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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

[파이셀] 교인애상담 2021-03-31

 

KPC 아이셀 (인 척하는 카일)

PC 파이 (필립 스타넥 씨..)

 

 

 
*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땅에서 살아갔던 거야.
 
우린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
 
*
 
BGM
 
철썩
 
파도치는 소리와 함께 장정들이 기합을 내어 가죽으로 만든 자루를 바닥에 던져놓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립니다.
 
자랑스러운 인어 사냥꾼들입니다.
 
모항시를 삿된 괴물에서부터 지켜주는...
 
어린아이들이 즐거운 고함을 지르며 사냥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며느
 
사냥꾼들은 저리로 가라는 듯이 팔을 위협적으로 흔듭니다.
 
파이, 듣기 판정
 
파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염병. 이번엔 다 죽었어. 특등품도 안 보이고."
 
"정말요?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그래. 요새는 기름도 수요가 예전만 못해서... 이놈들은 횟감만도 못해. 진주도 죄 바다에 뿌려버려서 줍지도 못하고 말이야."
 
"박제품으로 파는 건요?"
 
"그것도 상태가 온전해야 말이지. 이제 작살을 꽂아 잡는 건 구시대적이야. 다른 수를 쓰든가 해야겠어."
 
그리고 보니 평소 같았으면 인어 사체가 산을 이루고도 남았을 텐데 오늘은 몇 보이지도 않습니다.
 
바다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짜고 비린내가 코를 찌릅니다.
 
배가 도착한 것도 봤으니 그만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누가 인어 사냥꾼의 아이들은 배가 도착할 때마다 마중을 나와야만 한다는 고리타분한 규칙을 만들었는지
 
덕분에 당신은 매번 나와서 인어를 창고로 실어 나르는 기묘한 광경을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비위가 상합니다.
 
파이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을 떼는 순간,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파이:(목소리 따라 돌아본다.)
 
아버지:"필립."
 
당신의 아버지 입니다.
 
관찰 판정
 
파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이런일이)
 
발끝은 바닷물로 흠뻑 적셔져 있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위로 올리면...
 
얼굴에 난 큰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파이:...아버지. 다치셨는걸요.
 
아버지:"이번에 잡아온 놈이 저항이 심해서, 한쪽 고막이 터진 모양이다."
"때문에 다음주에 있을 네 첫 사냥에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구나."
 
파이:(생각해보다 할만하다 싶어) 괜찮습니다. 스스로 잘 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상처부터 치료하세요.
 
그렇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은 파이의 생일, 7월 2일입니다.
 
당신도 이제 스물넷이나 된 몸.
 
인어 사냥꾼의 새로운 일족이 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인어 사냥꾼들은 스물넷이 되는 해에 바다로 나가 인어를 잡음으로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는 오랜 관습이 있으니 말입니다.
 
아버지:"근래 들어 인어가 눈에 잘 보이지 않더구나. 전하꼐 진상할 인어의 수마저 채우지 못할 지경이다."
"그렇다 해서 전하께 특등품도 아닌 것을 바쳐다 올릴 수는 없으니.. 그래도 네가 한 마리 잡는다면 그걸 네게 주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아버지는 뺨에서 떨어지는 피를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소매로 닦아내며 말을 이어나갑니다.
 
아버지:"네게 거는 기대가 크다. 잘 하거라."
 
파이:(그래도 괜찮은 거냐고 물으려다가 그래도 인어를 갖고는 싶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 기대를 걸다뇨.
 
누구 마음대로요.
 
평생 당신에게 말 한 번 먼저 붙여본 적 없던 아버지가 당신이 스무살이 넘어가자마자 아는 척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기대를 걸든 그렇지 않든 당신은 잘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고 말고요.
 
파이는 뒤를 돌아 집으로 향합니다.
 
왜 인지 모르게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에 당신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향합니다.
 
아버지가 발걸음을 옮기는 대로 핏방울이 떨어진 것이 꼭...
 
당신이 따라가야 할 길처럼 보였습니다.
 
BGM
 
결국 해는 뜨고 날은 밝아 당신의 스물네 번째 생일이 되었습니다.
 
사냥 중 얻은 상처는 훈장이라며 자랑하듯 내놓고 다니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어느덧 새 살이 돋아가고 있었습니다.
 
인어잡이 배가 올라타기 전 마지막으로 나온 만찬은 성대했습니다.
 
육지에서나 쉽게 볼 수 없는 소고기도 상에 올라왔으니 말 다 했지요.
 
식사가 끝난 뒤 배에 꽤 고생할 거라는 짓궂은 조언을 뒤로하고 당신은 배에 올라 짙은 파랑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피부에 닿는 바닷바람은 뭍에서 맡은 것보다 더 짜고 비린 향이 났습니다.
 
배에 오르기 전에 들었던 그것은 짓궂은 조언이 아니라 저주였을까요.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할 무렵 배가 바다 한 가운데에 멈추고 사냥꾼들이 바다를 향해 반짝이는 무언가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괴기 밥이던가요.
 
지능 판정
 
파이: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분명 책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인어들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어 그 영양분을 사람에게서 앗아간다고 했던가요.
 
저것은 괴기밥이 아닌, 인어의 시선을 끌기 위한 진주 가루입니다.
 
인어 사냥꾼이라 해서 사냥 방법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파이의 아버지 같은 경우 작살로 인어를 맞춰 단번에 숨통을 끊는가 하면,
 
옆집 덕수 아저씨는 그물로 인어를 산 채로 잡아다 배에 매달아 버립니다.
 
최근 들어서는 인어를 박제품이나 애완용으로 거래하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작살로 상품에 해를 입히려는 사냥꾼들도 많이 줄었습니다.
 
파이의 아버지는 그를 반대하는 쪽이었습니다.
 
하긴 아내를 잡아간 삿된 괴물을 살려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다들 이해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만...
 
지금처럼 파이의 아버지가 사냥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살아있는 인어들의 눈을 가리고
 
수조에 옮겨 조심스럽게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창고에 갖다 넣는 것을 당신은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 오늘도 인어를 산 채로 잡아 가겠죠.
 
어쩌면 다행인 일입니다.
 
누가 역겨운 피 냄새를 기꺼이 맡고 싶어 하겠어요?
 
그것도 심하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 말입니다.
 
파이:(나는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할까... 풀려나가는 진주가루들을 본다. 무언가가 오나?)
 
진주를 뿌리고 얼마 되지 않아
 
어! 어!
 
하는 소리와 함께 수면 위로 소용돌이가 칩니다.
 
인어입니다.
 
파이:...! (바다쪽에 바싹 붙는다)
 
달빛을 머금은 듯 신비롭게 빛나는 지느러미는 푸른 바아와 어우러져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운 것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금방이라도 바다에 닿을 듯 시선을 던지며, 홀린 듯 상체를 기울이면...
 
