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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AC

[AC] 아이돌과 팬의 상관관계 2023-12-08

시나리오 본문 : https://posty.pe/7w7u5o

 

 

KP Beam

KPC 아돌프 레온하르트

 

PL

PC 클램 윌리센

 

아래부터 다수의 개변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이돌과 팬의 상관관계

 

Date : 2023-12-08
Writer : 슬

♬ BGM ♬
Chuunibyou OST - Nikumenai Onnanoko (ACJoE)


화창한 날이 이어집니다.
오늘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야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돌프의 팬사인회 날이니까요!

산뜻한 옷과 얼라이브 멤버들에게 줄 선물과 응원봉, 앨범, 그리고 포카까지 야무지게 챙겼습니다.

오늘의 운을 한 번 테스트해보는 것도 좋겠죠?

운 판정

클램

클램

cc<=30 행운 (1D100<=30) > 42 > 실패

오, 저런...

오늘 오하아사가 12위이더니 동전이 뒷면이 나왔습니다.
가는 길에 바나나 껍질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클램

클램

씁...

 

아무튼 나갈 준비가 거의 끝났어요.
클램은 오늘 어떤 옷을 입었을까요?

클램

클램

(티셔츠에 얇은 청자켓, 검은 슬랙스, 흰색 운동화, 검은 모자, 마스크)

아주 정석적인 일반인의 스트릿웨어입니다!

청자켓은 너무 꾸미지도, 안 꾸미지도 않은 꾸안꾸의 정석이죠.

아무도 당신을 아이돌 빠돌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백팩에 모든 준비물을 챙겨 넣고, 나눔할 굿즈도 챙겼습니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걷기 편하도록 오늘은 끈 운동화를 신을 참입니다.

그런데 그때, 휴대폰 알림 소리가 띠링 울립니다.

보나마나 팬사인회 리마인드 알림일 것이 뻔하지만, 휴대폰을 켜서 확인해 봅시다.

클램

클램

(휴대폰을 열어 알람을 확인해 본다)

 

클램

클램

뭐라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떨어집니다.

아돌프 멤버는 당신의 최애 멤버가 아니었던가요?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아돌프는 클램의 삶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습니다.

오늘을 위해 해야 하는 일도 모두 미리 끝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이죠?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불참이라니요?
다년간의 아이돌 팬 경력을 되살려 상황을 짐작해 봅니다.

어디가 아픈가?
아니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걸까?

클램

클램

(상심한 표정으로 침대에 털썩...)

이성 판정 1/1d2

클램

클램

cc<=70 이성체크 (1D100<=70) > 33 > 어려운 성공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은 팬사인회가 있는 날이잖아요?

아이돌 팬의 자아가 팬사인회장으로 발길을 이끕니다.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애정의 문제일 뿐입니다.

클램

클램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으.. 려다가 그래.. 다른 맴버들도 고루 사랑해야지.. 아까보다 의욕 떨어진 얼굴로 터덜터덜 나간다.)

어쨌든 당신은 팬사인회가 열리는 곳으로 발을 옮깁니다.
발걸음은 가볍게, 두 손은 무겁게.

우리의 아돌프의 행방은 모르지만, 집을 나섭니다.
무슨 일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채로요.

── ・ 。゚☆: *.☽ .* :☆゚. ───


지하철로 십수 정거장.
인파에서 빠져나와 두 손 무겁게 걸어가는 길,
동네 카페의 배너가 눈에 띕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저 카페에서 아돌프의 생일 카페가 열렸습니다. 카페 사장님이 인심이 좋아서, 굿즈를 잔뜩 안겨주던 기억이 납니다. 출구에 비치되었던 등신대도 운 좋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 새삼스레 가슴이 뛰는 것도 같습니다.
팬사인회에 가면 목도 마르고 사람도 번잡해서 제대로 끼니를 챙길 수 없겠죠.

아직 시간은 넉넉히 남았습니다.
카페에서 가볍게 끼니를 챙기고 갈까요?

클램

클램

(그래도 나오니 날씨도 좋고 기분이 한결 괜찮은 것 같다. 사인회는 꽤 오래 걸리니 간단히 배라도 채우는 게 좋겠다 싶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가뿐한 발걸음으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 BGM ♬
Shizuko Mori - Sunny

카페에 들어서서 메뉴판을 살펴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부터 초코 라떼, 크로플부터 마카롱까지 온갖 음식이 다 있습니다.

요즘 카페에서는 삼각김밥도 팔던가요?

쇼케이스에 삼각김밥과 각종 병 음료수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적당히 골라서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뭘 시킬까요?

클램

클램

(오늘도 역시나 씹는 음식엔 별로 관심이 없다. 음료 종류를 유심히 보다가 그린티 라떼를 주문한다.)

그런데....
지갑은 제대로 들고 나왔나요? ^^

클램

클램

어..
(3★ 페이..?)

재력 판정

클램

클램

cc<=15 재력 (1D100<=15) > 71 > 실패

저런

클램

클램

(잔액이 부족합니다)

종업원이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클램

클램

(내 통장에 5,500원도 없네)

 

종업원

죄송한데 잔액 부족이라고 떠서요.
다른 카드 없으실까요?

클램

클램

아, 그런가요? (머쓱한 표정으로 핸드폰 받아들고) 카드를 두고 와서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이를 어쩐다. 다시 돌아가야...

아!

돌아서려던 당신은 주머니에 저번주에 꽁쳐놨던 현금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냅니다.

전자 돈이 안 된다면 아날로그죠!

클램

클램

(얼마지..? 주섬주섬 꺼냄)

딱 만 원이네요.

클램

클램

다행히 현금이 있네요. 이걸로 계산할게요 (지폐를 내민다.)

 

종업원

아, 네! 그럼 아까 그대로 계산해 드릴게요.

당신은 무사히 그린티 라떼를 주문합니다. 하마터면 밥도 못 먹고 가게 될 줄 알았네요.
물론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밥'은 아니지만요.


잠시 기다리면 따끈따끈한 그린티 라떼 한 잔이 나옵니다.

위에는 거품도 몽글몽글하게 올라가 있어 무척이나 맛있어 보입니다.


당신이 자리잡은 곳은 길가가 잘 보이는 창문가.

자리에 앉아 컵을 쥐고 있으면 오가는 사람들이 보여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인 뷰입니다.

클램

클램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라떼를 홀짝인다.)

라떼를 홀짝이다 보면 몸속이 따뜻하게 덥혀집니다.

비어있던 뱃속도 차오르는 게, 이 정도면 사인회에서 꼬르륵 소리로 테러를 일으키진 않겠네요.


한두 모금씩 홀짝이다 보면 곧 음료는 바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슬슬 줄 설 시간도 다가오고, 이만 나가봐야 할까요?

클램

클램

(손목시계를 확인하고선 기지개를 쭉 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신 것들을 정리해서 반환대에 가져다 두고 카페를 나선다.)

배도 채웠겠다. 자리를 정리한 다음, 바깥으로 나서려 합니다. 그런데…

저 카페 외벽 구석에 후드를 눌러쓴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 여름에 덥지도 않나.

