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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라녹

[라녹] 황자님의 말씀대로 2019-11-16

시나리오 원문 : https://posty.pe/3rqnzf


KPC : 에녹 세실

PC : 플라체


3부가 안 나와서 1~2부만.




1부


0. 꿈속의 예언
익숙한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습한 공기가 무겁게 몸을 짓눌러온다.
기묘한 보랏빛 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당신은 이 공간을 알고 있다.
당신의 꿈.
내일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정해주는 공간.
당신이 이 꿈속에서 눈을 떴다는 것은
곧 '예언'이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주변을 살펴봐도 사방이 어둡고 넓은 이 공간은 마치 동굴 같기만 하다.
저 앞에서 희미한 불빛이 일렁인다.
빛은 안쪽에서부터 새어 나오고 있다.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 기묘한 공간은 언제나 당신을 '예언'으로 향하도록 이끌어왔다.
달리 걸음을 둘 곳은 없다.
꿈에서 꺠는 법 또한 알지 못한다.
어둠 속에 남는 것을 택해도, 행동하지 않는 이상 시간을 흐르지 않았다.
즉, 당신은 빛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안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주변이 밝아진다.
어둡던 공간은 이내 주황색으로 일렁이는 빛으로 가득해지지만,
당신은 그 빛에 외려 긴장하고 말았다.
그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것이 무언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밝은 곳에 있는 어둠.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황자님께서 오셨군."

예언이자, 신.
왕좌처럼 보이는 화려한 의자에 반쯤 몸을 기울인 채 앉은 남자가 보였다.

그가 앉은 자리 근처에 놓인 수많은 촛불이 밝은 빛의 근원이었다.

그 빛 덕에 그의 구릿빛 피부는 황금색으로 건강하게 빛났고, 푸른 먹빛 머리칼이 흐트러져 빼어난 외모를 밝혔다.
분명 밝은 빛이 그를 감싸고 있으나, 찬란하다는 느낌은 없다.
외려 어둡고 음침하다.
무엇보다, 그의 앞에 설 때면 이성이 이렇게 말했다.
'위험하다.' 라고.
그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플라체:(파들)
(망설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 내일의 예언을... 듣고 싶습니다.
"만날 때마다 그렇게 떨고만 있으니, 가엾은 황자여. 꿈에서라도 자유롭게 얘기하도록 해. 영영 예언에 모든 것을 얽혀 살아도 좋다는 말인가."
그가 웃었다.
"하지만 재미는 있어."
"바로 예언을 듣겠나, 황자여."
플라체:(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더니) 자유로이 이야기하라 하여도... 무엇을 이야기하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불쌍한 인형."
"그래, 하지만 그것이 황자의 선택이시라면야."
그가 왕좌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예언'을 들어라."
그의 말에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
내일은 어떤 이가 당신의 말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신의 예언 떄문에 의미 없는 일들을 벌이게 될 것인가.
"`황궁 뒤뜰 하얀 말의 목을 베어 흰 갈기를 붉게 물들여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황궁의 마구간에 하얀 말안 단 한 마리 뿐이었으니까.
그것은 황제의 애마를 뜻했다.
황제이자 당신의 아버지는 그 하얀 말을 아주 많이 아껴왔고
며칠 뒤에 있을 사냥에서도 그 말과 함꼐 나가겠노라고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황제에게, 아버지께 당신이 어찌 그런 '예언'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이 사색이 되어 있을 때, 남자는 어느샌가 코앞까지 다가와 당신과 눈을 마주하고 말했다.
"날이 밝으면 이렇게 말하라, 황자여. 말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네 혀를 뽑는 것으로 내 유흥을 대신하겠다."
"아, 그리고."
"이번에도 내 말을 전한 뒤엔 네가 원하는 것을 하나쯤 말해도 좋아."
"그 정도는 들어주지."
플라체:(울먹)
"대답은?"
플라체:(석연치 않은 낯으로) 알겠습니다.
그래,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이 컴컴해진다.
1. 예언이 있으십니까?
잠에서 깼을 때, 적막만이 당신을 반겼다.
넓고 서늘한 침대.
어두운 방 안.
곁에서 반기는 이 하나 없이 홀로 몸을 일으켰다.
침대맡에 매어진 종이 보인다.
'예언'이 있을 때에 당기는종이다.
이 종을 당기면, 시종이 황실 사람들을 모아 '예언'을 들을 준비를 해줄 것이다.
플라체:......
다시 말하자면, '예언'이 아니고선 아무도 당신을 찾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플라체:(종 만지작 만지작)
(한참 고민하다가 당겼다)
...
잠시 뒤, 몇 개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정중하고 딱딱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시종 둘이 들어왔다.
시종: "예언이 있으십니까?"
플라체:그래.
다른 말을 더 할 수도 있겠지만...
괜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서 좋은 것은 없을 테다.
시종: 더 필요하신 건...
플라체:목이 말라.
어리숙해 보이는 시종이 말을 꺼내자, 옆에 있던 다른 시종이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당신의 말에도 불구하고, 시종들은 자기들끼리 무어라 소곤거리고 있었다.
플라체:...뭣들 하는 거야?
시종: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물은 방에서 나오실 때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시종들은 황급히 허리를 숙여 보인 뒤 문을 닫고 나갔다.
시종들이 나가고, 다시 방 안에 홀로 남았다.
이제 방을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몸단장을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당신은 스스로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플라체:(옷도 갈아입고 빗질도 했다.)
문을 나서자, 문 옆에서 아까와 다른 시종이 조용히 당신에게 물컵을 내밀었다.
플라체:(받아서 마신다.)
(아까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 중)
그 시종은 단 한 마디 말도 내뱉지 않고, 당신이 마시고 난 뒤 물컵을 받아 바로 그 자리를 피했다.
당신은 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플라체:(들은 것 같다.)
듣기 판정.
플라체: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소곤거리던 그들의 말소리를 떠올렸다.
"말 시키지 마." 하는, 그들의 소곤거림을 들었다.
플라체:(기억이 나자 빈정이 상한다.)
당신의 표정이 찌푸려지자, 그 미미한 변화에도 근처에 있던 시종들이 당신을 흘끔거리고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양옆으로 늘어선 넓은 복도가 보인다.
플라체:오늘따라 괜히 이상하네. (중얼)
'예언'을 말하기 전이면 어김없이 가야만 하는 곳이 있었다.
황국의 북쪽에 위치한 예언자의 방.
그의 방으로 가는 건 끔찍하리만치 싫었지만,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예언'을 말해야 하는 긴장감보다는 나은 일이었다.
플라체:(한숨을 삼키고 고개를 들고 걷는다.)
(갑자기 근처의 시종에게 시선을 주더니)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시종은 당신의 말에 눈을 굴려 당신을 보았다가 아닙니다, 황자님. 하며 고개를 숙였다.
황궁 안은 어두웠다.
기다란 복도에는 저마다 큰 창이 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날씨가 좋은 날에도 항상 커튼을 쳐두게 되었다.
지금도 그랬다.
붉고 두꺼운 융단으로 만든 커튼이 바깥의 빛이 이 복도로 새어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몇몇 시종들이 들고 돌아다니는 촛불마이 어두운 복도 안을 비추었다.
복도 안에는 당신의 발소리,
그리고 소리를 죽이고 뒤따라오는 수많은 발소리,
따르는 이들이 저마다 속삭이는 소리,
이따금 들려오는 우르릉거리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바깥 날씨가 그리 화창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플라체:기분이 우중충해.
(입이 튀어나왔고 눈은 슬프다.)
기다란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유독 주변이 어두워지는 구간이 있었다.
바로 여기.
그곳이 가까워지자 시종들도 모두 촛불을 불어 껐다/
예언자의 방.
황궁의 가장 어두운 곳.
묘한 긴장과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플라체:(손가락 꼬물꼬물)
들어가지 않고 머뭇거리는 당신의 뒤에서 시종들의 차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플라체:(따가운 뒤통수를 숙이고 노크했다.)
노크를 하자 문이 열리고
안에서 예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황자님. 예언이 있으시다고요.
"오셨습니까, 황자님. 예언이 있으시다고요."
그 목소리를 들을 때면 늘 가슴이 세차게 뛰어대고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그 목소리가 객관적으로 보아 끔찍하거나 모독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본능적인 거부감에 가까운 것일 뿐.
"우선은 들어오시겠습니까."
플라체:(보폭을 좁게 해 안으로 들어간다.)
당신은 어두운 방 안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기묘한 향이 훅 풍겨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움이 눈을 잠식한다.
어둠 속에서 채도가 낮은 빛이 일렁인다.
예언자가 당시을 위해 초를 밝힌 것이었다.
초 하나로 넓은 방 안을 모두 비출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당신이 가서 앉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있었다.
예언자는 테이블에 앉아 당신이 앉을 자리를 가리켰다.
"어떤 예언이던가요?"
플라체:(가리킨 데로 이동해 앉는다. 머리 끝을 만지작거리다가) ...황궁 뒤뜰 하얀 말의 목을 베어 흰 갈기를 붉게 물들여라.
예언자: 뒤뜰의 하얀 말이라...
그 말밖에는 없군요.
그는 턱 언저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플라체:(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지만 그뿐, 더 이상 '예언'에 대해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플라체:(힐끔)
초가 켜져 있음에도 방 안의 모든 곳에 그 빛이 미치지 못해 곳곳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과연 황궁에서 가장 어두운 곳이라는 별칭에 걸맞다.
그건 곧 당신이 이곳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어둠 속에서 눈이 익숙해질 때쯤이 되어서야 겨우 몇 가지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처진 커튼. 빼곡한 책장. 바닥에 잔뜩 쌓인 책과, 꺼진 초들.
그럼에도 어둠에 휩싸여 제대로 분간하기 힘든 물건들을 바라보던 도중, 예언자가 다시 물어왔다.
"그럼 오늘의 '원하시는 것'은 생각해두셨습니까?"
플라체:아버지가... (마른 입술을 적신다.) 마음에 들어하실 말이 갖고 싶어.
예언자: 애마의 목을 베시고 또 다른 말을 선물해 드리겠다니. (웃는다.)
허나 황자님의 '말씀'이시라면, 그 뜻대로 되겠지요.
똑똑.
노크 소리가 정적을 꺴다.
당신과 예언자의 목소리뿐이던 방 안에 다른 소리가 섞이자 반사적으로 숨을 멈추게 됐던 것도 같다.
시종: 모두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건 즉, 모두가 알현실에 모여 당신의 '예언'을 기다린다는 뜻이었다.
이 조용하고 불안한 평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이것을 펴오하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언자: 황자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의 작은 어깨를 토닥이며 속삭였다.
예언자: 그렇게 한다 해서 폐하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뭐가 좋을지 생각해두시는 편이 훨씬 나을 겁니다.
플라체:(정곡을 찔린 듯 바닥을 서글프게 바라본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그것은 '자유'겠으나, 그건 바란다고 한들 주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여기서 그가 말하는 '원하는 것'이란, 그저 당신을 위한 사치스럽고 형태 뿐인 것을 묻는 것일 테다.
새 예복이 갖고 싶다든지.
당신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든지.
새로운 시종이 필요하다든지.
어차피 당신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으므로.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은 예언자와 함께 어둠을 나섰다.
황자님의 말씀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걷는 동안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온통 검으 곳으로 몸을 감싼 예언자와 그를 따라 걷는 당신.