"야, 야. 정신 안 차리지?"
 
... 덕수 아저씨가 당신의 뒷덜미를 끌어당겨 배 위로 끌어올립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파이:...아저씨
 
인어가 사람을 홀린다는 말은 헛것이 아니었습니다.
 
긴장하지 않으면 언제 잡아먹힐지 모릅니다.
 
파이, 당신의 어머니처럼요.
 
"오늘은 네 날이니까. 저거 네가 잡아야 한다. 언뜻 보니까 특등품인 것 같더만. 잘 해라."
 
잘하라는 말이 당신의 어깨 위로 얹어졌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역겨우리만치 불쌍한 저 인어는 오늘 있을 사냥의 희생양이 될 것입니다.
 
파이, 민첩 판정
 
파이: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아깝....!)
 
낚아챈 인어를 배 위로 끌어올리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물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습니다.
 
인어는 인간보다 회복능력이 강하고 잘 다치지도 않는다 했으니 아마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겁니다.
 
꼭 살아있는 바다를 배 위로 옮긴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파란처럼 넘실대는 지느러미나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비늘 같은 것이...
 
사람의 넋을 잃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인어 사냥꾼들은 인어를 산 채로 잡아 올리면 제일 먼저 두건을 머리에 씌우고 눈을 가립니다.
 
사특하다 이름난 존재 아니랄까 봐 인어들은 아름다운 외관으로 시선을 이끈 뒤 인간과 눈을 마주쳐 홀려버리곤 바다로 끌고 간다기 때문입니다.
 
인어는 힘이 빠졌는지 혹은 기절했는지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자 물및과는 다르게 얌전히 묶은 채 수조 안에 부유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파이가 잡아 올린 인어는 특등급 중에 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특등급이었습니다.
 
인어의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이만한 물건을 잡아왔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죠.
 
수도의 부자들에게 팔아넘기면 고래 몸통만 한 집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로써 당신은 어엿한 인어 사낭꾼 일족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쉽게요.
 
한 배에 올라탄 당신의 식구들은 오늘의 주인공이 한 마디 해주기를 바라는 듯이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말입니다.
 
BGM
 
그날 저녁은 인어잡이 배로 오르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푸짐했습니다.
 
어느 나라 왕족이 와서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먹는 것보다 남기는 것이 훨씬 많아 치우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파이는 그의 아버지를 따라 창고로 발걸음을 하던 차였습니다.
 
아버지:"특등급을 생으로 잡아왔다고 들었다."
"보아하니 전하께 올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더구나."
"그래도 약조는 약조이니 그것은 네게 주도록 하겠다."
"네게 건 기대가 헛되지 않아 다행이구나."
"팔아넘기든 박제를 하든 기름을 짜내든 네 마음대로 해라."
 
아버지가 꺼낸 말은 파이가 전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인어를 산 채로 잡아왔다 화를 낼 줄 알았건만...
 
얼떨떨하게 창고의 열쇠를 건네받은 당신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버지는 금방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고 떠나버립니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정신은 자연스럽게 열쇠로 쏠립니다.
 
파이:(웬일이지...?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열쇠로 시선을 돌린다. 그래도... 정말 '내 게' 생겼구나.)
 
문을 열어 보나요?
 
파이:(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문을 열어본다.)
 
오래된 경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릭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사이로 물 그림자가 부드럽게 일렁입니다.
 
첨벙.
 
수조 속에 숨어 있던 무언가가 세게 수면을 때리는 바람에 물이 당신의 코 끝까지 튀었습니다.
 
파이:앗 차가. (손으로 물을 닦고는 수조로 다가간다.)
 
... ....
 
살아있는 인어를 이리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물이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춤을 추듯 유영하는 머리카락이며,
 
옥처럼 흰 피부며
 
손가락 사이에 나 있는 물갈퀴들이 생경합니다.
 
당신도 모르게 수조 가까이에 다가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삿된 인어와 눈이 마주칩니다.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얼굴 전체로 번집니다.
 
아,
 
저눈,
 
 
그리고 입까지
 
완벽하게 바다에 빠져 죽은 당신의 옛 연인들 닮았습니다.
 
이성판정
 
파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싸해진다)
 
카일 -1 감소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만일 사냥꾼들이 섬기는 바다의 신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다면
 
그 신은 파이를 지독하게 미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인어에 홀려 스스로 바다로 뛰어들어 생을 마감해버린 당신의 연인을.
 
사람들이 그를 두고 뭐라 했던가요.
 
손가락질하지 않았던가요.
 
그날의 기억은 정말이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아무것도 모른단 낯을 하고 원망에 가득 찬 눈동자로 당신을 흔들림 없이 바라보는 저 인어를 차마 마주 볼 수 없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고개를 숙인 당신의 위로 그림자가 집니다.
 
무심코 고개를 다시 들어보면...
 
아,
 
심리학 판정
 
파이: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인어가 수조에 손을 짚고 당신과 한참 동안 시선을 마주합니다.
 
... 설마 동정하는 건가요?
 
잡혀 온 주제에?
 
지금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고?
 
세상에 죽은 옛 연인의 낯을 앞에 두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봐요. 파이.
 
제 아무리 인어가 홀려도 굳게 버티어 넘어가지 않을 것만 같던 당신도 흔들리고 있잖아요.
 
무어라 말을 걸어도 인어는 고개만 갸우뚱거릴 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파이:(이를 으득 갈고 수조를 주먹으로 쾅 친다.) 뭘 봐?
인어가 죽은 이의 낯을 먹는다더니 진짜였어.
꿈 깨. 내가 너한테 홀리는 일은 없을 거야.
넌 이제 내 소유물이라고. 알아들어?
 
카일: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지느러미를 움직여 당신의 머리 위로 물을 뿌립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부술 듯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해야! 안에 있나? 그만 들어가 자라! 그러다 인어한테 홀리면 어쩌려구 그러냐!"
 
... 덕수 아저씨입니다.
 
파이:..안 홀려요! (뒤를 향해 빽 소리치곤 인어를 노려본다.)
다음에 왔을 땐 더 얌전해져 있는 편이 지내기 좋을 거야. (중얼거리듯 말해놓곤 문으로 간다.)
 
창고를 나오면 덕수 아저씨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번 봤으면 됐지 뭘 그리 오래 붙들고 앉아있냐. 그렇게 뿌듯하던?"
 
파이:....네, 뭐. 꽤 감회가 새로워서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려 주시네요
 
"일단은 수조에 넣어두었는데 내일 아침이면 아마 물을 한 번 갈아주어야 할게다."
 
"창고 안 쪽에 보면 굴은 소금이 있으니 바닷물만치 짜게 해서 바꿔주면 된다."
 
