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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EV

[EV] 도망자를 위한 낙원은 없다. 2024-01-28~03-24

시나리오 본문 : https://posty.pe/q4cqx9

 

 

KP Beam

KPC 엘바 보이드

 

PL 유령

PC 베시 엘라인

 

BGM PLAYLIST

더보기

 

공식 bgm 기반, ■는 수정.

 

 

SE. 1

Zack Hemsey - "The Way (Instrumental)"

https://youtu.be/oN2Xs-MvxLw?si=XQabcxBaQaVTkEN8

 

SE.2

NOhone - Quiet Saturday Night

https://youtu.be/puWf1_JMBQE?si=AHbNtY4t9wsCfdF1

 

KPC

Monster OST 1 - Part

https://youtu.be/3o8i6TqPdWo?si=-vRxDLQTEj2pRx8M

 

점심 ■

엄마의 왈츠 Mother's Waltz (하이바이, 마마! OST)

https://youtu.be/pU1Z3eMhmrU?si=_XlJzhxCpyFDoYjW

 

SE.3

하테노 마을(낮)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OST)

https://youtu.be/WhKgm7pdXIk?si=p6nc7qcIbs589mYr

 

SE.4

Trevor Kowalski - And We Walk After (Royalty Free Music)

https://youtu.be/7E7dUxKDkAQ?si=wuIBVBKxeibESQ7C

 

곰 ■

Magnavolt - Edgerunner

https://youtu.be/oXmhdo3e8h4?si=TreyUn_6L0YWlptT

 

사냥꾼들 ■

[OPUS:龍脈常歌]原聲帶7. Promise Me You'll Find the Caves [OPUS: Echo of Starsong] OST

https://youtu.be/8XsAX-92dDY?si=rYHozfXwSQPRCGf8

 

SE. 5 ■

In The Darkest Night I Will Be On My Own

https://youtu.be/mcMf6sncm28?si=RBFSovLQOJudCUtg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

Celtic Reels: An Irish Folk Dance Celebration | 🍀 CELTIC MUSIC

https://youtu.be/Sh5F3oPPAJ4?si=x7xNMgb9kKM-rjuP

 

예식 제안

Lo Mimieux - La Fille Sans Larmes

https://youtu.be/M7ZvVOVv53c?si=AOn6z6HKyv67GKp9

 

SE. 6

Atrium Carceri - Prepare the Stage of Night

https://youtu.be/wkXd9ruKw8w?si=N5Q7ro3c74MHIzkd

 

SE. 7

Iris (Music Box Version) (레이튼 교수와 악마의 상자 OST Music box ver.)

https://youtu.be/KckGp2Hz9yU?si=FyYNPM4sYhQ2wyfF

 

예식장

Ólafur Arnalds - Happiness Does Not Wait

https://youtu.be/KXavqUUIl6I?si=PK2dhmx1Ruzv-YYE

 

예식

White Flower (WHITE FLOWER) (주군의 태양 OST)

https://youtu.be/NSdEKL3Ltyo?si=7awFvZHmI-8PMd9m

 

SE. 8

슌 - What the Hell am I? (스위트홈 OST)

https://youtu.be/KFXKb6RDNcA?si=4M-a_EbncnSCxSNm

 

END 1

Unworthy - William (Audio)

https://youtu.be/6OojOfaYLsc?si=452mRnZOWUEyvEcx

 

END 2

dirk maassen - De Toujours

https://youtu.be/gN9V6Sl_E5I?si=sXLmWb35PeOU3Nly

 

END 3

Jacob LaVallee - Somewhere in Between

https://youtu.be/z_IjnF4lu-g?si=ZSHVjRYYYKueK-Fw

 


 

 

 

이하 스포일러와 개변 포함

 

 

 

 

 
 
 
 
틱.
 
저 이상한 괴물을 없앤 능력으로 우리를 없애면 어떡하지?
 
혹시 수틀려서 인류를 전부 몰살해 버리면 어떡하지?
 
수많은 괴물을 처리했는데, 인간쯤은 손쉽게 죽이겠지.
 
그래요, 6번째 이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베시.
 
당신은 세상을 구했던 영웅입니다.
 
하지만, 지금.
 
​ 인류는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베시:(정신이 들 때까지 눈을 깜빡였다. 문득 든 생각인데, 엘바는 어디에 있지? 눈살을 찌푸리며 마른세수를 한다.) 엘바...
 
베시:(방마다 열어보며 찾는다. 졸음 섞인 앓는 소리와 함께 이렇게 외친다.) 가출했냐?
 
베시:(가까운 벽난로 앞에 쭈그려 앉는다. 기지개 피듯 손바닥을 쭉 내밀고...)
 
베시:
관찰력
기준치: 82/41/16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베시:바보 베시 엘라인, 얼굴 볼 수 있었는데... (무릎에 푹 파묻던 고개를 들어올려 메모판을 응시한다.)
 
 
베시:(고개를 기울여 일부러 삐딱하게 바라본다. 바라는 것도 많지,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불을 쬐자 몸이 따듯해졌다. 만족스럽게 벌떡 일어나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빵이라도 꺼내 먹을까.)
 
베시:(해 먹으라는 말인가? 내 손재주로는 난도질에 그칠 텐데. 냉장고 문을 열다가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를 떼어내 들여다본다.)
 
베시:식료품과 생필품. (곱씹으며 기억해둔다. 종이에 자석을 도로 붙여놓고 창문을 내다본다.)
 
베시:
관찰력
기준치: 82/41/16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베시:......미친. (실수로 유리창을 깨버릴 뻔 했다. 주먹을 거두고 재빨리 문을 열어젖혀 달려간다.)
 
엘바:베시, 일어났네? 마중 나온거야?
 
베시:...... (쯧. 찌푸린 눈살 사이로 원망을 담아 바라본다.) 다친 줄 알았는데. 괜찮은 거지?
 
엘바: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가만히 보다가 슬쩍 웃음기를 띠며) 걱정했어?
 
베시:조금. (괜히 어깨를 툭 친다. 옷소매를 끌어당겨 네 얼굴을 박박 닦는다. 얼룩이 남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엘바:옷 더러워지잖아. (웃음기 지우지 않고 슬쩍 밀어내다가, 멧돼지 묶은 줄 끝을 내민다.)
아, 이거 갖고 먼저 주방에 가 있어.
스튜를 하려다가 고기가 없어서 급히 구해왔는데, 꼴이 엉망이라 좀 씻고 나올게. 그 전까지 손질만 미리 해줘. 자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베시:왜? 네 피여도 난 닦아줬을 거야. (익숙하게 줄을 넘겨 받아 등 뒤로 맨다. 으쓱.) 씻고 나와. 그때까지 도마한테 명복 빌어줘. 부서져도 난 몰라.
 
엘바:그건 좀 감동인걸. (피를 툭툭 털어낸다.)
적당히 해야 해. 규칙 늘 잊지 말고, 응?
 
베시:(고깃덩이를 무리 없이 질질 끌고 간다...)
 
베시:......('손질만 미리 해줘.' 맴도는 엘바의 부탁에 이마를 잠시간 짚는다. 이내 큼지막한 주방칼 하나 쥐어보고 날 선 칼날과 고기를 번갈아 살핀다.) 칼로 대충 썰면 되나?
 
베시:
근접전(도검)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베시:...
 
베시:(엘바도 도마 만진 적 있겠지? 엘바가 그랬다고 하면 돼. 아무튼 엘바 탓이야.)
 
엘바:잘 써네...
그런데 도마 좀 부서진 것 같은데.
 
베시:(고기를 썰면서 종알거린다.) 엘바, 내가 신기한 거 알려줄까? 금 하나가 이렇게 큰 부서짐이 되기도 해. 그래서 금 하나를 관리하는 게 중요한 거야.
그런데 네가 안 그랬어.
 
엘바:... 무슨 소리야
내가 뭘 또 잘못했어?
 
베시:(눈을 굴린다.) 도마에 금 가 있었어. 아무튼 나는 아니야.
(그렇다기엔 너무나도 눈에 띄게 부서진 도마...)
 
엘바:음.................. 그래.......... ('아닌 거 알지만 그런 걸로 하자' 표정)
썬 거는 나 주고, 이거랑 이거 (몇 개를 골라내며) 여기까진 조금 더 잘게 썰어줘. 조금 크네.
(썬 고기들과 다른 야채들을 가져가 손질하고 요리 시작)
 
베시:(이제는 조금의 금도 안 가게 하려는 생각으로 얼마나 집중했는지, 혀를 빼물기까지 한다. 칼로 고기를 열심히 손질한다.)
 
엘바:어떤지 먹어봐. 간은 맞아?
 
베시:(스튜를 수저로 떠 올린다. 입으로 적당히 후 불어 입에 넣고...) ...... (그 뒤로 말 없이 몇 번 더 퍼 먹는다. 고개 끄덕끄덕.) 맛있어. 맛 없을 수가 없지.
 
엘바:그렇지, 그동안 네 입맛을 오래도 봐 왔으니까. (웃곤 자기도 떠서 먹기 시작한다.)
아까 그 멧돼지에서 남은 가죽은 마을 내려갔을 때 가죽상한테 팔려고.
그리고 저거 봤어? (냉장고에 붙은 메모를 가리킨다.)
 
베시:다음엔 내가 잡아올까? 공룡으로. (피식 웃고 수저를 흔든다.) 일어나자마자 봤지. 마을 내려갔다 오라고? 밥 다 먹고 갔다올까. (메모를 향해 턱짓한다.)
 
엘바:공룡이 있다면 말이지. (같이 피식)
응. 밥 먹고 내려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조금 생각한 게 있어.
매번 이런 식으로 사람들 눈치 보면서 맨몸으로 싸우지 말고, 우리도 그냥 사냥꾼들의 방식을 따라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아. 그러니까 마을로 내려가면 사냥용 무기들도 구해와야 해. 산탄총이나 덫 같은 것들 말이야. 가죽을 팔면 제법 돈이 될 테니까.
그리고 생필품도 생필품인데, 집 주인이 구비해둔 장작도 다 떨어져서... 장작도 패야 하는데, 마을에 다녀오면 날이 질 거야. 그럼 여기서 선택지.
내일은 누가 사온 덫을 놓으러 갈 거고, 누가 장작을 패러 갈 건지, 역할을 분담하자. 어느 쪽으로 할래?
 
베시:내가 사올게, 덫이랑 사냥 무기. (스튜를 휘휘 젓는다. 틈틈이 입에 넣고 우물우물...) 놓는 것도 내가 할게. 사오는 김에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엘바:사러는 같이 가. 나머지는 내일 하면 되니까. (먹은 그릇을 들고 일어난다.)
그럼 덫을 고르는 것도, 놓는 것도 네가 해. 나는 장작을 해 올게.
분담 끝!
(창밖을 보더니) 좀 있으면 해가 지겠네. 바로 갈 수 있겠어?
 
베시:(마지막으로 남은 고기 조각을 수저로 긁어모은다. 입에 다 넣자 그릇은 깨끗하게 바닥을 드러낸다. 다 먹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 빈 그릇을 내밀어 보여준다. 그것도 금세 설거지통에 넣는다.) 기다려, 모자 좀 쓰고. (주섬주섬 방으로 들어간다...)
 
엘바:안 잊었네. (대견하게 보기)
준비하고 나와. 나도 정리하고 후드 가져올게.
 
베시:(문이 열리고, 캡모자와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나온다. 위에 걸친 코트를 잘 가다듬으며 말한다.) 이러고 사는 것도 오랜만이네. 펜션에서 지낼 때도 비슷한 옷차림이었는데.
 