그리고 그런 당신을 수많은 발걸음이 조용하고 무겁게 뒤따랐다.

복도 저편으로 화려하고 커다란 문이 보였다.
아랫것들이 지나는 문임에도 수많은 보석이, 성스러운 조각이 아래로 지나는 이들을 축복했다.
저 너머에 얼마나 많은 축본의 존재들이 당신의 저주를 기다리고 있을지.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저 축복스러운 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은 옆으로 난 나선형의 계단을 보았다.
당신은 이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향해야 한다.
그때, 예언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듯 내려앉았다.
예언자: 당신의 책임을 잊지 마세요.
분명한 경고.
플라체:(알겠다는 양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신의 대답에 곧 예언자는 많은 시종들을 거느리고 축복의 문 아래를 지난다.
이제 당신의 곁에 남은 것은 한 명의 시종.
처음 보는 앳된 얼굴의 아이였다.
플라체:(빤히 본다.)
아마도 당신의 나이 또래.
시종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건지, 구두가 지나치게 깨끗하고 광이 나고 있었다.
그는 당신의 시선을 흘끔 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축복의 문 건너편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멀게 들려왔다.
플라체:(한숨)
(계단으로 향한다)
당신은 익숙하게 나선형 계단을 밟는다.
고작 한 층 오르는 것인데도 계단은 아주 많았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나라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나.
벽을 따라 늘어진 촛대에 불이 켜져 있어 발 아래가 어둡지는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때, 위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에 계단을 밝히던 모든 불이 꺼져버렸다.
순식간에 찾아온 암전.
플라체:...?!
너무 놀라 새된 소리를 내뱉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소리 없이 놀람을 삼키거나.
플라체:(놀라서 비틀거린다.)
어쨌든, 당신은 그 자리, 그 칸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당신을 삼켜버린 것만 같았다.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1
이대로 삼켜져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시종?:괜찮으십니까?
어둠 속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말을 걸어온다.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올 사람이 있던가?
플라체:...아.
당황하고 있을 떄, 성냥을 긋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빛이 아른거린다.
가까이서 느껴지는 온기.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당신을 뒤따르던 아이의 웃음기 띤 얼굴이었다.
시종?:어디서 센 바람이 불었나 봅니다.
아이는 자신이 들고 있던 초에 불을 밝히고는 당신보다 몇 계단을 앞서 올랐다.
실로 당돌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당시에게 손을 내밀어 보였다.
시종?: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제가 아래를 비춰드리겠습니다.
플라체:(불빛과 함께 드러난 손을 잡았다.)
너... (아까 그 아이인가.)
시종?:(손을 잡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 궁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플라체:(새침하게 듣고 있다.)
시종?:궁은 반짝반짝 빛나고 대단한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플라체:...뭐가 이상하지?
시종?:이런 말씀, 외람되지만. (당신을 흘끗 돌아보곤 다시 앞으로 간다.)
모두가 황자마마를 피하고 있지 않습니까.
플라체:(정색)
시종?:(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다시 뒤돌아봤다가 그 표정 보곤 아하하 짧게 웃는다.)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외롭진 않으십니까?
플라체:...건방진 질문을 하네. (화난 표정을 하고 퉁명스레 말하면서도 손은 놓지 않았다.)
시종?:아, 혹시 이조차 예법에 맞지 않는 질문이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럼 다른 얘기를 할까요. (곰곰)
오늘은 날씨가 맑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는 오늘의 예언이 밝은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감히 제가 끼어들 만한 부분은 아니지만요. 그래야 다른 이들이 조금이라도 웃지 않겠습니까.
플라체:...그런가.
예언은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냐.
시종?:그런가요. 그렇겠죠. '예언'이니까요. 그렇다면 황자님께서라도 좋은 말씀 하나 해주셔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아, 황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들은 전부 이뤄진다는 소문도 돌던데, 그것이 진실이라면 뭐든 해보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플라체:(눈 깜빡깜빡)
나보고 거짓말을 하라는 거야?
(라고 되물었지만 조금 호기심이 생긴 눈치다.)
시종?:거짓말이라니요. 그랬다간 언제 어떻게 경을 칠 지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예를 들어서, 평소에도 재미있는 요구를 하신다거나, 그런 것 말입니다. 복도에 향이 짙은 꽃들을 온통 꽂아둔다거나. (장난스럽게 웃는다.) 만약 소문이 진짜라면 좀 더 무리한 것을 요구하셔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얼마만에 나누는 대화일까.
얼마만에 입 밖으로 내뱉는 '나의 말'인지.
잠시였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며 당신에게도 '친구'라는 것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 따뜻함을 느끼자 막혀있던 감정이 소리도 기척도 없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라면, 이 아이라면,
당신이 무엇을 해도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게 허락되지 않는 일이라 하여도, 누군가 곁에 있기만 해준다면.
그때, 당신의 발이 마지막 계단을 디뎠다.
도착한 것이다.
오늘은 어떤 저주가 내릴지, 몸을 떨고 욕을 하며 당신의 예언을 기다리는 이들의 앞에.
알현실로 향하는 '당신의 문'은 아래에 있는 것보다는 단출했으나, 손잡이는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그 위에 박힌 커다랗고 붉은 보석은 당신에게 내려진 이 '저주'를 조롱하듯 영롱하 핏빛으로 빛났다.
이 문을 열면 내려꽂힐 수십, 수백 개의 눈을 상상하자 피부가 따끔거려온다.
시종?:다 왔네요.
그럼 마치고 뵙겠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플라체:(인사 없이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다.)
시종의 촛불까지 사라지자 완연해진 어둠 속.
당신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달칵, 하는 소리에 웅성거리던 밖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시선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당신의 조그만 몸은 그 시선을 모두 감당하고 서 있기에도 벅찼으나, 당신은 꿋꿋이 앞으로 향해 난간에 손을 얹고 섰다.
머릿속이 어지럽고 울렁거린다.
배 안에 실뱀 몇 마리가 꿈틀대고 돌아다니는 것만 같다.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64/32/12
굴림:74
판정결과:실패
-1d3
플라체:
rolling 1d3
(
2
)
=
2
삐이이───────────
긴 이명이 들려온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당신 자신의 심장소리마저.
정신력 판정.
플라체: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눈앞에 핑글 도는 것을 겨우 붙잡자, 아래층에서 당신의 그림자 아래에 선 예언자가 보였다.
그가 말했다.
예언자: 황자님께서 어젯밤 예언을 받으셨습니다.
그 말에 확, 정신이 든다.
예언자: 황자님, 신의 말씀을 전하십시오.
모든 시선이 당신을 향해 있다.
공포와 우려 가득한 저 눈빛들
당신의 아버지인 황제도 예외는 아니다.
말해야 한다.
아버지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하얀 말을 신께 바쳐야 한다고.
그의 하얀 갈기를 붉게 물들여야 한다고.
지금, 당신이 입 밖으로 낼 말은......
플라체:(머뭇)

황제: 말하라, 황자. 이번 예언은 무엇인가.

