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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바라

[바라] ROTTEN EYE 2020-07-01

시나리오 본문 : 시나리오집 <부패와 퇴락의 연대기>에 수록

 

 

 

KP

KPC 바르바토스

 

PL

PC 라이첼 카뭉 (전편 로젤 라크무스)

 

 

 
...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기억을 사랑하는 거야.
 
나를 사랑하기 위한 당신의 인내를 사랑하는 거고,
 
수백 년 동안 바쳐 온 당신의 노력을 사랑하는 거고,
 
당신의 헌신을 사랑하는 거지.
 
당신은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어.
 
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사랑을 가르쳐줄게.
 
사랑은 후회하며 진창을 뒹구는 거야.
 
가슴을 쥐어뜯으며 피를 토하는 거야.
 
그리고……
 
*
 
ROTTEN EYE
 
w. Team Aqua
 
당신은 사막길을 걷는 중입니다.
 
정확히는 걷는 중이었죠.
 
정신이 좀 드나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은 지독한 모래폭풍에 휘말렸습니다.
 
모래에 긁힌 살갗에서는 피가 흐르고,
 
입 안에는 모래가 텁텁하게 차올라 있고,
 
소지품이며 일행은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요약하자면 당신은 조난당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불안해하지는 마세요.
 
당신의 눈앞에는 웅장한 저택이 있습니다.
 
붉은 연등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동방의 저택이요.
 
저택이 있으니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람도 있겠지요.
 
당신이 원한다면 물을 좀 얻어 마시거나 가까운 마을이 어디 있는지 묻는 등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 건가요?
 
어딘가 미심쩍지는 않았나요?
 
아직 청淸에 도착하려면 한참이나 남았습니다.
 
라이첼:이렇게 큰 저택이 이 길에 있었던가..? 왜 몰랐지.
 
벌써부터 청나라의 저택이 등장할 리가 없지요.
 
게다가 이곳은 저택을 제외하고는 동서남북으로 모래 밖에 없는 사막의 한복판.
 
이렇게나 커다란 집이 있다는 건 말도 되지 않습니다.
 
신기루처럼 나타난 저택에, 탐사자 이성 체크
 
라이첼: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사막은 넓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죠. 모래폭풍이 여간 거센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잠시 상황을 정리해볼까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이에요.
 
라이첼:주변에 정말 아무 것도 없는지부터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저 바람. 바람. 그리고
 
바람.
 
모래.
 
라이첼:"... 온통 모래뿐이네."
그럼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이다. 저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영 미심쩍은 기색으로 다가간다.
 
저택으로 다가서자니...
 
듣기 판정
 
라이첼: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딘가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능 판정
 
라이첼: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생각해보면, 이곳은 사막입니다.
 
발소리가 날 리가 없잖아요?
 
모래가 모든 소리를 먹어 치우니까요.
 
이상한 일을 겪은 탐사자 이성 체크
 
라이첼: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2
 
라이첼:
rolling 1d2
 
(
1
 
)
 
 
=
1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소리가 나는 쪽을 본다.
 
그때 누군가,
 
아니, 무엇인가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라이첼:"으악!"
 
긴장하고 있었던지라 놀라며 뒤돈다.
 
???:왜 여기까지 나와 계세요? 주인님의 영혼이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어요.
 
그것은 신비롭고, 기괴하고, 역겹습니다.
 
하얀 천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전체적으로 인간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인간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흰 천 밑으로 드러난 하악에는 부풀어 오른 살덩이가 있습니다.
 
사방팔방 뚫린 구멍은 끊임없이 움찔거립니다.
 
저게 혹시, 코인가요?
 
양산을 쥐고 있는 손은...
 
손이라기보다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촉수로 보입니다.
 
길고 가느다란 촉수들이 끊임없이 하느작거립니다.
 
라이첼:오....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몸에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는 않지만 결코 색정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얗기만 한 피부는 대리석처럼 단단해 보입니다.
 
곳곳이 징그럽게 부풀어 오른 살갗이 끊임없이 맥동합니다.
 
길게 기른 흑발은 노래하듯 찰랑거립니다.
 
다리는 말처럼 역관절입니다.
 
그것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서 다그닥, 다그닥, 하는 소리가 납니다.
 
생전 처음 보는 생물의 끔찍한 모습에, 이성 체크
 
라이첼: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1
 
목에 달려 있는 그것의 입이 달싹거립니다.
 
???:어디 다치진 않으셨죠?
사막에 나와 계시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막 딴 석류를 준비해두었어요.
 
라이첼:"ㄱ, 그.. 누, 누구세요..?"
 
뭐세요라고 묻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저는 당연히 주인님의 영혼을 모시는 종이지요. 이런 곳에 나와 계시면 위험해요.
저택으로 돌아가실 거죠?
 
라이첼:영혼이요?
 
"그, 아니.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 저는 당신을 몰라요. 이 집도. 아, 이만 돌아가야겠어요. 집이 멋지네요!"
 
주춤주춤 멀어진다.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사막에서 길을 잃고 죽고 말 거예요. 고집 부리시지 말고 어서 들어가세요.
 
라이첼:"하지만, 정말로 전 당신을 모르는데..."
 
반항하면 해치려나? 침을 꿀꺽 삼키며 눈치를 본다.
 
하얀 괴물이 당신을 기다리듯 집요한 시선(?)으로 당신을 좇습니다.
 
라이첼:아, 어어떡해.. 일단은 들어갔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몰래 빠져나오는 게 나으려나. 한참을 머뭇머뭇거리다가 애써 끄덕였다.
 
당신은 하얀 괴물과 함께 저택으로 들어섭니다.
 
붉게 칠한 대문의 문이 저절로 열리고 매캐한 피비린내가 몰아 닥칩니다.
 
대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부조가 새겨진 벽이 보입니다.
 
대문 바로 옆에는 가로로 긴 건물(도좌방)이 이어집니다.
 
당신 옆에 있는 하얀 괴물과 똑같이 생긴 괴물들이 쉴 새 없이 건물을 들락거립니다.
 
그 수가 어림잡아도 열은 넘어 보입니다.
 
라이첼:정신이 아득해지려는 걸 부여잡았다.
 
마당에는 작은 정원을 가꾸어 두었네요.
 
벽을 조금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이첼:도망갈 구멍을 미리 찾아두기 위해 바삐 눈을 움직여 벽을 둘러보았다.
 
벽에 새겨진 그림을 보면...
 
지옥도입니다.
 
나무 대신 칼이 박혀 있는 숲에서 온몸의 살점이 찢겨지는 사람
 
라이첼:와...?
 
산에 깔려 하반신이 으스러진 사람이 보입니다.
 
괴물이 사람의 혀에 끓는 쇳물을 붓고 있고,
 
쇠꼬챙이가 어찌어찌 입으로 나오는 풍광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이 그림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처럼요.
 
라이첼:난 죽어서 지옥에 온 걸까..?
나쁘게 살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도좌방을 들락거리던 괴물들이 당신에게 아는 척을 합니다.
 
하얀 괴물:후조방에 게시지 않았어요? 언제 나가신 거예요?
나가는 기척을 맡은 기억이 없는데......
 
라이첼:"예!? 아, 그게, 잠깐 마실을..."
 
영 적응이 되지 않는 모습이라 화들짝 놀라면서도 어물쩍 답했다. 이렇게 많은 괴물에 둘러쌓여 있으니, 일단 그들이 아는 사람인 척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하얀 괴물:멀리 나가시면 위험해요. 저희가 있는 곳에 함께 계세요.
 
라이첼:"네에... 염려 감사해요."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손만 만지작 거렸다. 정신차려, 라이첼!
 
퍽 상냥한 투로 말한 괴물이 다시 다른 건물로 들어갑니다.
 
벽의 끝에는 화려하게 꾸민 문이 보입니다.
 
당신을 데리고 온 괴물이 그 문안으로 들어섭니다.
 
따라오라는 듯 당신을 바라보면서요.
 
라이첼:저기 들어가면 못 나오는 건 아니겠지.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뒤따랐다.
따라가는 중에도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문안으로 들어서면 양옆으로 건물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중앙에는 정원을 마련해 두었는데, 가운데 깊게 패둔 연못과 그 위에 서 있는 전각이 아름답습니다.
 
괴물은 연못(오아시스인가요?)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로 당신을 인도합니다.
 
정방입니다.
 
...
 
방 가운데 놓인 식탁에는 탐스럽게 익은 석류가 한 아름 놓였습니다.
 
붉은 석류알이 주변에 흩어져 있습니다.
 
하얀 괴물:오늘 바깥에 돌아다녀서 피곤하실 테니 푹 쉬세요. 주인님껜 밖에 나간 건 비밀로 해드릴게요.
 
라이첼:"네,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끄덕였다. 그림들과 다르게 저택 자체는 아름답네.
 
당신을 안심시키려고 시도한 괴물은 이내 온 길로 돌아갑니다.
 
이내 방에 남은 것은 당신과, ...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석류입니다.
 
매우 탐스러워 보이네요.
 
하지만 그뿐입니다.
 
라이첼:와중에 나간 것을 이곳 주인인가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정보도 얻었다. 여긴 석류가 많네? 갸웃하며 방 안을 둘러본다.
 
중앙거실, 동이방, 서이방을 살필 수 있습니다.
 
라이첼:현재 있는 중앙거실을 먼저 둘러본다.
 
중앙 거실.
 
두 사람이 들어서면 꽉 찰 좁은 공간입니다.
 
문이 열려 있어 정원이 한 눈에 보입니다.
 
중앙에는 [탁자A]가 있고
 
그를 둘러싸고 [두 개의 의자]가 놓였습니다.
 
정면과 마주하고 있는 벽에는 [그림]이 걸렸습니다.
 
그림 밑에는 [탁자 B]가 있습니다.
 
[동쪽의 방]과 [서쪽의 방]으로 연결되는 문이 양옆에 있습니다.
 
라이첼:굉장히 좁은 곳이라고 생각하며 탁자a를 본다.
 
[석류]가 놓인 그 탁자입니다.
 
탁자 옆에 [지도]가 놓여 있습니다.
 
라이첼:"앗, 지도!"
 
여길 나가는 것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냉큼 본다.
 
서양 대륙에서 온 당신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보입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아무래도 대륙의 지도인 듯합니다.
 
