
울프:(메모장을 손에 쥐고는 끄덕였다.) 알았어.
안녕, 한아로.
 
한아로:... 그만 가봐. (어딘지 금방이라도 건드리면 터질듯한 표정을 하고선 우물쭈물거린다.) ... 내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 ...
 
울프:..내일?
 
한아로:됐어, 신경 쓰지 마. (네 등을 푹푹 떠민다.) 싸돌아다니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 알겠어? 문 단속 잘 하고.
 
울프:(누가 누굴 걱정해야 하는데.) 너도 들어가. 문 단속 잘 하고. (옅게 웃어 보이고는 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탄다.)
 
한아로:(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타는 모습까지 보고서야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간다.) ...
 
밖으로 나오니 꽤 시간이 지났던 모양인지, 하늘은 어느새 어둑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아로에게 떠밀리듯 밖으로 나온 당신은 그녀를 만나기 전보다 더한 찝찝함과 불안함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갑니다.
 
...
 
오늘은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집에 도착한 후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아 시간만 허비하다 어둑한 밤이 되어 겨우 잠자리에 들기 직전,
 
아로가 주었던 메모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로에게 든 그 어떤 의문도 해소하지 못한 채 되돌아온 오늘, 손에 쥐여진 메모장은 당신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울프:(침대에 누워 있다가 메모장을 가져와 펼쳐본다.)
 
1P
 

이 노트가 절대 언니 손에 들어갈 일이 없기를 바라.

 
그런데도 언니가 이걸 봤다면, 분명 기어이 내 집까지 찾아왔거나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걸거야.
 
지금부터 언니가 알고있는 나는 전부 잊어버려.
 
여기 쓰여있는 것만 기억해.
 
라고 쓰여있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넘겨볼까요?
 
울프:(내가 잘못한 건가? 다음 장으로 넘긴다.)
 
2P
 
언니는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됐으니까.
 
당신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 직전, 휴대폰의 전화벨이 울립니다.
 
발신자는 한아로.
 
울프:(위험한 사람이 뭐야. 왜 갑자기? 휴대폰을 보고는 다음 페이지로 넘겨두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한아로:아, 여보세요? 언니. 나야.
 
당신은 전화를 받고, 흘러나오는 아로의 목소리와 동시에 페이지를 넘깁니다.
 
3P
 
첫째, 내가 언니한테 문자가 아닌 전화를 걸 경우.
 
한아로:내가 또 기억이 끊겨서 말이야... 언니 오늘 낮에 우리 집에 왔었지?
해가 저물기 전에, 돌아갔고.
 
울프:그랬지.
 
한아로:언니, 우리집에 와서 뭐 했더라?
내가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잖아. 그거 쓰려고.
언니가 뭘 했고... 뭘 봤는지까지. 자세하게 말해줄래?
 
울프:(...자세히? 왜? 꼭 취조라도 하는 것 같잖아.)
그냥 들어가자마자 널 찾았고, 쓰레기장이 된 네 방을 봤지. 그리고 네가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해서 거실에서 기다리다가 요리가 잘 안 된다고 해서 소파에 앉아 옛날 사진을 봤고. 그리고 나왔어.
 
한아로:아, 맞다. 맞다... 그랬지, 참.
 
그때 다음 페이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4P
 
둘째, 언니가 오늘 뭘 했는지 물어볼 경우.
 
한아로:아, 아니다. 그냥 내가 언니한테 갈게.
언니 집 위치가... XX동 맞지?
 
울프:...왜?
 
한아로:아, 기억이 없어지는게 이렇게나 불편하다니까.
 
5P
 
셋째, 언니 집의 위치를 물어보거나 확인할 경우.
 
한아로:나야.
안에 있지? 문 좀 열어줘.
 
6P
 
도망쳐. 그건 내가 아냐.
 
울프:(입을 다물고 조용히 전등을 껐다.)
언니 지금 펍이야.
 
메모장 속의 아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수화기 너머의 아로는?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는, 똑똑, 저 부드러운 노크 소리는?
 
SANC (1d2/1d4+1)
 
울프: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2
굴림: 2
 
이성 -2
 
울프:(싸하게 올라오는 한기를 느꼈다. 뭔가 불안하다. 분명 아로 목소리가 맞는데.)
 
한아로:언니? 안에 있지?
왜 안 열어줘, 나 다리아파.
 
울프:술 마시러 나와 있다니까. 내일 보자며 갑자기 집은 왜?
 
그러자 문 너머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한아로:아아...
그녀석이 뭔가 알려줬구나?
겁먹었어? 걱정 마, 언니는, 해치지 않을게.
 
