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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VB

[VB] 이 시나리오의 끝에서 KPC가 죽습니다. 2021-01-30 ~ 2021-02-13

플레이 : 2021/01/30, 2021/02/13

 

KPC 블레어

탐사자 발레리안

 

약수위 5% 함유됨

 

 
이 시나리오의 끝에서 KPC가 죽습니다.
 
w. 조디악 (태양)
 
2021-01-30
 
*
 
익숙한 하루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입니다.
 
당신의 옆에는 아직 곤히 잠들어 있는 블레어가 있습니다.
 
발레리안:(블레어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늘 뭘 하기로 했었더라?
 
발레리안:(곰곰히 생각해본다..)
 
이왕 이렇게 사람 많은 곳까지 나온 김에 협회를 둘러보고, 바깥에 외출도 하기로 했던가요?
 
쉽게 말해, 데이트입니다.
 
현재 협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조촐한 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
 
발레리안:(그랬었지. 정확히는 협회를 그냥 보는건 아니지만..)(...)
(블레어를 쓰담쓰담... 푹 잠들어 있나?)
 
블레어:(쓰다듬는 손길에 뒤척인다.)
(꿈뻑 눈 뜨고 비몽사몽한 얼굴로 올려다보다가 눈 비비며) ...흐아암.. 좋은 아침, 브이.
 
발레리안: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볼을 잡아 조물조물해본다.)
 
블레어:당연하지, 네가 옆에 있었지 않나. (매끄럽고 말랑하다...) 아프다, 그대야. (엄살부리며 허리 끌어안는다.)
 
발레리안:(뒷목을 쓰다듬다가 등줄기를 따라 손을 내린다.) 어제 좋다고 할땐 언제고.
 
블레어:(손길 따라 꾸물대다가 그 위로 올라가 끌어안은 채 엎드린다.) 당연히 어제는 좋았지. (씩 웃곤 이불 걷어 나와 기지개) 끄응, 오늘도 슬슬 움직여야겠구나. 예정된 것이 많았지.
 
발레리안:그렇긴한데, 나갈 수 있겠어? (머리를 쓰다듬다가 일어나자 엉덩이를 토닥토닥이며 씩 웃었다.)
좀 더 쉬다가도 괜찮은데.
 
블레어:당연하지,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건가? (일부러 엉덩이 뺀 자세로 허리 짚고는 이마 위에 쪽 뽀뽀한다.) 나는 시내가 무척이나 오랜만이야. 어제는 저녁에 도착해서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고. 그대와 함께 가 보고 싶은 곳들이 많다.
 
발레리안:의외로 연약한 부분이 있는 존재? (농담스레 툭 뱉고는 내민 엉덩이를 아예 쥐어 주물거린다.) 좋아, 그럼 먼저 씻을래?
 
블레어:허,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고개를 절레 젓곤 가슴을 탁 치며 욕실로 간다.) 그냥 같이 들어와도 좋아. (키득이며 수건만 챙겨 쏙 들어가버린다.)
 
발레리안:글쎄~ (욕실로 가는 모습을 잠시 보다가 뒤따라 들어간다. 옷은 이미 벗고있다. 소리를 죽이고 있다가 뒤에서 끌어안았고.)
 
블레어:(이미 걸친 거라곤 풀어헤쳐진 셔츠밖에 없었으니 대충 둘둘 말아두곤 물을 틀었다. 따라오겠지? 생각하자마자 열린 문에서부터 다가온 기척에 안기자마자 푸핫 웃어버렸다.) 어서와, 그댈 위해 공기를 데워두고 있었다.
 
발레리안:아주 따뜻하네. (어깨에 볼을 가볍게 부비며 미소짓는다. 그대로 욕조로 무게를 실어 밀어버린다.)
 
블레어:(으악, 짧은 비명과 함께 욕조로 밀려 들어갔다. 와중에 잡을 게 발레리안밖에 없어서 뭐든 잡는다는 게 팔을 끌어왔더니 둘 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 젖어 꽤 볼만한 꼴이 됐다.) 아침부터 위험하잖아. 내가 아침에 약하다는 걸 알고 그런 것이지? (씩 올라가는 입꼬리. 발로 사타구니를 꾹 누른다.)
 
발레리안:얼른 하고 나가려고 그랬지. (날 붙잡는 것도 보고싶었고. 거울을 피하고 싶었다. 짓꿏은 마음을 삼키며 물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린다. 아침이라 힘이 들어간 사타구니가 눌리자 낮게 앓는 소리가 난다.) ....정말. (턱을 잡고 찐하게 입맞췄다.)
 
블레어:글쎄, 이대로면 금방 끝나지 않겠는걸. (키득이며 입을 열고 이빨을 세워 입술을 슬며씨 깨물었다. 작은 방울로 배어나온 핏방울을 혀로 핥아다 두 혀 사이에서 나눈다. 손 하나가 어르듯 기둥을 잡아 애가 타도록 쓰다듬곤 슬쩍 놓는다. 눈이 둥글게 휜다.) 배가 고프다, 브이.
 
발레리안:그야, 레레가 귀여우니까 그렇지. (자기는 잘못없다는 듯 뻔뻔하게 얘기했다. 입안에서 감도는 쇠의 향이 나쁘지 않다. 혀를 느릿하게 얽어내린다. 쓰다듬다가 놓아버리니 미간이 좁혀들었고.) ..오늘은 어디가 좋아?
 
블레어:이 주변에 유명한 곳이 어디인지 알 길이 없으니... (욕조에 뒤로 기대고 고민하면서도 발끝을 까딱여 모른 척 건드려댄다.) 추천하는 곳이 있을까? 없다면 가장 맛있는 빵과 와플이 있는 곳으로 가자.
 
발레리안:(자꾸만 건드려대는 통에 가라앉질 않아 얼굴이 차츰 붉어진다.) 이 근처에..괜찮은 브런치 가게가 있던데. 핫케이크는 어때? (다리를 오무리고는 타월을 들고와 거품을 낸다. 버블버블)
 
블레어:아주 좋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시원한 것으로 입가심을 하며 그대의 안내를 받으면 되겠구나. (거품을 가만 바라보다가 욕조 옆에 팔을 걸치곤 히죽 웃는다. 씻겨달라는 듯이.)
 
발레리안:(당당한 모습에 웃으며 거품낸 타월로 가슴팍부터 부드럽게 문지른다.) 좋아. 브런치 먹고는.. 쇼핑하러 가자.
 
블레어:갖고 싶은 게 있나? (자연스럽게 자세를 바꿔가며 씻김당하고는(?) 옆에서 물로 씻어낸다.)
 
발레리안:(굉장히 능숙하게 씻겨주고 있다. 가슴도 배도 다리도, 사타구니도 뽀득뽀득! 씻어내는걸 보며 고민한다.) 악세서리랑, 밤에 쓸 수 있는거?
 
블레어:(샥샥 거품을 씻어내리다가 멈칫한다. 꽤 진지한 듯) 흐음, 그렇군. 이곳에선 어떤 물건들을 파는지도 궁금하고. (웃으며 네게도 물을 뿌려 씻겨준다.) 그대는 타투에 관심 없나? 연인들끼리는 종종 그런 것을 한다던데.
 
발레리안:개인적으로 피어싱을 좀 해보고 싶어서 말야. 유두나, 엉덩이에. (물을 뿌려 씻겨주면 눈을 꾹 감았다.) 관심은 있지만.. 어떤 모양을 할지 정하다가 덮어놨었어.
 
블레어:그런 것도 괜찮겠지. (엉덩이 사이까지 말끔하게! 씻겨주고는 제 머리에 대충 물을 뿌린다.) 이왕이면 아주 귀여운 모양으로 했으면 좋겠는걸. 하트나, 작은 별 같은 것도 어울릴 거야. (킥킥 웃는다.)
 
발레리안:(뽀득뽀득 해졌다!) 하트모양 꽤 귀엽겠는걸. 해보고 싶은 부분 있어? (샴푸를 들고와 바라본다.)
 
블레어:나 말이지. (뚝뚝 떨어지는 물은 무시하고 턱 괸 채 고민.) 배꼽이나... 아 그래, 바로 주변도 괜찮겠는걸? (여기. 하며 제 물건 바로 윗부분을 가리킨다.)
 
발레리안:....정말 좋은데, (입술을 매만지며 뜸을 들인다.) 심각하게 좋아서 문제일거 같아.
 
블레어:왜, 하루종일 입술을 박고 있고 싶어질까봐? (슬쩍 웃으면서 샴푸를 푹 짜서 머리에 아무렇게나 비벼댄다.)
 
발레리안:입술뿐일까. 다른 것도 잔뜩 해버리고 싶을걸. 감당할 수 있겠어? (샴푸거품을 물끄러미 보고.)
 
블레어:감당 못할 일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댄 날 너무 물처럼 보고 있는 듯해. (조금 뚱하니 말하고는 좀 더 짜서 네 머리에도 문질러버린다.)
 
발레리안:튼튼함이야 알지만, 밖에 못나가는건 싫을거 아냐. (눈을 감고 얌전히 샴푸질을 받았다.) 일주일내내 집에만 있을지도 모르는데.
 
블레어:밖에 나가도 그대가 없으면 재미도 없지. 그러니 그보다는 그대와 저택에 갇혀 지내는 편을 택하겠네. (바글바글 거품인간이 된 모습을 보곤 픽 웃었다. 팔 쭉 뻗어 네 머리부터 씻겨주고 자기 머리도 씻는다. 물에 닿아 축 늘어진 모양새가 좀 우습다.)
(물 뚝.) 괜한 걱정 하지 말고 나갈 생각이나 해. (어깨 툭 치곤 먼저 나간다.)
 
발레리안:(진심인가. 물로 전부 씻어준 후에야 눈을 가늘게 떠 표정을 살펴본다.) 좀 감동인데, 레레. 보답으로 레레가 원하는 부분으로 고려해볼게, 내 타투. (수건으로 머리를 꾹꾹 짜내며 뒤이어 나갔다.)
 
블레어:(밖에서 수건으로 머리 열심히 털다가 나오는 걸 보고) 지금 생각해봤는데, 역시 가슴이 좋을 것 같아.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볼 수 있는 곳이 좋아.
 
발레리안:모양은 어떤게 좋아? 똑같이 하트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수건으로 대강 고정해두고 옷을 뒤적인다. 뭐 입지.)
 