관찰 판정

클램

클램

cc<=65 관찰력 (1D100<=65) > 72 > 실패
(온찜질이 취향인가 보지, 뭐. 별로 알 바 아니다. 내 가수들 팬사인회를 가는 것이 지금은 제일 중요하다.)

라고 하기엔―

 

♬ BGM ♬
Inspired - Harem Scarem

시야가 조금 흐릿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최애잖아요.
덕후의 눈은 못 속입니다.

아이돌 덕질 1N 연차의 정확한 눈으로 갈색 머리에 금색 눈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설마, 아돌프?
아니, 오늘 불참한다고 했던 멤버가 왜?
그것도 우리 동네에?
궁금증만 늘어갑니다.
그래도 아니겠죠. 아이돌이잖아요.

굳이 저런 행색으로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까요. 잘못 본 것일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이돌 덕후의 직감이 뇌리를 스칩니다.
일단 확인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기서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냥 지나치느냐, 아니면 말을 한 번 걸어보느냐.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클램

클램

(아니, 정신 차려 나 자식아. 아이돌이니까 저런 차림으로 돌아다니겠지. 하지만 갑자기 다가가면 도망갈 수도 있으니... 천천히 다가가 본다.)
아, 실례합니다. 제가 두고 간 게 있는데.. (하며 가까이서 얼굴을 흘끔 본다.)

 

 

카페~길거리의 으슥한 곳

♬ BGM ♬
명탐정 코난 OST - ORIGINAL SOUNDTRACK 005

아돌프를 닮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초면인 사람에게 말을 붙이는 건 여간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당신은 소지품을 핑계로 그에게 말을 붙여봅니다.


내 소지품이 여기 있을 텐데―라고 (그런 뉘앙스로요.) 말하고 난 뒤에, 한참이 지나서야 아돌프를 닮은 사람이 대답을 해 옵니다.

아돌프

???

... 이 자리에요?
어떤 물건이신데요?

 

클램

클램

(작고 흔히 잃어버릴만한 물건.. 머리를 빠르게 굴린다.) 이어폰을 두고 가서요. 혹시 못 보셨나요?

(말하는 와중에도 익숙한 목소리인지 귀 쫑긋거리며 얼굴 빤히)

아돌프

???

이어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여기서는 못 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주시면, 음... 발견하면 사장님한테 맡겨둘게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 목소리조차 당신이 아는 아돌프를 닮은 것만 같습니다.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지만요.

그야, 팬사인회를 못 나올 정도의 일이 생겼는데 고작 카페에 있을 리가요!


... 하지만, 만약에요. 만에 하나.
정말 아돌프라면요? 이게, 덕후 인생의 최대 기회이고, 당신이 그냥 놓쳐버릴지도 모르는 순간이라면요?

클램

클램

(개인사정으로 인해 팬사인회를 못 나왔다고 하기엔.. 왜 혼자 여기에 있지? 매니저도 없는 것 같고. 무단 이탈...? 그런 거라면 소란이 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으니 주위를 슥 둘러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 혹시 아돌프 씨..?

아돌프

???

....!

그런 말을 들은 직후, 그의 어깨가 움찔 떨리는 게 보입니다. 정말 미치도록 정직한 반응이네요.

클램

클램

(솔직한 반응까지 아돌프네)

그는 누구 들은 사람이 없을지 보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당신을 붙잡고 후다닥 카페를 빠져나옵니다. ... 어? 어??

클램

클램

어어..??
(그냥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날 왜..? 얼결에 끌려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카페 바로 옆, 아무도 없는 좁고 어두운 골목 사이로 들어갑니다.
들어가서도 이렇다 할 말이 없던 그는, 천천히 돌아서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돌프

???

...... 제가 그런 오해를 많이 받긴 하는데, 그런- (약간의 삑사리) 큼.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지나가 주시면 안 될까요?

클램

클램

그으.. 렇다고 하기엔 변명하는 타이밍이 늦고 장소가 좀.. 별론데요..?
(굳이 아무도 없는 골목 봄)

아돌프

???

그러니까... (고민하더니 괜찮은 말주변을 찾지 못했는지 한숨을 푹 쉰다. 땅이 꺼질 정도로.)

그냥... 지나가 주시면... (기어들어가는)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미련이 뚝뚝 묻어납니다. 정말 당신이 그냥 지나가 주기를 바라는 걸까요?

깊이 생각해 봅니다. 이럴 때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고 보니 오늘 오하아사도 검은색이었던 것 같은데...

맞아요. 지금 저 사람의 상의 색이요.

음. 고민이 됩니다.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클램

클램

cc<=60 심리학 (1D100<=60) > 5 > 극단적 성공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면 작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 상담할 만한 사람 없나?'
'평소에 업계 밖 사람들이랑도 친해져 둘 걸...'

이 속삭임은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고민이 있다잖아요. 그냥 지나치기에는 신경이 매우 많이 쓰입니다.

... 조금 도와줘 보는 건 어떨까요? 아주, 아주 만약에! 하늘이 무너질 확률로! 저 사람이 정말 아돌프가 아니라 하더라도, 곤란한 사정이 있어 보이긴 하니까요.

아돌프

???

아... 제 고민을요? 진짜요?

그러나 도와준다고 말을 꺼내기도 전, 그가 대뜸 그런 말을 건네옵니다.

내가 언제 도와준다고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있던가?
독심술이 유행이라도 하는 건지, 괜히 마음이 읽힌 것 같아서 기분이 찝찝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 그래서 고민이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허튼 고민이면 역시 아돌프가 아니었다며 손절 치고 가버리면 될 테니까요.

클램

클램

어.. 네, 그 아돌프.. 가 아닌 분의 고민을요
일단 전 클램인데, 이름이..?

아돌프

???

아... 제 이름이...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시선을 떨어뜨린다.)

클램

클램

... 레온이라 부를까요?

아돌프

???

... 음... 제 이름은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누구인지.

클램

클램

네?

열사병이라도 걸린 걸까요?
얼마 전에 읽었던 '나의 파란은 너의 겨울을 부른다'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거기서도 열사병이 퍼져서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이 있었죠.
당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도 그런 편의 인물일지 생각해 봅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건 소설이고 여기는 현실이잖아요.
그럴 리가 없어요.


아무튼 견적은 나왔네요.
이름하여 '아돌프 판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자아 상실 사건'.
무슨 대단한 사건파일명 같아서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고민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사람이 많고, 번잡하기까지 합니다.

그럼 어디에서?
둘만 있을 수 있는 조용한 장소...

달랑 성인 남자 둘이서 룸카페를 들어가기도 좀 그렇고요.

클램

클램

일단, 불편하지 않으시면 저희 집으로 가실래요?
계속 이곳에서 이야기하기도 곤란할 것 같아서요
(라고 말했다가.. 내 방에 가득한 아돌프 굿즈를 떠올렸다.)
... 방 잡을까요?
남의 집에 가는 것보단.. 그게 편하시겠죠?

아돌프

???

어... (눈 데룩데룩. 괜찮을까? 라고 생각했다가 곧 말을 바꾸는 걸 보고)

음, 역시 누굴 집에 대뜸 초대하긴 좀, 그렇죠...?
방을 잡기엔... (다른 누가 보면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그, 차라리 제 작업실로 가실...래요?

