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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안] 일그러진 수조 2020-01-22

 

KPC 그레나딘

PC 데미안 윌프레드

 

 

 
*
 
20200122
 
Grenadine
 
Demian
 
『 일그러진 수조 』
 
W. 호롱
 
*
 
월요일 아침
 
평소와 같은 아침입니다.
 
날씨가 조금 흐리네요.
 
그레나딘은 오늘도 우두커니 거실에 있습니다.
 
총포상도 직원에게 맡겨버렸고, 임무도 받지 않고 쉰지 조금 됐지요.
 
그 모습이 걱정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건,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러 나가야해요.
 
* 나가기 전 그레나딘에게 관찰 혹은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데미안:(가만히 있는 모습을 쳐다본다. 사람이야 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또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심리는.. 약하니까 관찰을 해보자...)
 
* 좋아요, 굴립시다!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다 약했던걸로)
 
오늘 따라 그레나딘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레나딘:(잠깐 멍하니 너를 보다가 입을 뗐다.) 일 나가냐?
 
* 심리학 굴리고 싶으면... 굴려도 돼요!
 
데미안:...네, 나가야죠. 오늘은 혼자 뭘 할 생각이에요?
 
그레나딘:그냥 뭐... 집에 계속 일을 걸. (딱히 별 걸 할 것 같지도 않고, 계획을 세워도 지킬 것 같지 않으니 두루뭉술하게만 대답했다.)
 
데미안:
심리학
기준치: 45/22/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
 
그레나딘을 살펴보면...
 
당신을 보는 시선이 이상합니다.
 
저건 뭐랄까, 사람을 보는 시선이 아니라
 
꼭 물건을 보는 듯 감정이 없어요.
 
데미안:그럼 집 잘 지키고 있어요.
그런데-..왜 그렇게 봐요.
 
그레나딘:... 내가... (뭘, 하고 물으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곧 일어나서 제 방으로 향했다.) 그래, 오후에 보지.
 
데미안:(따져볼까. 영 거슬리는 시선을 곱씹어 상기하다가 방으로 향하는 모습에 그대로 등을 돌리고 문을 열었다.)
..다녀올게요.
 
언제까지고 저런 무기력한 태도라면 한 소리 할 수도 있을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네요.
 
그를 두고 밖을 나서면
 
오늘도 촬영과 행사들을 거칩니다.
 
모든 일정이 끝마칠 때 쯤이면 해가 기울고 있어요.
 
집으로 바로 들어갈까요, 아니면 어딘가를 들릴까요?
 
데미안:(무기력하게 침체되어 있던 모습을 떠올리곤 들어가는 길에 과자 가게를 들렀다. 보통 그런 건 단 것을 먹으면 낫는다 하지 않던가. 초콜릿과 단 과일이 들어간 것 위주로 사가자.)
 
오늘도 우울하게 앉아 있을 그를 생각하면 뭐든 해주는게 낫겠죠.
 
아직까진 당신의 동거인이니까요.
 
과자가게에서 쇼핑을 마치면, 더 갈 곳이 있을까요?
 
데미안:(박스를 들고 고민한다. 간단한 음료? 커피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 작은 커피집에서 트레이에 자신의 것과 동거인의 것 두 개를 담아 나온다.)
(이 정도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불확실한 기대를 품은 채 귀가한다.)
 
커피까지 샀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월요일 저녁
 
당신이 집으로 들어오면 익숙한 집안의 모습이 보입니다.
 
거실을 살피면 집안 한구석에는 금붕어 수조가 있습니다.
 
오늘도 7마리의 금붕어들이 기포기 사이로 뻐끔거리며 건강하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적적한 집안을 생기있게 만들어주는 예쁜 수조입니다.
 
그러나, 그 거실에선 그레나딘의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어디로 간걸까요?
 
데미안:...? 그레나딘.
(탁자 위에 사온 것들과 짐, 코트를 벗어두곤 그의 방으로 향해본다.)
 
탁자 위에 짐을 내려두곤 그의 방으로 가 방문을 열어보면,
 
그레나딘은 자신의 침대 위에 앉아 식은땀을 흘리며 떨고 있습니다.
 
당신이 다가온 것은 눈치채지 못 한 것 같네요.
 
데미안:(조금 놀란 표정. 역시 조금 빨라진 발걸음으로 다가가 그를 잡는다. 이마를 짚어본다. 열이 있나?)
왜 그래요? 어디 아픈가요?
 
이마를 짚어보면 열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레나딘:(네 손길이 느껴지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마 놀란 것 같기도 했다.) ... 데미안...
(너를 보고 나면 굳어있던 표정이 풀렸다. 그래봐야 일그러진 것을 보면 썩 좋은 상태는 아닌 듯 했다. 급하게 네 옷가지를 그러쥐곤 네 어깨에 제 고개를 묻었다.) 아니... 아냐, 아프진 않아. 그냥...
안 좋은 꿈을 꾼 것 같아...
 
데미안:(얼마나 안 좋은 꿈을 꿔야 사람이 이 정도로 창백해질까. 머릿속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정보가 지나쳐간다. 보통은 잔혹한 꿈. 혹은 끔찍한 과거의 반복. 혹은 그런 미래. 이마에서 떨어져 나온 손이 당신의 등을 쓰다듬는다.)
무슨 꿈인데요.
 
그레나딘:(괜찮다고 할 법도 한데, 제 등을 쓸어주는 손길에 되려 네게 몸을 기댔다.) 사람들이 누굴... 찢어 죽이는 꿈이었는데, (목소리는 잠겨있었다.) ... 그러고 손가득 피랑 살점 따윌 들고 나한테 왔어,
그리고... 그리고, 현관문 소리가 들려서 깬 것 같아. (네 옷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 우리는 킬러니까, 사람이 죽는 일이 새삼스럽지도 않긴 해. 그러니 저가 이런 반응을 보인 게 어리광이나 엄살로 보일까봐 걱정이 됐다. 이런 걸로 걱정하고 싶진 않았는데... 오늘 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기로 한다.)
 
데미안:그랬나요.
(역시나 죽고 죽이는 꿈. 게다가 피와 살. 킬러라 해도 칼을 들고 직접 헤집으며 다니는 살인마와는 다른 일을 하는 직업이었기에 그만한 선혈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짧은 시간 안에 유추하고 그 반응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당신은 총을 쓰는 이가 아니던가. 자신과 같은 취미가 있지 않은 이상은. 아. 혹시 그래서 최근 이 안에만 있었던 건가.)
전에도 같은 꿈을 꿨어요?
 
그레나딘:(답잖게 비위가 약한 편이긴 했다. 킬러로 6년 살았다 한들 그 전까진 아주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도련님이었고. 살인이 즐거워 하는 작자도 아니었으니. 손으로 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건... 기억이 잘 안 나. 아마... 아마 있었을지도 모르지.
(조금 고민하다가 입을 뗀다.) 식사...라도 준비해주고 싶은데 오늘은 좀, 쉬어도 될까. 나... 좀, (매일 쉬어오긴 했으니 이런 말도 웃겼지만, 정신적으로 내몰린 듯 했다. 횡설수설 말을 뱉는다.)
 
데미안:기억나지 않으면 떠올리지 마세요.
(네에, 하고 가볍게 대답하더니, 등을 토닥이곤 당신을 놓는다.)
식사는 알아서 할게요. 그 전에,
(거실로 나가 사왔던 것을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것들을 당신의 침대와 가까운 곳에 놓아둔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길래 사와봤어요. 맛있는 걸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조언을 들은 적이 있어서. 괜찮다면 먹어두세요. 빈 속은 몸에 좋지 않아요.
 
그레나딘:(가만 침대에 앉아 네가 다녀오는 뒷모습을 봤다. 협탁 위에 올려진 것들에선 단내가 났다.) ... 어, (고맙다는 말을 할지 말지 조금은 고민한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우리의 이런 관계만큼은 너도 나도 당연했으니까.)
... 경험담도 아니고 들은 조언이라니 웃겨, (이리 대답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나 씻고 곧 잘테니까...
(잠시 시선이 허공을 헤맨다.) 있잖아, 안... 자기 전에 할 일... 많아?
 
데미안:그야 저는 기분이 나쁘면...
(일을 하러 나가거나. 뱉으려다가 잠시 당신의 꿈 내용을 떠올리곤 건너뛰었다.)
책을 읽으니까요. 하지만 딘은 아니잖아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방식을 원하시면, 드려요? 책.
(실없는 농담을 하며 웃는다. 그럼 쉬세요. 곧 나갈 듯이 방문을 잡았다가, 부르는 소리에 그대로 선다.)
아니요. 대본 정도만 다시 읽어보면 되는데. 왜요?
 
그레나딘:(감정적인 저와 달리 아무 것도 느끼지 못 하는 네가 짜증날 따름이었지만, 내가 너를 싫어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네가 일말의 인간성을 흉내낼 줄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킨다면 전부 속아줄테니까,) ... 숙면하란 의도로 주는 거라면 5장 정돈 읽을 수 있겠지.
(입술을 달싹이다가 입을 연다.) ... 혹시 네 방에서 자도 돼? (구구절절한 변명을 할 여력은 없었다.)
 
데미안:....또 무서운 꿈을 꿀 것 같아서요?
(키득거리며 되돌아 당신에게 향한다. 뻗은 손으로 그 얼굴을 감싼 꼴이 꼭 잠들기 전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부모와 같은 모습이었다. 반은 놀림이고 반은 즐거움이었다. 두려운 상황에 대한 퇴행적 방어기제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당신에게서 보게 될 줄이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옆에서 자그맣게 떠들어대도 잠들 수 있다면 제 방으로 오세요. 팔 안에 꼭 붙잡고 재워드리죠.
 