울프:그 녀석이라니?
 
한아로:가 말이야. 언니한테 낮에 뭔가, 전해줬나봐. 그렇지?
 
울프: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아로야.
 
한아로:진짜 안 열어줄 거야?
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어? 얼른 문 열어줘, 울프언니.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래, TV에 자주 나오는 그 사람들 꼴이 날텐데?
 
울프:......
 
아로는 스스로의 목숨을 담보로 당신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 이게 무슨 일일까요. SANC (1d3/1d6)
 
울프: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6
굴림: 5
(뭐)
 
이성 -5
 
지능판정
 
울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이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해버렸습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당신은 지금 위험합니다.
 
울프 단기광기. 폐소공포증. 9라운드 동안 이어집니다.
 
울프:(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열지 않으면 정말, 저 건너에 있는 누군가가 아로 스스로를 난도질하는 건 아닐까. 문을 쳐다보고 있자니 문득 숨이 막히며 문을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숨소리가 떨려 나와 아예 숨쉬기를 멈췄다. 약간 떨어졌던 전화기가 천천히 다시 귀에 붙는다.)
왜 그렇게 언니를 만나고 싶은데?
 
한아로:만나서 말해주면 안 될까? (싱긋 웃으며 즐겁다는 듯 다시 문을 똑똑 두드린다.)
 
울프:...그럼 네가 이리로 오면 되겠네. 언니는 펍에, 있다고 했잖아. 위치는 너도 알지?
 
한아로:...
 
울프:(조심스럽게 걸어간 발걸음이 현관 앞에서 멈춘다. 투시경을 앞에 두고 기척을 죽인 채 바깥을 살핀다.)
 
투시경 앞의 아로는 늘 그렇듯, 똑같은 모습으로 당신을 향해 빙긋 웃고있습니다.
 
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정신력 대항 합니다.
 
울프: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한아로: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문을 열어줘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냥, 평범하게 대화를 하러 온 걸수도 있잖아요?
 
울프:...... (눈을 떼고는 두어 발자국 멀어졌다가) 아로야?
 
한아로:역시, 안에 있었네. 왜 거짓말 했어?
 
울프:나는 네가 걱정돼. 많이.
 
한아로:그런데 왜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거야?
 
울프:.... (그건 '네가' 걱정되는 게 아니니까. 한참을 말이 없다가 문 손잡이를 붙잡았다. 도어락으로 향한 손이 잠금해제 버튼 위에 닿았다.) 꼭 들어오고 싶니?
 
한아로:...응. 만나야 하니까 왔어. 할 얘기가 있어서.
 
울프:(잠깐의 공백 뒤, 결국 손은 버튼을 눌렀다. 띠리릭, 하는 경쾌한 소리, 1초 뒤에 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그린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로입니다.
 
아로는 천천히 집 안으로 발을 들이고는 제 손으로 문을 닫아 잠급니다.
 
한아로:정말, 의심이 많다니까...
오늘 뭘 봤어? 아니... 뭘 봤던 상관 없지.
어차피, 아무데도 못 말하게 될테니까.
 
울프:(집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채 눈을 떼지는 않는다.)
 
한아로:(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쥔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러게, 왜 찾아왔어. 는 언니를 지키려고 했는데.
 
울프:말했잖아. 걱정되니까.
 
한아로:... ...그거 정말 고맙네, 걱정해줘서. (일순 주머니에서 칼을 꺼낸다.)
 
그리고는 당신이 무언가를 할 새도 없이, 아로가 당신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두릅니다.
 
한아로:
단검
기준치: 40/20/8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울프:(급히 몸을 틀어 피한다.)
 
한아로:... (공격이 빗나가자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한번 울프에게 달려든다.)
단검
기준치: 40/20/8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울프는 반격이나 회피를 할 수 있습니다.
 
울프:(또 피한다. 총이 없는 울프란... 태권도장 견습생일 뿐이다.)
 
<회피> 판정 합니다
 
울프:
회피
기준치: 57/28/11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
 
대성공은 추후 판정 난이도를 하나 올리는 데에 쓸 수 있습니다.
 
울프는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공격을 하거나 다른 행동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울프:(방으로 뛰어들어... 얇은 여름이불을 가져온다.)
 
한아로:(방으로 들어가는 네 뒤를 쫓아 성큼성큼 따라 들어간다.)
언니? 어디 가요. 또 도망가요?
 
울프:아니, 너 말리러. (붙잡은 이불을 휙 던져 덮어씌우곤 뒤에서 조여 잡는다.)
 