플라체:(우울한 얼굴로 제 손가락 끝을 꼼지락거린다.)
당신은 오랫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플라체:(입을 한참이나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들자 얼굴이 벌겋다.)
황궁 뒤뜰에서 꼬리털이 가장 많은 다람쥐를 찾아라.
(말꼬리를 조금 흐렸다.)
도저히 그 말의 목을 베라고는 할 수 없었던 당신은 거짓 예언을 말하고 말았다.
꿈속의 신이 과연 당신을 용서할까?
하지만......
아래층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당신을 올려다보던 예언자가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미 예언은 말해졌다.
플라체:(막상 말하고 나자 돌이킬 수 없어졌다. 어쩌라고, 심정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은 이내 점점 높은 언성으로 변해갔다.

장난처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예언이었음에도

당신의 말로, 또 어떤 일이 황궁 안에서 일어날 것인가.
당신은 이 운명을 저주하는가?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62/31/12
굴림:83
판정결과:실패
-1
플라체:(어질어질)
"꼬리털이 가장 많은 다람쥐를 찾아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또 그것을 어떻게 찾고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이런 장난을 신께서 원하셨단 말입니까?"
"그럼 황자님께서 지금 거짓을 말씀하고 계시다는 겁니까?"
플라체:(뜨끔)
"그렇다 하더라도 그분의 말은 신의 말입니다!"
"신의 뜻을 거역했다간 황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혹시 압니까? 가볍다 생각해 예언대로 하지 않았다가 또 지난번처럼 사람이 잔뜩 죽어날지!"
"말을 조심하시오. 그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플라체:(입 꾹 다물고 듣고만 있다.)
귀족들이 고함치는 소리.
시종들의 한숨과 술렁임.
황제의 근심 가득한 표정.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도 뒤엉켰다.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어떤 소음도 없는 곳으로.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는 곳으로.
황제: 그만!
누군가의 목소리에 소음이 뚝 멈춘다.
손을 들어 올린 것은 황제였다.
당신의 아버지.
플라체:(화들짝 놀라 황제 쪽을 봤다.)
아버지라면,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당신을 건져내 주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는 당신에게 어떤 눈길도 주지 않았다.
황제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황제: "그것이 진정 신의 예언이란 말이냐?"
플라체:그렇습니다.
황제: ...예언이 있었으니 황자가 원하는 것도 들어야 할 터.
황자는 계속해서 말하라.
다시 모든 시선이 당신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당신은 알 수 있다.
플라체:곁에 두고 제 전용시종으로 삼고 싶은 아이가 있습니다.
그의 말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정해진 단계일 뿐이라는 것을.
당신은 바라는 것을 말했다.
이 어두운 길을 벗어날 수 없다면, 적어도 외롭지만은 않기를 바랐다.
일순간 찾아오는 정적.
외로운 황자가 바라는 것은 바로, 당신을 위한 사람.
듣기 판정.
플라체: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하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아주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알현실 안을 가득 채웠다.
당신은 곧 그 소리가 당신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야, 그 누구도 동요하지 않고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재미있어지겠어."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바로 당신의, 우리 모두의 신.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61/30/12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1.
곧 눈앞이 어지럽게 일렁이더니, 몸이 무너졌다.
플라체:(풀썩)
.....
오늘은 황제가 사냥을 나서는 날.
황궁의 몇몇 사람들이 뒤뜰로 이어진 황가의 사냥터로 나섰다.
당신은 그 자리에 함꼐하게 된 것이다.
황제, 당신의 아버지가 이러한 행사에 당신을 함께 데려가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어서, 조금 들떴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아버지의 품, 말의 안장 위에 앉아 작은 손으로 고삐를 함께 쥐었다.
몸이 작게 흔들리고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플라체:(흥분 상태)
(간만에 미소짓고 있다.)
황제가 사냥용 석궁을 들었다.
휙!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더니
푹, 하고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 화살에 맞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따르는 이들은 입이 마르도록 찬사를 보낸다.
"적중입니다, 폐하!"
황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당신의 어깨를 덥석 잡는다.
"플라체."
얼마 만에 불리는 이름일까?
플라체:네?
생각할 틈도 없이, 억센 손이 당신을 꽉 붙들었다.
앞을 보면,
화살에 맞은 것은...
수도 없이 많은 수의 다람쥐들.
그리고 산을 이룬 그 사체들.
역한 냄새와, 땅을 적시는 무고한 동물들의 피.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당신의 말로써 죽음을 맞이한 생명들.
붉은 피의 강줄기가 당신을 향해 선명하게 미끄러져 내린다.
당신의 어깨를 쥔 손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당신의 뒤에 앉은 이는 아버지가 아니라 마치 돌덩이인 것만 같았다.
플라체:(침을 꼴깍 삼켰다.)
오히려 손은 더 단단하게 당신을 붙잡으며 앞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네 말의 무게를 똑똑히 보아라."
푸욱.
또 다시 날아든 화살이 날쌔게 도망치던 것의 몸통을 궤뚫는다.
오직 붉은 선혈만 낭자하며, 피비린내가 풍겼다.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1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1d2

Asak A.:1?
rolling 1d2
(
1
)
=
1
"네게 내려진 저주가 보이느냔 말이다."
황제는 여전히 당신의 어깨를 놓지 않은 채 슬프게 말했다.

당신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말이 아니었다.

오직 당신을 원망하는 말뿐.
눈앞이 흐들린다.
모든 것이 점점 흐릿해져간다.
플라체:(울고... 있나...?)
5. 당신이 바란다면
다시 눈을 떴을 때, 익숙하고 차가운 공간이 당신을 반겼다.
당신의 방 넓은 침대 위에서 언제나처럼 홀로 눈을 뜬 것이다.
모든 것은 꿈이었나?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을 지켜보던 수많은 눈도. 많은 이들의 죽음도. 피의 강도. 그리고 당신에게 기어든 '예언'도.
당신은 한숨을 내쉬며 오늘은 종을 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삼기로 했다.
여전히 작은 당신에게는 너무나도 넓은 혼자만의 공간이...
...잠깐
당신의 곁에, 누군가 있다.
플라체:(눈 땡글)
시종?:일어나셨습니까?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아이가 보였다.
어둠 속에서 붉을 밝혔던 그 아이였다.
플라체:...너구나.

에녹:(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한다.) 다시 뵙습니다.