블레어:그대 것은 내가 정했으니 내 것의 모양은 그대가 정해.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양은 그대가 알겠지. 안 그런가? (눈웃음 치곤 가져온 가방을 뒤진다. 어차피 다 비슷한 검은 옷들이었지만... 그중에서 편한 후드티 하나를 빼어 들곤) 데이트에는 별로려나.
 
발레리안:벌써부터 엄청 고민되는데. (후드티를 잠시 바라본다.) 좀 크겠지만.. 이건 어때? (회색 셔츠를 네게 건넨다.) 적당히 걷으면 괜찮을지도.
 
블레어:도착하기 전까지만 상상하면 될 일이야. (셔츠를 받아들곤 어깨를 으쓱인다. 곧장 후드티를 다시 쑤셔넣곤 셔츠를 걸친다. ...음. 영락없는 아빠옷인걸. 흘러내리는 소매와 원피스처럼 떨어지는 셔츠를 보다가 한 바퀴 펄럭 돈다.) 편하긴 하군.
 
발레리안:잘 어울리는데? 내가 입을 때보다 훨씬 말야. (같은 디자인의 옷을 꺼내어 입는다. 이쪽은 몸에 딱 맞는다.)
 
블레어:(딱 맞는 발레리안 한 번. 자기 몸에 걸쳐진 옷 한 번. 번갈아 보지만 같은 옷임을 믿기 힘들다. 흠. 짧게 숨을 내쉬곤 적당히 옷을 걷고 바지를 챙겨 입었다. 생각해보니 조금 웃음이 난다.) 커플티네.
 
발레리안:그걸 노렸지. (검은 바지를 입고는 성큼성큼 네게 다가가 소매를 정돈해주었다.)
 
블레어:다음엔 더 예쁘고 딱 맞는 것을 사서 나눠 입어야겠어. 물론 이것도 좋지만 말이야, 그대 냄새가 묻은 건 아깝단 말이지. (정리해주는 동안 목깃을 올려 냄새를 맡고는 부드럽게 웃는다. 바로 손을 잡고는 문 쪽으로 뒷걸음질치며 끌어당긴다.) 쇼핑할 거리가 늘었군. 아주 바쁘겠어.
 
발레리안:내가 주로 쓰는 향수를 뿌려두긴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레레. (냄새를 맡는 모습에 어쩐지 두근거려 잠시 숨을 참다가, 당기자 약간 버벅인다.) 하루가 짧, 겠는걸. 그렇지?
(어색하게 웃으며 문을 열었고.)
 
블레어:마음에 들지. 들고 말고. (좋은 건 그 냄새뿐만이 아니었지만. 씩 웃고는 문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주 짧고, 또 긴 하루가 될 거야. 장담하지. (옆에 선 채 등을 떠밀며) 그럼 안내를 해보겠나? 뭐든 아침부터 든든히 먹고 시작해야지 않겠어.
 
발레리안:(기쁜 듯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좋아.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더니 에스코트를 시작한다.) 여기서 차타고 10분 걸리는 곳이 있고, 걸어서 5분 걸리는 곳이 있는데. 어디로 갈래?
 
블레어:(장난처럼 당연한 듯 손등에 입 맞추는 모습을 보다가 당당히 따라 걷는다. 햇빛은 싫지만,) 걸어서 가는 쪽으로 하지. 차로는 주변을 감상하기 힘드니 말야.
 
발레리안:그 쪽으로 안내할게. (사람이 적은 길만 골라서 안내한다. 도착한 카페는 식물로 아담하게 꾸며져 있다.)
 
블레어:(조용히 팔짱을 끼고 한적한 거리를 걷다가 아기자기한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꽤 신기한 듯 둘러봤다.) 예쁘게 꾸며놨는걸. 연인들에게 잘 팔리겠군. (말해놓고는 슬쩍 널 곁눈질한다.) 누구랑 와봤던 곳이야?
 
발레리안:응? 아, 혼자 와봤던 곳이야. 연인들이 주로 와서 1인석은 늘 비어있거든. (덤덤하게 말하며 가장 예쁘게 꽃으로 꾸며진 곳으로 안내했다.)
 
블레어:(걸리지 않는군. 보던 눈이 활짝 휜다. 꽃이 핀 가운데 앉아 있자니 어쩐지 부끄러워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랄지. 테이블에 턱을 괸 채 널 지그시 바라보다가) 어느 장식보다 이쪽이 마음에 드는걸. (방긋 웃는다.)
 
발레리안:....(헛기침한다. 이런건 익숙치않다. 내가 하는거면 몰라도 하는 쪽은...) ...갑자기 무슨 소릴하는거야. 주문이나 하자. (메뉴판을 펼쳐 내밀며 시선회피.)
 
블레어:(귀엽긴. 큭큭 웃고는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긴다.) 브런치가 가장 잘 나간다고 했던가? (늘 먹는 메뉴 중 하나지만, 새로운 것에선 또 새로운 맛일 테니까. 손끝으로 브런치 메뉴를 하나 짚는다.) 고기가 많이 들어간 쪽이 좋겠군.
 
발레리안:응.. 핫케이크나 소세지, 스크램블이 잘나가는 곳이야 ( 손끝으로 짚은 것을 본다.) 거기에 다른 맛의 소세지를 추가하는건 어때?
살짝 매운 후추라던가.
 
블레어:소시지, (좋지. 손끝으로 메뉴판 위를 걸어다니다 후추란 말에 찡그린다.) 그건 별로야. 먹을 거면 그냥 생 소시지가 좋아.
 
발레리안:여전히 매운건 싫어? (끄덕이고는 주문서에 선택한 내역을 써내린다.) 마실건 어떤게 좋아? 카페지만 가벼운 칵테일정도는 파는데.
 
블레어:싫지. 피망도, 마늘도, 후추도. 맛이 너무 강해 목이 아프단 말이야. (생피를 마시는 종족 입장에선 자극 강한 음식이 들어간들 괴로울 뿐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메뉴판을 네 쪽으로 슥 민다.) 가벼운 와인은 없으려나. 칵테일은 몇 번을 봐도 종류가 헷갈린단 말이야. 그러니 그대가 골라줘. 맛 없는 것이어도 한 번쯤은 먹어보도록 하지. (씨익)
 
발레리안:피망은 조건이랑 안맞는거 같은데. 그건 그냥 편식아냐? (목덜미에 잠시 시선을 두다가 메뉴판으로 시선을 내렸다.) 좋아, 그럼 샹그리아로 시킬게. (점원을 불러 주문서를 내밀자 점원이 발레리안을 계속 보다가 간다.)
 
블레어:이런. 이래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안 된다니까. (팔짱 딱 낀다. 점원이 와서 메뉴를 받아가는 모습까지 등받이에 기댄 채 바라보다가, 점원이 멀어지는 걸 확인하곤 입매를 비틀어 웃는다.) 아는 이인가?
 
발레리안:영양을 고르게 챙겨야지. (툭, 잔소리를 던지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초면인걸. 너무 많이 시켜서 놀랐나?
 
블레어:그런 거 안 챙기고도 반천 년은 훨씬 넘게 살았다고. 영양은 그대부터 챙겨야 하지 않겠어? (말과 생각이 동시에 흐른다. 놀란 건가. 놀란 표정 같진 않았는데. 인간의 의중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혹시라도 아까 그 인간이 귀찮게 굴거든 지체 말고 말해. 내가 깔끔히 해결해주지.
 
발레리안:나야... 레레를 위해 열심히 챙기고 있는걸. 영양 흔들리면 피 맛도 없을거 아냐. (네 기색을 슬 살피다가 짓꿏게 웃었고.) 걱정마. 혹여라도 고백하면 뻥 차버릴게.
 
블레어:(마음에 들지 않는단 기색을 폴폴 풍기던 얼굴에 아하하 웃음이 터진다.) 역시 나를 살게 하는 이 다워. 이런데 빠지지 않을 수야 없지. (테이블 위로 손깍지를 껴 잡으며 싱긋 웃는다.) 그래, 그 정도야. 하지만 그 이후가 있다면 말이야. (혹시라도. 즐거운 기색으로 네 손등을 두드린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메뉴들이 테이블에 세팅됩니다.
 
그나저나 이런 생활도 이제는 익숙하네요.
 
블레어와 함께 아침을 먹고, 서로가 서로의 선택을 대신하고,
 
함께 한지 아주 오랜, 바래도록 오랜 시간이 지난 것만 같습니다.
 
심지어 창밖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풍경마저 이 평화에 섞여 익숙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발레리안:(깍지낀 손을 꼼지락거린다.) 만약 후로도 귀찮게 하면 그렇게 할게. (익숙하지만 동시에 불안했다. 잡지 않은 손으로 소세지를 썰어 포크로 쿡찍어 네게 내밀었고.)
 
맞은편에 앉은 그와 함께하는 몇 번째 만남이었더라.
 
블레어:(아. 입을 벌리고 내밀어진 소시지를 냠 받아먹는다. 우물우물 씹는 동안 어떤 양념도 되지 않은 소시지가 마음에 들었는지 눈이 동그래진다.) 이거 맛있군. 그대가 추천할 만해. (자기도 포크를 들어 하나 더 찍어먹곤 곧장 두 개 찍어 내민다.)
 
생각에 잠기면, 어느새 입 앞에 내밀어진 음식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그와 오랜 시간을 보냈고, 아마 앞으로도 보낼 예정이겠죠.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요.
 
블레어:왜 그러지, 브이? (내민 채 갸웃)
 
발레리안:(....) 아, 조금 생각할게 있어서. (내민걸 받아먹고 씩 웃어버렸다.)
 
블레어:..나를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을 한다라. 썩 유쾌하진 않아.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빵을 손으로 떼어 와삭 씹는다.)
 
발레리안:레레에 관련된 생각인걸. 오늘은 왜 이리 더 예뻐보이나. 하고.
 
블레어:(소란스럽게 와삭거리던 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잠깐 말이 없다가 다른 조각을 입에 넣어주고) 그래서, 결론은 나왔나?'
 
발레리안:아니, 역시 모르겠어. 10대 난제야, 완전. (우물거리며 끙 소리를 낸다.)
 
블레어:(작은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정말이지, 그대에겐 탁월한 재능이 있어. 요새는 참 그대 때문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 말이야. (그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샹그리아 잔을 들어 손에 쥐여주곤 팔을 엮는다.) 러브샷. 한 번에 다 마시는 거다.
 
