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가문 사람들과 그의 저택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은 전부 한 달 전의 '그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연은수의 저택에 큰 화재가 났던 일 말입니다.
다행히도 불이 크게 번지기 전 내린 폭우로 인해 화재는 진화됐지만,
그로 인해 감춰지지 못한 끔찍한 살해현장은 지금까지도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불에 타지 못한 시신들은 급소를 베이거나 찔려 죽어있었고,
그 어디에서도 연은수의 시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죠.
그렇게 연은수가 모습을 감춘 지 한 달째.
그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낙인찍혔습니다.
살아는 있는 건지, 정말 그 끔찍한 일을 벌인 게 맞는지.
묻고 싶어도 당사자가 증발해버렸으니 그럴 수 없었죠.
오늘도 그 끔찍했던 사건에 대해 멋대로 추측해 떠들어대는 기사들만 실린 신문을 보고 있자면 이젠 정말 지겨울 수준입니다.
그칠 줄 모르고 벌써 며칠째 창밖을 두드려대는 저 빗소리처럼요.
늦은 장마가 시작할 모양이라던가요.
한기가 서린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기 위해 몸을 일으키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어서 찰박찰박.
물을 머금은 발걸음 소리.
그리고 당신을 부르는...
연은수:....도와줘요. 로이드.
살인자의 목소리가.
눈앞에 서 있는 것은 틀림없이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
연은수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 그가 걷는 걸음마다 만들어진 물길이 카펫을 적시고 있습니다.
그가 다시 한번 입을 엽니다.
연은수:부탁이에요. 로이드, 형의 도움이 필요해요.
로이드:".....은수..?"
놀라 들고 있는 컵을 떨어뜨린다.
심리학 판정
로이드: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그는 아주 간절해 보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관찰력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그는 조금 지쳐 보입니다.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문 밖에서부터 이어져 그의 발 아래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로이드:"...너, 그간 어디.. 아니, 어떻게 들어온.."
놀란 마음에 어버버 거린다.
연은수:...다른 사람들 모르게 들어왔어요.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걸 몰라요. 형 말고는.
로이드:아무도 모른다는 말에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살인자와 단 둘이 방에 있다. 여기서 네가 내게 어떤 해를 끼친다고 해도.. 그런 생각이 먼저 들어 잠시 침묵했다.
연은수:... (눈치) 아무 짓도 안 해요. 소문, 그거 나 아니에요.
로이드:"....그럼 누군데, 요?"
연은수:(고개를 젓는다.) 모르겠어요. 그날... 난 저택에 있지 않았어요. 일 때문에 로베르 백작을 만나고, 돌아갔더니, 집은 불타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백작한테 증언해달라고 부탁하러 다시 가봤지만, 백작은 이미 의문사한 뒤였어요. 정말이에요.
로이드:흔들리는 동공으로 네 눈을 빤히 본다.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진실을 말하는 걸까?
심리학 판정
로이드: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공부 좀 할 걸)
글쎄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가 간절하다는 것만은 알겠습니다.
로이드:"... 그럼 한 달간 어디 있었던 거예요? 백작을 만날 때 함께 있던 시종은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아직 의심을 채 지우진 못했지만 아주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연은수:..백작과의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혼자 다녀왔어요. 시종 같은 건, 들었겠지만 모두 사라졌어요.
이제 내 편이 없어요. 형 말고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어요. 마지막까지 숨어서 버텨봤지만, 난 도움이 필요해요. (바로 본다.) 도와줘요. 도와줄 거죠?
로이드:아직 의심이 지워진 건 아니었다. 사실 하나도 지워지지 않았어! 그런데 또 간절한 눈빛을 보자면 거짓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살인자가 아니란 증거도 없는 너를...
"...내가 뭘 도와줘야 하나요? 그것부터 말해봐요."
연은수:(도와준다는 걸까. 화하게 웃음을 지었다가 금방 사그라든다.) 날 숨겨줘요. 이 저택의 사용인이 되면 당분간은 안전할 거예요. 내 누명이 벗겨지고, 진범이 잡힐 때까지만이면 돼요.