클램

클램

방이 좀.. 그, 누추하고... 지저분해서.. 그리고 부담스러우실까 봐요 하하
작업실이요?
(당신 본인이 누군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처음 보는 사람을 자기 공간에 초대한 건가요? 연예인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당신,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마땅히 이야기할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턱대고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가기도 그렇습니다.

당신은 또다시 갈림길에 섰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호텔에 가는 것도 무리가 있고, 카페를 가면 사람이 많은 건 똑같을 테죠.

아돌프

???

네, 음... 그냥 x튜브 좀 하고, 그런 곳이에요. (거짓말이다. 음악 작업실이거든.)

클램

클램

(아니, 진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내가 개미친 사이코 변태 새끼면 어쩌려고 그래. 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궁금하다, 내 가수의 작업실...)
그.. 불편하지 않으시다면요.

아돌프

???

다른 곳에 가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럼 이쪽으로... 아. (안내하려다가)
이름은 아까 부르시려던 대로 불러도 괜찮아요. 뭐였더라... 아무튼 그거요.

클램

클램

아, 레온이요?
다른 가명을 원하시면 그걸 이야기해 주셔도 돼요.

가명이라기보단... (설명하기 힘든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아니에요. 그냥 레온으로 하죠.
이쪽이에요. 조금 걸어야 해요. (앞장선다.)

클램

클램

알겠어요, 레온. (끄덕이고 따라간다.)

그렇게 레온(아돌프 추정)과 당신은 레온의 작업실로 향했습니다.

작업실 방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조금은 으슥한 길가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 BGM ♬
샛별 - Candy Town

초면에 실례인 행동인 줄은 알지만, 룸에 들어선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집을 훑어 보았습니다.
이 원룸... 꼭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오늘의 집 베스트 코디로 올라왔던가?
아니면 집을 구하러 다닐 때 보았던가?
하지만 이런 위치에 집을 보러 왔을 리가 없는데.
그때 스치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있습니다.

'나 홀로 산다.'

클램

클램

(의아한 표정으로 집을 둘러본다. 뭐지, 이 기시감. 내가 뭔가를 까먹는 일은 드문데)

그 사실을 깨닫고 나면 모른 척하려 해도 하기가 힘듭니다.

이 여름에 후드를 눌러쓰고 있던 점,
그 사이로 보이는 잘 관리받은 외관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자아성찰,
마지막으로 이 아담하고 포근하면서도 온갖 음악 장비와 안무용 거울이 붙은 작은 작업실까지.


이 정도면 숨길 의지가 없잖아요.


너... 영락없는 아이돌, 아돌프잖아.

클램

클램

(팬이라고.. 밝혔어야 했나..? 아니면 꿋꿋하게 일반인인 척을 해야 하나? 덩달아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기분이다)

아돌프

레온

(안을 둘러보더니 멈춰선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하세요?

클램

클램

어..... 작업실이 멋지다? (하하)

아돌프

레온

아, 혹시 안 치워서 좀 안이 너절해서...

클램

클램

아뇨, 아니요. (손사레) 아늑하고 좋네요.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얼버무리기에는 벅차오르는 감정이 더 컸습니다.

내가 지금 최애의 개인 작업실에 들어와 있다니!

인생은 한 방이라는데, 묵혀봤자 좋을 것은 없습니다. -만, 물론 다짜고짜 '당신 아돌프죠?'라고... 물어보면 곤란해 할 게 뻔하니 좀 에둘러 묻는 게 좋겠지요. 만약 묻고 싶다면요.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아돌프인데, 못 알아보는 게 멍청한 거 아닌가요?

용기를 내서 물어봅시다.
적어도 조금은 질문을 순화해서, '당신 어느어느 그룹인가요?' 정도면 어떨까요?

클램

클램

그.. 아까 본인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해서 기억이라도 잃으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정말로 아돌프.. 아니신 거죠?
(내가 지금 깜짝카메라를 당하고 있나? 나 근래에 뭐 응모했던가?)

결국 물어보고 말았습니다.

저 오똑한 코, 밝은 갈색 머리카락, 활기를 머금고 있는 금색 눈, 크기도 크고 마디가 굵은 데다 손등엔 혈관이 도드라져 팬들 사이에서 '포브스 선정 듬직 섹시한 손 1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저 예쁜 손, 적당히 벌어진 어깨와 비율 좋다고 소문난 장신의 키.

모든 것이 당신의 인생 최애를 가리키고 있는데, 물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아돌프

레온

아니, 어, 그... 그런 게...

클램

클램

(엄청 당황하네..) 그, 추궁하려는 건 아니니 염려 마시고..

누가 봐도 눈에 띌 정도의 당황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던가요. 듣는 사람도 없을 텐데 '외부에 들키면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소속사의 태도를 잘 주입당한 듯한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클램

클램

레온 씨가 아니라면 아닌 거겠죠, 하하. 그럼 음, 고민.. 상담 시작할까요?

아돌프

레온

(창밖도 보고, 당신 얼굴도 보고. 이리저리 시선을 둘 곳 없이 돌리더니 한숨을 푹 쉰다.)

... 티 많이 나요?

클램

클램

(혹시.. 나 지금 지능 테스트 당하고 있는 건가? 이젠 이쪽이 혼란스럽다. 티 안 나겠냐고.) 아무래도 음... 독보적인 외양이라던가, 방송에 나왔던 작업실을 보게 되면 좀.. 모르기 어렵겠죠..?

아돌프

아돌프

... 방송 보셨어요?

클램

클램

그쵸..? '나 홀로 산다'는 꽤 유명한 예능이니까..
그리고 음..
(뒷머리를 긁적인다.)

아돌프

아돌프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며 마스크를 고쳐쓰더니)

으음... 어디에나 있는 모습일 줄 알았어서 별 신경은 안 썼는데...

클램

클램

그, 팬.. 이라서요

아돌프

아돌프

그렇구나... 팬...
......................
네?

클램

클램

......
어 그 막
극성팬은아니고요그냥일반인인데흔히연예인누구나좋아하는거런거죠네

아돌프

아돌프

아, 아, 어,
그... 그렇군요. 어, 네, 감사...합니다? (조금 멋쩍게)

클램

클램

(무해한...???? 미소..) 활동 잘 보고 있어요 (쿨한.. 엄지척...)

아돌프

아돌프

제가 그럼 본의 아니게 팬분께 이런 민폐를... 흐아아...

클램

클램

아아아닙니다, 민폐라뇨. 딱히 하신 것도 없는걸요 (손사레)

팬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처음 보는 사람을 개인 작업실에 데려온다면 그건 민폐 이전의 문제일 텐데요.

고민이 있다고 하더니 그것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금 띨빵해 보이는 게...
조금 느낌이 옵니다.

어차피 들킨 거 후드도 시원하게 벗으라고 하고 편한 상태로 속앓이까지 털어주는 게 어떨까요?
아까 들린 생각에서도 '업계 밖에 친구를 만들어둘 걸'하는 후회를 했으니까요.