<근접전> 판정 해주세요
 
울프:
근접전(격투)
기준치: 45/22/9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아로는 당신의 행동을 비웃듯 몸을 틀어 피합니다.
 
한아로:(코웃음을 치며 다시 한번 칼을 휘두른다.)
단검
기준치: 40/20/8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회피하거나 반격할 수 있습니다.
 
울프:(스친 부위를 볼 새도 없이 놓친 이불로 다시 도전한다.)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아로의 몸을 이불로 덮어씌우고 잡았지만, 칼에 스친 팔에서 피가 새어나옵니다.
 
한아로:...! (이불에 묶여서 버둥거린다) 이거 왜 이래...!
 
울프:(칼을 뺏어 멀리 던져버리고 온몸으로 아로를 붙잡는다.) 진정해, 한아로!
 
한아로:(칼을 놓치면 손톱으로 마구 이불을 젖히고 너를 할퀴려 달려든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
 
울프:(손을 놓고 밀치며 뒤로 피해본다.)
회피
기준치: 57/28/11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 어디서 나오는 힘일까요.
 
아로는 그대로 당신을 잡고 넘어트려 목을 조릅니다.
 
울프:...아, 로야.. (미안하지만 이제 정말 어떻게든 제압하고 봐야겠는데. 겨우 발을 들어올려 배를 차낸다.)
비무장
기준치: 45/22/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에라,,,)
 
아로가 온 몸으로 당신을 제압하고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몸은 바닥으로 쓰러지고, 피가 나는 팔에는 더 이상 감각이 없습니다.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금방이라도 의식이 끊어질 것만 같던 그 때,
 
우뚝, 모든 행동을 멈춘 아로는 당신을 보고는 무너져내리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당신의 목에 둘렀던 손을 거둬냅니다.
 
한아로:... 아. ......... 아아, 이게... 무슨.
 
한아로 SANC (1d3/1d6)
 
한아로: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한아로 이성 -6
 
한아로: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 ... 말도 안돼. ... 이거, 이거 꿈이지?
일어나봐, 언니... 울프언니...!
안돼, 아직은 안 된단 말이야...... 내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우리가 다시 만나야하는 건 내일이라고 했잖아... ...
 
울프:(콜록거리면서 일어난다.) 아직 안 죽었어. ...네 몸을 난도질하겠다는데 어떻게 안 여니.
지금은 괜찮은 거야?
 
한아로:... ....... 미안해, 미안해....... (눈물이 방울져서 뚝뚝 바닥으로 떨어진다.)
 
덜덜 떨리는 아로의 손이 당신의 머리카락, 눈, 상처들을 훑고 핏물을 닦아내며, 미안하다는 말만을 쉼없이 반복해서 뱉어냅니다.
 
마치 그 말밖에는 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울프:봐, 아로야. 나 아직 살아있어. 죽을 정도도 아니고. 괜찮아. 자, 언니 봐.
 
한아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비틀대며 네게 폭 안겨서 중얼거린다.) 내일, 내일이야. 내일이면 정말로 끝이고, 마지막이야.
미안해, 언니한테 이런... 심한 일을 당하게 해서. 이런걸 부탁해서... ...... 하지만 언니밖에 생각나지가 않았어.
내일, 별무리가 흩어지는 밤에, 언니가 나를... ...
 
흐느끼듯 이어지는 목소리가 귀에 다 담기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 너를,
 
<듣기> 판정
 
울프:(안아서 도닥이며 가만히 말을 듣는다. 그래 그래, 하다가 마지막 마디에 문득 손을 멈춘다.)
듣기
기준치: 75/37/15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한아로:... ...
 
그 말을 끝으로 아로는, 그리고 당신은 정신을 잃습니다.
 
의식이 완전히 흐려지기 전, 당신의 뺨으로 떨어져 흘러내리는 눈물 방울의 감촉을 느끼며.
 
.
 
.
 
.
 
당신은 온몸을 덮쳐오는 고통과 함께 힘겹게 눈을 뜹니다.
 
몇 번 눈을 깜빡이고, 주위를 둘러보자 보이는 풍경은, 어제의 그 일이 꿈이 아니라고 되새겨주듯 잔인하도록 선명합니다.
 
몸과 바닥에 낭자한 핏자국, 너덜너덜한 옷, 아로가 급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간 듯 큰 상처는 치료된 몸.
 
이제 난 뭘 어떻게 해야하지, 그런 탈력감에 사로잡힐 때 쯤, 바로 옆 바닥에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울프:(포스트잇을 떼어 확인한다.)
 