그레나딘:(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진 알 턱이 없었다. 특히 네 앞에서 더 앞세우던 자존심도 지금은 제 알 바가 아니었다. 네 손목을 가볍게 쥐곤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따지자면 네가 즐거운 기색이었지만, 이에 대해 토달진 않기로 한다.) ... 좋아, 그럼 조금 있다가 찾아갈게.
 
데미안:네에, 천천히 오세요.
(끄덕이곤 방을 나섰다. 식사도 해야 하고, 씻기도 해야 하고, 잠자리도 준비해야 하고. 할 일이 많으니 빠르게 움직이기로 한다.)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무엇 하나 거를 수 없죠.
 
식사와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레나딘은 이미 당신의 방 침대 위에 웅크리고 누워있습니다.
 
깨워도 될 일이죠.
 
아니면 내버려두고 당신의 일을 할까요?
 
데미안:(대본을 달랑달랑 들고 들어와 웅크려있는 그를 본다. 잠에 들었나? 조용히 그가 누운 쪽 옆으로 들어간다.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는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잠에 들었다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굳이 깨우지 않아도 될 일이다.)
(편한 꿈을 꾸고 있을까...)
 
숨쉬는 소리가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인상을 쓰거나 크게 뒤척이는 일은 없네요.
 
곧 괜찮아지겠죠.
 
내일을 위해 대본을 몇 번 읽어보고 당신도 잘 준비를 합시다.
 
데미안:(불안하다? 그럼 슬쩍 머리를 어루만져본다...)
 
당신이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면 부비적거리더니 얌전해집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요.
 
데미안:(그럼 안심하고 대본을 읽은 뒤 잠에 든다...)
 
월요일 밤
 
대본을 몇 번이고 읽어본 당신도 딘 옆에서 잠에 듭니다.
 
오늘 하루도 고단했네요.
 
* 완전히 잠든 후, 데미안 듣기 판정합니다.
 
데미안: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부스럭거리는 소리 사이로,
 
당신은 자신을 부르는 실낱같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잘못 들었나 생각하고는 다시 잠에 빠집니다.
 
... ...
 
화요일 아침
 
아침이 되어 일어난 당신이 방 밖으로 향하려 하면,
 
침대 아래 바닥이 축축합니다.
 
확인하면 침대 바로 옆에 금붕어가 한마리 떨어져 죽어있습니다.
 
이게 왜 여기에?
 
* 당황스러워진 안, San C. 0/1
 
데미안: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금붕어도 점프를 하나?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금붕어를 들어올린다.)
...아. (그레나딘. 어젯밤에 함께 잤다는 걸 떠올리곤 침대를 본다.)
 
그레나딘을 확인해보면 아직 곤히 자고 있습니다.
 
깨워 같이 처리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데미안:(굳이 깨울 필요가 있을까. 또 악몽을 꾸는 기색이 없다면 혼자서 처리하자.)
 
좋아요, 그는 자도록 내버려두고 이미 죽은 금붕어를 보내줍시다.
 
변기에 흘려보내주거나 묻어주거나, 쓰레기통도 괜찮을 거예요.
 
데미안:(금붕어... ... .... .....키친타올에 잘 말아 휴지통에 넣는다.)
 
금붕어를 잘 싸서 휴지통에 넣어줍니다.
 
간단하게 아침이라도 먹고 또 출근을 준비해야겠네요.
 
데미안:(토스트와 과일 등. 아침을 차려놓고 그레나딘을 깨우기로 한다. 그래도 식사 정도는. 방으로 돌아가 그의 몸을 흔든다.)
딘. 일어나요.
 
그레나딘:... 어, (일찍이 자긴 했으니... 흔들어 깨우면 인상을 찌푸렸다가 금세 몸을 일으켰다. 손등으로 눈가를 쓸었다.) 왜... (이렇게 말해도 네가 들고 온 것들을 보면 깨운 이유는 뻔했지만.)
 
데미안:(식탁 쪽을 향해 고갯짓)
아침 먹자고요. 정신 차리고 나와요.
 
그레나딘:(마저 자도 되는데... 그냥 잘까...)
(짧게 고민하다가... 깨워준 성의가 있으니 일어나서 주방으로 향한다.) 시간... 괜찮냐, 그냥 나가도 되는데.
 
데미안:계속 자면 소 돼요.
(툭 내뱉곤 나가서 식탁 앞에 앉는다. 나오는 모습을 보고선 포크를 들고)
늦으면 또 어쩔 건데요. 내가 주연인데. 좀 더 기다리라고 하죠 뭐.
 
그레나딘:미친놈... (하여간 지 잘난 맛에 사는 인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니 눈을 가늘게 뜨고 널 봤다가 식탁 앞에 앉는다. 토스트를 집어 든다.얹혀사는 것부터가 짐이 되는 일이었지만 부쩍 도움 받는 일엔...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머리를 굴린다.) 잘 먹을게,
(결국 이런 말을 끝으로 토스트를 먹기 시작했다.)
 
데미안:(씩 웃는다. 과일을 우물거리다가 문득 생각난 듯)
저녁은 뭐 먹을까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올게요.
 
그레나딘:음... 연어? (사다 주면 나야 좋지. 오늘도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도 되겠군. 이런 생각을 하며 일어나 잔 두 개에 우유를 채워 돌아온다.) 집에 와인이 남아있던가...
 
데미안:연어요. 프레시마켓이라도 들러야겠네요.
와인, 어딘가에 하나 있긴 할 텐데. 까먹었어요. 저 없는 동안 잘 찾아보세요. (웃음)
 
그레나딘:집에 없으면 문자로 보내둘게. (뻔뻔스럽게 말한다. 접시를 비우고 과일을 몇 개 집어 먹고 나면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야, 슬슬 가야지.
 
데미안:네, 뭐. 이왕이면 알아서 사오시면 더 좋고요.
(식기를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제 걸쳐두었던 코트를 넣어두고 다른 코트를 골라 걸쳐입는다.)
뒤처리는 부탁드릴게요.
 
그레나딘:어, 다녀와. (현관까지 나가 너를 배웅하진 않기로 한다.)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요, 계속 자도록 내버려둘 순 없죠.
 
깨워 식사까지 함께 했으니, 이제는 정말로 출근 해야 합니다.
 
화요일 점심
 
어제 읽어둔 대본 덕분에 촬영은 더 수월했습니다.
 
잠깐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확인해보면 문자가 도착해있네요.
 
데미안:(정말 와인 사오라는 건가? 확인해본다.)
 
그레나딘 [금붕어 6마리네. 한마리 어디갔냐?]
 
데미안:아.
(곰곰 고민하다가 보낸다.)
[번지점프해서 죽었던데요. 치워뒀어요.]
[한 마리 더 사가요?]
 
그레나딘 [어이없네...]
 
그레나딘 [됐어. 그냥 연어만 사와.]
 
그레나딘:(물고기가 죽은 것도 모르고 연어를 먹자고 했다니...)
(아냐, 상관 없다... 둘은 종류가 다르니까...)
 
그러고 보니 수조는 거실에 있습니다.
 
금붕어가 단순히 수조 밖으로 뛰어 당신의 방까지 갈 수 있던가요?
 
묘하게 찝찝한 기분이 듭니다.
 
데미안:...
 
그래도 경찰을 부를 일은 아니겠지요.
 
이후 촬영도 순조로운 편이었습니다.
 
이런 일에 흔들릴 사람은 아니니까요.
 
촬영장을 나서면 밖은 어두워져있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데미안:(연어를 사기로 했지만)
(생활용품점으로 간다. 수조 위쪽을 막아둘 만한 것을 구입하러.)
(아크릴 판막이를 구입하고는 식료품점으로 가서 연어도 산다. 그러고서야 문자를 보내본다.)
[ 와인 찾았어요? ]
 
그레나딘 [소비뇨 블랑 한 병 있던데.]
 
데미안:[ 잘됐네요. 곧 가요. ]
(보내놓곤 곧장 집으로 향한다.)
 
연어와 아크릴 판막이를 샀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갑시다.
 
화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면 그레나딘이 간단히 테이블을 세팅해둔 후입니다.
 
그레나딘:왔냐,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데미안:네에, 싱싱한 연어랑 함께요.
(테이블 위에 연어를 올려두고 수조 쪽에 판막이를 기대 놓는다.)
 
그레나딘:(올려둔 연어는 포장을 뜯고 화이트 와인은 코르크를 열어 잔을 꺼냈다.) 뭐해?
 
데미안:혹시라도 또 튀어나올까봐요.
(어떻게 튀어나왔는진 모르겠지만, 그거 아니고선 딱히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창고를 열어 테이프를 꺼내들고는 판막이를 댄 뒤에 대강 붙여놓는다.)
이러면 적어도 자살은 더 못하겠죠.
(거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기에 금세 식탁으로 돌아와)
괜찮은 저녁이네요.
 
그레나딘:수조를... 완전 고문시켜놨군... 댁이 웃기는 양반인 게 하루이틀은 아니지만... (못마땅하다는 눈이었다. 조만간 수조 위를 닫을 걸 새로 구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은 함께 식사를 시작합니다.
 
최근 입맛이 없어 보였던 그레나딘도 잘 먹는 눈치네요.
 
* 그 와중, 데미안 관찰 판정합니다.
 
데미안:(제대로 먹고 있나? 오늘은 중간에 안 잤을까? 빤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잘 먹고 있습니다.
 
조금 뿌듯하게 생각해도 될 거예요.
 
그러던 중, 식사를 하던 딘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집니다.
 
* 이어, 아이디어 판정합니다.
 
데미안: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리고보니, 예전에도 딘은 식사를 하다가 종종 표정이 굳었습니다.
 