황자님의 말씀에 따라 앞으로 황자님의 곁을 지키게 된, 에녹이라고 합니다.
플라체:(도도한 얼굴로 빤히 본다.)
에녹:저를 새로운 시종으로 원하셨다 들었습니다.
플라체:...그래.
보아하니 구두 하나는 잘 닦는 것 같더구나.
에녹:어제 막 들어온 신입이었는데,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구두... 때문이라고요?
플라체:...? (그러면 안되냐는 표정)
에녹:(상상하지도 못했다는 듯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시군요.
앞으로 다른 시종분들께도 구두를 잘 닦으시라 전해드려야겠습니다.
플라체:(눈을 얄밉게 뜨고 쳐다본다.)
에녹:그럼 전-... (고민하다) 황자님의 구두닦이가 되면 흡족하실까요. (장난스런 웃음.)
플라체:(그 말에 우쭐해져서 입꼬리가 실룩였다.) 뭐... 그 정도면 적당하겠네.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에녹:에녹, 입니다, 황자님.
플라체:에녹... (조그맣게 중얼거리다가) 내 구두닦이가 된 기분이 어때?
에녹:음, 그렇네요. (진지한 척 두 손을 모으지만, 이내 뜬 표정은 마냥 얄미운 웃음이었다.)
황궁에 온 지 하루만에 황자님의 구두닦이가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은데요.
플라체:풉. (저도 모르게 웃어놓고 괜히 안 웃은체 한다.)
그래, 그럼 내 구두 닦는 거 구경이나 할래.
(침대에 배를 대고 엎드려선 턱을 받치고 쳐다본다.)
에녹:(그 모습 유심히 보다가) 웃으셨습니까? ...아무래도 황자님께서 저를 놀리려고 원하셨나 싶어지는데요.
플라체:(친구가 갖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는다.) 너 머리가 좋구나.
에녹:(약간 시무룩한 척을 하지만 그런 이유더라도 정말로 싫은 것은 아닌 듯 툴툴댄다.) 돌아가서 선배 분들께 다 말씀드릴 겁니다. 황자님이 절 못살게 괴롭히신다고요.
구두 닦는 것이 뭐가 재밌다고 그러시는진 모르겠으나, 보실 거라면 얼마든 보십시오.
(그러고선 어디선가 구두약을 가져와 침대 가까이로 다가가 그 시선 바로 앞에서 몸을 굽힌다. 그 앞에 있던 신발을 집어, 솔에 약을 묻혀서 슬슬 구두를 닦아낸다. 꽤 꼼꼼한 손놀림이다.)
플라체:(툴툴댈만도 한데 얌전히 작업 장면을 구경한다. 반딱반딱해지는 중인 구두와 작업에 열중하는 중인 모습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런 건 언제부터 배웠어?
에녹:(능숙한 손놀림에 구두가 눈에 띄게 광채를 내기 시작한다. 한 쪽을 끝내면 다른 쪽도 닦아낸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에요. 제가 있던 곳은 신전 옆에 있는 작은 수도원이었는데, 그곳에서 잡일을 배우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플라체:수도원...? 거기서 살았어?
에녹:네. 신관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정식 신관들이 부모 잃은 아이들을 모아다 돌봐주는 곳이었습니다.
(깨끗이 닦인 구두가 당신의 앞에 가지런히 놓인다.)
다 되었습니다. 바로 앉아보십시오. 신겨 드리겠습니다.
플라체:(얌전하게 시키는대로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신겨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라고 생각했다.)
에녹의 손에 의해 신겨지는 신발. 묶이는 구두끈.
당신에게 말을 걸며 웃어주는 누군가.
이 얼마나 생소한 일일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것은 당신에게 허락되는 일일까?
이런 작은 행복조차 당신은 가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의 운명이라면.
이 정도는 움켜쥐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당신이 바란다면.
1부 End
Asak A.:아 앗
신발신겨죠
liter (GM):ㅎㅋㅋㅋㅋ
Asak A.:ㅠㅠㅠㅠㅠㅠㅠ
liter (GM):ㅋㅋㅋㅋㅋㅋㅋㅋ
신겨주엇답니다

(다른 날 2부 시작)

liter (GM):2부 시작 전에

플라체에게 3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 말하고 들어가면 좋다고 되어 있어요
3년 동안 어떤 예언들을 말해왔을지
에녹이랑은 어떤 일들이 있었고
에녹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Asak A.:움 플라체는 처음으로 거짓예언을 말한 이후로
아주 가끔 거짓예언을 하곤 했을 거 같아요
대부분이 진짜였을 것 같구요
liter (GM):거짓 예언이 '신'의 마음에 드는 게 아니었을 경우엔
신이 이전에 말했던 대로 혓바닥에서 피가 흘러서 혀가 잘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Asak A.:마자 아직...안잘렸죠...?
liter (GM):안잘렸습니다 ㅋㅋㅋㅋㅋ
Asak A.:실험하듯이
liter (GM):제가... 플라체 혓바닥만은....
Asak A.:음,,, 이런 정도는... 엄청 오랜만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런 느낌으로
자르지마요 흑허
에녹이랑은 잘 지냈을 거 같네요
liter (GM):안자르려고 엄청 노력햇어요 ㅠㅠㅠㅠ
Asak A.:다른 사람들은 말걸기 꺼려하는데 그러지않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조심해야겠어..ㅠㅠㅠ
liter (GM):맞아요 여전히... 이 세계 에녹도 간이 배밖으로 나온 놈이라
Asak A.:ㅋㅋㅋ
몬가 자기가 형처럼 굴고 싶은데
에녹이 넘 어른스러워서 잘 되지 않았을거같은
liter (GM):선배들이 뭐라 하든간에 왜요? 황자님 엄청 좋은 분이신데... 아, 수정하겠습니다. 못된 분이시네요. 할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Asak A.:황자 대접 받고 싶어할거같고
넥타이나 단추를 채워달라고 한다거나
신발신겨주고 차림새 확인해줄때까지 기다린다거나
요즘은 사춘기고 키도 크고 덩치도 커져서
반항하는 마음도 좀 커지지 않았을지
liter (GM):에녹은 형이 되든 동생이 되든 정말 1도 상관이 없어서
쑥쑥 크는 황자님 보면서 되게 뿌듯해할 것 같구요 ㅋㅋㅋㅋ
(저것봐 내가 키웠어
플라체의 모든 생활 군데군데에 에녹의 손길이 묻겠네요
Asak A.:그러네요
항상 같이 다닐 듯
칭구다 칭구
liter (GM):정말 친구
이 황궁 안 둘도 없는 유일한,...
Asak A.:
(문자 그대로의 뜻)
liter (GM):그럼 플라체는 12살 적보다 예언에도 좀 더 익숙해졌을 거고
그러고보니 시트는 이쪽에 수정하셨나요 아님 구글시트에 수정하셨나요?
Asak A.:둘 다욧
익숙해지기도 했고 좀 대담해진 것도 있겠네요
혀 안 자를거지? 그렇지? 조심조심 찔러보는 느낌으로다가
liter (GM):자기 운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려나요
Asak A.: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거 같아요
liter (GM):부정이라는 게... 공격적인? 아니면 소극적이게 되는?
Asak A.:공격적인 쪽이죠
내가 이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어차피 겪어야 하는 거라면 받아들이자
근데 생각할수록 좀 엿같네
이런
liter (GM):당당하구나 ㅠㅠㅠ 그래서 더 슬퍼...
ㅋ ㅋ ㅋㅋㅋ...ㅠㅠ

Asak A.:ㅋㅋㅋㅋㅋㅋ

liter (GM):좋아요 시작해보겠습니다





2부


0. 어떤 꿈, 어떤 악몽.
화사한 아침이었다.
복도에 난 창마다 비쳐드는 따사로운 햇볕.
주위를 둘러보자, 누군가 커튼을 걷어 묶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붉은 융단에 매듭을 짓던 그가 뒤를 돌아봤을 때는 순간 눈이 부셨는지도 모른다.
플라체:......
찬란한 빛줄기를 안고 당신을 바라보며 웃는─
에녹:일어나셨습니까, 황자님.
날씨가 참 좋습니다.
플라체:...하암.
오늘도 부지런하구나.
에녹:황자님을 모시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플라체:(이불 당겨서 얼굴만 내놓고 쭈그린다.)
마치 모든 게 다 꿈이었던 것처럼.
모든 게 따사로웠다.
지나가는 시종들조차 당신께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입니다, 황자님. 하고.
아주 평화로운 날에 안겨, 당신은 생각했다.
사실 당신에게 저주라는 건 없었던 게 아닐까?
사실은 모든 게 아주 생생했던,
지독한 꿈이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에녹이 웃으며 말했다.
에녹:행복하세요?
당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그때, 말갛게 웃던 에녹의 눈에서
붉은 것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당신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가 이어서 말했다.
에녹:그야 당연하죠.
모두 죽이셨으니까요.
피눈물을 흘리는 에녹이 당신을 붙잡는다.
에녹:황자님께서 이렇게 만드셨잖습니까.
저주받은 당신께서 말입니다.
이성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1
쿵.
당신의 주변이 내려앉듯 어둠으로 바뀌었다.
기묘한 분위기의 익숙한 동굴.
무릎을 꿇고 누군가를 올려다보는 당신.
그리고 그런 당신을 능청스런 웃음을 짓고서 바라보는 신이 있다.
"얼빠진 표정이군. 악몽이라도 꿨나?"
플라체:...... (말없이 노려본다.)
"이젠 말할 의지도 잃었나보지,"
"평생 고분히 내 말을 따를 결정이라도 했나?"
플라체:그럴 리가 있어?
(불만스럽게, 그렇게 말해놓고 금세 후회하는 표정을 했다.)
"오호."
신은 마치 당신의 운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웃음을 지었다.
"그럼 무엇 때문에 그런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가여운 꼭두각시께선."
플라체:그리 가여우면... 놓아주든지. (웅얼거리며 시선을 떨군다. 아까 본 장면이 떠올라 눈을 감았다.)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구는군."
플라체:'난 어린아이인데.'
당신의 불만 어린 표정을 쳐다보던 신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담겼다.
"황자께서 그 아이를 아주 아끼는 모양이군."
마치 당신의 꿈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장난스런 목소리가 당신의 가슴속을 긁어놓는다.
그러나 그런 것에 하등 상관없다는 듯이,
신의 입가에 맺혀 있던 웃음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이번에 너를 부른 건 예언 때문이 아니야."
"어떤 제안을 하기 위해서지."
플라체:(의심스런 낯으로 올려다 본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선택권을 주겠다."
"받아들인 뒤엔 무를 수 없어."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면 황자에게 묶인 운명을 풀어드리지."
"예언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뜻이다."
"내 제안을 받아들일 텐가, 황자여."
무언지도 모르는 채 주어진 선택권.
생각해보면, 당신이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기회 자체가 처음이 아니던가?
당신에겐 두려운 순간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선택'하든 당신이 책임져야 할 터.
이에 당신의 선택은......
플라체:...지금 말해야 하나?
"기회는 살면서 여러 번 찾아오지 않는 법이지."
플라체:좋아. 받아들인다.
당신은 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떤 무거운 책임이 따르더라도,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닌 지독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재미있는 놀잇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얼굴에 희열이 번지더니 왕좌에서 몸을 일으키며 손가락을 튕겼다.
"좋아."
딱.
그 소리와 함께 모든 촛불이 꺼졌다.
당신도 깊은 어둠에 잠겼다.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이곳이 당신이 알던 곳이 맞기는 한지.
당신이 여기 존재하긴 하는 건지.
가장 완벽한 어둠을 목격한 당신,
이성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35
판정결과:보통 성공
-0
......
어둠에 잠겨 있을 떄,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무서워하진 마.
누가 엿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린 것뿐이니까."
"잘 들어라, 황자여."
우리는 처지가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네가 예언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나도 자유롭지 못해."