급하게 휘갈겨 쓴 듯, 군데군데 핏자국과 젖은 흔적이 가득한.
 
<미안해. 내 집에 언니가 알아야 하는 모든 게 있어. 밤에 봐.>
 
울프:(읽고는 현재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3시쯤 된 것 같습니다.
 
울프:(전화를 걸어볼까...하다가 문자를 보냈다. [괜찮니?])
 
... ...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한참이 지나도 문자는 답장이 없습니다.
 
울프:(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옷은 벗어서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닥의 핏자국을 지우고, 몸을 씻고 상처 위에 다시 드레싱을 했다. 밥을 먹을까, 냉장고를 봤다가 별로 생각이 없어 과일 하나만 집어먹고 말았다.)
(그러다 다시 TV를 틀어봤다. 별 내용은 없을까?)
 
TV를 틀면 지난 밤 또다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에 관한 보도가 흘러나옵니다.
 
이번에도 피해자는 무참하게 난도질을 당한 모양입니다.
 
울프:(TV를 끄고 책을 집어들었다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얼마 읽다가 다시 덮었다. 슬슬 저녁일까, 간단히 옷만 바꿔입고는 아로네 집으로 향했다.)
 
아로네 집으로 향합니다.
 
여기까지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아무도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듯 황량한 거리.
 
이번에도 집 문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울프:(초인종을 울리고는 똑똑, 노크 두 번. 아로야, 하고 조용히 부르며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서자 선명하게 핏물이 말라붙어 있는 발자국이 점점이 이어집니다.
 
발자국은 부엌을 제외한 집안 모든 곳으로 이어집니다.
 
울프:(발자국이 난 곳을 따라 우선 방부터 확인한다.)
 
어제 치운 것이 무색할 정도로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는 방입니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메모장들>과 <작은 책꽂이>가 보입니다.
 
울프:(메모장들을 본다.)
 
각 메모장들의 표지에 적혀있는 숫자를 발견합니다.
 
, 일...
 
, ...
 
펼쳐보면 각 날짜에 해당하는 기록들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자신이 오늘 뭘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도 세세하게.
 
울프:(메모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다가 책꽂이를 건드려본다.)
 
메모들중에 눈에 띄는 메모가 하나 보입니다.
 
어제 아로가 필사적으로 당신에게 감추려고 했던, 그것.
 
< '그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는 것은 울프고, 지구의 멸망이 다가왔다. 그러니 더는 무력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그 날에 전부, 끝을 낼 것. >
 
울프:(나를 왜? 그보다 지구 멸망이라니. 유성우? 하지만 이제껏 유성우가 떨어진다고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게 있었다면 이미 뉴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을 테니까. 그날은, 끝을 낸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항상 소설을 보면 이런 이야기는 한 가지 결말로 향했음을 떠올린다. 나는 그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했지만. 메모를 내려놓고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뒤적거렸다.)
 
최근에 산 듯 깨끗한 책꽂이입니다.
 
안에는 책은 하나도 없고,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것들만 잔뜩 꽂혀 있습니다.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 ,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살인마의 학살> ...
 
...
 
최근 화자되는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신문들 뿐입니다.
 
<관찰> 혹은 <자료조사> 판정
 
울프: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크랩된 기사 속 문장 여기저기에 가로줄이 그어진 채 아로의 글씨가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페이지마다 굵게, 몇 번이고 덧칠된 똑같은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제발 더는 나를 빼앗아가지 마.>
 
울프:(마지막의, 절규와도 같은 문장을 손끝으로 쓸어보다가 내려놓았다. 머릿속으로 계획에 대한 수많은 시나리오들을 떠올려보며 방에서 복도로 나왔다.)
 
오랫동안 사람이 나다니지 않은 듯 구석구석 먼지가 끼어 있습니다.
 
지금은 핏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지만요.
 
울프:(핏자국을 따라 화장실로 향한다.)
 
달칵, 화장실의 불을 키자 별로 깔끔하지 않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어제의 흔적인 듯 굳은 핏자국들이 여기저기 묻어 있습니다.
 
울프:(피투성이가 된 화장실을 보다가 문득 어제 난도질 되어 있던 고기를 떠올리곤 부엌으로 향했다.)
 
<관찰> 판정
 
울프: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화장실을 나서기 직전, 한 구석에 놓여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발견합니다.
 
울프:(멈칫... 비닐봉지를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안쪽을 확인한다.)
 