어디가 불편한걸까요?
 
데미안:왜요, 돌이라도 씹었어요?
 
그레나딘:... 아냐, 그냥... 마저 먹기나 해.
 
데미안:그렇게 썩은 표정 해놓고 그냥 먹으라뇨. 별로면 말을 해요. 제가 그런 걸로 뭐라고 하는 사람 아닌 거 알면서 그래요.
 
그레나딘:썩은 표정 아니었거든...? (네 말엔 인상을 구겼다. 새삼스러운 반응은 아니고, 버릇같은 것이었으니.)
(포크로 붉은 연어살을 툭 찔렀다.) 어... 식사 할 때 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출처를 모르겠어서.
 
데미안:....아하.
(순간 조금 와닿는 것이 있었다. 그 꿈. 그러고 보니 그런 내용의 책도 있었지. 아무렇지도 않게 연어 하나를 찍어 입에 넣는다.)
비건이라도 되어가고 있나요.
 
그레나딘:음... 그럴 일은 없을 걸. 안타깝게도 난 풀만 먹고 살 진 못 하거든.
(따라놓은 와인을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장면인데... 영화에서 봤던 걸지도 모르겠군.
흔한 장면이니까.
 
데미안:흐음. (머릿속으로 영화들을 뒤적여본다. 비슷한 장면이 있던가.)
식사를 하는 게 왜요? 그 자리에 대해 굉장히 불쾌한 이미지라도 떠오르나보죠? 그게 입맛을 떨어뜨리나요?
 
그레나딘:식사하다가 자꾸 생각나... 아마... (네 말을 곱씹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그만 생각할래. (연어 한 점을 찍어 포크채로 네 입가로 들이밀었다.)
 
데미안:(원인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빤히 당신을 쳐다보면서 우물거리길 한참. 당신이 포기했기에 그 역시 그만두었다.)
그래요.
..? ...먹기 힘들어서요?
(입 앞에 들이밀어진 연어와 당신을 번갈아 보다가 입을 벌려 연어를 텁 문다.)
 
그레나딘:... 생각하기 싫어서. (부가적인 설명은 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자면 저도 설명할 자신이 없다. 이미 보여줄 모습은 다 보여줬지만 아무래도 공포심까지 네게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함께 식사가 끝날 쯤엔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밤을 맞이합니다.
 
화요일 밤
 
하루를 마친 당신은 오늘도 깊게 잠이 듭니다.
 
* 데미안, 듣기 판정
 
데미안: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 고요한 밤입니다.
 
방해 없이 깊은 잠을 자고 있으면,
 
... 잠시후 당신의 뺨에 차가운 것이 톡 떨어집니다.
 
잠에 취해 뒤척이다보면, 누군가 자신의 턱을 잡아 벌려 미끌거리고 축축한 것을 밀어넣습니다.
 
차갑고, 기괴하게 꿈틀거리고...
 
비릿한 맛이 확 퍼집니다.
 
화들짝 놀라서 깨어나면 자기 입안에 살아있는 금붕어가 들어있습니다.
 
데미안:?!
 
* 데미안 San C. 1/1d3
 
데미안: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데미안 San-1
 
앞을 바라보면, 어둠속에서 번들거리는 두 눈동자가 보입니다.
 
이 실루엣은 분명 그레나딘입니다만,
 
그 눈빛은 몽롱하면서도 광기로 점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상황이며, 소매가 젖어있는 그를 보면...
 
설마, 그가 당신에게 금붕어를 먹인건가요?
 
* 데미안 San C. 1/1d3
 
데미안: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 데미안 San-1
 
등줄기로 소름이 돋는 기분입니다.
 
입안에 든 것은 어떻게 할까요?
 
데미안:(손으로 받친 채 뱉어낸다. 아직 살아있는가?)
 
손에 금붕어를 뱉어내면 꿈틀거리던 것은 곧 축 늘어집니다.
 
데미안:(옆으로 던져버리고 그레나딘을 붙잡는다.)
뭐예요? 왜 이래?
 
바닥으로 금붕어가 툭 떨어집니다.
 
당신이 뭐라 말해도, 그레나딘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합니다.
 
그저 풀린 눈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그레나딘:... 데미안, 거부는 용서받지 못해.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집니다.
 
데미안:제기랄, 뭐라는... 딘- 그레나딘! ...데클란!
(이게 뭐지? 뭘 용서해? 뭘 하는 건데? 이름을 소리치며 그의 뺨을 두드려본다.)
 
살펴보면 그는 잠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손길에도 일어나진 않네요.
 
데미안:(도대체 무슨... 그를 툭 놓아두곤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지금 시간은? 입 안에 아직 비릿한 맛이 남은 것 같아 괜히 손등으로 문지른다.)
 
지금 시간은 3시 20분을 막 지나고 있습니다.
 
당신의 바닥엔 금붕어의 시체와 쓰러진 그레나딘이 있어요.
 
일단 수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데미안:.... (시간을 보고선 한참 상황을 정리하려 머리를 굴려보지만 영 이해가 되지 않아,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던졌던 금붕어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똑같이 키친타올을 뜯어 감싸 휴지통에 넣었다.)
 
오늘 죽은 금붕어도 휴지통에 잘 넣어주었습니다.
 
데미안:(잠들 수 있을까.
...아니. 잠들진 못할 것 같다. 휴지통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 수조를 본다.)
 
거실에 나와 수조를 바라보면 테이프로 감아둔 수조는 엉망으로 뜯겨 있습니다.
 
아크릴 판자도 바닥을 뒹굴고 있네요.
 
데미안:물고기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를 헝클인다. 이래서야 소용이 없잖아. 잠들기 전에 그를 묶어놓아야 할까? 그랬다가 전처럼 악몽 꾸고 혼자 뻘뻘대고 있으면? 복잡한 머리에 소파에 앉아 자신의 방을 쳐다본다. 언제 깨어나게 될까. 이대로 쭉 자는 건가? 잠이 다 깬 김에 그대로 날밤을 샐 생각이다.)
 
이 기묘한 일들에 그레나딘에게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쩐지 당신까지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네요.
 
여전히 당신의 방은 조용합니다.
 
그레나딘은 아직 그 바닥 위에 쓰러져있겠네요.
 
이대로 밤을 샐까요?
 
데미안:(저걸... 옮겨야 하나? 바닥에 쓰러진 그레나딘을 한참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침대 위에 정자세로 눕혀놓고는 그 옆에 올라 앉는다. 어젯밤 잠들기 전처럼.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밤을 지샌다.)
 
그레나딘을 침대 위로 옮겨놨습니다.
 
그는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합니다.
 
악몽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깨우기엔 역시...
 
데미안:(아침까지 지켜보고 깨지 않으면 그때 깨우자.)
 
죽을듯한 침묵이 흐릅니다.
 
아침이 올 때 까지요.
 
수요일 아침
 
잠을 자지 않았으니 뒤숭숭한 일 때문에 늦잠을 잘 일도 없습니다.
 
해가 뜨고서도 그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깨우도록 할까요?
 
데미안:(슬슬 눈이 감실거리던 차에 시간을 보니 일어날 시간이 가깝다. 손끝으로 당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린다.)
....그레나딘.
 
그레나딘:(톡 건드리는 감각은...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인상을 찌풀 쓰더니 대답 없이 눈만 떴다.) ... 뭐야, 왜,
(내 방이 아니지, 따위의 반응이었다.)
 
데미안:(꽤 피곤한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머리도 자다 일어난 그대로 만지지 않아서 이리저리 삐쳐 있고, 눈에도 졸음이 올락말락하니. 그러나 그런 몰골이든 어떻든 언제는 신경을 썼던가. 일어나자마자 뭣하지만, 한숨처럼 목소리를 냈다.)
기억 안 나나요.
 
그레나딘:(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제 방이 아닌 것도 그렇고, 잠이 부족해 보이는 네 모습도 그렇고. 묘하게 잠긴 목소리는 생기 없이 들렸다.) 뭐가 기억나...
우리 어제 씹뜨기라도 했냐? 그런거면 진짜 기억 안 나는데...
 
데미안:(생각치도 않았던 물음에 피식 웃음이 샜다. 기억이 안 난다면...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딱히 이렇다 할 해결책도 없는데.)
서운하네요. 어제 그렇게 좋다고 제 입속을 휘저어 놓고서.
 
그레나딘:뭐...? (네 말에 미간을 구겼다. 제 목가를 더듬는다. 그러고선 네 셔츠깃을 열어 목선을 확인한다.) 안 한 것 같은데...?
(애초에 와인 한 병을 나눠마시고 취할 위인들이 아니긴 했으니.) 댁, 덜 자서 헛소리하는 건 알겠는데... 출근하러 가야지. 하루 병결 낼 거야?
 
데미안:... (뭘까. 여기저기 확인하는 듯 하더니 제 목덜미를 확인하는 모습에, 떠오르는 가설이 있어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네, 맞아요. 덜 자서 헛소리 하는 거죠. 그런데 왜 덜 잤을까요.
(맞춰보라는 듯 팔에 턱을 괸 채 쳐다본다.)
낼까요. 병결.
(그러네. 어떻게 할까. 새벽의 그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촬영 내내 거슬릴 것 같긴 한데. 게다가 오늘 일정은...)
예능 출연이긴 한데.
 
그레나딘:음... (성의 없이 고민한다. 네가 저를 안고 옮겨놨을 리는 없으니 네 방에 왔다면 제 발로 왔을 것 같은데... 당췌 기억.. (성의 없이 고민한다. 네가 저를 안고 옮겨놨을 리는 없으니 네 방에 왔다면 제 발로 왔을 것 같은데... 당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몰라, 인마. 어제 술 까고 카드게임하다가 늦게 잤었나?
됐어, 나가봐. 잘난 인간이 빠지면 한동안 시끄럽게 술렁일테니... 차에서 눈 좀 붙이던가.
 