발레리안:한번에? 뭐, 좋아. (팔을 엮고는 잔을 기울여 들이킨다. 그래, 지금 고민해서 어쩌겠어. 조금만, 미뤄두자..)
 
블레어:(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뒤따라 잔을 올린다. 꼴깍꼴깍 넘어가는 와인의 향이 네 향과 뒤섞여 진짜 식사라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 마신 잔을 내려놓기 전,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역시 그때 이렇게 한 병을 다 비웠어야 했어. 그대가 내 저택에 처음 왔을 때 말이야.
 
발레리안:(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하냐는 듯 바라보며 빈잔을 느릿하게 매만진다.) 새삼스럽게.
 
블레어:그대는 나를 믿지 못하고, 나는 그대를 믿지 못해 마음을 풀고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진 않았잖나.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시간조차 아쉬워. 처음부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고 있었다면 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발레리안: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간들이 있잖아. 아쉬운 만큼 앞으로 많이 ... 교류하면 되는거 아니겠어?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블레어:(쓰다듬는 손에 흔들리며 끄덕인다.) 그래, 그럴 수 있겠지. 그랬으면 좋겠군. (말과 동시에 빵에 소시지, 소스를 얹어 입에 쏙 넣어준다.) 괜한 말을 했어. 빨리 먹어. 내가 다 먹어버리기 전에.
 
발레리안:블레어가 전부 먹어도 상관없는걸 (념념.) 그렇게 배고프진 않아서.
 
블레어:영양을 잘 챙겨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 누구더라.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듯 씹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면서 또 하나 넣어준다. 나 하나 너 두 개. 나 하나 너 세 개.)
 
발레리안:영양제 잘 챙겨먹고 있는걸. (이상하다. 나한테 주는 양이 더 많은 거 같은데. 질세라 네게도 열심히 먹여준다.)
 
블레어:영양제에 의존해선 안 되잖아? (들켰다. 하지만 받아먹고 나니 음식이 거의 다 떨어졌다. 승리의 미소를 씩 짓고는 손을 탁탁 턴다.) 배부르게 잘 먹었다. 정말 좋은 음식이었어.
 
발레리안:(이런..! ) ...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네.
더 먹이고 싶었지만.. ..(흠..)
 
블레어:더 먹이고 싶다면 저녁에 부탁하지. (히죽 웃으며 네 턱 아래부터 목덜미를 어루만지더니 일어난다.)
배도 든든하겠다, 산책을 가볼까. 메뉴는 그대가 골라줬으니 값은 쏘지. (카드 짠)
 
발레리안:저녁.. 기대해둬. 아주 포식시킬거니까. (어?) 그럼 이따 타투는 내가 살게.
 
블레어:뭔가 밀린 느낌인데. (음.. 제 턱을 쓸다가 계산대로 간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일어섰나?
 
발레리안:기분탓이야. (뒤이어 몸을 일으켜본다.)
 
일어서면...
 
순간, 저리로 걸어가는 그의 옆얼굴이 스칩니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아차리기 전, 무언가 강렬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능 판정
 
발레리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언가 이상합니다.
 
그의 얼굴을 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힙니다.
 
이상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계산을 마친 블레어가 걸어옵니다.
 
블레어:왜 그렇게 멍하게 서 있지? (걱정스런 낯 된다.) 혹시, 어딘가 아픈가?
 
발레리안:(짧게 콜록인다.) 어? 아, 아니..괜찮아..
 
블레어:불편한 곳이 있으면 감추지 말아. 하루 정도 더 머무르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으니. (손을 잡는다.)
 
발레리안:레레야말로...조금이라도 힘들면 전부 말해줘. (손을 꼬옥 잡고 진지하게 바라본다.)
 
블레어:못 말린다니까. (픽 웃곤 소곤거린다.) 브이, 이 몸은 흡혈귀다. '귀'가 어떻게 힘든 일이 있겠어. (부드럽게 미소하며 문을 향해 간다.)
이만 나가지.
 
아, 이곳에서 나가면 뭘 하기로 했더라.
 
생각과 함께 그가 이끄는 것에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밖으로 향하기 위해 문을 열면…….
 
무언가 하얀 공간이 드러납니다.
 
…하얀 공간?
 
분명 당신은 블레어와 함께 길거리로 향하고 있지 않았던가요?
 
눈을 두어 번 감았다 뜨면, 손에 닿았던 감촉도, 눈앞에 있던 블레어도 사라진 채입니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그저 [하얀 방]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발레리안, 이성 판정
 
발레리안: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심호흡한다.)
 
벽지부터 바닥까지, 이곳에 스며드는 공기마저도 순백으로 변할 것만 같은 하얀 공간입니다.
 
작은 방이며, 눈앞에 있는 [하얀 책상]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발레리안:(여긴 대체.......)
(책상을 살펴봅니다.)
 
당신의 키에 맞춘 책상입니다.
 
책상 위에는 [하얀 종이] 하나와 하얀 펜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발레리안:(하얀종이를 살핍니다.)
 
종이 맨 위에 ‘발레리안, 조금 전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성실히 기록하세요.’라고 쓰여있습니다.
 
발레리안:(조금전..블레어랑 있을때를 말하는건가. 펜을 들고 고민하다가 침착하게 적어내린다. 갑자기 느낌이 이상해져서 불안했다고.)
 
당신은 결국 그 종이가 시키는 대로 조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합니다.
 
오늘 아침부터 블레어와 함께 보낸 짧은 시간에 대해서.
 
기록을 마치고 펜을 놓으면, 종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접히듯 느릿하게 반을 가릅니다.
 
다시 반, 또다시 반이 접힌 종이는 곧 책상 안으로 스며들어 사라집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생각할 새도 없이,
 
익숙한 하루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입니다.
 
...가 아닙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말이죠.
 
블레어와 함께 길을 걷던 중 알 수 없는 하얀 방에 갇혔고, 그곳에서 이상한 기록을 작성한 후에…
 
방에는 어떻게 돌아온 거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의 기억은?
 
발레리안:(무엇보다..블레어는 어디있지?)
 
복잡한 머릿속을 겨우 정리하려 노력하던 중,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발레리안:...들어와.
 
블레어:깨 있었네.
 
블레어입니다.
 
발레리안:...응. (다가가서 와락 안는다.)
 
블레어:어, (평소와 같은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웃다가 어리둥절하게 눈을 꿈뻑인다. 등을 마주 안고 토닥이다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새 내가 그리웠던 건가? 내가 어디를 갈 리도 없는데 말이야.
 
발레리안:(갔었어. 아주 멀리 갔었다고...속으로 말을 삼키며 더 힘주어 꽉 안았다.) 어디갔었던거야.
 
블레어:응? 그야 그대의 아침을 가지러 갔었지.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눈앞에 보여준다. 간단한 토스트와 써니사이드업, 약간의 페퍼로니.)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힙니다.
 
하나의 생각만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놓습니다.
 
블레어와 당신, 그 기나긴 이야기 끝에서 블레어가 죽습니다.
 
지능 판정
 
발레리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렇..구나..(머리를 싸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형상이 있습니다.
 
현재가 아니되, 과거의 그 어느 기억에도 없을 모습.
 
피를 토하는 블레어,
 
그 순간 당신을 마주친 눈동자.
 
고통에 울상이 되어 있던 눈이, 그 순간 미소를 머금습니다.
 
그가 무어라 말하는 듯한 모습과 동시에
 
환상은 사라집니다.
 
당신은 알아차립니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블레어가 죽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믿기지 않는 사실.
 
그러나 알 수 없게도 진실입니다.
 
기묘한 감각에 이성판정
 
발레리안: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접시를 옆에 내려두고는 당신에게 다가섭니다.
 
블레어:브이,
 
발레리안:...응.
 
그의 얼굴은 걱정 어린 얼굴 같기도, 탐탁지 않은 얼굴 같기도, 그저 투덜거리는 얼굴 같기도 합니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죠?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려는 순간,
 
정신력 판정
 
발레리안: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저절로 입이 열립니다.
 
발레리안:블레어, 넌 죽게 될 거야.
 
블레어:...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이게.
 
발레리안:...아냐.
요즘..나쁜꿈을 자꾸꿔서. ..미안해.
 
블레어:(잠시 생각하더니 알겠다는 듯 웃으며 네 머리를 끌어안는다.) 그런 악몽을 꿨구나.
 
발레리안:응, 그런데 깨어나니까 블레어가 안보여서 덜컥 겁이 났어.. ..
 
블레어:이리 어린 아이처럼 구는 모습이 신선하긴 하지만. (키득키득 웃는다.) 그대는 나를 왜 그렇게 못 믿는지 모르겠군. 분명 내가 적어도 그대만큼은 강하고, 명줄은 더 질길 텐데 말이야.
지금의 내가 삶의 유일한 낙인 그댈 두고 어디 갈 리가 없지 않나. 안 그래?
 
발레리안:역시 그렇지...? (뱀파이어 헌터인터라, 뱀파이어면 오래 살수 있다는건 크게 희망이 되지 않았다... 어깨에 이마를 폭 기대었고.)
 
블레어:(등을 토닥이며 그래그래, 어르다가 떨어진다.) 그런 나쁜 생각은 떨쳐버리고, 아침부터 먹고 나와. 오늘은 그대가 온 곳으로 데리고 가주기로 했잖아.
 
발레리안:......?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켜서 날짜를 확인한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보았던 그 방이 아닙니다.
 
휴대폰을 보면, 오늘의 날짜는 24일.
 
24일 9시.
 
그럼 이전까지의 모든 일은, 그저 꿈이었나요?
 
발레리안:(뭐지......)
우리 지금까지..뭐하고 있었지?
 
블레어:응? (악몽이 너무 충격적이라 기억이 가물한 건가. 찬찬히 되돌아보며 하나씩 꼽아준다.) 어제 점심때쯤 그대가 도착했지. 이 저택에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엔 외식을 했어. 새벽에는 늘 하던 것을 했지. 아주 즐거웠어. (웃음)
설마 그것까지 기억 나지 않는다곤 하지 않겠지?
 
발레리안:....그야 물론 기억하고 있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커피 좀 마셔야겠어. 꿈을 길게 꿔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네.
 
블레어:음, 아니. (일어나려는 어깨를 밀어 앉히고는 무릎 위에 접시와 포크를 얹어준다.)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져다 주지. (하곤 곧장 방을 나간다.)
 
