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 2024-11-30

시나리오 본문 : https://posty.pe/lm97m4

 

공식 세카

 

PC

팔레나

 

 

탐사자 주의사항을 발견 못하고
퀵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예상된 플레이 방향과는 약간 다릅니다.

 

 

 

 

귀소본능

 

w. 홍시

 

2024-11-30

 

♬　 BGM 　▶ ■

 

삐비비빅 —

 

귓가에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무거운 눈을 뜹니다.

 

익숙하다 못해 있어야 할 자리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벽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한껏 깊이 들이킨 숨에 가득 차 있는 꿉꿉한 습기가 폐부를 턱, 막으며 조여옵니다.

 

이 쿰쿰한 냄새는 대체 언제부터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익숙한 네모난 방.

 

언제나 충실하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해온 당신의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아주 오래 잔 것처럼 몸이 물 먹은 솜마냥 무겁고, 머리에는 희미한 두통이 돕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12:41AM팔레나:(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난다.)

머리야...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찡그린 채 기억을 되짚어 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어나며 찾은 건 자연스럽게도 시간을 알 수 있는 휴대폰.)

 

수십 통의 각종 알림이 알림창을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어플에서 보낸 광고 알림은 물론

 

가족과 지인의 문자와 부재중 통화가 수십 건 도착해 있습니다.

 

그중 문자 메시지 하나를 열어보면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 무슨 일이냐.

 

당신의 안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아, 당신의 전담 심리상담사의 문자도 한 건 와 있네요.

 

가장 위에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잠든 이후로 가장 먼저 온 연락 같습니다.

 

12:43AM팔레나:(심리상담사...? 내가 그런 걸 다녔었구나. 확인한다.)

 

메시지가 온 시간을 확인하니 무려 5일 전에 온 연락이네요.

 

기억을 되짚어보면 자기 전에 모든 알림창을 정리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12:43AM팔레나:(내 알림창은 언제나 깨끗하니까.)

 

적어도 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기억해냅니다.

 

메시지 내용은 간결합니다.

 

절대 집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12:44AM팔레나: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니...

(그럼 폐인이라도 되라는 말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살펴본다.)

(그 전에... 방 꼴은?)

 

새삼스러운 것 없는 당신의 방.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지겹고 단조롭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언제까지 이 삭막한 상자같은 방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습하기로 작정한 공기가 폐부에 한가득 들어찹니다.

 

답답함이 당신의 심장을 잔뜩 조여옵니다.

 

두꺼운 암막커튼으로 가려진 하나의 창문만이 이 방 속 당신의 유일한 숨구멍이겠군요.

 

주변을 둘러보면 공간이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빈약하다고 보일 단출한 살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책장이 딸린 책상이 가장 먼저 보이고,

 

그 근처에 서랍, 옷장도 보이네요.

 

12:45AM팔레나:(미니멀한 게 가장 좋은 것이다. 둘러보다가 우선 창문을 확인한다.)

 

빛을 막고 있는 암막커튼을 걷어내자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눈부시게 느껴집니다.

 

고정된 쇠창살틀이 단단하게 보안을 맡고 있습니다.

 

이 동네의 치안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창살은 떼어내거나 부수려고 해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바깥을 보면 흐릿한 날씨 탓인지

 

채도와 명도가 낮은 사진처럼 어두침침하기 짝이 없습니다.

 

12:46AM팔레나:비라도 쏟아지겠네...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어두침침하기 짝이 없는 동네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건물 사이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수상해보일 정도로요.

 

이유 모를 불쾌감에 더는 바깥을 볼 수가 없습니다.

 

12:48AM팔레나:(커튼을 쳐 버리고는 침대로 돌아와 앉는다.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에 문자를 받지 않은 5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기억해 보면서. 침대를 살펴보자.)

 

당신이 자고 일어난 모양 그대로 이부자리가 구겨지고 흐트러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불과 베개는 언제 빨았던가요?

 

이부자리에서 미묘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12:49AM팔레나:(5일 동안 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에반데... 강행)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이 누워있던 그대로

 

축축한 액체의 흔적이 얼룩덜룩하게 남아있습니다.

 

얼룩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니

 

일반적인 인간의 땀 냄새보다 더 찐뜩하고 물비린내와 비슷한 냄새가

 

침구에서 풍겨옵니다.

 

윽, 아무리 오랫동안 묵혔다고 해도 이게 인간에서 날 냄새인가요?

 

12:50AM팔레나:(미친... 코 가리고 물러난다.)

 

다른 사람이 쓸 일은 없다만

 

이게 정말 자신의 채취가 뭉친 냄새라니 믿기 힘들 냄새입니다.

 

12:50AM팔레나:(내 몸에서 나는 냄새 맞아...? 샤워부터 할까? 몸 냄새를 킁킁 맡아보고...)