"인어는 물 밖에 오래 두진 말고. 눈 가리는 것도 잊지 말아라. 저것이 사람으로 변하거든 금방 내게 알려라."
 
"그보다 저것을 데리고 무얼 할 작정이냐?"
 
파이:물을 매일 갈아줘야 하나요?
(갸웃하곤) 글쎄요. 지금은... 일단 두고 볼 생각이에요. 보다 보면 어떻게 할지도 떠오르겠죠.
 
"2~3일에 한 번 꼴로 갈아주면 된다. 만일 애완동물로 키울거라면.. 언제 사라져 있을지 모르니 주의하는 것이 좋아."
 
당신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전부 지켜 본 덕수 아저씨의 발걸음이 점점 멀어집니다.
 
... 당신의 아버지나 덕수 아저씨는 저 인어가 누굴 닮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이는..
 
파이, 당신 한 명 뿐일까요?
 
시끄러운 마음을 잔뜩 껴안고 당신은 잠 자리에 듭니다.
 
그래요. 이것은 인어가 불러온 재앙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다지도 비참할 수가 없습니다..
 
BGM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야 당연합니다.
 
어느 누가 그 상황에서 속 편하게 잠이나 잘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지친 몸을 이끌고 인어가 있을 창고로 향합니다.
 
해도 채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입니다.
 
인어는 이 시간대에 일어나 활동한다고들 합니다.
 
거짓은 아니었는지 창고의 문을 열자 방금 막 눈을 뜬 듯 멍한 표정으로 물장구를 치고 있는 인어가 보입니다.
 
당신과 다르게 아주 속이 편해 보이는 얼굴입니다.
 
... 그것도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곧 지워졌지만.
 
짐짓 화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파이:(내가 자길 잡았으니 그렇겠지 생각한다. 그래도 아까 전의 그 속 편한 표정이라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아 또 표정이 험해진다.) 내가 어제 한 말은 잊었나봐?
(물 갈 준비를 한다.)
 
수조 속에 갇혀 있는 인어가 화를 내봤자죠.
 
물을 갈기 위해서라면 먼저 물을 빼고 수조 안으로 들어가 인어를 꺼내와야 할 것 같습니다.
 
마개를 열자 수조의 물이 바깥에 연결된 수로에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영문을 알 리 없는 인어는 화난 표정 대신 당황한 표정을 짓습니다.
 
... 조금은 우스운 것 같기도 합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인어를 안아올려다 욕조까지 갖다놓아야 한다는 점이죠.
 
파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파이:....
(인어를 등 뒤에서 안아 얼굴 보기를 피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로 한다.)
 
근력판정
 
파이: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생각만큼 그렇게 무겁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가볍게 인어를 안아올립니다.
 
당신이 걱정했던 바와 다르게 인어는 얌전히 물갈퀴가 달린 손가락을 꿈지럭대며 당신에게 안겨 있습니다.
 
체념한 걸까요?
 
다만 그렇게 보이진 않습니다.
 
당신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파이:(어쨌건 얌전하니 편하게 욕조에다 옮겨놓는다.)
 
인어를 물이 담긴 욕조에 내버려 두고 창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소금이 쌓인 부대가 보입니다.
 
소금이 돈보다 귀해 나라님도 쉬이 만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만큼 쌓아둔 것을 보면 아무리 인어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둔 부가 꽤 되나 봅니다.
 
물론 바다 옆에 있는 동네라는 것도 한몫하겠습니다만...
 
어찌 되었든 다른 것의 생명을 빌어서 일구어낸 결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당신이 부대 하나를 집어 소금을 푸려는 순간
 
관찰 판정
 
파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상합니다.
 
소금을 쌓아두는 곳에 물기가 있을 리 없습니다만...
 
그렇지 않고서야 당신의 발밑에 선명하게 보이는 이 얼룩은 대체 뭐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파이:...? (인어를 홱 돌아본다.)
 
인어가 물장구를 친 것이 여기까지 튄 걸까요.
 
소금에 닿았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아무래도 수조를 멀리 치워두든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수조에 소금을 두어 바가지 붓고 절반 남은 수조에 다시 물을 채워 넣습니다.
 
인어를 옮기기 위해 욕실 안으로 발을 들여 가까이 다가간 순간...
 
첨벙
 
인어가 꼬리로 물장구를 치는 바람에 당신이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여즉 남아있는 소금기에 눈을 몇 번 감뜨고 본 인어는 분명히 웃고 있었습니다.
 
지금...
 
장난을 친 건가요?
 
웃는 낯을 가만 보자니 자꾸만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아,
 
...
 
그래요.
 
눈을 가렸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삿된 것이 당신을 홀리기 전에 얼른 일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파이:...(좀 어이가 없어져서 뚝 흘러내리는 물을 닦을 생각도 안 하고 쳐다보고 있다가) 힘들게 하지 마. (바로 들어서 수조로 옮긴다.)
 
인어를 수조 안에 집어넣자마자 경첩 소리가 창고 안을 메웁니다.
 
아버지:"필립."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파이:물을 갈고 있었어요. 덕수 아저씨가 물을 갈아줘야 한다고 하셔서요.
 
당신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미련없이 돌아갑니다.
 
아버지도 가셨고 당신의 할 일도 끝났으니 그만 돌아가도 될 것 같습니다.
 
열쇠를 챙겨 나가려던 그 때,
 
똑똑
 
수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볼 것도 없이 그 인어겠죠.
 
가까이 가면 언제 올리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꼭 재촉이라도 하듯 다시 소리가 들립니다.
 
똑똑
 
결국 고개를 들어 수조를 바라보면...
 
카일:[ 필립. ]
 
당신의 이름을 소리 없이 부르고 있는 인어가 보입니다.
 
당신의 옛 연인의 낯을 하고,
 
한없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꼭 정인이라도 되는 양 다정하게...
 
인간들이 인어에게 홀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야 저런 광경을 보면 그 누가 무정하게 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은 결국 수조 가까이 발걸음을 옮깁니다.
 
파이:(저게 아버지가 날 부르는 소리를 들었구나. 돌아보지 말걸. 그냥 나갈 걸. 후회하지만 또 마냥 후회되지만은 않아서 수조 앞에 서서 올려다본다.)
 
카일: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당신의 앞에 유유히 떠 다닙니다. 손을 수조에 갖다대고 눈웃음을 짓습니다
 
[ 필립! ]
 
파이:(하, 하고 웃는다.) 멍청아. '그 사람'은 날 필립이라고 부르지 않았어.
 
카일: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수조에 손을 갖다 댑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면서
 
[ 그럼 뭐라고 불러? ]
 
파이:(..말을 할 줄 아네? 따라할 줄만 아는 줄 알았더니. 그러니까 사람을 홀린 거겠지.) 가르쳐줄 거라고 생각해?
 