지도 곳곳에는 빨간 핏자국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자국들이 번져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크게 X자를 그려둔 곳에는 '이디스'라는 낯선 이름이 적혔습니다
 
라이첼:"이디스..? 지명은 아닌 것 같은데. 으.. 근데 이 액체들은 뭐야.."
 
손끝으로 지도를 잡으며 현재 위치에 대한 표시는 없나 꼼꼼하게 본다.
 
관찰 판정
 
라이첼: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눈 침침)
 
이리저리 살펴봐도 현재 위치에 대한 표시는 없네요
 
라이첼:실망하고 다시 내려둔다. 이번엔 그 옆에 있는 석류를 본다.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역시나 붉은 석류일 뿐입니다.
 
라이첼:평범해 보이는 석류를 내버려 두고 이번엔 의자를 살핀다.
 
바람이 은은하게 불어옵니다.
 
사막의 바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고 다정한 바람입니다.
 
의자 밑에 깔린 종이 한 장이 흩날립니다.
 
라이첼:"어?"
 
주워들어서 본다. 바람이 포근하네. 사막에선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부드러움이다.
 
종이에는 오래된 문자가 쓰여 있습니다.
 
읽기 위해서는 언어적 능력이 필요하겠네요.
 
외국어(라틴어) 어려움 판정
 
라이첼:
라틴어 Roll
기준치: 41/20/8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악)
 
...음, 너무 어려운 글자예요.
 
조금 공부한 것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이첼:"음... 나중에 생각날지도 몰라."
 
일단 곱게 접어서 챙겨둔다.
이번엔 그림을 둘러본다.
 
검은 머리를 덥수룩하게 기른 남자가 여인에게 석류알을 건네는 내용의 그림입니다.
 
여인은 주저하는 안색으로 검지와 엄지만을 사용해 석류알 딱 한 알을 집어듭니다.
 
화풍은 동양화인데, 내용은 서양의 신화와 흡사합니다.
 
라이첼:"... 페르세포네 이야기와 비슷하네."
 
동양풍으로 그려진 것이 인상 깊어 조금 더 바라보다가 문득 방안에 널린 석류가 신경 쓰인다. 이상한 괴물들이 오가는 것도 그렇고 지옥도도 그렇고..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그림 아래에 있는 탁자 B를 본다.
 
조각상이며 서간 따위가 올려져 있는, 장식용 탁자입니다.
 
허리 높이까지 올 정도로 높이가 제법 되는 편입니다.
 
라이첼:조각상과 서간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조각상은 나비 날개가 달린 여자와 화살촉을 든 남자가 키스를 하는 조각상입니다.
 
입맞춤은 격렬하고 격동적입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희끄무레한 연기 같은 것이 어슴푸레 맺혀 있습니다.
 
연기는 끊임없이 피어오릅니다.
 
라이첼:"어머..."
 
잠깐 얼굴을 붉힌다. 남사시럽게. 근데 이건 또 프시케 이야기네. 신화에 관계된 것이 많은 방이라 생각한다. 연기는 뭐지?
 
듣기 판정
 
라이첼:손부채질로 살짝 휘휘 해본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기 가까이 다가가자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사랑해요, 프쉬케."
 
"키스해줘요. 기꺼이 당신의 사랑, 당신의 영혼을 삼킬게요."
 
라이첼:영혼을...? 그저 사랑의 맹세일 수도 있겠지만,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괜히 더 묘해서 조각상과 멀어진다.
그래, 방을 감상할 때가 아니지, 내가. 고개를 젓고 서이방의 문을 슬쩍 열어본다.
 
다 본 걸까?
 
라이첼:아, 그 전에 놓친 것이 없나 다시 둘러본다.
 
서책이^^ 눈에 띈다.
 
라이첼:책! 책을 봅시다!
 
책을 봅시다 건강에 좋은 책
 
내용을 읽어보면, 누군가가 오랫동안 사랑하는 이에게 보냈던 서간을 엮은 것입니다.
 
라이첼:"이곳 주인이 쓴 편지인가? ...이디스."
 
아까 지도에 적혀 있던 이름을 떠올렸다. 긔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곳 주인이 인간이 아닌 것도 확실해졌다. 낯빛이 조금 희게 질린다. 침착하자..
"... 밖에 있는 거 인간 아니었잖아. 무슨 일이람."
고개를 휘휘 젓고는 다시 서이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서이방의 문에 손을 대면,
 
누군가 뒤에서 당신의 뒷덜미를 잡아챕니다.
 
라이첼:"으악!!"
화들짝 놀라며 돌아본다.
 
바르바토스:넌 뭐야?
 
라이첼:"어..? 어어.. 아, 안녕하세요."
 
사람인가? 나랑 같은 사람인건가..? 어색하게 웃으며 눈치를 살핀다.
 
"그.. 여기 사세요?"
 
바르바토스:그래. 이곳의 주인이야.
넌 어디에서 왔지?
 
라이첼:아이고 사람이 아니구나! 긴장하며 정신을 바짝 차린다.
 
"그게.. 사막에서 길을 잃었는데.. 우연히 여기를 발견했어요. 그런데 여기 계시는 그 하얀 분이 저는 아니라고 하는데도 자꾸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숨 하나에 변명과 해명을 다담았다.
"지금 나갈게요!"
 
바르바토스:....아니야. (손을 놓는다.)
여기에 있어도 돼. 여기에 있어야 할 거야. 밖은 오직 모래뿐이니까.
 
라이첼:"어, 하지만 폐를 끼칠 순 없는걸요."
 
나가게 해주세요.
 
"제 일행들도 저를 걱정하고 있을 거고."
 
바르바토스:나가도 일행은 만날 수 없을거야. 이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거든.
 
라이첼:"아... 그럼 어떻게 해야 돌아갈 수 있을까요? 사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싶긴한데.. 전 정말 실수로 들어온 거거든요."
 
울상이 된다.
 
바르바토스:..그렇게 나가고 싶어?
모래폭풍이 멎을 때까진 이곳에 있어. 폭풍이 멎고 꾸준히 걸으면,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라이첼: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의 가닥이 보인다. 어둡던 낯빛에 화색이 돈다.
 
"정말요? 세상에, 다행이다. 그으럼.. 그때까지만 신세를 질게요. 얌전히 있을게요."
 
다행히 나를 해칠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까. 최대한 무해함을 어필했다.
 
바르바토스:(그 모습을 보다가 작게) ...로젤의 환생이 맞는 것 같은데.
 
라이첼:"네?"
 
네 말을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환생?
 
바르바토스:(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불쑥 빠져나온 듯 웃으며)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당분간 여기에서 지내는 걸로 알고 있을게.
 
라이첼:"아, 네. 감사해요. ...저택 주인님?"
 
호칭을, 어떻게 하는가.
 
"저는 라이첼이예요."
 
바르바토스:반가워, 라이첼.
나는 바르바토스... 아니, 그냥 바티라고 불러.
 
라이첼:"네, 저도 반가워요, 바티."
 
웃으며 끄덕였다.
 
"그런데 폭풍은 언제쯤 멈출까요?"
 
바르바토스:(이름을 듣고는 작게 웃었다.)
사막의 날씨는 여간 변덕스러운 게 아니지. 이곳엔 모자란 것도 없으니 마음 편히 개일 때를 기다리는 편이 좋을 거야.
너는, 다른 가족은 없는거야?
 
라이첼:기약이 없다는 거구나.. 동료들이 걱정할 텐데. 내 양들은 어쩌지. 조금 우울해졌다가 네 물음에 끄덕였다.
 
"네, 가족은 없어요. 사별했거든요. 지금은 가족과 다름 없는 동료들과 지내고 있어요."
 
바르바토스:그래, 그렇게 사는구나. 누가 괴롭히지는 않고?
 
라이첼:"딱히 괴롭히는 사람들은 없어요. 다들 좋은 분들이거든요."
 
그들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고아인 날 이렇게까지 키워주었으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가끔 다툴 때도 있지만.
 
바르바토스:...다행이야.
(진심으로 그렇다는 듯이 웃었다. 동시에 슬퍼 보였다.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라이첼:분명 초면일텐데.. 어째서인지 나를 염려하는 것 같기도 한 물음이 의아했다. 네 얼굴에 떠오른 표정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다.
 
"음.. 바티는 시종분들 말고 다른 가족은 없나요?"
 
바르바토스:없어. 나는...
(말을 하다가 뚝 멈춘다.)
이만 쉬어. 모래폭풍을 뚫고 오느라 많이 피곤할 텐데.
 
그 순간 머릿속으로 찡-하는 소리가 울립니다,
 
라이첼:"어..?"
 
......긴장한 채 이야기를 나누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요
 
까맣게 좁아든 시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바티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는......
 
울고 있나요?
 
어째서?
 
...
 
당신은 쓰러져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몸이 편치 않습니다.
 
아니지, 당신은 그냥..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힘든 거예요.
 
너무나도 지쳐서.
 
너무나도 외로워서.
 
너무나도 슬퍼서.
 
당신은 익숙한 누군가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 이름을 부르자, 단단하게 얼어 붙었던 심장이 족금은 녹아들고,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유일한 이유.
 
그러나 그 사람은 이곳에 없습니다.
 
당신은 눈을 느리게 삼박입니다.
 
흐리멍덩한 시야가 또렷해지며 당신 주변에 있는 존재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 사람하고는 똑같게 생겼지만, 결코 같을 리 없는......
 
그래요.
 
그 사람은 죽었습니다.
 
당신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죠.
 
그래서 당신은 허무해진 채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심정으로요.
 
"나를 내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해주겠어?"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악마가 무엇이라 속삭이는 것과 동시에,
 
당신은 꿈에서 내쫓깁니다.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방금 본 건 전생이었어요.
 
그러나 당신은 전생의 기억을 가볍게 떨쳐버립니다.
 
당신이 겪지도 않은 일에, 당신의 것이 아닌 감정을 적선하고 싶지 않습니다.
 
...
 
정신을 차리자 낯선 방입니다.
 
눈을 뜬 곳은 침실입니다.
 
침실과 응접실을 살필 수 있습니다.
 
라이첼:조금 뒤숭숭한 기분이지만 가뿐하게 떨쳐냈다. 피곤해서 그대로 잠들었나?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을 시선으로 둘러본다.
 