이게 잘 먹히면 당신은 아돌프의 업계 외 첫 번째 친구가 되는 셈입니다!

클램

클램

일단 그, 고민 상담이 먼저니까.. 서로 통성명도 했으니 편하게 대화하는 게 어떠세요? 후드도 꽤 더워 보이는데..

아돌프

아돌프

아, 그, 그럴까요.

클램

클램

네, 편하시게, 편하시게..

팬 이기는 아이돌 없다잖아요. 특히나 그의 선함을 잘 알고 있는 광팬이라면 말입니다.

결국 아돌프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이제야 살 것 같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후련합니다.

저 후드, 어울리지도 않고 외모도 가리는 데다가 무척이나 답답해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산을 하나 넘으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멤버, 오늘 팬사인회를 불참한 사람이잖아요?
소속사가 따로 찾아오지는 않으려나?

팬과 멤버가 같이 있는 모습을 소속사 관계자가 알기라도 한다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아, 어떡하죠?
그런 고민이 떠오른 순간,

아돌프

아돌프

(소파에 앉으며) 아, 그 점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클램

클램

..네?

당신이 어떤 걸 걱정하는 줄 알고?

아돌프

아돌프

그러니까, 누가 찾아온다거나 그런 거요.
여기, 내부는 방송 탔어도 위치는 저밖에 모르거든요.

클램

클램

(매우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건 다행이네요. 그런데 어.. 좀 이상한 질문이라는 거 알긴 하지만.. 혹시 타인의 생각을 읽을 줄 아세요?
심리학의 영역을 넘어선 정도로..?

아돌프

아돌프

네? 갑자기 왜요? 어디서 그런 설정이라도 보셨어요?

클램

클램

아니요, 그건 아니고.. 아까부터 제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의문을 읽어서 대답하시는 것 같아서요

아돌프

아돌프

네? 말... 하시지 않았어요?

클램

클램

... 제가요?

아돌프

아돌프

어... 전 들은 것 같은데...?

클램

클램

(안 했는데? 맹세코 안 했는데?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내 가수가 당황할테니..) 어..그랬나? 하하.. 혼잣말을 했나..?

아돌프

아돌프

어... ... 뭐,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나 보죠! 제가 눈치가 조금 좋아서...!

도대체 이건 무슨 초자연 현상인가요? 서로의 생각이 들리다니요.


아돌프는 괜히 어색해졌는지 꼼지락대며 주변을 정리하다가, 발로 당신이 잠시 옆에 놔뒀던 종이 가방을 툭 쳐버립니다.

클램

클램

그, 그런가 보네요. 뭐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하하.. (엄청 중요해)

당신은 얼른 종이 가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용물은 쏟아진지 오래입니다.

그 종이 가방에는…
아돌프가 처음 찍었던 화보집부터 포토카드까지.
어라, 저 화보집은 챙긴 기억이 없는데 왜 저기 있는 걸까요?

아무튼 망한 건 확실합니다.
인생 최애의 앞에서 그의 굿즈를 보여준 것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클램

클램

....
... 친구가 팬이라서요

아돌프

아돌프

... 우와. (조금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클램

클램

(대침착)

아돌프

아돌프

이렇게 많이 모은 사람은 처음 봐요.

클램

클램

그, 그런가요?

아돌프

아돌프

진짜 제 엄청난 팬이신가 봐요. 그럼 두 분이 다 제 팬이신 거예요?

(쪼그려 앉아서 하나하나 주워 살펴본다.)

클램

클램

(머쓱부끄민망한 표정으로 마른세수)
아, 네.. 그, 그런 셈이죠. (그 친구도 나야)

아돌프

아돌프

우와, 이 화보는 한정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거 저도 못 받았어요. 더 구하신 건 없어요?

국어 선생님에게 쓰고 있던 팬픽을 들켜버린 것 같은 학생 같은 기분이 듭니다.

더 없냐는 말에 더 없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종이 가방을 앞으로 내밉니다.
어쩐지 쫓기는 마음과, 숨기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들었거든요.

누군가 당신을 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꼭 뱀을 닮은... 어떤 존재가요.


...어? 왜 그런 생각이 들었죠?

정신력 판정

클램

클램

cc<=70 정신력 (1D100<=70) > 41 > 성공

♬ BGM ♬
산우 - Blue Star

클램

클램

(누구야 내 머리에서 나가 이자식아)

의문을 품은 순간 당신은 어딘가에서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느꼈습니다. 돌아보자 금방 사라졌지만요.

이성 -1

클램

클램

...?
(아까부터 뭐지?)

아돌프가 뱀을 키우던가? 그런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요.

어디선가 비릿한 향도 풍겨옵니다.
근원지를 확인하려 집을 두리번거리면 '나홀로 산다'에서 본 적 있던 아돌프의 작업실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돌프

아돌프

...램, 클램?
무슨 일 있어요?

클램

클램

...네?

아돌프

아돌프

표정이 조금 안 좋아 보여서요. 혹시 배탈이에요?

클램

클램

(질문도 귀엽네. 하고 많은 것 중에 배탈이라니.. 배탈 자주 나, 아돌프?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지우고)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자세히 말하면 가뜩이나 혼란한 네가 더 혼란스러워 할까 봐 대강 둘러댔다.)
괜찮다면 작업실 좀 구경해도 될까요?

아돌프

아돌프

이상한 기분이요? (표정을 살피다가) 혹시 아프거나, 음... 이 상황이 불편하면 그냥 가셔도 되거든요. 꼭 말해주셔야 해요.
네, 별 건 없지만 구경은 괜찮아요.

클램

클램

정말로 괜찮아요. 걱정 감사합니다. (다시 소파에서 일어나 작업실을 샅샅이 둘러본다. 어떤 미친놈이 불법카메라라도 설치한 거 아니야?)

다정한 아돌프의 목소리에 몸을 옭아매던 기분 나쁜 느낌은 곧 사라집니다.

클램

클램

그러고 보니.. 아까 본인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냥 안 들키기 위해 둘러대신 거죠?

카메라를 염두하고 곳곳을 둘러보지만, 이렇다 할 것은 보이지 않고 대신 평범해 보이는 가구들이 가득합니다.

- 베란다
- 잠겨있는 서랍장
- 거실 벽면
- 거실 테이블
- 달력

클램

클램

(베란다에 누가 숨어있나, 열어서 확인해 보기)

당신은 작업실을 꼼꼼히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혹시라도 모르니까요. 어떤 정신 나간 파파라치가 연예인의 작업실이란 걸 알고 카메라라도 설치했으면 어떡해요?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당신을 빤히 쳐다보는 아돌프의 시선이 뒤통수로 선명하게 느껴지지만요.

괜히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동안 영상 팬미팅만 참여하다가 대면 팬미팅을 하려고 하니 새삼스레 심장이 떨려옵니다.

클램

클램

(맞다, 나 지금 팬미팅 중인 셈이지.. 새삼 긴장..)

아돌프

아돌프

아... 그건 진짜예요.
그게,

아돌프

아돌프

별 거 아니라고는, 솔직히 빈 말로도 말할 수 없어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문제거든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고.

