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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바라

[바라] ROTTEN TEETH 2020-06-30

시나리오 본문 : 시나리오집 <부패와 퇴락의 연대기>에 수록

 

 

 

KP

KPC 로젤 라크무스 (후편 라이첼 카뭉)

 

PL

PC 바르바토스

 

 

 
"바르바토스"
 
낯선 목소리가 당신을 호명합니다
 
이곳은 당신의 암굴입니다
 
수 만 년 동안 엄선한 증오와 분노가 거품 일며 들끓 고, 원한과 회한이 바닥을 기어다니는 곳.
 
그들이 내뱉는 저주의 언어들 속에서도 단연 도드라질 만치 방금 당신을 부른 목소리는 미움에 사무쳤습니다.
 
저 치의 영혼 을 꿀꺽 삼키면 얼마나 쓰디 쓸까요.
 
군침을 삼키며 당신은, 지난 수 백 년 동안 웅크렸던 몸을 게으르게 일으킵니다
 
당신은 목소리를 따라갑니까?
 
바르바토스:(맛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몸을 일으키고 의태하여 목소리를 향해서 가볍게 걸음을 옮긴다.)
 
CHAPTER 1. 죽은 자의 목소리
 
당신은 남루한 오두막집에 도착합니다.
 
먹구름이 낮게 포복하는 밤,
 
소나기가 퍼 붓고 이따금 벼락이 솟아올라 어둠을 밝힙니다.
 
새하얀 뇌전에 눈앞의 광경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사방이 피로 뒤덮였고 마법진의 정중앙에는 사람이,
 
아니, 시체가 쓰러져 있습니 다
 
다만 다른 정보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 시체의 성별이나 나이 같은 것도 어림할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 피부가 벗겨져 붉은 근육과 속살이 드러났고 그 위로 채찍과 칼자국이 얼기설기 남은 끔찍한 몰골입니다
 
잔혹이라는 글자를 그대로 형상화시켜놓은 모습에서,
 
어찌 한 사람의 인격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러나 당신은 이 모습에 눈썹 하나 꿈쩍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서 즐거움을 찾는 악마입니다
 
이성치 판정도 필요 없겠죠.
 
오히려 당신은…
 
정신력 판정
 
바르바토스: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
 
오히려 당신은...
 
이성을 1 회복합니다. 아슬하게요.
 
중앙에 떠있는 반투명한 인영이 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마법진 위에 쓰러진 사람의 영혼이겠지요
 
다시 말해, 당신의 소환자입니다
 
영혼의 생김새는 죽을 당시 와 똑같기 마련이라 눈앞에 있는 당신의 소환자도 구역질 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모습입니다
 
시선이 마주하자 당신의 소환자가 눈을 홉뜹니다
 
명백한 놀라움.
 
처음으로 악마 를 보는 것이니 당연합니다
 
설마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그 자는 태양을 맞은 서리 같은 연약한 목소리로 내뱉습니다.
 
로젤 라크무스:“내가 당신을 불렀어.”
 
부스러지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그 안에 담긴 증오와 원한은 수 천 년 응고된 덩어리처럼 견고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주변을 살펴볼까요.
 
바르바토스:그래, 성공했네. 축하해주지. 그럼 이제 이유를 들어볼까.
(말하면서 시선은 그에게 두지 않고 느릿하며 장난스럽게 주변을 훑는다.)
 
로젤 라크무스:"계약을 원해. 당신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지."
 
도둑이라도 든 듯 내부는 난잡합니다.
 
바닥에는 곡식 낟알이 흩어졌고 부서진 나무그릇이 뒹굽니다
 
피로 그린 [마법진] 위로 끔찍한 모습의 [로젤의 시체]가 쓰려져있습니다.
 
무너진 [책더미], 다리 하나가 부러져 기운 [테이블] 따위가 눈에 들어옵니다.
 
창밖으로 멀리 마을이 보이네요.
 
바르바토스:세 가지가 모두 준비되어있길 바라. 자, 첫 번째는 뭐지?
(마법진을 덧그리듯 시선을 옮긴다.)
 
인간의 피로 그려낸 마법진에는 고대의 저주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어마 어마한 원한이 느껴집니다.
 
이 원한을 모조리 긁어다가 암굴에 가져다 두면 어떨까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로젤은 분명 아름답게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비명하고, 신음하며 괴로워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자의 비통한 통곡을 들으며 배를 불릴 테고
 
물론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로젤과 언약을 맻어야겠죠.
 
오컬트 판정
 
바르바토스:
오컬트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모든 소원이 완료되면 그 대가로 소환 자의 영혼이나 육신 중 하나를 받아갈 수 있는 언약을 요구하는 마법진입니다.
 
로젤 라크무스:"그 말은 나와 언약을 맻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바르바토스:그래. 자비로운 이 몸께서 죽음을 불사하고 뛰어든 인간을 받아들여주지.
(어쨌거나 그 대가로 얻게 될 것이 더 클 테니까.)
너무 쉽게 들어준다고 해서 수상쩍다 생각해? 아니면, 이제 와서 그만두고 싶어진 건가?
 
로젤 라크무스:"그럴리가."
 
당신이 언약을 맻겠다고 확언하자 로젤이 웃습니다.
 
그 웃음은 진실로 기뻐서 짓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외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서 그저 입꼬리를 기계적으로 끌어당기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천둥이 하늘을 날카롭게 찢어내는 요란한 소리에 섞여……,
 
포복하는 뱀처럼 낮은 웃음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로젤이 쉭쉭댑니다.
 
그렇다면, 지엄한 언약의 계율에 따라, 당신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어야 해
v> 그 대가로 당신은 원하는 모든 것이든 취할 수 있으니
 
곧 검게 썩어 녹아내릴 육신이나 부스러져 산산조각난 영혼이라도 기껍다면 가져가.
 
언약을 맻으면, 당신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창살처럼 뾰족히 자라나 로젤의 영혼을 꿰뚫습니다.
 
로젤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흐릅니다.
 
로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괴로워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곧 어둠이 먹어 삼킵니다.
 
오두막이 캄캄한 칠흑에 잠깁니다
 
눈에 기꺼운 풍경이 사라지자 아쉬움이 남습니다.
 
꺼진 지붕으로 빗물이 스며 질퍽거립니다
 
1D30의 이성
 
1D10의 마력
 
바르바토스:
Rolling 1d30
굴림: 7
Rolling 1D10
굴림: 9
 
로젤 라크무스:
rolling 1d30
 
(
7
 
)
 
 
=
7
rolling 1d10
 
(
3
 
)
 
 
=
3
 
각각의 수치만큼 언약을 위해 대가로 지불합니다.
 
14만큼의 이성을 본 계약을 위한 주문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로젤을 가두었던 어둠은 사라지고, 오두막에는 다시 빛이 찾아듭니다.
 
고통에 찬 로젤의 영혼이 다시 드러납니다.
 
부릅뜬 눈에서는 피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로젤은 찢어진 혓바닥을 움직여 첫 번째 소원을 빕니다.
 
로젤 라크무스:"되살려줘."
"적어도... 세 가지 소원을 모두 빌 때까지는 내 목숨을 붙여놔."
 
어렵지 않은 일이죠.
 
당신이 가진 '부활' 주문을 이용한다면요.
 
바르바토스:그 후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뜻인가?
 
로젤 라크무스:"그래."
 
바르바토스:(웃는다.) 좋아, 계약자께서 원하시는 대로.
(로젤의 시체에 부활 주문을 건다.)
 