발레리안:...(붙잡으려다가 놓쳤다.) (떨어져 있으면 불안한데.... 가져다준걸 먹어보지만 모래를 씹는 기분이었다. 시간을 움직이는건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 꼬이는건... )
 
블레어:(잠시 뒤에 따끈따끈한 커피를 내려와 바로 옆 협탁에 놓아준다.) 맛은 어떻지? 오랜만에 계란이 아주 먹음직스럽게 잘 되었어.
 
발레리안:맛있네. (옅게 미소지으며 커피를 받아 홀짝이다가 뜨거운지 흠칫한다.)
 
블레어:(푸핫) 뜨거우면 식혀 먹어야지, 브이! 이리 내어봐. (네 손 째로 컵을 잡고는 끌어당겨 후 후 불어준다.)
 
발레리안:(얼굴이 빨개진채로 굳어있다.) 고마워..레레.
 
블레어:뭘. (뺨에 쪽 입맞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을 연다. 한쪽에는 텅 빈 가방이 놓여 있다.) 어디보자, 뭘 가져가야 할까.
 
발레리안:(가방을 바라본다.) ...좀더 쉬다가면 어떨까.
 
블레어:음? 하지만 파티가 열린다고 가려면 오늘이 제격이라 했던 건 그대잖아?
 
발레리안:그렇긴하지만.. 레레랑 둘이 좀 더 있고 싶어서. (목을 끌어안았다.)
 
블레어:(끌어안은 팔을 잡고는 고개를 기댄다.) 그런 이유야 나쁘지 않지만, 어딜 가든 함께 있을 텐데. 어딜 가든 둘뿐이라면 나는 그대와 조금 더 많은 것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
 
발레리안:단 둘이 있는게 더 좋은데.. (꿍얼거리며 기대오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파티날만 잘 넘기면 괜찮지 않을까..)
 
블레어:(안긴 채 슥 돌아선 목덜미에 팔을 감아 끌어내린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는다.) 어째서 오늘따라 이렇게 어리광일까, 그대. 사랑스러움으로 어필하려는 시도였다면 아주 제대로 먹혀들었어. (콧등에 쪽 입을 맞춘다.) 불안감 탓에 그런 거라면 약속하지. 다른 누구에게도 눈길 한 번 안 주고, 모든 순간에 그대와 함께하고 있을 거야.
 
발레리안:...레레는 가고 싶은거지? ..알았어. (코를 찡긋거리다가 결국 남득했다. 내가 어떻게든 하면.... 괜찮겠지. 그럴거야... 내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레레는 살릴거니까.)
(납득..)
 
블레어:말했잖아. 그대와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고. 게다가 그대가 살아왔던 흔적을 보러 가는 것이니, 가지 않고 싶을 리가 없지. (팔을 풀고 아까와 같은 자세로 몸을 돌려 옷장을 보고 섰다. 편하게 네게 등 기댄 채) 그러니 그대도 나를 도와줘. 자, 본가에 가는 것과도 같은데, 내가 어떻게 차려입고 가야 할까?
 
발레리안:흔적..그래, 아주 많은게 남아있는 곳이지. (협회를 잠시 떠올리다가 쓰게 웃었다. 등을 마주댔으니 표정은 보이지 않겠지.) 음, 적당히 격식을 차리면 충분해. 정장..정도?
 
블레어:적당한 건가? (슥 올려다보고는 검은 정장을 꺼낸다.) 그럼 이걸로 하지. 이외에는, 편하게 입을 옷이 필요하니... (비격식적인 옷만 모아둔 쪽을 보더니 대충 꺼내 가방에 쑤셔넣는다.)
 
발레리안:(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레레의 미모가 이미 훌륭하니까 말야. 뭘 입어도 괜찮을걸.
 
블레어:확실히. 내가 좋은 옷걸이이긴 하지. (장난스레 웃으며 입은 옷의 단추를 풀어내린다. 바지도 스스럼없이 풀어내고) 역시 맨몸이 제일 편한데.
 
발레리안:안돼, 이건 나만 볼거야. (미간을 찌푸린다.)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아.. (볼을 감싸 쓰다듬다가 목덜미에 입맞춘다.)
 
블레어:당연하지, 그대 말곤 보여줄 생각도 없다. (팔만 들어올려 머리를 쓰다듬고는 정장으로 갈아입는다. 셔츠까지 입은 뒤에 넥타이를 건네며) 이건 그대가 매어줘.
 
발레리안:(머리를 마구 부비적거리다가 넥타이를 받아들었다.) 정말 다른 이에게 보여주면....무슨 짓을 할지 몰라. (꿍얼대면서 넥타이를 정갈하게 매어주었다.)
 
블레어:그건 좀 궁금한데. 무슨 짓을 할 셈인가? (슬쩍 끌어올린 입꼬리를 다른 이가 봤다면 '못됐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엔 둘뿐이니까. 정장 재킷을 들어 휘릭 걸치자 꽤 말끔한 태가 난다.)
 
발레리안:궁금해? 별로 유쾌한 얘기는 아닐텐데... (말끔한 태도를 홀린듯 바라본다. 새삼스럽지만 정말.. 잘생겼다.)
 
블레어:내게는 유쾌한 이야기도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도 다, 브이. (그저 살다보면 다 겪고 듣는 일들일 뿐.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마주보며 눈을 휘어 웃는다.) 그래도 그대가 날 이유로 벌이는 짓이라면, 그건 꽤 유쾌한 이야기가 될 거야.
 
발레리안:(눈을 데록 굴린다.) 으음. 어두운 곳에 가둬두고 두번 다신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할거야. 영원히 암흑속에서 살도록.
 
블레어:생매장이로군. (키득키득 웃는다.귀엽다 할지, 그 답다 해야 할지. 안심하라는 듯 손바닥으로 네 가슴을 살며시 누르며) 걱정 말아. 그대가 그리 고생하기 전에 내가 먼저 끝내놓을 테니. (손 떼며 그 옆, 전신거울에 걸린 커다란 옷을 건넨다.) 자, 그대가 자는 동안 옷은 빨아뒀어. 다시 입어도 문제없을 거야.
 
발레리안:음? 생매장은 아니고, 그냥.. 건물안에 가둬둘거야. 적당한 폐건물에. 땅에 하면 너무 티나잖아.. (누르는 손을 보다가 겹쳐 잡았다.)
(이어 옷을 받아 들었고.) 입혀주지 않을래?
 
블레어:비유적인 표현이었지만, 지금 생각하기로는 정말 땅에 묻는 편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뭐, 그러다 도망치면 곤란하니 좀 더 편리한 방법을 취하고 싶지만 말이야. (땅에 삽질을 하는 발레리안을 생각했다. 그 모양이 꽤 웃겨서 입술을 꾹 다물어 웃음을 참고는) 그 쪽이 더 좋다면야 기꺼이 그러지. (겹쳐 잡힌 채로 네 옷을 벗긴다.)
 
발레리안:묶어두면 나오지 못하겠지.. 뭐, 레레가 그전에 잘 할거라고 생각해. (전에 정말로 삽질 했던걸 떠올렸다. 벗기기 쉽게 옴을 살짝 들었다가 내렸고.)
 
블레어:당연하지. 나도 그리 놀면서만 살아온 건 아니거든. (슬며시 웃어 보이곤 윗옷부터 벗겨 셔츠를 입혔다. 아래서부터 단추를 잠그다가 가슴팍에 입 한 번 맞추고 바로 단추를 잠근다. 그대로 목 끝까지 단정하게 잠가주곤) 어디 오늘도 잘 있나 안부인사나 할까- (바로 아래 쭈그리고 앉아 방긋 웃으며 바지를 벗겨 내던진다. 속옷 위로 보이는 윤곽에도 입 한번 맞추고 바지도 마저 입힌다.)
 
발레리안:레레...! (아래에 입맞추는 것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널 부른다.) ..빨리 나가자고 할땐 언제고 이러기야?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꾸왁 안아버렸다.)
 
블레어:나가는 건 나가는 거고, 할 일은 해야지? (아무렇지도 않게 와하하 웃어버리고 엉덩이를 토닥인다.) 자, 가자. 이미 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어. 택시를 불렀으니 보다 편히 갈 수 있을거야.
 
발레리안:..정말. (볼을 쿡쿡 찌르다가 엉덩이를 꽉 쥐어 버린다.) 원랜 내가 운전하려 했는데 말야.
 
블레어:택시는 공항까지만 데려다 줄 테니, 그럼 공항에서부터 부탁을 하면 되겠군. 그곳에서 차를 하나 빌리지. 그때부턴 마음대로, 어디로든 데리고 가는 거야. (훌쩍 가방을 들고 손을 잡는다.) 나가지. 더 꾸물거렸다간 기사가 토라져 가버리겠어.
 
발레리안:토라지면 프로답지 못한거지 뭐. (손을 깍지껴 잡고는 밖으로 나선다. 이제는 문만 열고 나가도 무섭다..)
 
블레어:하지만 다시 차를 잡기는 귀찮으니 말이야. (옅게 미소짓곤 현관으로 향한다.)
 
문을 열면 저택 앞의 도로가 보입니다.
 
길거리를 가득 메운 아침 소음. 사람들의 발소리.
 
길거리는 여느 때처럼 인파로 북적입니다.
 
블레어:(그 가운데 서 있는 택시를 가리킨다.) 다행히 아직 기다리고 있군. 어서 타지.
 
발레리안:먼저 타, 레레. (문을 벌컥 열어주고 기다린다.)
 
블레어:에스코트대로. (어느 가문의 영애라도 된 듯 있지도 않은 치마자락을 들며 다소곳이 인사하곤 가방을 들고 훌쩍 올라탄다.)
 
발레리안:(옅게 미소지으며 옆에 탑승하고 문을 닫았다.)
 
블레어:(탄 것을 확인하고) 브뤼셀 공항으로 가지.
 
택시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시내를 지나, 한적한 도로를 지나, 다시 상점가를 지나...
 
어느새 농촌 길 중간에 멈춰선 차창 옆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고원이 보입니다.
 
발레리안:(밖에는 관심이 없다. 블레어 손 잡고 조물거릴뿐..)
 
블레어:(손을 꼼질거리며 졸린 듯 가물거리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다가) ...저런 곳도 좋겠군. 저 사람들처럼. 멋진 곳이 아니더라도 풍경 좋고 한적한 곳이면 지내기 좋겠어.
 