로이드:화한 웃음을 보자니 또 짠하다. 하지만 그 사건을 생각하면 긴장이 앞섰다. 내 집의 사용인으로.. 그 참변이 그레이 가에 일어나는 건 아닐까?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네가 누명을 벗지 못한다면 살인자를 숨겨준 셈이 되는 건데..
"진범은 어떻게 잡으려고요. 모두가 당신을, 그러니까.. 솔직히 나까지 포함해서.. 다들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짐작 가는 용의자는 있나요?"
연은수:(또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어떻게든. 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내가 잠깐 동안 숨어 있을 곳만 마련해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로이드: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섣불리 결정해도 되는 건가. 생각이 복잡하다. 리스크가 너무 큰데... 너와 바닥을 번갈아 보았다. 너한테 가진 감정이란 비루먹은 질투심과 지금 머금고 있는 두려움 말고 있던가.. 나도 모르게 제자리를 서성이며 손톱을 물어 뜯었다.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연은수:네.
로이드:"내 사용인 하나를 늘 붙여둘 거예요. 말했다시피, 난 여전히 당신을 의심하니까. 그리고.. 당신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조사의 진척을 매일 나한테 따로 보고해요. 거짓말 하는 것 같으면 당장 신고할 겁니다."
연은수:(고개를 기울인다.) 그렇게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조금 뜸 들였다가) 나를 전속 사용인으로 써요. 그럼 해결될 텐데요.
로이드:"... 전속 사용인으로요..? 데리고 다니라고요?"
너, 너너.. 내가 의심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건가. 겁나서 어떻게 데리고 다니란 거야..? 나도 모르게 두 눈에 의심이 어렸다.
연은수:(뚱해진다.) ...나도 별로 원하는 바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것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겠어요? ..형은 알잖아요.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럼 안될 거 없잖아요. ......막말로,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돈을 받고서라도 절대 하지 않았을 제안이라고요. 하지만 형 입장에선, (쳐다본다.) ..솔직히 재밌지 않아요? 나라면 되게 재밌을 것 같은데. 내 발 아래에 형이 들어오면.
로이드:"아니..."
쏟아지는 말에 어버버 하다가 마지막 문장에 인상을 찌푸렸다.
"마지막 말은 매우 불쾌하지만.."
로이드: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 한숨과 함께 마른 세수를 했다. 그래, 일단.. 단 둘이 있는데 날 아직 죽이지 않았으니까. 어떤 꿍꿍이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좋아요. 당분간 머물러요, 내 전속 시종으로. 하지만.. 나도 최소한의 방어로 늘 단도 들고 다닐 거니까. 허튼 짓 말아요. 알겠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에 그는 진심으로 안도하는 얼굴이 됩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지만, 정말로 쫓아내기에도 뭐하고...
그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이 경찰에 넘긴다면, 그는 분명 사형을 면치 못하겠죠.
게다가 그 자신의 말대로, 그를 당신 자신의 발 아래에 두고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은수:(고개를 크게 끄덕, 하고는 입을 열었다가 말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로이드:"...뭡니까. 할 말 있으면 해요. 감추는 거 있으면 불안하니까."
얼른 캐치하고 추궁하듯이 물었다.
연은수:(손가락을 배배 꼬며 시선을 피한다.) 그, 까딱하다가는 또 다른 사용인들이 눈치를 채고 고발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형이 제대로 못하면...
로이드:뭔데, 무슨 제스쳐지..? 손가락까지 배배 꼬는 것을 보았다가 네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니까, 제대로 하란 건가요?"
나 벌써 지적 받은 건가..?
연은수:(입을 닫고 있다가 미미하게 끄덕인다.) 혹시 모르니까요. (슬쩍 쳐다보더니 한숨 푹. 그리고 제 두 손을 꽉 맞잡는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는 불편해하지 말고 진짜 사용인처럼 대해달라고요. (내가 살다살다 이런 소리를 다 해보고. 딱 그런 표정이다.)
로이드:나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였다. 웃음이 나올 뻔 했어서. 살다살다 너한테 이런 소리를 다 들어본다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하고, 그러다가도 학살자라 생각하니 현실로 돌아오기도 하고.