데미안:(부스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로 가 머리를 몇 번 빗고는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묶는다.)
그래야겠네요. 안사람 먹여 살리려면 바깥사람이 열심히 뛰어다녀야죠.
(또 간밤의 일을 오해할 만한 말을 내뱉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당신이 있든 말든 웃옷을 휙 벗으면서)
거기서 보고 있을 건가요?
 
그레나딘:뭐... (네 말에 시선이 빗겨나간다.) 금방 다시 일 할테니까. 여기서 지낸 만큼 돈도 주고 얼른 나가도록 하지. (네가 눈치 줄 의도로 한 말은 아닌 건 알지만 본인은 부러 신경쓰이게 말한다. 네가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을 알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주 일말의 미안함 정돈 느끼긴 했다.)
... 아, (한 박자 늦게 몸을 일으킨다. 사실 맨몸을 보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저가 이 방에 죽치고 있을 이유는 없어서였다.) 아침 차려줄까? 그냥 나갈래?
 
데미안:돌려줄 필요는 없어요.
(손을 내젓고는 새 옷을 하나 꺼낸다. 입던 옷을 바구니에 던져넣으며)
해주면 먹고 가고요. 더 잘 거라면 알아서 먹고 올게요.
 
그레나딘:어, (대강 대답한다. 확 자버릴까... 싶다가도 네 꼴이 평소 같지 않아 투덜거리며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그래봤자 버터를 발라 구운 식빵에 누텔라를 바른 게 고작이었다. 물고 나가거나 안 먹으면 본인이 먹으면 그만이고. 성의의 의미로 자주 먹던 커피사탕도 올려둔다. 제 몫은 시리얼이었으며 식사랄 걸 챙기지 않던 작자였으니. 더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이후 거실 소파에 앉아 TV나 켰다. 그 모습은 참 태평해 보였을 것이다.)
 
데미안:(그럴듯하게 차려입고서는 거실로 나온다. 주방에 뭔가 있는 것이 보이기에 다가가, 그 위에 놓여있는 걸 보고는 만족스럽게 들어올렸다. 한 입 베어먹자 버터의 향이 올라와 절로 웃음이 떴다. 식빵은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해치우고 옆에 놓여 있던 커피사탕을 집어 주머니 속에 넣으며 현관으로 향하다가, TV를 보는 당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또 이상한 낌새를 보이지는 않는지. 마지막으로.)
 
* 데미안, 관찰 판정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레나딘에게 특별한 낌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TV리모콘을 조작하는 그의 손톱들이 깨지거나 부러져있네요.
 
어제 밤의 일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합니다.
 
매니큐어가 검어서 본인은 눈치채지 못 한듯하지만...
 
일을 다녀오고 알려줘도 될 것 같네요.
 
데미안:....
(못 본 척 몸을 돌려 문을 열었다.)
다녀올게요. 디저트는 챙겨가요. ...아. 그리고 오늘은 좀 늦을 수도 있는데, 만약 저 늦으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저녁 드세요. 안 먹진 말고요.
 
그레나딘:늦어? (반사적으로 되묻곤 소파에 늘어졌다.) 어, 그래. 다녀와.
 
오늘도 배웅은 해주지 않네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하는 그레나딘을 보면 지난밤의 일들은 모두 악몽 같았습니다.
 
하지만 수조를 보면,
 
지난밤이 현실임을 증명하듯 금붕어가 5마리뿐이었어요.
 
찝찝한 마음으로 일터로 향합니다.
 
수요일 점심
 
우려하던 대로 예능 촬영 중에도 엇새벽 그레나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입안에는 아직도 금붕어의 미끄덩거리는 촉감과 비릿한 향이 맴도는 것 같아서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그간 죽어버린 금붕어를 생각하면 착잡하고 불쌍하기도 합니다.
 
돌아가면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 하겠죠.
 
이쯤되면 확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레나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요.
 
...
 
오늘따라 버겁던 예능 촬영을 마치면,
 
어디로 가도록 할까요?
 
데미안:(잠시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해뒀던 것이 있어, 그가 돌아와서 자신에게 물건을 넘겨주고 나면 고마워요, 한 마디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합시다.
 
수요일 저녁
 
돌아온 집은 어쩐지 조용합니다.
 
거실은 물론 주방이며 욕실에서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데미안:그레나딘, 있나요.
(설마 또. 이틀 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방문을 열어본다.)
 
그레나딘의 방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거실로 돌아오면 테이블엔 쪽지 하나가 놓여있어요.
 
「 잠시 나갔다가 올게. 」
 
이런 말이 쓰여있습니다.
 
데미안:웬일로...
(쪽지를 내려놓곤 편한 복장으로 환복한 뒤 소파에 앉는다. 손에는 아까 받아왔던 투명한 매니큐어가 들려 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늘 무기력하던 사람이 어디를 간 걸까요?
 
기다리면 돌아오긴 할 겁니다, 아마도요.
 
요즘 이상했던 그의 모습을 곱씹으면 왜 그랬을지 이유가 가늠가지 않습니다.
 
잠시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방이라도 들려볼까요?
 
데미안:(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올 기색이 보이지 않자 일어나서 수조를 들여다본다. 다섯 마리. 오늘밤에도 내 입 속으로 한 마리가 들어오려나.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그의 방으로 들어가본다. 저쪽 방에선 꽤 잘 자던데. 여기에 무언가 특별한 거라도 있는 걸까. 부두술...이라거나.)
 
▶ 그레나딘의 방
 
환기를 했는지 방 공기가 약간 쌀쌀합니다.
 
* [책상/책장/침대]를 조사 가능합니다.
 
데미안:(가장 눈에 띄는 침대 가까이로 다가간다.)
 
그레나딘의 침대입니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베개가 식은땀으로 젖어있습니다.
 
또 악몽이라도 꾼 걸까요.
 
* 데미안, 관찰 판정합니다.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눈....!!)
 
헝클어진 침대는 대신 정리해줍시다.
 
조금 있다가 다시 확인하러 와도 좋을 것 같네요.
 
데미안:(베개를 세탁이라도 맡겨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책상을 본다.)
 
책상 위엔 노트 한권이 놓여 있습니다.
 
그레나딘이 임무를 받을 때면 일정을 적어두던 작은 노트예요.
 
데미안:(조심스럽게 그 위치 그대로 노트를 펼쳐본다.)
 
아마 당신도 알만한 임무들과 생소한 임무들이 캘린더에 적힌 페이지를 지나가면,
 
뒷장에서 낙서 한 장을 발견합니다.
 
선도 어딘가 불안하고, 휘갈기듯 그려서 알아보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식탁 앞에 모여 무언가를 먹는 모습 같습니다.
 
그레나딘의 그림일까요?
 
그림 속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한 페이지가 찢어진 흔적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데미안:(초등학생 시절의 그림일까 ... 생각했다가.. 곧 식탁에서 들었던 애기를 떠올린다. 찢어진 페이지를 봤다가, 다시 그림을 본다. 찢어낼 수 있나?)
 
찢어가도 무관합니다.
 
데미안:(몰래 그림만 찢어내고 노트를 다시 덮는다.)
(책장으로 눈을 돌렸다.)
 
평범한 책장입니다.
 
그레나딘의 취향인 책들로 이루어져있지만 몇 권 없네요.
 
별로 독서를 반기던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 관찰 판정합니다.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을 볼 때만 일하는 눈)
 
책 한권에만 책갈피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가 요즘 읽는 책일까요?
 
책갈피가 꽂혀있는 부분을 펼쳐보면,
 
가족들이 한 여성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이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폭력적인 태도가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네요.
 
데미안:...?
...
 
* 데미안, 한 번 더 관찰 판정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그리고 당신은 동화책 한 권을 찾습니다.
 
인어공주로 삽화는 훌륭한 편입니다.
 
멋진 그림에 저절로 책장이 넘어갑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인어공주는 왕자를 위해 희생하고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비극적인 삽화를 옆에 두고, 동화의 내용은 이 희생이 진정하고 아름다운 사랑임을 예찬하며 끝이 납니다.
 
데미안:...
(여전히 아름다운 개소리다. 동화는. 그나저나 이런 게 취향이었나. 도대체 거기엔 왜 북마크를 해둔 거지. 생각하다가 다시 책을 되돌려놓는다. 인어... 물고기...)
(다시 침대 위를 훑는다.)
 
* 관찰 판정합니다.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 진짜 한 번만 더!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이 때 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외출한 그레나딘이 돌아온걸까요?
 
데미안:(급히 방을 나온다. 우연히 그 앞을 지나고 있었던 것처럼... 속을까? 현관쪽을 본다.)
 
당신은 급하게 방을 나오다가 그의 방에 있던 쓰레기통을 걷어찹니다.
 
요란한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자주 비운 것인지 쏟아질만한 것도 없네요.
 
단지 구겨진 종이 한 장만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데미안:(현관을 주시하면서 조용히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휴지통을 정리하는 척, 구겨진 종이를 본다.)
 
아마도, 노트의 찢긴 부분 같습니다.
 
아까 본 낙서와 비슷한 그림인데...
 
붉은색 펜으로 난잡하게 그어놨습니다.
 
자세히 보면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입에, 피가 줄줄 흐릅니다.
 
식탁 가득 피로 점칠 되어 있습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집니다.
 
이것도 그레나딘의 그림인가요?
 
* San C. 1/1d3
 
데미안: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 데미안 San-1
 
찢어진 종이 뒷면에는 휘갈겨 쓴 글이 적혀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데미안:.....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거실에서 나고 있습니다.
 
