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이든. 에덴이라고도 읽히는 그 남자는 범죄자들의 도시, 진정한 무법도시인 8구역 안에서 태어나 청소년기까지 자랐다.
어머니는 굉장히 뻔뻔한 사람이었고, 자식이 많았다. 아버지는 없었다. 늙은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물으면 늘 쓸데없는 걸 궁금해 한다며 화를 냈다. 8구역 사람들은 그녀를 '빅 마더 로세타'라고 불렀다. 이상하게도 로세타의 집에 남은 아이들 중에는 20세를 넘긴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로세타는 자신의 아이들이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1
이든은 18명의 자식들 중에서 10번째 자식이었다. 전부가 친자식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든만은 친부모라 믿었다. 그러는 편이 속 편했다.
BRO & SIS
위로 누나가 여섯, 형이 넷. 그나마 닮은 사람은 셋째 누나(에델) 한 명밖에 없다. 위로 최대 나이차 11살, 최소 1살. 앞뒤 5년 간격으로 나이대가 몰려 있다. 같은 나이는 한 명도 없다. 모두 제멋대로에 개구쟁이거나 성격이 드세다.
그나마 에델은 이든을 잘 챙겨주었다. 그것이 무엇을 알아서였는지, 아니면 본능 때문이었는지는 모를 일. 이든은 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주는 에델을 아주 잘 따랐다.
대략적인 형제도
1 (여) 21세 | 2 (남) 19 | 3 에델 (여) 18 | 4 (남) 16 | 5 쌍둥이 (여) 15 | 6 쌍둥이 (여) 15 |
7 (남) 13 | 8 (여) 12 | 9 (여) 11 | 10 이든 (남) 10 | 11 (남) 9 | 12 (여) 8 |
13 (여) 7 | 14 (남) 6 | 15 (남) 4 | 16 (여) 3 | 17 리지 (여) 2 | 19 (남) 1 |
모든 정보, 성인 기준.
- 페이즐리 Paisley (여 / +11) : 타오를 듯 선명한 붉은 머리, 회색 눈, 175cm. 영국계. 패션모델로 활약중. 빅 마더의 유일한 친자.
- 타테 Tate舘 (남 / +9) : 검은 직모. 짙은 녹색 눈, 173cm. 일본계.
- 에델 Edel (여 / +8) : 붉은 반곱슬, 선명한 네온그린 눈, 172cm. 스위스계. 이든의 친누나.
- 베른 Beren (남 / +6) : 진청색 반곱슬, 부드러운 연두색 눈, 184cm. 터키계. 근육 거의 없음, 퀭한 인상. 추방 당시 23세.
- 루비 Ruby (여 / +5) : ↓일란성 쌍둥이, 짙은 붉은 곱슬, 붉은 눈, 160cm. 터키계.
- 레비 Levi (남 / +5) : ↑일란성 쌍둥이, 짙은 붉은 곱슬, 붉은 눈, 182cm. 터키계.
- 아론 Aaron (남 / +3) : 진회색 곱슬, 주황색 눈, 어두운 피부, 197cm. 유대계. 카펠의 형. 기계 다수 부착.
- 소래 素淶 (여 / +2) : 갈색 직모, 금색 눈, 165cm. 한국계.
- 서머 Summer (여 / +1) : 선명한 주황색 곱슬, 분홍색 눈, 167cm. 미국계.
- 이든 Eden (남) : 붉은 직모, 연두색 눈, 179cm. 스위스계.
- 딘 Dean (남 / -1) : 연갈색 직모, 녹색 눈, 174cm. 미국계. 지체 장애, 휠체어 탑승. 매우 똑똑함.
- 유웬 玉雯 (여 / -2) : 백색 직모, 청록색 눈, 162cm. 사사로운 감정 없고 똑부러지는 엄친딸 성향. 중국계.
- 미아 Mia (여 / -3) : 적홍색 직모, 파란 눈, 157cm. 독일계.
- - (남 / -4) : 검은 반곱슬,
- 카펠 Kapel (남 / -6) : 진회색 직모, 진녹색 눈, 어두운 피부, 187cm. 유대계. 아론의 동생.
- 준 June (여 / -7) : 백색 곱슬, 보라색 눈, 검은 피부, 168cm. 아프리카계.