"내가 왜 네 꿈에 있는지 궁금하진 않던가?"

"신이 고작 하찮은 인간의 꿈을 통해서 예언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니, 우스운 일이지."
"건방진 인간이 있다."
"그놈이 내 실체를 뺏어 나를 황자의 꿈에다가 묶어버렸거든."
"누군지 감이 잡히나?"
플라체:...모르겠어.
"생각보다 더 둔하군."
"어디선가 이와 닮은 어둠을 목격한 적이 있지 않아."
플라체:(더듬더듬 손을 뻗어 보이지 않는 채로 걷는다.)
"어찌 됐든, 어떻게 해야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는지는 나도 몰라."
"내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방법을 숨긴 모양이야."
"그곳을 찾아서 뭘 숨겼는지 보고 오도록 하라."
"방법은 그 다음에 생각하도록 하지."
"이제 와서 싫다는 말을 하지는 않겠지?"
플라체:그런 퀴즈나 내려고 날 불렀을 줄은 몰랐는걸.
"고작 이런 것을 퀴즈라 느낄 정도라니, 그 목 위에 달린 것이 참으로 가엾기도 하군."
"그러나 말했듯이, 이것은 제안이다."
"다시 묻겠다. 받아들이겠는가."
플라체:(히죽히죽 웃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좋아.
어딘가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를 전적으로 믿는 듯하니, 좋다."

"놈은 아주 영악하니 절대 들키지 않게 주의해."
플라체:...새겨듣도록 하지.
"...예언을 주지."
그 말과 동시에 주변이 서서히 밝아온다.
꺼졌던 초에 다시금 채도가 낮은 불이 붙어 일렁이고 있다.
당신은 존재한다.
그리고 당신의 꿈속에 그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는 다시 왕좌에 기댄 채로 말했다.
"닷새 뒤 정오, 해가 질 때까지 황궁의 모든 창을 열어 볕을 들게 하라."
2. 아군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다시 어두운 당신의 방이다.
적막만이 감돌았을 공간.
소리에 집중하면 당신의 것이 아닌 다른 이의 숨소리가 하나 더 들려온다.
에녹:일어나셨습니까?
담담하게 웃으며 당신을 반겨주는 아이가 있다.
언젠가부터 항상 그 자리에서 당신의 곁을 지킨 아이.
당신의 시종, 에녹.
에녹:안 그래도 곧 일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그는 침대맡에 놓인 초를 들고 창가로 향했다.
에녹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예언이 있느냐고,
지난밤 꿈은 어땠느냐고.
당신은 그런 그의 행동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어왔는지도 모른다.

창가로 향한 에녹은 커튼을 걷어 묶었다.

밖은 아주 화창하지만은 않았지만,
스며들어오는 빛줄기는 방안의 어둠을 몰아내기에는 충분했다.
플라체:(이불 속에서 코 위로만 빼꼼 내놓고 쳐다본다.)
에녹:이제 또 다시 하루의 시작입니다, 황자님.
자리에서 일어나셔야지요.
플라체:그럴 기분이 아냐.
(이불 뒤집어 쓰기)
에녹:기분이 아니라 하여 모두가 제 일을 놓는다면 세상을 이때까지 이렇게 유지되어 올 수 없었을 겁니다.
(다가가서 이불을 확 당겨 벗긴다.)
플라체:윽...!
에녹:일어나십시오.
(히죽이는 웃음.)

플라체:(빡친 얼굴로 쳐다본다.)

플라체:(꿍얼거리면서 일어나 앉는다.)

넌 갈수록 버릇이 없어져.

에녹:그렇게 쳐다보셔봤자 떡고물 하나 나오지 않습니다. (단호박이다.)
감사합니다. (생긋)
플라체:(더 빡친다.)
(짜증난 얼굴로 침대를 벗어난다.)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본다.)
바깥에선 밝다 말할 수는 있을 정도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열린 커튼 사이로, 그 빛이 방 안까지 밀려들어와 어두운 당신의 방을 밝혔다.
똑똑.
그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는 꽤나 의외의 것이었다.
예언자: 황자님, 들어가겠습니다.
플라체:...?
예언자의 목소리.
그가 왜? 하는 의문도 잠시,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예언자가 안으로 들어와 인사를 건넸다.
예언자: 지난밤은 평안하셨습니까?
플라체:(입을 꾹 다물고 쳐다본다.)
예의상 묻는 건가?
그리고 희미한 빛이 새어드는 창가를 보며 표정을 구기더니, 창가로 가 커튼을 쳐버렸다.
그리곤 당신의 물음에 그럴 리가요, 하며 작게 웃더니
예언자: 예언이 있으시지요.
마치 당신의 꿈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플라체:...그렇잖아도 종을 울릴 참이었는데.
무어라 거짓을 말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플라체:이렇게 행차할 줄은 몰랐네.
점차 숨을 억눌러오는 공기.
말을 입밖으로 내뱉자 두통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예언자를 향한 불쾌감과 두려움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린다.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2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0
그는 한참 당신의 눈을 보더니
예언자: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하라 이를 테니, 몸단장을 마치시면 알현실로 오세요.
그럼.
별다른 말은 묻지도 않고서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가 나간 뒤에야 유난히 어두워진 것만 같던 방이 다시 차츰 밝아졌다.
에녹이 커튼을 걷은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긴장이 풀리고.....
지능 판정
플라체: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42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꿈을 찬찬히 떠올렸다.
당신이 들은 것은 예언이 전부가 아니었다.
신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 숨겨진 것을 보고 오라.
신과 자유를 대가로 약속한 것.
그 어두운 곳이 어딘지 당신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예언자의 방.
당신은 그곳에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정작 그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곳에 어떻게 들어가면 좋단 말인가?
함부로 뒤져볼 생각은 감히 한 적도 없거니와,
더군다나 당신은 곧 알현실로 향해야 한다.
예언자의 눈을 속이고 그곳에 들어갈 방법이......
플라체:(생각중)
에녹. 옷 입혀줘.
에녹:옷이요?

지능 판정

플라체:(잠옷 훌렁 벗는다.)
지능
기준치:65/32/13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에녹:(...?)