"흠, 알았어요. 그런 건 음.. 걱정 말아요. 호칭은 뭐라고 하죠? 은수라고 부를 순 없는데."
연은수:호칭은 상관없어요.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로이드:"가명으로 불러야할 것 같은데.. 수라고 부를게요, 그냥. 다른 좋은 게 있다면 말해도 되고."
연은수:수. 알겠어요. (끄덕인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흠뻑 젖은 은수의 모습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창백한 피부와 파랗게 질린 입술은 둘째치고 온 바닥을 물웅덩이로 만들고 있으니...
씻고 마른 옷을 입히는 게 좋겠죠.
당신은 욕실이 딸린 당신의 방을 떠올립니다.
다른 사용인들의 눈을 피하려면 그곳이 제격일 거예요.
로이드:"일단.. 몰골을 어떻게 해야겠네요. 누가봐도 수상하니까. 오늘은 일단 내 욕실을 써요. 옷은 가져다줄테니."
연은수:....고마워요. (하고는 딱 한 발짝 더 안으로 들어와 네 걸음을 기다린다.)
로이드:당연한 네 움직임에 잠깐 움찔하긴 했지만 돌아서 내 방으로 안내했다. 앞장 선 사이에도 뒤에 선 네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신경쇠약에라도 걸리는 건 아니겠지.
잔뜩 젖은 은수를 방으로 데려갑니다.
욕실에 물을 받아두자 욕실이 금방 따끈하게 달아오릅니다.
연은수:(김이 나는 욕실을 밖에서 쳐다보다가 주춤 뒷걸음질을 친다.)
로이드:"? 뭐해요? 안 들어오고."
그런 너를 의아하게 본다.
연은수:아니, 욕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욕실을 한번, 그래도 안 들어가긴 좀 뭐한 듯 너를 한번 보고는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들어가는 속도가 여간 느린 게 아니다.)
그가 마지못해 욕실로 들어간 뒤, 문이 굳게 닫힙니다.
로이드:"말 얼버무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요."
욕조를 향해 구부렸던 허리를 세우며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 욕실이 뭐 어때서. 평하는 건가..
연은수: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오지나 마세요
로이드:"... 내가 왜 들어가겠어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하고는 옷이나 내놓으라고 말한다. 저걸 어디다 숨겨두지..
연은수:(한참 안에서 뽀시락대더니 손만 내밀어 옷을 건넨다.)
로이드:옷을 받고는 물을 대충 쭉 잤다. 잠시 그 옷을 들고 돌아다니며 숨길 곳을 찾다가 일단 오늘은 침대 밑 깊숙하게 넣어두었다. 아, 그 전에 그 옷으로 바닥에 네가 흘려둔 물도 닦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목욕을 끝냈는지 욕실 문 가까이에 서 있던 은수가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로이드:"아, 옷 말이죠?"
내 옷 중에 대충 사이즈가 맞을 만한 것을 노크와 함께 손만 넣어 건냈다.
연은수:(옷을 받으면서) 그리고, 손수건도 하나만요.
로이드:"? 손수건은 왜요?"
연은수:그냥, 비를 맞았더니 목이 좀 아픈 것 같아서요. 보온용으로. 없어요?
로이드:다시 옷장으로 가 손수건을 찾아 돌아왔다.
"여기 있어요."
연은수:(역시 손 하나만 내밀어 손수건을 받더니 다시 문을 닫는다.)
로이드:...생각해보니 나와서 목에 둘러도 되는 거 아닌가. 의문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립니다.
그는 말했던 대로 목에 손수건을 감은 채 당신이 준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운물로 몸을 데운 게 맞는 걸까요.
어쩐지 방금 욕실에서 나온 사람의 몸에서 열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욕실도 이상합니다.
다시 문이 닫히기 전, 욕실에 가득했던 수증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어요.
로이드:"... 찬물로 했어요?"
연은수:옷이 좀 불편하네요.
(옷을 이리저리 만지다가) 음. 미지근한 물로요.
로이드:"방금은 비를 맞아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했으면서 왜 따뜻한 물로 하지 않고요?"