클램

클램

(수색을 잠시 멈추고 돌아본다.)

아돌프

아돌프

내가 아이돌을 하는 게 맞나? 그런 회의감이 들어요.
클램, 제가 아이돌을 하는 게 진짜 맞을까요?

아돌프 만큼 아이돌에 진심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주접을 마구 쏟아내고 싶지만, 인생 최애 앞에서 추태를 부릴 수는 없으니까요. 기어이 참아냅니다.

나는 그 질문에 자신이 답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돌을 해본 적은 당연히 해본 적 없고, 아이돌의 고충은 거품 같은 앱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외에도 그의 고민 앞에 여러 궁금증이 늘어섭니다.
일개 팬이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줘야 한다니. 부담감이 들 법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의문에 앞서, 이런 생각이 들진 않나요?

아돌프는 왜 몇 년 동안 꿋꿋이 잘 해오던 아이돌 활동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까.

아이돌이 싫은 걸까?
아니면 더 이상 노래와 춤을 연습하기 싫은 걸까?

아돌프와 관련하여 알고 있는 것은 '아이돌 아돌프'의 모습들뿐이지 '본체 아돌프'의 모습은 모르는 게 당연하니, 위와 같은 질문이 드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클램

클램

그런 회의감을 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요? (다시 소파로 돌아와 털썩 앉는다.)

아돌프

아돌프

.....계기.

당신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보기로 합니다.

그 질문을 들은 아돌프의 표정은 어떤가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가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돌 생활을 이어가던 아돌프의 모습 중에서 저런 표정을 짓는 아돌프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내가 몰랐던 모습의 아돌프가 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여러 의미로 마음이 붕 뜨고 있습니다.

여름이라 그런 거겠죠?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돌프

아돌프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 목소리를 들었던 것도 갖고. ... 꿈에서인가?

클램

클램

... 목소리?

아돌프

아돌프

고민은 늘 해오던 거였는데, 일주일 정도 전에 어떤 꿈 같은 걸 꿨거든요. 거기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들은 것 같아요.

클램

클램

흐음..

아돌프

아돌프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굴까요. 그런 생각이 멈추질 않아요.

클램

클램

새겨진 것처럼 말이죠

아돌프

아돌프

비슷하죠. 며칠째 머릿속에서 질문이 떠다니고 있으니까요.


누군가가 날 좋아해주는 건 고맙고 좋은 일이지만... 그게 내가 아이돌을 해도 될 이유일지 잘 모르겠어요. 클램과 친구분처럼 절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작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주는 게 고맙지만, 내가 그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손을 맞대 꼼질거린다.)

클램

클램

(한 손에 턱을 괸 채 너를 바라본다.) 그런 고민을 하는 스스로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진 않는 거죠?

아돌프

아돌프

이상할 게 뭐 있어요. 늘 하던 질문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게 된 것뿐인데. 연차가 쌓였으니까, 한 번쯤 거쳐갈 때가 온 걸지도 모르죠.

클램

클램

그렇게 생각한다니 그건 다행이네요.
당신 말대로 그건 일반인들도 하는 고민이라서요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가, 라는 고민.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주는 건 일종의, 뭐랄까.. 당신의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언어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처럼 사랑 받는 재능이 있는 거죠
재능을 갖는 것에 자격이란 게 필요할까요?

아돌프

아돌프

재능... 사랑받는 게 재능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네요.
음... 그럼 재능을 가졌으니까. 그런 이유로, 마음으로 아이돌을 계속해도 괜찮은... 거겠죠?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지능 판정 가능

클램

클램

cc<=99 지능 (아이디어) (1D100<=99) > 51 > 성공

당신의 인생 최애는 지금 커리어의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처음 들은 대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요. 둘 다겠지만, 무엇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지, 이야기를 듣던 당신은 생각해냅니다.

그야, 인생 최애가 초임을 잃었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걸 두고 볼 순 없는걸요.
자신이 가진 것을 활용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이럴 때 가장 핵심을 찌를 수 있는 질문은.


... 아돌프는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을까요?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문장이 목구멍 아래에서 완성됩니다.

클램

클램

처음에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어요?
당신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에요?

아돌프

아돌프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이유요?

클램

클램

네, 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고, 되어야 했던 이유일 수도 있고.

아돌프

아돌프

(뭐 때문이었더라. 턱을 괴고 한참을 생각한다.)
확실한 건... 떠밀려서 한 건 아니었어요. 맨날 공이나 차다가 우연히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아.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에 눈을 크게 떴다가 옅게 웃음을 짓는다.)


친구가 있었어요. 래퍼를 꿈꾸는 애였는데, 누가 먼저 오디션에 합격할지 내기를 하자고 했었죠.
제가 운 좋게 먼저 합격해서 고기도 얻어먹...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요!
그렇게 연습생이 되고 나니까 엄청 열심히 하는 동료들도 눈에 들어오고, 그리고...

어쩌다 한 번 길거리 게릴라 공연이라도 하면, 우리 노래랑 춤을 보고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만 더 해보고 싶다, 그랬어요.


고마워요, 덕분에 생각났어요. 오래 잊고 있었는데.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그게 전부였고, 최근까지도 그랬고요.
그런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네요. 괜히 압박이라도 받는 것처럼 머리도 아프고. 음.


역시 아이돌 생활에 지쳐서일까요?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행복을 주기 위해서.

아,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런 아돌프의 모습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귀엽게 잘생긴 외모에 맞지 않는 다정한 성격, 그리고 업계에서 유명한 '최고의 역조공꾼'.
아돌프의 아이돌 경력을 보면 지칠 법도 합니다.
연습생만 10년에, 데뷔 조는 엎어졌고, 그 끝에 데뷔한 그룹이 이 그룹이었으니까요.

데뷔곡은 이렇다 할 큰 수익을 거두지 못했고, 데뷔곡 다음으로 나온 곡은 간신히 역주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다 세 번째 미니 앨범, SUMMER TIME이 빛을 발하면서 흔하게 부르는 1군 축에 들 수 있게 되었죠.


떠올리다 보니 아돌프의 아이돌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봐 왔으니까 괜히 측은한 마음도 듭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아이돌을 포기하지 말아야지.

한시라도 빨리 아돌프가 아이돌의 자아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을 채웁니다.

클램

클램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그럴 수 있죠. 일종의.. 슬럼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면,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생각해 봐요
물론 본인이 그 이상향과 일치하진 않지만, 적어도 그런 모습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건 확실히 알 수 있으니까요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죠.

아돌프

아돌프

슬럼프,겠죠?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라는 건, 아까 말하다 보니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없는 것 같아요.
(잠시 고민하다 돌아보며) 거기서부터 시작이라는 건, 팬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말이에요... (머뭇) 그러니까...
제가 이런 고민을 쏟아냈어도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예요?
그게, 전 오늘 행사도 도망쳐버렸는데... 그래도 되나 싶어서요.

클램

클램

아, 그게 고민이었어요?