발레리안:저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 (쑤담...)
 
블레어:(기대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 여행 얘기였어. 물론 살기에도 좋겠지. 살 거라면 바닷가가 좋겠군. 매일 아침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새 소리가 들리고 햇빛이 문간에만 어른거리는 그런 아침에 아무 걱정도 없이 일어나 테라스에 앉아 있는 거야. (한참을 살았지만 그런 삶은 살아본 적이 없네. 작게 중얼거리는 시선에 언덕바람을 맞는 두 남녀가 비친다.)
 
발레리안:(그 풍경을 함께 바라본다.) 여행가보고 결정해도 좋을 것 같네. ...저 연인들처럼. 우리도... 행복하게. (말끝을 흐리면서 생각에 잠긴다.) 탐방이 끝나면 멀리 떠나버리자.
 
블레어:(올려다본다.) 멀리, 어디로?
 
발레리안:레레가 말한대로, 바닷가의 고즈넉한 곳으로.
 
블레어:(푸스스 웃는다.) 그런 곳을 찾아놔야겠군.
 
발레리안:같이 찾아보자. (머리를 마구 흐트러뜨려버린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차 안에 퍼집니다.
 
한 쌍의 커플을 지나친 차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언덕을 지나, 작은 마을을 지나, 슬럼가를...
 
그 가난한 동네의 모습이 원치 않아도 눈에 담깁니다.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노인 앞에 택시가 멈춰섭니다.
 
택시기사가 고개를 빼고 욕을 하고,
 
그 사이 당신의 눈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보입니다.
 
친구로 보이는 두 사람을 가르고 선 사람들.
 
한 명은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몰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소년의 목소리에도 아무도 그 폭력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발레리안:(....?)
 
누군가가 몽둥이로 그의 머리를 내리치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이가 피를 뱉습니다.
 
....당신은 이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기묘한 예감대로라면, 블레어는 저 상황과 비슷한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
 
그가 죽게 될 것만 같은 '이 이야기의 끝'이란 언제인 거죠?
 
소름 끼칠 정도로 빈번히 찾아오는 생각을 짓밟기라도 하듯, 그는 당신의 옆에 멀쩡히 살아있는데도요.
 
2021-02-13
 
당신은 블레어의 품에 기댑니다.
 
따뜻한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자연스레 시야가 가물해집니다.
 
그 사이로 당신은
 
블레어:다 괜찮다, 발레리안.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마지막처럼 느껴지는 그의 말을 끝으로, 깜빡, 당신은 눈을 감았다 뜹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옆에 앉아있던 블레어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발레리안:....(눈을 느리게 뜬다.)
 
당신은 홀로 ‘하얀 공간’에 서 있습니다.
 
하얀 종이와 하얀 펜이 놓인 하얀 책상, 그를 하얗게 감싼 벽지와 천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발레리안:거짓말쟁이.. ...(웅얼이며 공간을 본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 방은 당신이 이전에 왔던 공간입니다.
 
‘이전’이라 함은 도대체 언제일까요?
 
몇 시간 전?
 
어제?
 
며칠 전?
 
그도 아니라면...
 
역시나 앞에는 [하얀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발레리안:(하얀 책상을 살펴봅니다.)
 
하얀 책상으로 향하면, [하얀 종이 두 장]과 하얀 펜이 놓여있습니다.
 
첫 번째 종이에는 '발레리안, 조금 전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성실히 기록하세요.’라고 쓰여있습니다. 이 또한 기묘하게도 익숙한 문장입니다.
 
발레리안:....(전에도 봤던거 아닌가?)
(펜을 들고 물끄러미 본다.)
 
전에 봤던 것과 완벽히 똑같은 질문지입니다.
 
발레리안:(보고 느낀 것에 대해 꾹꾹 쓴다. 나의 절망과, 슬픔과, 불안감을.)
 
당신은 그 종이가 시키는 대로 조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합니다.
 
블레어와 함께 보낸 짧은 시간에 대해서, 당신이 알고 있는 그의 죽음에 대한 무언가를 섞어서.
 
기록을 마치고 펜을 놓으면, 종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접히듯 느릿하게 반을 가릅니다.
 
다시 반, 또다시 반이 접힌 종이는 곧 책상 안으로 스며들어 사라집니다.
 
이전 봤었던 광경이 분명합니다.
 
발레리안:(한숨을 푹 내쉰다.)
 
이전 이곳에 왔을 때, 알 수 없는 기록을 작성한 후, 당신은 곧 당신의 집에서 눈을 떴습니다.
 
덕에 짐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아마도…
 
익숙한 하루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전, 주변을 확인하면 이곳은… 당신의 집이 아닙니다.
 
익숙한 풍경 대신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고, 그 중심에는 블레어가 서 있습니다.
 
발레리안:블레어.......
 
블레어:(미소를 띤 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응? 왜 그러는가?
 
주변은 평화롭고 따사로운 공원입니다.
 
발레리안:...괜찮아? (처음 나오는 한마디는 그것이었다.)
 
아마도 이 시점은... 당신이 그의 집에 들르기 전, 초대를 한 직후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블레어:(고개 기울이며) 무엇이?
 
발레리안:그냥, 전부.... 다 말야.
 
블레어:(곰곰이 고민하다가 알았다는 듯) 아, 만일 그대의 초대에 관한 거라면 물론이지. 아무리 그래도 이때까지 살아남았네. 게다가 내 옆엔 그대도 있을 것이 아닌가. 긴장 따위는 조금도 되지 않아.
 
발레리안:정말, 조금도? (허리를 끌어당겨 꼬옥 안으며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블레어:당연하지 않나? 아, 다르게 말해 그대의 친가를 보러 가는 기분에 대해서라면 그렇군. 그쪽은 조금 긴장이 되네. (끌어안고는 목가에 코를 묻고 체취를 들이킨다.)
 
...당신만 빼고, 당신이 알고 있는 사건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이 사건의 후반부, 그리고 결말까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은 블레어의 결말 또한 알고 있습니다.
 
발레리안:(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만 소외된 이 기분. 무척 달갑지 않아.) ...그래,...내가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다 잘될거야..
 
블레어:당연하지. 그대만을 믿네. (농담조로 말하곤 웃으며 등을 토닥인다.)
 
그를 안고 있으면 이전 몇 번이고 당신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던 생각이 자리를 키우고, 목소리를 냅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블레어가 죽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순간 당신은 하나의 시간을 더 엿봅니다.
 
발레리안:........(미간을 찌푸린다.)
 
넝마가 된 몸으로 블레어가 바닥에 쓰러집니다.
 
당신을 붙잡고, 막고 있던 헌터들의 고함과 함성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마지막까지 뜨여 있던 그의 눈이 감기는 순간, 당신의 의식은 크게 흔들립니다.
 
발레리안:..... (빌어먹을. 입술을 짓씹는다. 안고 있어서 내 모습이 보이진 않겠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당신은 미래에 벌어질 블레어의 죽음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의 블레어는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언젠가의 당신은 그 죽음을 무력하게 지켜봅니다.
 
시기를 알 수 없는 일이나, 한 번 든 확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언제일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는 죽습니다.
 
머잖아 블레어는 당신이 자신이 아닌 다른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 곧 당신의 얼굴을 살핍니다.
 
블레어:(뺨을 한 손으로 감싼다.) 그대야, 팔이 떨리는구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건가?
 
정신력 판정
 
발레리안: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블레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발레리안:...요즘 자꾸 악몽을 꿔서...
(손에 부빗거린다.)
 
블레어:나 때문이겠지. (조금은 시무룩한 얼굴이 된다.) 내가 그대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구나.
 
발레리안:아냐, 그냥...내가, 겁이 많아서 그래. 그 뿐이야. 레레가 너무, 소중해서...
인간이라 그래. (코끝을 톡 맞댄다.)
 
블레어:(푸흐흐 웃음을 흘린다.) 인간들도 확실한 믿음이 있으면 걱정조차 하지 않게 되지 않아. 안 되겠어. 언젠가 그대에게 나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어야지. 내가 괜히 북부의 유령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어 보이네.
(가벼운 낯으로 으름장 놓듯) 그때 가서 되려 나를 무서워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발레리안:글쎄. 그걸보고 오히려 반하게 되는거 아닐까.(괜히 장난스레 말하며 입술에 버드키스를 날린다.)
 
블레어:(즐거운 듯 버드키스를 받고는 까치발을 들어 뺨에도 쪽, 입도장을 남긴다.)
악몽은 역시 즐거운 기억으로 덮어야겠지. 마침 저 쪽에 유명한 예술관이 있다고 들었네. 작품이라도 감상하며 데이트나 할까.
 
발레리안:이미 예술 작품이 여기있는데. 하지만 그것도 좋아. (손을 꼬옥 잡고는 가볍게 깍지낀다.)
 
블레어:이런, 어느 작품이든 너무 쳐다보고 어루만지면 닳기 마련이네. (그럼 가보자며 깍지 낀 손을 마주잡고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손을 당겨, 언젠가의 두 사람이 다녀왔을 그곳으로 향하고.)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가 다시금 이어집니다.
 
당신은 저 미술관의 안에서 이다음 블레어가 무슨 말을 할지, 어떤 손짓을 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고 있습니다.
 
그야 이 일은 당신의 삶 중 무척이나 밝게 빛났던 날들 중 하나였을 테니까요.
 
발레리안:(그렇지...작품 말고 블레어만 보였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미술관의 문앞,
 
블레어의 손이 닿은 문 너머에서 하얀 빛이 쏟아집니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 또 다른, 그러나 익숙한, 하얀 문입니다.
 
문을 인식하는 것과 함께, 문을 제외한 모든 것이 흐려집니다.
 
눈앞에 있던 물건, 광경, 그 속에 있던 블레어까지도.
 
신난 듯한 목소리도 점차 작아지고, 느리게 사라집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다시 당신과 문, 그리고 하얀 공간만 주위에 남습니다.
 
블레어?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요?
 
그가 죽을 거라는 확신에 또 다른 확신을 더하기라도 한다는 듯, 그저 하얗기만 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문 하나가 박혀있을 뿐입니다.
 
발레리안:.....(마른 세수를 한다.) 제발 우리를 내버려둬!
(문을 쾅 두드린다.)
 
쾅!!
 
덜그럭..
 
주먹으로 문을 치자 문에 달려 있던 팻말이 함께 흔들립니다.
 