드디어 스스로 하는 방법을 배우신 겁니까?
플라체:드디어라니. 난 원래 할 줄 알았거든.
당신의 말에 에녹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의 눈에 에녹의 모습이 들어왔다.
당신과 똑같은 검은 머리칼.
비슷한 체격.
피부색은 달라도, 황궁의 화장품이라면 그 정도 꾸며내는 것이야 일도 아닐 것이다.
플라체:...?!
눈이야 적당히 변명을 대고 가린다면 그만이겠지.
플라체:(에녹 얼굴 쳐다보는 중)
만약, 이 아이를 이용해서,
이 아이를 나로 변장시켜 대신 보낸다면.
아무도 신경을 쓰거나 캐묻지는 않을 테다.
플라체:(탐정 얼굴 하고 에녹 주위를 돌며 생각에 잠겨있다.)
에녹:???
왜 그러십니까?
오늘따라 이상하십니다.
플라체:너에게 맡기고 싶은 일이 생겼어.
에녹:(의심스러운 표정.)
예, 말씀만 하십시오.
플라체:방금 하기 싫은 표정이었던 거 같은데...?
에녹:(방긋....) 그럴 리가요. 감히 누구의 말씀이신데요.
플라체:오늘은 네가 내가 되어줘야겠다.
에녹:...??????
네???
플라체:알아. 나처럼 빛나는 사람의 대역이 되어 달라는 게
매우 당황스럽겠지...
(이마 짚고 한숨)
에녹:그게 무슨 헛... (입 바로 막았다가 웃으며)
제가 어떻게 황자님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플라체:(이미 옷을 고르는 중)
당연히 될 수는 없지. 그런 척을 해달라는 것 뿐이다.
오늘은 푹 쉬고 싶거든.
에녹:꾀병을 부리면 혼쭐이 나실 겁니다.
더군다나 예언을 전하는 날이 아닙니까.
플라체:그러니 네가 날 대신하면 혼쭐날 일이 없지 않겠니.
에녹, 이런 말 하기는 싫지만...
여기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너 뿐이라는 거 알지?
에녹:............
(한숨 푸욱.)
플라체:(옷 두 벌 들고 에녹 앞에 차례로 대 보는 중)
부탁해.
(방긋 웃는다.)
에녹:뭐,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플라체:걱정마.
에녹:제가 이 한 몸 희생해 하루 정도는 황자님이 되어 보이겠습니다.
(어떻게 걱정이 안 될 수 있나 하는 표정)
플라체:어차피 널 쳐다보는 사람도, 신경쓰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씁쓸하게 말하곤 옷 내민다.)
그래. 그렇게 말해야 에녹답지.
덕분에 농땡이 피겠네?
(히죽)
에녹:...스스로에게 상당히 칼 같으시군요.
(생각하다가 방긋 웃으며)
그럼 오늘 황자님께선 농땡이를 피십시오. 저는 황자님을 대신해서 간식을 먹겠습니다.
(옷을 받는다.)
플라체:뭐냐. 사실 별렀던 건가?
어디, 황자님께서 옷을 혼자 입을 줄 아는지 살펴볼까.
(팔짱낌)
에녹:이제 하루 동안은 세상 누구보다 스스로 할 일을 잘 하는 황자가 아닙니까.
플라체:난 그렇게 자만하는 말투로 말한 적 없거든.
(가슴팍 툭 친다.)
비꼰 거냐?
에녹:(히죽) 왜 아니겠습니까.
플라체:(약간 빡친 얼굴로 되새김질한다.)
에녹:(옷을 하나씩 벗어 의자 위에 고이 개켜놓고는 받았던 옷을 척척 잘 입는다.)
플라체:참, 오늘 예언 말인데.
에녹:(뒤에서 잠가야 하는 단추를 하나씩 더듬거려 잠그며)
네?
플라체:닷새 뒤 정오, 해가 질 때까지 황궁의 모든 창을 열어 볕을 들게 하라. 이렇게 전하면 돼.
(예언을 재차 일러주며 뒤로 가 단추를 잠가 준다.)
(어설픈 손놀림)
끙...
에녹:(단추 잠그는 것 잊어버리고 상당히 놀란 눈으로) ....정말 그런 예언이 내려왔단 말입니까?
플라체: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에녹:...네.
아니, 하지만,
정말 그런 내용이라면, 드디어 이곳에도 볓이 든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드디어 아름다운 왕궁을 볼 수 있게 되겠네요.
플라체:(커튼을 도로 닫던 예언가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마도 그렇겠지.
(아끼는 구두를 집어들어 앞에 가져다 준다.)
에녹:(구두를 쳐다보다가 발을 넣고는 끈을 묶는다.)
..어색하네요.
플라체:신분 상승한 기분이 어때?
에녹:이걸로 끝입니까?
플라체:음...
너 너무 허여멀건해서 얼굴에 뭐라도 칠해야 겠는데.
에녹:조금 무섭긴 합니다만, 기분 좋네요. 매일 이런 옷을 입어야 한다면 행동 하나하나가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두운 빛깔의 분을 가져온다.)
이게 필요하겠지요.
플라체:그래. 혹시 몰라서 그런데, 내가 네 옷을 입고 있어도 불만은 없겠지?
에녹:제 옷을요. (개어둔 옷을 돌아보곤)
플라체:아니면 평소 네 차림과 비슷하게 입어도 상관없으려나.,,
에녹:없습니다. 다만 불편하진 않으실까 그게 걱정입니다.
플라체:(고민)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지, 뭐.
에녹:(작게 웃으며 뚜껑을 열어 넓은 붓으로 분을 바른다.)
....음. 되었습니까?
플라체:괜찮은데?
(애초에 늘 사람들이 자길 피하기만 해서 제 얼굴을 제대로 아는 이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옷 술술 걸친다.)
에녹:
변장
기준치:35/17/7
굴림:90
판정결과:실패
Asak A.:
에녹:(뭔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 하니 그런 줄 안다.)
플라체:음...
liter (GM):아.......
플라체:(조금 불안)
에녹:왜 그렇게 보십니까.
플라체:내 미모를 네가...
음... 아니다.
(불안)
에녹:(멈칫..)
플라체:(괜찮겠지.)
당신의 옷을 입고 당신처럼 꾸민 에녹.
황자로서의 위엄은 조금 많이 부족한가 싶지만, 어떠한가.
지위에 걸맞은 위엄 같은 것은 당신에게도 주어진 적 없는 것이니.
당신은 곧 그에게 다시 당부할 만들을 몇 개 떠올렸다.
말을 조심하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오늘의 에언.
그것들을 전한 뒤, 당신은 촛대를 들고 에녹의 곁에 섰다.
밖으로 나서자 황궁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가 당신을 반겼다.
그리고 복도에서 기다리던 시종들의 시선이 일제히 당신을 향해......
아니, 당신의 모습을 한 에녹에게 꽂힌다.
플라체:(긴장)
마지막으로 자신의 눈 위를 검은 포로 덮은 에녹.
그러나 당신은 저 시선이 마주쳤을 때가 아니라 피부에 닿을 때의 압박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에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담담히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당신을 지켜보는 시선은 없다.
지금이라면 아무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3. 어두운 곳으로.
모퉁이를 돌 때, 당신은 슬그머니 다른 복도로 방향을 틀었다.
한참 숨을 죽이고 그 행렬이 멀어지길 기다리다가...
그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떄 겨우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이제 당신은 황궁의 북쪽으로 향할 것이다.
예언자의 방이 있는.
은밀행동 판정.
플라체:
은밀행동
기준치:20/10/4
굴림:80
판정결과:실패
....
플라체:(;ㅎ)
누군가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커진 눈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면, 아마도 당신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플라체:(어떡하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쉿 제스처를 하고 떠나가라는 손짓을 해본다.)
그는 당신의 손짓을 보고는 황급히 허리를 숙여 보이더니 종종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
플라체:(휴)
북쪽 복도로 들어서자 촛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위태롭게 일렁거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했다.
마치 당신처럼.
그리고 당신은 굳게 닫힌 검은 문을 보았다.
예언자의 방.
플라체:(침을 꼴깍 삼킨다.)
당신이 수없이 드나들던 곳이지만 한 번도 당신 마음대로 드나든 적 없던 곳.
당신보다, 당신의 아버지보다도 강한 권력을 쥔 자의 거처.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기회가 있다면 지금뿐일 것이다.
무거운 문을 열며 안으로 몸을 밀어넣자,
결국 위태롭던 촛불이 꺼져버렸다.
당신이 놀랄 틈도 없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완전한 어둠.
어딘가에서 예언자의 시린 눈빛이 당신을 보고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플라체:(움찔거리며 문에 등을 댄다.)
정신력 판정,
플라체: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아니,
그는 지금 알현실에 있다.
이곳엔 당신뿐이다.
겁 먹을 필요는 없다.
플라체:(심호흡한다.)
(플라체는 강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도록 잠깐 기다리자 서서히 몇 가지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당신이 예언자와 마주 앉곤 하던 테이블,
벽에 쳐진 커든,
빼곡한 책장,
바닥에 잔뜩 쌓인 책과 꺼진 초들.
언젠가 당신이 보았던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것들이다.
정확히는, 이상하리만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플라체:...
(주춤주춤 창가로 다가가본다.)
(커튼을 살펴본다.)
창가에는 두툼한 커튼들이 걸려 있다.
창문마다 두꺼운 커튼이 그냥 쳐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플라체:(커튼을 걷으면 안이 밝아지지 않을까?)
아예 벽에 붙도록 끝자락마다 빼곡하게 못질이 되어 있다.
플라체:끙...
이런.
그 탓에 방 안으로 어떤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힘을 주어 당겨보아도 이 못을 빼낼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하면 분명 예언자가 알아차릴 것이다.
우선은 그냥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플라체:(꺼진 초를 살펴본다.)
바닥에 늘어진 책이나 꺼진 초들이 방 한켠에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관찰 판정.
플라체: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ㅠㅠㅠ)
촛농이 흘러 바닥에 아예 고정되어 버린 모양이다.
잡아당겨도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
플라체:(불을 붙일 방법이 없을까...)
(더듬더듬 테이블을 둘러 본다)
사람 두 명이 앉을 정도의 작고 동그란 테이블 위로 꺼진 초를 얹은 촛대가 하나.
그리고 그 옆에는 성냥갑과 책 한 권이 보인다.
플라체:(성냥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해 본다)
작은 성냥갑 안에 성냥개비가 들어 있다.
하나쯤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플라체:죽으란 법은 없지.
(불 붙이기 시도)
들어오자마자 불이 꺼져버렸던 초에 불을 붙였다.
초 주위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와 방을 비추기 시작했다.
플라체:(일단 방 안을 한 번 둘러본다.)
초가 켜졌음에도 방 안 모든 곳에 그 빛이 미치지 못해 곳곳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
플라체:음...
(초조해진다.)
(테이블 위 놓인 책의 제목을 확인해 보는 중)
제목이 없는 책.
어떤 기록들을 적어둔 책이다.
당신이 수년간 말한 '예언'들이 예언자의 필체로 적혀있다.
자료조사 판정.
플라체:
자료조사
기준치:20/10/4
굴림:43
판정결과:실패
후후...
글씨가 적힌 마지막 장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닷새 뒤 정오, 해가 질 때까지 황궁의 모든 창을 열어 볕을 들게 하라.]
당신이 오늘 말할 예언이 적혀 있다.
플라체:...?
......?
......단순히 당신의 말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었던 걸까?