마력 3 이성 1d10 소모
 
바르바토스:
Rolling 1D10
굴림: 3
 
마력 3 이성 3 감소
 
되살아난 로젤은 고통의 후유증 때문에 바닥을 기며 괴로워합니다.
 
쓰러진 지붕을 뚫고 똑 똑, 떨어지는 빗물이 로젤의 몸 위에서 춤을 추듯 경쾌합니다.
 
로젤의 신체에 복잡한 문양이 한 획 그입니다.
 
바르바토스:되살아난 기분이 어때, 계약자.
 
악마의 계약자를 의미하는 문양입니다
 
첫 번째 소원이 완성되었다는 표식입니다
 
로젤 라크무스:".. 더럽네요."
 
잇새로 고통을 삼켜물며 답했다.
진정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가 맞긴 하였구나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바르바토스:좀 더 기뻐해도 좋을 텐데 말이야.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을 기회가 주어졌잖아.
 
로젤 라크무스:"내 몸이 좀 더 멀쩡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인간의 형체조차 잃어, 거진 살점을 대충 뭉쳐놓은 벌건 핏덩이에 가까운 육체는 숨을 되찾았다해도 제대로 운신하기조차 어려웠다.
 
바르바토스:확실히. 그래도 되살아났으니 회복은 가능할거야. 물론, 내가 시켜줄 순 없지. 회복을 관장하는 건 아니라서.
(얄밉게 생글거린다.)
물론, 소원이라면 모르겠지만.
 
로젤 라크무스:"필요 없어. 소원을 마칠 때까지, 그게 내 눈 앞에 보일 때까지 붙어 있을 숨만 있으면 되니까."
 
무기질에 가까운 음성으로 뱉었다. 목 상태도 영 좋지 않는지 쇳소리가 그득 났다.
 
바르바토스:그래?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지, 나야. 이제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
(테이블로 가 적당히 기대 앉는다.)
도대체 어떤 원한을 품었기에 그 꼴이 되서까지 날 찾았지?
 
테이블은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벽면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테이블이 지금까 지 집안에 남아 있는 이유겠지요
 
위는 온갖 쓰레기며 낙엽이 엉켜 더럽습니다
 
당신이 그 주위에 앉으면 삐걱거리네요.
 
로젤 라크무스:"인간이라는 것에 호의를 품은 내 어리석음 탓이야.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 부를 수도 없는 것들을 믿은 탓이지."
 
고통 탓에 숨은 계속 거칠었다. 들이쉬는 공기조차도 날카롭게 내장을 할퀸다. 아, 살아있는 고통이다.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낙엽사이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입니다.
 
바르바토스:주변 것들이 몰려들어 괴롭히기라도 했나 보지? 뭐라더라. 이지메, 같은 거.
(말을 이으며 낙엽 사이를 손으로 헤친다.)
 
낙옆을 헤쳐보면 그 사이로 펜던트가 드러납니다.
 
로젤 라크무스:"아.. 차라리 그런 것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어리석음을 탓할 것도 없이. 괴롭힘, 그리 귀여운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인가."
 
잇새로 조소가 흘렀다. 웃음으로 들썩이는 몸이 고통스러울수록 실소가 더욱 터져나왔다.
 
"그들이 날 모함했어."
 
바르바토스:오, 이건 또 뭐야.
(어느새 이야기에서 빠져나와 팬던트를 들고 본다.)
 
팬던트를 든 당신을 바라보는 로젤의 눈엔 아련한 빛이 머뭅니다.
 
거진 망가진 팬던트가 힘없이 열리면 그 안엔 조야한 솜씨로 그린 초상화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모로 보아도 당신과 꽤 흡사한, 아니, 당신의 모습입니다.
 
굉장히 낯이 익네요.
 
당신의 초상화는 한 번도 지구에 유출된 적이 없는데.
 
수 백 년 동안 이 행성에 발걸음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우연인가요?
 
바르바토스:(이리저리 돌려보며 아리송한 표정으로) ...난가? 그럴 리가 없는데.
어이, 계약자. (팬던트 안쪽을 들어 보이며) 이건 누구야.
 
로젤 라크무스:"... 내 남편. 내 사랑을 저버리지 않은 사람, 바티."
 
답하는 로젤의 목소리에선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로젤 라크무스:"하지만 이젠 없어. 내 곁을 먼저 떠났어."
"그때 나도 그이와 함께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내 삶의 가장 큰 후회야."
".. 넌 왜 그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
 
바르바토스:틀렸어. 왜 네 남편이 내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해야지. 악마와 같은 얼굴을 한 인간. 인간과 같은 얼굴을 한 악마. 어느 쪽이 더 불쾌할 거라 생각해?
(킬킬거리며 팬던트를 닫아 주머니에 넣는다.)
이건 재미있으니 내가 갖고 있지. 아, 아까 이야기 중이었던가. 계속해. 뭐였더라... 그래. 모함.
 
로젤 라크무스:팬던트를 망가뜨리진 말라고 입을 열려다 다시 닫았다. 이미 다 스러진 것들이다. 곧 내 육신도 그렇게 될 것이고.
 
"... 그놈들이 나를 마녀로 몰았어."
"내가 준 재산, 내가 준 약초, 내가 치료해준 상처, 내가 보살펴 주었던 것을 모두 망각고."
"내가 가진, 내 남편의 유산을 탐내어 마녀로. 내 머리채를 잡아 심판관들에게 넘겼지."
아, 바티 당신이 있었다면 나는 그리되지 않았을까. 아, 당신을 원망하는 건 아니야. 그저, 아..
 
로젤의 두 눈동자에 분노와 함께 회한이 깃듭니다.
 
두 눈에선 붉은 핏물이 흐릅니다.
 
바르바토스:(감상하듯 다리를 꼰 채 그 모습을 흡족히 지켜보다가 숨을 들이쉬고, 일어선다.)
그래서 모든 걸 빼앗기게 된 처지라, 이런 일을 벌였어? 마법진에, 악마를 소환해서 계약이라. 진짜 마녀가 되었구나, 너는.
 
로젤 라크무스:"...그래, 그들이 바라는대로 나는 마녀가 되었다. 그 이와의 사별 후에도 믿었던 선과 신은 부질없었고, 다 스러진 내 이 육신과 영혼을 대가로 받아줄 존재는! 너같은 악마뿐이니까."
 
로젤이 웃습니다.
 
그 웃음에선 핏물이 철철 흘러나오는 것만 같습니다.
 
로젤 라크무스:"... 그렇게 불러낸 악마의 얼굴이 그 이와 같다는 건 참 희한한 일이지.. 살아 나를 지켜주었던 그이가, 내 한을 보듬어 복수를 도와주는 것만 같네."
 
바르바토스:이런, 혼란하지는 말아. 이제 네 편에 남은 건 네 남편도 누구도 아니고 그저 악마, 너의 계약자이니 말야. 그래도 잘 생각했어. 그건 옳은 생각이야. 인간의 훗일을 보듬는 것은 오직 악마 뿐이지.
그래. 그래서 이제 뭘 하고 싶은 거지?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나? 모두 없애버리면 좋아?
 
CHAPTER 2. 너나, 잘하세요.
 
그때 벌컥 문이 열립니다.
 
조심성 없이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은…
 
우산을 쓴 늙은 남자입니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피가 썩어가는 고린내에 코를 막습니다.
 
한 손에 들린 등잔을 높게 치켜들어 앞을 비추던 남자는
 
불빛이 로젤과 당신에게 닿자마자,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집니다.
 