아돌프

아돌프

정확한 고민은 아까 그게 맞아요. 내가 누구일까,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사람일까. 하는 거요.
하지만 듣다 보니까... 아이돌은 특수한 직업이잖아요.
나 혼자 해보겠다고 해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건 아닌데, 전 그렇다고 해서 제 팬들한테 제 고민을 숨기고 싶지는 않아서요. 아직 고민중이라면 몰라도, 고민을 끝낸 뒤에는 모든 걸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래도 될지도, 묻고 싶거든요.

클램

클램

그야 물론.. 안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활동 중에도 아이돌이 적성인지 모르겠다는 폭탄 발언을 하는 연예인도 있는걸요 뭘 (어깨 으쓱)
그리고 그 공유에 대한 것도..
아돌프, 당신이 정말로 공유하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해요

아돌프

아돌프

그건... 그게 나여도 받아들여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

클램

클램

하지만 의무감 때문에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그럴 거라곤 장담할 순 없어요
내가 모든 팬의 생각을 대변하지도 않고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요
일부는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그러지 않을 사람들도 있겠죠
어쩌면 남일이라 쉽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아돌프
맞는 사람들은 함께 오래 가게 돼 있어요
나는 당신이 진솔하길 바라요
당신이 만약 속이는 재능이 좋다거나, 스스로를 여러 페르소나로 분리하는 것에 능숙하다면 연예계의 일은 직업으로, 별도로 생각하라고 했을 거예요
대중을 속이고 편하게 돈을 벌라고요.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재주는 없잖아요. 그리고 당신도 행복하지 않을 거고.
그리고 나 같은 팬들은 당신의 그런 면모를 좋아해요.
내가 당신의 모든 면을 알지 못하고, 아는 건 당신이 화면에서 보여준 그 모습들 뿐이지만
오늘 보여준 모습도 당신이라고 한다면, 난 일단 그 모습도 좋아요.
스스로가 특별한 것 같지 않아요, 아돌프?
어쩌면 꾸며지고, 지어낸 이미지로 먹고 살아야만 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지만
당신은 진솔한 모습을 사랑받고 있잖아요.

아돌프

아돌프

... 진솔한 모습...이라고 생각해 주는구나. (다리 위에 놓아뒀던 손을 주먹 쥔다.)
맞아요. 제가 누굴 속이는 재주는 별로 없죠. (작게 웃으며)
그러니까... 그래서 더 고민이 됐던 건지도 몰라요.
내가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데, 이대로 팬들을 만나면 다 들키고, 실망감을 안겨줄까 봐.
그래서 팬들이 실망하고, 무언가를 잃은 듯한 상실감이나 공허감... 그런 걸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음.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정확히는.
... 클램은 무척 현명하네요. 왠지 말을 듣고 있으면 고민되던 게 하나씩 녹아 없어지는 것만 같아요.

클램

클램

당신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난 그저 문장으로 말한 것뿐인걸요.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아돌프는 아이돌을 계속 했을 거고 이런 고민을 했다는 사실을 말했을 거라 생각해요

아돌프

아돌프

그게 어려운 거잖아요. 게다가 상대가 유명인에, 뜬구름처럼 느껴지는 말을 하고 있으면 더욱이요.
하지만 클램이 없었다면 훨씬 더 오래 고민했을지도 몰라요. 아직도 확실한 심지가 굳건하게 박혔다고는 말 못해도, 그래도 꽤 많이 정리가 된 느낌이에요.

클램

클램

전혀 뜬구름같지 않았어요. 말했다시피 일반인들도 하는 고민이라. (웃으며 어깨 으쓱)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이런 걸 성덕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아돌프

아돌프

(푸핫 웃는다.) 그렇네! 제가 무척 절박하긴 했나봐요.

클램

클램

매우요. 아깐 궁지에 몰린 것 같아 보여서 말 안 했지만.. 모르는 사람이랑 단 둘이 있으면 안 돼요
게다가 소속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개인 작업실에까지 데려오고.
내가 미친변태새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아돌프

아돌프

확실히 작업실 위치는 그런데...
그건... (훑어보고)
...... 제가 이길 것 같아서요?

클램

클램

....
맞는 말이긴 한데.. 기분 참 미묘하네
칼이라도 숨기고 있으면 덩치랑 관계 없거든요?

아돌프

아돌프

(웃음!)
경찰 올 때까지 붙잡아둘 자신은 있으니까요.
뭐, 그래도... 앞으론 이런 일 없을 거에요. (행사와 안전 양쪽 다. 라고 하듯 웃음기 띤 눈으로 마주본다.)

클램

클램

그건 다행이네요.

길고 긴 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아침에 먹었던 것은 이미 소화된 지 오래입니다.
창문 사이로는 따뜻한 햇살이 새어들어옵니다.
기분 좋은 여름날의 날씨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나요?
이렇게 우리 인연이 시작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까요?

그 어떤 생각을 했든 간에 우리가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주고받은 이야기는 고민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 겁니다.

아돌프

아돌프

(창밖을 바라보다가 돌아보며) 아까 성덕이 됐다고 했죠? 그럼 이왕 성덕이 된 김에, 조금 더 성공해 보실래요?

클램

클램

아, 사인해주시려고요? 셀카?

아돌프

아돌프

어? 뭐 그런 것도 좋지만요.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게 더 스페셜하지 않겠어요?
예를 들면, 작업실에서 단둘이 식사하기라든가.
뭐 먹을래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 있어요?

클램

클램

지금이라도 복귀해야 덜 혼나는 거 아니에요? (라고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배달 어플을 켠다.)

아돌프

아돌프

어차피 빨리 가도 늦게 가도 똑같이 혼날 텐데, 밥 정도는 괜찮잖아요. 괜찮을걸요?

클램

클램

하긴, 무사한 것만으로 안심해서 안 혼낼지도 몰라요. 혼내려고 하면 모자와 마스크를 한 웬 회색머리 사내한테 쫓겼다고 해요. 잔소리하는 거 까먹을 걸요
아돌프는 뭐 먹을래요?
파스타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아돌프

아돌프

음~ 안 혼내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미안하잖아요. 악성팬으로 오해받을 텐데. 블랙리스트 오를지도 몰라요.
파스타야 좋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클램 아니에요?
자, 봐요. 선택지는 다섯 가지가 있어요.

클램

클램

팬사인회엔 검은 머리로 염색하고 가죠, 뭐
와 다섯가지나 있어요?

그리고 아돌프는 소파 쿠션을 끌어안은 채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식사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1. 이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리뷰 1위 양식집의 세트 메뉴 2번
2. 무난한 입맛을 자극하라, 매콤한 토마토 로제 파스타
3. 믿음의 초밥과 미니우동
4. 밥보다는 디저트, 팬케이크와 달콤한 음료
5. 오늘은 내가 요리사! 집밥

스스로 고르거나 1d5를 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

클램

클램

(작업실에서 집밥....?)
1d5 (1D5) > 5
(지져스)

아돌프

아돌프

(간이주방은 있... 이럴수)

클램

클램

(아돌프 요리 잘 하니...?)

아돌프

아돌프

(^^....)

클램

클램

(어떻게 너의 요리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아돌프

아돌프

(ㅋㅋ ㅋ ㅋㅋㅋㅋㅋㅋ)
(냉장고 뒤적이며) 최근에는 여기 자주 와서 그래도 좀 사다 놓은 게 많긴 해요. 흠. 근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간단한 요리밖에 못 해서.