슬쩍 밖을 보면 그레나딘이 검은 봉투에서 수조의 기포기를 꺼내고 있네요.
 
당신이 자신의 방에 들어갔단 사실은 눈치채지 못 한듯 합니다.
 
데미안:(학대라도? 같은 생각을 하며 종이를 주머니에 챙겨넣고는 소리가 나지 않게 그의 뒤로 향한다.)
....뭐해요.
 
그레나딘:아, 깜짝이야... (눈을 가늘게 뜨곤 널 올려다봤다.) 아까보니깐 금붕어가 또 한 마리 없어졌더라고...
기포기의 문제인가 싶어서 교체하려고 사왔어. 할 거 없으면 금붕어 옮기게 그릇이라도 가져와.
 
데미안:...
있잖아요.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매니큐어를 손 안에 꾹 쥔다. 지금? 아니면 조금 이따가? 몇 초간 고민하다, 그냥 주방으로 향해 커다란 그릇을 들고 온다.)
여기요.
 
그레나딘:어, (네가 내미는 그릇을 받으면 조심스레 금붕어를 몰아 그릇으로 옮겨주었다.)
그리고 왜? (네가 잠시 할 말이 있었던 것 같아 입을 뗀다. 기포기를 교체하느라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데미안:(대답 없이 그 모습을 쳐다보다가 금붕어가 든 그릇을 식탁 위에 놓고는 화장실에서 수건을 들고 온다. 교체 후 닦으라는 뜻으로 수건을 건네주며, 매니큐어를 함께 건넨다.)
 
그레나딘:(이런 건 어려운 일이 아니긴 했다. 총도 뜯어고치는 판국에. 금세 갈고 나면 고맙다는 듯 고개를 대강 끄덕이며 수건에 손을 닦았다. 그러다 내밀어진 매니큐어를 보며 너를 올려다봤다.) 이건... 뭔데?
 
데미안:손톱이요.
(당신의 손 쪽을 향해 턱짓한다.) 다 깨졌잖아요.
 
그레나딘:(네 말에 묘하게 인상을 썼다. 물에 닿으면 따갑긴 했으니까. 끝엔 칠이 벗겨진 손톱을 확인했다.)
 
함께 그레나딘의 손톱을 살펴보면 그 끝은 아침에 보았듯이 깨져있습니다.
 
그리고... 손톱 밑에 살점과 피가 엉겨붙어있습니다.
 
분명 아침엔 못 본 것입니다.
 
그레나딘:... 새로 바르긴, 해야...
 
데미안:....일 갔다 왔어요?
 
그레나딘:아니...
 
데미안:어디 다녀왔어요? 그렇게 안 나가고 버티더니.
 
그레나딘:기포기 사러 수족관,
 
* 데미안,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데미안:그게 끝?
심리학
기준치: 45/22/9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레나딘:... 어.
 
그레나딘은 거짓말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의 표정에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이 섞여있단 점이겠지요.
 
무언가 숨기고 있는 건 맞을겁니다.
 
* 이어 관찰 판정합니다.
 
데미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기포기를 교체한다고 걷었던 옷소매 사이로 그의 손목이며 팔이 드러납니다.
 
거기엔 손톱으로 할퀸 자국과 피부를 뜯은 흔적이 선합니다.
 
데미안:(자국을 보며 생각한다. 여기서 더 숨길 수는 없다. 이 사건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고.)
딘. 할 말 있어요.
 
그레나딘:... 뭔데? (제 옷소매를 다시 내렸다. 불안한 시선이 네게 향해있었다.)
 
데미안:그 손톱이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그레나딘:... ...
 
* 데미안, 아이디어 판정합니다.
 
데미안: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레나딘은 분명하게,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현실에 실존하는 두려움이 아닙니다.
 
수조의 기포기를 갈아준다고 해도,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그레나딘은 ...
 
그레나딘:글쎄, 내가... (어떻게 알겠냐고 말하기엔 자신의 일인 것이 명확했다. 답을 할 수 없자 입을 닫았다.)
 
데미안:딘도 봤잖아요. 제가 수조에 아크릴판 덧대는 거. 그게 어디 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 떨어졌을까요?
그리고 어젯밤에 왜 우리는 같이 있었을까요?
왜-... 물고기가 줄어 있을까요.
 
그레나딘은 불안하게 숨을 몰아쉽니다.
 
* 데미안, 대인기능 판정합니다.
 
데미안:(...매혹쓰고싶다)
 
* 가능합니다.
 
데미안:(진짜요...!?)
 
* 네(!)
 
데미안:(미쳤다 이리와 딘)
(불안하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손을 잡는다.)
매혹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던 그레나딘이 당신의 손길에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의존하지 않으려해도 그에게 있어 당신은 이미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으니까요.
 
지금 물어본다면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를 겁니다.
 
그레나딘:...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데미안:(도망치지 못하도록 손을 꽉 붙잡은 채 당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웃음기도, 장난도, 전혀 없이.)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이 어제 새벽에 귀신 들린 듯이 그 손톱으로 수조를 망가뜨려놓고, 내 방으로 와서 물고기를 내 입에 집어넣었어요. 아무것도 기억 안 나죠? 그럴 것 같았어요. 믿든 안 믿든 사실이에요. 저한테는 겨우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레나딘:(도망치고 싶다. 네가 하는 말 따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지 너무 무섭고, 두렵고, 불안했다. 무엇이 저를 그렇게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온갖 부정적인 감각이 뒤섞인 표정은 곧 울 것 같기도 했다.) 아냐... 내가, 내가 왜.
놔, 데미안. 이런 장난... 재미 없어. (네게서 벗어나려는 듯 손목을 틀었다. 아주 간절한 것 같기도 했다. 생각보다 살아가니 간절한 것은 참 많았다. 지금도 그랬다.)
 
데미안:(그러나 놓지 않았다. 오히려 제 쪽으로 당겨온다. 싫어도 들어.)
저도 재미없어요. 그런데 어제 그건 정말 이상했거든요. 이대로는 안 되는 거잖아요.
...당신 방에 들어갔다 왔어요. 분명 알고 있는 게 있잖아요. 말해주세요. 같이 자달라고 어리광까지 부렸으면서 다른 건 못하겠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잖아요.
(통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걸어볼 곳이 그것밖에 없었다.)
 
그레나딘:(잡힌 손이 주먹을 쥔다. 그럼 가뜩이나 엉망이 된 손톱이 손바닥을 꾹 눌러 미약한 통증과 붉은 자국을 남겼다. 내 방에 다녀갔다고, 하순을 짓씹었다가 놓았다.)
내가 너한테, 뭘 했다고. 정말... 기억 안 나, 그냥... 단지... (고개를 돌렸다.) ... 자꾸 무서운 꿈을 꿔.
진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한... 악몽을, (숨을 들이킨다. 폐포로 차는 공기가 쓰고 차갑다. 네가 날 보는 시선 또한 그런 것 같았으니, 너를 바라볼 수 없었다.) 놔줘...
... 부탁이야, 데미안.
 
그레나딘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일이 괴로워 보입니다.
 
아직 본인의 악몽을 마주할 수 없어요.
 
그러니 당신에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많이 없는 것이 당연할 거예요.
 
데미안:...도망은 가지 않아도 돼요.
(더 몰아붙일 생각이 없다는 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다른 이의 도움은 그 다음이다. 그러니 아무리 타자가 다가가려 하더라도... 천천히 당신의 손목을 놓는다. 세게 쥔 탓에 붉게 손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안하다는 둥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조치였다고 생각했으니까.
몸을 돌려 식탁 위에 올려뒀던 그릇을 다시 들고 와 당신에게 내밀었다. 그래도.)
저라도 모든 걸 혼자 하지는 못해요. 알죠?
 
그레나딘:(네가 놓아준 손이 덜덜 떨렸다. 붉게 남은 자국들 사이에 손자국까지 남게 되었다. 이 다음은 뭐지? 정상적인 사고가 되질 않는다. 네가 하는 말도 반쯤은 들리지 않았지만...)
... (수조에 금붕어들을 풀어준다. 2마리가 사라진 수조는 어쩐지 허전해 보이기도 했다.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 응,
나... 나, 들어갈게. (허둥지둥 들어가느라 거실은 정리해두지 않았다. 네가 준 투명 매니큐어는 들고 들어갔지만. 어질러진 것들은 언젠간 저가 치워야 할 일이 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레나딘은 본인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급니다.
 
거실에 혼자 남겨졌네요.
 
데미안:...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물바다가 된 거실 바닥을 내려다본다. 사람이 없으니 치우는 건 남겨진 자의 몫이다. 자연스럽게 봉투와 여과기 박스를 치우고, 그릇을 깨끗이 씻고, 걸레로 바닥의 물기를 훑어내고. 바람소리조차 없는 정적 속에서 철벅이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만이 적막하게 울린다.)
 
그를 당신의 집으로 데려온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수요일 밤
 
당신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덧 밤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잠은 잘 오지 않습니다.
 
어제의 일 때문에 잔뜩 곤두서서 눈만 끔뻑거립니다.
 
밤이 깊어지면,
 
그레나딘의 걸음 소리와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레나딘:... 데미안,
 
흐느끼는 목소리입니다.
 
데미안:...그레나딘?
 
문틈 사이로 밖을 엿보면,
 
수조에서 금붕어를 꺼낸 그레나딘이 당신의 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본, 그 몽롱하고도 광기로 번득이는 눈입니다.
 
데미안, 문을 잠글까요?
 
데미안:(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몇 번이고 잠글까 고민했지만.. 킬러라서, 그랬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모르겠어서. 이번에도 조용히 문만 닫고 숨을 죽인다. 잠결이라면 이대로 못 열고 돌아가진 않을까?)
 