늙은 남자: "시체가 되살아났어, 시체가..."
"저건 마녀가 부른 괴물이야. 괴물이다!"
 
중언부언하며 엉덩이로 기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추레합니다.
 
손톱을 바닥에 박아 넣으며, 신음을 삼키고, 로젤이 고개를 치켜듭니다.
 
바르바토스:(그것을 가리키며 계약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어떻게 할까, 계약자야.
 
피에 떡 진 머리카락이 느리게 흘러내리는 중에 안광이 번뜩입니다
 
그녀의 눈에 담긴 건 불꽃이 아닙니다
 
바람에 끊임없이 흩날리는 잿더미일 뿐.
 
로젤은 속삭입니다.
 
끊임없이 반복하여 되뇝니다.
 
듣기 판정
 
바르바토스: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무어라 끊임없이 말하기는 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맛이 간 탓인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 당신의 소환자가 말할 내용이 란 단 한 가지 밖에 없지만서도.
 
그러나 악마는 계약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법.
 
순순히 호의를 베풀 건가요?
 
바르바토스:(무슨 말을 하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곧장 이동해 불청객의 목을 깔끔하게 떨어뜨린다.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 수순이었다.)
 
툭-.
 
제대로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남자의 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집니다.
 
분수처럼 솟아난 피는 역겹도록 진하고 아름답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로젤이 웃음을 터뜨리다가 더욱 광기에 점칠된 목소리를 토해냅니다.
 
로젤 라크무스:"두 번째 소원이야.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여. 비참하게."
 
비참하게, 들끓는 감정에 점칠된 단어가 무겁게 떨어집니다.
 
소원을 빈 로젤의 몸이 이내 툭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바르바토스:그래, 그렇게 정확하게 말해.
(듣기 좋은 소리를 들은 것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가 그 몸을 안아 들고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밖을 나서면 폭풍우가 미친 듯이 몰아닥칩니다.
 
그 속에서 민가 열 댓 채가 위태로이 비바람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바르바토스:(민가들을 둘러보다가 높은 곳으로 향해 선 뒤 중얼중얼 주문을 외운다. 망각의 파도 사용)
 
당신이 주문을 외우려던 찰나 뒤에서 가날픈 목소리가 당신을 불러 세웁니다.
 
마젤리나:"계약을 진행하실 생각이신가요? 제발 부탁이니 멈춰주세요."
 
오십이 조금 넘은 듯한 여자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군요.
 
바르바토스:누구지?
 
마젤리나:"저는 마젤리나에요. 당신 일족을.. 그러니까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러 번 본 사람이에요."
“당신은… 어떤 사악한 마녀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만해요."
" 그녀는 분란이 일어난 마을에 가서 싸움을 부추기고, 가여운 사람들에게 주문을 알려주어 당신 일족을 소환해 마을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요."
“소환 마법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무엇을 받는 모양이더군요. 그것이 무엇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 했지만요. 위대한 일족이 고작 인간에게 놀아나고 있다는데, 계속 이 일을 진행하실 건가요?
 
바르바토스:음, 그런가. 그랬구나. 그럼 이 여자도 그 마녀에게서 무언가를 받았겠군.
(뭐가 중요하냐는 듯 설렁설렁, 시시껄렁하게 대답하곤 마을을 내려다봤다가, 말하고 있는 이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래서 뭐? 그건 내가 놀아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어쨌든 나, 아니면 나 같은 이들이 바라는 건 따로 없어.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손해보는 것도 우리가 아니지. 괴로워하고 대가를 치르는 것은 인간인데 어째서 우리가 놀아난다고 표현하지?
나는 내게 무언가를 주는 이만을 믿는다. 지금 내게 더 의심스러운 건 너라는 뜻이야. 어떻게 생각해.
 
마젤리나:"정말이에요! 저의 영혼을 걸수도 있어요. 아, 그래요. 만약 영혼이나 육신을 원하시는 거라면 저랑 계약을 해요. 제 세 가지 소원은 계약을 멈출 것, 계약을 멈출 것, 계약을 멈출 것입니다. 제 육신이며 영혼까지 다 드리겠어요!"
 
바르바토스:(고민하는 척, 하다가 소리내어 웃는다. 아주 재밌는 개그라도 들은 사람 마냥) 너, 나 같은 존재를 많이 만나보았다고 하더니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모르는구나. 우리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고 있어야 할 텐데.
(먹음직스러운 절망과 원망. 분노. 제 계약자를 문득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쳐다보다가)
네 목적은 뭐지, 정의로운 마녀야. 이 마을을 구하고자 하는 건가? 아니면.
 
마젤리나는 당신의 조소에 절망어린 표정을 짓다가도 포기하지 않고 말을 잇습니다.
 
마젤리나:"이런 끔찍한 일을 벌이는 마녀, 이디스를 막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녀를 지금 여기서 멈출 거예요. 비록 목적이 뭔지는 모르지만 당신 일족을 도구 삼아 무언가를 큰일을 벌이고 있는 게 분명해요. 위대한 존재여, 부디 그러한 수작에 넘어가지 말아주세요."
 
바르바토스:(끔찍한 일이라. 과연 그런가 생각해보다가 등을 돌린다.)
그렇다면 늦었구나. 나는 이미 이 자와 계약을 했어. 두 번째 소원도 들었지. 더 빠르게 행동했어야 했어, 마녀야. 아니면 이 다음 방법을 찾아봐.
 
마젤리나:"하찮은 인간의 도구로 전락해 놀아나시겠단 건가요!"
 
마젤리나의 음성이 날카롭게 울립니다.
 
바르바토스:(고개만 돌리고) 악마는 인간의 도구에도 과정에도 포함되지 않아.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결과를 마주할 뿐이야. 그럴 힘과 능력이 있는 게 악마다. 여기에서 내가 너의 말을 듣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네게 놀아나는 꼴이 되겠구나.
(다시 마을을 보며, 뒷말은 듣지도 않고 주문을 외운다. 하급파도)
 
마력 10 이성 1D8
 
바르바토스:
Rolling 1D8
굴림: 1
 
마젤리나:"안돼요!"
 
마젤리나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당신이 만들어낸 파도가 마을을 덮치기 시작합니다.
 
시퍼런 물은 순식간에 허름한 민가의 벽을 부숴버립니다.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무너진 벽과 지붕에 깔려 죽거나 우왕좌왕하며 뛰쳐나와 파도에 휩쓸립니다.
 
물이 쓸고 지나간 자리엔 그것이 할퀸 흉터만이 남아있습니다.
 
우뢰와 같은 소리로 이어지던 학살의 현장에서 마젤리나만이 절망에 찬 비명을 지를 따름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내린 재앙이 지나고 나면 그 위에 남은 것은 소수 몇 명의 인간들뿐입니다.
 
마젤리나:"아아, 이럴수가.."
 
굉음과 빗물 속에서 의식을 잃었던 로젤이 정신을 차립니다.
 
희미한 눈동자가 잠시 허공을 방황하다가 폐허가 된 마을을 내려다 봅니다.
 
바르바토스:잘 일어났어, 계약자. 이제 곧 마무리인데, (뒤를 보며) 저 마녀가 너를 막아달라네. 어떻게 할까? 네가 원한다면야 중단도 가능해.
 
로젤은 작게 신음하며 힘겹게 마녀를 돌아봅니다.
 
로젤 라크무스:"막아? 나를?"
 