- 리지 Lizi (여 / -8) : 연한 금발 로우 트윈테일, 금색 눈, 156cm
- - (남 / - 9) :
LIFE STORY
※ TW: 집단 괴롭힘, 가스라이팅
원래부터 소심한 건 아니었다. 가족 (일단은) 덕분에, 어릴 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망아지들 중 하나였고, 오히려 수많은 형제들 사이에 끼어 노느라 늘 지쳐 있었다.
하지만 열여덟이 된 에델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뒤로, 이든에 대한 취급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로세타는 이든을 붙잡고 에델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어안이 벙벙한 이든 역시 아는 게 있을 리 없었다. 이후 집에 남은 다른 형제들이 은근히 이든을 놀리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빅 마더의 영향이나 명령 때문인지 혹은 안전가옥(에델)을 잃은 이든의 반응이 그저 재미있어서였는지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처음엔 즐거운 장난이었다. 다음엔 점차 스며드는 불쾌였다. 그러다 마지막엔 자신을 깎아내리는 그들의 말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흔들림이 되었다. 장기간에 거친 놀림은, 이든이 행동하고자 할 때마다 머뭇거리게 하는 마음 속 브레이크가 되었다.
로세타는 기가 푹 죽은 이든을 보며 에델처럼 자신의 울타리에서 나가지는 못할 거라 여겼다. 나간다면 금세 잡혀오리라고도 믿었다. 하지만 그건 이든에 대한 로세타의 과소평가였다.
※ TW: 그루밍
17세.
이든은 누나보다 한 살 이른 나이에 독립… 아니, 가출했다. 사랑을 찾았기 때문이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할 2차 성장기에 훌쩍 다가온 연상의 맛은 제철 과일보다 달콤한 것이었고, 이든은 정신을 홀랑 뺏긴 채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펫(pet) 같은 느낌이었겠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숨 막히는 집에 있는 것보단 그녀를 따라가는 편이 천국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상대, ‘올리’는 멋진 구릿빛 피부를 가진 8구역의 프리마돈나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넓은 음역대, 그리고 이중인격 수준으로 오락가락하는 다정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유명했다. 올리는 이든을 다루는 데 능했다. 실수를 했다가도 사랑을 집중적으로 쏟아주면 이든이 뻑 가는 걸 잘 알았고, 무엇보다 이런저런 어른의 것들을 알려주는 데 맛을 들이고 있었다.
이든은 올리의 집 근처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며, 그녀에게서 남녀와 관계하는 법, 술 마시는 법, 노래하는 법, 긴 글 읽는 법을 배웠다. 때로는 올리와, 때로는 발 넓은 그녀의 친구들과 잠을 잤다. 그들은 상냥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이든을 구슬리며 세상을 알려주었다. 그들, 8구역의 방식대로, 올리가 이든에게 질리기 전까지.
※ TW: 업무상의 갑질
20세.
올리는 나타났을 때처럼 순식간에 이든을 떠났다. 그간 얻은 돈으로 8구를 나가 살 거라는 말에 이든은 그녀를 따라 나섰다가, 보기 좋게 미아가 되었다.
돌아갈 수도, 돌아갈 곳도 없던 이든은 주변을 떠돌다, 결국 5구역과 가까운 인력사무소에서 일감을 얻었다. 사무소장과의 계약으로 세를 얻어 5구역 경계 즈음에서 외상으로 숙식하며 잡무를 했다. 시궁쥐 처리, 사고 기계의 운반, 분실품 수거, 구역 청소부터 소장댁의 온갖 집안일까지.
도박광인 사무소장은 월급을 주는 날이면 늘 간단한 도박을 제안했다. 거절할 처지는 되지 않았고, 이든은 대부분 돈을 뺏겼다. 그래도 갈 데가 없어서 2년을 붙어 있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알았으니까.
22세.
운석이 충돌하고 태양풍이 터졌다.
혼란한 사이 사무실에 도둑이 들었는데, 소장은 이든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변론했지만 먹히지 않았고, 소장은 그날 유독 세게 이든을 몰아붙였다.
쌓여 온 울분과 억울이 터졌을 때, 이든이 각성했다.
'왜 그렇게 절 못 잡아드셔서 안달이신데요.'