철컥,
 
곧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보지 않아도 그레나딘입니다.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엽니다.
 
그리곤, 당신의 얼굴로 손을 뻗습니다.
 
데미안:(문이 열리는 궤적을 따라 한 발짝 물러선다.)
딘,
 
반대손엔 금붕어가 들려있습니다.
 
데미안:(뻗어오는 손을 잡는다.)
제 목소리 들리나요.
 
그레나딘:... 방해하지 마. 이렇게 해야 해.
이렇게 해야 해. 내가 널 구해야 해.
내가 널, 구해줘야해... 죽으면 안돼. 데미안, 죽으면 안 돼. 안 돼. 안 돼. 안된다고...
제발 먹어줘. 먹어줘. 안 그러면 네가 잡아먹힐거야.
 
데미안:무슨 소리예요, 대체.
 
그레나딘:괜찮아, 이건 그냥 고기일 뿐이야...!
 
데미안:.............?
 
그레나딘이 당신의 입가에 금붕어를 밀어넣으려 합니다.
 
그는 아주 필사적으로 보입니다.
 
* 데미안, San C. 1/1d4
 
데미안: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데미안, San-1
 
그는 지금 꿈을 꾸고 있나요?
 
아니면, 이미 그의 현실은 일그러지고 비틀려서 형편없이 추락해버렸나요?
 
하지만 당신은 그 무엇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그가 어떤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만 막연히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삼킨 혼자만의 비극, 혼자만의 고통,
 
스스로 외면해온 두려움의 시간은 꿈을 부수고 현실로 침범합니다.
 
데미안:(물고기를 한 번, 그를 한 번 본다. 다가오는 손을 피해 두어 걸음 뒷걸음질.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음은 알고 있다. 그리고, 피할 생각도 없다.)
...그래요, 그냥 고기. 네요.
(뒷발에 침대가 걸리고, 주저앉으면 도망칠 곳은 사라진다. 다가오는 물고기 대신 당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앉게 된 침대는 푹신합니다.
 
물고기에서 떨어진 물들이 바닥이며 침대 시트 위로 떨어집니다.
 
그레나딘은 간절한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데미안,
 
그레나딘의 말대로 그 금붕어를,
 
아니, 고기를 먹을 겁니까?
 
* RP, 근력 어려운 성공, 대인 기능 어려운 성공 시 그레나딘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데미안:(물고기를 먹는 건 어렵지 않다. 씹는 것도 어렵지 않다. 맛이 없을 뿐. 이걸로 그는 안심할 수 있게 될까. 그렇다면 딱히 꺼림칙한 것도 없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물고기를 넣을 수 있을 만큼 입을 벌린다. 눈에 깃든 광기가 사라그드는지, 계속해서 지켜보는 녹색 눈동자가 그에게 꽂힌 채다.)
 
당신의 두 눈에 그레나딘의 처절한 두려움이 읽힙니다.
 
이제 모르겠습니다.
 
그레나딘과 같은 꿈속을 헤매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감정 속에 놓여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두려워집니다.
 
다름 아닌 그레나딘이,
 
그리고 그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이 두려워질 것입니다.
 
알 수 없는 행동들, 기괴한 낙서 또한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그를 보고
 
어느 사이 배척할 지 모르는 자신이 가장 두렵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자신이 모르는 사이, 어떤 무서운 일을 당했나요?
 
당신은 그레나딘의 손길을 받아들입니다.
 
살아있는 금붕어가 입안에서 펄떡거립니다.
 
기괴한 비늘의 차가움, 비릿함, 커다란 두 눈은
 
당신의 새카만 목구멍을 응시하다 그대로 찌그러져 식도에 걸릴 겁니다.
 
쿨럭거리면서 계속 삼킵니다.
 
당신이 살아있는 금붕어를 전부 삼키면,
 
그레나딘이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그제야 입을 막은 손을 뗍니다.
 
질끈 감았던 두 눈을 뜨면,
 
자신이 흘린 눈물과 식은땀으로 얼굴이 엉망진창입니다.
 
그가 울먹이며 말합니다.
 
그레나딘:... 잘했어, 데미안.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이제, 우리를 죽이지 않을거야.
우리는 죽임 당하지 않을 거야...
 
딘이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덥고, 습한. 살아있는 것의 감각.
 
날 것의 감촉이 미지근하게 살갗에 닿습니다.
 
마치 집어삼킨 물고기처럼요.
 
불쾌하기 짝이 없으나,
 
그런데도 안도감이 듭니다.
 
그레나딘은 미쳐버린 걸까요?
 
하지만 봐요.
 
이렇게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요.
 
당신도,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 듭니다.
 
눈물로 푹 젖은 두 눈을 감고 그를 끌어안습니다.
 
일그러진 세상이라도,
 
네가 악몽없는 꿈을 꿀 수 있다면.
 
그 끝없는 심연의 수조 안으로 같이 떨어져줄게.
 
...
 
얼마나 잠들었을까요.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처럼 딘이 먼저 일어나서 분주하게 아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식탁 가득 차려진 것은...
 
일을 할 때 보았던 번들거리는 붉은 표면,
 
그 선혈로 축축하게 젖은 모양새...
 
이건... 시체?
 
아뇨, 아닙니다.
 
다시보니 금붕어네요.
 
틀림없어요, 그래야만해요.
 
괜찮아요, 좀 이상하지만, 금붕어를 먹는 것 뿐인걸요.
 
딘이, 당신의 동거인이
 
이로 인해 평온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먹어줄 수 있어요.
 
네가 원한다면...
 
... 그래서, 여기는 어디지?
 
우리는 누구지?
 
나는, 나는, 나는...
 
*
 
END 5 : 침몰
 
KPC 생환? / 탐사자 생환?
 
*
 
딘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서, 언제나 광신도들의 환각을 봅니다.
 
그들이 두려워서 인육을 먹으며 데미안에게도 먹입니다.
 
물론 그건 금붕어가 아니라 진짜 사람의 고기입니다.
 
당신도, 딘이 그랬듯 망상으로 현실을 부정하려고 듭니다만, 결국 두 사람은 언젠가 이성이 0이 되어 로스트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liter:아니이게 이렇게 끝난단말야

입안에 물고기 넣은 채로 삼키지 않고 지켜보다가 딘이 안정하면 몰래 뱉고 안정되지 않으면 한대 치려고 했는데

 
럽시 (GM):아이런미친~
키퍼 이마 존나 때려
 

liter: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럽시 (GM):저 진상 암것도 말 안햇으니까 삼키기 전으로 갈래요?(ㅈㄴ
 
liter:ㅋㅋㅋㅋㅋㅋㅋ
함가맨
가보죠
 
럽시 (GM):아근데 진짜ㅠ안이면...먹어줄줄 알고
하아........................
진짜 먹냐고 함만 물어볼걸
 

liter: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씹을 수도 있었는데

일단 딘 반응 보고
이 모든 건 딘의 제정신을 위해서였기 때문에
 
럽시 (GM):ㅠㅠ좋아 레드썬
 
liter:
 
*
 
당신이 아무리 말려도 딘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절망감은 멈추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데미안,
 
그레나딘의 말대로 그 금붕어를,
 
아니, 고기를 먹을 겁니까?
 
* RP, 근력 어려운 성공, 대인 기능 어려운 성공 시 그레나딘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데미안:(금붕어를 입에 머금자. 머금었다가 그를 보고, 그리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신체적 차이가 있으니 뒤엎기는 어렵지 않다. 입을 벌린다.)
 
그레나딘:(그래, 이러면... 이러면 우리 모두 안전할 것이다. 출처 모를 공포로 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네가 금붕어를 삼키는 모습을 보면 겨우 웃을 수 있었다.)
... 있지, 데미안. 누가... 누가 나를 끌고 갔어. 고기를 먹으라고 했어.
그건, 그건 고기가 아니라...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제 괜찮아 질 거야. 나직히 덧붙인다.)
 
말을 끝으로 그레나딘이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지쳤나봅니다.
 
하지만 당신 또한 너무나 지쳤습니다.
 
정신적으로 내몰립니다.
 
입안에 있는 금붕어는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데미안:(머금은 채 눈동자만을 굴려 그를 지켜보다가 그가 쓰러지자 손바닥 위에 물고기를 뱉어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숨이 끊어지기 전에 수조에 되돌려놓는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망상일까. 저렇게 확고하려면, 그것은 진짜로 있었던 일이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비슷한 상황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그의 과거에 있다.
바닥에 쓰러진 이를 쳐다보다가 들쳐메어 그의 침대 위로 되돌려놓는다.)
 
산소를 맛본, 절망을 맛본, 죽음을 맛본 금붕어는 다시 수조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바닥에 쓰러진 그레나딘은 그의 방 침대로 옮겨주었습니다.
 
일단은 쉽시다.
 
내일도 살아가야 하니까요.
 
목요일 아침
 
끔찍했던 지난 밤입니다.
 
기분이 뒤숭숭하고, 몸이 무겁습니다.
 
그레나딘은 그이의 방에 있으려나요,
 
찾아가보면 딘은... 없습니다.
 
이번엔 쪽지조차 남긴 것이 없네요.
 
* 데미안, San C. 1/1D3
 
데미안: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 데미안 San-2
 
현관문은 닫을 틈도 없었던 것인지 열려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볼까요?
 
데미안:(무언가의 흔적이 있나? 일단 핸드폰을 챙겨 들고 잠옷바람에 바깥으로 나가본다.)
 
다른 흔적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다급하게 그를 찾아 나서도, 인근의 골목에서도 그는 보이지 않습니다.
 