마젤리나:"오, 부디.. 이런 짓은 옳지 않아요! 피에는 피로 답하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옳지 않다고요. 대화를 하면.. 대화를 하면,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이 보일 거예요. 부디 이만 멈춰주세요."
 
마젤리나는 남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로젤에게 호소합니다.
 
바르바토스:(모든 건 계약자에게 달렸다는 듯, 그를 보며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세워준다.)
 
로젤은 힘겹게 딛고 섭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이상하지 않은 몸으로 통한에 찬 웃음을 터뜨립니다.
 
로젤 라크무스:"대화? 옳지 않다고? 내 앞에서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
 
마젤리나:"당신은 당신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몰라요! 이대로는 재앙이 닥칠 거라고요!"
 
로젤 라크무스:"내가 원하는 게 바로 재앙이야. 나를 배신한 그 배은망덕한 것들에게 내리길 바라는 것. 모르는 건 당신이야! 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지껄이지마!!"
 
피를 토하는 듯한 음성이 빗소리를 가르고 찢어집니다.
 
바르바토스:그렇다고 하네, 마녀야.
(원하는 답을 들은 사람처럼 싱글대며 로젤은 어깨를 잡고 선다.)
계약자, 저것도 네 소원의 범위 안일까?
 
로젤 라크무스:"죽여. 전부. 전부 죽여, 비참하게!!"
 
로젤이 휘청거리는 몸으로 당신의 옷을 쥡니다.
 
손톱이 모두 빠져 뭉그러진 손끝이 다시금 옷 위로 뭉개지고 피가 흐릅니다.
 
성치 못한 몸으론 힘에 부치는지 주저앉습니다.
 
바르바토스:분부 받듭니다.
(기괴하게도 그 꼴이 된 손을 붙잡아 손끝에 입을 맞추고는 놓아준다. 앞으로 나아간 걸음이 얼마 가지 않아 멈추고, 동시에 그의 손이 마녀의 복부를 꿰뚫었다.)
 
마녀의 외마디 비명이 핏물과 함께 터져나옵니다.
 
마젤리나는 자신의 몸을 관통한 당신의 손을 쥐어보지만 이미 갈갈이 찢긴 내장 탓에 몸뚱이가 빗물에도 씻기지 않을 피에 물들고 힘이 빠집니다.
 
절망이 어렸던 눈동자는 곧 빛을 잃습니다.
 
비릿한 향이 웅덩이가 되어 고이고, 생을 잃은 육체는 부질없게 그 위로 털퍽이는 소리와 함께 쓰러집니다.
 
그 끔찍하고도 황홀한 소음 사이에 탁한 웃음 소리가 섞여듭니다.
 
바르바토스:(손을 빼내자 살결에 내장의 잔여가 묻어 피와 함께 뚝뚝 흘러내렸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무심하게, 하지만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처럼 털어내곤 곧장 마을로 내려간다.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를 이질적으로 거닐다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이가 나타나자 곧장 그에게 다가가 두개골을 으깨어 내던진다. 뒤에서 비명을 지르는 부모에겐 아이의 일부를 선물하고, 늙은이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되돌린다. 그런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인간은 하나하나 죽어나갔다.
결국 그 현장에 자신밖에 남은 자가 없어졌을 때, 그제야 상쾌한 표정으로 제 계약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기다렸어?
 
당신이 돌아오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젤이 힘겹게 고개를 듭니다.
 
엉겨붙었던 피가 드문히 빗물에 씻겨내렸지만 여전히 육체는 악취를 풍깁니다.
 
운신하기 어려울 그 상태로도 두 눈동자에 타오르는 증오만큼은 꺼질 줄을 모릅니다.
 
로젤 라크무스:"내 소원은.. 전부 됐어?"
 
바르바토스:그럼. 끝났지. 너의 복수는 완성이야.
 
로젤 라크무스:"직접.. 직접 보고 싶어."
 
바르바토스:(친절히 미소 지으며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내민다.)
 
로젤은 터져나오는 비명을 악물어 삼키고 당신의 손을 잡아 일어납니다.
 
바르바토스:못 걷겠네.
(흘끗 상태를 보더니 다시 안아들고 어렵지 않게 마을로 내려간다. 자신이 지나왔던 곳을 모두 느린 발걸음으로 돌아다닌다.)
 
당신의 걸음이 닿았던 곳엔 온통 페허와 시체만이 즐비합니다.
 
끔찍하게 터져나간 그것들을 바라보며, 로젤은 빗속에서도 웃습니다.
 
연거푸 기침을 토해내면서도 꿋꿋하 게 웃음소리를 냅니다.
 
원한이 깊어 툭 불거져 나온 눈은 번들대고, 벗겨진 피부에 끈적한 피가 맺혔습니다.
 
당신의 손에 죽은 이들도 로젤에게 복수하고 싶을까요?
 
아니면, 로젤에게 용서를 구했을까요?
 
그 답을 구하기도 전에, 낯선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상합니다, 지금 상황에 서… 살아서 움직일 만한 사람은 없을 텐데도.
 
산짐승인가요?
 
로젤 라크무스:
은밀행동
기준치: 80/40/16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디스:
은밀행동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바르바토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비가 너무 몰아치는 까닭일까요. 시야가 흐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착각인가 생각하고 걸음을 잇던 중
 
그 기척이 다시금 들립니다.
 
이디스:
은밀행동
기준치: 80/40/16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바르바토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기척은 미처 포작하기도 전에 금새 사라져버렸습니다.
 
찝찝하게 만드네요.
 
바르바토스:...?
 
로젤 라크무스:"왜?"
 
바르바토스:무언가가 지나다니는 기분이 들어. 이상하네, 인간은 더 없었을 텐데.
 
말하는 순간 다시 기척이 느껴집니다.
 
이디스:
은밀행동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어떤 여자가 허리를 잔뜩 굽힌 채 시체를 질질 끌고 가고 있습니다.
 
바르바토스:거기 너.
 
당신에게 들키자 그 여자는 곧장 시체를 놓고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바르바토스:(속박 주문을 쓴다.)
 
마력 2 이성 1D6
 
바르바토스:
Rolling 1D6
굴림: 6
 
당신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보통 인간이 아닌 것인지
 
그녀는 잠시간을 더 달려 진흙웅덩이에 이르러서야 멈춥니다.
 
이디스:당장 놓지 않으면, 당신 세계로 돌려보낼 거예요!”
 
그녀는 표독스럽게 외칩니다.
 
바르바토스:(다가가며) 너도 마녀인가?
 
이디스:“그걸 제가 당신에게 알려줘야 할 이유가 뭐죠?”
 
바르바토스:나를 막으려 드는 건지 아닌지, 그건 좀 중요하거든. 네 목숨에.
 
이디스:"막을 이유가 뭐가 있나요. 내가 그래, 저 여자한테 주문을 알려줬는데."
 
바르바토스:아, 네가 그 에디슨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이디스:"뭐예요, 그 멍청한 이름은. 아무튼 댁들 용건이나 보라고요!"
 
바르바토스:음, 그래, 봐야지 용건. 그럼 이건 내 용건인데, 좀 보자. 네 목적은 뭐지?
 
이디스:"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데요?"
 
대답이 영 까칠하기만 합니다.
 
바르바토스:그야, 내가 지금 널 죽이고 싶으니까?
 
이디스:"하, 되돌려 보낼 거란 내 말은 못 알아 들은 모양이죠? 어쩌라고요!"
 