엘바:그때는 사람이 너무 어두웠지. 그때보단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아. 내 느낌이지만.
 
베시:어두웠나? (하며 잠시 침묵한다. ......이내 문을 퍼버벅! 두들기고 자리를 피한다.)
 
엘바:멀쩡한 문은 왜 패? 부서지게.
가자.
 
베시:도마만 부서지면 서운하잖아. (현관으로 향하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
 
엘바:그럼 도마도 문도 네 돈으로 사야겠다.
 
베시:나 돈 없어.
 
엘바:그럼 네 간식이 줄어드는 거지.
 
베시:......(아무 대꾸도 못하고 현관을 나선다.)
 
베시:(한숨이 푹 새어나온다. 뛰고 싶은데 참아야지. 식료품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기부터 가자.
 
엘바:간식 줄인다고 해서 먹을 것부터 사려고 하는거지? (웃음)
그래.
 
베시:아니거든. (몸을 기울여 어깨로 어깨를 툭 밀어냈다. 캡모자를 푹 눌러 쓰고서야 식료품점에 발을 들인다.)
 
식료품점 주인: 어서오세요, 오늘 좋은 제품 많이 들어왔어요~ 쭉 둘러보세요~
 
엘바:(죽 훑으며) 과일이나 채소 같은 건 한번에 많이 사면 금방 상하니까 필요한 만큼만 사자.
먹고 싶은 거 있어?
 
베시:모르겠네. 너 먹이고 싶은 건 많은데. 뭐 먹고 싶어? (덩달아 죽 훑다가 사과가 담긴 봉지를 집는다. 뒤 따라 포도랑, 당근이랑... 이것저것 품에 안는다.)
 
엘바:따뜻한 국물은 오늘 먹었으니까 채소 구이도 괜찮을 것 같고... 깨끗한 곳에 쌓인 눈으로 얼음 디저트도 만들까 싶네. 과일을 얹으면...
(품에 안는 거 보고) ... 그런데 뭘 먹이고 싶길래 그렇게 많이 집어? 우리 이제 그렇게 많은 돈은 없어. 알지?
 
베시:
재력
기준치: 20/10/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엘바:
재력
기준치: 30/15/6
굴림: 39
판정결과: 실패
 
베시:...... (머릿속으로 계산하다가 입술을 쭉 내민다. 순순히 내려놓는 손.) 주인이랑 흥정할까? 얼굴 까 봐.
 
엘바:... 우리 아직 여기서 외지인이야, 베시.
그거 반씩만 사자. 나머진... (고민하다가)
그래, 잘 말해보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네.
해볼래?
 
베시:(더 이상 폭력으로 설득하면 안 되겠지. 남용이니까. 내려놓은 것 중 일부를 다시 주워담는다. 주인에게로 가 사람 좋게 웃는데, 저쪽에선 입꼬리만 보일 테다.) 사장님, 과일이 추워서 언 것 같은데. 이거 다 녹으면 씹을 때 무를 것 같은데. 깎아주면 안 돼요?
 
베시:
말재주
기준치: 25/12/5
굴림: 1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식료품점 주인: 어머, 얼었다고요? 날씨가 좀 춥다 했더니...
어쩔 수 없지, 그럼 총 20% 할인해 드릴게요.
 
엘바:(이게 먹네... 그냥 웃음)
 
베시:그렇대. (전보다 욕심을 덜어 적당량의 과일을 계산대에 올린다. 고개를 돌려 엘바를 바라보는데.) 근데 20%면 얼마지? 나 학교 잘 안 다녔어서 몰라.
 
엘바:열 개 중 두 개는 공짜란 소리야. (간단히)
 
식료품점 주인: 그런데 못 보던 분들이네. 혹시 저 산 입구에 이사 왔다던 분들이에요?
 
엘바:네,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웃음)
 
베시:오. (엘바의 말에 야무지게 하나 더 챙겨서 온다. 이내 주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식료품점 주인: 야생동물이 많이 나와서 곤욕일텐데. 멀기도 멀고. 고생이겠어요. 그래도, 여기 살기는 좋아요. 공기도 좋고.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두 사람은 무슨 사이예요~? ^^
 
베시:(엘바를 돌아본다.) 그러게, 우리 무슨 사이지? 남매는 아니잖아.
 
엘바:... (그냥 가만히 웃으며) 비밀이에요. 그런 게 더 재미있잖아요, 아직은. 그렇죠?
 
베시:(엘바를 물끄럼... 쳐다보다가 고개를 사장 쪽으로 돌린다.) 애매해서 모르는 거 아닌지 몰라. 그냥 사귈래? (아무렇지도 않게.)
 
식료품점 주인: (어머나, 하며 흥미진진한 얼굴 함)
 
엘바:(입을 반쯤 벌리고 어처구니 없이 돌아본다.)
...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 식료품점 카운터 앞에서?
 
베시:비밀이야. 모르는 게 더 재미있잖아. (으쓱인다.) 계산해 주실래요?
 
식료품점 주인: 왜요, 먼저 고백도 했는데 식료품점이면 어때~ (깔깔 웃곤) 다음에 오면 어떻게 됐는지 꼭 알려줘요.
 
식료품점 주인: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네. 두 사람 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베시:(뒤돌아 익숙하게 답변한다.) 베스라고 불러요. 성씨는 안 알려줘도 괜찮죠?
 
엘바:일렌(일레븐)입니다. (베시를 보곤 마찬가지로 성은 말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인다.)
 
식료품점 주인: 그렇군요. 베스, 일렌. 잘 기억해둘게요.
앞으로 자주 와요. 얼굴도 익히고. 조심해서 가세요~
 
베시:(꾸벅. 고개 숙이고 나간다.)
 
다음에 또 봐요,
 
엘바:먹을 건 샀고... 다음은?
 
베시:섬유상 가자. 들를 수 있는 데는 들러야지. (앞서가다가 어느 정도 가게와 멀어졌을 때 즈음 입을 연다.) 그런데 말이야, 저 사람은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도 같은 태도로 반길까?
 
엘바:글쎄... (자연스럽게 섬유상으로 걸음을 옮기며) 아직은 안 되겠지. 처음 본 사이고, 우리에 대한 신뢰도 쌓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여기에서 우리가 하는 게 중요할거야. 이 이상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것도 이제 지겹잖아. 안 그래?
 
베시:도망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네. 왜 우리 처지에 도망을 쳐야 하지. 갇혀있던 것 만큼이나 지긋지긋해. (한숨을 쉬자 유독 많은 입김이 흘러나온다.) 몸소 보여줘야겠지? 그래도 쓸만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우리 자체로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우니까.
그래도 걱정 마. 이젠 수틀려도 주먹은 안 써.
 
엘바:맞아. 우리가 도망쳐야 할 만큼 잘못한 건 없지. 하지만 위험해지는 건 다른 문제니까.
(반대로 숨을 죽였다가, 결론에 부드럽게 웃는다.) 그래. 좋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자. 신뢰가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우리를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질 거야.
(가볍게 네 머리게 손을 얹었다가 떼고는 계속 걷는다.)
 
섬유상: 어서오세요!
어라, 잘 못 보던 얼굴 같은데... 아아, 새로 오신 이웃분들이신가 보네.
여기는 겨울이 길어서 방한 용품을 구매해 두는 게 좋아요. 뭘 사러 오셨어요? 아니면, 가지고 오신 그 가죽을 팔러 오셨을까?
 
베시:(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어색하게 웃는다.) 네, 맞아요. 새로 왔어요. 가죽도 팔러 왔고. 계산하고 와 엘바.
 
엘바: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엘, 에서 입막음)
 
베시:(아차 싶어 눈이 조금 커진다.) ......
 
엘바:(자연스럽게) 또 내가 하라고? 너도 좀 해봐야지. 그래야 내가 없을 때도 팔러 나올 거 아니야.
(가방에 다 담기지도 않은 가죽을 꺼내 척 안겨준다.)
조금 더 달라고 흥정도 해봐. 아까도 잘 하던걸. (속삭이고 웃음)
 
베시:......그으래. 그것 때문에 입 막을 것까진 없잖아. 아무리 내가 계산을 자주 맡겨도. (라며 빙 둘러 말해본다. 그리고 주인에게 가죽을 건네기 전, 말부터 꺼낸다.) 이거 멧돼지 가죽인데, 한겨울에 사나운 걸 잡았거든요. 이 한파를 견딘 녀석의 가죽인데. 얼마 주실 거예요? 많이 얹어주시면 좋을 텐데.
 
섬유상: 아하, 흥정을 하시겠다? (껄껄) 첫 방문이기도 하니 제안을 받아들이곤 싶은데, 많이 얹어주기엔 요새 이쪽도 형편이 못 돼서. (고민하다가) 이렇게 합시다. 5달러 더 쳐 드릴게. 어떻습니까?
 
엘바:너무 적은데.
 
베시:(완고하게 가죽을 끌어안는다.) 본래는 얼마로 쳐주려고 했는데요? 멧돼지 가죽 하나가 얼마길래.
 
섬유상: 이 정도면 380 정도 주는데 특별히 385에 주겠다는 거예요. 나쁘지 않은 거래죠? (장사꾼의 미소)
 
베시:(허리춤에 있는 칼을 만지작거린다.)
 
엘바:(봄...)
 
베시:(마지막 보루로 삼아 참는다... 설득해보려고 애쓴다. 답지 않게 사람 좋은 미소.) ......그, 러니까. 이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막 구해온 신선한 가죽인 데다 크기도 이렇게 큰데. 수고한 만큼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설득
기준치: 35/17/7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엘바:(상인 표정을 보고 덜 먹혔음을 직감한다. 옆에서 카운터에 같이 기대) 제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잡았는데요. 마을 온 지도 얼마 안 됐고, 말씀하신 대로 '첫 방문'인데... 앞으로 단골 만든다 생각하시면 그리 손해 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400달러.
매혹
기준치: 45/22/9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섬유상: 어휴, 그렇게 주면 남는 게 없다니까 그러시네~
아, 그래도... (카운터를 손끝으로 치다가)
좋아, 이렇게 합시다. 앞으로도 여기 잘 들러주는 걸로 하고, 10달러. 390달러!
이 이상은 진짜 안 돼요, 안 돼.
 
엘바:... 어쩔 수 없지.
 
베시:(나이프로 협박할까 고민하다 스스로와 원만한 합의를 본다. 저 정도면 충분한가? 협박한다고 신뢰에 득 될 것도 없고. 안고 있던 가죽을 카운터에 올려놓는다.) 그래요. 자주 들를 테니 그렇게 해요.
 
베시:(역시 팰까?)
 
베시:(엘바가 싫어할 것이다. 안 해야지.)
 
엘바:(우리 베시가 달라졌어요)
 
섬유상: 이 마을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 지붕 건너면 전부 아는 사이예요. 다 친하고, 그렇다는 거지.
그러니까 꼭 거래가 아니더라도 자주 와서 얼굴 비추고 그래요. 그럼 잘 가시오.
 
엘바:예, 다음에도 오겠습니다.
 
베시:(불만스러운 티 하나 안 내다가 고개만 숙이고 나온다.)
 
엘바:생각보단 좀 적지만... 돈이 생겼으니 나머지도 사야겠지.
 
베시:철물점에 덫 사러 가자. 그 중 하나는 저 사장 문 앞에...... (까지 말하고 웃음소리로 얼버무린다.) 가자.
 
엘바:안 돼. 나중에 혼자 마주쳐도 그러지 마.
 
엘바:네가 쓸 거니까 쓰기 편한 걸로 골라.
물론 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베시:(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다가간다. 익숙하게 산탄총의 표면을 매만진다.) 이거 아니면 뭐겠어. 이걸로 살래. 많이 비싸려나?
 