실종신고라도 할까요?
 
데미안:(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신호음은 가지만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데미안:[ 어디 갔어요? ]
(문자를 남겨두곤 사방을 둘러본다. 하지만 사라질 이유가 있나? 모두 괜찮다던 어제의 그를 떠올린다.)
 
그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의 악몽이, 병증이, 혹은 그 어떤 무언가에 서서히 옮아가는 기분입니다.
 
점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
 
하지만 오늘도 살아야 해요.
 
홀로 아침을 보내고 출근을 합시다.
 
목요일 점심
 
여느 때와 같은 촬영지입니다.
 
일을 하며 당신은 딘에 대한 생각을 했나요?
 
혹은... 알아서 돌아올 것 같으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나요?
 
촬영은 평소보다 조금 빨리 마쳤습니다.
 
집으로 가기 전 딘을 찾으러 갈건가요?
 
데미안:.....
(시간이 남는다. 찾을 수 있을까. 무엇을 단초로 잡고서?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본다. 어쩌면 집에 돌아가 있을 수도 있다.)
 
전화는 여전히 받지 않네요.
 
그나마 그가 갈만한 장소들이 있었습니다.
 
집과, 꽃가게가 있던 상가, 한적한 공원과 뒷골목입니다.
 
데미안:(휴대폰을 집어넣곤 뒷골목으로 향해본다. 사람이 사람이다보니 후보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까닭이다.)
 
발길이 드문 뒷골목입니다.
 
무거운 공기엔 미약한 담배냄새가 섞여있습니다.
 
무거운 공기 중에 담배냄새가 느껴져 인상이 찌푸러드네요.
 
이런 곳에 그가 올까 싶어 발걸음을 옮기려 하면,
 
높지 않은 담벼락에 앉은 낯익은 뒷모습이 보입니다.
 
딘은 멍하니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데미안:(소매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는다.)
뭐하나요.
 
그레나딘:(기척은 느꼈다. 발걸음 소리도 익숙했으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시선이 네게로 향했다.) ... 그냥 집이 답답해서 나와있었어.
... 돌아갈까? 집으로.
 
데미안:답답한데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은 건가요.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며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일단 골목 밖을 가리킨다. 담배냄새가 거슬린다.)
집이 싫으면 좀 놀다 들어가든가요.
 
그레나딘:... 그래도 집으로 가야지. 집엔... 집엔, (네가 있으니까. 작게 덧붙인다. 우리가 있을 공간이라고 말 하지 않는 것은, 그 정도의 염치는 있는 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데미안:뭐예요. 꼭 제가 있으면 어디든 돌아갈 것처럼 말하네요.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그저 나를 돌려보내고 싶기 때문이 아닌가? 슬그머니 인상을 찌푸렸다가 금세 편다. 골목을 앞장서 걷는다.)
그럼 가요. 집에.
 
그레나딘:... 같이 가. (네가 앞장서면 네 뒤를 급히 따라간다. 네 옷자락을 쥔다. 그 손은 점차 내려가 네 손끝을 걸어 잡았다.)
 
데미안:(잠시 발걸음이 느슨해졌다가 당신이 따라붙으면 다시 빨라진다. 손끝이 걸린 손가락을 구부려 잡고는 곧장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당신 상태가 그 모양이다 보니, 또 다른 곳으로 새지 말라는 의미가 선명했다.)
 
목요일 저녁
 
딘과 함께 발들인 집안의 풍경이 오늘따라 창백합니다.
 
불안하고, 위태롭고...
 
당신도, 딘도 지치지 않았나요?
 
이 이상 무너질 순 없습니다.
 
또한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딘이 찾아온다면...
 
오늘 밤은 미루고 미루던 대화를 해야 합니다.
 
데미안:(또 그 일이 일어나려나. 우선은 진정을 시켜야 할 텐데. 어제와 같은 방법으로는 바로 정신이 아웃됨을 확인했으니 그 방법은 쓸 수가 없다. 그럼 일단 만나지 않아야 하나.)
(방문을 가만히 보다가 소리없이 닫고는, 딸깍, 잠금장치를 누른다. 뭐라도 해보자. 뭐라도.)
 
똑똑, 어제완 다르게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레나딘:... 데미안, 자?
 
잠에 취한 목소리는 아닌 것 같네요.
 
아직 늦은 밤이 아니어서 일지도 모릅니다.
 
데미안:...아뇨.
 
그레나딘:그럼... 지금 잘 거야?
 
데미안:조금 다른 준비를 할까 했는데, 용건이 있나요?
 
그레나딘:무슨 준비, (끝을 웅얼거렸다.) 그냥, 할 얘기가... 있어서.
... 그냥 이대로 말할까?
 
데미안:(잠시 생각하고는 문을 열었다. 아직 제정신인 것 같으니까. 빤히 당신을 보다가 몸을 돌려 길을 텄다.)
들어와요.
 
그레나딘:(문 열리는 소리가 묘했다. 잠겨있었나, 깊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한다. 물끄러미 문틈 새로 너를 올려다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어,
(자주 들어왔던 방이 왜 낯선지 모르겠다. 네 방에서는 너와 닮은 향이 났다. 침대에 걸터앉았다. 먼저 입을 떼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데미안:(들여보낸 뒤 다시 문을 닫았다. 잠그진 않았다. 소용없으니까.
다가가서 당신 앞에 선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작은 숨소리만 들린다. 말할 게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나 힘든 일일까.)
듣고 있어요.
(그게 뭐든. 그러니까 이 일의 뿌리를 보여줘.)
 
그레나딘:(남자는 말재주가 없었고, 말주변도 없었고 구질구질하게 말을 늘여놓는 일을 참 힘들어했다. 너를 올려볼 자신은 없으니 시선이 빗겨나갔다.) 아까, 데리러와줘서 고맙다고. 올 줄... 몰랐는데...
 
데미안:다 큰 성인이 아침부터 가출을 하는 게 예사 일은 아니죠.
(덤덤한 목소리에는 고저가 없다.)
그래서 뭐였는데요. 왜 갑자기 감성을 타고 그랬어요.
 
그레나딘:집이, (답답한 건 집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미룰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나 손, 좀... (잡아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미는 의미를 네가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데미안:그게 아니잖아요.
(이유를 물은 게 아니고 그 배경을 물은 것임을 알잖아. 그런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다가, 내밀어진 손을 잡고는 그제야 옆에 앉는다. 큼지막한 두 손이 당신의 손을 잡아 사이에 두고 겹쳐진다.)
힘들면 두 눈을 감고 말해도 되는데요.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요.
 
그레나딘:(침대의 중심이 기우는 것이 느껴진다. 낯설지 않은 체온이 손에 닿는다. 네 말에 앓는 소리를 내더니 반대손으로 제 눈가를 덮는다.) ... 어릴 때 말이야, 친구를 따라서 교회를 갔는데, (두서없이 얘기를 꺼낸다. 말의 시작을 표하기는 어려웠으니깐.) 착한 신부님을 만났거든.
좋은 분이었어... 나보고 또 오라고 해서, 다시 갔거든. 그런데... 그러고 어디로 끌려갔어. 갇혔던 것 같아. 난... 그 때 어렸고,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변명처럼 말한다.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설명해야만 할 것 같았다. 단지 본인은 피해자였지만, 제 성격이 이렇고, 저가 아는 네 성격이 언제나 상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해서 였던 것 같다.)
거기서 본 사람들이... 누굴 죽이더라고. 말그대로 찢어 죽였어. 나중엔 그 시체를 식탁에 올려서 먹더라고. 나... 나도 먹었어. (숨을 들이킨다.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이미 아주 나쁜 사람이지만 더 한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나도 동참한 거야, 그런 일에. (횡설수설 말을 늘여놓더니 입을 닫았다. 쏟아질 야유나 비난 따윌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데미안:(식인? 지금과 같은 시대에. 아주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집단으로 행하는 이들이 그렇게나 가깝게 있었다니, 샘솟는 생각은 세 가지였다. '궁금하다'. '짜증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나. 그들이 죽인 건 제물이었을까. 식량이었을까. 살아있었을까. 죽어있었을까. 왜 낯선 아이를 자신들의 집회에 초대했을까. 그리고 왜 풀어줬을까. 풀어준 게 아니라면 왜 놓쳤을까. 이런 것들은 모두 극도로 감정을 죽인 호기심일 뿐이었다. 한낱 정보 조각들.
그러나, 둘. 어째서 그 대상이 당신이어야 했는가. 어떤 이유로 당신이 그것을 구원이라 믿게 했고, 자신에게까지 이렇게 하도록 만들었는가. 그에 대한 짜증은 지극히 감상적이었다.
그것들이 엎치락 뒤치락, 뒤엉기다가, 셋. 마지막 시선은 결국 당신에게로 향했다.)
그걸 '죄'라고 느끼는 건가요. 그래서 두려워하나요.
(비난도 옹호도 아니었다. 질타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레나딘:... 응, (손으로 제 눈가를 꾹 눌렀다. 흐트러진 호흡이 일 때 마다 가슴팍이 느리게 오르고 내려간다. 그 끝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끔은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느껴져. (고기를 먹지 않으면 살해 당할 거라고, 곱씹으며 말한다. 이 말은 뱉는 것은 꼭, 33살의 그레나딘이 아닌 9살의 데클란 같기도 했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잊어버렸던 기억들은 왜곡되며 그 참상은 여전했다.) 부쩍 그래... 자꾸 꿈에 나오고, 정말, (사실은 꿈이 아니었던 거지. 이걸 수용하는 일은 너무도 힘이 들었다.)
잘못한 일도 무섭고... 다시 날 찾아와서 죽이려하면 어떡하지? 나랑 같이 있단 이유로 너를 죽이면? 난... 그게 싫어, 그게 너무, 두려워. (고개를 숙인다. 정신은 허물어진지 오래였다. 현실과 꿈의 경계도 사라졌다. 남아있는 현실은, 너 하나 밖엔 없었다. 그마저도 잃을 것만 같았다.)
 