옷이 이상한가 싶어 옷무새를 만지는 너를 물끄러미 보았다.
연은수:감기는 아니에요. 혹시 몰라서 한 거고. (손수건을 만진다.) 그리고 갑자기 온도가 변하면 감기에 더 잘 걸려요.
(대답하며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허락도 없이 침대에 풀썩 드러눕는다.)
그것보다 나 어디서 자요? 아직 다른 방 내줄 수도 없을 텐데.
로이드:이미 침대에 드러누워 있고선.. 뻔뻔한 모습에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방은...
"어쩔 수 없으니 오늘은 일단 내 방에서 자고.. 아침에 사용인이 오기 전에 일어나서 숨어 있어요. 내일 새로 들여왔다고 모두에게 소개하고 방을 줄테니까."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연은수:(히죽 웃으며 돌아누워 엎드린다.) 침대에서 자는 건 오랜만이에요, 정말로.
로이드:좋댄다 싶으면서도, 한 달이나 떠돌아 다녔으니 싶어 내심 혀를 찼다.
"내일 꼭 제시간에 일어나서 숨어요. 늦잠 자지 말고."
차마 바닥에서 잘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네 옆에 누웠다.
연은수:걱정 말아요. (간단히 대답하곤 옆자리에 누웠다. 말은 그렇게 해도 빌려 자는 것이 조금은 미안했는지, 그 넓은 침대의 끄트머리에 떨어지지만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잘 자요. 작게 속삭이곤 저쪽으로 등을 돌려 눕는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빗소리는 그칠 줄을 모르고,
어쩐지 옆으로 돌아누운 은수의 등이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그렇게 밤이 깊습니다.
......
......
깊은 새벽.
귓가로 먹먹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야를 가리는 어두운 그림자에 눈을 몇 번 깜빡입니다.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표정을 한 은수의 음영 진 얼굴.
가위에 눌린 것처럼 꼼짝할 수 없이 한참 동안 그 시린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면,
이내 작고 빠른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8/29/11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58/29/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은수:형 숨소리가 거슬려서 잘 수가 없잖아요. 목이 마른데... 짜증나. 시끄러워.
두서없는 말들을 반복하는 은수의 목소리입니다.
마치 주문처럼 같은 말들을 반복하는 그의 목소리와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이 어찌나 소름이 돋던지.
앨런 카터:실은 사용인이 죽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건 핑계였습니다. 그레이 씨께서도 제가 왜 찾아온 지 아실 것 같으니... 연은수 씨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틀 전, 이 주변에서 연은수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저택 주변의 골목에서 한참이나 이 저택을 바라보고 있다가 날이 저물자 이곳으로 향했다더군요.
이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실 텐데요.
로이드:올 것이 생각보다도 일찍 왔구나 싶지만, 침착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는 바가 없군요. 그런 이야기를 왜 저택을 관리하는 사용인들이 아닌 내게 묻는지 모르겠네요. 이곳에 누가 드나드는지 관리자들이 더 잘 알텐데."
"무엇보다 연은수? 그는 한 달 전 사라져 죽은 것 아니었습니까?"
앨런 카터:(곧은 눈길로 당신의 안색을 살피다가도 활짝 웃는다.) 아하하, 아무래도 이 근방의 주인이시니 아시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지요. 소문에 대해 모르신다, 이거시죠. 이거 아깝군요. 드디어 꼬리를 잡았나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게, 한 달 전에 사라졌어도 시신을 발견한 건 아니라서요. 사건이 사건이다 보니 저희 쪽에서도 진중하게 수사중이라서요.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럼, 이런 질문은 어떻습니까?
죽은 사용인은 확실히 사고로 죽은 게 맞습니까? 아까 들어오면서 계단을 확인했지만, 그곳에서 구른다고 사람이 죽을 정도는 아니던데요. 기껏해야 골절이 좀 될까...
로이드:"이해합니다. 추궁을 하는 듯한 투는 당황스러웠지만요."