[[전신 거울]에 침대에 누워 있는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창문]은 굳게 닫혔고,
 
벽에는 [여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옷장]도 보입니다.
 
[미닫이문]너머로 가구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라이첼:시선이 닿는대로 전신 거울을 보았다.
 
...거울을 자세히 보니...
 
당신 대신 낯선 사람이 보입니다.
 
머리가 산발이 된, 피투성이의 여인이.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것에 공포심이 차오릅니다.
 
이성 판정.
 
라이첼:
SAN Roll
기준치: 73/36/14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라이첼:뭐야? 이게 뭐지? 뭐야?
얼른 내 몸을 내려다본다.
 
뒤로 말아 올린 푸른 머리.
 
청보라빛 눈동자.
 
당신과 비슷한 그 모습은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림입니다.
 
그림 속 주인공은 당신과 꽤 닮았습니다.
 
같은 사람을 조금 다르게 그렸다고 해도 무리가 없ㅅ브니다.
 
...설마 당신은 전생에 저런 모습이었을까요?
 
라이첼:"아...."
 
깜짝이야.. 그제야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별개로 설마 내 전생의 모습인가 싶어 기분이 기묘해졌다. 전생의 나는.. 고통 받았던 건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 눈빛을 보고 있으면 보고 있을수록 더욱 낯익은 느낌이 듭니다.
 
그뿐입니다.
 
라이첼:휴... 꿈이며 그림이며 놀랐던 마음을 털어내려 고개를 저었다. 바람이 쐬고 싶네. 그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 닫힌 창문을 열어본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여나요?
 
라이첼:열어본다.
 
창문을 열자
 
불쑥!
 
눈을 가린 괴물이 얼굴을 들이밉니다.
 
라이첼:"으악!!!"
 
목에 달린 입이 죽 찢어집니다.
 
미소를 짓는 걸까요?
 
라이첼:거의 자빠졌다. 심장이 벌렁벌렁...
 
하얀 괴물:모래폭풍이 심해요.
인간의 영혼은 바깥에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겠어요.
 
라이첼:"ㄴ, 네에..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쭈뼛쭈뼛 끄덕였다.
 
그 어깨 너머로 바깥의 모습을 살펴보면,
 
모래폭풍 때문에 하늘은 누렇고 정원은 흙먼지가 부옇게 일어나 엉망입니다.
 
라이첼:바람을 쐴 때가 아니구나..
 
관찰 판정
 
라이첼: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저런
 
하얀 괴물:뭘 그렇게 내다보시는 건가요?
인간의 영혼은 모래폭풍과 만나지 않는 편이 좋아요.
 
그렇게 말한 괴물이 창문을 탁 닫아버립니다.
 
라이첼:"아, 네, 하하.. 그냥 네.."
 
닫힌 창문에 끄덕이고 머리를 긁적인다.
에효.. 놀란 가슴을 다시 쓸어내리곤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예정이니 옷장이나 열어보기로 한다.
 
옷장에는 [남루한 옷]이 여러 벌 걸려 있습니다.
 
여인의 것이군요.
 
그 옆에는 좋은 천으로 만든, 질이 좋고 [화려한 옷]이 있습니다.
 
이것도 여성복입니다.
 
라이첼:같이 사는 가족이 없다고 했는데.. 예전에 입던 것들일까? 고개를 갸웃하며 남루한 옷부터 본다.
 
남루한 옷을 뒤지다 보니 팬던트를 발견했습니다.
 
팬던트는 안에 그림을 넣어 보관할 수 있는 로켓 형식입니다.
 
라이첼:"응? 왠 팬던트?"
 
열어본다.
 
그 팬던트에 손을 대는 순간...
 
아아아아아아악!!!
 
벽에 걸린 초상화에서 고통에 찬 여자의 비명소리가 날카롭게 터져 나옵니다.
 
라이첼:몹시 놀라며 팬던트에서 당장 손을 땠다.
 
동시에 열린 팬던트 안에서 당신은 바티를 그린 초상화를 발견합니다.
 
...이 방의 주인은 바티의 연인일까요?
 
라이첼:"뭐야, 정말... 내 전생 대체 뭐였던 거야."
 
벌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다잡았다. 저건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화려한 옷이나 본다.
 
한 번도 입은 흔적이 없는 새 옷입니다.
 
이 옷의 주인은 어디로 간 걸까요?
 
라이첼:이 옷의 주인도.. 그림 속 저 여자인걸까? 일단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 이것도 보기만 하고 내버려두기로 한다. 저 문은 뭐지? 옷장을 닫고 미닫이 문으로 다가간다.
 
미닫이문을 열면 응접실의 모습이 보입니다.
 
라이첼:"오.."
 
두리번 둘러본다.
 
응접실에는 붉은 나무로 만든 책꽂이, 책상, 병풍 등이 있습니다.
 
라이첼:"잘 꾸며져 있네."
 
두리번거리다가 가장 눈에 띄는 병풍을 본다.
 
동양화가 그려진 병풍입니다.
 
이런 식의 실내 장식품은 생전 처음이라 신기하군요.
 
자세히 살펴보면 내용을 알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창세기를 표현한 것입니다.
 
라이첼:"와.. 뭘까, 이건?"
 
신기한 표정으로 내용을 본다. 창세기? 그러고보니.. 그 방에도 동양풍으로 서양의 신화가 표현된 작품들이 많았지. 기묘하지만 제법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시선을 돌려 책상을 본다.
 
자세히 보지 않고 가나요?
 
라이첼:아 더 자세히 볼 수 있구나. 본다!
 
봅니다!
 
어느날, 뱀이 눈을 뜹니다.
 
그것은 호기심에 동산의 가운데에 있는 사과나무 주변을 배회합니다.
 
뱀은 마침내 그곳에 살고 있는 여자와 남자를 유혹합니다.
 
꾀임에 넘어가 여자와 남자는 사과를 먹고 뱀은 신으로부터 평생 땅을 기라는 저주를 받습니다.
 
이 모든 것은 뱀의 시점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신을 기만하는 악마의 시점으로.
 
병풍의 마지막 장에는 오래된 언어로 문구가 쓰였습니다.
 
읽기 위해선 외국어(라틴어)판정
 
라이첼:"어, 이건.."
라틴어 Roll
기준치: 41/20/8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집중해서 한 번 더...?
 
아직은 사과... 정도밖에 읽지 못하겠어요.
 
한 번 더 볼까요?
 
라이첼:배웠던 기억을 다시! 집중해서! 살리고!
라틴어 Roll
기준치: 41/20/8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다시 집중해 기억을 더올려보았지만 안다, 아는? 알고... 그 정도밖에 더 읽을 수 없었습니다.
 
라이첼:눈물이 앞을 가리네...
어려워서 그래.. 외면하며 책상이나 본다.
 
책상 위에는 사과 한 바구니가 놓여 있습니다.
 
라이첼:"사과네?"
 
병풍과 사과를 번갈아본다. 저쪽 방엔 석류 그림과 석류가 있더니.. 바구니를 본다.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탐스럽게 잘 익어 군침이 돌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프지는 않아요.
 
라이첼:아직 그리 배가 고프지 않으니 내버려두고 이번엔 책장을 본다.
 
책꽂이에는 [책]과 [필기구] 따위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라이첼:이런 곳엔 어떤 내용의 책이 있을까? 호기심에 책을 꺼내 펼쳐본다.
 
오래된 유럽의 언어로 쓰였습니다.
 
어쩌다 이런 고서적이 이곳에까지 흘러들었을까요?
 
이곳은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인데요.
 
내용을 보려면 독일어 판정이 필요합니다.
 
라이첼:제가 딱 보여드리죠
 
GM:
 
라이첼:
독일어 Roll
기준치: 1/0/0
굴림: 10
판정결과: 실패
아깝네..
 
GM:아이고
 
라이첼:이건 진짜 아까웠다
 
잘은 모르겠지만 의학에 관한 책으로 보입니다.
 
라이첼:"으.. 눈이 빙글빙글.."
 
다시 돌려두고 언어능력이 필요없는 필기구나 본다.
 
붓이나 먹 등 동양에서 쓰는 필기구가 있습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 먹은 단정하고 붓은 깨끗하군요.
 
특별히 볼 건 없습니다.
 
라이첼:오 동양풍 물건!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조금 더 살펴보고는 방을 휘돌아 침실로 돌아간다.
방 구경은 다 했는데.. 창문 열었다고 혼난 걸 보아 나가면 안 되는 것 같고. 침대에 털썩 앉는다.
 
침실로 돌아오려니 저 뒤에 굳게 닫힌 문 하나가 보이지만, 일단은 돌아오기로 합니다.
 
라이첼:아니, 나 왜 이렇게 시야가 좁지? 다시 벌떡 일어나 응접실의 그 닫힌 문으로 간다.
 
아직 안 본 것은.. 이곳의 침대와 초상화 정도일까요.
 
그렇죠. 그 문도 아직입니다.
 
문을 열어보려고 손을 대지만
 
철컥
 
아무리 힘을 주어도 열리지 않습니다.
 
라이첼:"아.. 실망.."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침실로 돌아가 초상화나 본다.
 
거울에서 보았던 그 여인의 초상화입니다.
 
동양의 화가가 그린 듯합니다.
 
여인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래, 본래는 그랬습니다.
 
당신이 거울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요.
 
기억 속의 그림은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여인은 산발이 된 채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발치에는 기이한 문양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속 여인의 눈동자가 데구르륵, 돌아가더니
 
당신과 마주칩니다.
 
라이첼:"헉!"
 
여인이 속삭입니다.
 
"복수해야지. 다 죽여버려야지."
 
그림이 움직이는 것을 목도한 탐사자, 이성체크
 
라이첼:
SAN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괴물이 돌아다니고 지옥도가 살아 움직이는 이곳에서 겨우 여인의 그림이 움직이는 것은 별 일도 아닐 겁니다.
 
라이첼:그래, 여긴 이상한 곳이니까.. 애써 침착하기
 
그때 그림의 뒷부분이 둥그렇게 부풀어 오릅니다.
 
라이첼:"뭐야, 뭐야.."
 
그림에서 최대한 멀어진다.
 
툭,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가 그림 밑으로 떨어집니다.
 
라이첼:"응..?" 시선만으로 떨어진 것을 본다.
 
반으로 깨진 유리 구슬입니다.
 