봉투를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비린내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안에는 검붉은 피가 잔뜩 묻어있는 칼과 여러 번 갈아끼운 듯 새빨갛게 물든 라텍스 장갑들.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당신은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살인의 흔적이라고.
 
울프:(역시 그 연쇄살인은 모두...
봉투를 조여 휴지통 안에 넣고는 뚜껑을 닫는다. 누군가로부터 숨길 순 없겠지만. 부엌으로 나간다.)
 
부엌은 유일하게 핏자국이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제와 비슷한 풍경이네요.
 
울프:(어제 그게 그대로 있을까...? 아로는 밥을 먹지 않았나?)
 
그대로 있습니다. 딱히 식사의 흔적은... 보이지 않네요.
 
울프:(주욱 둘러보다가 거실로 향한다.)
 
거실의 소파 위에 피 묻은 비디오 테이프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설치된 플레이어를 통해 TV로 재생시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울프:(비디오 테이프를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플레이어 안에 넣고 재생시켜본다.)
 
비디오 테이프를 넣자 몇 번 지직거리더니, 곧 화면에 어제와 똑같은 모습을 한 채 입술을 꾹 깨물며 손을 모아쥐고 있는 아로가 들어찹니다.
 
촬영한 시간은 이른 아침인 듯, 닫힌 커튼 사이로 밝은 햇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아로:첫번째 살인은 2주 전이었어요.
언니랑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고, 즐겁게 놀았던 그날 밤에, 태연히 사람을 죽이고 집에 들어와 피를 씻어내던 나를 기억해.
밤이, ... 밤이 너무 무서워. 어김없이 밤은 오고, 세상이 어두워지면 나는 또 누군가를 죽이러 가.
 
화면 속의 아로가 꺼낸 말은, 당신이 줄곧 생각하던 것에 대한 확인 사살이었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은 그 연쇄 살인범이며, 그는 바로 어제, 정말로 당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에 대한, 조준 사격.
 
SANC (1d2/1d4+1)
 
울프: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4+1
굴림: 3
 
이미 단광 걸려있으니...
 
울프:(안 끝났나.....)
 
끝났네요...
 
그럼 이성 -3. 단기광기 해제.
 
한아로:살인을 할 때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몸을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어. 그치만... 그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어.
지구를 지배하고... 멸망시키려고 할 거야.
'그것'의 계획에 방해되는 사람들을 죽인 거야. 주로 고위층 간부들, 그리고...
... 거기엔 언니도 포함되어 있었어....
그래서 언니를 만나지 않으려고 했었어. 언니가 누군지 모르게, 끝까지 감추고 싶었어. 그랬는데...
 
한아로:어제 언니랑 만나서. 그래서 언니를 알고 죽이려고 들었나봐. ... ... 정말 미안해.
내가 몸을 빼앗기는 것은 밤이야. 밤이 되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돼.
이제는 알아. 알아버렸어.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고, 내 미래는 더 이어져서도 안 돼. 소중한 사람들을... 언니를 다치게만 할 거야.
그러니... 언니. ...우리, 오늘 밤에 이별을 고하자.
안녕, 다시는 만나지 말자, 하고...
괴물이 된 나를, 죽이러 와줘. 기다리고 있을게.
 
한아로:나를... ... 구해줘.
 
그 믿을 수 없는 부탁을 끝으로 비디오가 꺼지고, 화면은 검게 물듭니다.
 
무슨 소릴 들은 건지,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별무리가 흩어질 밤에 한아로, 그 자신도 흩어질 생각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를 당신의 손으로 흩어내버려야 한다는 것.
 
아로가 당신에게 부탁한 것은 다름아닌 스스로의 죽음임을. SANC (1d3/1d5+1)
 
울프: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3
굴림: 1
 
이성 -1
 
자동으로 TV 채널로 전환된 화면에서는 연신 오늘 쏟아져내릴 아름다운 유성우에 대한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금일 화려하게 쏟아질 유성우는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장관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어,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는 중이며... ...」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별의 죽음이 수놓아질 하늘 아래에서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내 손에 흩어지기 위해?
 
현재 시간은 오후 6시.
 
예약을 잡아놓은 전망대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리니, 도착하면 밤이 되기 전까지나마 아로와 짧은 대화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 구해줘.'
 
당신은 결정해야 합니다.
 
구원과 죽음이 동의어가 되어버린 그녀에게, 무엇을 건네어줄지.
 