카일:[ 알려줘! 그럼 내 이름도 알려줄게. 아니면 계속 필립이라고 부를 거야! ]
 
툴툴거리는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표면이 흔들릴 정도로 지느러미를 강하게 흔듭니다
 
파이:상관없어. 다들 날 그렇게 부르니까. (그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다고. 그러니 저 얼굴로 그 이름을 부르면 정말로 홀릴지도 모른다. 때문에 되려 이죽이며) 알고 싶으면 열심히 생각해봐. 잘하면 때려맞출 지도 모르지.
 
카일:당신의 말에 생각에 빠진 듯이 헤엄치는 것도 멈추고 당신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질릴 대로 질린 바다의 소금기를 머금은 인어를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어의 탈을 쓴 재앙입니다.
 
이 재앙은 언젠가 당신의 목을 조르고 말 것입니다.
 
바다처럼 펼쳐진 핏물이 당신의 발목에 엉겨붙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밤입니다.
 
바다가 달빛을 머금어 그 어떤 보석도 초라하게 보일 만큼 아름답게 빛날 테지요.
 
창을 열어 보면 차가운 밤공기가 당신의 얼굴에 부딪혀 스러집니다.
 
늦은 밤
 
잠도 오지 않는데 잠시 바닷가를 떠돌다 오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가는 길에...
 
잠시 창고를 들려 그것이 잘 있는지 확인해도 될 테고요.
 
파이가 모르는 사이 그 인어는 점점 스며들어 당신의 심장을 손에 쥐는 듯했습니다.
 
실 바닷가 산책은 핑계이지 않나요.
 
당신은 바닷가에 가서도 그 인어 생각을 했을 테니까요.
 
모항시의 바다보다도 아름다운 천하의 절경을 당신의 눈앞에 갖다 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창고로 향하는 당신의 가슴에 은근한 기대가 달빛과 함께 차오릅니다.
 
잠이 든 이들이 깨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열쇠를 구멍에 끼워 맞추고,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
 
창을 타고 들어온 달빛을 휘감아 찬란하게 반짝이는 비늘 몇 개만이 수조 위를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인어
 
괴물
 
삿된 주술을 써 누군가를 잡아 먹으러 떠난 모양입니다.
 
다행인 일이지요.
 
그 대상이 당신이 아니라는 것이요.
 
어쩌면 이미 한 명쯤은 차디찬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인어 대신 떠다니는 비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모든 시간이 한낱 꿈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 모든 것이...
 
파이, 기어이 두 번 모두 놓칠 생각입니까.
 
후회하는 것에는 이골이 나지 않았습니까.
 
인어를 찾으러 가나요?
 
파이:(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점점 홀려가는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확실히 그건 그 사람이 아닌데. 얼굴이 닮았단 이유만으로... 발을 돌려 창고를 급히 나선다. 인어를 찾으러. 이미 반은 홀렸나.)
 
그래요.
 
그 인어를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절대 당신이 그 인어에게 마음을 줘버려서가 아닙니다.
 
그 인어에게 홀려서도 아닙니다.
 
그저 그 낯이
 
당신이 마음을 주어 사랑했던 과거의 잔재가
 
그얼굴에 남아,
 
끊임없이 당신을 괴롭혔으니까요.
 
그 인어는 당신의 업보였습니다.
 
업보가 남아있다면 치러야 맞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미 인어에게 홀린 불쌍한 이를 구할 셈 치고요.
 
당신은 주저 없이 바닷가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BGM
 
철썩
 
파도가 제 몸을 던져 부서지는 소리가 처절한 것 같기도 합니다.
 
밤바다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바람 사이로
 
얇은 옷자락이 휘날립니다.
 
그와 함께 바람결에 옅게 흩어지는 물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끝에는
 
인어가 있었습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돌아보는 인어의 눈은 처음 보았을 때와 다름없이 보석같이 빛납니다.
 
당신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인어가 입을 엽니다
 
카일:"필립."
 
하고요
 
인어가 말을 할 줄 알았던가요.
 
아니면 이 모든 것도 당신의 상상인 걸까요.
 
이 인어를 열망하는 마음이 환각을 불러온 것일까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조 밖에서 본 인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존재처럼 보여
 
언제라도 한밤의 꿈처럼 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와는 조금 다른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인어가 당신에게 한 발자국씩 가까워집니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인어의 발에 모래가 차입니다.
 
파이:(한 발 주춤 뒤로 물러난다.)
(인어가 사람이 되면 바로 말하라던 덕수 아저씨의 말이 생각났다. 당장 달려가서 말해야... 말하면 이 인어는 어떻게 되지? 떨어지지 못한 발 탓에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는다.) ...인어. 어떻게 된...
 
카일:"카일. 내 이름, 카일."
 
환한 웃음을 입가에 그리며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만집니다.
 
"그 사람이 널 어떻게 부르는지 난 모르겠어. 안 가르쳐 줄 거야?"
 
파이:...안 가르쳐준다더니. (카일. 확실히 다른 그 이름을 입에 새긴다. 차이가 생겼다. 이거라면... 깊은 고민 끝에) ...파이.
 
카일:"파이!"
 
궁금증이 풀려 기쁘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도 파이라고 불러도 돼?"
 
파이:(부르는 소리에 움찔한다. 하지만 저렇게 부르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마음 속에서 뭔가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대로 해.
 
카일:"응! 파이!"
 
기분 좋다는 듯이 헤실거리면서 미소를 짓고는 당신의 주변에 제 발자국을 남기다가 어딘가 아쉬운 미소를 짓습니다.
 
"파이. 날 돌려 보내 줄 수 있어?"
 
파이:..아니. (꽤 짧은 시간 안에 나온 단호한 대답이었다.)
 
카일:"그렇구나."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됩니다.
 
이 인어가,
 
아니,
 
카일이..
 
어쩌면 당신과 만나게 될 인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꼭 정인이라도 되는 양 웃어 보이며 손을 잡자고 내미는 카일은...
 
재앙입니다.
 
그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어느새 당신의 눈앞에 덮쳐온 재앙을 받아들일지,
 
이를 끝까지 거부할지는 당신의 손에 달렸습니다.
 
파이:(놓을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면, 적어도 옆에 두는 것 정도는. 내가 얻어낸 내 것이니까 그 정돈 괜찮지 않을까. 그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창고 방향으로 끈다.)
돌아가.
 
카일:"응!"
 
창고에 다다르자 카일은 스스로 수조 속으로 들어가 고인 물속을 유영합니다.
 
당신의 손에 제 비늘을 쥐여 주고요.
 
카일:"절대 잃어버리지 마."
 
그리 말하는 카일의 등 뒤로 달빛이 아름답게 부서져 꽃잎처럼 흩날립니다.
 