라이첼:"어라..? 이건 뭐지."
 
다가가 주워 살펴본다.
 
용도는 알 수 없지만 유해해 보이진 않습니다.
 
라이첼:일단은 챙겨둔다. 그림을 다시 흘끔 보고는 침대로 돌아가 털썩 앉는다. 다른 것은 쳐다보기 무서우니 안락한 침대나 살핀다.
 
이제 보니 침대 머리맡에 당신의 [짐]이 놓여 있습니다!
 
모래폭풍을 만난 바람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찾아주었나봅니다.
 
바티일까요?
 
라이첼:"앗! 세상에!"
 
짐을 냉큼 풀어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지 본다.
 
모든 모든 짐을 다 찾지는 못했지만 당신에게 중요한 물건과 시시한 종이 몇 장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라이첼:"휴..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바티가 찾아준 걸까? 나중에 고맙다고 인사해야겠다.
 
종이도 당신 걸까요
 
라이첼:그러고보니 이 종이는 뭐지? 원래 있던 걸까? 꺼내서 본다.
 
요즘 사교계에서 유행하는 플라톤의 경구시 일부를 적어둔 것입니다.
 
'아가톤에게'가 눈에 띱니다.
 
라이첼:"... 시는 언제나 난해하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
고개를 절레절레하곤 일단 내 물건은 아니니 머리맡에 잘 둔다.
 
그때 응접실 바깥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라이첼:응? 아까 들었던 그 시종들의 발굽소리인가? 고개를 갸웃하며 응접실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본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아무리 힘을 주어도 열리지 않던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응접실 쪽의 문입니다.
 
문을 열고 등장한 것은... 바티네요.
 
라이첼:"어, 바티. 어디 다녀오는 길이예요?"
 
바르바토스:어, 그냥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이 문을 열려고 했다고, 튀징그들이 알려줬어.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라이첼:"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바깥 바람을 쐬려고 했어요. 그런데 모래 폭풍이 많이 분다고 하더라고요. 튀징그구나, 이름이.."
 
매우 독특하고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네.
 
바르바토스:응, 튀징그라고 해. 그래보여도 좋은 애들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진 않아도 돼.
(안심시키듯 말을 하면서 실실 웃어 보인다. 그러나 이내 안으로 들어서고 문을 닫더니, 그대로 문 앞에서 서서 시선을 떨어뜨린다.)
저기...
 
라이첼:"네, 그런 것 같아요. 상냥하던걸요."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기도 했지만 어찌됐건 염려에 그런 것이었으니까. 웃으며 끄덕이다가 말을 머뭇거리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네?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바르바토스:...별 건 아니야, 그냥... 아, 그래, 이 문. 문은 내 영혼에 반응해서만 열리니까 나가려 하지 말고 그냥 여기에만 있는 편이 좋을 거라고. 그 말 하려고 했어. 알다시피 밖엔 아직 폭풍도 심하고.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 없겠지만.
(불안해하지 말라고?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입이 떨어졌다가 그냥 도로 닫힌다. 하지만 아직 정작 하고자 하는 말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두 손끝을 맞대고 그 자리에 서서 미적거린다.)
 
라이첼:"아.."
 
그래서 안 열렸던 것이 당신이 오니 열린 거구나. 역시 이곳은 문도 평범하지 않아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말하자면.. 당신의 허락 없이 나갈 수 없단 의미이기도 했지만, 딱히 나쁜 대상으로 보이진 않으니까. 폭풍이 그치면 어련히 보내주겠지 생각했다. 그러다 뭔가 정작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는지, 미적이는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하기 어려운 말인가..?
 
"어..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편히 말씀하셔도 돼요."
 
바르바토스:(그러기를 꽤 한참, 그 뒤에야 침실 쪽으로 가서 네 손을 잡아 끈다.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서야 결심이 선 듯 눈을 바로하고 널 응시하며)
당사자에겐,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사실 넌 내가... ..-사랑하던 사람의 환생인 것 같거든.
 
라이첼:어리둥절한 기색으로 침대에 앉았다. 그 후 마주한 당신의 눈동자가 사뭇 진지해서 조금 긴장했다. 그러다.. 이어진 말은 짐작하던 사실을 확인 받은 것 같아서 놀라웠지만, 동시에 알던 것이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 다만, 사랑하던 사람이란 것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게 했다.
 
"엇.. 어어, 그래요? 제가요?"
 
바르바토스:이해하기 힘들 거라는 거 알아. 그래도 들어. 아니, 들어줬으면 좋겠어. 넌 전생에 날 소환한 인간이었고, 죽으면서 나한테 널 사랑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난 한 가지 약속을... 아니, 이건 잊어버려.
중요한 건 내가 아직 널 사랑한다는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래서 .. 갑작스럽겠지만, 내 연인이 되지 않을래?
(사랑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고백도 제의도 제가 먼저 해본 적이 없는 악마는 과연 이게 맞는 방식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뱉었다.)
 
라이첼:세상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었구나.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절로 어머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남의 로맨스를 듣는 처자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전생이란 것은 느낌으로 알겠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때문에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신기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네 갑작스러운 고백에 사고가 정지했다.
 
"...? 네엣?"
 
연인? 갑작스럽게? 나나나는.. 당신에 대한 기억도 없고 무엇보다.. 심장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몹시 당황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바르바토스:(그 표정을 보자 눈 안 가득 실망스러운 기색이 비친다. 역시 다르구나. 같지만, 그 본질은 같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몇백 년을 버텨왔던가.
소원이라면 이미 오래 전에 끝났을 텐데. 아직도 놓지 못한 그 모습을 떠올리며 잡고 있던 네 손목을 조금 더 힘주어 잡았다.)
이상하게 들린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는 정말로 널 사랑해. 네가 그때와 다른 모습이어도 난 널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어. 널 사랑해달란 소원은 이미 오래전에 지워졌겠지. 하지만 난 아니었어. 이런 날 봐서라도 어떻게든 안 되겠어? 내가.. 내가 널 포기할 수가 없어, 로.. 아니, 라이첼.
 
라이첼:실망한 눈빛을 보니 안타까움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기억이라도 있다면 좋을테지만 난 정말로 당신에 대해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설렘 한 조각조차도.. 아, 사랑한다는 그 말에는 조금 동요하였을까.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당신도 날 모르지 않아?
 
"오, 바티.. 그러니까, 음.."
 
간절함이 느껴지는 듯한 당신의 손에 잠시 시선이 닿았다가 빗겨나가고, 머뭇거림 끝에 당신과 시선을 마주했다.
 
"바티, 당신이 사랑하는 건 제가 아니에요.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라이첼이 아니잖아요."
 
방 안에 걸려 있는 그림에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마주하고 손목을 쥔 당신의 손등을 도담였다.
 
"당신의 사연은 무척 안타까워요. 그게, 그러니까.. 전생의? 제 소원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요. 그 속박에서 벗어나게 제가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요?"
 
바르바토스:아니야...!!!
(그 순간 그는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화가 난 것도, 깊이 슬퍼하는 것도 같았다. 이윽고 그는 좌절하듯 제 얼굴을 감싼 채 주르르 주저앉았다.)
아니야.. 이건 속박이 아니야. 그 소원 때문만이 아니라고. 이미 소원은 끝났어. 소원은 자신을 죽을 때까지 사랑해달라는 거였는데... 하지만 난 아직도 널 사랑해. 넌 로젤이 아니지만 동시에 로젤이야. 난 그거면 돼. 내 옆에 있는 게 너이기만 하면 된다고.
(잔뜩 웅크려든 몸이 잘게 떨렸다. 손틈새로 엿보이는 눈동자에 광기와도 같은 분노와 집착이 스쳤다. 손을 치우자 어느새 얼굴에 붉게 손톱 자국이 남아 더욱 흉흉했다.)
날 도울 방법은 날 사랑해주는 것뿐이야, 라이첼.
(정말로 안되겠어? 그렇게 묻듯 다시 눈과 눈이 마주쳤다.)
 
라이첼:손을 뿌리치며 고함을 치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하니 순간 겁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해코지라도 하려는 걸까 싶어 나도 모르게 움츠리던 차 다시 주저앉는 모양새는 또 안쓰러우니 이래저래 혼란스러웠다. 소원 때문이 아니라니.. 거기다 전생의 그 사람이 나라니. 뭔가, 인간이 아닌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걸까? 갈피를 못 잡는 사이 드러난 당신의 얼굴과 눈빛에 또다시 두려움을 느끼며 헛숨을 집어 삼켰다. 내가 아는 존재가 많진 않지만.. 그중에서 꼽자면, 그래.. 마치 악마처럼 보였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다가 두려움에 쿵쿵이는 가슴을 꾹 쥐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하지만 전 당신에 대해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요. 기억도, 감정도. 제가 노력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걸요. 전... 전, 사랑하지 않아요."
 
바르바토스:(겁에 질린 표정을 보고선 아차 싶어 허둥지둥 제 기세를 풀어냈다. 어느새 덤벙댈 듯한 흔한 사내처럼, 혹은 주인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강아지처럼) 미안해, 그럴, 겁을 줄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며 횡설수설하다가, 다시 슬픈 모습이 되었다. 역시 안 되는구나. 인간들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미안해.
(그러나 그는 정말로 포기할 수가 없어서 한참 동안이나 눈앞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넌 아무것도 모를 텐데, 그런 네게 이런 부탁을 해서. 하지만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곤 제 주머니를 뒤져, 작은 손거울을 네게 내밀었다.)
..이건 혹시라도 위험해지면 쓰라고.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말야. 오늘은 일이 많아 피곤할 텐데 누워서 푹 쉬어.
(잔뜩 힘 빠진 목소리로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간다.)
 
라이첼:숨이 턱 막히던 기세가 풀리긴 했지만 쿵쿵대는 심장이 금새 가라앉진 않았다. 젠틀하던 당신이 언제 또 그리 변모할지는 모를 일인 거니까. 그만큼 충격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초월적인 존재의 기세란. 괜찮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아서 입술만 몇 번 달싹였다. 당신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동안에도 몇 번의 짤막한 눈맞춤만 있었을 뿐이다. 때문에 당신이 내민 손거울도 주춤주춤 받았다.
 
"...네, 염려 감사해요. .. 바티도 푹 쉬어요."
 