울프:(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현실적인 문제로 쏟아져 내리며 점점 우리를 잠식했다. 도대체 멸망이 다 뭐고, 그것은 어째서 너를 택한 것이며.
어젯밤 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너를 죽이라 했을 것인가. 분명 나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적당한 거리만을 내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소중하지 않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을 네가, 내게 정말 그런 부탁을 하려 했다면 너는 정말로 이 세상 어떤 살인마보다도 잔인한 짓을 내게 한 셈이었다.
조용히 가라앉는 소음과 생각. 너로 인해 새로이 쌓아 올라가던 세계가 고요한 멸망을 맞는 소리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방법이 없나. 너를 구할 방법이. 차라리 네가 아니고 나였어야 했다. 이미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른 것과 다름없던 나였다면 일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너를 지키고 싶었으나 이젠 네게서 빼앗아야 하는 상황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모르지. 하지만 기록을 읽고 보존하는 일을 하는 내가, 그것이 사람의 마지막 생존점이라 생각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달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너도 알고 있었으니 날 택했을 것이다. 그러니 나뿐이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이 일은 오로지 노력과 집착의 문제이겠다. 지난 밤에도 네게 이기지 못했는데,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내가 할 수 있을지.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로 향했다. 전망대로 갈 시간이다.)
 
아로에게로 가는 길이 이렇게나 두렵고, 괴롭고, 비참한 일이던가요.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도착한 그 곳, 유성우가 아름답게 쏟아져내릴 그 곳,
 
아로가 별과 함께 무너져내리기를 바란 그 곳에서, 당신은 고개를 들어 저녁 노을이 지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녀도 당신과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까요.
 
당신과 같은 것을 눈에 담고, 같은 불안을 품에 안고,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을까요.
 
...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차를 타고, 아로와 약속했던 장소, 별이 가장 잘 보일 높은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올라가면 보이는 것은, 벤치에 기대어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던 아로.
 
한 손에는 하얀 약통을 들고 있습니다.
 
한아로:(오려나, 온다면 언제쯤 오려나. 내가 찍어놓은 비디오 봤을까. 바닥을 보며 신발 끝을 툭툭 차고있다.)
 
울프:(차에서 챙겨온 것은 가방 안에 숨기고 네 앞에 섰다.) 오래 기다렸어?
 
한아로:(말소리에 땅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너를 올려다본다. 웃어야할지, 이상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가리려 코 끝을 쓱 문지른다.) 아니. 나야 뭐, 기다리는 거 잘 하잖아. 알면서.
 
울프:(여느 때와 같이 웃으면서) ...힘들었겠구나.
 
한아로:...괜찮아. (어깨를 한번 으쓱 올렸다가 털어버리고 벤치 옆자리를 톡톡 친다.) 잠깐... 앉을래?
 
울프:그래. (옆에 서 있다가 네가 앉으면 그제야 옆에 앉아 하늘을 봤다.) 조금만 더 있으면 별똥별이 내리겠지.
 
한아로:그렇겠지. ... 아쉽다. 언니랑 같이 보고싶었는데.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슬쩍 올려다본다.)
...나한테 화 안났어?
 
울프:화 냈으면 좋겠니?
 
한아로:... ... (어떻게 내가 아니라고 말해. 입술을 깨물다가 다시 고개를 푹 떨어트린다.)
 
울프:농담이야. (작은 소리 내며 웃는다.) 화를 왜 낼까. 네가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더 힘들었던 건 너일 텐데 말이야. 어디에 내가 화 낼 부분이 있지? 난 잘 모르겠네.
 
한아로:... 그치만, 내가... 언니를... (제가 상처를 냈던 곳을 바라본다. 아무리 그때의 내가 '내'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기억만은 생생해. 떨려오는 손목을 꾹 잡아 누른다.) ...다치게 했잖아. 말도 안되는 부탁도......하고.
 
울프:글쎄, 이건, 너도 말했듯이 네가 아닌 무언가였어서. (상처를 흘끔 보고는 정말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눈을 뗀다.) 참, 그렇지. 그건 있었구나. (모른 척 하려던 이야기가 나오자 입을 닫았다. 그렇다 아니다 말도 하지 않고. 그러다 대뜸)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던데. 아로야, 무슨 소원 빌고 싶니?
 
한아로:(그건 있었구나, 라니. 역시... 날 용서할 수 없겠지. 당연한 말을, 나같아도. 최악이다, 나같은 건. 내가 먼저 좋아하고 들이댔으면서 그만 만나자느니, 헤어지자느니... 거기다가 죽여달라는 말까지. 한숨을 내쉬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다.) 다음 생에도 언니 손에 죽고싶다고.
 
울프:....뭐야, 연장자를 앞에 두고 지금 먼저 가는 게 꿈이라는 거야?
 