그의 말을 우아하게 받으면서도 무례하였다고 돌려 꼬집었다. 사용인에 대한 것은.. 확실히 나도 의심하고 있던 것이라.. 손잡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점은 다들 의아하게 생각합니다만 달리 목격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그 방면에 뛰어난 사람이 아쉽게도 내 사람 중엔 없어서요. 누군가와 같이 있었단 이야기도 없으니 사고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앨런 카터:추궁하듯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라곤 원체 이런 일이라. 너른 아량으로 그냥 직업병이겠거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눈을 휜다. 모아 쥔 주먹을 검지로 슬슬 문지르다가) 그랬군요. 목격자도 없고. 이거야말로 의문사인데...
말꼬리를 길게 늘이던 형사가 당신을 쳐다봅니다.
당신의 진의를 알아보려는 눈빛임이 분명합니다.
로이드: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눈을 마주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형사님께서 힘써주셔야겠군요. 지금 그레이 가가 연은수의 타깃을 됐을지도 모른다는 말 아니십니까?"
"나는 내 저택에 변고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주변 경계를 강화해 주시면 좋겠네요."
앨런 카터:물론 경계는 항시 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구석구석 숨어있는 하나까지 모두 조사하고 알아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말인데...
형사가 부드럽게 미소를 짓습니다.
앨런 카터:사용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어제 새로운 사용인이 왔다던데. 그 사용인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나 예방과 정보조사 차원에서입니다.
...곤란합니다.
여기에서 은수를 넘겨버린다면, 당신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숨겨준 죄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우선 그를 숨기는 게 좋겠죠.
형사를 얌전히 만들 방법은 여럿이 있을 겁니다.
로이드:"음? 그이를 만나야할 이유가 정확히 뭔가요? 그이는 내 친척이라 신변이 정확한 이인데?"
앨런 카터:멀리서 오신 분이라길래 그쪽 지역에선 뭐 들은 게 없으신가 해서 말이지요. 그냥 가벼운 탐문입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구요.
딱 한 번만 만나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저희가 이렇게 구르는 거 하루이틀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하하.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요.
로이드:"연은수가 이 지역에서 목격된 것이 얼마전 밤인데 타지역 사람의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 납득되질 않는군요."
앨런 카터:저야말로 그저 진술 하나 더 확보하려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막으려 드시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짐작 가시는 바가 있으신 건...
로이드:"앨런 카터 경. 앞서 경의 무례에 대해 내 불편한 심기를 경고하였을 텐데."
"경이야말로 나를 의심할만한 근거를 정확히 이야기해야 할 거야."
"귀족가의 자제가 그 친척에게 몸을 의탁하는 것이 뜻하는 바를 모르나?"
"그레이 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은 건 아니겠지."
당신의 말에도 눈길을 거두지 않고 마주하던 형사는,
곧 다시 유한 모습으로 돌아와 옆에 내려두었던 모자를 집어 씁니다.
앨런 카터:어이쿠. 그럴 리가요. 저야 시키는 대로 조사를 해야 하니 좀 강하게 말씀드려보았을 뿐입니다. 사건 조사와 진술 얻기가 좀 힘들어야 말이죠.
그는 드디어 은수의 행방을 묻는 것을 포기한 듯 보입니다.
그는 그리고 잠시 말이없다가
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당신에게로 내밀어 옵니다,
로이드:"...이게 뭔가."
구겨진 눅눅한 종이에 그려져 있는 것은 자두를 닮은 형태의 열매입니다.
푸른 물감으로 칠해져있는 것이 꼭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모양새군요.
카터 형사는 말없이 그것을 내밀고 당신의 반응을 살피더니 이내 종이를 돌려받으려는 듯 손을 내밀어 옵니다.
앨런 카터:표정을 보아하니 이것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은 없는 것 같군요.
로이드:"...끝까지 나를 시험하는군. 설명하게, 무엇인지."
앨런 카터:(웃으며 종이를 다시 받아 품에 넣는다.) 지겨우시겠지만, 연은수에 대해 이야기 드릴 것이 있으니, 내일 오후 2시까지 서로 와서 절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수사중인 내용이라 이곳에서 발설할 수는 없고...