형식적인 인사를 건냈다. 폭발적인 모습을 보일 때완 참으로 대조적인 탓일까. 힘이 잔뜩 빠진 음성은 조금 안쓰러웠다. 당신이 돌아서면 그제야 고개를 들어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무어라 할 말은 없었다. 나는 그 마음에 응해줄 수 없으니까. 간신히 형식적인 인사만 또 한 번 뱉어냈다.
 
"... 잘자요."
 
적절한 인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르바토스:(나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며)
아, 맞아. 저녁은 먹었어? 뭐라도 먹어두는 편이 좋아. ...폭풍이 멎은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라이첼:"..네? 아, 아직요. 배가 안 고파서.. 나중에 고프면 먹을게요. 염려 고마워요."
 
그러고보니 딱히 뭘 먹은 것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허기가 안 지네.
 
바르바토스:...먹어둬.
(간단히 끄덕이고는 다시 문을 열어 사라졌다. 몇 번이고 미련이 남은 눈길로 다시 쳐다보았지만, 그뿐이었다.)
 
라이첼:당신이 밖으로 나가고 문이 닫히고 나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 다시 생각해도 무서운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이곳에 들어올 때 보았던 지옥도라던가.. 그런 것만 보아도 안심할 상대가 아니었을 수 있는데.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걸까? 비죽 염려가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린 거울을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다 본다. 이제서야 자세히 들여다 본다.
 
바티가 떠날 즈음, 당신은 깨닫습니다.
 
저 작자는 역겹게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미쳐버렸으며
 
당신은 그 때문에 당신을 향한 것 아닌 사랑을 받으며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당신에게 주어진다고 해서 그 사랑이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떤가요.
 
이런 사랑을 바랐던 적 있나요?
 
폭력적으로, 맹목적으로 퍼부어지기만 할 뿐인 사랑을
 
원한 적이 있나요?
 
라이첼:적어도 라이첼로서의 기억에선 바란 적이 없다. 전생의 나는 바랐던 걸까?
 
어찌 되었든 지금으로선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만이 자명합니다.
 
그럼 당신은 이제 무얼 할까요?
 
라이첼:...개구멍을 찾나?
 
저녁을 먹나요? 아니면 그냥 자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라이첼:아까의 일로 허기지기보다는 피로해졌다. 일단 휴식을 위해 자야겠다.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듭니다.
 
내일 눈을 뜨면 문이 절로 열려 있고, 모래폭풍도 멎어 있길 빌어야지요.
 
정신 없던 하루가 저뭅니다.
 
...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창문을 타고 넘어 오는 여인의 울음소리.
 
스산합니다.
 
지금 이곳엔 당신 뿐입니다.
 
라이첼:"응..? 뭐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뭐야, 무서워.
 
울음소리가 자근자근하게 이어집니다.
 
라이첼:어떡하지.. 창문에 귀를 살짝 대본다.
 
내원 쪽에선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라이첼:응? 여기가 아닌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물론 소리는 들려오고요!
 
라이첼:아! 어어.. 열어봐야 하나..? 하지만 무서운데! 일단 거울.. 주섬주섬 거울을 챙긴다. 잠들기 전에 그 여자 그림을 봐서 몹시 무섭다. 창문이 열릴까? 살짝만 당겨본다.
 
다행히 창문은 열립니다.
 
창문을 열자 고요한 내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무도 없네요.
 
튀징그도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요.
 
해가 지기 전까지 내내 불어닥치던 모래폭풍도 소강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울음소리는 더더욱 날카로워집니다.
 
귀가 아려올 정도로.
 
라이첼:폭풍이 멎었어.. 그럼 나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일단 이 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꽉 막아본다.
 
귀를 막으니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지만 여전히 소리는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밖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나가볼까요?
 
라이첼:그래, 일단 나가보자. 주섬주섬 내 물건을 챙기고... 혹시 몰라서 작은 거울도 챙겼다. 조용 조용히 창문틀을 넘어선다.
 
창문은... 사람이 넘기에는 너무 조그맣습니다.
 
라이첼:아이고.. 문으로 나갈 수 있나..? 바티가 있어야만 나갈 수 있다고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시도해 보자.
 
문 쪽으로 다가가자 바티가 주었던 손거울이 희미하게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문을 열고 나가나요?
 
라이첼:응? 빛이 나네? 조심스럽게 열고 나가본다.
 
달칵.
 
문이 열리고 조용한 저녁의 내원이 드러납니다.
 
[돌담], [덤불], [연못]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울음소리는 사방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라이첼:이렇게 시끄러운데 왜 아무도 없을까? 나만 깨어난걸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원을 두리번 거린다. 우선 가까우 ㄴ돌담에 시선이 닿았다.
 
돌담은 당신의 키보다 훨씬 높습니다.
 
너머를 보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네요.
 
라이첼:안타깝다, 나의 키.. 그럼 중앙에 자리한 연못을 본다.
 
내원 가운데에는 연못이 패여 있습니다.
 
[물]에 비친 달이 잔잔하게 일렁입니다.
 
연못을 건너는 다리에 [전각]이 달려 있습니다.
 
라이첼:은은하고 좋은 분위기네. 전각에 먼저 가본다.
 
전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물을 지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을 지나갈까요?
 
라이첼:지나기 전에 흘끔 물부터 본다.
 
물을 쳐다보면...
 
안에 둥둥 떠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여요.
 
라이첼:어..?
 
물의 흐름에 따라 그녀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나부낍니다.
 
라이첼:거울을 꼭 쥔다.
 
관찰 판정
 
라이첼: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보고 있자니 턱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보니,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라이첼:무슨 문양인지 본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가는 순간
 
투명했던 물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물듭니다.
 
부글거리면서 거품이 들끓습니다.
 
부풀어 오른 거품의 표면에 살육의 광경이 비칩니다.
 
라이첼: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주춤주춤..
어...?
 
어떤 곳은 전쟁입니다.
 
군마가 바닥에 쓰러진 병사의 배를 짓밟아 내장을 터뜨립니다.
 
어떤 곳은 처형입니다.
 
무딘 칼이 누군가의 목을 몇 번이고 내리치자 붉은 피가 스멀거리며 새어나오고,
 
목이 반쯤 잘린 너덜너덜한 몰골로 살아 있는 사람이 눈을 홉뜹니다.
 
비명과 신음, 저주와 회한으로 작곡한 교향곡이 울려 퍼집니다.
 
썩고 부패한 것의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연못 안에 선 채로 떠 있던 사람이 당신을 향해 헤엄칩니다.
 
그것은 귀까지 찢어진 입을 크게 벌리고,
 
로젤!
 
당신의 것이었던 이름을 절규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발목을 향해 손을 뻗지만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연못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그것이 몇 번이고 수면을 두드립니다.
 
쾅. 쾅. 쾅.
 
철로 철을 때리는 듯한 거친 소리가 납니다.
 
이성 판정.
 
라이첼:
SAN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저 사람...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있어요.
 
라이첼:어차피 다가오지 못해 나에게!
 
이번 생에서 말고, 전생에서요.
 
당신에게 악마를 부를 수 있는 주문을 알려주던 사람,
 
마을에서 시체를 끌고 가던 사람이에요.
 
그녀가 왜 이곳에 갇힌 걸까요?
 
라이첼:어떻게 된 일이지..?
일단 위험해 보이니 물러난다.
 
관찰 판정
 
을 할까요?
 
라이첼:이곳의 주인은 바티인데.. 바티가 가둬둔 건가? 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거품을 바라보고 있자
 
촛불 수백 자루에서 촛농이 흘러내립니다.
 
눅진한 열기
 
제단에는 백 개의 병이 놓였습니다.
 
희끄무레한 연기가 병 안을 말벌처럼 쏘다닙니다.
 
그녀, 이디스는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모은 채 낯설다 못해 꺼림칙한 언어를 중얼거립니다.
 
영창이 길어지자 이디스 앞의 공간이 길게 찢어집니다.
 
동시에 지축이 흔들립니다.
 
어둠은 실체가 있는 것처럼 아래로 끊임없이 낙하합니다.
 
병이 바닥으로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집니다.
 
병 안에 갇혀 있던 사람의 영혼들이 허공을 헤엄칩니다.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
 
이디스의 뒤편에서 빛이 치듭니다.
 
...바티입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디스를 손톱으로 찢어발깁니다.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 순간 훅 정신이 듭니다.
 
라이첼:아?
 
당신은 여전히 손거울을 들고 물 앞에 서 있습니다.
 
라이첼:어..? 뭐지, 방금 본 건..? 주위를 얼떨떨하게 두리번 거린다.
다시 물을 본다. 그 여자는 여전히 있는걸까?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라이첼:뭔가 멍한 느낌이다. 아까 본 그 광경이 몹시도 충격적이라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환각을 본 걸까? 고개를 저어 털어내고 생각이 복잡한 상태로 전각으로 걸음한다.
 
연못 중앙에 위치한 것은 붉은 기와가 얹힌 전각입니다.
 
사방이 뚫려 있어 바람이 스칩니다.
 
바람은 어떤 모래도 머금지 않습니다.
 
오히려, 습윤한 듯......
 
그 위에 바티가 서 있습니다.
 
그가 조용히 당신을 돌아봅니다.
 
라이첼:매우 당황. 괜히 뭐랄까, 도망가려다 들킨 것 같은 기분이다.
 
"..안 자고 있었네요?"
 
하긴 그 비명소리를 당신도 들었다면 못 자는 게 당연하겠지만.
 
바르바토스:...응.
(아주 작게 웃으며, 네가 온 곳을 본다.)
..밤새 생각해봤어. 네 말. 내가 원하는 게 네가 아니라는 거. 그건 우리가 서로를 몰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방금 결심했어.
궁금한 게 많지 않아? 뭐든 알려줄게.
 
라이첼:결심했다는 말에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와서 눈을 굴리다가 뭐든 알려주겠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이상한 환각같은 것을 봤기 때문일까. 확실히.. 궁금한 것이 많았다.
 
"뭐든지.. 요?"
 
바르바토스:그래, 내가 알고 네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라이첼:"어..."
 
응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에 스쳤지만. 묻는 것 정도는..
 
".. 일단 당신이 누군지 알고 싶어요. 이름 말고 다른 것들이요."
 