(시선을 돌리다가 책상을 발견해 살펴본다.)

 

책상에 옆에 딸린 책장에는 여러 권의 책이 터질 것처럼 한 가득 꽂혀있습니다.

 

가볍게 책등의 제목만 훑어보면

 

주로 해양생물에 대한 책이 많습니다.

 

당신의 집에 있는 책이니 분명 누군가에게 받거나, 직접 구매했을텐데

 

이런 책들을 언제 어떻게, 왜 얻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12:51AM팔레나:(해양생물... 해파리나 고래종 외에는 그닥 관심 없었는데.)

 

옅은 색상의 튼튼한 나무 책상 위에는 여러 통의 우편물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습니다.

 

12:52AM팔레나:(우편물부터 뒤적인다.)

 

전혀 정돈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흩어져있는 우편물입니다.

 

대부분의 우편물은 전기세, 가스세, 인터넷… 각종 고지서네요.

 

가장 오래된 것은 3개월 전의 것입니다.

 

아무래도 자동이체가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고지서 사이에는 요즘 세상에 보기 어려운 수기 편지가 한 통 있습니다.

 

수신인이 쓰여있지 않지만 필체로 보아하니 당신의 가족이 보낸 편지입니다.

 

당신에게 꼭 해줘야 하는 말이 있으니 시간이 될 때,

 

최대한 빠른 시일에 집에 오라고 적혀있습니다.

 

12:53AM팔레나:의사쌤은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전화도 안 되려나.)

(혹시 모르니 책장도 훑어본다.)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러 책을 하나씩 살피다 보면

 

인상깊다고 해야 할까요, 특이하다고 해야할까요.

 

이상한 내용을 담은 책을 발견합니다.

 

저자명도 출판사명도 없으며 누군가 수기로 적은 책입니다.

 

표지도 오염되어 제목을 온전히 읽을 수도 없습니다.

 

☐☐의 라비린토돈티아?

 

12:54AM팔레나:... 뭔 소리?

 

… 회록색 몸체를 지녔으며 배는 다른 부위보다 밝은 편이다.

 

그 특유의 생김새때문에 인어로 착각되기도 한다.

 

뭍에서 발견된 것은 표피 위를 덮은 조각 사이사이에서 끈적이는 점액질이 묻어났다.

 

또한 어류처럼 감기지 않으며 징그러울 정도로 튀어나온 두 눈이 그것의 주된 특징이다.

 

12:55AM팔레나:(음... 살펴보다가 덮고, 서랍이나 뒤진다.)

 

짙고 단단한 마호가니 서랍입니다.

 

총 2단의 서랍으로 이루어져있네요.

 

윗층은 각종 필기구니 통장에 신분증…

 

각종 물건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쑤셔박혀 있습니다.

 

밑층은 손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작은 홈이 파여있는 것으로 보아 열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12:56AM팔레나:열쇠...

(보통 내가 물건을 책상에 꺼내놓지 않는다면, 옷 주머니에 있었다. 옷을 뒤져본다.)

 

당신이 옷장을 열자

 

작은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옷장 바닥에 작은 금속 열쇠가 떨어져 있습니다.

 

딱 서랍에 난 홈에 맞을 크기네요.

 

12:56AM팔레나:오케이.

 

옷장에는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이 몇 벌 걸려 있습니다.

 

당신의 체형을 봤을 때 하나같이 맞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러고보면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빠듯하게 몸에 맞아

 

제법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12:57AM팔레나:프리사이즈 뒤져...

(그 사이 내 몸이 자라거나 붓기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거울이나 보고 싶다. 어떤 몰골인지.)

(아무튼 얻은 열쇠로 서랍을 열어본다.)

 

아까 열리지 않았던 밑의 칸 홈에 열쇠를 넣고 돌리면

 

꼭 맞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서랍이 열립니다.

 

서랍 안에는 튼튼해 보이는 밧줄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이 정도의 굵기라면 거구의 성인 남성 몸무게도 거뜬히 버틸 수 있겠습니다.

 

나는 어째서 이런 밧줄을 구비해둔 걸까요?

 

12:58AM팔레나:... (누구 죽이려고 했었나? 무슨 밧줄을 이렇게 꽁꽁 숨겨뒀어?)

 

아예 널빤지를 덧대 막은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옵니다.

 

빛의 양이 무척 적어 낮임에도 공간은 어두침침합니다.

 

당신이 수면을 취했던 방보다 더 허전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최소한의 구색만 갖춘 모양새로

 

곧 비워질 집이나 상시 거주하지 않는 공간처럼 보입니다.

 

하얀 벽지가 삶에 따라 조금씩 찢겨지고 오염된 흔적들만이

 

여기서 유일한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 같아보입니다.