플라체:(혼란한 채 뒷걸음질치다가 책장에 몸이 닿았다.)

(책장의 책들을 살펴본다)
책장 가득 예언이나 미신, 지난 역사 같은 것에 대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워낙 빽빽이 들어차 있던 통에 빈 자리가 하나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뭐가 꽂혀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플라체:음...
저기 놓아둔 책 자리가 여기인건가.
(대충 가늠해보는 중)
책 두께를 대중해보지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책과는 두께가 약간 다르다.
플라체:(뭘까)
불빛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다...
지금이라면 어둠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플라체:(초를 들고 방 안을 돌아다니며 실마리라고 할만한 게 있는지 둘러본다.)
관찰 판정.
플라체:
관찰력
기준치:60/30/12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초를 들고 방 안을 돌아다니다가, 바닥의 초들 사이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초들은 저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는데, 그 배열을 자세히 살피다가
바닥에 하얀 금이 그어진 것을 발견했다.
어떤 문양을 그린 것 같은데...
중앙에는 검은 상자가 하나 놓여 있다.
플라체:...
설마 이게 책장 빈 자리에 들어갈 건 아니겠지.
(상자를 툭툭 건드렸다.)
열자니 찝찝한데.
(훅 열어본다.)
상자 겉면으로는 종이로 만든 띠가 붙어 있는데, 오래전에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
척 보기에도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꼭 이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만 같은 물건.
책장의 빈 공간과는 맞지 않으며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플라체:(아직 열지 않은 것 같다...)
방의 모든 어둠이 이 상자에서부터 나온다는,
그런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세상의 모든 어둠과 불길함이 이 상자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열겠는가?

플라체:(10초 정도 고민)
(열어본다)
정신력 판정.
플라체: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88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어둠에 홀리기라도 한 듯 상자로 손을 뻗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지만,
당신의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치 태초의 누군가가 선악과를 베어 물 때처럼.
신의 선물이 담긴 항아리를 열 때처럼.
당신은 상자를 열었다.
...
모든 어둠을 끌어모으는 것만 같던 상자 안은 뜻밖에도 기묘한 빛으로 가득했다.
누군가 기이한 모양으로 동그랗게 다듬은 듯한 돌이 부정한 빛을 내뿜으며 빛나고 있었다.
돌은 붉은 끈에 매달려 상자의 어느 벽면에도 닿지 않은 채 정확히 중앙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기묘한 빛이 당신을 부른 걸까?
홀린 듯 묘한 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1d3
플라체:
rolling 1d3
(
3
)
=
3
곧 불쾌한 감정이 물밀듯 몰려왔다.
당신은 얼른 상자를 닫아버린다.
......
여전히 방 안은 어둡기만 하다.
희미한 촛불은 언제나 방 안의 모든 어둠을 몰아내지 못했다.
이 어둠을 조금 더 배회하다 보니
손끝에 얇은 천이 하나 만져졌다.
벽을 가리는 커튼이 하나 더 있었다.
커튼을 걷어내자, 평범한 침실이 나타난다.
어둡기는 매한가지지만.
플라체:그 놈 방인가...?
붉을 밝힐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침대맡의 탁자 위론 촛대 대신 낡은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플라체:... (조심스레 책을 들춰본다.)
낡고 두꺼운 가죽 표지에,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글자로 쓰인 책.
교육 판정.
플라체:
교육
기준치:55/27/11
굴림:69
판정결과:실패
(끄윽)
(강행을 요청한다)
(플라체는... 바보가 아니다... 교육잘받음맨이다...)
liter (GM):플라체....
능력맨으로 함 더 갈까...
모국어 판정.
플라체:
언어(모국어)
기준치:55/27/11
굴림:46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비록 스승들에게서 배우진 못했던 내용이지만, 뛰어난 언어적 능력을 바탕으로 책의 제목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플라체:(다행)
황실 서고에서 봤던가.
오래된 문헌에서 볼 수 있었던 언어인 듯했다.
겨우 제목 정도만 읽을 수 있었지만...
[천 개의 예언],
제목을 읽는 것이 고작이니 책의 내용은 알 수 있을 턱이 없었으나
책의 제목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당신은 문득 떠올렸다.
이쯤이라면 슬슬 에녹이 예언을 말하길 마쳤을 것이다.
서둘러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곧 에녹이 돌아올 테니까.
플라체:(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혹시 들키지는 않았을까?
당신은 걱정을 가득 안고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4. 귀환
어두운 복도를 걸어갈 때,
마침 '예언'을 마친 걸까.
황자를, 아니 에녹을 뒤따르는 시종 무리가 보였다.
검은 로브를 입은 예언자.
그리고 당신의 옷을 입은 에녹의 등이 보인다.
다행히도 들통나지 않은 모양이다.
당신의 방 앞에 다다랐을 떄, 이제 당신이 에녹인 체 슬그머니 따라 들어가면 될 것이다.
다시 돌아온 당신의 적막하고 쓸쓸한 공간.
문이 닫히려고 할 때,
허락하지 않은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로브를 입은 자.
예언자였다.
플라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던 당신이 그를 쳐다보자,
그의 손이 위로 올라간다.
짜악!
적막한 공간을 가르는 소리.
예언자가 에녹의 뺨을 내리친 것이었다.
Asak A.:누굴 때린거야
시불롬이
그가 당신에게 묻는다.
예언자: 왜 그러셨습니까?
그의 시린 눈빛이 당신을 꿰뚫었다.
그의 말에 당신은 얼어붇고 만다.

정신력 판정.

플라체:
정신
기준치:65/32/13
굴림:63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묵묵히 고개를 떨궜다.
한참 아무 소리도 없이 고요했다.
예언자도,
에녹도,
당신도.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적막을 가른 건 예언자였다.
예언자: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어린아이도 아니잖습니까.
플라체:...고작 한 번이야.
숱한 예언을 내가 직접 고했고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예언자: '고작' 한 번이요.
예. 한 번이지요. 그렇지만 그 한 번에 많은 이들의 생사가 걸려 있었습니다.
황자님의 말이 가진 무게를 아셔야지요.
플라체:......
예언자: (에녹을 보며) 너도 마찬가지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라.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났다가는 사지가 찢겨 궁 밖으로 버려질 것이야.
에녹:......주의하겠습니다.
그는 에녹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뒤에야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 뒤에도 당신과 에녹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플라체:......
(에녹에게 다가간다.)
(맞은 곳을 살피며) 괜찮아?
에녹:(말갛게 웃는다.) 괜찮습니다. 아랫것으로 살아오며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황자님께서는 별다른 일 없으셨습니까? 땡땡이는 잘 치셨고요.
플라체:나야 뭐... 그랬지.
(조금 미안한 얼굴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에녹:(멋쩍게 실실대며) 뭐, 제가 너무 긴장했던 나머지 실수를 했나 봅니다.
황자님의 예언을 전할 때까지만 해도 잘 하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내려오자마자 그분께 들키고 말았습니다.
플라체:쓸 데 없이 감만 좋아선.
... 수고했다.
에녹:뭐, 그렇기에 '예언자'가 아니겠습니까.
플라체:그렇겠지. 미안. 앞으론 이런 부탁도 못하겠네.
에녹:(씩 웃는다.)
되었습니다. 약속했던 간식이나 잘 받아가겠습니다.
평생에 한 번 먹기 어려운 것을 먹는데 이 정도 아픔이야 한 번쯤 감수할 만하지 않습니까.
플라체: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그러고보니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
에녹:음.
황자님 말씀대로 전혀 저를 똑바로 바라보려 하지 않던걸요.
이러니 저 없을 땐 어떻게 사셨을지-.... (말끝을 흐린다.)
(놀리는 듯한 웃음)

플라체:... 그래, 나 외톨이였다. 직접 느껴보니 왜 내 성격이 이모냥이 되었는지 잘 알겠지?