데미안:(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모여 명확한 형체가 되자 현상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막힌 채 멈춰서 흐르지 않는 물줄기가 보였다.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흘려보내고 다른 것으로 채워넣어 아픔과 공포를 잊는다. 하지만 당신은 붙잡혀 흘러나오지 못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할 일이 명확히 보였다. 당신을 가둔 감옥은 없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의 당신과 제게로 흘러오도록.)
20년도 더 지났겠죠.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이 당신을 찾았던가요? 당신은, 또 저는 지금 협박을 당하고 있나요? 당할 지 모른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죠.
(아직 갈아입지 않은 옷 뒤에, 허리춤에 항상 차고 있던 권총을 당신의 손에 쥐여준다. 차가운 그립의 감촉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똑바로 보세요. 이게 당신이잖아요. 이곳에서 절 죽일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어요. 알잖아요. 그밖에도 당신이 또 뭘 더 할 수 있는지.
 
그레나딘:(맞다,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으니 애써 잊을 수가 있었다. 네 말 중에 틀린 것은 없다. 하물며, 여기서 너를 죽일 수 있는 게 자신 밖에 없을 거란 웃기지도 않을 말조차도 그렇다. 손에 익숙한 금속의 무게가 쥐어진다. 엉망이 된 손끝이 더듬는 구조들은 제 몸 마냥 익숙하다.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곤 널 봤다.) 난, 나는...
(아주 조금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 이유는 저를 현실로 끄집어내는 네 위로도 핏줄기가 터지는 듯한 환각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 나 아닌 다른 사람 손에 죽지 않을 거지? 내가, 죽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지? (로맨티스트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게 아주 무드 없는 작자였으니. 허나 이 말들 만큼은 저를 안심시킬 것이 분명했다. 부디 비웃지만을 않길 바라며,)
 
데미안:(도대체 왜 여기에서 그런 눈으로 자신을 보는지, 전혀 모를 일이었지만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일은 세상에 태반이었으니 묵묵히 제 시선만을 던져두었다.)
당연하죠. 당신이 아니라면 저를 죽일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어요. 제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얼마나 오만하고 자만 어린 말인지.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눈빛에 확신이 깃들어 있어 그런지, 마치 정말로 그렇게 될 것만 같아 보였다.)
그리고 말이죠. 답지 않게 약한 소리는 하지 말죠.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한테 죽을 사람은 아닌 걸로 아는데. 제 기대가 틀렸나요?
(단지 과거를 알고 있고, 은인의 가족이라 해서 가까이 한 것은 아니었다. 힘이 있었으니까. 같은 어둠 속에 있었으니까. 그것이 자신을 편하게 해주었으니까. 때문에 별 볼 일 없는 그의 아들이 아닌, 조카인 당신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내 기대에 부응해. 웃음이 환하게 피었다.)
귀찮게 하는 것들은 그만 잊으세요. 당신은 이제 '그레나딘'이잖아.
(그러니까 그만 고여있고 흘러나와.)
 
그레나딘:... 너, (저가 아는 이들 중 손에 꼽는 미친놈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 곁의 내가 이 이상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가. 곧 울 듯한 표정으로 웃는 모습은, 썩 좋은 꼴은 아니었을 것이다. 매일 밤 절 죽이러 나타났던 꿈의 이들이 더 이상 무섭지 않을 수 있을까. 네가 쭉 옆에 있어준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약해지는 것엔 끝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여기서 마침표를 찍을 때는 된 것 같다.)
(왜 살아달라는 말보다 이런 터무니 없는 말에 구원 받는지 저는 알 턱이 없다.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너 진짜 웃기는 새끼야... 알아? (마지막 말에 상체가 네게로 기운다. 입술이 맞닿기도 전에 눈부터 감는 것은 그의 오랜 버릇이었다. 아주 잠시, 네 온기가 닿았다. 느리게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 그래, 데미안.
(눈가가 조금 휜다. 그래도, 극복하는덴 시간이 걸릴 걸 알기 때문에,) 나, 나... 쉬러 갈게. (하루에 고맙다는 말을 두 번이나 한다면 답잖은 짓을 했다고 내일 아침 죽어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인사는 하지 않고 네 방을 나섰다.)
 
그레나딘은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데미안, 당신은 어떤가요?
 
앞으로도 딘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나요?
 
아니면, 그 일그러진 세상에 끌어들여져서 끔찍한가요?
 
함께 살아간다는 일은 그런 겁니다.
 
손이 닿는 위치에 누군가 머문다는 것은...
 
한명에게 지옥이 찾아오면 다른 한명도 거기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데미안, 딘이... 밉지는 않습니까?
 
데미안:(네, 알아주시니 고맙네요. 실없이 웃음을 흘리다가 다가오는 얼굴에 눈꺼풀만 깜빡였다. 닿았던 감촉이 거짓말 같은 것이, 아무래도 당신이 이곳에 그 꿈을 옮겨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이건 당신만의 사과법이자 감사 인사인가.
말없이 일어나는 당신을 쳐다보다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슬그머니 일어나 잠에 들 준비를 했다.
미움? 미울 리가 없다. 어차피 살아간다는 건 위협의 연속이다. 그 안에 하나 더 미약한 위험이 추가된다고 삶이 달라지진 않는다. 애초에 실재하는 위험인지도 모르겠고. 그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그 연속에 당신이 서 있을 뿐이다.)
 
그래요, 당신은 그를 원망하지 않기로 합니다.
 
목요일 밤
 
오늘도 딘이 찾아올까요?
 
불꺼진 방에서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새벽은 고요할 뿐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딘은 오지 않았습니다.
 
... 안도해도 되는 걸까요?
 
잠에 듭니다.
 
...
 
금요일 아침
 
밝아온 아침입니다.
 
지치긴 했어도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집은 참 신기합니다.
 
온갖 일이 있어도, 아침의 햇살을 받으면 평온해 보입니다.
 
내일이면 쉬는 날이니까...
 
지쳤지만 그래도 나갈 준비를 마칩니다.
 
집에 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 드는걸요.
 
당신이 집을 나가기 직전,
 
그레나딘이 일어나서 현관으로 나옵니다.
 
그레나딘:... 데미안, (네 옷가지를 붙잡는다.)
 
데미안:? 네.
 
그레나딘:오늘 하루면... 나가지 말고 같이 있어주면 안 될까,
 
글쎄요...
 
데미안, 당신은 이 집에 있고 싶습니까?
 
아니면, 나가고 싶습니까?
 
단지 외출만이 아닙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서로에게 기댈 수도 있지만,
 
사실 같은 지옥에 떨어지는 경우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저 집에 머무르거나, 외출하거나.
 
그 선택일 뿐인데도...
 
왠지 지금 집을 나서면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데미안:(불안해서인가? 치료의 과정으로 치자면 확실히 마무리 단계이니 대단히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오늘 스케줄이 뭐더라.)
...불안해서요?
(잡지의 화보 촬영, 이라는 것을 상기해낸다. 그 뒤엔 짤막한 인터뷰. 모두 자신에게 지극히 주도권이 쥐어진 일들이다. 짧게 웃는다.)
차라리 같이 갈래요? 구경해도 되는데.
 
그레나딘:(불안하냐는 말엔 답하지 않는다. 그 어떤 말을 해도 솔직한 심정은 네가 알고 있을 것이 뻔했다. 네 얘기에 제 입술을 짓씹는다. 일과 자신 사이의 경중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어쩌면 저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민 끝에 내뱉는 대답은...) 좋아, 그럼 나... 나갈 준비하게 그것만 기다려 줬으면 해. (거실로 가볍게 턱짓을 한다.)
 
데미안:(싫다 했다면 정말 쉴 생각이었다. 하지만 순순히 나가겠다는 말에 의외라는 듯 쳐다보다가 네, 하고 맑게 웃으며 천천히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기댔다. 밝은 곳, 사람도 많은 곳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일터에 데려온 사람이니 적잖은 눈길들이 은밀히 움직일 것이다. 그 정도면 위험도 극히 적어질 거라 생각하며 가만히 기다린다.)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면 수조가 보이네요.
 
물고기를 잃은 수조의 모습이,
 
꼭 이 집의 상처받은 모습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레나딘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의 잘못도 아닙니다.
 
무력하고, 억울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당신들에게 돌아가야할 화살은 아닙니다.
 
...
 
외출 준비를 마친 딘이 다가옵니다.
 
둘 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알고 있어요.
 
딘은 당신에게 막연히 의존하거나 자신의 불행에 끌어당기기 위해 당신을 부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삶은 끔찍해요.
 
크고 작은 불행과 고통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작고 작은 인간이니까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가장 근본에는,
 
분명 그런 잔혹함 앞에 웅크리고 서로 몸을 맞대는 연약한 존재들이 있을겁니다.
 
현관 밖을 나서기 전, 그레나딘이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불쾌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서로 마주 끌어안습니다.
 
이어지는 사과의 말과, 두려웠던 기억의 고해는 체온 앞에서 허물어집니다.
 
살아있습니다.
 
보드랍고, 따뜻한 살아있는 몸입니다.
 
아무리 삶이 끔찍하다고 해도,
 
지독한 폭력의 기억속에서도.
 
고깃덩어리 따위로 모독할 수 없는
 
당신의 동거인입니다.
 
*
 
END 2 : 동거
 
KPC 생환 / 탐사자 생환
 
보상 : 이성 1d10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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