 

당신이 방 바로 맞은 편에는 현관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부엌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12:59AM팔레나:(일단 위생 상태부터 체크할까.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임에도 다른 장소에 비해 더 습하지는 않습니다.

 

벽과 바닥에는 타일이 붙어있는

 

어느 집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화장실입니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거울이 깨져있는 것만 제외한다면요.

 

다행히 샤워기라거나 세면대, 변기는 멀쩡해보이니

 

사용에 큰 지장은 없겠군요.

 

1:00AM팔레나:(아니... 내가 깬 거야? 뭔 일이 있었던 건데?)

(거울을 살펴본다. 내가... 안 보이려나.)

 

바싹 마른 세면대 바로 위에 고정된 거울이 붙어있습니다.

 

세면대는 바싹 말라 물때가 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보면

 

한동안 곰팡이 냄새가 섞인 비릿한 쇠냄새가 나는

 

짙은 적갈색의 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1:01AM팔레나:(녹물...?)

 

1제곱미터 크기의 거울은 누가 내려친 것처럼 산산조각으로 금이 간 모양새가

 

거미줄이 얼기설기 복잡하게 얽힌 모양새입니다.

 

조각조각난 거울에 당신의 모습이 제각각 비춰집니다.

 

어느 조각에는 건강이 나쁜 노파처럼 잔뜩 움츠러든 어깨가 비춰지고,

 

또 다른 거울 조각에는 이전보다 더 넓어보이는 이마 위로

 

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는 모습이 비춰집니다.

 

머리와 몸통을 잇는 회록빛 목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크며,

 

주름살이 자글자글합니다.

 

아니요!

 

다시 보면 인간의 주름살이라기보다는

 

잔뜩 갈라진 것이 각질과도 닮은 듯합니다.

 

이마와 턱은 기이할 정도로 비좁으며,

 

눈두덩이에서 튀어나올 듯한 안구가 당신을 또렷하게 응시합니다.

 

이것이 진정 당신인지 믿을 수 없습니다.

 

탐사자, 이성 판정. (2/1d6+1)

 

1:02AM팔레나:... 이게 나라고? 아니야... 내가 아니야.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주라도 걸린 거야? 환각을 보고 있나? 그래서 심리 상담을...

(여러 가설들을 늘어놓다가, 일단 씻어보자는 생각을 한다. 샤워기...)

 

길게 늘어진 메탈 소재의 호스가 스테인리스 소재의 샤워기 헤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물기는 묻어나지 않습니다.

 

수도꼭지를 열자

 

샤워기에서 우드득하고 막힌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샤워기에서 점성 있는 누런빛 액체가 흘러내립니다.

 

액체에서는 무척이나 그리운 냄새가 흐릅니다.

 

그래요, 보자마자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요.

 

그토록 오랫동안 갈망하고 있었잖아요!

 

신세계에서 나를 환대할 때 대접받을 이 귀한 것을요.

 

이성판정 0/1

 

1:05AM팔레나:... ... (분명 역겨워야 정상인데, 이 기분은 뭐야.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변기로 시선을 돌린다. 물이 안 나오니 씻을 수도 없는데, 이렇게 더러워야 할 것이 그립게 느껴진다면, 변기는, 설마.)

 

현대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흰 양변기로

 

고인 물을 따라 희미한 물때가 끼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물을 내릴 수 있는 손잡이와 두루마리 휴지가 걸려있습니다.

 

변기와 이어진 하수도를 타고 매스꺼운 물비린내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1:06AM팔레나:(다행히...? 물비린내는 비린내로 느껴지는구나. 아까 침대에서도 그랬고. 도대체 무슨 증상이지? 정말 환각인가?)

(생각을 이어가며 부엌으로 가본다. 내가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았다면... 거기에도 삶의 흔적이 없을 것이다.)

 

오직 무채색으로만 이루어진 가전제품도,

 

식탁도, 벽지도, 조리도구도, 찬장도

 

약간의 오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전부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합니다.

 

고장났는지 물이 나오지 않는 싱크대는 말라있고,

 

미리 꺼내둔 식재료나 양념 하나 없이 깔끔하게 치워져있는 모습이

 

실제로 사용하는 부엌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의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1:07AM팔레나:(냉장고를 열어본다.)

 

냉장실은 텅 비어있는 채로

 

오래 전 음식물을 담았던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냄새가 꼭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같이 역겹게 느껴집니다.

 

냉동실을 열어보면 벽, 바닥, 천장 가릴 것 없이

 

성에가 잔뜩 껴 있습니다.

 

그 얼음구덩이 사이에 토막난 생선 대가리 하나만이 박제되어 있습니다.