그러고보니 먼 옛날, 어떤 인간 마법사가 외운 주문 탓에 당신은 이 세계에서 볼일을 보지 못 하고 강제로 보금자리로 돌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저 여자가 그 주문을 알고 있다는 걸까요?
 
바르바토스:어쩌긴 뭘 어째. 알려달라는 거지.
(하지만 그걸 저게 어떻게? 두고두고 전달해 오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보다 아직 목적은 이루지 못했는데, 돌아갈 순 없다. 생긋이 웃으며)
이봐, 네가 정말 나를 네 마음대로 되돌려보낼 수 있다면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 건데? 알려줘봤자 난 아무것도 못 할 텐데. 그렇지 않아?
(설득 시도)
 
설득 판정
 
바르바토스: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강행좀,,,)
 
강행 판정
 
바르바토스: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이디스는 당신의 말에 코우슴을 치다가도 잠깐 곰곰히 생각에 잠깁니다.
 
조금쯤은 알려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건지 입을 엽니다.
 
이디스:"별 거 없어요. 주문을 알려준 그 분께서 요구한 것들을 모아바치는 거죠."
"위대한 분과의 거래엔 언제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댁들과는 관계 없는 일이니까 이만 갈길 가봐요. 보아하니 아직 바쁜 것 같은데?"
 
바르바토스:위대한......
(아직 본인의 목적은 알아내지 못했는데. 무엇을 원하기에 외신들과 거래를 한 것일까. 왜 하필 악마를 돌려보내는 주문일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남았으나 보아하니 더 말할 생각도 없어 보이고. 죽일까, 싶은 눈으로 보다가 자칫 이대로 돌려보내지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스쳐, 손짓 한 번으로 속박을 해제한다.)
내가 이렇게나 자비를 베푸는데도 그런 태도라니. 다음에는 좀 더 조심스러워지길 바라지, 마녀.
 
이디스:"흥, 위대한 분들과 영접한 나인데, 당신정도야 두려울 것도 없죠."
 
말을 마친 이디스는 다시 그자리에서 달아나버립니다.
 
그녀가 도망치고 난 자리에는 작은 호리병이 하나 떨어져있습니다.
 
실수로 떨어뜨린 모양이죠.
 
맨바닥이었으면 깨졌을 텐데 비 때문에 땅이 물렁해져서인지 멀쩡합니다
 
호리병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바르바토스:(발로 휙 차올려 손으로 잡는다. 뭐지?)
 
듣기 판정
 
바르바토스: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34
판정결과: 실패
 
정확한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대충 흐느끼는 듯한 음성이 호리병 안에서 들려옵니다.
 
로젤 라크무스:"당신이 이기지 못하는 인간도 있네."
 
바르바토스:인간이 아니야. 정확하게는.
(툴툴거리듯 하며 병을 그의 배 위에 던져 올린다.)
그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나 들어봐.
 
로젤 라크무스:"엉망이 된 내 귀로 말이야?"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몸이 망가진 까닭에 로젤은 제대로 듣지 못합니다.
 
바르바토스:안 들리면 됐어.
(쉽게 신경 끄고 주변이나 한 번 더 휘 둘러보게 해준다.)
자, 다 봤어?
 
로젤 라크무스:"당신이 그 여자를 쫓아가는 바람에 아직."
 
이디스를 쫓아오다보니 마을과는 제법 거리가 멀어졌습니 다
 
왔던 길을 되짚으며 다시금, 그 지옥도를 관락하러 갈까요.
 
바르바토스:무시할 수 없었잖아, 이 마을 인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디스가 사라진 방향을 한 번 더 보고는 마을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CHAPTER 3. 텁텁하고 씁쓸한 것
 
이 세상이 잠길 것만 같은 빗줄기가 내리 꽂힙니다.
 
길은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움푹 잠길 정도로 진창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것이 당신의 힘에 쓸려나가고
 
그나마 돌아볼만한 곳은 직접 손을 쓴 대장간, 방앗간, 약초꾼의 집 정도겠네요.
 
바르바토스:(가장 가까운 대장간부터)
 
대장간으로 향하는 길은 피와 비가 마구잡이로 섞여 흘러 길은 붉디붉게 물들었습니다
 
다. 짓이겨진 꽃잎들 이 피 웅덩이에 둥둥 떠다닙니다.
 
압도적인 파도 앞에 쓸려나간 시신들은 기괴하게 관절이 꺾여 죽었고 핏물은 벌어진 입안으로 되삼켜지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바르바토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런 그것들 사이로 젖은 양피지 하나가 보입니다.
 
바르바토스:(이 마을 것이었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죽이는 편이 나았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불편함을 느끼고 계약자를 내려준 뒤 앞에 쭈그려 앉는다.)
손 쓰기가 불편해. 그냥 업혀라, 너.
 
로젤 라크무스:"의외로 못하는 것이 많네."
 
기침과 함께 웃으며 엎힌다.
업힌다.
 
바르바토스:원래 모습으론 못할 것도 없지만, 인간의 몸이 그렇지 뭐.
(흥, 하고 콧방귀 뀌며 업어 들고는 남은 손으로 양피지를 대강 태운다.)
(방앗간으로)
 
로젤을 업어 다시 대장간으로 향하면 모르에 머리를 처박고 엉덩이를 쭉 뺀 채 자빠진 대장장이의 시체가 보입니다.
 
시체가 살아 있는 이들에게 으레 주곤 하는 교훈적인 엄숙함에도 불구하고, 절로 웃음을 자아낼 만큼 우스꽝스럽습니다.
 
로젤이 실소를 머금은 까닭은 그 탓이겠지요.
 
로젤 라크무스:"보기 좋네."
 
바르바토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저 스스로도 흡족히 보다가) 너, 나 전에 다른 누군가와 계약한 적은 없지?
 
로젤 라크무스:"계약..? 없어. 난 당신같은 존재가 실재할 거라고 믿지도 았았으니까. 하지만 있었네."
 
바르바토스:있지. 전혀 없는 것은 이야기로도 만들어지지 않아. 한 적 없다니 그건 다행이고.
여긴 다 봤지? 다음은 어디로 모실까. 말만 해.
 
로젤 라크무스:"그런 모양이네. 다음은.. 남아 있는 것들로."
 
방앗간과 약초꾼의 집이 남았네요.
 
바르바토스:(방앗간으로 가자)
 
가까운 거리의 방앗간에 금방 도착합니다.
 
이 일대엔 미처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진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여파가 있었는지 반파된 풍차의 날개가 나동그라져있고, 그 아래에 시체가 깔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아랫도리를 까뒤집고 죽어 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보입니다.
 
방앗간이니… 그런 짓을 저지른 건가요?
 
무릎에 바지가 걸린 채로 볼썽사나운 모습 으로 죽어 있는 저 남자 아이는 아직 손바닥에 굳은살도 배기지 않았습니다
 
앳된 아이죠.
 
그러나 그 자를 보는 로젤의 시선은 매섭기 짝이 없습니다.
 
바르바토스:아는 사이?
 
로젤 라크무스:"... 지난해 내가 직접 귀리죽을 끓여 먹인 사내아이야. 그것을 모두 잊었는지, 나를 음탕하고 사악한 마녀라고 쳐죽일 듯이 욕했지."
 
바르바토스:그럼 더욱 속이 시원하겠네. 어디, 내려서 밟아라도 볼래?
 
당신의 말에 로젤은 피싯 웃습니다.
 
로젤 라크무스:"밟을 발이 없네. 당신이 대신 해줘."
"아, 이것도 소원에 들어가나."
 