엘바:음, 어디 보자.
 
베시:
재력(합산)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엘바:내 것까지 합치면 살 수 있겠다.
역시 이걸로 할래?
 
베시:(기분 좋은 표정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본인은 눈치채지도 못한 채 엘바를 돌아본다.) 응.
 
엘바:덫도 골라. 같이 계산하자.
 
베시:(덫 구간을 휙 둘러보다가 적당한 크기를 골라 가리킨다.) 이거, 웬만한 짐승 발은 묶겠는데?
 
엘바:(그 덫을 살펴보며) 그렇네. 튼튼해 보이고. 혼자 설치할 수 있겠어?
 
베시:잘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간단해 보이는데. (잠시 침묵하다가.) 내가 걸리지는 않겠지. 내가 하루가 지나도 안 보이면 구하러 와줄래?
 
엘바:... 집에 가면 설치와 해제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게 좋겠다.
그럼 이걸로 계산할게.
 
철물점 주인: 안녕하시오~ (얼굴 흘끗 보고) ... 오 이거 저어 숲 입구 앞에 새로 이사를 왔다던 이웃들이 아니신가?
오자마자 바로 총부터 구매하는 건가? 하긴, 여기가 야생동물이 많이 다니긴 해.
 
엘바:산이라 그런지 많기는 많은 것 같네요.
 
철물점 주인: 그런 셈이지. 그런데 자네들은, 사냥꾼인가? (산탄총을 본다.)
 
베시:기본적으로 배워둔 건 있는데, 사냥꾼으로 전직할까 봐요. 야생동물이 워낙 많이 나와서. 큰일이네. 어리숙한 실력으로 총 잡다가 간 사람 많을 텐데. 제가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네요.
 
철물점 주인: 아직은 사냥꾼이 아니란 소린가?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제대로 배우고 덤비지 않으면 큰일을 당할지도 몰라.
죽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있다는 말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모르겠군.
 
베시:그래도 죽지 않을 실력이니 그곳에서 사는 게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왕년에 총 좀 쏘셨으려나? 그래서 이렇게 멋진 가게를 차렸나? (화제를 돌려본다.)
 
베시:
말재주
기준치: 25/12/5
굴림: 3, 9, 51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2: 실패
 
철물점 주인: (그렇군,하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흐흐 웃는다.) 그럼, 내가 왕년에는 아주 사냥 선수였지. 이 동네뿐 아니라 옆동네 뒷동네에 소문이 파다했다니까. 저기 걸린 무스 박제랑 그 옆에 훈장 보이오? 그게 다 그때.....
 
베시:(입꼬리를 올린다.) 멋진 분이셨네. 그런데 이제 계산해주시겠어요? 이대로 해 지면 날도 쌀쌀한데, 돌아가기도 힘드니까. 나중에 더 말해주세요. 일 없어도 자주 들를 테니.
 
철물점 주인: 아, 내 정신 좀 보게. 자, 여기 있소.
 
철물점 주인: 참. 그 소문 들었는지 모르겠어. 요새 그 숲 근처에 야생동물이 아닌 것들이 보인다는 소문이 있다더군.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서 다니도록 해.
 
베시:(야생동물이 아닌 것? 고개를 자연스럽게 기울인다.)
 
엘바:야생동물이 아닌 것이라니 뭔지 궁금하네요. (거스름돈 받아 넣는다.)
감사합니다. 주의하죠.
 
철물점 주인: 정체는 모르겠지만 그러는 편이 좋을거야. 그럼 잘 가게.
 
엘바:(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한 번 길게 숨을 내쉰다.)
도착할 때쯤이면 완전히 깜깜해지겠네.
어떡할래? 바로 올라갈까? 아니면 조금 쉬었다 갈래?
 
베시:(야생동물이 아닌 그 존재가 멸종한 크리쳐일 리는 없다. 근데 너무 수상하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근처 벤치에 털썩 앉는다.) 아. (다시 일어나 쌓인 눈을 탈탈 털어내고... 앉는다. 물건을 잠시 그 위에 내려놓는다.) 쉬었다가 가. 너도 피곤하잖아.
 
엘바:음... 그건 그렇네. 걸어 내려오자마자 바로 돌아다닌 거니까.
(벤치 옆쪽의 눈을 마저 쓸어내곤 물건을 놓고 앉는다.)
잠깐만 앉아있다 가자. 추워지면 일어서서 움직이면 되겠어.
 
베시:(추위에 익숙한데. 몸이 눈치채고 일어설 날이 오긴 할까. 적당하게 앉아있다가 일어설 생각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바닥에 깔린 눈이 푹푹 주변으로 흩뿌려진다.) 야생동물이 아닌 것이란 게 뭘까?
 
엘바:(눈이 발 아래서 날리는 걸 보며) ... 크리쳐는 아닐거야. 이제 있을 리 없잖아.
어쩌면 너무 잘 먹어서 거대화된 야생동물을 잘못 본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늑대인간 설화처럼 말이야.
 
베시:그건 그러네. 그런데 정말 배부른 야생동물을 마주친 거라면 재미있겠는데? (요란하던 발이 곧 멈춘다. 이내 천천히 몸을 수그려 눈을 양 손으로 퍼올리는데, 네 방향으로 확! 뿌려버린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눈......)
 
엘바:과연 배부른 동물일까... (말 잇다가 눈 맞는다;)
뭐야, 차갑잖아!
(잡히는 대로 눈 손으로 퍼서 날린다...)
 
베시:
회피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맞는 시늉은 커녕, 잘 훈련된 몸이 반사적으로 눈을 피해댄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눈을 뿌린다!)
 
엘바:
회피
기준치: 79/39/15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입에 들어갔다. 퉤) 아, 먹었어.
네가 애야? (말해놓고 생각한다.)
... 음.
 
베시:(눈을 만지며 피식거리는데, 문득 표정이 변한다.) 뭐야? 내가 애란 소리야? (이번에는 잘 뭉친 눈덩이를 힘 조절해 던진다.)
 
엘바:솔직히 아니라곤 못 하겠네. (웃으며)
회피
기준치: 79/39/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힘 그만 빼고 마저 쉬기나 해. 곧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
그리고 저거 봐. (턱짓으로 앞을 가리킨다.)
 
베시:(눈덩이에 돌을 집어넣다가...... 내려놓는다.) 뭔데?
 
엘바:(...)
 
엘바:뭔가 하나 봐.
 
베시:겨울이라고 축제라도 하나? (몸에 묻어난 눈을 털어내며 다시 벤치에 앉는다. 아이들이 넘어지지는 않나 지켜보고.)
 
엘바:그럴지도 모르고... 아니면 마을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게 있기라도 한 건가?
 
베시: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아이1: 있잖아, 요새... ... 아저씨... ... 좀, 이상하지 않아?
 
아이2: 그래? 잘 모르겠는데... ...
 
베시:(이상해? 신문에 났을 것 같진 않고. 그러고 보니 오늘 자 신문은 또 우리에게 어떤 자리를 마련했을까. 싶어 각종 신문을 꺼내어 읽는다.)
 
베시:누가 사칭이라도 하나. (누가 누굴 해쳐? 엄지를 따라 신문에 주름이 잡힌다.)
 
엘바:뭘 보고 있나 했더니.
(맨 위 헤드라인을 가리키며) 이건 다른 사람 얘기야. 우리 말고도 활동했던 그 최강들.
그중 한 명이 지금 상황을 결국 참지 못하고, 진짜로 사람들을 향해 무력을 행사했다고 들었어. 덕분에 전보다 비난은 심해졌지.
왜 그랬는지는 알겠지만... 그런 식으론 같이 살아갈 수 없어.
 
베시:아 그래? 난 또 내가 나쁜 잠버릇이라도 든 줄 알았네. (하고는 벤치에 몸을 축 늘어뜨린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우리가 그 당사자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긴 시간을 인내했는데, 더 인내 못할 필요가 있을까? 최소한 나는 말이야.
 
엘바:오히려 그렇게 긴 시간을 숨기고 참으며 살았기 때문에 질렸을 수도 있지.
... 나도 점점 질려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러면 안 되니까. 그래선 우리가 원하는 평화로운 일상은 보낼 수 없게 될 걸 아니까 안 하는거야.
 
베시:힘이 있는 사람은 책임질 게 많네. 그렇지? 걱정 마. 우리라면 이겨낼 수 있어. 이번에는 이사 갈 일 없게 할 거야. (어둑해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춥지는 않지? 이제 가야 할 것 같은데.
 
엘바:그런 각오라니 참 든든하네. (바람 새듯 웃는다.)
그래, 슬슬 출발하자. 더 어두워지면 길 찾기 힘들겠지.
 
엘바:사냥 갈 거지?
 
베시:(후드를 만지작거린다.) 너만 가긴 심심하잖아?
 
엘바:나는 장작을 해야 한다니까.
혼자서 할 수 있잖아. 그치?
 
베시:......쳇. 넘어가주질 않네. 진짜 나 혼자 가?
 
엘바:겨우 덫만 놓는 건데, 뭘. (덫을 내민다.)
맨손으로 잡으면 절대 안 돼.
 
베시:(넘겨받은 덫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설마. 손이 잡아먹히겠어. 생각에 빠져 입맛을 다신다.) 실수로 잡으면 소리 지를게.
 
엘바:... 안 돼. 주변에 누가 없는지부터 확인해.
 
베시:걱정하지 마. 내가 누군데. 다치거나 큰 일 벌일 일은 없을 거야. ......이전이랑 달라!
 
엘바:(말 없이 쳐다보다가 그냥 한 번 웃는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
나무가 많아서 어두워지면 하나도 안 보이니까, 꼭 해 지기 전에 돌아오고.
 
엘바:이건 호신용.
신나서 쏘고 다니기 금지.
 
베시:......날 진짜 뭐로 보는 거지? (지난날의 업보가 떠오르자 끙, 인정하고 만다. 총을 받아든다.)
 
엘바:그건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아?
 
베시:시끄러워. (총을 어깨에 매고 그것을 쥐어 그립감을 느낀다.) 너도 늦게 돌아오지 마.
 
엘바:나야 바로 근처니까.
그럼 다녀와.
 
베시:나 다녀온다? 안녕. (총을 제대로 매고 밖을 나선다.)
 
베시: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베시:......우와. (총구로 눈을 쓸어가며 방금 깨달은 사실에 감탄한다. 여기가 바로 지뢰밭?) 우와.
(턱을 감싸쥐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하랬지. 난 엘바 말을 거스르지 못하는데. 그렇게 생각'만'하며 나무를 거뜬히 기어 올라가고 있다...... 어찌저찌 변명할 궁리를 함과 동시에.)
 
베시: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63, 22, 57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베시:...... (몸이 허망하게 떨어져 눈에 파묻힌다. 폭 소리가 났다. 폭. 다행히 그 아래엔 덫이 없었으나, 자존심이 상해 나무껍질을 획 던져버린다.) 아 몰라. (주위 잘 살피고 나무 위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베시:
도약
기준치: 50/25/10
굴림: 47, 52, 87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베시:(재차 턱을 감싸고 침음한다. 푹 파인 위치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이번에는 살금살금 나무 아래로 기어내려간다. 기억력에 의존해 조심히 나아갈 셈이다.)
 
베시:덫밭이네. (두터운 장갑을 꺼내 손에 끼우고, 덫을 조심스럽게 꺼내 딱 다물린 덫을 벌려 설치한다.)
 
베시:(덫밭인 걸로 보아, 여차하면 다른 사람 덫에 있는 것도 가져갈 생각이지만.)
 