에녹:네. 뭐. 그래도 황자님께선 강인한 잡초셨구나,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체:(뭘 잘못 들은 기분)

어떻게 나더러 잡초라고 할 수 있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에녹의 옷을 벗는다.)
에녹:그야, 이런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못된 성정이 되시지 않았습니까.
(아, 하며 옷을 벗는다.)
플라체:(침대에 걸터 앉았다.)
기죽지 않은 것처럼 보였나. (들릴락 말락 중얼거렸다.)
에녹:(황자의 일상복을 들고 오며) 무어라 하셨습니까?
플라체:앞으로는 옷 바꿔입기를 못하게 되어 아쉽다고 했다.
에녹:음. 뭐, 그런 중대한 일만 아니라면야, 종종 심심하실 때 인형놀이 하시는 것에는 동참해 드리겠습니다.
(말을 하면서 어느새 자신의 옷을 대충 입곤 황자의 옷을 입혀준다.)
플라체:응... (얌전히 입혀지며) 그럼 닷새 후엔 다들 커튼을 걷게 되겠군.
에녹:그렇겠네요.
(옷을 깔끔히 입혀주고는 그제야 자신도 옷을 마저 정리해 입는다. 벗어둔 황자의 옷은 한아름 품에 안아 들고)
드디어 신께서 황자님께 포상을 내려주시려나요. (밝게 웃는다.)
플라체:당연하지.
(테이블 위 과자를 가리킨다.)
마음껏 들어.
에녹:(과자를 돌아보고는 다시 당신 보며 환히 웃는다.) 예. 정말 마음껏 먹어두겠습니다.
Asak A.:마시나요
씹어먹어
마시지말구
liter (GM):ㅋㅋㅋㅋㅋㅋ
과자 가득이었던 과자통 거덜날지도
에녹:옷을 맡기고 올 테니 황자님께선 쉬고 계십시오. (꾸벅 숙여 보이곤 문을 열고 나간다.)
플라체:후아아.
(침대에 뒹굴)
5. 헤메는 아이
당신은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기묘하고도 익숙한 어둠 속 향을 따라 더욱 안으로 향했다.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흥미롭게 몸을 일으켜 맞이했다.
"그 아이가 내 예언을 전했더군."
"잠시 눈을 돌리기엔 완벽한 방법이었어."
"그래서, 어땠지?"
플라체:(무슨 일로 일어서기까지...)
딱히 알아낸 건 없어.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 말고, 소감 말이야."
"이미 볼 것은 충분히 본 모양이던데."
플라체:...?
거기서 이상한 걸 봤어.
기분 나쁜 상자를 열었더니 설명하기 힘든 빛이 그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런 것은 네 눈으로 다 보았어. 설마 내가 그것도 알지 못해 네게 묻겠는가."
플라체:그럼 뭘 묻는 건데.
(퉁명스럽게 되묻는다.)
"참으로 깊은 어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있었을 텐데."
"아무런 감상이 없다니, 딱하다 해야 할지."
플라체:날 무시하는게 딱 누구랑 닮았네...?
그렇게 말하는 신의 음성은 장난스럽기 그지 없었다.
"일전에, 네게 묶인 운명을 풀어주겠다고 했었지."
플라체:그래.
"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황자께서 할 일이다."
플라체:사기친 건가...?
말이 왜 달라지지?
"그냥 얻는 자유는 재미가 없잖나."
불쾌하고 음습한 웃음기가 말 속에 섞인다.
"약속은 지킬 테니 걱정 마라."
"좀 더 발버둥쳐봐."
"나를 재밌게 하라!"
그의 웃음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당신의 머릿속을 가득히 맴돈다.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곧 시야가 흐릿해져온다.
하지만 그의 말만은 또렷하게 들려왔다.
"────────..."
6. 무엇을 의심하는가?
얼굴 위로 부서지는 빛줄기에 눈을 떴다.
화사한 아침이었다.
당신의 방이 이렇게 밝은 적이 있었던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환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에녹이 보이지 않는다.
플라체:(머리 긁적긁적)
늦나.
한참을 기다려도 에녹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언가, 일이 생긴 걸까.
플라체:(기다린다)
10분. 20분.
당신이 일어날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그가 없다.
평소와 같았다면 당신의 옆에서 일어나라며 커튼을 걷고 잔소리를 했어야 할 그 아이가.
문득 당신은 복도를 바삐 오가는 수십 개의 발소리들을 듣는다.
플라체:(뭔가 이상한데...)
이 역시 평소라면 없던 것이었다.
일상 같지 않은 일상.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들.
밖으로 나가 소란의 정체를 확인한다 해도, 아무도 당신에게 신경을 쓰진 않을 것이다.
플라체:(총총 걸어가 문에 귀를 대본다.)
두런두런 들려오는 시종들의 말소리.
바쁘고 활기찬 발걸음 소리.
정말 이곳이 당신이 살던 황궁이 맞는가?
의심될 정도로 맑은 웃음소리가 문 건너편에서 들려온다.
플라체:무슨 일이지?
(문 살짝 열었다)
복도에 난 창마다 따사로운 햇볕이 몰려들고 있었다.
시종들은 저마다 바쁜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다니고 있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커튼을 걷어 묶고 있다.
플라체:(다가간다)
붉은 융단에 매듭을 짓고 난 그가 뒤를 돌아보자, 그의 눈이 당신과 마주친다.
그가 당신을 향해 돌아본 순간 눈이 부셨는지도 모른다.
찬란한 빛줄기를 안고 당신을 바라보며 웃는...
에녹:일어나셨습니까, 황자님.
날씨가 참 좋습니다.
황실 복도에 만연한 햇살은 아득한 기억에나 존재할 것 같았다.
아니.
익숙하지 않은가?
이성 판정.
플라체: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언젠가 꾸었던 꿈속에서 보았지 않은가.
당신이 평화에 안기면, 또 다른 무언가가 당신을 조롱하고 간다.
하지만 피부에 닿는 이 온기는 거짓이 아니다.
당신은 분명한 현실 속에 있다.
돌연 에녹이 당신의 손을 잡아 창가로 이끌었다.
그리고 창문 너머를 가리켰다.
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당신은 알고 있던가?
창문 너머를 보기는커녕 커튼을 걷는 것조차도 당신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날들이었다.
설렘과 떨림을 안고 밖을 바라보자......
아름다운 화원이 있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싱그러운 풀잎.
플라체:......
만개한 꽃이 당신이 보기만을 기다렸던 듯이 존재했다.
그것들은 황궁 안에 존재하는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치 당신이 원하는 자유처럼.
당신이 원하는 것은 이 밖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에녹:워하는 것을 하나 말하라고 하시기에, 화워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참 예쁘지 않습니까.
에녹이 말했다.
플라체:...그렇네.
(두 눈에 풍경을 가득 담는다.)
당신에게 주어지던 '원하는 것'을 말할 기회.
그의 말에 당신은 바깥의 풍경이 그의 작품인 것을 깨달았다.
오직 당신만을 위한.
...
온 세상이 당신에게 따뜻할 때, 당신은 의심하곤 했다.
당신이 평화에 안기면, 또 다른 무언가가 당신을 조롱하고 간다.
신마저 당신의 뒤엉킨 운명을 비웃었다.
당신은 실타래를 들고 걸어가는 신화의 어느 영웅처럼 미궁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출구도 없으며,
그 끝에는 처치하지 못할 가혹한 절만만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실타래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당신은 알고 있는가?
신이라면 알고 있을까?
당신은 지난밤의 꿈을 떠올렸다.
신이 당신에게 했던 말.
"의심하지 말라."
......
그래. 언젠가는 올 것이다.
반드시 자유가 손에 들어올 것이다.
모든 것은 당신의 말대로 이루어질 테니까.
무엇을 의심하는가?
모든 것은
황자님의 말씀대로.

2부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