카일이 잃어버리지 말라 하는 것이
 
과인 이 비늘 뿐일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일:"내일도 와줄 거야?"
 
파이:그래. 네가 오늘처럼 도망쳤는지 확인하러 와야 하니까.
 
첨벙
 
당신의 낯에 물이 조금 튀었습니다.
 
수조를 올려다보면 인간의 다리는 온데간데없고 물고기의 꼬리만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인어를 뒤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겨우 밖으로 돌려 나갑니다.
 
당신을 둘러싼 공기에는 여즉 소금기가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이
 
당신의 뒷모습에 눌어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BGM
 
당신이 수조의 물을 처음 갈아준 날로부터 꽤 지났습니다.
 
매일 창고에 걸음 했든 그러지 않았든 인어는 계속해서 수조 속에서 당신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이따금 당신의 애칭을 소리 없이 부르기도 하면서요.
 
어떻습니까. 파이.
 
이 느낌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까?
 
파이:(그리웠다. 그리워서 내 애칭을 그것에서 알려주었을 만큼.)
 
오늘도 어김없이 창고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호출에 그의 처소로 노선을 틀게 되었지만요.
 
그 인어를 기다리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야 온종일 좁은 수조 안에 갇혀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당신밖에 없으니 얼마나 무료하겠습니까.
 
당신의 발걸음은 당신조차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점점 빨라집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겠다 예고한 뒤 처소에 발을 들이면...
 
당신의 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애꿏은 책만 좌탁 위에 엎어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관찰 판정
 
파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책인데..
 
책을 펼쳐 볼까 하던 와중에 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래도 책을 제자리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아무리 자식 되는 사람이 당신의 물건을 만졌다 해도 너그러이 용서해 줄 만한 성정을 가진 분은 아니시니까 말입니다.
 
아버지:"안으로 들어오란 소리는 내 아직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파이:대답이 없으셔서 주무시나 했죠.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아버지:"네 다음 사냥 날짜가 잡혀서 말이다. 길일을 받아오는 길이다."
"이번 달 말일은 어떠하냐. 앞으로... 닷새 남았구나. 할 수 있겠느냐?"
 
파이:(끄덕인다.) 해내야죠.
 
아버지:"그래. 그렇다면 가 봐라. 내 할말은 끝났으니."
 
재수 옴 붙었습니다.
 
첫 사냥이야 피를 보지 않고 그럭저럭 잘 끝냈다고는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가면 분명히 못 볼 꼴을 보고 말 것입니다.
 
기꺼울 리가 없습니다.
 
대화를 마친 당신은 발걸음을 옮겨 창고로 향합니다.
 
어느새 인간으로 변한 카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일:"파이!!"
 
파이:(급히 뒤를 돌아봤다가) 다시 들어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사살감인 거 몰라?
 
카일:당신이 걱정하던 말던 베실 웃으며 창가를 가리킵니다.
 
"창 사이로 벚꽃이 떨어지던데 이런 곳에도 벚나무가 있었나 봐."
"바닷속에 살았을 때는 봄이 오는지도 모르고 지냈는데.."
"어쩌면 네가 내 봄인지도 모르겠어."
 
참으로 웃기는 소리입니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이인 것마냥 저런 태평한 소리나 하고 있다뇨.
 
오랜 시간을 걷지 않아 어딘가 어설픈 구석이 있는 걸음으로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머리에 벚나무 꽃잎을 조심스레 얹어 놓습니다.
 
카일:"역시 파이 눈 색이랑 똑같아. 무엇이 꽃이고 봄인지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
 
아,
 
심장이 뛰는 소리가
 
원래 이리도 크게 들렸던가요...
 
파이:...... (놀란 눈으로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는다. 저렇게 있으니 영락없이 살아 돌아온 것 같잖아. 물론 말투라던가 사소한 것들은 확실히 다르지만...)
 
카일:"파이?"
 
당신의 시선에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입니다. 조금 젖어 있는 머리카락이 목에 달라 붙어 있습니다.
 
파이:...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 (요, 하고 나갈 뻔했던 걸 억누르며 손을 들어 눈을 가린다.)
 
카일:"응?"
 
두 눈을 꿈벅이면서 어정쩡한 걸음 거리로 당신의 주변을 멤돈다. 무엇이 문제였지? 역시 인간이란 어려운 생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한 미소를 그렸다.
 
"어디에서도 안 들었는데! 육지에 올라오자마자 만난 사람은 파이밖에 없는 걸!"
 
파이: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마음에서 정말로 우러나온 소리란 건가? 아무튼 이 이상은 위험하다. 이대론 정말 그때로 나 혼자 돌아가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눈가를 가린 채 카일의 등을 민다.) 빨리 들어가기나 해. 위험하다고 했잖아.
 
카일:"응!"
 
무엇이 잘못 된지도 모르면서 당신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순순히 밀려나면서 수조 속으로 들어갑니다. 풍덩하는 맑은 물 소리와 함께 찰박찰박 거리며 물의 표면이 흔들립니다.
 
파이:...(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아직도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카일:[ 돌아가고 싶어! ]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입술을 벙긋거리면서 외치는 듯한 모션을 취한다
 
파이:..왜? 바다에 뭐가 있는데.
 
카일:[ 날 길러주시던 분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산호도 있고.. 아, 하지만 파이는 없어! 파이는 인간이잖아! ]
 
파이:그야 당연하지. 인간은 아무도 바닷속에서 살 수 없어. (그리고 그곳에선 아이셀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데 왜 너는 그 얼굴을 하고 있지?
 
카일:무슨 소리냐는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요.
 
[ 나는 원래 부터 이 얼굴이야!! ]
 
파이:...그럴 리가. (진짜 모르는지 심리학 판정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심리학 판정 고
 
파이: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된장..)
 
보석같은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는 순수함만 담겨져 있는 것 같네요. 외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표정을 더 읽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카일:[ 파이- 내일 또 와줘야해! ]
 
항상 가야할 때 해주는 말. 당신에게 저주처럼 옭아매는 듯한 말을 해주는 카일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습니다.
 
BGM
 
어린 인어 사냥꾼들은 주에 한 번 열리는 시내의 7일장에 올라가 장사를 하곤 했습니다.
 
중등급 이상의 인어들은 서울에 팔아넘기거나 진상해 올리지만,
 
그조차 안 되는 인어들로는 기름을 짜거나 눈물로 흘리는 진주를 받거나 비늘로 장신구를 만들거나 하여 내다 팔고는 했으니까요.
 
인어로 짠 기름은 매우 좋아 오래되어도 부패하지 않으며
 
그 가치가 고래 기름과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진주는 또 어떻고요.
 
바다에서 캐오는 것과는 다른 광캑이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기운이 있습니다.
 