 
 
 
베시:......하아. 진짜 귀찮게 하네. 뒤지거나 네가 뒤지거나 둘 중 하나겠지? (성급함 하나 없이 견착자세를 취해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겨눈다.)
 
굶주린 곰이 당신을 향해 포효합니다!
 
​ 전투를 시작합니다.
 
베시:(실루엣에 불과하던 것이 모습을 드러내자, 눈이 잠시 크게 뜨이나 당황할 틈 없었다. 곰의 약점인 미간을 겨누어 쏜다.)
20 게이지 산탄총
기준치: 79/39/15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탕!
 
곰:(베시를 향해 앞발을 휘두른다.)
근접전
기준치: 40/20/8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베시:(한 발밖에 안 남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맞춰야 한다. 안 맞추면 넌 정말. 눈에 띄는 방법밖에 없는 거야 베시 엘라인. 눈을 찌푸려 초점을 맞춘다.)
20 게이지 산탄총
기준치: 79/39/15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타앙!
 
곰:(몸통박치기 시도)
근접전
기준치: 40/20/8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9
 
베시:(총을 어깨에 둘러맨다. 남은 건 잭나이프 뿐인데, 이걸 사용하면 엘바에게도 지장이 가겠지. ......한 번에 처리하면 될 것을. 답답한 심정이 기어올라온다.) 아, 진짜 답답하게! (몸을 재빠르게 굴러 피해버린다.)
회피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탕!
 
마을 사냥꾼1: 아니, 자네 괜찮나!?
 
마을 사냥꾼2: 큰일날 뻔했군 그래! 우리가 왔으니 안심하게!
 
하지만 지금 당신은
 
자신의 이름 하나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채
 
눈더미에 쓰러진 이방인이군요.
 
베시:...... (바보 같은 베시 엘라인. 주먹을 그러쥐자 바닥이 긁히고, 눈이 손바닥에 뭉친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곰이 쓰러질 때까지 지켜본다. 일순간 멍했다.)
 
마을 사냥꾼1: 보게. 다친 곳은 없나? 정말 큰일 날 뻔했어. 하늘이 도왔구만.
 
마을 사냥꾼3: 자네, 며칠 전에 사냥꾼의 오두막에 이사 온 자들 중 하나가 아닌가. 듣자니 이름이, ... 베스라고 했던가?
이곳은 야생동물들이 많이 다녀서 특별히 주의해야 하네. 물론, 그 총을 보아하니 기본적인 것은 할 줄 아는 것 같네만... 다치지 않게 조심하게.
 
마을 사냥꾼4: 아니, 우리가 둔 덫 때문에 숲을 다시 빠져나가는 것도 고역이었겠군... 사과하겠네. 괜히 우리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게 만든 것 같군.
 
마을 사냥꾼2: 저런, 빌 자네 새로온 이웃을 곤란하게 만든 건가? 그렇다면 응당 그 값을 치뤄야하지 않겠나! 으하하!
 
정육점 가게 주인: 뭘 이런 곰 하나 잡았다고 요란스럽게 굴고 그러나...
 
마을 사냥꾼1: 집까지 돌아갈 수 있겠나? 데려다 줄 수도 있네만.
 
베시:(멀거니 쓰러진 곰만 보다가 입술을 알게 모르게 깨문다. 곧 가게 주인의 눈을 바라보는데 말이 맥 없이 흘러나왔다.) 됐어. 혼자 갈 수 있거든요 나도.
 
마을 사냥꾼2: 그래, 이렇게 거무죽죽한 아저씨들이 아가씨를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되지. 어제 보니 같이 사는 사람도 있더구만.
 
마을 사냥꾼1: 어허, 거무죽죽하다니. 자네나 그렇지. 하지만 맞는 말일세.
 
베시:(당신이 다 알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바르쥔 주먹 만큼이나 이를 악물고. 그러나 참았다. 비록 다 못 말할 회의감이 들었으나.) 뭐어, 나쁜 의미는 아니었어요. 정말로 혼자 갈 수 있어서. 괜찮아요.
 
마을 사냥꾼4: 참, 이 곰은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나? 우리 마을에는 고기 굽는 실력이 일품인 요리사가 있다네. 우리에게 이 고기를 양보해 준다면 최고의 맛으로 재탄생시켜 주겠네. 어쨌든, 이건 자네의 사냥감이었으니. 하지만, 우리에게도 훌륭한 곰 고기를 맛볼 기회 정돈 줄 수 있지 않겠나?
 
마을 사냥꾼3: 뭘 그렇게 의견을 묻고 있나! 어차피 이곳에 살게 되었으니 모두 마을의 일원이 아닌가. 자네, 이렇게 된 거 우리가 술과 음식을 양껏 제공하겠네. 마침 내일 저녁 마을에서 야시장을 열게 되었다네! 함께 사는 사람도 있던 것 같은데, 그 자도 함께 데려오게.
 
마을 사냥꾼4: 아하! 그래, 그래. 이렇게 된 거 새로운 이웃들을 위한 축제도 겸해야겠구먼!
 
마을 사냥꾼2: 좋네! 좋네! 그렇게 하지!
 
베시:(술? 술이래도 당기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한숨을 옅게 쉬고는 대답한다.) 뭐, 같이 사는 애한테 물어볼게요. 고기는 마음대로 하시고. 내가 잡은 것도 아니잖아요?
 
마을 사냥꾼1: 그래그래, 꼭 물어보게. 자네도 열심히 잡으려던 걸 우리가 가로챌 수야 없지.
 
정육점 가게 주인: 우리 마을 먹을 것도 모자란데 뭐 다들 그러나!
 
마을 사냥꾼1: 어휴, 다들 이렇게 이웃을 내몰아서 되겠나. 곤란스럽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일단 가장 돈이 되는 가죽은 두고 갈 테니 마을 방문 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길 바라네. 혹여 오지 않는다면 이 고기들을 좀 보내주겠네.
 
마을 사냥꾼3: 꼭 오길 바라네~ 껄껄.
 
베시:(한때는 눈과 피웅덩이가 내 누울 자리였지. 고개를 수그려 그 자리를 멀거니 바라보던 것을 그만둔다. 양 손으로 뺨을 짝, 치고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한다.) 정신 차려, 베시 엘라인. (그제서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엘바:총 소리가 들리던데?
 
베시:아 그거, 신나서 좀 쏴갈겼어. (지나쳐 들어가려고 한다.)
 
엘바:그럴 리가. (따라 들어간다.)
다른 사람한텐 안 들켰지?
 
베시:음. 덫 설치하다가 곰을 만났거든. 총을 두 발이나 쐈는데 도통 맞질 않아서 열 받았었거든? 근데 지나가던 사냥꾼들이 대신 총으로 쏴서 구해줬어. (흥얼거리는 어조로 이어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근데 들어가 있지 그랬어. 제아무리 추위 견디는 일에는 익숙하다지만.
 
엘바:곰을? (별로 놀라는 기색은 아니었다. 너라면 어떻게든 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으니.) 맨손으로 때려잡기 전에 구해져서 다행이긴 하네.
장작 다 패고 불도 지피니까 좀 더워서. (웃음)
(벽난로 앞 소파에 앉는다.) 그래서 잡은 곰은 그 사람들이 다 가져갔어?
 
베시:그으게. (서슴하다가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는다. 깊은 한숨과 함께였다.) 엘바, 난 뭔데 이렇게 감정적이지? 다 줬어. 욱해서. 근데 마을 축제를 한댔나. 축제에서 잡은 곰을 나눠줄 테니 한 번 놀러오래.
 
엘바:바닥에 막 앉지 마. 아질 불 땐 지 얼마 안 돼서 차가워. (담요를 들이민다.)
뭐, 그렇게까지 말했다면 그냥 준 건 아니네. 물론 네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못 참은 웃음이 풉하고 새어나온다. 큼, 목을 가다듬고)
축제라... 좋은 계기가 되겠네. 여기에서 계속 살 거라면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 좋으니까, 조금은 관계를 트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음... 잘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이사를 가야겠지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가겠다고 했어?
 
베시:웃지 마. 그렇게 웃겨? (제 몸만한 담요로 몸을 꽁꽁 감싼 채 불평한다.) 너랑 상의해보겠다고 했어. 듣자 하니 긍정적인 것 같은데, 난 네가 가면 갈 거야. 위험 감수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엘바:미안. (아니라곤 말 못했다.)
언제부터 내 말을 그렇게 꼬박꼬박 잘 들었어? (턱 괴고 눈 휘며 웃는다. 네가 날 많이 신경 써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므로, 가벼운 농담이다.)
그럼 한 번 가볼래? 축제. 가본 적 없잖아, 너.
 
베시:......알 바야? (시선 부러 피한다. 입술 툭 튀어나온다.) ......없긴 하지. 어렸을 때는 축제가 뭔지 모를 정도였으니까.
 
엘바:그럼 이번에 가보자. 갔다가 아닌 것 같으면 오면 돼.
결정했으면 씻고 나와. 난 이미 씻었어.
 
베시:아 참. (일어나기 전에 기지개를 쭉 펴는데, 담요가 벗겨져 떨어진다. 벌떡 일어나 곧장 욕실로 나아가진 않았다. 말을 서슴하던 구순을 벌린다.) 엘바, 근데. 다음에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엘바:(어리둥절한 눈으로) 무슨 눈?
 
베시:몰라. 일단 하지 마. (욕실로 성큼 들어간다.)
 
엘바:(뭐야.....?)
 
베시:(덜 마른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다가 목에 걸친다. 푹 젖어든 어깨가 수건에 가리워진다. 흠. 우유가 든 잔을 양 손으로 받아들어 그 온기를 전해받는다.) 전에는 씻고 나오면 추웠는데. 오늘은 잘 덥혔나보네.
 
엘바:장작을 평소보다 더 넣었어. 앞으론 이 정도 넣으면 될 것 같네.
따뜻해진 김에 잠자리도 난로 앞에 폈으니까 오늘은 불가에서 자자.
아, 그것도 맛있어. 마셔 봐.
 
베시:(푹 젖어 무게감이 깃든 머리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게 된다. 안 그럼 안면으로 쏟아질 테니까. 꿀이 든 우유를 마시려 앞머리를 아예 쓸어 넘겨버린다. 그렇게 우유에 입을 가져다 대는데......) 뜨, 뜨, 뜨, 뜨, 거!
 
엘바:잘 식혀서 마셔야지...! (짧게 한숨을 쉬더니 컵을 빼앗아 들고는 열댓 번 정도 후 불어 식힌다.) 벌컥벌컥 마시지 말고 위쪽만 조금씩 마셔. (그리고 네 수건을 들어 머리를 덮어 잡아준다.)
 
베시:얘가 뜨거운 거야! 약하게 마셨단 말야! (하며 바락 주장한다. 후 불어 식혀주는 거나 머리에 오는 손길이나 익숙하게 받고는. 컵을 도로 가져와 둥글게 흔들어 식힌다. 그제서야 천천히 마시기 시작한다......)
 
엘바:... 그게 말이야? (익숙하게 어이없음을 느끼며)
어때, 괜찮지? 저번에 어디서 받았던 건데 잊고 있다가 꺼내봤어.
 
베시:맛있네. 직접 탄 거지? (우유가 보다 식었는지 이번엔 두 모금이나 들이킨다. 몸 속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감각이다. 저도 모르게 곧잘 미소가 지어졌다.)
 
엘바:나 말고는 탈 사람이 없으니까. (안심되는 미소를 지으며 떨어지는 물까지 가볍게 털어주고는 수건을 가져가 불가에 말린다.)
다 마시면 와서 머리 말리고 누워. 지금 딱 좋네.
 