클램

클램

(회상, 그거 일단 요리라고 부르면 안 되는 범주였던 것 같은데..)
그럼 내가 해줄까요? 팬들은 요리해서 먹여주기 로망도 있으니까

아돌프

아돌프

어...
아뇨!
오늘은 제가 많이 도움받았으니까 제가 해줄 거예요. 걱정 마요. 열심히 연습한 요리로만 할 테니까.

클램

클램

그, 래요, 믿을게요. (하고서 같이 주방에 서 있다.)

아돌프

아돌프

기름 튈지 모르니까 거실로 가 있어요. (떠밀기)
심심하면 작업실 구경해도 괜찮아요. 아까 제가 말하느라 구경 못 했을텐데.

클램

클램

튈 정도로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하려고요? 잘못하면 다쳐요 (떠밀리며 걱정)

아돌프

아돌프

안 다쳐요! 다른 멤버한테 열심히 특훈(?) 받았거든요.
15분만 있어봐요.

그렇게 당신은 아돌프에 의해 주방에서 밀려납니다. ... 괜찮겠지?

클램

클램

(15분만에 되는 기름 요리가 뭐지.. 볶음밥인가.. 하며 어쩔 수 없이 밀려나와 작업실 구경이나 한다.)

작업실에는 아까와 같은 것들이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만지지 않았으니까요.

- 베란다
- 잠겨있는 서랍장
- 거실 벽면
- 거실 테이블
- 달력

클램

클램

(음식 냄새도 뺄 겸 베란다 다시 오픈!)

베란다에는 산세베리아 화분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고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예쁘게 물든 것이 훌쩍 다가왔던 지난 여름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도 이참에 식물이라도 하나 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클램

클램

(식물 흠... 흐음.. 방에 볕이 잘 드나 고민해보고 들여야겠다. 잠겨있는 서랍장을 본다.)

관찰 판정

클램

클램

cc<=65 관찰력 (1D100<=65) > 96 > 실패

럴수

클램

클램

(럴수

아이돌의 사생활을 침해할 생각은 없기에 서랍 위만 쭉 훑어봅니다.

엎어졌던 데뷔조와 같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활동했던 앨범, 팬들이 건네준 선물들, 그리고 뱀 인형까지.

아이돌의 집에 있을 법한 물건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클램

클램

(남의 잠긴 서랍엔 관심 가지는 거 아냐)
뱀 인형..?
(들어서 살펴본다.)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뱀 모양 인형입니다. 구불구불하고 검은 것이 봉제되어 오동통하니... 조금은 귀여워 보이는 것도 같고요. 어디서 이런 걸 얻었을까요.

클램

클램

아돌프, 이 뱀인형은 어디서 났어요?

아돌프

아돌프

아, 그거요? 어떤 팬이 여행 갔다가 사왔다면서 선물로 줬어요. 꽤 귀엽죠?

클램

클램

네, 귀엽네요. (귀여운 것도 같긴 한데... 아까의 그 느낌이 떠올라서 영.. 이 물건이 범인일 것 같은 기분은 왜일까. 회수해서 폐기하고 싶다)

아돌프

아돌프

그러고 보니 그 팬도 진짜 연예인 뺨치게 잘생겼었는데. 새삼 절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이 있었네요.
그것보다, 생각보단 좀 빨리 해낸 것 같은데.
와서 먹을래요?

클램

클램

아, 물론이죠. (뱀인형을 노려보다가 일단은 내려두고 주방으로 간다.)

아돌프가 자신있게 미니 테이블에 내려놓은 음식은...

클램

클램

(두근)

바삭하게(!) 구워진 계란 후라이 두 개와 베이컨 몇 조각입니다. 밥은 햇반이지만 오히려 좋네요. 그리고 아삭아삭한 김치와, 군만두가 있습니다.

아돌프

아돌프

사실 혼자만 와서 먹는 거라 대단한 건 별로 없고... 보통은 간편식 사서 돌려 먹기만 하거든요. 손님 올 줄 알았으면 과일이라도 몇 개 사두는 건데.

클램

클램

아녜요, 이걸로 충분한걸요. 와, 태우지 않고 잘 했네요. (흐뭇하게 보며 사진 찰칵찰칵)

아돌프

아돌프

그쵸? 맨날 계란이 눌러붙고 타고 그래갖고 이거 하나는 하겠다고 짬 내서 강습 받았다니까요. (그럴 일인가 싶지만.)

클램

클램

받은 보람이 있네요. 맛있어 보여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냠)

과연 아돌프가 굽고 뎁힌 집밥 맛은

아돌프

아돌프

1d80+20 (1D80+20) > 14[14]+20 > 34
(실환가)

클램

클램

(ㅋㅋㅋㅋ)
(음! 데코만 배웠구나)

음....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익숙한 맛이군요. 그런데 베이컨 뒷면이 좀 타지 않았나?

클램

클램

(탄 거 좀 먹는다고 안 죽어. 냠)

그래요, 탄 거 먹는다고 죽진 않겠죠. 조금, 탄 냄새가 날 뿐이죠.

그 정도야 애정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아무렴, 최애에게 얻어먹는 집밥인데요.


사람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죠.
아돌프와 클램은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소파가 있지만 굳이 소파를 등받이 삼아서 바닥에 늘어지기까지 했죠.

이건 그 어떤 리얼리티 예능에서도 볼 수 없는 아돌프의 모습일 겁니다.

나만 아는 아돌프의 모습이 조금은 귀여운 것도 같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행운이.

아돌프

아돌프

음, 새삼스럽지만, 다시 고마워요.

클램

클램

고맙긴요.
늘 응원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아돌프

아돌프

흐핫, 조금 부끄럽네요. 이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1:1로 받아본 적은 별로 없어서.
그러고 보니까 언젠가 대표님한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아이돌이랑 팬은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상관이 깊다고.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아요. 당신이랑 대화하고 있으면요.

클램

클램

진짜..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네

아돌프

아돌프

그렇다고 죽진 말고요!

클램

클램

물론이죠
아돌프가 은퇴하는 다음 날에 죽을 거예요 (농담)

아돌프

아돌프

그럼 은퇴하면 안 되겠네요. 죽을 때까지 아이돌 해야겠다. (농담?)
뭐,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행복을 줄 수 있도록 꼭 노력할게요. 이건 모두한테도 할 약속이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약속이 아닌 건 처음이에요.

클램

클램

역시 내일 죽어도 여한이...

그렇게 말하는 아돌프의 눈을 반짝이며 빛나고 있습니다.

클램

클램

(내 아이돌 최고야)

아이돌이라는 단어에 정의를 내리자면, 이런 것이겠죠.

한 조각의 청춘.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보여주는 우상.
아이돌이란 그런 것이잖아요.

하지만 그것이 당신이라고, 한 번도 직접 말하지 못했었어요.

자존감이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자격의 문제였죠.


클램. 생각해 보세요.
자격의 문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요?