바르바토스:...나는... (잠시 생각하다) 너희의 소환에 응하는 존재. 너희의 소원을 이뤄주는 동시에 계약을 하는 존재. 너희가 흔히 말하는 '악마'.
세 가지 소원을 이뤄준다, 고 하지. 보통. 그렇다고 신처럼 뭐든 다 해줄 수는 없겠지만.
 
라이첼:악마.. 세상에, 정말로 악마였구나. 아까의 흉흉했던 모습이 떠올라 당신의 얼굴에 살짝 겹쳤다가 사그라졌다. 전생의 내가 악마랑 계약했단 말이야?
 
"전생의 저는.. 왜 당신을 소환했나요? 계약의 대가는 뭐어요? 영혼인 줄 알았는데..."
 
성경에 따르면 영혼을 바치는 거 아니었나? 그렇다고 하기엔 난.. 세상에, 바티네 집에 있긴 하네! 바친 건가? 혼란스러운 표정이 된다.
 
바르바토스:전생의 너, 그러니까 로젤은, 불행한 사람이었어. 마녀사냥. 들어본 적 있어?
 
라이첼:"네, 배웠어요."
 
끄덕였다. 종교의 부끄러운 일면이다.
 
바르바토스:딱 그 피해자였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치료해줬지만, 사람들은 그 애를 배반하고 마녀라 불렀어. 남편까지 잃은 마녀는 끌려가서 모진 고문을 받았지. 그리고 악마를 불렀어.
(네 모습을 보며 로젤의 모습을 옆으로 겹쳐 보았다. 그 엉망진창이었던 피부. 피로 떡진 머리칼. 원한밖에 남지 않았던 눈빛.)
넌 복수하길 원했어.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서 마을 사람들을 죽여달라고 했지. 그래서 그렇게 해줬어.
대가는 뭐든 좋다고, 영혼이든 육신이든 가져가라고 했지만...... (잠시 말을 멈췄다.)
 
라이첼:전생의 자신을 연민해도 되는 일인가 싶지만, 가여웠다. 당신의 말대로 불행한 사람이 맞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살아 모든 것을 잃고, 그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영혼과 육신을 팔다니. 그 집착이 참 가엽다.
 
"...했지만요? 안 가져가신 건가요?"
 
바르바토스:'못 가져갔다'고 해야 맞겠지. 이미 넌 너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과 영혼의 거래를 해버렸으니까. 네게 주문을 알려줬던 그 마녀가, 이미 네 영혼의 소유권을 쥐고 있었어.
 
라이첼:"...이디스."
 
바르바토스:맞아. 기억하네.
(그 사실이 기뻐 희게 웃었다.)
그래서 나는 둘 중 선택했어. 너덜하게나마 온전한 네 육신과, 내 억지로 빼앗아 붙잡아둘 영혼. 하지만 난 네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 그건...... 네 세 번째 소원 때문이었는지도 몰라.
 
라이첼:"여기 연못.. 물을 보다가 기억이 났어요. 이상한 광경을 보았거든요. 아, 사랑해 달라고 한, 소원 말이죠? 음.. "
 
잠시 고민이 들었다. 이런 질문을 해도 괜찮은 걸까? 너무, 그렇지 않나. 어물쩍거리다가 입술을 뗐다.
 
"...왜 주문이 끝나고 나서도, 로젤을 사랑하게 됐나요?"
 
바르바토스:..왤까?
(자신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고개를 기울였다.)
이미 내가 사랑을 알아버려서? 이미 널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라이첼:...역시 괜한 물음이었다. 마음에 이유가 있을리 없지. 슬쩍 시선을 피하고 뺨을 긁적였다. 무덤을 판 기분이다.
 
"그.. 연못에서 이디스를 봤어요. 전쟁과 처형도.. 무언가를 하던 이디스를 당신이 찾아내서 공격하는 것까지 봤는데.. 전 뭘 본건가요?"
 
다른 궁금했던 것으로 화두를 돌렸다.
 
바르바토스:연못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흘끗 연못을 보았다. 고요하기만 하다.)
이디스는 악독한 마녀였어. 위험한 신을 이 세상에 불러내기 위해 악의가 들끓는 곳만을 찾아다니며 네게 그랬던 것처럼 악마를 소환하는 주문을 알려주고 다녔지. 그리고 그 대가로 영혼을 모았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너의 육신을 갖고 영혼을 되찾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도 아주 오랫동안, 그것은 영혼을 모았지. 백 개. 그리고 그 신을 불러오려 했어.
그때 겨우 찾은 거야. 나도 아주 오랫동안 네 영혼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마녀를 죽여버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늦었던 거지. 이미 그 신이 나를 봐버렸거든. 자신의 신도를 죽이는 내 모습을.
그래서 나는 널 찾아내고도, 내 눈 앞에서 네 영혼이 갈가리 찢기는 모습을 두고 볼 수밖에 없었어. 그때부턴... 필사적으로 널 되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
(선명한 기억의 선을 따라 내원 곳곳으로 시선을 옮기다가, 널 직시하며)
그러던 중에 네가 이곳으로 온 거야. 가장 큰 영혼의 조각. 네가 네 발로 이곳에 찾아왔어.
 
라이첼:이야기를 듣는 내리 표정이 다채롭게 변할 수 밖에 없었다. 도무지 상상도 못했던 그런 이야기들. 비현실적이었다. 당신이란 존재와 이 공간 자체부터가 그러했지만.. 내 혼이 찢겼다는 이야기에선 나도 모르게 내 몸을 더듬었다. 그럼 난 어떻게 된 거지..? 하는 의문이 들 때즘 답이 돌아왔다.
 
"조각..이요? 그럼 전 조각난 혼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괜찮은 건가, 그거..? 이런 쪽 이야기는 전혀 모르다보니 혼란스러웠다. 불완전한 혼을 가지고 있는데 괜찮은 건가? 조각을 다 찾는다고 해도 꿰맬 수 있는 걸까? 혼란으로 동공이 요동친다.
 
바르바토스:그래, 네 일부는 내가 가지고 있어. 널 구하기 위해 그 신과 거래를 했고... 아니, 이건 네게 중요하지 않겠지. 괜찮아. 네겐 아무 이상도 없을거야. 가장 큰 혼의 조각이니까.
 
라이첼:"거래요..?"
 
가지고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됐다가 거래라는 말에 염려가 됐다가 또 나는 괜찮을 거란 말에 안심이 되고.. 정말이지 여태 살아오면서 이렇게 감정이 춤췄던 적이 있나 싶다.
 
"거래면.. 뭘 줬는데요?"
 
바르바토스:다른 사람의 영혼.
(가볍게 웃었다.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실제로 그랬다.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다.)
 
라이첼:"아..."
 
너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해서 나도 모르게 그렇구나 해버렸다. 세상에, 반박자 느리게 다른 사람의 영혼!? 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사람은 무슨 죄... 아, 당신은 악마였지 참.
 
"그.. 안타깝네요. 세상에.. 그럼, 전 혼을 이어붙이게 되는 건가요?"
 
바르바토스:그런 번거로운 작업은 필요없어. 같은 영혼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합쳐지니까.영혼이란 물 같은 거야. 그러니 아픔도 없을거야.
 
라이첼:신기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방에서 그림을 봤어요. 전생의 저 같던데, 비명을 질렀어요. 옷장에서 발견한 팬던트를 만졌더니.. 괜찮은 건가요?"
 
이제서야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 실수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바르바토스:아마... ...전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렇게 느끼거나 보였겠지. 아니면 육신이 가까이 있어서 그렇거나.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환한 웃음. 그리곤 뭔가 생각난 듯 활기를 띤다.)
아, 그렇지! 네 몸도 여기에 있어. 그러니까, 너도 여기서 같이 지내자. 다시는 그런, 괴로워서 비명을 지르던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내가 계속해서 네 옆에 있어줄 테니까. 다시는 복수를 생각하지 않아도 돼. 네가 그랬잖아, 내가 네 남편과 닮았다고. 남편만 같이 있었어도. 그래,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나랑 같이 있자. 밖으로 나가도 그런 일들의 연속일 뿐이야. 로젤. 제발, 나와 함께 있어.
 
라이첼:별 일 아니었던 거구나. 시각적인 충격은 엄청났는데..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금새 그리로 튀어버리는 당신의 말에 난감함이 솟아났다. 몸도 여기 있다는 건 무슨 의미예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넘어갔다.
 
"..바티, 전 그때의 기억이 없어요. 만약 그때의 기억이 있었다면, 당신 말대로 세상밖에서 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봐요, 바티. 당신 앞에 있는 전 라이첼이에요."
 
내 인생은 아마도 다행스럽게도 비참하지 않았다.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불행하지만도 않았다.
 
"당신은 계속해서 로젤을 보고 있어요. 전 로젤이 아니에요."
 
초월적인 존재인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난 인간이기 때문에 기억도 나지 않는 전생의 삶이 아닌, 지금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내 삶은 풍파 속에서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제가 누군지, 보이긴 하나요, 바티?"
 
바르바토스:........
(그 순간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마치 전혀 다른, 상관없는 인간을 보는 듯한 눈빛. 그가 로젤의 영혼 대신 넘겨왔던 다른 영혼들을 보는 듯한 눈빛. 하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곧 다시 풀어진 시선은 전각을 둘러싼 물 속에 꽂혔다. 돌린 등 뒤에서 네가 읽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든, 유쾌한 감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 ... 알아. 미안. ... 그럼 궁금한 건 끝났어?
 
라이첼:식어버린 네 눈빛이 닿는 순간 영혼까지 찬물 깊이 담겼다 꺼내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당신에게 잠시나마 느꼈던 묘한 감정에서 벗어나 정신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래, 당신이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야. 확신이 든다. 돌아선 등을 보고도 또다시 연민이 들지 않은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또 한번 단단해진다.
 
"...네, 덕분에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바르바토스:..오늘은 이만 다시 들어가.
(잠시 고개를 돌려 네가 짊어지고 나온 짐들을 바라보다가 벽 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직 폭풍이 다 멎지 않았어.
 
라이첼:아차, 맞다 짐.. 이제와 숨겨봐야 늦었으니... 일단은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폭풍이 그친다고 해도 당신이 날 보내줄까?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끝으로 바티는 전각을 나가 유유히 사라집니다.
 
다시 혼자 남겨진 당신의 발걸음은 이제 어디를 향하나요.
 