바르바토스:글쎄, 앞으로 더 재밌는 게 있을 거라면 내 재량으로 고려해보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문득 두 어린 연인의 손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반지]를 발견합니다.
 
바르바토스:(자세를 낮춰 반지를 빼어 들고 본다.)
 
그 반지를 자세히 본 순간, 당신은 어쩐지,
 
손발이 저릿해지며 무엇인 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심장이 부풀어 오르고, 또 갑자기 쪼그라드는 기분에 숨을 쉬기가 버거운데,
 
자꾸만, 자꾸만 뇌리에 이상한 기억과 그리움, 비통함이 떠오르고……
 
알 수 없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바르바토스:........?
 
기어이 눈물방울이 뺨을 타고 굴러 떨어집니다.
 
당장 로젤을 붙잡아 되돌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로젤의 목소리가 말캉하고 부드러운 유리로 만들어진 것 같았던 상념을 깨부숩니다.
 
로젤 라크무스:"결혼 반지네."
 
로젤의 음성엔 알기 어려운 감정이 서려있습니다.
 
로젤 라크무스:"...당신은 왜 울어?"
 
바르바토스:...모르겠어. 하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은...
아니야, 아무것도. 아마도, 우연히 전이된 거겠지.
(눈물조차 낯선데,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토록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는 채로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눈물을 닦아내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아까의 팬던트가 있던 곳에 넣었다.)
반대편으로 갈까.
 
로젤은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다가 뺨을 쓸어줍니다.
 
붉은 자욱이 뺨에 주욱 그어집니다.
 
로젤 라크무스:"그래, 가자."
 
바르바토스:? 뭐야.
(제 뺨에 닿은 손을 따라 그를 봤다가 다시 무심히 발걸음을 옮긴다. 약초꾼의 집에 도착한다.)
 
남루한 오두막입니다
 
약초꾼은 그나마 로젤에게 잘해주었습니다.
 
그녀가 약초꾼이 캔 약초를 거의 모두 다 사주었기 때문이죠.
 
그마저도 결국 로젤을 배신하긴 했지만요.
 
이에 대해 로젤은 회한을 느낄까요? 후회를 할까요? 모를 일입니다.
 
방 안의 풍경은 탐사자의 아늑한 암굴을 떠올리게 합니다.
 
참으로 병적이라는 뜻입니다.
 
물이 닿지 않았는지 가지런히 일자로 놓여 있는 대여섯 구의 시체....
 
썩은 내도 나지 않고 피고름도 없이 몸이 깨끗하게 닦여,
 
회색으로 죽어버린 안색과 다시는 열리지 않을 듯 굳게 다물린 입을 제하면 꼭 깊은 잠에 빠진 듯 합니다
 
개중엔 당신이 목을 베어 죽였던 시체도 있습니다.
 
바르바토스:왠지 익숙한 분위기네. 이것들은 왜 여기 이렇게 있는 거지.
 
로젤 라크무스:".. 누가 수습해 놓은 것 같네, 꼭."
 
주변은 정갈한 시체와 달리 마치 서둘러 떠난 것처럼 이부자리며 식기들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관찰 판정
 
바르바토스:그러고 보니 아까 그 여자가 하나씩 끌고 가던데.
(휘 둘러본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선반 위에 미심쩍은 모양으로 남은 먼지를 발견합니다
 
호리병 이 있던 자리 같습니다.
 
로젤 라크무스:"호리병만 챙겨갔나봐, 급하게."
 
바르바토스:아까 그거?
(아직 계약자의 손에 들려있을 호리병을 본다.)
 
수상쩍은 소리가 들리던 호리병이었죠.
 
분명 시체를 모으는 것 같았는데.. 급히 달아날 땐 어째서인지 이 호리병만 들고 달아났습니다.
 
그녀가 모으고 있다던 무언가와 관계가 있는 걸까요?
 
바르바토스:(상처받고 남루해진 -을 그러모아 괴물을... ..괴물을 위한 재료인가? 영혼? 호리병을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그거 잘 챙겨놔. 정말로 위험한 물건일지도 모르겠어.
 
로젤은 가물거리는 눈으로 호리병을 봅니다.
 
로젤 라크무스:"열어서 확인하는 게 빠를 것 같은데."
 
바르바토스:열어보고 싶어? 나야 해는 안 입겠지만.
 
로젤 라크무스:"내가 해 입을 것도 뭐가 더 있겠어. 어차피... 다 끝났어."
 
바르바토스:아직 마지막 소원이 남았는데도?
(키득거리다가) 열어, 그럼.
 
로젤은 그러게하고 웃다가도 호리병을 힘겹게 열어봅니다.
 
호리병을 열자, 그 안에서 희끄무레한 유령이 튀어나옵니다.
 
주위를 살피던 그는 나왔다는 기쁨에 미친 듯 웃음을 터뜨립니다
 
당신은 보자마자 이것이 인간의 영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로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요.
 
바르바토스:(잡을 수 있나? 손을 뻗어 잡아본다.)
 
유령: "드디어!! 으악!"
 
당신의 손아귀에 유령이 잡힙니다.
 
그제야 당신을 본 유령은 겁에 질린 표정입니다.
 
바르바토스:넌 뭐야?
 
로젤 라크무스:"응? 뭐가?"
 
바르바토스:영혼이 튀어나왔어.
 
유령: "저저전, 그 선량한 영혼입니다!"
 
바르바토스:그래, 선량한. 뭐 그렇다 치고.
왜 여기에 들어가 있었지?
 
유령: "사악한 마녀의 꾀임에 넘어가서 소원을 빌었다가 그 대가로 호리병에 갇혔다가 여러분 덕분에 나온 겁니다."
 
바르바토스:에디슨... 아닌데, 에디.. 디스.. 아, 이디스. 이디스라는 마녀 말이야?
 
유령: "맞아요, 아마도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네요.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제 영혼을 가져가더니.. 이렇게 갇혔어요."
 
바르바토스:소원을 대가로 영혼을 취하는 존재는 그리 없는데. 그건 도대체 뭘까, 정말로.
(중얼거리다가) 널 어디에 쓸 거란 말은 안 하든?
 
유령: "네,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소원을 빌고 백작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소원이 모두 완료돼서 갇히고 말았죠."
"하지만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자유네요. 감사합니다!"
 
바르바토스:(세 번째 소원까지... 악마가 되고 싶은 건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행보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가)
...잠깐, 그럼 이건 내가 주운 영혼이 되는 건데, 내가 가져도 상관없지 않나.
 
지능 판정
 
바르바토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선생님)
(이렇게 머리가 나쁠리가 없어요 제가)
(함만더하자 함만봐주자)
 
바티는.. 그래요.. 잠깐 지친 거겠죠. 머리를 맑게 해봅시다.
 
강행 판정
 
바르바토스:(씁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난 졸라위대하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위대하다)
 
바티는 위 대 합 니 다
 
위대한 당신의 머릿속에 문득 마젤리나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이디스는 다른 사람에게 당신과 같은 존재를 소환하는 주문을 알려주고 그 상대에게서 대가를 받는다고 했죠.
 
그리고 이디스는 무언가를 모으고 있다고 했습니다.
 
절박한 순간 챙겨간 호리병 안에선 그녀에게 주문을 받은 영혼이 튀어나왔죠.
 
무언가 짐작이 가는 바가 없나요?
 
바르바토스:(이디스가 영혼을 모아서 그 영혼으로 괴물을 만들 것이다 정도밖에...)
 