 

오래 전 눈이 멀어버려 새하얗게 변해버린 생선의 눈알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1:08AM팔레나:(그 눈을 쳐다보다가 문을 닫고, 식탁을 살펴본다.)

 

메탈 소재의 상판과 다리는 물론 의자까지 새하얀 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이인분의 식기가 식탁 위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식을 것을 염려하였는지

 

새하얀 접시 위에는 반짝이는 은빛 뚜껑으로 고이 덮어둔 채입니다.

 

1:09AM팔레나:(접시 뚜껑을 연다.)

 

뚜껑을 열고 접시를 살펴보면

 

그 안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닙니다.

 

한 접시는 텅 비어있고,

 

다른 접시 위에는 다소 생뚱맞은 쪽지 하나가 올려져 있습니다.

 

1:10AM팔레나:(이게 웬 쪽지? 펼쳐본다.)

 

쪽지를 펼쳐보면 읽을 수 없는 언어가.

 

아니요.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적혀있습니다.

 

분명 나라면 완벽하진 않지만 읽을 수 있습니다.

 

경배해야 마땅할 두려운 명령이 적혀있습니다.

 

이아! 이카아 리예 슈틀른 와가나글 프타근!

 

이성판정 0/1d3

 

1:10AM팔레나: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3

(그러니까... 나는 뭐인 거야? 괴물?)

(찬장도 뒤져본다.)

 

찬장을 전부 열어봐도

 

일상적으로 쓰는 조리도구나 식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저 무거워보이는 생수만 강박적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묵직한 생수 더미 너머 깊은 곳 바닥에 종이처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1:11AM팔레나:(생수... 끌어내.)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 (무거워...)

 

생수를 내리는 과정에서

 

도미노처럼 돌덩이처럼 무거운 생수가 몸을 향해 쏟아져버립니다.

 

그 탓에 이마와 가슴에 생수가 여러 번 부닥칩니다.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해집니다.

 

체력 -1

 

1:12AM팔레나:아.... 습.... 아......

 

그래도 어찌저찌 작은 종이를 획득할 수 있었네요.

 

여러 번 접은 종이를 펼치자

 

그림과 함께

 

한 가지 매듭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에반스 매듭이라고 적혀있는 매듭법으로

 

그림으로 보아하니 영화나 소설에서도 흔히 나오는 매듭입니다.

 

당길수록 조여드는 성질을 이용해 교수형이나 자살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매듭입니다.

 

그래요.

 

모르고 싶었지만,

 

그렇기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안락한 무지로 도망쳤지만

 

결국 모를 수가 없습니다.

 

끔찍할 정도로 썩는 듯 비릿한 냄새가

 

당신의 온몸에서 풍기고 있지 않나요.

 

피부 위로 돋아난 비늘 사이사이에서 끈적이는 점액이 땅으로 흘러내립니다.

 

목이 탑니다.

 

뭍에서 음수로 사용하는 정제된 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갈증이 일어납니다.

 

위대한 도시가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도망칠 수 없는 존엄하며 자연스러운 명령을

 

내 귓가에 내 꿈결에 끊임없이 속삭여 오고 있었습니다.

 

더는 무지로 도망칠 수 없습니다.

 

나의 모든 세포가 갈망하는.

 

 

​ 심해에 잠들어있는 위대한 고향으로!

 

1:14AM팔레나: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내가 죽었어도, 그래도 사람답게 죽는 걸 원했지,

이런 식으로 죽는 걸 원한 적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의 몸을 하고 바닷속으로 끌려 들어가지는 않겠다.)

 

♬　 Ending 1 　▶ ■

 

반드시 인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결단코 끔찍한 괴물로 변모하여

 

저주받은 아틀란티스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합니다.

 

세포 하나 하나에 박혀있는 이 끔찍한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야말로

 

무지몽매한 눈으로 현실을 보며

 

아직까지 뭍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 아니겠습니까!

 

당신은 짐승이 아닙니다

 

이성과 지혜가 존재하는 위대한 지성체입니다.

 

그런 당신을 위해 안배된 것 또한 존재하고 있고요.

 

자, 어려울 것 하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당신의 굳은 의지뿐.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지지대가 마침 눈에 띕니다.

 

악취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두 손으로

 

단단히 지지대에 매듭을 묶고 경건하게 목을 밀어 넣읍시다.

 

1:19AM팔레나:(바다로 가려는 욕망을 이길 수 없다면, 인간으로 죽어.)

 

딛고 있던 의자가 나뒹굴며 날카로운 금속 소음이 울려퍼집니다.

 

조여오는 숨에 본능적으로 두 손이 목을 긁어내리지만

 

이제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시야가 아득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합니다.

 

검붉은 거품이 피부를 따라 흘러내립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반절의 당신으로부터 승리하고야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