소장은 미안하다고 했고,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 물었다. 이든이 울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제 방에서 나가주세요. 다시는 소장님이랑 보고 싶지 않아요. 영영 보지 않을 거예요.'
그는 진정되는 대로 사무소를 떠나려 했지만, 능력이 발현된 줄 몰랐고, 소장은 행동이 빨랐다. 소장은 알았다며 사무소를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로 직후, 스스로 고압배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든은 큰 충격을 받고 즉시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 후 얼마 동안 굉장히 편한 삶을 살았다. 본의는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이 뭔줄도 몰랐으니까. 심지어 여러 이능이 발현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동시에 왜 갑자기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절해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러 번의 실험을 거친 뒤에야 그는 능력을 깨달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과 호기심을 가지고 13구역 사냥에 지원했다. 어려울 건 없었다. 여럿이 가는 팀에 소속되어 후방에서 크리쳐들의 행동을 조종하다가 다른 팀원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나 짬처리하면 수익이 분배됐다. 전문 사냥꾼들로 구성된 팀은 상당히 견고했고, (능력 덕분에) 당연하게도 모두가 이든에게 친절했다. 계속 그런 식으로 사람을 홀려도 되는가에 대해 고민했지만, 그만둘 자신은 없었다.
그렇게 2년을 팀에 있으면서 많은 정을 붙였다. 힘이 없는 사람에게 소중한 것이 생기면 얼마나 처참한 형태로 잃게 될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24세 끝자락.
제법 능력이, 스스로가 좋아질 무렵, 일이 터졌다.
큰 사냥을 가던 날이었다. 이든은 팀 결성 5주년을 맞아 저녁에 있을 축하 파티(뒤풀이)에서 능력에 대해 밝히리라 다짐했다. 조종할 수 있는 건 몬스터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어쩌면 내쳐질까 봐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그 사람들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고, 신뢰했으며, 사랑했다. 몰래 주문 제작한 특수한 마스크도 완성된지 오래였다.
그날 사냥은 이상하리만치 힘들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은 크리쳐들이 사방팔방에서 끝도 없이 몰려왔다. 돈이 벌리는 건 좋다 할 만해도, 급격히 저하되는 체력에 모두가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였다. 인간이 덤벼들었다. 오로지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휘두르는 이능과 검에는 자비도 설명도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았다. 그들의 정체가 이전부터 이든의 팀을 적대시했던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규모에 사냥터까지 겹치니 부딪칠 수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일을 친 것이다.
체력적으로 한계였던 이든의 팀은 물러서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때문에 그나마 체력이 남았던 이든이 나섰다. 그러나 그들은 팀의 능력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뚫으려면 숨의 농도를 극한으로 높여야 했다. 계속되는 침묵의 공방. 끌어올린다. 계속 올라간다. 심장이 쿵쾅대고 머리가 어질하고 이명이 찡하게 울리며 눈앞이 어질거리고... 커헉, 하고 이든은 피를 토했다. 상대가 너무 많았다. 범위가 너무 넓었다. 보호복에 방독면까지 뚫기엔 이능의 힘이 약했다. 구토감이 몰려와 뱉으니 땅에 핏덩어리가 철퍽 떨어졌다. 그들이 비웃었다. 팀원들은 급히 이든을 최후방으로 물리고 전투를 준비했다. 결과는 뻔했다.
'이든, 도망쳐! 가서 경찰 데려와!'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켜쥐고 뛰었다. 뒤에서 쓰러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다가, 고요해졌다. 그래도 이든은 뛰었다.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살고 싶었다. 복수도 하고 싶었다. 그때,
탕!
이든은 모래밭에 넘어졌다. 등 한구석이 화끈거렸다. 뒤에서 걸음 소리가 들렸다. 앞에서도.
'범죄자가 다 몇 명이야?'
웃음기 넘치는 목소리가 바로 맞은편에서 다가왔다. 이든은 조금 더 앞으로 기어가려다가 마주 온 사람에게 잡혀 멈췄다.
'그냥 있어. 너 죽는다?'
죽는구나. 이렇게 죽는구나. 그리고 이든은 정신을 잃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만을 재확인하면서.
25세.