당신의 계약자에게 주문을 알려준 것은 누구던가요.
 
바르바토스:(아니?! 잠깐만 이새끼가)
 
당신의 계약자는 주문을 알려준 자에게 어떤 댓가를 치뤘을까요.
 
유령: "그 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바르바토스:(유령을 잡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온몸에서 힘이 풀려나가는 것을 느끼며 계약자를 돌아본다.)
야, 너. 아무와도 계약한 적 없다고 했지.
 
로젤 라크무스:"응, 없어. 왜?"
 
바르바토스:그럼 그 주문은. 날 부른 주문.
 
로젤 라크무스:"내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옆방에 있던 누군가가 알려줬어."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바르바토스:아무 대가도 없이 말이지.
 
로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가물거리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녀의 몸상태를 보았을 때 기억이 온전하다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바르바토스:(그 모습을 보다가) ...젠장, 꼬였잖아...! 단단히 꼬였어. 너 이미 영혼을 빼앗겼구나, 계약자야.
 
로젤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바르바토스:아까 죽인 그 마녀가 그랬지, 이디스라는 마녀가 우리를 부를 주문을 알려주고 무언가를 대가로 받아 어떤 것을 만들려 한다고. 그리고 이 호리병은 그 여자의 것이지. 여기에서 나온 유령이 주문을 받아 소원을 이루자마자 여자에게 영혼을 빼앗겼다고 했어. 그러니 너도, 마찬가지인 거야. 알겠어?
 
로젤은 당신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아.. 하는 탄성을 냅니다.
 
이해는 했다는 뜻인가 봅니다.
 
로젤 라크무스:"... 그럼 어쩌지. 당신에게 줄 것이 사라졌네. 내 몸뚱이라도 가져갈래?"
 
바르바토스:...정말이지, 골치가 아프게 됐어. 아무리 즐거웠다 해도 대가 없는 계약은 없는 법이야. ...그래, 정말로 몸뚱이라도 가져가야하게 생겼는걸.
(그 먹음직스런 영혼을 두고. 어째서 이렇게... 이름 모를 마녀의 말을 믿었어도 이미 늦은 일이었지 않나. 당했다는 생각에 얼굴을 찌푸리며 으득 이를 간다.)
만약 가능하다면 영혼까지 되찾아올 방법을 생각해야지. 하지만 일단은, 그렇게라도 해야겠어.
(계약자 쪽을 본다.) 기억해. 넌 분명 몸뿐만 아니라 영혼을 걸고도 나와 계약을 했어.
 
로젤 라크무스:"응, 알아. 내 영혼은 당신의 것이야. 되찾는다면."
 
로젤은 스스럼없이 답하며 끄덕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그 마녀를 쫓아 이 호리병처럼 받아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바르바토스:(머리를 벅벅 헤집다가 빈 호리병을 바닥에 내던진다.)
찾으러 가자. 아직 세 번째 소원은 빌지 마.
 
호리병이 바닥에 나뒹굽니다.
 
둘은 밖으로 나옵니다.
 
마을은 처참하게 멸망했습니다.
 
죗값을 가장 지독하게 치렀죠.
 
마을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로젤이 고통스럽게 신음합니다.
 
몸에 다시금 문양이 자라납니다
 
두 번째 소원이 완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로젤 라크무스:“복수라는 건 참으로 텁텁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네.... 이런다고 해서 있었던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겠지."
 
바르바토스:어떤 일도 되돌릴 순 없지.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서 네 한이 풀렸겠어?
(그러니 다른 생각은 말라는 듯 빠른 걸음으로 시체의 밭을 지난다.)
 
로젤 라크무스:".. 그건 그래."
 
작게 실소한다.
 
하늘을 찢어낼 듯 내리던 비는 서서히 그치고 주변을 드문드문 밝히던 뇌광도 잦아듭니다.
 
빠른 걸음 속에서 문득 침묵이 찾아듭니다.
 
어느 순간 당신의 등에 업힌 로젤의 몸이 더욱 무겁게 늘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바르바토스:아직 죽을 수 없어, 계약자야.
 
그녀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바르바토스:(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본다.)
 
돌어보면 어느새 감겨 있는 그녀의 눈이 보입니다.
 
다시는 뜨지 않을 것처럼 아주 굳건히
 
복수를 마쳤으니, 이 세상을 떠도 여한이 없다는 듯.
 
열이 들끓고 숨이 가쁩니다
 
아직 안 되는데…
 
이 인간은 세 번째 소원을 빌지 않았는데…
 
이대로 죽어버리면 영혼은 고사하고 육체도 가지고 갈 수 없을 겁니다.
 
바르바토스:(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멀쩡한 집에 들어가 살려놓기라도 해야겠습니다.
 
바르바토스:(일단 가장 가까운 집으로 들어가 적당한 침대 위에 그의 몸을 눕힌다. 응급처치가 가능할까.)
 
CHAPTER 4. 마지막 소원
 
여러 처치에도 숨을 붙여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도망친 마녀를 쫓지 못하고 지난 일주일 내내 간호를 위해 꼼짝 없이 붙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이리 숨이 약해서야, 세 번째 소원까지 들어주고 육체만이라도 거둬 이 세계를 뜨는 것이 낫겠단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라도 영혼을 찾아 암굴에 처박아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고요.
 
그러나 되살아난 목표를 모두 잃은 로젤은 아예 이번 생을 포기한 모양이었습니다.
 
수차례 그녀의 숨은 빛 없는 저승의 강물에 까무룩 잠겼고, 또 그러다가 간신히 떠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을 부르던 가냘픈 목소리. 연약한 미소. 맹목적인 애정.
 
아마도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을
 
그리하여 칠 일 내내 이어지던 비가 완전히 그치고
 
가까운 황야로부터 척박한 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봄날 아침.
 
로젤은 간신히 눈꺼풀을 밀어 올렸습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하자마자 그녀는 설핏 웃습니다.
 
로젤 라크무스:"바티.."
 
낯익은 이름을 호명하는 목소리는 심장을 토막내어 담은 듯 애절합니다.
 
통곡을 교향곡으로 삼고 절망을 보석으로 아는 당신이 아주 찰나 간이라도 그 애정을 탐내고 싶을 정도로 절박하게.
 
곧 당신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립니다.
 
저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구나.
 
오래 전에 죽었다던,
 
얼굴도 같은 남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구나.
 
지난 칠 일 동안 로젤은 부단히도 그 사람을 찾았거든요.
 
이름도, 얼굴도 같은 악마가 소환되다니
 
운명이란 얄궂은 무뢰배들이지요.
 
바르바토스:그래, 계약자야. 그 닮은 내가 여기 있으니 이제 좀 정신을 차려보지 그래.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젤은 눈을 느리게 삼박입니다.
 
흐리멍덩한 시선이 또렷해지고 탐사자의 정체를 알아차립니다.
 
로젤의 눈에 담겼던 보석과 같은 애정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죽은 생선 눈깔처럼 반질대는 눈동자가 세상을 멍하니 비출 뿐입니다.
 
어떠한 열정도 품지 못 한 채.
 
이미 마녀는 멀리 도망쳐버렸을 것이고,
 
그 마녀를 잡을 때까지 로젤의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더 지체해선 계약을 완수할 수 없겠죠.
 