라이첼:한숨을 푹 내쉰다. 그래도 조금 더 둘러볼까. 덤불을 본다.
 
덤불에는 덤불딸기가 주렁주렁 열려 있습니다.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잘도 익었네요!
 
먹음직스럽습니다.
 
라이첼:"여긴 과일이 많네. 석류도 그렇고 사과도 그렇고.."
다른 볼 건 없나 두리번.
 
지금 당장은 이외의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라이첼:그럼 이만 들어가자. 다시 짐을 들고 터덜터덜 돌아간다.
 
다시 동상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로 합니다.
 
모래폭풍은 도대체 언제 멎는 거죠?
 
멎는다고 해도 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심란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이제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아요.
 
....
 
다음날, 바티가 직접 당신을 깨우러 왔습니다.
 
만찬에 초대하기 위해서요.
 
너무 푹 잠들었는지 해가 중천에 떠 있습니다.
 
바르바토스:일어나, 라이첼. 아침식사를 준비해뒀어.
 
라이첼:"아.. 감사해요."
 
부스스 일어나서 눈을 비빈다. 심란한데 잠은 뭐이리 꿀잠을 잤는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바르바토스:저기 옆에 옷 준비해뒀으니까 갈아입고 나와. 문앞에 있을게.
 
라이첼:"네, 그럴게요."
 
끄덕이고 당신이 준비해뒀다는 옷을 본다.
 
바티는 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옷은 당신의 체격에 딱 맞는 옷이네요.
 
잘 보니, 어제 옷장에서 봤던 그 옷입니다.
 
라이첼:음.. 이것도 로젤의 옷인 거 아닌가. 대번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떨떠름하지만.. 어쩔 수 없지. 갈아입은 그대로 문을 나선다.
 
갈아입고 나온 당신을 바티가 웃는 얼굴로 맞이합니다.
 
젠틀하게, 당신의 앞에 서서 걸음을 옮기는 그의 목적지는 사상방이었습니다.
 
서상방은 방을 구분하지 않고 거실 하나를 크게 터 두었습니다
 
길죽한 식탁 모서리 밖으로 접시가 튀어나올 정도로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습니다.
 
시중을 드는 하얀 괴물, 튀징그 수 어 마리가 사랑채를 드나듭니다.
 
길쭉한 거울이 벽에 기댄 채 서 있습니다.
 
바티는 그 식탁 앞으로 당신을 데려가 앉힙니다.
 
바르바토스:다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마음껏 먹어.
 
라이첼:"와..."
 
가는 길을 구경하다가도 방에 들어오면 보이는 광경에 진짜 상다리가 부러지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에스코트를 받아 앉았다.
 
"잘 먹을게요."
 
포크를 들고 어떤 음식들이 있나 본다.
 
대부분은 동양의 음식이지만, 서양의 것도 적잖이 섞여 있습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훌륭하게 장식되고 딱 알맞게 조리되어 있습니다.
 
음식들 사이사이로 예쁜 꽃들도 보입니다.
 
라이첼:예쁘다고 생각하며 익숙한 음식을 접시에 조금 덜었다. 향을 살짝 음미하고는 냠 한 입 먹는다.
 
바르바토스:(네가 먹는 모습을 반대편에서 지켜보면서 행복하게 웃는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는 듯. 쳐다보면서 왠지 안절부절 못 하는 것처럼 은근히 정신 사납게 테이블보를 만지작거리면서)
그리 마음 편한 하루는 아니었겠지만, 그런 거랑 상관없이 말이야, 이곳에서 지내는 건 어땠어? 그냥, 호텔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라이첼:시선이 묘하게 부담스러웠다. 그 애정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참 기묘한 일이다. 나보다도 영원을 사는 당신이 과거에 매여 있는 것은. 부산스러운 손에 절로 시선이 갔다.
 
"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비명 지르는 그림도 그렇고, 연못에서 본 광경들도 그렇고.. 뭔가 무서운 일도 꽤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것들이니까요."
 
바르바토스:(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 말을 듣고는 그제야 깨닫는다.)
아, 그런 게 있었지. 음.. 이게 아닌데. 그건 낯선 곳에 처음 와서 그런 걸 거야. 여기가 꼭 그런 곳만은 아니거든. 뭐든 부탁하면 들어주는 아이들도 있고 말이지.
(흘깃 그들을 바라보자 튀징그들이 다그닥거리며 곳곳의 먼지를 닦아내고 꽃병을 신선한 꽃들로 장식한다. 창문 밖으로 환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며 식탁을 반짝반짝하게 비추었다.)
어젠 내가 너무 심했어. 너무 무대포였지?
 
라이첼:낯선 곳에 처음 와서 잘못 봤다는 걸까? 그러고보니 어제도 그림과 물에 대해 잘 모르는 반응이었지. 집 주인도 모르는 것들이라니.. 잠시 상념에 잠겼다가 튀징그들에 대한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아, 맞아요. 튀징그들도 신기했어요. 처음 봤을 땐 무서웠지만, 지금은..."
 
지금도 외양은 좀 무섭다..
 
"음, 그래도 좋은 이들 같아요."
 
적당히 주억거리며 결론을 내리다 어제에 대한 이야기에 당신을 보았다. 또 어떻게 변한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어서 조금 긴장되는 말이었다.
 
"...네, 조금요."
 
바르바토스:(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약간 시무룩해 보이기도.)
무조건 밖을 잊으라니, 여기에만 있자니. 무서웠을 줄도 알아. 그래서, 나도 양보하기로 했어. 지금의 네겐 소중한 것이 또 있을 테고. 하지만 내겐 네가 소중하니까,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어. 더는 네게 뭘 해달라는 부탁 같은 건 하지 않을게. 난 그냥 내가 원하니까, 네게 모든 걸 해줄 거야. 네 행복을 위해서. 뭘 원해? 영생? 재력? 명예? 원한다면 가족이나 동료들과도 잘 지낼 수 있어.
 
라이첼:이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차분할 때의 당신과 그렇지 않을 때의 당신이 너무 달라서 꼭 다른 사람 같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미숙하게 쏟아내기만 하는 감정을 받아도 되는걸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시무룩한 걸 보니 또 마음이 텁텁하기도 하고. 복잡미묘하다.
 
"저는 딱히 바라는 게 없어요. 야망이 있는 타입도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으로 잘 살고 있는 걸요."
 
바르바토스:야망이 없다면 일상의 행복도 괜찮아. 작은 미래를 통해서 어딜 가면 즐거운 일이 생길 거라거나, 누가 널 아프게 할지, 즐겁게 할지 같은 소소한 것들도 알려줄 수 있어. 나는 네가 가장 비참하다고 느낄 때에도, 행복하다고 느낄 때에도, 슬프다고 느낄 때에도, 언제든 네 곁에서 널 지킬거야.
(소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걸음, 한 걸음. 말을 이으며 식탁을 돌아 네 곁으로 다가간다. 멈춘다. 무릎을 꿇고 앉아 순하게 웃는다.)
원하는 모든 것을 이뤄줄게, 라이첼. 그러니까...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모를 물건이 네 눈앞에 나타난다. 그것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이 작게 떨렸다. 인간의 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그것은, 반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그냥 받아만 줘.
좋아해. 사랑해, 라이첼.
 
좋아해.
 
사랑해.
 
그 고백을 듣는 순간 당신은 바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 사랑은 현재의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당신을 향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죠.
 
저것은 다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어야만 살 수 있는 괴물이,
 
그 소원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명목으로 읊조리는 말에 불과합니다.
 
시늉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 치는 인간의 사랑을 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정생의 당신이 빈 소원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을 볼 떄마다 얼핏 붉어지는 살갗,
 
닿을 때면 조심스레 움츠러드는 손가락,
 
애태우다 몇 번이고 더듬는 말투 따위는 모두
 
안타까울 정도로 애절하지만 모두 저깃일 게 뻔합니다.
 
저 괴물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지금까지 보아왔던 인간들의 반응들을 따라하는 것뿐입니다.
 
철저한 분석이 빚어낸 모방입니다.
 
그래봤자 모방입니다.
 
설사, 저 괴물이 사랑을 안다고 할지라도...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 겁니다.
 
스스로의 기억을 사랑하는 거죠.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몇 백 년을 버텨 온 스스로의 인내를 사랑하는 거고,
 
스스로의 노력을 사랑하는 거고,
 
스스로의 헌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저 치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요.
 
괴물은 당신을 달콤하게 바라봅니다.
 
당신이 할 대답은......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므로, 저 괴물이 진정 사랑을 깨달을 때까지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습니다.
 
이제 답할 차례입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 없노라고.
 
라이첼:"받을 수 없어요. 당신의 말에는 아무런 마음도 담겨 있지 않으니까요. 받지 않을 거예요. 이제 그만 둬요, 바티. 소원의 유효기간은 끝났어요."
 
바르바토스:.......이건, 소원 탓이 아니야......
(낮고 우울하게 읊조린다. 손끝의 떨림이 긴장에서 슬픔으로 옮겨붙는다. 그럼에도, 그는 당신의 손에 억지로 반지를 쥐여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끈질기게도, 빛을 갈망하는 얼굴을 갖고서.)
....식사 마저 해. 난 처리할 일이 있으니까.
 
라이첼:어쩔 수 없이 받은, 손에 쥐인 반지를 보았다. 그것을 가만히 보다가 식탁에 내려두었다. 대신 포크를 쥐고 아까 먹던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입안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만 같다.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까끌거린다.
 
그렇게 바티가 사라진 서상방에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정갈하게 울려 퍼집니다
 
얼마나 먹었을까요,
 
별안간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헛구역질이 나옵니다.
 
라이첼:"윽..?"
 
그 순간 식탁에 올려두었던 반지가 부풀기 시작합니다.
 
무언가가 반지에서 부풀어 오르더니, 식탁 아래로 떨어집니다.
 
라이첼:뭐지? 머리를 부여잡고 그것을 확인한다.
 
반으로 깨진 유리구슬입니다.
 
라이첼:이게 뭐야..? 집어들고 살펴본다.
 
유리구슬을 집어 드는 순간, 방금까지 아팠던 것이 거짓말인 듯 머리가 맑아집니다.
 