하얀색의 팻말에 무언가가 쓰여있는 거 같은데…
 
발레리안:(팻말을 들어살핍니다.)
 
시야가 흐릿합니다.
 
관찰 판정
 
발레리안: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얀 팻말에 하얀색으로 글씨를 써두었네요
 
'발레리안'
 
당신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발레리안:(문을 열어봅니다.)
 
하얀 문 안은 또다시 하얀 공간입니다.
 
그 안은 당신이 알고 있는 하얀 책상과 하얀…
 
공간뿐만이 아닙니다
 
본래 하얀 책상이 있던 중심에 누군가가 서 있습니다
 
정확히는 책상 앞에 서서 종이를 살피고 있는 것 같네요.
 
발레리안:(누구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서양권의 여성으로 보입니다.
 
금발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레리안:...당신은...누구죠.
 
벨 핀셔:(종이를 보다가 말소리에 놀라 돌아본다.) 어머, 여기에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군요?
음, 일단은 안녕하세요? 갑자기 이런 곳으로 오게 돼서 살펴보고 있었는데, 여긴 당신의 방인가요?
 
발레리안:제 명패가 걸려있었던걸 보면..아마도요. 그대도 갑자기 눈 떠보니 이곳이었나요?
 
벨 핀셔:친구와 있던 중에 하얀 문을 열고 왔더니 이곳이었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인가봐요.
 
발레리안:네, 맞아요. 당신도.. 친구가 죽을거란 얘기를 들었나요?
 
벨 핀셔:죽어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고개를 젓는다.)
당신은 친구가 죽는다는 말을 들었나요? 누구에게서요?
 
발레리안:알 수 없는 목소리에게 들었어요. 그..장면도 봤고.
 
벨 핀셔:장면을 봐요?
 
발레리안:네, 친구가 죽어가는...모습을요.
 
벨 핀셔:세상에나. 그럼 이제 당신의 친구분은...
 
발레리안:.......제가..어떻게든 해야죠. (쓰게 웃었다.)
당신은 뭔가..본건 없나요?
 
벨 핀셔:그렇군요. (턱을 괴며 옆으로 눈길을 돌린다.) 제가 본 건 저런 것뿐이에요. 아, 내 정신 좀 봐. 저는 벨 핀셔랍니다. (활짝 웃으며 손을 내민다.)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하얀 방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하얀 벽, 하얀 천장, 하얀 책상과 그 위에 올려진 종이 세 장, 모서리의 펜. 여전한 공간입니다
 
발레리안:그런가요.. 아, 미안합니다. 푸념이 길었네요. 발레리안이라고 해요.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들었다.) 여기만 오면, 심란해져서.
 
벨 핀셔:푸념이라니요. 누구든 그런 장면을 보고 침착하기는 쉽지 않죠. 오히려 저는 발레리안, 당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걸요. 그 친구라는 사람에 대해서도요.
 
발레리안:별로 즐거운 얘기는 아닐거예요. 벨. (펜을 집어든다.) 그래도 듣고 싶은가요.
 
벨 핀셔:그럼요. 이곳에 있는 건 어차피 저희 둘뿐이잖아요.
 
첫 번째 종이.
 
'발레리안, 조금 전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성실히 기록하세요.’라고 쓰여있습니다.
 
당신이 잘 알고 있는 문장입니다.
 
이번이 아마… 세 번째던가요?
 
발레리안:(아마도? 종이에 기록하며 말을 이었다.) 처음에 친구와 저는..적으로 만났어요. 뱀파이어와 뱀파이어헌터. 앙숙중 앙숙이죠.
 
벨 핀셔:(종이에 적는 것을 보며) 뱀파이어라, 다른 세상의 얘기 같네요.
 
발레리안:뭐....그렇죠. 흔한 얘기는 아니니까요.
피를 양식으로 살아가는 존재... 어느 설화에서나 볼법한 얘기죠.
 
벨 핀셔:흐음, 그래서 두 분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나요?
 
발레리안:그건.. 제가 그 친구를 유혹하는 입장이었고, 처음엔 임무를 받은대로 죽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음, 꽤 잘맞는 면이 있어서..그만두었죠..
 
벨 핀셔:앙숙이었는데 그만큼 친밀해질 정도였다면, 꽤 잘맞는 편이라기엔 부족한 감이 있네요. (입을 가린 채 푸훗 웃는다.)
 
발레리안:예...뭐.. 좀 복잡한.. 얘기라서.. 운명을 느꼈다고 표현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말을 돌린다.)
 
벨 핀셔:(가벼운 웃음을 띠고 보다가) 그런데 뱀파이어이고 헌터였다면 마지막도 예사롭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어쩌다가 그렇게 된... 어머나. 물어봐도 될까 몰라.
 
발레리안:...예상하셨겠지만...
제 동료들이 가만두지 않았죠. 제 친구를..
 
벨 핀셔:단순히 헌터라서요?
 
발레리안:네, 그들에게 뱀파이어는 여전히 원수니까요.
 
벨 핀셔:슬프네요, 딱히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더라도 존재만으로 그렇게 된다는 게...
그렇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죽음은... 막을 수 없는 일이었던 건가요?
 
발레리안:막을 수...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미간을 좁힌다.)
 
벨 핀셔:(갸웃) 어째서요? 발레리안의 말대로라면 당신의 친구는 일종의 사냥감이었던 거고,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은 사냥꾼이었던 거잖아요. 사냥꾼이 사냥감을 숨겨준다는 말은 어느 동화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는걸요.
 
발레리안:(굉장히 복잡한 표정이다.) 그래요, 분명 흔한 일은 아니지만..정이란게 무서워서. 저는 숨겨주고 싶었던것 같아요.
 
벨 핀셔:정, 인가요. ......그럼 지금도 당신은 그 사람을 숨겨서 살리려고 하고 있나요?
 
발레리안:...그가 받아들여준다면요.
억지로 하자니 마음이 자꾸 걸려요.
 
벨 핀셔:본인을 지키고 싶다고 하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제가 그 친구였다면, 저는 제 친구에게 무척이나 고맙다고 말했을 거예요. (후후 웃으면서 두 번째 종이를 들어올린다.) 그것도 이렇게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친구라면 말이죠.
 
두 번째 종이는 여러 번 접힌 자국이 있는 종이입니다.
 
'발레리안, 조금 전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성실히 기록하세요.’라고 쓰인 문구 밑으로, 당신이 이전 작성한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짧은 문장 끝에… 무언가 액체 방울이 두어 개 떨어진 건지, 동그랗게 묻어 젖은 자국이 있습니다.
 
투명한 액체가 아닌 초록색의 점도가 있는 액체입니다.
 
발레리안:....?
(액체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그렇게..말해줬으면 좋겠네요....같은 심정이었으면..
 
벨 핀셔:분명 그럴 거예요. (웃으면서 다시 한 번 건너다본다.) 와, 길게도 썼네요. 더 남았나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봐.
 
발레리안:그..이정도면 충분히 설명이 되었을 것 같네요. (짧게 헛기침한다.)
 
이번에도 당신은 그 종이가 시키는 대로 조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블레어와 함께 보낸 짧은 시간에 대해서, 당신이 알고 있는 그의 죽음에 대한 무언가를 섞어서.
 
기록을 마치고 펜을 놓으면, 종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접히듯 느릿하게 반을 가릅니다.
 
다시 반, 또 다시 반이 접힌 종이는 곧 책상 안으로 스며들어 사라집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종이가 어떻게 접히는지 예견까지 가능한 수준입니다.
 
종이가 사라진 곳을 보고 있으면, 뒤에 서 있던 그가 구두 굽 소리를 내며 다가와 느리게 속삭입니다.
 
벨 핀셔:그런데 말이에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단순히 예전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겪는 거라면 모를까, 왠지 완전히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루에 적어도 며칠, 아니면 몇 달을 반대로 가는 것만 같다고 할까...
하지만 당신은 여태 함께 있던 사람이 죽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으니,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는 편이 좋으려나요?
그야, 그가 죽는다는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간이 원래대로 흐르면 죽게 될 사람이니까요.
 
지능 판정
 
발레리안: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다 보니 이상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요? 뒤로 돌아가고 있다고?
 
이 사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그의 말에 대답하려 고개를 들면, 익숙하게 시야가 흐려집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 하얀 방의 끝에서 당신은…
 
익숙한 하루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 전, 당신이 알고 있듯이 주변은 당신이 상상하던 풍경이 아닙니다.
 
뒤바뀐 공간, 사라진 시간, 모든 것이 뒤집어진 현재 속에는 언제나와 같은 블레어가 서 있습니다.
 
짐작컨대, 시간은 협회로 들어가기 전
 
야경이 아름답던 지독한 그날 밤의 저녁
 
협회로 가기 전, 다리 위에서 바람을 맞고 있는 블레어의 모습이 보입니다.
 
블레어:정말 아름다워. 이런 곳에서라면 몇 년을 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걸.
 
발레리안:아름답고도... 치명적인 곳이지. (뒤에서 끌어안았다.)
 
블레어:(끌어안은 팔을 잡고는 난간 밖으로 몸을 좀 더 기울인다.) 그대가 이곳에 있어서 말이야?
 
발레리안:그래....내가 있어서. (내가 당신을 이 곳으로 데려와서.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블레어:(휙 끌려가 올려다본다.) ...그대, 기분이 좋지 않나?
 
발레리안:레레의 얼굴이 안보이니까. (장난스레 웃었다.)
 
블레어:(퉁명스레) 그 몇 초 안 보였다고 그렇게나 저기압일 일인가. (뒤 돌아서 양뺨을 잡아 끌어당긴다.) 어쩔 수 없군. 자, 실컷 보게.
 
발레리안:응, 엄청 그럴일이야. 이렇게나 예쁜걸 몇초나 못봤다니. (물끄러미 보다가 얼굴에 잔뜩 뽀뽀해버린다.)
 
블레어:(아하하 웃으며 시늉으로 민다.) 이러다 나 없이는 그대 숨이 멈춰버릴까 걱정이야. 다른 곳에서도 아무데서나 이랬다간 자네 평판이 바닥을 칠 텐데.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이) 내가 그대 발목을 잡는 건 아닌가 싶어.
 
발레리안:그럴지도 몰라. 레레 못보면.. 엄청 많이 힘들거야. ...그정도는 조절할 줄 아는걸. 걱정하지마. 그리고.. 레레가 내 삶의 활력소야.
발목이라니 당치도 않지.
 