한아로:... 그거랑은 관계 없잖아. (웃겨주려는 거야, 뭐야. 괜히 픽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참느라 볼이 꿈쩍인다. 하늘 한 번, 언니 한 번. 번갈아서 보다가 네 어깨에 톡, 기대어본다.) 이러고 있어도 돼요?
 
울프:관계가 왜 없어. (어깨 톡 기대지면 코 한 번 잡아 흔들고는 놔준다.) 안될 게 뭐 있어. 분위기도 예쁘고. 그러니까 나한테 하고 싶은 말, 나 아니더라도 하고 싶었던 말 있으면 다 해봐. 이상한 것도 다 들어줄게.
 
한아로:으읍,힝... (코맹맹이 소리. 시무룩하게 코를 한 번 문지르고 내친 김에 팔짱까지 껴본다. 하고 싶은 말이라. 사실 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러고 있으니 아무 생각도 안 나. 그냥 선선한 밤바람이 좋고,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하늘이 예쁘고, 뺨에 닿는 온기가 녹아내릴 것 같은데.) ... 언니, 나 언니 사랑한다?
 
울프:(소리에 귀엽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가, 들려온 말에 옅은 미소만 지었다. 몇 번이고 들었던 듯한 말. 그러나 차마 받지 못했던 말. 오늘 만큼은 그냥 인정해주고, 담아두고 싶은 말들.) ...그래. 또?
 
한아로:(또... 이번에는 손을 깍지껴서 꼭 잡아본다.) 언니랑 한 번도 못 하고 죽는 건 좀 억울하다?
 
울프:음, 그건 좀 억울하겠다. (잘해줄 수 있었는데. 픽 웃어버리곤 반댓손으로 머리를 살살 흩뜨리듯 쓸었다가 내린다.) 또 있어?
 
한아로:... (얌전히 손길을 받다가 눈을 느리게 감았다. 아직 못해본 것도 많고, 언니랑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유성우를 보면서 긴 밤을 보내기도 모자란데. 들숨을 한번 크게 쉬었다가 네게서 몸을 떼고 똑바로 앉는다.) 나보다 어린애는 만나지 마. 술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집 문단속 꼭꼭 잘 하고. 어제 보니까 디지털 키만 가지고는 안 되겠어. 중간 잠금장치랑 그런 것도 달아. 알겠지? 밥도 잘 챙겨먹고. 맨날 일한다고 이상한 사과 쪼가리같은 거 먹지 말고. 가슴 너무 파진거 입고다니지 마. 또... (후우. 숨을 빼고 고개를 젓는다.) 이제 없어.
 
울프:(말이 이어질수록 괜히 웃음이 났다.) 내가 너보다 어린 애를 어떻게 만나겠니, 너도 안 된다고 하는 마당에. (정말 우스워서이기도 했고,) 술은 취하지도 않는데 뭘. ...알았어, 노력해보지 뭐. 옷도. 그래, 밥도. (네가 생각보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이기도 했으며,) 그래도 문은 너 아니였으면 열어줬겠니?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생각보다 너를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깨달아서이기도 했다.) ...하나같이 나에 대한 말뿐이네. 조금은 너만의 이야기도 남기고 싶었는데 말야. (여기에. 하며 깍지 낀 손을 들어올려 네 손등으로 이마를 톡 쳤다.) 그럼 최소한 내가 죽을 때까진 네가 여기에 남아 있을 테니까.
 
한아로:... ... 씨, 그렇게 말 하지 마.. ... (미안해 죽겠다니까. 어쩐지 울컥해서 눈물이 나오려는걸 눈을 꼭 감고 고개를 휘휘 저어 털어냈다. 울긴 왜 울어. 나는 울면 안돼. 떨리는 숨을 다시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진정시킨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입만 열어도 그 사람 얘기밖에 안하게 된다고 그랬어. ... 내가 지금 딱 그러고있네. ...그냥, 그것만 알아주면 될 거 같아. 언니는 내 평생의 이상형이었다고. 언니를 만나서 다행이었다고. 그리고... ...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꼭 깨문다. 언니와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울프:(조용해진 머리를 품에 끌어안아 쓰담았다. 울어도 된다고, 마지막 그 말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 있다고 말하듯이. 차라리 내가 너보다 먼저 울어버린다면 너도 마음을 놓고 울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언제나 비가 아니라 눈이었기에 시원히 씻겨주는 대신 소복소복 쌓여 덮어주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그게 마지막 안타까움이라면 안타까움일지. 한참을 끌어안고 있어 너와 이 몸의 온기가 비슷해졌을 즈음.) ...즐겁고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 아로야. (스르르 풀려나간 손이 가방 안에서 차갑고 단단한 금속을 꺼내어 네 손에 쥐여주곤, 그것을 쥔 네 손을 감싸쥐었다.) 마지막까지 옆에 있을게.
 