어제 봤던 그 유리구슬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라이첼:어라..? 왜 갑자기 두통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어제 주웠던 유리구슬을 꺼내 단면을 겹쳐본다.
 
두 개의 유리구슬을 합치니 그것들이 저절로 맞붙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젯밤 들었던 여자의 비명 소리가 크게 터져 나옵니다.
 
유리구슬을 쥐니 명확히 방향을 알겠습니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후조방 쪽입니다.
 
라이첼:"뭐야, 대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유리구슬은 대체 뭐지? 일단은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서상방을 나서자 튀징그들이 당신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입니다.
 
그 누구도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지 못한 듯합니다.
 
어느덧 태양은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내원은 평온합니다.
 
연못물은 투명할 정도로 맑습니다.
 
돌담을 따라 가보면 후조방으로 향하는 문이 비스듬히 열린 채입니다.
 
라이첼:얼른 그 안으로 들어간다. 뭔가 이상해.
 
호주원 안으로 들어서면, 매화며 동백이 그럴 듯하게 늘어진 정원이 보입니다.
 
까치가 종종 걸어다닙니다.
 
돌담을 넘으면 바로 사막인 것이 무색합니다.
 
방으로 연결된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바깥에 빗장을 걸어 두었습니다.
 
빗장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습니다.
 
라이첼:자물쇠를 살펴본다.
 
평범한 자물쇠입니다
 
다만 열쇠구멍이 없습니다.
 
그런데... 밖에요?
 
안이 아니라 바깥에 빗장을 걸어두다니요.
 
이는 안쪽에 있는 것이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저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곳에 가두어 둔 것일까요.
 
정말 들어가도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본 뒤 가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라이첼:어제 연못에서 본 광경을 생각하면.. 이디스가 있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지능 판정
 
라이첼: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생각해보면 어제 들었던 이디스의 목소리는 아닙니다.
 
말하자면 그래,
 
어젯밤 동상방에서 들었던 것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동상방에서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은......
 
라이첼:난데!?
내 혼조각..?
 
동시에 어제 바티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라이첼:육체에 혼조각을 담아뒀나..?
 
무언가를 이곳에 보존해뒀다는.
 
라이첼:"저절로 합쳐질거라고 했는데..."
그래서 나만 들을 수 있구나.
열자, 내 조각 되찾아야지.
 
어떻게?
 
라이첼:바티에게 받았던 거울을 꺼내보나..?
 
그것은 이제 평범한 거울입니다
 
라이첼:안 돼.. 그럼 유리구술을 대보나..
 
유리구슬을 가져다 대자 자물쇠가 찰칵 소리를 내며 풀립니다.
 
라이첼: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암흑이 펼쳐집니다.
 
바닥도, 천장도, 벽도 없이 오롯하게 암흑만이.
 
사물의 윤곽을 모조리 허물어뜨리는, 이 절대적인 암흑 속에서도 당신의 눈에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관입니다.
 
붉은 우단을 안에 깔아둔 관에는 흰 백합과 국화가 넘치도록 담겨 있습니다.
 
당신이 관에 시선을 뺏긴 동안 문이 저절로 닫힙니다
 
꽃을 헤치고 관에서 <그녀>가 걸어 나옵니다.
 
빛 없는 암흑 속인데도 <그녀>의 모습은 또렷하게 눈에 박힙니다.
 
무릎은 제때 굽혀지지 않고 팔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이상한 걸음걸이입니다.
 
곧 고꾸라질 듯 위태로워요.
 
움직이는 꼴이 육신에 줄을 매어 억지로 움직이는 듯합니다.
 
영혼이 없는 육신은 저런 몰골인가요?
 
마침내, 당신 앞에 닿은 <그녀>가 뻣뻣한 고개를 쳐듭니다.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의 전생입니다.
 
라이첼:구슬과 그녀를 번갈아 본다.
 
그녀:(구슬과 라이첼을 번갈아 본다.)
 
라이첼:나를 따라하는 건가..? 고개를 갸웃.
 
그녀:(나를 따라하는 건가..? 고개를 갸웃.)
 
라이첼:"..나가자."
 
그녀:..나가자.
 
그 순간 당신은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를 맡습니다.
 
그녀에게서 나는 냄새입니다.
 
육신에서 나는 냄새가 아닙니다.
 
...저 몸에 담긴 영혼에 불순물이 섞여 있어요.
 
본능적으로 깨닫습니다.
 
그녀의 육신에는 당신 자신의 영혼도 일부 담겨 있지만,
 
그보다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아니지, 모르는 생물의 영혼이 훨씬 만이 담겨 있습니다.
 
그녀의 육신에 담겨 있는 것은 당신 영혼의 조각들이 아닙니다.
 
그녀는 잡다한 영혼의 키메라입니다.
 
정신력 판정
 
라이첼: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불쾌합니다.
 
누군가 당신의 영혼으로 기괴한 장난을 쳐두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지능 판정
 
라이첼: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어떻게든 저 안의 영혼을 빨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저 육신을 쓰러뜨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라이첼:고...공격...?
 
그녀:고...공격...?
 
라이첼:거울을 보여줘 본다.
 
그녀:(거울을 들고 보여주는 자세를 한다.)
 
라이첼:총체적 난국이잖아. 날 따라하는데 무슨 수로 눕히지..
구슬을 갖다 대본다?
 
그녀:(구슬을 갖다 대는 자세를 한다.)
 
라이첼:한대 친다!
 
그녀:(한대 친다)
 
비무장 판정
 
라이첼: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그녀:
비무장
기준치: 25/12/5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2
 
거울처럼 훌륭하게 빗나갑니다.
 
라이첼:쟤도 별볼 일 없네. 자신감을 가지고 이번엔 침착하게 다시 친다!
 
그녀:(침착하게 다시 친다)
 
비무장
 
라이첼: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그녀:
비무장
기준치: 25/12/5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라이첼:아니, 이게 뭐람! 집중해 라이첼! 라이트 훅!!
 
그녀:(라이트 훅!)
 
비무장
 
라이첼: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그녀:
비무장
기준치: 25/12/5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라이첼:러시안 훅!!!!
 
그녀:(러시안 훅)
 
비무장
 
라이첼: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그녀: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2
 
라이첼이 한 대 맞습니다. 체력 -2
 
라이첼:뭐야, 나보다 잘 치잖아.. 정강이를 걷어찬다.
 
그녀:(정강이를 걷어찬다)
 
비무장
 
라이첼: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그녀: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라이첼이 정강이를 맞습니다. 체력 -3
 
라이첼:와, 이런 가짜한테 죽는다고? 그럴 수 없어! 복부를 걷어찬다.
 
그녀:(복부를 걷어찬다)
 
비무장
 
라이첼:
근접전(격투)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rolling 1d3
 
(
2
 
)
 
 
=
2
 
그녀: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
 
라이첼의 발차기가 훌륭하게 먹혔습니다! 체력 -1
 
아니 -2
 
라이첼:나는 발차기가 재능이구나! 다시 걷어찬다.
 
그녀:(다시 걷어찬다)
 
비무장
 
라이첼: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그녀: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
 
이번엔 반대입니다. 라이첼 체력 -3
 
라이첼:온 몸이 아프고 너덜너덜하다.. 이를 악물고 주먹 휘두르기!
 
그녀:(이를 악물고 주먹 휘두르기)
 
라이첼:
근접전(격투)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녀:
비무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당신의 몸이 허물어집니다.
 
그녀가 당신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당신의 어깨에 양손을 올린 그녀가 허리를 숙입니다.
 
벌린 입 안으로 토막난 영혼들이 아른거립니다.
 
기어이 입술이 맞닿습니다.
 
그녀가 숨을 깊게 빨아들이자 머리가 어지럽고 토악질이 치밉니다.
 
당신의 육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그녀는 어떤가요
 
창백하던 뺨에는 생기가 돌고 입술은 반질거립니다.
 
당신이 죽어갈수록 그녀는 살아납니다.
 
당신은 잃고 그녀는 얻습니다.
 
당신이 그녀를 완성시킵니다.
 
당신의 인생이 지닌 가치란 미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완성하기 위한 제물일 뿐이었습니다.
 
그 악마도 이 여자를 사랑한 거잖아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은 그저 그녀의 모조품이자 대체품이었던 거죠.
 
완전하지 않은 당신 따위, 그 누구도 사랑할 리 없어요
 
그녀는 몇 번이고 입을 맞추고,
 
당신은 몇 번이고 영혼을 앗깁니다.
 
텅 비어버린 육체가 축 늘어집니다.
 
그것이 당신 기억의 마지막입니다.
 
정신이 좀 드나요?
 
돌아온 것을 축하해요.
 
몸은 가볍습니다.
 
이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신이 들 때면 머릿속에서 정체모를 생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우성쳐댔습니다.
 
좁은 병 안에 갇힌 것도 같지만...
 
확신하기 힘듭니다.
 
기억은 고통과 망각 사이를 부지런히 오갈 뿐입니다.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의미 있는 정보는 하나도 떠올릴 수 없습니다.
 
당신은 간신히 죽기 전에 빈 마지막 소원을 떠올립니다.
 
그 악마에게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부탁했죠.
 
그 회상이 시작이 되어 과거의 일들이 조금씩 또렷해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당신의 호의를 저버리고 배신했습니다.
 
당신은 복수를 결심했었습니다.
 
악마가 당신을 ㄷ와주었지요.
 
그 악마는 우연히도 사랑하던 당신의 남편과 똑같이 생겼었고...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악마는 분명히 당신의 세 번째 소원도 들어주었을 겁니다.
 
보세요, 당신이 있던 곳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오잖아요.
 
당신을 보고는 못 믿겠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다가 그만 웃어 보이잖아요.
 
당신도 그를 향해 마주 웃어줍시다.
 
이제 악마에게 사랑을 가르쳐줄 시간입니다.
 
영혼 없는 육체가 당신의 뒤에서 쓸쓸히 썩어갑니다.
 
결과 : 이종족의 영혼과 결합한 후유증으로 '그녀'의 시트를 기준으로 1D10만큼 정신력이 감소합니다.
 
행동과잉증을 보입니다.
 
GM:과도하게 친절하거나, 과도하게 화를 잘 내거나, 과도하게 참거나 하는 등입니다. 이전까지 결핍이라고 묘사되었던 부분과 관련이 있다면 좋습니다.
 
보상 : 이성 1D3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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