연 가의 참극을 이곳에서 되풀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꼭 와주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절대 그 누구에게도 저를 만난다는 것을 발설하지 마십시오. 그 누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눌러 말하는 힘이 실린 목소리를 끝으로 카터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서 짧은 목례 후, 응접실의 입구로 향합니다.
닫히는 문과 멀어지는 발소리.
아, 문득 자신은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 말하던 은수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이어서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제 계단 아래에 쓰러져있던 처참한 시신.
은수 옷깃의 작지만 선명했던 붉은 자국.
미친 사람처럼 목을 쥐어뜯던 은수의 손.
그리고 올곧은 눈으로 제게 말하던 형사의 얼굴.
당신이 이 저택에 숨겨준 것은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쓴 사람이 맞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로이드:두통....
내가 이놈을 만나고 나서 뭐하나 되는 일이 없어..
연은수:손님이 다녀간 모양이에요. 형사라는 것 같던데.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얼마나 생각에 깊이 잠겨있었으면 사람이 다가오는 인기척마저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요.
로이드:"으악!"
때림
고개를 돌리면 조금 굳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은수가 서 있습니다.
연은수:아야. (맞은 곳을 문지르며 찡그린다.)
로이드:은수라는 걸 확인하고 나니 별로 미안하지 않다.
진이 빠진 얼굴로 이마를 문지른다.
"...명이 줄어든 것 같아."
연은수:왜요. 뭐라는데요.
...나에 대해 물어요?
로이드:"그게 아니면 뭐에 대해 물었겠어요.. 그보다, 아니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주변에 목격 당한 후에 오면 어떡해..!"
연은수:..목격자가 있을 줄은 몰랐죠. 나도 사람이라니까요.
로이드:"이런 식으로 증명하지 마요."
연은수:(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잔뜩 억울한 표정.)
로이드:억울한 표정을 무시.
"그래서, 누명 풀기 진척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죠? 형사한테도 거짓말 했으니 이제 정말 빼도박도 못하게 됐는데."
연은수:...음. 아직 눈에 띄는 건 없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진짜 일 년을 붙어있진 않을 테니까요.
로이드:"내 목도 일 년까지 안 붙어 있을 것 같아서 그렇죠. 그 현장에서 뭔가 발견한 건 없었나요?"
연은수:(말해놓고 작게 웃는다. 완전히 같은 배를 탔다는 것에 오히려 안심한 것일까.)
로이드:빼박 같은 배인 걸 인정해서 한 대 더 친다.
연은수:한 번씩 다 불에 타서요. 남아 있는 건 다 시체.. 아야
로이드:"그 이상한 목걸이. 그건 어떻게 생겼었어요?"
(To GM):0 (성공 1, 실패 0)
연은수:
(To GM)rolling 1d5
(
1
)
=
1
연은수:그러니까... (생각하는 건지 허공을 보다가) 은색에, 작은 보석들이 달려 있었고... 장식으로 얇은...........
그런데...
은수가 이상합니다.
분명 바로 직전까지 당신을 바라보며 응시하던 눈은 초점이 흐려져 허공을 응시하고,
이어지던 말들 또한 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로이드:또...?
재빨리 마실 것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마치 실에 묶인 인형극의 마리오네트처럼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뒤를 돈 은수는 당신을 내버려두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로이드:"어디 가요!"
벌떡 일어나 쫓아간다.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불러도 들려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의 걸음을 따라 걸으면 도착한 곳은 주방.
그는 망설임 없이 고기를 저장해둔 곳으로 향하더니 곧 바닥으로 주저앉습니다.
질겅. 질겅.
꿀꺽.
무언가를 씹어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몇 분이나 그러고 있었을까요.
문득 움직임을 멈춘 은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응시합니다.
온통 붉게 물든 입가와, 잇새에는 날고기를 문 얼굴로...
연은수:
(To GM)rolling 1d3
(
3
)
=
3
로이드:헛숨을 들이키고 주춤주춤 물러나 재빨리 주방을 나간다.
문을 닫는다.
주방을 나서기 전 본 그의 모습은...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것과, 자신의 입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례로 확인하곤 그것들을 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로이드:또 모든 문을 열어뒀나.. 이런 부지런한 또라이 같으니..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고 집사장에겐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말한 후 서로 향한다.