맞습니다.
아이돌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묻던 아돌프에게 해줄 대답을 고민하다가 했던 당신의 생각과 같습니다.
그 사장님이 말했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아이돌과 팬의 상관관계.


그 생각을 하다 서랍장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면, 분명 4개였던 뱀 인형이 3개가 되어 있습니다.

어디로 굴러떨어졌나?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바로 다음 순간 아돌프가 다시 말을 걸어왔거든요.

아돌프

아돌프

그러고 보니 개인 팬미팅이 되긴 했는데, 어디에 올리기에는 상황이 좀 그래서... 클램도 안 올려줄 거죠? (아무리 자랑하고 싶어도 자랑할 수 없어야 하니까 더 잘해준 것도 있고,라고 하듯이 눈을 빤히 쳐다본다.)

클램

클램

아, 물론이죠. 비밀은 공개하지 않아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나도 둘만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네요(농담)

 

아돌프

아돌프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고마워요! (환히 웃는다.)

♬ BGM ♬
煉獄庭園 - 街

당신도 어딘가에 이걸 올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겠죠? 굳이 팬인 당신이 아돌프의 구설수를 손수 제작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이것은 아돌프와 클램에게 늦여름밤의 비일상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일상으로 기록될 테죠.
시선을 다시 서랍장으로 돌려봅니다. 서랍장에 있던 3개의 뱀 인형은 이제 2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뭔가 답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합니다.

저 인형이 다 사라지면 우리의 비일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 ・ 。゚☆: *.☽ .* :☆゚. ───


어느새 시간은 벌써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습니다.

아돌프는 식사 전에 당신이 가져온 종이 가방과 짐들을 모두 챙겨서 한쪽에 놓아뒀습니다.

하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살 것도 아니고, 이제는 갈 시간인데.

아돌프

아돌프

음... 클램, 선물 하나 가져갈래요?

클램

클램

선물이요?

아돌프가 당신의 손에 인형을 쥐어줍니다.
맞습니다. 방금 전에 그 뱀 인형이요.

하나는 자신에게 주고, 하나는 다시 서랍장에 놔둡니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이 말입니다.

아돌프

아돌프

당신은 제 민낯을 낱낱이 본 몇 안 되는 사람이니까요! 일종의, 입막음용 뇌물?
농담이고, 추억용이에요. 성의인데, 받아주실 거죠?

클램

클램

팬한테 받으신 건데 주셔도 괜찮아요? (나는 물론 땡큐 라는 표정으로 뱀인형을 본다.)

아돌프

아돌프

같은 인형 몇 개씩 갖고 있어서 뭐해요.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한테 선물했다고 하면 그 사람도 분명 이해해줄 거예요.

클램

클램

그럼 받아갈게요, 감사해요 (소듕하게 종이봉투에 넣는다)

손에 쥐어진 뱀 인형을 종이 가방에 넣으려는 찰나, 벨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소리가 최대 음량이라서 빨리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의 휴대폰은 챙겨나올 때부터 무음 모드였으니 남은 건 아돌프의 휴대폰입니다.

아돌프

아돌프

아...

클램

클램

혼날 시간이네요 (웃음)

폰 화면을 보는 아돌프의 표정이 곤란으로 물듭니다.

아돌프

아돌프

으윽...

클램

클램

매도 얼른 맞는 게 나을 거예요

아돌프

아돌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슬그머니 손을 통화버튼 위에 올린다.)

아돌프는 마지못해서 전화를 받습니다.

곧, 휴대폰 너머에서 큰 소리가 들려옵니다.

 

대표님

너 임마 어디야!!!!!!!!!!!!!!!!!!!!!!!!!!!!

안 봐도 뻔합니다.
아침부터 멤버가 연락두절인데, 팬사인회는 이미 예정되어있는 행사라 미룰 수도 없고. 그래서 출근을 하자마자 팬카페에 공지부터 올렸을 것입니다.

소속사 관계자가 골머리 좀 앓았겠습니다.
뭐... 걱정해봤자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요.

아돌프

아돌프

대, 대표님, 제가 다 설명을 할게요! 할 테니까 조금만 진정을...!! 에헤이! 대표님! 심호흡!! 습, 후!

그러며 당신을 바라보는 아돌프의 눈빛이 애처롭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비일상은 끝나버렸으니까요.

우리는 헤어져야만 합니다.

통화를 하는 아돌프를 두고, 짧게 손짓으로 작별 인사를 건넵시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금물이니까요.

오늘 즐거웠어요, 아돌프.

클램

클램

(그런 말은 더 혼날 텐데.. 라고 생각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손을 흔들)
(안녕, 내 가수~ 다음엔 정상적인 팬 사인회에서 봐요)

당신은 손짓을 마지막으로 상쾌하게! 작업실 현관을 나섭니다 ^^


── ・ 。゚☆: *.☽ .* :☆゚. ───

덜컹, 덜컹.
지하철이 흔들립니다.
딱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도시 소음일 뿐입니다.

짧게 숨을 내쉽니다.
나의 별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었기에 더욱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내일 새벽 쯤에 자필 편지가 올라올 겁니다. 팬들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으니까요.

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당신과 같은 온화한 팬들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세상이란게 꼭 그렇지만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아는 아돌프는 그런 걸 회피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아이돌에 진심인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당신의 조언도 있고요.


달이 어느덧 중천에 떠 있습니다.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새벽으로 향하는 길의 중간에 서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나요?

클램

클램

(오늘 뜻밖의 팬미팅은 좋았고, 집 가서 푹 자겠네. 나는 뭘 해먹고 사는 게 좋으려나. 기지개)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금세 집에 도착해 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짐을 내려두고, 공식 인스타 계정을 새로고침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편지 하나가 올라와 있습니다.

클램

클램

(자필 편지(사과문)을 읽어본다)

[ 아돌프의 편지 ]

 

팬분들께.

안녕하세요, 아돌프입니다. 오늘 팬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무던히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팬분들이 있기에 무대에 설 수 있고,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에게 약속 하나를 드리려 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아이돌로 계속 있을 거예요. 별것 아닌 약속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팬분들에게 이런 말을 건네보고 싶었습니다.

그럼 내일 팬사인회에서 뵙겠습니다.
언제나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요!

모두의 아이돌로 있어주겠다는 그 말이 뭐라고, 오늘 다시 한 번 당신은 이 그룹에 뿌리를 내리리라 다짐했습니다. 이런 멤버를 두고 다른 그룹을 새로 좋아한다거나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많은 것을 배웠잖아요?

아돌프의 민낯부터 아이돌의 고충, 아이돌과 팬의 상관관계까지.


오늘 클램의 세계가 팽창한 것처럼 아돌프의 세계 역시 팽창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팽창하겠죠.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는 것처럼.
그리고 결국에 그 우주는 맞닿아 찬란한 빛을 낼 것입니다.

그것이 서로가 원하는 것이자 바라는 것일 테니까요.

END 2. 아이돌과 팬의 상관관계

─ 아돌프의 아이돌 자아를 찾아줬다.

♬ BGM ♬
Wong Wing Tsan - 或いは街で、あの頃

❝ 사랑을 동경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

─ 여자친구 : 너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