한아로:... ... ... (손에 닿는 차가운 금속이 생경하다. 처음 만져보는 총. 생각보다 무겁구나. 영화에서 보던 거랑 다르게... ... 나의 마지막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역시 코 끝까지 차오른 죽음의 물은 무섭다. 도망을 가고싶지만 다리가 저려서 가지 못하고, 몸에 힘이 빠지고 축 늘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이것을 내 머리에 가져다 댈 생각을 하니...) ...언니, 나... 부탁이, 있는데. (울먹이는 말을 억지로 누르고 줄곧 쥐고 있던 하얀 약병을 손 끝으로 돌린다.) 이거... 수면제야. ...얼마 없지만. 내가 내 손으로... 못하겠어. 그러니까... 언니가 도와줘. 도와줄 거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너를 올려다본다.) 잠들게 해줘...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까... 아니, 그래야하니까.
... ...무서워... 미안해, 끝까지 이기적이어서...
 
울프:(흰 약병을 보고는 그제야 그 용도를 깨닫는다. 수면제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은 했었다. 그래도 네가 약에 괴로워하다 죽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보내고 싶지도 않았기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역시 너무 이른 시기에 죽음을 마주한 네게는 그만치도 무서운 것이었으려나.) 아니야, 무서우면 당연히 부탁해야지. 드디어 묻지 않아도 솔직하게 말했네. 잘했어. (네 이마에 입을 맞추곤 냉기 어린 총신을 빼어와 손에 쥐었다. 네가 원하는 결말이 그것이라면, 나야 얼마든지.)
 
한아로:... ... 고마워. ...고마워. (이젠 진짜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 매일 밤마다 피냄새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 당신을 해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그것이 내게 있어 유일한 구원이며, 내 구원을 이뤄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밖에 없음을.) ... 안녕. (한번의 입맞춤조차 허락받지 못한 내 처음이자 마지막 이상형. 떨리는 손에 알약을 쏟아놓고 그대로 입에 털어넣는다. 긴 꿈을 꾸고 난 다음 다시 당신을 만난다면, 조금 더 오래 사랑할 수 있길 바라.)
 
오래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은 아로는 당신의 품에 안기듯 쓰러집니다.
 
... 이제 당신의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울프:...잘 자렴. (굳게 닫힌 두 눈을 마지막으로 조금 더 내려다보다가 공이를 한 번 당겼다. 찰그락, 하고 가라앉은 기계음이 그렇게나 생소할 수가 없었다. 앞에 달린 소음기를 떼어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너를 반듯하게 앉히고, 총구를 네 심장 위에 정확히 조준한다. 세상에 큰 소리로 너의 죽음을 알리고 싶었다. 너희의 웃기지도 않고 재미 하나 없는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누가 자신의 삶과 사랑을 버렸는지 보라고, 발포음 만큼이나 명확한 소리로 외치고자 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되니까. 나만은 오랫동안 널 기억해야 하므로.) 다시 태어나면 나 같은 사람한테 빠지지 말고. 같은 시간을 걷는 사람과 살아가. (조용한 중얼거림 끝에 방아쇠가 당겨진다. 퓩, 하고 고요한 소리로, 나의 내면이 무너지던 그 소리로 총알은 네 심장을 꿰뚫었다.)
 
단 한발.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났습니다.
 
구멍난 심장 뒤편으로 피가 흘러내리고, 그것은 다리를 타고 땅을 적십니다.
 
아로의 숨이 완전히 끊긴 순간, 당신 안의 무언가도 끊겨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정말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다시는 채울 수 없게 된 빈 공간을 느끼며,
 
당신은 유성우가 찬란히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 날, 그 밤에, 눈이 멀어버릴 만큼 찬란했던 유성우는 오로지 당신만이 아는 한 편의 위령제가 되었습니다.
 
쏟아지던 별무리와 함께 흩어져버린 아로의 죽음을 위로하는 빗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이 그녀에게 건네어준 것은 과연 구원이었는지.
 
별이 된 수많은 죽음들 중 하나에 네가 있을지.
 
별무리가 흩어지는 밤에,
 
Best Ending :: 그 밤의 별무리는 우리의 울음이었는지.
 
울프 생환, 한아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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