베시:다 마셨는데. (그새 하얀 흔적만 남기고 비어버린 컵이다. 입맛을 다시며 입가에 묻은 것까지 혀로 훑는다.) 이 김에 머리를 이전처럼 잘라버릴까? 감을 땐 안 불편한데, 그 이상 안 말라.
 
엘바:잔은 싱크대에 그냥 놔둬.
(조용하고 느리게 하품을 하며 바닥에 깐 이불 위에 앉아 소파에 등과 팔을 기댄다. 나른해지는 온기에 눈을 감실거리며 단발과 장발을 상상 속에서 비교해 보다가, 고개를 들어올리며 대답한다.)
불편하다면. 아예 나만큼 잘라버릴래? (가볍게 소리 내 웃고) 잘라줄까? (손 하나를 들어 가위질 흉내를 낸다.)
 
베시:(싱크대는 커녕 근처에 내려둔다. 말도 안 듣는 것처럼 보이겠으나, 실상 곁에서 떨어지기 싫어서다. 잘라주겠다는 말에 무릎에 턱 괴고 깊게 침음하다가 웅얼거린다.) 음, 너만큼은 아니고. 어깨 덮을 정도로만? 그때가 가장 움직이기 편했거든. ......그러게. 나 머리 왜 길렀더라. 자를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은데.
 
엘바:그래. 말 나왔으니 지금 자를까? (자리에서 일어나 가위를 가지러 간다. 서랍을 뒤적이며) 특별히 손질할 필요를 못 느껴서? 나야 단발이니 자주 손질해야 하지만, 머리가 길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
(가위를 가지고, 컵도 제대로 놓아두고, 펜트리에 넣어뒀던 여분의 천과 옷핀을 가지고 온다.)
거기 앉아봐.
 
베시:한때는 네 취향이 장발일 것 같아서 길렀던 것 같은데. 이젠 길어도 너무 길지. (......준비해온 도구들 봄.) 진짜 잘라주게? 그래 그럼. (시키는 대로 얌전하게 와 앉는다. 어깨에 걸린 머리카락 모두 등 뒤로 넘겨버리고.) 삐뚤빼뚤해도 되니까 편하게 잘라줘.
 
엘바:... 진짜 그런 이유로? (빤히 쳐다보다가 빙그레 웃는다. 가져온 천을 목 주변으로 두르고 옷핀으로 고정하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하지만 네가 장발이든 단발이든 난 상관없어. 장발인 너도 좋았고, 단발인 너도 좋을거야. 내 하나뿐인 파트너인걸.
머리는 최대한 잘 잘라볼게. 남의 머리는 처음 잘라보지만...
(머리를 천 밖으로 꺼내고 길이를 가늠한다. 전에는, 이 정도였나.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위질)
손놀림
기준치: 47/23/9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ㅋㅋ 약간 삐죽거리지만 대체로 정리됐다.)
 
베시:(......뭐가 선뜩한데.) ......방금 뭐야?
 
엘바:뭐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보고 튀어나온 부분을 정리한다.)
음. 된 것 같아.
 
베시:(난로 탓인지 때마침 마른 머리를 슥 쓸어 내리며 만져본다. 이 정도면 뭐. 앞머리는 쓸어넘겨 잘 정돈하고...... 뒤 돌아본다.) 뭐, 잘 잘랐네. 어때?
 
엘바:(어색한 곳이 없는지 여러 번 눈으로 훑어보고는, 전과 비슷하다는 확신이 들고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운 모습으로 돌아온 걸 환영해.
역시 아직 잘 어울리네.
(둘러줬던 천을 떼어내 머리카락을 바닥에 턴다.)
 
베시:(전과 같은 성격에 동화 되는 기분이다. 그때 난 어땠더라. 눈을 눈깔로 불러도 무방했는데. 그리 생각하니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는데 일순간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머리를 몇 차례 흔들며 중얼거린다.) 이제 머리카락으로 못 때리네. 아쉽다. 그거 내가 치울 테니까 냅둬. (잘려나간 머리카락 치우려 몸 일으킨다.)
 
엘바:(미소를 눈으로 훑고는, 사용한 도구들을 정리한다. 다행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긴 상태여도 때리면 안 됐어. 그럼 그것만 치워 줘. 컵만 씻어두고 올게.
 
베시:(쏟아져 있는 긴 머리를 천에 모아서 돌돌 감싼다...... 혹여 쏟아질까 조심스럽게 움직여 쓰레기통에 버렸다. 해냈다는 마음에 짧은 만세.)
 
엘바:(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깨끗이 컵을 씻어 엎어두고 돌아온다.)
완전히 개운한 표정이네.
안 되는데. 이제 자야 해. (짧은 웃음소리)
 
베시:(헤헤. 하고 웃음소리 새어나오는데 말 그대로 개운한 안색이다. 기분이 좋은지......) 바닥 따뜻한가? 바닥에서 잘 거야?
 
엘바:(이불을 만져본다. 불가에 한참 있어서 완전 따끈.)
온도가 많이 올랐어. 자기 좋겠는데.
(소파 쪽 가까이에 앉아 이불을 들추고 손짓한다.)
봐. 완전 따뜻해.
 
베시:그럼 뭐. (멀뚱히...... 눈 깜빡이며 쳐다보다가 냅다 이불 위로 뛰어든다. 퍽 소리가 날 지경이다.)
 
엘바:(이불이 받아줬지만... 소리가...?)
... 괜찮아?
 
베시:......좀 아파. (이불에 먹힌 소리. 한참 일어나지 않는다.)
 
엘바:(잠시 쳐다보고 있다가 제대로 눕힌다...)
그러니까 왜 바닥에 달려들어...
 
베시:너한테 달려들 순 없잖아. (여차하면 그럴 생각이었는지.) 기겁하는 얼굴이 보고 싶은데? 이리 와 봐.
 
엘바:적어도 나한테 달려들면 다치지라도 않지.
갑자기 또 이상한 충동 발동시키지 마. (한숨 쉬고는 옆에 눕는다. 따뜻은 하네.)
 
베시:이상한 충동이라네. 넌 나 끌어안고 싶은 생각 안 들어? 그런 소리였는데. (네 쪽에 모로 누워 머리를 받친다.) ......뭐, 내가 널 덮쳤으면 간지럼도 태웠을 테지만.
 
엘바:누가 그걸 그런 식으로 말해? (눈을 조금 흐리게 떠서 보다가 마주보게 몸을 돌려 눕는다. 이불을 다시 정리하고, 팔을 둘러 안는다.)
간지럼은 안 돼.
 
베시:이제 이 파트너의 말을 이해할 때가 되지 않았나? 뭐, 난 앞으로도 애매하게 말할 거지만. 습관이야. (곧 몸이 끌어 안겨지자 바짝 닿는 체온이 실감난다.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심박음에 안정감이 들어 서서히 저도 몸이 이완된다. 뒤따라 팔로 허리를 끌어안았다.) 누굴 끌어안고 자는 거랑, 수면제 열 알 먹는 거랑 같은 효과라는데. 맞는 것 같아.
 
엘바:올바른 의미를 담지 않은 문장을 제대로 해석할 만큼의 뇌전 능력은 없어서 말이야.
(살아오며 접해 온 언어들이 있으니. 잠재우듯 느리게 규칙적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반은 잘려나가서인가,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무게감이 새삼 새롭다.)
졸리기 시작했어? (작게 키득이곤) 그럼 마저 자.
 
베시:......응. (어디에서 대답한 걸까. 그걸 끝으로, 흐린 눈이 내려 감긴다. 실감하지 못했지만 어지간하게 피곤했나 보다.)
 
베시:나 꼬치 먹고 싶은데. 먹으러 가자. (손목 대신 손을 붙잡고 꼬치 부스로 이끈다.) 근데 하나만 먹는 건 아니야.
 
엘바:(손을 맞잡으며 따라간다.) 얼마나 먹으려고?
 
베시:양 손에 하나씩. 양이 적으면 다섯 개? 너도 먹이고.
 
엘바:음... 그래. 첫 축제니까 마음껏 즐겨 봐.
(어차피 지갑은 이쪽)
 
식료품점 주인: 어머, 또 보네요. 두 분. 이야기는 들었어요. 마을 축제를 위해 고기를 조금 나누어줬다고요. 마을을 위해 양보해 줘서 고마워요.
 
베시:예, 그랬죠. 근데 그 전에...... 이거랑, 이거랑...... (내심 기분이 좋다. 때문에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꼬치 두 개를 고른다.) 너는 뭐 먹을래?
 
엘바:(주인을 향해 마주 웃어 보이고는) 벌써 얘기가 퍼졌나 보네요. 글쎄, 어떤 게 좋을까...
 
식료품점 주인: 역시나. 사냥꾼들이 두 사람에게는 오늘 무료라고 단단히 일러두라고 하더군요.
참참. 이렇게 된 거, 행운을 시험해 보는 건 어때요?
 
식료품점 주인: 두 분 다요! 어서!
 
베시:
기준치: 82/41/16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엘바: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첨!
 
식료품점 주인: 운이 좋으시네~ 이건 서비스예요!
 
엘바:와, 감사합니다. (꼬치를 받아든다.)
 
베시:...... (받아들고 꼬치를 말 없이 쳐다본다. 맛있겠다.)
 
엘바:그럼 여기에 아까 그거 두 개랑요, 나머지는 추천으로 세 개 정도 더 주세요.
 
베시:뭐야, 그래도 돼?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라고 하며 꼬치를 베어무는데...... 머잖아 우물거리며 말을 덧붙인다.) 하나만 더.
 
식료품점 주인: 네에, 이게 정말 맛있거든. 이거 먹어봐요. (하며 일회용 접시에 다섯 개를 담아준다. 거기에 하나 더.)
손님이 너무 잘 먹으니까 이건 내가 선물로 줄게요. (윙크)
축제 듬뿍 즐기고 가요~
 
엘바:(손님 모을 줄 아시네, 같은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배고프면 또 먹으러 올지도 몰라요.
(가격 지불하고 접시를 베시에게 건넨다.)
 
베시:(잠시 손을 놓고 접시를 받는다. 손에 쥔 꼬치를 한 입 더 베어문다. 엘바와 접시를 번갈아보며 드물게 도는 안광......) 맛있다, 아니. 맛있겠다. 너도 하나 먹어. 두 개 먹어.
 
식료품점 주인: 저야 언제든 환영이죠. 그런데, (잡았던 손을 흘깃 보더니) 정말 사귀기로 한 거예요? (흥미로운 미소)
 
베시:(우물우물...... 모두 삼킨 뒤에 대답한다.) 차였어요. (농담한다. 마저 우물우물.)
 
엘바:......내가 찼던가?
아니에요.
 
베시:(히죽 웃는다.) 그럼 받아주게?
 
엘바:그래, 받을게. -라고 하면 어떡할 건데?
 
베시:찰 거야. (아무렇지 않게 꼬치 하나를 해치우고...... 하나를 더 집어먹는다.)
 
엘바:.......
(빤히 쳐다보다가 주인을 보고 어깨를 으쓱인다.)
 
식료품점 주인: (깔깔 웃으며) 이미 사이가 좋네~ 알겠어요, 더는 안 물을게. 그럼 또 봐요.
즐거운 축제 되세요. 새로운 이웃... 커플분들? (호호)
 
베시:(꼬치 재료 하나씩 빼먹으며 고개 주억인다. 귀끝 빨개져 있었으나 티가 날런지는.)
 