비늘로 장신구를 만들기란 자개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만
 
만들어놓고 보면 빛을 머금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모항시에서 내다 파는 물건 중 앞에 인어란 말을 달아놓으면 작은 먼지라도 큰 값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영국은 온 재산을 끌어다 보아도 인어 사냥꾼 일족보다 덜할 것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금보다도 귀하다는 소금을 창고에 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좌판에 물건들을 올려놓은 지 일각도 지나지 않아 바닥을 보입니다.
 
오늘도 꽤 벌었군요.
 
수요가 줄었니 뭐니 해도 인기는 여전한 모양입니다.
 
당신도 이제 조금은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적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시장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찰 판정
 
파이: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람들이 이날만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옵니다.
 
어지러운 그 사이에 당신은 그나마 사람이 없어 보이는 가게를 발견합니다.
 
점집인가요?
 
가까이 가보면 점집 앞에 놓인 대나무 깃발이 펄럭입니다.
 
참으로 이상하죠.
 
지금은 바람 한 점 불고 있지 않은데 말입니다.
 
들어가 보나요?
 
파이:(신기하니 들어가본다.)
 
BGM
 
찻집의 형태로 꾸며져 있습니다.
 
꼭 점을 보지 않더라도 가볍게 차 한잔 하고 갈 수 있겠습니다.
 
당신이 자리에 앉자,
 
수줍게 손을 잡고 들어오는 젊은 남녀가 보입니다.
 
그제서야 점집의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애점당
 
사랑을 점치는 집이라뇨.
 
혼자 자리를 잡은 사람은 파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꼭 혼자인 것이 외로워 점이라도 치러 온 사람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급하게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하자마자..
 
"어딜 가시나. 고민이 있어 들어온 것이 아닌가? 안 쪽으로 들어오도록 하시구려."
 
주인장처럼 보이는 노인이 당신의 손을 잡고 방으로 이끕니다.
 
아,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바다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인어 사냥꾼이군. 이제 막 하나 잡은 것 같은데. 자네 낯에 수심이 가득하니 아마 그 인어가 문제인 것 같지."
 
그러더니 방문을 닫고 낮게 속삭이는 것입니다.
 
"아주 단단히 홀렸구만 그래?"
 
파이:(용하긴 용하네...)
..아직 그렇게까진....
 
"아니, 내가 보기에는 단단히 홀렸어. 그것도 그 인어에게 말이야."
 
파이:...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요?
 
"흠-"
 
카일:
주인장은 잠시 뜸을 들이면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글쎄 올시다. 거기까지는 내 관할 구역이 아닌 것 같은데. 네 하기 나름이지 않겠나."
 
"왜? 지금 옆에 두고 있는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던?"
 
파이:네 뭐... 인어라서 그런지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본디 인어는 바다에서 사는 생물이니께 그렇겠지.하지만."
 
"백 년 전 인어들은 본디 땅으로 올라와 인간과 관계를 맺으며 살았다는 말이 있긴 해.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나보다 인어 사냥꾼 그 작자들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지 않던가."
 
"아직 교인세목전기를 보지 않은 것 같군."
 
파이:교인세목전기요?
 
"쯧. 아직 못 읽었나 보구먼. 이제 막 사냥을 시작해서 그런가. 뭐, 그런 책 나중에 읽게 될 거야. 그 책은 교인연구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내 말은 가볍게 흘러 들어."
 
"그대나 나나 평생 궁에 들어갈 일은 없는 처지이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인간과 관계를 맺어 살아가고 있던 인어들이 어떤 일로 인하여 전부 바다로 내쫓겨졌다는 것이지"
 
"정확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네. 그러나 인어는 태어나기를 온순하게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 종족일세. 인간들에게 해를 끼칠 일을 먼저 하진 않을 것이란 말이지."
 
"하지만 지금은 또 모르는 일 아닌가? 그 일로 인해 앙심을 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 하여튼 조심하시게. 그 순진한 낯을 전부 믿지 마."
 
"언제 자네를 바다로 끌어들일지 모르는 일 아닌가."
 
주인장이 일어나 문을 열더니 나가라는 듯 턱짓합니다.
 
"내 할 말은 여기까질세. 그저 충고 일 뿐이니 대가는 필요 없네. 부디 정신을 똑바로 차리도록 해."
 
파이:(멀뚱멀뚱 있다가 대가는 필요없다는 말에 고개만 까딱해 인사한다.) 일단 기억해두겠습니다.
 
마음을 줄지언정 목숨까지는 주지 마. 짧은 조언과 함께 문이 닫힙니다.
 
애점당 밖으로 나오면 아주 익숙한 얼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 있었구나. 필립."
 
덕수 아저씹니다.
 
"중등급 인어 기름이 모자라서 말이다. 아직 시장이 닫히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아직 인기가 좋기는 한 모양이구나. 아무래도 새로 가져와야 할 것 같아서 찾던 중이었다. 네가 이곳에 들어갔다기에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마음에 둔.. 인간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파이:아, 여기요. (돌아봤다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이런 집인 줄 몰랐거든요. 그냥 찻집인가 싶어서...
그래서 중등급 인어 기름을 가져오면 된다고요?
 
"그래."
 
카일:
덕수 아저씨는 당신을 가만히 보다가 어깨를 잡습니다.
 
"다른 길로 새지 말고 네 아비처럼 훌륭한 사냥꾼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부디 후회할 선택은 하지 말아라."
 
다른 길,
 
다른 길이라..
 
문득 바닥에 떨궈진 핏방울이 떠오릅니다.
 
조금은 숨이 막힐지도 모르겠습니다.
 
BGM
 
인어가 하는 이야기는 바다에 머무는 바람처럼 찬 기운을 품은 야화와도 같았습니다.
 
카일은 이따금 사람으로 변해 당신의 손을 잡고 먹에 사금을 풀어 놓은 듯 반짝이는 밤바다를 함께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카일은 그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습니다.
 
바다를 그리워하기라도 하듯이요.
 
인어를 잡으러 떠나기 전날 밤, 문득 카일은 당신을 돌아 보며 묻습니다
 
카일:".. 나로 통해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은 누구야?"
 
파이:(한참 보고만 있다가) 나한테 가장 소중했던 사람.
너랑은 달라. 절대 날... (떠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 이 부분은 같나. 어쨌든 카일도 바다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여전히 돌아가고 싶어?
 
카일:"..."
 
당신의 물음에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짓습니다. 바람에 의해 긴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면서 나풀거립니다
"백 년 전에는 인어가 뭍으로 올라가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곤 했대."
"우리가 인간들을 홀려 바다로 데려간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그거 알아? 인어들은 땅에서 살 수 없어."
 
카일:"땅에서 호흡을 하며 살아간다면 그게 어떻게 인어일 수 있겠어?"
 