블레어:... (기쁜 듯도, 안타까운 듯도 한 표정으로) 예전에는 마약이 아주 널리, 곳곳에서 쓰였지
옛날 사람들 중에서도 보수로 받는 약에 활력을 느끼고 매달리는 이들이 많았어. 난 가끔, 내가 그대에게 그런 약은 아닐까 생각해. 그런 약은 결국 주인의 몸을 망치기 마련이거든. (꼭 끌어안고 품에 얼굴 묻는다.)
하지만 그대가 행복하다면, 나는 또 별 수가 없지. 다만 내 역할을 다할 뿐이네.
 
발레리안:(머리와 목을 순차적으로 쓸어낸다.) 약과 독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도 하지. 하지만 중요한건.. 지금, 우리가 행복하단건..그게 아닐까. 비록 내 욕심일지라도.... 그러니 레레는 아무걱정 하지마..
 
블레어:그래, 나는 그대만 믿어. (믿을 곳이 너 말고 또 어디 있을까. 만족스럽게 안고 안겨 있다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떨어진다.) 슬슬 시간이지 않나? 더 있다간 그대의 일터를 보지도 못하고 닫혀버리게 되겠군.
 
발레리안:시간....그래. 이제와서 하자니 웃긴말이지만..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해. 내게 실망할까봐.
 
블레어:(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어째서?
 
발레리안:왜냐면.. 왜 이리 위험한 곳에 데려왔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몰라.
보여주고 싶었지만 동시에 엄청, 걱정도 되었거든.
(사실 이렇게 까지 심란하지 않았는데. 그걸 보고 나서 계속. 마음이 약해져.)
 
블레어:아, 그에 대해선 이미 생각을 끝냈네. (난 또 무슨 말이라고, 하며 실없이 웃는다.) 그대가 날 지켜주기도 할 거고, 몇 번이고 말했듯 나 역시 그렇게 약하지 않아.
(네 턱을 가볍게 붙잡곤 눈 휘며) 그리고 만일 무슨 일이 일어났듯 그건 그쪽의 문제이지, 내가 그대에게 실망할 일은 전혀 없지 않나. 실망을 한다면 그 대상은 다른 헌터들이겠지. 그 판단과 두려움이 실망스러울 거야. 하지만 그대에게 실망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 장담하곹 약속할 수 있다네. (턱을 끌어당겨 입술 위에 입 맞춘다.)
 
발레리안:(눈을 꿈뻑인다.) 하... 역시,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져. 이렇게나 멋진 존재인데. 멋대로 의심하고 미워하고... ..이대로 도망쳐버리고 싶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블레어:미워해? 그대 나를 미워했나? (삐진 양 입술을 툭 내민다.)
 
발레리안:내가 아니라, 그들이 말야.
나야 늘 레레를 좋아하지.
 
블레어:(바로 표정 풀린다.) 그렇군. 순간이지만 심장이 철렁했지 뭔가. 혹시라도, 하고 말이야. (다행이야, 하면서 옆에 서서 손등을 내민다.) 내 호기심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도망쳐도 좋아. 더 좋은 곳에서 살자 했던가?
정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인간이 아닌 들짐승을 잡아먹고. 매일 바다를 거닐면서. 그렇게 살 수 있겠지. (너의 초대였지만 나의 호기심이기도 한 것. 이 모든 일이 끝난 뒤라면 정말 아무 곳이든 좋을 터.)
 
발레리안:응, 아주아주 멀리. 협회가 신경쓰지 않는 곳에서 같이 살자. (손등에 입술을 누른다.) 당장 가버리고 싶네..
 
블레어:...빠르게 끝내고, 준비를 해보자. 어디로 갈 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 (한 손을 잡곤) 준비는, 그대의 집에서 하자. 밤을 새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블레어의 얼굴 위로 창백한 얼굴이 겹칩니다.
 
아무도 없는 장례식장.
 
당신과 다른 누군가들의 피에 절은 당신이 내려다보고 있는 관 안에 눈을 감은 그가 고이 잠들어 있습니다.
 
다시 어둠 속 전등의 빛이 비치면, 이번에도 당신이 알고 있는 어느 날의 일이 반복됩니다.
 
당신은 이 일의 전개부터 결말까지, 그 안에 스며들었던 감정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없던 기억이 하나 침범했지만요.
 
여전히,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블레어가 죽습니다.
 
그나저나,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의 장례식장은 어떻게 갔었죠?
 
당신은 다시금 떠올립니다.
 
블레어의 조촐한 장례식을, 찾아온 산새들을, 그의 영정사진을, 눈을 감고 있던 그의 시체를.
 
이건 단순히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나 예측, 촉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블레어의 죽음을 이미 경험했고, 이를 곱씹고 있던 게 분명합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블레어는 ‘이 이야기의 끝’이라는 순간이 오기 전에 이미 죽어버렸습니다
 
블레어:브이,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건가?
 
그 순간, 블레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죽어있지만, 멀쩡히 살아 당신의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한 사람.
 
그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 주제에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말을 하고, 기억하고 있는 행동을 이어갑니다.
 
무어라 생각을 이어가기 전, 블레어의 너머에 무언가가 떠오른 것이 보입니다.
 
언제나와 같은 하얀 문입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그 문.
 
발레리안:아........으응.. 듣고있어....
(마른 세수를 한다.)
 
블레어:많이 피곤해 보이는군. ...괜찮은가?
 
발레리안:...괜..찮아..응, 괜찮아야지...
 
블레어:(조용히 보고 있다가) 빠르게 둘러만 보고 돌아가지. 그도 힘들겠다면 그냥 돌아가는 편이 낫겠네.
 
발레리안:돌아가자...지금은, 쉬고싶어..
 
블레어:......그래. 숙소로 돌아가자.
 
어느 곳으로 향합니까?
 
발레리안:(숙소..가 어딜 뜻하는건지 생각해봅니다.)
 
숙소는 첫날 깨어났던 그곳이고, 문이 있는 쪽은 협회로 향하는 길입니다.
 
발레리안:(숙소로 돌아갑니다.)
 
숙소로 돌아갑니다.
 
온 길을 다시 걸어 맞은편에 구해둔 작은 아파트로 들어가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복도가 나타납니다.
 
복도 끝엔 두 사람만의 방이 있습니다.
 
아니, 있었어야 했다고 할까요?
 
평소의 문과는 다른, 익숙한 하얀색 문이 그곳에...
 
그러고 보니 블레어는 어디로 갔죠?
 
그의 부재를 인식하는 순간,
 
사방이 하얗게 무너져 내리고 그 공간엔 당신과 문만이 남습니다.
 
발레리안:.....또, 여기인가.
(천천히 주변을 살펴본다.)
 
오로지 하얀 공간.
 
문에는 익숙한 팻말이 붙어있습니다.
 
여전히 이름은 잘 보이지 않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당신의 이름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발레리안:....(종이를 찾아 둘러봅니다.)
하아...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언제나 그랬듯 문은 쉽게 열립니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깜빡인 사이, 다시 당신과 문, 그리고 하얀 공간만 주위에 남습니다.
 
가득 찬 하얀 공간 속, 당신이 눈을 뜨기 직전, 무언가가 들리고, 보였습니다.
 
무엇이었죠?
 
관찰 판정
 
발레리안: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방의 모서리에 머무르고 있던 금발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었습니다.
 
그나저나, 이전에 만났던 사람이 분명 금발이었던 거 같은데…
 
듣기 판정
 
발레리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와 동시에 뭉툭한 구두 굽 소리가 두어 번, 작게 울렸습니다.
 
마치 이 방에 누군가 있었다는 듯이.
 
환상 같았던 잔상에 주변을 둘러보면… 익숙하기 짝이 없던 그 공간이 달라져 있습니다.
 
하얀 벽, 하얀 천장, [하얀 책상]…
 
여러 가지가 똑같지만, 방 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종이]가 가득 늘어져 있습니다.
 
발레리안:....먼저 간건가.
(종이들을 훑어봅니다. )
 
그곳엔 무척이나 많은 종이들이 있습니다.
 
자료조사 또는 행운 판정
 
발레리안: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파칭)
 
...!
 
발레리안은 매의 눈으로 종이를 살피다가 한 장을 들어올립니다.
 
그것은 블레어의 이름이 쓰인 문서입니다.
 
작은 사진이 붙은 문서입니다.
 
‘피험자 프로필’이라고 맨 위에 적힌 것을 보니, 타인에 의해 작성된 프로필로 보입니다.
 
그의 이름, 나이, 직업, 과거의 행적…
 
당신이 아는 모든 그가 이 작은 종이 한 장에 담겨있습니다.
 
그와 당신의 이야기도 가득 적혀있습니다.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어떻게 지금의 관계를 쌓게 되었는지, 여태 겪은 커다란 사건들과 몇몇 작은 사건들도 보입니다.
 
천천히 그에 대해 읽어내리다 보면, 기다란 종이의 마지막을 맺은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발레리안:......응?
(마지막을 본다.)
 
「블레어, 20XX년 12월 25일, 적들의 기습으로 사망.」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다.
 
블레어는 이 이야기의 끝을 보기 전부터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당신은 그의 죽음을 함께 했고, 홀로 살아가기 전 무언가에 의해 과거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당신은 지금, 미래가 아닌 과거를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종이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발레리안:.....(보이는 종이들을 다 봅니다.)
 
그중 다른 종이는, 당신에 대한 문서입니다.
 
마찬가지로 작은 사진이 붙은 문서입니다.
 
‘피험자 프로필’이라고 맨 위에 적힌 것을 보니, 타인에 의해 작성된 프로필로 보입니다.
 
당신에 대한 정보와, 당신과 블레어의 이야기가 가득 적혀 있습니다.
 
천천히 당신에 대해 읽어내리다 보면, 종이의 끝부분에 쓰인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블레어의 사망과 관련한 반응 추가 관찰 필요. 블레어의 사망과 관련한 기억은 천천히 되돌려줄 것.」
 
그래요,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다.
 
발레리안:빌어먹을...........
이걸 다 보고 있는거냐고.
 
블레어는 진작에 죽어 있었고,
 
당신은 ‘연구’라는 것에 억지로 참여한 덕에 기억을 빼앗겼고, 기억해내지 못한 채로 긴 시간이 흘렀을 뿐입니다.
 
당신은 발치에 깔린 무수한 종이들도 바라봅니다.
 