엘바: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고개 까딱여 인사하고는 네 등을 밀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
정말이지... 그게 그렇게 맛있어? 아주 네가 꼬치가 되겠네.
근데 추워? 좀 빨간 것 같은데.
 
베시:(대답으로 대신하듯 맛있게 잘 먹다가 빨갛다는 말에 순간 맨 위의 꼬치 막대기를 와그작 깨물어버린다.) ......뭐...... 가? 안 추운데?
 
엘바:그건 먹는 거 아냐. 뱉어. (다 먹은 꼬치를 뺏고 쓰레기통을 찾는다.)
그럼 다행이고. 추우면 말해, 실내로 들어가자.
(가까운 쓰레기통에 버린다.)
다른 데 가보고 싶은 덴?
 
베시:음...... (고민하며 우선 꼬치 하나를 내민다.) 점술 보러 가자. 이상한 거 나오는 거 아니야?
 
엘바:앞으로 베시는 농담을 하다가 장렬하게 실패합니다 같은 거?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꼬치는 받지 않고 고개 숙여서 음식만 쏙 빼먹기)
 
베시:그건 또 뭐야? 내 농담이 뭐 어때서. (음식만 쏙 빼가자 남은 건 자기가 마저 먹는다...... 따라 걷고.)
 
점술 부스 주인: 어서오세요.
 
점술 부스 주인: 믿거나 말거나 카드 점술! 부스 입니다. 우정과 사랑 궁합을 전문으로 봐드리고 있죠. 적중률은 꽤 좋습니다. 마을의 명물이죠.
어떤 점을 보고 싶으신가요?
 
엘바:명물이군요. (베시를 툭 친다.) 뭘 보고 싶어?
 
베시:...... (하트를 들여다보고, 후드를 눌러쓴 주인을 들여다보고. 다시 삐뚤빼뚤한 하트를 본다. 차마 엘바를 쳐다보진 못했지만 귀가 전보다 빨갛다.) ......궁합, 아무거나. 어울릴만한 거.
 
엘바:궁합? (네 시선이 머물렀던 곳을 본다.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는 알겠지만.)
의외인걸. 좋아.
 
점술 부스 주인: 좋습니다. 그것도 전문이지요. 자리에 앉으세요.
우리가 볼 점은 컵 오브 릴레이션십이라는 거예요. 관계에 대한 상황 조명과 조언을 해주는 점술법이죠.
여기에 78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11장을 골라보세요.
 
베시:(민망함이고 뭐고 곧 흥미로운 얼굴로 돌입한다. 손 끝에 닿은 카드들은...... 6, 7, 11, 34, 37, 45, 46, 51, 54, 58, 67.)
 
점술 부스 주인:(차례대로 [바보], [운명의 수레바퀴], [중용], [소드 에이스], [컵 에이스], [펜타클5], [은둔자], [소드 킹], [완드 나이트], [펜타클6], [여황제]가 나온다.)
우선, 상담자 분들의 이름이 뭐죠?
 
엘바:일렌입니다.
 
베시:베, (주춤했다가) 베스.
 
점술 부스 주인:좋아요. 베스, 일렌.
카드를 고른 분, 베스는 굉장히 순수하고 도전적이네요. 이번이 첫 연애인가요? 아니면 첫 동거? 가장 깊은 친구일 수도 있겠네요.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상당히 자유로우시네요. 그렇다고 무언가를 많이 해보거나 이뤄낸 것은 아니고 이제 막 건드려보는 느낌이 있어요.
반면 상대방, 일렌은 조금 초탈한 면이 엿보이네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모든 걸 놓았다는 것이 아니라, 전부 받아들일 준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니.
처음 모험을 떠나는 사람과 행운의 바퀴가 만났으니, 베스는 일렌에게 큰 도움을 바고 있겠네요. 그리고 일렌은 베스에게 그런 도움이 되는 것을 불편해 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중용 카드를 가리킨다.) 두 사람 간 관계의 밸런스는 적당히 좋습니다. 이상적이고 적당한 관계에 있네요. 이대로 머물러 있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런 바람으로는 궁합 점을 보러 오지 않았을 거라 믿어요.
지금 당장은 해야 할 일이 많거나, 신경 쓰고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칼 그림을 가리키며) 두 사람의 관계는 이성적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타고 있어요. 누가 그러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렇게 시작한 관계인 것 같군요.
덕분에 서로에 대해 깊은 안정감을 갖고 있지만, 말했듯이 잘못하면 이대로 관계에 진전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펜타클6을 가리키며)
바로 옆에 내가 가질 수 있는데 눈치 채지 못한 것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지나치고 있는 게 없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자면 로맨틱한 무드나 상황이 있는데 그것들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정으로 넘어갈 단계의 다리가 마련됐는데 이성적이기만을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에요.
그 점만 잘 짚고 넘어간다면, 앞날은 순탄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딱딱한 느낌이 있던 관계에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순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테고요. 자연스럽게 서로를 신경 쓰게 되는 시간이 늘어나겠죠. 그야말로 더 깊은 감정으로의 물꼬가 트이는 격이겠네요.
그렇다고 해서 또 그곳에 멈춰 있으면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갈 지도 모르니,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위에 있는 카드들을 손끝으로 피아노 치듯 두드린다.)
우선 일렌, 베스는 당신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군요. (완트 나이트와 소드 킹을 짚으며) 당신은 누구보다 어른스럽고 총명하며 일 처리도 완벽한 사람이지만, 당신에겐 그런 업무적인 모습 외에, 생각하지 않고 달려갈 수 있는 불길이 필요해요. 당신의 마차에는 바퀴가 빠져 있군요. 그 바퀴를 찾아 끼워넣고, 좀 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베스, 일렌은 당신이 더욱 많이 당신을 나누기를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펜타클6와 은둔자를 짚는다.) 지금의 당신은 너무 자신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고만 있어요. 기다림과 적절한 타이밍은 물론 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당신은 과하게 기다리며 자신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당신이 가진 빛을, 소망의 방향을 돌려서 상대방에게 보여주세요. (소드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은둔자의 모습을 가리킨다.) 베일을 벗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당신이 누구인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만 상대방이 당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순간들이 생기겠지요.
다시 말하지만, 가질 수 있는 걸 놓치지 말고, 서로에게 자신을 드러내세요. 그게 가능해진다면 두 사람은... (여황제 카드를 보며 미소짓는다.)
꽤 빠르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무엇을-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베시의 배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뗀다.) 훨씬 많이 좋아질 거예요.
더 궁금하신 점은?
 
엘바:(듣고 깊이 고민한다.) 음...
불과 같은 바퀴라. 어렵군요.
 
베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못하는 것에 가깝겠다. 저도 심각하게 생각에 빠져있는데. 어느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순식간에 표정 관리가 어려워진다.) ......그렇구나?
 
엘바:다 이해가 됐어? 궁금한 건?
난 아직 잘 모르겠어. 점 보는 게 처음이라 그런가.
 
베시:나도 좀, 얼떨떨하네...... 모르겠다! 가자! (소매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며 도망치듯 이끈다.)
 
엘바:어? 자, 잠깐만... (당황스럽게 주인과 베시를 번갈아본다.)
 
점술 부스 주인:서비스 점도 있는데 그냥 가실 건가요?
 
베시:...... (그 말 듣고 멈칫하는데, 여전히 얼굴이 빨갛다......) ......저거, 는, 보고 가자.
 
엘바:그래, 서비스니까. (얼굴 보고 웃음 터짐) 너 되게 빨갛다.
 
베시:내가? 왜? 뭐가 빨개? (평소보다 말이 빠르게 나온다.)
 
엘바:얼굴. 말도 빠르고. (대놓고 웃으며 팔을 잡아당겨 같이 앉는다.)
얼른 봐주세요. 이러다 제 파트너가 터져버리겠어요.
 
점술 부스 주인:알겠습니다. 순식간에 봐 드리죠.
자, 지금부터는 서비스입니다. 아까와는 다른 방식을 쓸 거예요.
이걸로 두 분의 과거와 미래를 점 쳐 드리지요.
한 번 볼까요?
 
점술 부스 주인:자아, 보이는군요.
피로 물든 대지 위에 서 있는 당신들이 보여요.
아주 무거운 업을 짊어지고 있었군요.
그것은 자의든, 타의든 당신들을 억누르고 말을 할 수 없게 봉쇄 당했네요.
너무 쉽게 말이 오르고 내렸어요.
고민하고 있군요. '도피처' 를 찾으며.
지금 어떻게 하길 바라나요?
더 이상 어딘가를 떠돌지 않는 삶을 살길 바라나요?
 
베시:피로 물든...... 대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 사이 얼굴 식었는지 멀쩡하게 묻는다. 일부러 모르는 척.)
 
엘바:음. (이전의 일들을 고민하다가 부러 가볍게)
집은 너무 자주 옮기지 않는 편이 좋죠.
그렇지?
 
베시:(고개를 주억인다.) 그건 맞아. 정착해야 안정적이니까.
 
점술 부스 주인:좋아요. 그 말,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 점은 여기까지입니다.
나갈 땐,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심히 가세요.
 
엘바:(그냥 이것뿐? 이라고 생각하며 얼떨떨하게 일어난다. 원래 점이란 게 이런 건가.)
감사합니다. 즐거웠어요.
가자.
 
베시:(고개 끄덕이며 나간다.) 오묘하네. 신기하네.
 
엘바:(가려다가) 아, 비용은 괜찮은가요?
 
점술 부스 주인:지불은 괜찮아요.
당신은 이미 그 값을 충분히 치뤘습니다.
 
깜빡.
 
베시: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엘바: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엘바:... 뭐야?
 
베시:......뭔. (인상이 찌푸려진다.)
 
엘바:꿈이라도 꿨나?
(어쩐지 미고, 외계신... 같은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다.)
생각하지 말자. 잊어버려. 재미는 있었잖아.
 
베시:잊어버리기엔 너무 잘. (까지 말하고 혀를 깨문 듯 입을 꾹 다문다. 부랴부랴 시선이 닿는 곳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있는 곳이다.) 저기 가볼래? 대화도 할 겸.
 
엘바:잘?
(같은 곳을 본다.) 그래, 일단 가보자.
 
사냥꾼: 아, 자네들 왔나!? 와 줘서 정말 고맙네.
덕분에 마을의 축제가 풍요로워졌어.
어제의 무례는 용서하게. 정육점 가게 그 양반도 진심은 그게 아닐 거야. 요새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너무 신경질적인 것 같구만.
내 정신 좀 봐. 자 여기, 자네들도 받게.
 
베시:(술이다...... 모두 받아들고 눈동자가 반짝이는데, 그 전에 엘바를 한 번 흘끔 바라본다.) 마시면 기분 좋아질 것 같은데. 조금 많이.
 
엘바:감사합니다. (받고, 마주본다.)
적당히 마셔. 취하지 말고.
 
베시:나 잘 안 취하거든. 아마도. 지금은 모르겠는데. (고기를 한 입 베어문다.)
 
사냥꾼: 허허, 오늘 같은 날 좀 취하면 어떤가!
우리 마을은 이렇게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축제를 열곤 한다네.
이렇게 가운데 불을 피워 놓고 마음에 끼친 근심과 불운을 태우는 거야.
마을의 전통 같은 거라네.
 
엘바:술버릇이 좀 고약해서 안 돼요. (사냥꾼에게 웃고는, 베시에겐 다시 단호히) 적당히.
 
베시:알겠어. 적당히. (고기를 삼키고, 술을 입에 머금어 몇 모금 삼킨다. ......사라진 절반의 술.) 맛있는데? 나 오늘 안 취할 것 같아. 알코올이 그렇게 세지도 않은데?
 