사흘 뒤 눈을 뜬 이든은 그대로 3주를 더 꼼짝없이 누군가의 집 2에 누워 있었다. 집 주인은 미모의 여성으로, 그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들었던 것과 완벽히 일치했다. 여성의 이름은 달리아 시몬. 11구역에 위치한 중형 펍 'Over the Moon'의 주인이자, 강력한 텔레포트 이능력자이자, 이든을 구한 장본인이었다. 3
달리아는 출장 의사를 고용해 이든의 혈관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고, 회복을 마칠 때까지 간호했다. 팀 아지트에 남겨져 있던 마스크도 찾아다 주었다. 동생이 생각나서―라는 거짓말로 얼버무렸지만, 이든은 그녀에게 동생이 없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벽에 걸린 가족 사진에는 오로지 그녀와 부모님 뿐이었다.) 작은 배려 속에서 그는 잠자코 건강을 되찾으며 조금씩 달리아와 가까워졌다. 달리아에게는 에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어떠한 연결점이 있었다. 이든은 그 속에서 안정을 찾았다.
해가 바뀌고 어느 날 저녁, 펍 1층으로 내려온 이든의 눈에 주조를 하고 있는 달리아가 보였다. '그건 뭐예요?' 묻는 이든의 말에, 달리아는 '해볼래?'라며 이든을 바 앞으로 이끌었다.
'그 정도면 우리 바 바텐더 해도 되겠는데? 어때, 목숨값, 일해서 벌 자신 있어?'
자신은, 물론 없었지만, 그러겠노라 했다. 당장은 그것만이 달리아에게 진 빚을 갚을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27세.
하지만 오늘날까지 이든은 한 번도 그녀에게 제대로 은혜를 갚았다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매 순간 달리아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위로를 받았다. 주조도, 요리도,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도, 나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도, 올리가 떠난 후로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달리아의 덕분이었다. 그녀는 누나이자 보호자였고, 에델이 없는 지금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이든은 목표를 다시 잡았다. 달리아가 말하길, 그녀의 꿈은 스스로 세운 이 펍으로 11구역의 가장 유명한 펍을 뛰어넘는 것이랬다. 그는 그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그 순간 이 돔 아래서, 돔 바깥의 어떤 별보다 밝고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울 그녀의 미소가 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이든은 바 앞에 선다. 이능도 부품도 아닌 오롯이 자신의 두 발로 땅을 딛는다.
"어서오세요,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DIALOGUES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마음 속의 꽃이여.
10
– 이든, 내가 미안.
– 왜? 누나 어디 아파?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뭔데? 말해 봐~
– ... 누나가 약속 하나 할게. 자, 손가락 걸고.
– 약속? 응, 걸고.
– 자, 약속할게. 우리가 떨어지게 돼도 꼭 내가 널 찾으러 온다고.
– 그게 무슨 말이야? 누나 어디 가?
– 아니야. 그게 아니라,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 이든! 이든 어디 있어!!
– 쩌어기요! / 엄마, 저기. / 저기 있어요. / 형! 마더가 부르셔.
– 엄마, 찾으셨어요?
– 이든!!
– 아, 아파요, 엄마...! 이거 놓아주-...
– 에델 어디있어! 너한테 말한 거 없어?!
– 누, 누나가 왜요? 아까 방에 있었는데...
– (으득) 이 망할 계집애가 짐을 싸서 도망쳐 버렸잖아!! 너한테 뭐라도 말했을 거야. 자, 이든, 착하지? 기억을 잘 떠올려 봐.
– 도망을요...? 그럴 리가 없는데... 저는 여기 있는데요... 누나는... 누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 잘!! 잘 생각해, 다시!! 기억해 내라고!!!
– 어, 엄마 무서워요, 저 몰라요, 정말 몰라요.
– 야 ㅋㅋ 이든 고아됐다 ㅋㅋ
– 멍청아, 고아는 부모님 없는 애들한테 쓰는 말이거든.
– 근데 다를 것도 없긴 해. 에델이 거의 엄마처럼 딱 붙어 있었잖아.
– 서머, 말 조심해. 빅 마더가 들으면 큰일 난다.
– 쳇, 소래 언니는 너무 고지식하다니까. 루비 언니, 뭐라고 좀 해 봐.
– 레비가 나쁘게 말하긴 했어도 이든의 처지는 그닥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라도 있어?
–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생각하는 것도 똑같네.