당신이 그동안 작성했던 설문지의 복사본들이 무수히 쌓여 있습니다.
 
발레리안:하...하하....
(종이를 내던지며 화를 낸다.)
왜 이딴짓을 하는건데?
(와중에 더 참고될게 있는지 뒤적인다.)
 
바닥의 종이들은 전부 그런 것들 뿐인 것 같습니다.
 
책상이라면,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발레리안:.......(책상을 봅니다.)
 
책상 위에는 ‘연구 개요’라고 쓰인 종이가 정갈히 놓여있고, 그 뒤로는 익숙한 문장이 쓰인 종이가 있습니다.
 
발레리안:(개요를 읽습니다..)
 
‘인간이 기억을 가진 채로 과거로 돌아온다면, 그의 행동은 변화하는가?’
 
‘우리는 연구를 마친 여러 시대에서 무작위로 인간을 선정해 이들을 모든 것이 거꾸로 흐르는 ‘뒤집힌 세계’ 속의 과거로 돌려보내고, 때에 따라 적절히 빼앗은 기억을 되돌려주기로 했다.’
 
‘피험자 중 한 명이 사망했다. 그와 함께였던 사람의 추가 관찰이 요구된다.’
 
‘죽은 인간의 기억을 빼앗거나 주입하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연구가 무사히 종료되면… …’
 
‘연구에 참여해준 보상으로, 그들이 원하는 시간 선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발레리안:......
이딴걸 보상이라고.........
(종이를 던지고 고개를 푹 숙인다.)
 
그 뒤에는 익숙한 종이 한 장이 놓여있습니다.
 
발레리안:(느낀걸 적으라고 하는 그거?)
 
그렇습니다.
 
'발레리안, 조금 전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성실히 기록하세요.’
 
문장을 읽어내리면, 하얀 펜이 당신을 향해 굴러옵니다.
 
발레리안:(성실히...
(솔직하게 분노에 남긴 이야기를 쓴다.)
 
당신은 ...익숙하게 그 종이가 시키는 대로 조금 전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합니다.
 
당신이 느낀 그의 죽음과 이 상황에 대한 분노를 담아서.
 
기록을 마치고 펜을 놓으면, 종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접히듯 느릿하게 반을 가릅니다.
 
다시 반, 또다시 반이 접힌 종이는 곧 책상 안으로 스며들어 사라집니다.
 
곧이어 책상 위로 글자가 떠오릅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 방의 끝에서 당신은 늘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블레어가 보일 것입니다.
 
그가 있을 다른 세계가, 또 다른 과거가….
 
......
 
익숙한 하루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일 필요조차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언젠가의 당신이 겪었던 기억 속의 공간입니다.
 
이 날은 언제였을까요.
 
아, 당신이 그와 처음으로 마음이 통했음을 확인한 날.
 
그리고 처음으로 블레어의 집에서 함께 몇날 며칠 밤을 지새웠던 어느 날입니다.
 
이번에도 블레어는 당신의 앞에 서 있습니다.
 
흐트러진 모습, 잠옷만을 입은 채로.
 
블레어:일어났군. 잠자리는 평안했나?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블레어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입니다.
 
발레리안:응.....(꼬옥 끌어안았다.)
 
블레어:하루 새에 완전한 어리광쟁이가 다 되었네? (이런 점도 귀엽다면 귀엽지만 말이야. 말을 흘리면서 뒷목을 쓰다듬는다.)
 
발레리안:레레가 좋아서..(목을 고롱거린다. 노근한 표정이다.)
 
블레어:레레?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래, 그런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었지.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하지 않단 말이야. (엉덩이를 토닥이며 어린애라도 달래듯 하면서)
일어났으면 샤워부터 하지. 어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 아닌가. 식사는 그 동안 마련하겠네. 인간 손님은 처음이라 입맛에 맞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레리안:나만 부를 수 있는 이름이란거..좋잖아. (옅게 미소지으며 그릉댄다.) 으음.. 레레가 준다면 뭐든 맛있을걸. 기다리고 있을게.
(화장실로 간다.)
 
블레어:(언제부터 저렇게 완전히 고양이가 되었더라. 무언가 몇 단계는 건너뛴 듯한 감각에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제 뭐 어떤가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씻으러 가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주방으로 가 수백 년 만에 사본 식재료들을 들고 서툰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발레리안:(욕실에서 뽀득뽀득 씻고나온다.)
(주방쪽으로 걸어간다.)
 
블레어:(발견하고는 가볍에 웃어주며 접시를 내려놓는다. 뭐... 그럴듯하게 보이긴 하는 음식이 차려져 있다.)
아직 준비하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너무 빠른 게 아닌가. 그래도 이 정도면 배는 곯지 않을 테니 먼저 자리에 앉아 먹고 있어
 
발레리안:벌써 뭐가 많은걸. (자리에 착석해서 얌전히 기다린다.)
 
블레어:요즘 인간들이 좋아한다는 음식들을 참고했지. 특별한 날에는 굽거나 익힌 고기, 호박, 호밀빵에 치즈, 와인 등을 먹는다더군. (예전엔 뭘 먹었더라. 잠깐 침묵했다가) 샐러드는 좋아하나?
 
발레리안:샐러드도 좋아해. 재료는 신선하기만 하면 뭐든 상관없고.
(빵을 들어 맛을 본다.)
 
블레어:다행이야. 그게 가장 준비하기 편했거든. (물에 담가뒀던 것을 꺼내 접시에 옮겨담고 토핑해 내려놓는다. 빵은.. 아마 밋밋한 맛일 것이다.)
 
발레리안:(밋밋하지만 먹을만하네. 토핑된 것을 다시 맛보고 있다.)
 
블레어:(자연스러운 달콤함이 도는 걸 보아 정말 신선한 식재료인 것 같다.)
(지켜보다 그 앞에 의자를 빼어 앉는다.) 괜찮나?
 
발레리안:맛있어!
신선하고..(오물오물...) 마음에 들어.
 
블레어:(그 말을 듣고는 얼굴이 활짝 핀다.) 많이 먹어. 전부 그대를 위한 것들이야.
 
발레리안:이따가, 레레도 잔뜩 먹게 해줄게.
(옴뇸...)
 
블레어:(눈이 반달처럼 휜다.) ...기대하고 있어.
 
식사를 하면서 기뻐하는 듯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째서인지 집중이 순식간에 깨집니다.
 
어디선가, 멀리서 들리는 소리처럼 쿵,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발레리안:.....
(레레의 손을 잡았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형형색색을 품고 있던 거실이 무너져 하얗게 변합니다.
 
블레어:...?
 
그와 동시에 쿵, 하고 당신이 서 있던 바닥의 색이 녹아 사라집니다.
 
그 옆에도, 그 위에도, 순식간에 색을 잃은 공간 속,
 
당신에게는 익숙한 하얀 공간 속에 이곳이 익숙지 않을 블레어와 함께 서 있게 됩니다.
 
블레어:...이건 도대체...
 
가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던 사이,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블레어가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던 사이,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림자로 비치던 사람이 곧 모습을 드러내고, 얼굴을 확인하면…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방에서 만났던 사람, 당신과 블레어에게 관심을 가졌던 사람. 흐르는 시간에 관해 이야기했던 사람.
 
발레리안:.......
 
그는 웃으며 당신의 앞에 서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갑니다.
 
발레리안:당신은.
 
벨 핀셔:고마워요, 발레리안. 최고의 특이 케이스였던 당신이 이 연구, 아니, 우리의 시나리오 끝까지 와주다니.
연구를 마쳤으니, 이제 이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의 기억을 지우고 현실로 돌려보내줄 생각이에요.
그런데... 억지로 협조하게 한 거니, 보상이 필요하겠죠?
우리는 시간을 여행할 수 있어요. 당신도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만,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으로든 갈 수 있죠.
그래서 당신을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과거의 특정 순간에 심어둘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시간을 살아가게도 해줄 수 있어요.
 
벨 핀셔:블레어가 죽어버린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가 미래를 홀로 살아가기를 원하나요? 아니면 그가 죽기 전의 과거를 영원히 맴돌다 태초의 형태로 돌아가기를 바라나요?
 
발레리안:태초의 형태..란건 뭔가요.
 
벨 핀셔:말 그대로, 처음의 순간이죠. 시작점에서 시작해서, 끝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건 다시 되돌아가 시작될 거예요.
만일 당신이 과거에 남는다면 블레어는 이곳에 허물로라도 남아 있겠지만, 당신이 미래를 선택한다면 이 허물마저도 사라지겠죠. 그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였을지, 이것에 대한 대답을 듣는 게 마지막 질문이에요.
발레리안,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대신, 원하는 것에 대해 성실히 말씀하세요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끝에 도달하기도 전, 블레어는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마련했다는 연구, 이 ‘시나리오’의 끝에서 블레어는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블레어와 이 시나리오의 엔딩을 결정합니다.
 
그렇기에.
 
블레어:저 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발레리안, 그대와 아는 자인가?
 
발레리안:응..
전에 만난적 있는 사람이야.
내게 레레를 구할 방법을..주는 존재고.
저는 레레와 평생 살고 싶어요.
 
블레어:그래, 이제 앞으로는 평생을 살겠지. 그렇게 될... ... (머리를 짚는다.) 도대체가 허물이란 건... 내가 어떻게 죽는단 말이야?
 
벨 핀셔:그것이 당신의 대답인가요?
 
발레리안:..그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돌아오지 않을거니까.
그런세상은
(벨을 보며 끄덕였다.)
 
블레어:무슨...
 
벨 핀셔:영원히 반복되더라도 함께 한다는 게 당신의 대답이라면.
 
발레리안:...응.
레레는 아무것도 걱정하지마.
 
벨 핀셔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의 확답과 함께, 모든 것이 하얗게 무너집니다.
 
당신이 서 있는 그 공간조차.
 
그리고 눈을 깜빡이면.
 
익숙한 하루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입니다.
 
미래에 죽게 될, 그러나 당신의 선택에 의해 죽지 않을 블레어는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
 
되돌아가는 영원 속에서요.
 
당신이 직접 선택한 엔딩, 이 시나리오의 끝에서,
 
블레어는 죽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새로운 시작에서, 당신은 그와 함께 살아갑니다.
 
영원히요.
 
End1. -999
 
KPC, 탐사자 생환
 

탐사자, 꿈속에서 뒤집힌 세계에서의 일을 가끔 기억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