엘바:(한 모금 마셔보고) 뭐야 안 세. 평범한 맥주잖아. 세 잔까지야.
 
베시:(금방 취할까 부러 두 모금씩 끊어서 마신다. 이미 고기는 뒷전이다.) 근데 나 이거, 언제부터 마셨게?
 
엘바:언제부터?
음, ... 성인부터는 아닐 것 같아. (그랬으면 묻지도 않았겠다.)
고등학생 때야? 설마 중학생?
 
베시:(잠시 멍하게 허공을 본다. 기억을 더듬는 중이다. 곧 고개를 획 돌려 입을 연다.) 나 학교를 잘 안 나갔어서 모르겠는데. 열여섯 살이 고등학생인가?
 
엘바:... 그 직전이지.
너무 이르게 마셨네.
 
베시:(히죽 웃는다.) 중학생이었어? 와. 그런데 뭐 어때. 그땐 나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걸. 난 내 탓 안 할래.
 
엘바:... 그래. (눈빛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개구쟁이를 보는 빛에서 약한 아이를 보는 듯한 빛으로.)
 
사냥꾼: 우리는 자네들을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마땅히 거리를 둘 만한 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네.
그러니 자네들도 손을 맞잡고 불을 쬐며 춤춰보는 건 어떤가? 이제, 이 마을의 일원이니까.
그 전에 한 잔 기분 좋게 마시고 말이지! 자자, 잔이 비었군! 한 잔 더 받게. 하하, 건배!
 
베시:(피식 웃고는 잔을 가볍게 들어 건배, 한다. 뒤 따라 몇 모금을 마시다가 눈이 엘바에게로 향한다.) 출래? 나 몸치긴 한데.
 
엘바:(건배. 잔을 부딪치고 쭉 들이킨 뒤, 잔을 내린다.)
내 발 안 밟을 거지? (농담처럼 웃으며)
 
베시:콱콱 밟아줄게. 기대해. (마찬가지로 농담하며 짓궂게 미소짓는다. 무어라 내뺄까, 손목 잡아 끌어 나간다.)
 
엘바:절대 마음대로 안 될걸. (자연스럽게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동시에 함께 불길 가까이로 나아간다.)
 
베시: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외모
기준치: 65/32/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춤 Roll
기준치: 30/15/6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엘바: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외모
기준치: 90/45/18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춤 Roll
기준치: 30/15/6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엘바:여기에서 살려면 춤을 좀 알아둬야겠어.
조금 부끄럽네.
 
베시:(아까부터 계속 피식거린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비록 엉거주춤 따라하는 게 전부지만, 당장은 그게 나의 전부 같았다.) 뭐 어때, 우리에게 춤 연습할 시간이 있었나.
 
엘바:맞아. 이제부터 연습하고 배우면 되지. (마주 웃으며 네 손을 잡고 다른 이들을 따라 빙글 돌린다.)
 
베시:(춤 자체가 익숙하진 않았으나 몸에 익혀진 감각을 따라 균형을 맞춰 한 바퀴 돈다. 어지러움 하나 없었다. 안면엔 즐거운 기색이 만연하다.) 재밌다, 이거. 자주 출래?
 
엘바:적성에 맞나 봐. (그러는 자신도 자연스럽게 박자를 타다 보니 신이 나 있다.)
좋아. 이거 말고도 여러 가지 춤이 있을 테니까, 한동안은 많이 추겠네.
 
아주머니: 저기, 숲 속의 이웃 분들... 가시기 전에 잠시만 시간 괜찮으실까요?
 
베시:(뒤를 돌아 어깨를 으쓱인다.) 무슨 일이에요? 필요한 도움이라도?
 
아주머니: 저어, 우리 마을에서는 이 축제가 있고 난 후 시일 내로 젊은이들이 약식 혼약을 하는 풍습이 있답니다.
식료품점 주인에게서, 두 분이... 연인이라고 들었어요.
괜찮다면, 이번 해의 약식 혼약의 주인공들은 두 분이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
정식적인 건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의 건강과 사랑을 기리는 행사예요. 너무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베시:에.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온다.) 연인이요? 그거 아닌데. 어, 근데...... 다른 젊은이는 없어요?
 
엘바:좀 잘못 들으신 것 같긴 하네요.
 
아주머니: 어머, 그래요? 다른 사람들도 있기야 한데, 아유... 이왕이면 최근에 막 오신 분들이 하시면 보기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지지 않겠어요.
이게 행사의 일환이라 가두행진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어떻게 안 되려나요?
 
베시:그은데, 저희는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서요. 음. 어쩌지. 어렵네. (흘끔, 엘바를 돌아본다.)
 
엘바:음, 그게... (난처한 표정으로 마주본다.)
 
아주머니: 이렇게 부탁할게요. 마을을 위해서라도 한 번만 참여해줘요. 사람들에겐 잘 말해둘 테니까.
 
베시:(평범한 사람처럼 생각해보자. 평범한 사람처럼. 평범한...... 평범...... 아 몰라!! 엘바의 손을 확 잡아챈다.) 그까짓 거 그냥 하자. 이벤트라잖아. 이렇게 부탁하시는데. ......근데 너 싫으면 나도 안 해.
 
엘바:(잡힌 손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다가 문득)
음... 약식이긴 해도, 옷도 입는 거겠죠?
그러니까, 드레스 같은 거요.
 
아주머니: 그럼요. 막 화려하고 그런 건 못 하지만, 그래도 그럴싸하게 다 빌려드리고 한답니다.
 
엘바:그럼... (너를 잠시 보더니, 손을 잡으며 빙그레 웃는다.)
해볼게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베시:...... (의도를 파악하고 손 놓으려고 한다. 좋지 않은 표정.)
 
엘바:(꽉! ^^)
 
베시:아 진짜. 콱 깨물어버릴라. (아주머니 앞이라 확 떼어내진 못한다. 고개 앞으로 돌려 입 꾹 다물고 있다.)
 
아주머니: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럼 행사날에 조금 이르게 찾아오세요. 다 준비해 둘 테니 몸만 오시면 돼요. (베시를 보며) 정말로 예쁠 거예요. (입 가리고 웃는다.)
 
베시:......(귀끝 빨개진다.) ......그래요. 그에 준하는 거라곤 교복 치마밖에 안 입어봤지만.
 
베시:(스산한 기운에 익숙하게 남은 잠마저 털어버린다. 잭나이프를 챙겨 몸을 일으키는데, 이불을 엘바 목덜미까지 덮어주고 겉옷을 걸쳐입고서야, 그제서야 문 앞에 선다.) ...나갈까? (스스로에게 나지막하게 묻고서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아, 눈보라는 멎을 줄 모릅니다.
 
어둠이 짙어요.
 
분노의 감촉이 느껴지지만, 그저 그뿐입니다.
 
베시:
■■
기준치: 99/49/19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누구에게도 밟히지 않은 설원의 한가운데 영웅이 서 있습니다.
 
선명한 보랏빛의 두 빛무리가 어둠 속에서 번뜩입니다.
 
베시: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엘바:왜 나와 있어.
시간이 늦었어.
다시 들어가자. 더 자야지.
 
베시:......뭐, 그래. 잠이 안 와서 잠시 나와있었어. (나이프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왜 자다 나왔어?
 
엘바:일어나 보니까 네가 없고 밖에서 소리가 나길래 확인하러.
아무것도 없었네.
(외투를 둘러준 어깨를 감싸 안고는 집 안으로 밀듯 한다.) 춥다.
 
베시:춥긴 하네. 그치. 잠 깨서 어떡해. (고개를 주억이며 얌전히 들어간다.)
 
엘바:다시 자면 되지. (하품 길게 하고는 들어가 문을 닫는다.)
 
베시:(그러게나 말이다. 이 마음씨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거란 생각도 못하고 살았는데 결혼이라고 생각해봤을까. 그런 부모님을 보고 살았는데. 결혼 이후가 행복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거든.)
 
베시:(......피곤한?데?)
 
엘바:잘 어울리네. 생각보다 훨씬.
 
베시:(가슴과 어깨를 덮은 얇은 천 위로 비즈가 수도 없이 박혀있다. 비단결 같은 재질의 하얀 드레스가 다리 밑으로 풍성하게 퍼져 있었다. 스스로가 낯설고 민망하기만 한지 눈가가 달아오른다. 찌푸려지는 눈살.) 하, 부끄러워 뒈지겠네. 사실대로 안 어울린다고 해도 돼. 나 드레스 한 번도 안 입어봤단 말이야.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엘바:아니야, 진짜로 잘 어울려. 거짓말 아니고.
(진심인지, 한참 그 모습을 눈에 담아뒀다가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향해) 자신감을 가져. 오늘 주인공은 너잖아.
 
베시:시끄러워. (표정 여전히 찌푸려져 있는데, 곧 풀려나가며 턱을 괸다. 그 모습이 퍽 새침하다.)
 
엘바:턱 괴지 말고. 화장 망가질라. (키득인다.)
자 그럼 슬슬 시간이 되어 가니까.
준비 됐어?
 
베시:(손을 한참이나 멍하게 바라보다가 은연 중 내뱉는다.) 기분 되게 이상하네. 진짜로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엘바:그런 기분이 들게 하려는 거니까.
설마해서 묻는 건데, 끔찍한 건 아니지?
 
베시:......(입 꾹 다물고 있다가 고개 획 돌리고 달싹인다.) ......좋은데, 무서워서 그래.
내가 언젠가 정말로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같은 기분이 들겠지? 그렇겠지. (하하. 메마르게 웃는다.) 나쁜 기분은 아니야. 원래 다 그런 거겠지.
 
엘바:(그 말에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설핏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래, 언젠가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좋을지도 모르고. 진짜로, 하게 된다면 말이야.
그래서- 내 손은 안 잡아줄 거야? 많이 머쓱한데.
 
베시:진짜. 복잡한 기분 드는데 이거 정상이야? (하며 그제서야 내밀어진 손을 약하게 붙잡는다. 드레스가 길어 남은 한 손으로는 붙잡아야 했다.)
 
엘바:아마도? (물어봐도 처음인 것은 마찬가지라. 그 손을 다시 단단히 잡고는 드레스를 밟지 않도록 조금 앞서 걷는다.)
 
섬유상 주인: 와 주셨군요. 두 분. 정말 감사드려요.
마을 안쪽에 작은 성당이 있어요.
조화로 만들어진 길을 쭉 따라오시면 돼요.
 
섬유상 주인: 이건 부케예요. 작고 볼품 없지만, 이 추위을 견디고 피워진 꽃이랍니다.
 
베시:...... (생화로 이뤄진 부케를 멍하니 내려다본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부케를 받아든다. 별 말 없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엘바:그렇게 들고 있으니까 꼭 진짜 같네.
-예쁘다.
 
베시:......그래. 너도. (화장으로써 꾸며진 탓에 입술을 짓씹지는 못했지만 성음에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감정을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려졌으니 망정이다.) ......진짜라고, 생각해. 난 그렇게 생각할게. 물론 그, 그래야 사람들이 더 좋아할 테니까? 당장은 비즈니스인 거야. 응.
 
엘바:음. (간만에 소리를 길게 끌더니, 미미한 웃음기가 담긴 소리로 답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
(그리곤 자신은 어떻다 밝히지 않은 채, 네 손을 다시 이끌고 걷는다.)
 
정육점 가게 주인: 나는 알고 있어!!!!!
나는 봤어.
나는 봤다고!!!!
 
사냥꾼: 아이고, 자네 왜 그러나... ... 이렇게 좋은 날에.
 
사냥꾼: 저리로 가서 나랑 얘기 좀 하... 어휴. 다들 신경 쓰지 말게.
 