– 지금 그런 논쟁 할 때냐... 너네 로세타 말 들었지?
– 딘, 로세타가 아니라 엄마.
– 알 게 뭐야, 피도 안 섞였는데.
– 일단은 가족이거든?
– 닥쳐, 유웬. 어쨌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다들 알 거야.
– 이든 형 불쌍해...
– 카펠은 빠져. 이건 누나랑 형들이 알아서 할게. 아론 오빠, 카펠 좀 데려가.
– 하아... 난 영 찝찝해.
– 그럼 오빠도 빠져.
– 다들 왜 그러는 거야?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 ㅋ
– 레비... 넌 진짜 그거다...
17
– 이름이 정말 이든이야? 아하하!
– ...
– 재미있네. 이딴 범죄 구역에서 천국 찾는 부모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 누가 지었는지는... 저도 모르는데요...
– 아, 너 그 빅 마더 로세타네 아들이었지. 맞다. ...
– ...
– ... 참, 노래 좋아한다고 했지?
– (끄덕인다.)
– 그럼 무대 한번 서 볼래?
– 제, 제가요...?
– 어차피 손님들도 없는데 어때. 불러 봐. 이 대-가왕 올리 누님이 한 수 가르쳐 주마.
– 이든.
– 네.
– 내가 좋니?
– ... 네.
– 내가 노래를 못 부르게 돼도?
– (끄덕인다.)
– 왜?
– ... ... 올리는, 상냥하고 따뜻해요. 그리고... 늘 제가 모르는 걸 가르쳐 주고... 또...
– 또?
– ... ㅇ, 예뻐요...
– 아하하하! 내가 예쁘긴 하지!
– ...
– 그러면 말이야. 너 우리 집에 와서 살래? 맨날 몰래 나오지 말고. 그럼 매일 밤마다 내 노래를 들을 수 있잖니? 내가 다른 것도 더 많이 알려줄게. 어때?
– ... 그래도 돼요?
– 되지. 네가 그 집을 나올 수만 있다면 말이야.
– 나, 나올게요! 내일 바로-
– 괜찮겠어? 너 거기 나오면 다신 못 돌아가. 아는 거지?
– 어차피 다들 절 싫어해요... 상관없어요. 그리고, 전 당신이 더 좋아요.
– 그렇다면야. 음... 좋아. 내일 저녁에 다시 여기서 보자. 들키지 말고.
– 네...!
– 아아~ 그게 오늘이었나?
– 뭐야, 로건. 전에도 뜨겁게 놀고 갔으면서 또 날짜를 잊어버린 거야? 거기 물이 그렇게 좋은가?
– (웃음) 아무렴! 늘 다섯 번은 금방 빼지.
– 좋으시겠어. 말해줬으니 잊으면 안 돼. 준비 다 해둘 거니까.
– 여부가 있겠습니까~ ㅋㅋ 근데 장소가 너네 집이면 걔도 참여하는 건가? 네가 요즘 키우는 걔.
– 당연하지. 그 애도 슬슬 손으로 하는 놀이에서 졸업해야지 않겠어?
– 그럼! 늦긴 했지. 그건 그렇다 쳐도, 너도 참 특이하단 말이야. 그 어린 애가 뭐 좋다고.
– 왜, 귀엽잖아. 강아지 같고.
– 아하, 애완동물이군!
– 그래. 그러니까 늘 하던 것보다 진하게, 알지? 잘 가르쳐주란 말이야. 그런 건 같은 남자가 알려줘야지.
– 으하학, 나만 믿어 둬!
※ TW: 살인 미수, 가스라이팅, 그루밍
– 아아아아악!!!
– 오,올리...!
– 이 씹새끼가!! 창놈 새끼 같으니라고! 이렇게 내 뒤통수를 쳐?! 이씨발 내가 우스워?
– (쾅!!! 쨍그랑! 부서지고 박살나고 날아가는 소리.)
– 진정해요 제발! ...-헉, 윽...
– 야, 너도 내가 우스워? 좋은 거 사주고 먹이고 입히면서 살살 웃어주니까 니들이랑 동급인 것 같아?
– 컥... 오, 올리...
– 씹찐따 새끼들이 내가 봐줬다고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 수, 숨... 막, 혀요... 흐윽...