파이:...그렇지. (인간들도 바다에서는 살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 이토록 서로가 다른 것이다. 카일을 본다.) 그 백 년 전 이야기, 더 알아?
 
카일:"음.. "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눈을 이리저리 굴립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임에도 섣불리 입밖으로 꺼낼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이 인간이여서 그런 것일까요?
 
파이:(주저하는 걸 보고) 상관없어. 어떤 이야기든.
 
카일:당신과 시선을 마주쳤을까.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이 벌어지면서 인간과 인어 사이에서 일어난 과거들이 줄줄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백 년 전까지만해도 인간과 인어가 관계를 맺으며 교류를 해왔다는 이야기
모종의 이유로 바다로 쫓겨나고 더이상 인어들은 인간들을 만나러 갈 수 없게 된 이야기
허황된 소문으로 인해 인간들의 손에 잡혀가고, 죽임을 당하고, 진주라고 불리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이야기 들을..
 
"왜 알고 싶은 거야?"
 
파이:(허황된 소문이라. 인간들 사이에 전해지는 현재의 소문들을 떠올린다. 홀린다. 죽은 걸 잡아먹고. 물로... 그러다 바다로 사라진 아이셀을 떠올렸다.)
.........인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너희가 왜 인간들에게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왜 뭍에서 쫓겨났는지. 인어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사람을, 그리고 나를.)
 
카일:"파이가 궁금하다면 다 알려줄게!"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줄 알고 재잘재잘거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신은 원래 이렇게 태어났고, 인어들은 수초 같은 걸 먹으며, 먹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살 수 있다는 것과 인간들이 왜 자신들을 두려워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등의 당신이 궁금해 했던 점들을 하나하나 알려주고서 뿌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파이."
 
파이:(쳐다본다.)
 
카일:"난 내일 떠날 거야."
"하지만.. 내가 떠난다면 넌 어떻게 되는 거야?"
 
순간 수조 속에서 처음 마주한 카일의 낯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래요.
 
그것은 명백한 걱정이었음을 다시 꺠닫습니다.
 
제 처지를 알면서도 속 좋게 자신을 사지로 끌고 온 사람을 걱정했던 겁니다.
 
카일이 떠난다면요?
 
글쎼요. 잘 모르겠습니다.
 
카일이 던진 물음이 당신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파이:아마... 우선은 아버지께 혼나겠지. 데리고 있던 인어를, 그것도 최상급을 놓쳤으니 가업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모르겠어. (분명 같은 사람이 아님에도 이렇게까지 마음을 움직이는 존재였는데. 두 번이나 잃게 된다면, 나를 떠난다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도 모르겠다.)
 
보석을 갈아 넣은 듯 반짝이는 모래 위를 하얀 거품이 쓸고 지나가니 모든 것이 말끔히 지워집니다.
 
두 사람을 내려다 보는 하늘은 새벽 별이 수 놓인 듯 정교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아래, 당신의 손을 잡고 미약한 온기를 나누고 있는 인어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가 불러내는 서글픈 노래가락이 바람을 타고 온 해변에 감돌아 떠나지 않습니다.
 
카일:滄海茫茫塞大虛,
 
珠宮貝闕鮫人居.
 
鮫人織成萬機絹,
 
 
카일:五色變出雲霞舒.
푸른 바다 아득하여 가이없는데
 
구슬궁 조개궐에는 인어가 사네
 
인어가 베를 짜니 만 폭 비단이요
 
카일:
오색 영롱하고 구름 기운 펼쳐진다
 
당신의 눈 앞에 선 이는 삿된 인어.
 
카일. 이 세상에 다시 없을 당신의...
 
어느새 달빛은 흐려지고 날은 밝아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카일이 여상한 낯으로 미소짓습니다.
 
BGM
 
어느새 당신의 두번째 사냥 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실 머릿속에 들어차는 것은 카일이 떠난다는 것뿐
 
그 어떤 것도 당신의 마음을 붙들어두진 못합니다.
 
역시 가지 말라 붙잡았어야 했나요.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한시적인 영원을 당신과 함께 누리자고 해야 했을까요.
 
억지로라도 가지 못하게...
 
당신 곁에 붙들어서...
 
물론 카일은 반기지 않겠죠.
 
남은 삶 내리 원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출발하기 전 카일을 보러 창고에 가려 했지만...
 
덕수 아저씨가 당신을 잡아끄는 바람에 카일은 커녕 창고조차 구경하지 못하고 결국 배에 올라타고 맙니다.
 
듣기 판정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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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60/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강행하게해주오))
 
좋아요! 강행 고!!
 
파이: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예스)
 
'대장.. 그러니까 스타넥씨 말이야. 새빠지게 쫓아다니면서 인어 잡아 족치나 안 족치나 감시하더만 오늘은 왠일로 안 오겠다던데?'
 
대장 스타넥씨. 당신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겠죠.
 
오늘 사냥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안 그래도 질릴 대로 질린 바다 내음이 역겹던 차였습니다.
 
배가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가면 당신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흔들리는 물결 사이에 언듯 카일이 보인 것도 같습니다.
 
그래요. 이곳은 바다.
 
인어들의 고향. 삶의 터전...
 
그런 곳에서 억지로 카일을 끌어낸 것은 당신입니다.
 
어느 날 성큼 다가온 재앙은 고요하게 또 깊게 바다에 요동치는 파동처럼 당신의 눈에 눌러붙었습니다.
 
순간 수면 위로 소용돌이가 칩니다.
 
인어입니다.
 
당신이... ....
 
하는 카일의 동족.
 
정신력 판정
 
파이: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그물을 가라앉히곤 인어를 유도하기 위해 진주 가루를 바다에 뿌립니다.
 
아, 어쩌면 달빛을 휘감아 바다가 그토록 신비롭게 보였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한참을 기다려도 어딘가 모르게 어쭙잖은 당신의 행동에 인어가 걸리기는 커녕 물고기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빈 그물을 들고 돌아서자 동료들은 온갖 야유와 질 나쁜 농담을 당신에게 던집니다.
 
그 사이로 마주친 덕수 아저씨의 낯이 아주 조금은, 미묘한 것도 같습니다.
 
BGM
 
배에서 내린 뒤 나라님조차 혀를 내두르고 갈 화려한 상도 물린 채 당신이 거처보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창고 였습니다.
 
열쇠를 구멍에 맞춰 돌리면 찰칵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따라 이 모든 행위가 천근만근 무거운 것은 단순히 기분 탓인 걸까요.
 
손을 뻗어 그 문을 열고 당신을 온종일 기다렸을 카일을 마주하려던 순간,
 
아버지:"필립."
 
... 아버지십니다.
 
파이:....아버지.
 
아버지:"식사조차 물리고, 그 인어를 보러 갈 만큼 정이 깊어졌던 것이냐."
 