베시:...... (아무말도 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 기척의 주인이 당신이었나?)
 
엘바:(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쪽을 보다가, 무감한 얼굴로 시선을 뗀다.)
신경 쓰지 마.
다들 신경 쓰지 않으니까.
이상한 사람이네.
 
베시:그러게. 하필이면 이런 날에 말이야.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엘바:(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준다.)
... 여차하면, 다시 가도 괜찮으니까. 문제 없어. 지금을 즐기자.
 
....
 
아주머니: (속삭인다.) 우리는 당신들이 이 세상을 구했던 영웅인 것을 알고 있어요. 여러 곳을 떠돌고, 얼마나 핍박받고, 손가락질 받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말했듯,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당신들을 사랑하고 아낀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함께해 주세요.
 
베시:......아. (저도 모르게 앓는 듯한 소리가 나간다. 왜 그랬는지는 저도 알지 못한다. 실감나지 않았으니까.)
 
엘바:(무슨 생각을 하는지, 멀리 시선을 던져 사람들을 훑어보기만 한다.)
 
신부님: 혼약식을 진행하는 두 사람이 입장하겠습니다.
 
베시:(피식, 웃음 소리를 내보낸다.) 긴장이라도 됐냐?
 
엘바:당연하지. 너도 했잖아.
 
베시:긴장 안 했거든.
 
엘바:정말? 그러다 입장 도중에 넘어지면 무지 부끄러울걸.
 
베시:무슨 걱정이야. 네가 잡아주면 되지.
 
엘바:안 잡아줄거야. (농담)
조금은 긴장해. 이제 들어간다.
 
두 사람이 걷습니다.
 
신부님: 마을의 이방인 신랑, 신부. 성혼 선언을 하기 전 마주보고 인사하십시오.
 
엘바:(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너와 마주보고,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베시:(적당한 긴장감이 얼굴에 돌았다. 면사포가 그나마의 위안이었다. 몸에 힘을 풀고, 부드럽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신부님: 신랑. 신부를 아내로 맞아 오늘부터 삶을 다하는 날까지 어떠한 경우라도 항시 사랑하고 존중하며, 그 도리를 다 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까?
 
엘바:(네 얼굴을 수 차례 훑더니, 장난기는 어디로 가고 진중한 목소리로)
네.
 
신부님: 신부. 신랑을 남편으로 맞이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하거나 병들거나, 부요하게 되는 모든 경우에서 이 사람만을 사랑하고 존중히 여기며, 도와주고 보호하며 진실한 신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합니까?
 
베시:(일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럴 존재가 이 세상에 사실 너밖에 없지 않나? 사랑이고 뭐고를 다 떠나서, 너밖에 없지 않아? 그러나 확신에 차 있지는 않았다. 때문에 잠시간 달싹이다가 말하는데, 기어이 떨리는 목소리가 나가버렸다.) 네......
 
엘바:(그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을 흘려버린다.)
 
행복하세요!
 
엘바:뭐해?
 
엘바:(몸을 약간 숙인다.) 키스해 줘야지.
 
베시:......알았으니까 걷어줘, 면사포. (그 안에 담긴 표정이 어떨런지는.)
 
엘바:(말없이 빙긋 웃음만 지으며 베일을 머리 뒤로 차분히 걷어 넘긴다.)
 
베시:(드러난 안면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긴장이 적잖게 풀리고, 자신의 이 모습과 상황에도 퍽 익숙해진 기색이다. 그러나 귀끝이 빨갛다. 잠시간 시선을 마주하다가. 네게 씌워진 것 마저 걷어, 숨을 내쉬고 한 손으로 뒷목을 감싼다. 그대로 들이닥쳐 구순을 가까이 하였으나 한참을 맞추지 못한다.) ...... (그러나 곧 눈을 감고 입술을 들이 박아버린다. 어떤 단단한 결심이라도 했는지 힘이 가득 들어가 있는데, 빠져나오지 못하게 할 심산인 게 분명하다.)
 
엘바:(붉어진 귀끝을 다시금 보았다가, 못 본 척 눈을 마주쳤다. 그 무뚝뚝하고 장난으로 진심을 대변하던 네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고 능숙하게 대처할 리 없음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날 한 차례 더 고민했다. 과연 이 순간이 온다면, 그리고 지난다면, 이때는 우리에게 어떤 장면과 감상으로 기억에 남을까. 어쩌면 영원히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를 안정이라는 꿈을 네게 헛되이 안겨주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 순간 힘이 들어간 손과 고개를 느끼고 있자면, 아, 그래도 하자고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말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긴장과 떨림으로 가득한 키스에 주변의 것들이 순식간에 지워지고, 굳은 네 입술 대신 자신의 입을 열었다.)
힘 풀어.
(둘 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속삭임만 짧게 남기고 손으로 네 머리를 쓰다듬듯 끌어 입술을 부드럽게 베어물었다. 나중에 가면 왜 그렇게 능숙하게 하느냐고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라도 온전히 쏟아주고 싶으니까.)
 
베시:(적잖은 긴장감이 손끝을 떨게 해 힘을 더 주었다. 입을 벌린다거나 뭘 한다던가 하는 것 없이 단순 입을 맞추는 행위에도 그렇게나 많은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낯설다. 웃기게도 나는 당장이라도 네게 거절 당할까 봐 무서웠다. 꼴이 웃기면 어떡하지? 네가 사실 싫어하면? 내 육체는 어느 엘라인 성씨를 가진 괴물에게서 나왔으니까. 생각해보면 일전의 키스는 늘 네가 먼저 하였고, 나는 다가간 적이 없었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을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더더욱이 불안하기 마련이었으나 이제는 안다. 사람 속내는 영영 알 수 없으므로 나는 네가 그간 준 믿음에 의지할 뿐이다. 길을 잃은 자리마다 네가 있었던 것처럼.) ......읍, (잠깐의 앓는 소리와 함께, 네 말처럼 자연스럽게 손에 힘이 풀려 어깨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꽉 감겨있던 눈이 재차 편안하게 풀린다. 가슴께가 이상하게 울렁거리며 감정이 터져나왔다. ......좋아해. 나는 널 정말 많이 좋아해. 진짜 좋아해. 그러니까 다시는 사라지지 마. 다시는 사라지지 마. 엘바. 이내 과감히 입을 벌려 고개를 틀었다.)
 
정육점 주인: 다들 미쳤나!? 저들을 이곳에 들이다니!!!!
우리는 모두 죽을거야!!!
 
정육점 주인: 다들 죽을 거라고!!!!!
저들이 누군지 알고 있나!?
저들, 저들은... ... 엘바 보이드와 베시 엘라인이라고!
그 영웅들이라고!!!!
 
정육점 주인: 우, 우리 마을 사람들을 전부 죽이러 왔지!?
우리를 전부 죽일 거잖아!!!
그 괴물들을 죽였던 것처럼!!!
이제 너희들을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엘바: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하세요. 우리가 왜 그래야 합니까?
 
정육점 주인: 그렇게 몇 명이나 속였는지 난 알지. 난 알아... 너희의 본성을!!!
 
베시:본성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육점 주인: 몇 명이고 시민들이 희생됐어. 우리도 그렇게 될 거야, 난 알아. 저들이 그랬어!
다들 저들을 내쫓지 않고 뭐하는 거야!! 진짜 단체로 홀려버리기라도 한 건가? 그래!??!!
 
엘바:미쳤네. 완전히.
 
베시:(후우.) 거기, 진정 좀 해보실래요. 우리가 그 사람들이고 심지어는 죽일 마음이 있다고 쳐도. 사람을 해쳐서 돌아오는 게 뭔데요?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그나저나 희생되었다는 건 또 뭐야? 무슨 일이라도 났단 거야?
 
엘바:그 신문이랑 뉴스들을 보고 떠드는 말이겠지. 우리와는 관계 없어.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당당히, 선명히 높인다.)
 
정육점 주인: 그래, 너희가 무슨 수를 쓴 거군. (손가락질을 하더니 고개를 내젓는다.)
다들 후회할 거야... 다 후회하게 될 거라고...
 
베시:잠시만, 야.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다. 몸이 먼저 움직여 부축하기에 이른다.) 이 사람 따로 병 있어? 왜 이래?
 
엘바:잠깐, 베시! 가까이 가지 마!!
 
엘바:이리 와!
 
베시:(뒤늦게 그 품에서 떨어져 주춤 물러난다.)
 
​ 흉측한 몸뚱이는 곧 머리가 녹아내려 없어집니다.
 
기이한 육질로 몸이 뒤덮힌 그것은
 
손바닥에서 이빨이 돋아 나와 당신들을 향해 타액을 뚝, 뚝 흘립니다.
 
베시:
■■ Roll
기준치: 99/49/19
굴림: 8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베시: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지만, 봐...
 
​ 잊지 않았어?
 
​ 너는 학살자야.
 
​ 네가 갈 곳은 없어.
 
어떻게 하겠습니까?
 
베시:......야, 시발. 지긋지긋하다. (무척 고까운 얼굴로 웃는데,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게 앞머리를 쓸어넘기다 장식이 떨어져 나갔다. 일부는 스스로 뜯었다.) 언제까지 그깟 사상을 불어넣을 생각이니, 응? 나는 아무리 도망 다니는 한이 있어도, 의심 받는 한이 있어도 사람 쳐 구하고 다닐 테니까. 네가 얌전히 죽거나 꺼져.
내가 얼마나 시험을 당해왔는지 알아? 그런데, 겨우 이 말과 시선에 내가 기 죽을 것 같아?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맺힌다.) 더 심한 말 없어, 응?
 
엘바:그래, 그것 참 지겹고 무식한 말이네.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말들이고.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접이식 단검을 꺼낸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 (접힌 단검을 네 쪽으로 건네듯 한다.) 네가 할래? 내가 할까?
 
베시:가위바위보로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네. 난 두고 나왔거든. (한숨 옅게 쉬어내더니. 기꺼이 단검을 잡아채간다.) 드레스라 불편할 것 같긴 한데.
 
엘바:그런 건 장애물이 되지 않잖아.
(빠지겠다는 듯이 두 손을 들고 한 발짝 물러난다.)
 
베시:와, 오랜만에 좋은데? 나 기분 막 상했거든. 근데 이것보다 좋은 연료가 없어. (하며 구두를 벗고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가며 칼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는데, 눈치채지 못한 어느 순간 자신은 그것의 뒤로 가 있다. 뒤늦게 그것의 살이 부욱 찢어져 버린다.)
 
​ 당신이 영웅이었다는 것이죠.
 
??:만족, 하나?
 
베시:그거 참 유감스럽네. ......할 말 더 남았니?
 
짝, 짝짝, 짝.
 
정말 그들이구나. 진짜로 그들이구나.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겠어.
 
인류를 구하겠다고 희생한 자들이 자기 이름 하나 말하지 못하고,
 
얼굴도 드러내지 못한 채 살아왔으니 얼마나, 얼마나 괴로웠겠어.
 
아주머니: 우리에게 영웅은 필요 없어요.
당신들은 그저 우리 마을의 일원 중 하나고
그저, 평범하게 숨 쉬고 말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하나니까요.
우리는 당신들을 믿어요.
떠나지 말아 주세요... ...
 
베시:......하. (뭐라고 해야 할까. 온 몸의 긴장이 풀린다. 허무한 기분이 만연하다. 이게 뭐라고 참고 살았던 건지. 아니, 갑갑함을 감수하였기에 이런 반응을 이끌 수 있던 걸까.)
 
그렇게 할까.
 
그저, 우리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망명해버릴까.
 
베시.
 
​ END 2. 종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