– 착각하지 마. 내가 착한 년이라 퍼주는 게 아니야. 너넨...
– ...
– ... 이든? ... 이든!
– ... ... ... 허억....
– (끌어안는다.) 세상에,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 올리... 이거 좀...
–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또 미쳤나 봐, 네 잘못이 아닌데... 내 말 진심 아닌 거 알지? 화가 너무 나서 그만, 오 신이여...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이든, 난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내가 미친 년이야, 난...
– ... 진정해요, 전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 당신 옆에 있을 거예요...
– 내 작은 천사, 이해해줘서 고마워... 다음엔 이러지 않을게. 약을 지으러 가야겠어. 그래, 주변에 정신과가...
– ... ...
– "그녀가 꽃 하나를 꺾을 때마다, 그녀는 조금만 더 가면 더 예쁜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 어, 음..., "계송서"...
– '계속해서'. 가운데 발음에 주의해야지.
– "계속해서- 숲 속 깊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늑대는 바로 할머니 댁을 향해 갔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 잘 했어! 그렇게 읽는 거야. 이제 잘 하네~
– 그,그건 올리가 잘 가르쳐 준 덕분이에요.
– 아하하, 고마워. 여기 오기 전에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거든. 네가 잘 읽는 걸 보니 반쯤은 꿈을 이룬 기분이네.
– ... 그럼 오늘 밤에 책 읽어 드릴까요? 전에 그랬잖아요, 책 읽는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고 싶다고...
– 나쁘지 않네. 음~ 근데 오늘은 조금 다른 걸 하면서 자고 싶은걸.
– 다른 거요?
– 오랫동안 안 하지 않았어? 쌓였을 텐데~?
– ... 아.
– 푸하핫, 아직도 그렇게 빨개지면 어떡해?
– 그,그래도 그런 은밀한 얘기는 적응이 안 된다고요...
– 뭐 어때, 너랑 나 둘만 아는 밤이 될 텐데. 자, 책 내려놓고 이쪽으로 와.
– 콘돔...도 가져올까요?
20
– 간다고요...? 어디로요...?
– 몰라. 8구역 밖으로 갈 거야. 그동안 모은 돈이면 어디든 정착은 할 수 있을걸.
– ... 저도 가도 되는 거죠?
– 너? 넌... 여기서 누나 기다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 안 그래도... 이제 나가서 찾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몇 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니까... ... 하지만 지금은, 그냥 당신이랑 함께하고 싶어요. 갈래요. 저도 데려가요, 올리.
– ... ... 그래, 좋아. 네 마음대로 해.
– ... 올리...?
– (인파를 헤치며) 자,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올리...! 어디 있어요? 올리!
– ... 어디로...
– 저, 저기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근처에 키 크고...
– 뭐야? 바쁘니까 비켜.
– 죄송합니다... 아, 저기! 그러니까... 근처에서 키 크고 피부 어둡고 머리 긴 여자-
– 풉 ㅋ 오빠 여친한테 차였어요?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 아 딱 봐도 차였네 ㅋㅋㅋ
– 아니... 모르면 됐어... ... 저기요, 잠시만 여쭤볼 게...
– ...
– ...
– 올리... 어디로 간 거에요...? 나만 남겨두고...
– 뭐야 넌. 뭐하는 새끼야.
– ... 여기서 일거리를 준다고 들었어요...
– 일? (훑어본다.) 하.
– 저... 뭐든 잘해요. 청소랑, 요리랑, 노래도 하고, 글도 읽을 줄 알고요...
– 꺼져. 여긴 너 같은 비실비실한 새끼가 기웃댈 곳이 아니야.
– 잠시만요...! 저, 저... 몸 쓰는 것도 잘 해요. 제발요, 일 좀...
– ... ... 너 가족이나 친구 없냐?
– ...
– 흐하하! 어디서 띨빡한 게 굴러 들어왔구만! 이봐 썩은 호박, 들어와 봐.
– ...! 감사합니다!
– 감사할 거 없어. 우리 인력사무소는 싸구려 써비쓰 따위 제공하지 않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냐?
– ... 열심히 할게요...
– 그래, 자세는 좋네. 자, 일단 여기 앉고. 확정하기 전에 업무랑 급여에 대해 깊이 얘기를 해보자고. 여기 계약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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