파이:...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사정? 그래. 사정이라.."
 
미간을 찌푸리며 턱을 어루만진다.
"그래서 이 아비가 더이상 신경쓰지 않도록 해놓았단다."
 
파이:....네?
 
아버지:"긍지 높은 인어 사냥꾼의 후예이자 내 자식인 네가. 인어에게 홀려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파이:(찌푸린다.) 뭘 하신 거예요?
 
당신의 아버지란 작자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립니다.
 
불안이 당신의 뒷목을 타고 오릅니다.
 
카일, 카일은.. 어떻게 된 거죠?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요.
 
설마 오늘 사냥에 오지 않겠다 했던 이유도..
 
아버지:"필립. 어디 한 번 열어 보거라."
 
파이:........ (창고로 뻗던 손이 멈칫한다. 떨리는 손이 문에 닿고, 천천히 연다.)
 
열린 창고의 문틈 사이로
 
텅 빈 수조가 보입니다.
 
절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던,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믿을 수 없는....
 
카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 무엇도 증명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어디로 간 거죠.
 
오늘 밤 떠나겠다 하지 않았던가요?
 
지금은 밤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버지:"특등급 아니더냐. 그냥 죽이기는 아까워서 말이지. 방금 서울로 보내는 배에 싣고 오라 하는 길이다."
 
그러며 들고 있던 작살을 당신에게 겨누는 것입니다.
 
아버지:"당장 조용히 거처에 들어가지 않겠다면 널 내자식으로도 생각 않을 것이다."
 
파이:(작살 끝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아무런 말 없이 등을 돌려 창고를 나간다. 원래 떠나보내려던 것이었는데. 그래도 살아서 돌아갈 줄 알았다. 서울로 간다고? 아니, 내가 이걸 신경 써야 하는 일인가. 어차피 내 앞에서 사라지는 것은 똑같은데. 다시 보지 못할 것은 같은데.)
 
거처로 돌아가나요?
 
파이:(거처로 돌아갑니다...)
 
거처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등 뒤에서 아버지의 "잘생각했다." 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렇게 쉽게 떠나보내는 건가요?
 
어제까지만 해도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카일이 눈 앞에 아른 거립니다.
 
파이:(돌아가는 척 카일을 따라서 살려보내주고 돌아올 순 없을까?)
 
지금 이 거리라면 아버지를 따돌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카일을 찾으러 가나요? 늦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파이:(카일을 찾으러 가자!)
 
거처로 돌아가지 않고 부두로 향합니다.
 
가는 길 하인들이 당신보고 가지말라며 붙잡습니다.
 
민첩 판정 3회
 
파이: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룽 에. (GM):(카일 찾는데 진심이었구나 ㅠ)
 
Beam:진짜미쳤다 어떻게 이런결과가
 
룽 에. (GM):둘이 찐 사랑한다는 걸 이렇게 보여줄 줄이야
 
Beam:ㅋ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겨요 진짜...
 
당신은 그들을 뿌리치고 무작정 부두로 향합니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면서.
 
심장이 쿵쿵 뛰면서
 
카일이 위험하다 라는 사실 많이 머릿속에 가득 찹니다.
 
그 외에 다른 이유 하나 없이 혈육이며 자라온 마을이며 동료며 모두 등져가며 그에게 달려가는 이것이...
 
... 사랑이 아니면 무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혹은 그를 모방한 감정이거나.
 
멀리서 고래 울음소리 닮은 뱃고동이 울려 퍼지고, 당신의 시야에 빈 수조 속에서 말라 죽어가는 카일이 들어옵니다.
 
끝도 없는 절망이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차오르는 숨이며 분노며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꼭 제정신이 아닌 것도 같습니다.
 
사고가 점점 극단적인 쪽으로 흘러갈 즈음...
 
툭.
 
투둑.
 
쏘나기가 쏟아집니다.
 
선원들이 일시불란하게 움직이며 카일을 배 안으로 실으려던 순간이었습니다.
 
BGM
 
일순 바다가 성이 난 듯 뒤집히고 파도가 배를 덮칩니다.
 
누군가 도술이라도 부린 것처럼요.
 
넋이 나간 듯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꿈결처럼 사라질 듯 가벼운 손이 당신의 손목을 붙들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숨이 폐를 거칠게 채우고 다시 빠져나가기를 반복합니다.
 
다리가 떨려오고 머리가 어지러움에도 멈출 수 없습니다.
 
바람을 타고 카일에게 희미하게 배어있는 바다 향이 전해져 옵니다.
 
카일:"파이."
 
인어가 하는 이야기는 바다에 머무는 바람처럼 찬 기운을 품은 야화와도 같았습니다
 
카일:"그거 알아?"
 
그 존재가 꿈결과도 같아 금방이라도 눈을 뜨면 사라질 것만 같았습니다
 
카일:"백 년 전에는 인어가 뭍으로 올라가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곤 했대."
 
두 사람을 내려다 보는 하늘은 새벽 별이 수놓인 듯 정교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카일:"우리가 인간들을 홀려 바다로 데려간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 아래, 당신의 손을 잡고 미약한 온기를 나누고 있는 인어는,
 
카일:"인어들은 땅에서 살지 않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카일:"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땅에서 살아갔던 거야. 우린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
 
기어코 당신을 향해 돌아본 카일의 울지 않는 낯 위로 서글픈 빗물이 내려 눈물처럼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카일:"나랑 같이 갈래?"
 
파이:(카일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렇게 홀리는 거구나. 하지만, 홀리는 게 맞는 건가. 그가 내게 무슨 나쁜 짓을 했던가. 죽은 사람인 척 행세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건 인간이었다. 이대로 떠나면 나는... 수많은 생각 속에서 그를 마주하고 있던 입술이 열린다.)
따라가면, 나는 죽겠지.
하지만 난 이제 갈 곳이 없어.
(손을 내민다.) ...나를 데려가. 내가 이곳에 있지 않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해줘.
 
BGM
 
차가운 밤의 바다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당신의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남아있는 온기라고는 당신의 품을 놓지 못하는 카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 본 것은 파랑 사이로 이리저리 흩어지는 진주들입니다.
 
순간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인어에게 홀려 제 발로 바다에 뛰어들었다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은 그저 그리움에 눈이 멀었던 이들이 아니었을까요.
 
당신은 당신의 눈앞에 덮쳐온 재앙을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이 재앙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카일을 안았습니다.
 
그리움에 잠겨 죽으나 물에 잠겨 죽으나 매한가지 아닙니까.
 
이만치 달콤한 재앙인 줄 알았더라면 진즉 잠겨 볼 것을 그랬습니다...
 
카일 생환, 파이 로스트
 
그 이후에 모항시 내에 누군가가 파이를 닮은 인어를 보았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닙니다.
 
ED 5. 終天之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