바르바토스:(빛이 사라진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이 느낌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이것은 아쉬움이다. 분명 저 이어진 눈빛이 제겐 훨씬 더 좋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앞서 스쳤던 애정까지 쥐고 싶어져서 느끼고 만 이기심이다. 나는 욕심이 많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모두 가졌는데 왜 저것은 내가 갖지 못하는 것이란 말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곳엔 시간이 없다. 저 몸이라도 얻어야, 죽어버린 눈빛이라도 내게 남을 것이다.)
정신이 들었으면 그만 세 번째 소원을 빌어. ...마지막이니 이번에는 형식을 지키자, 계약자.
나 바르바토스가 세 번째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그대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인가?
 
로젤은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다가 그저 입술만을 달싹이다 말뿐입니다.
 
로젤 라크무스:"...세 번째 소원.."
더 빌 것이 무엇이 있던가. 이미 내가 원하던 것은 다 이뤘거늘. 바라는 것이란 생의 것인데 몸도 마음도 죽었으니 무얼 바랄 수 있을까.
 
로젤은 오랫동안 소원을 떠올리지를 못합니다.
 
그녀는 이미 생에 미련이 없으니까요.
 
남편이 없는 세상은 로젤을 마구 박대해왔기에, 그녀는 더 이상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죠.
 
로젤 라크무스:"... 당신이 만난 인간들은, 어떤 소원을 빌던가요? 마지막 소원으로."
 
바르바토스:다들 제각각이었지. 미래를 알려달라더니 그것으로 선지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신출귀몰하게 해달라던 것들. 누군가와 화해하게 해달라던 것들. 위험한 것의 봉인을 해제해서 세상에 멸망을 가져다 달라던 것들까지. 그러고 보니 꽤 재밌는 것들이 많았구나.
...그러니 네게도 기대가 커, 계약자.
 
로젤 라크무스:"마지막 소원으로 그런 것들이라.."
 
로젤은 작게 웃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당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녀가 가장 그리워하는 무언가를 닮았을 그 얼굴을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로젤이 입을 엽니다.
 
로젤 라크무스:"나를..."
"나, 로젤 라크무스를 내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해주겠어?"
 
후회와 기쁨, 분노와 허망함이 뒤죽박죽 섞인 채
 
그녀의 음성은 가늘어진 그 숨만큼이나 떨립니다.
 
바르바토스:...... (꽤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들어본 소원 중 가장 놀랍고 어려운 소원이네. 그래도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난 악마인데.
 
로젤 라크무스:"..상관없어."
 
사랑을 빌기에 참으로 적절한 때와 장소이지요.
 
길바닥에 너부러진 원수들의 시 체는 추깃물을 흘리며 썩어가고
 
황야에서 불어온 불온한 바람이 먼지를 끼얹습니 다.
 
오래된 상처에서 흐르는 썩은 고름이 이부자리를 노오랗게 적시는 이 날에,
 
로젤은 당신에게 사랑을 구걸합니다.
 
바르바토스:-기한은?
 
로젤 라크무스:"그것도 상관없어. 내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바르바토스:그건 그렇네.
(눈꺼풀을 삼박인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제대로 수리가 될지 모르겠네. 인간들은, 어떤 식으로 사랑을 하지?
 
로젤 라크무스:"..마음으로, 하던가. 그냥 느낄 수 있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곤 해."
"내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바르바토스:소원이라며. 계약 내용은 어떤 것이든 세 가지의 소원을 들어주고 내 것을 받아가는 거지. 우선은 육신이나마 가져갈 테니, 나는 일을 해야해.
(마음이란 건 아직 어렵다. 암굴에서 기어나온 것에게 사랑을 요구하다니, 참으로 재미있단 생각에 혼자 끼득대다가)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 건가.
(힘없이 늘어진 몸을 올려 끌어안고는 웃는 소리로) 사랑해, 로젤.
 
당신은 허무하고 어리석은 로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로젤의 얼굴에 희미하지만 진실된 웃음이 깃듭니다.
 
마침내 문양의 세 번째 획이 그입니다.
 
이 가증스러운 계약은 완성되고, 또 완료됩니다.
 
세상의 왕으로 만들어 달라는 소원이나 곳간의 곡식이 썩어갈 정도로 부자로 만들어 달라는 소원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그 누구도 일전에 사랑해달라는 소원을 빈 적이 없었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이 바티에게 사랑을 심습니다.
 
아, 당혹스럽게도, 가슴 속에서 낯선 것이 피어오릅니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뺨이 봄빛으로 물들고.
 
소원은 사랑을 강제합니다.
 
인간을 사랑하게 되다니 이런 일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지독하군요.
 
신화생물의 사랑을 구한 어리석은 인간을 어찌 해야……
 
로젤 라크무스:"한 번 더 이야기해줘."
 
로젤의 숨이 점차 가늘어집니다.
 
바르바토스:...사랑해.
 
로젤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득 피어납니다.
 
얼굴만 같은, 소원에서 피어난 거짓된 사랑일지라도
 
적어도 지금은 잃었던 품을 되찾은 것만 같습니다.
 
로젤 라크무스:"나도 사랑해, 바티. 이곳이 네 품이라 다행이야."
 
그녀의 목소리도 점차 사그라듭니다.
 
생의 불씨는 그렇게 천천히 잦아듭니다.
 
달콤한 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양에서 검은 연기가 꾸역거리며 흘러나와
 
로젤의 목을 목줄마냥 감쌉니다.
 
이미 영혼의 찬탈자가 있음에도, 당신은 기만적이게 로젤의 육신과 영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이 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바르바토스:...계약은 완료됐어, 계약자.
(그 목을 감싼 연기 속으로 손을 뻗어 목줄기를 손 안에 쥐고 갈등하다가, 두 갈래 길 중에서 육신을 쥐었다.)
남은 대가는 내가 다시 가지고 올게.
 
그래요, 곧 검게 썩어 녹아버릴 육신일지라도…
 
지금 가질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면 그거라도 가져야겠어요.
 
당신은 손을 뻗어 로젤의 목을 움켜쥡니다.
 
고문의 상흔이 씻겨나가지 않은, 상처투성이 몸뚱이.
 
언제 숨을 그쳐도 이상하지 않을 육신을 탐하다니,
 
이 육신을 가장 부드러운 비단으로 휘감아 매일 같이 끌어 안고 키스를 해주고 싶어한다니…
 
빌어먹을 소원!
 
한 번 생겨난 감정은 아무리 당신이라고 할지라도 쉬이 토막내 죽이기 어려운 것이라서
 
로젤의 체온이 맞닿을 때마다 심장이 우지끈 부러지고 누니울이 뜨거워집니다.
 
아, 검은 줄을 목에 휘감은 채 로젤이 낮게 속삭입니다.
 
자,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내게 사랑을 고해줘.
 
당신이 로젤에게 패배하여 무력한 채, 사랑한다 속삭이면 로젤은 눈을 감습니다.
 
그녀의 입으로부터 하얀 영혼이 솟아올라 바람에 휩쓸려 산 너머로 사라집니다.
 
영혼은 이디스, 그 마녀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만 것이겠죠.
 
그리하여 지금 당신의 손아귀에 남은 것은 영혼 없는 육신입니다.
 
까무룩 닫힌 눈. 떨림 멎은 입가
 
싸늘하게 식은 피부.
 
꼭두각시 같아..
 
아, 어떻게 하면 좋죠.
 
로젤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고작 이 육신으로 만족하지 못할 만큼.
 
그녀가 나를 보고 웃어주면 좋겠어.
 
ENDING. 껍데기
 
로젤 로스트, 바르바토스 생환.
 
보상: 언약에 지불된 이성/ 마력 중 마법에 쓰고 남은 것을 전부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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