당신은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은수를 두고 저택을 나섭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은 채, 온 도시를 적시며 쏟아지고 있습니다.
며칠째 폭우가 내린 탓에 날 또한 부쩍 추워졌군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에 코트 깃을 여미고 우산 아래로 겨우 몸을 숨긴 채 서로 들어섭니다.
앨런 카터:아, 그레이 씨!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로이드:카터 쪽으로 간다.
당신을 반갑게 맞이한 카터 형사는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김이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가져와 당신 앞으로 내밉니다.
그는 테이블 위로 엉망으로 늘어져있던 서류더미들을 한 쪽으로 밀어 놓더니 자리가 난 테이블 위로 흑백 사진 몇 장을 늘어놓습니다.
사진엔 하나같이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들이 담겨있습니다.
목과 가슴 등 급소를 공격당해 사망한듯한 시신의 사진.
그 옆엔 불이라도 난 것인지 온통 재가 돼버린 새카만 땅.
로이드:따뜻한 차가 반가워 홀짝이다가 사진을 보고 입맛이 떨어져 내려둔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자두를 닮은 열매들이 맺혀있는 잎이 없는 밝은 색의 나무줄기.
나무의 줄기에는 마치 절규하는 듯한 사람의 얼굴을 닮은 형상.
그리고...
죄수복을 입은 남자의 어깨 위로 아까 본 나무줄기와 흡사한 것이 돋아나있고, 그 끝엔 열매가 맺혀있는 모습.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로이드:"...뭐죠, 이게..?"
앨런 카터:첫 번째 사진은 연 저택에서 사망한 시신들의 사진입니다. 신문에 난 것과 같이 온통 급소를 공격당했죠.
(두 번째 사진을 끌어와)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은 연은수가 반 년 전 북부에 사들인 땅이죠. 주변 마을의 말로는 과수원이 있었다던데, 어느 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고 다시 가보니 저렇게 온통 불에 타있었다더군요.
그리고 이게, (세 번째 사진을 끌어와) 그 과수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열려있던 나무입니다. 과수원이 불타기 전 그곳을 보았던 사람들의 진술로 과수원에 심은 과일과 동일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마지막 사진은... 그 과일을 먹은 사형수의 모습이죠.
로이드:"그러니까.. 그 참사와 이 과일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연은수와 관련이 있다?"
이걸 과일이라고 해도 되나.
카터 형사는 무언가를 테이블 위로 올려둡니다.
입구가 막힌 비커에 들어있는 시리도록 푸른색을 머금은 과일 하나를.
앨런 카터:과수원을 조사하던 중, 이상한 제보 하나를 받았습니다. 듣기로는 그 과수원에서 일을 하던 자라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과수원에서 돌아온 이후로 집에 처박혀 나오질 않고 과일만 보면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킨다더군요.
그가 이야기하길. 그 과수원의 열매를 먹은 자들은 전부 괴물이 되거나 저 열매를 맺는 나무로 변해버렸다는데...물론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일은 어떤 과일이며, 연은수가 어떤 목적으로 이것을 재배했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상부의 허가를 얻어 사형 집행이 예정돼있던 사형수들에게 열매를 섭취시켰습니다.
열매를 반개 정도 먹은 사형수 들은 목마름과 배고픔을 호소했으나 물과 음식을 줘도 계속해서 괴로워했습니다. 종종 자아를 잃은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체온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덥다며 옷을 벗으려 들었죠.
강제로 체온을 덥힌 사형수는 곧 먹은 열매를 토해냈습니다. 분명 씹어 삼켜 곤죽이 됐을 열매가 크기만 작아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있더군요. 그리고 사형수의 상태는 급속도로 좋아졌습니다.
...미친 소리 같으시겠죠. 압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미친 소리인 줄 알았던 게 전부 사실이더군요...
로이드:"...네, 미친 소리같네요."
앨런 카터:여기서부터가 질문하셨던 사항인데,
연 저택에서 살인이 있던 날, 연은수가 그의 저택으로 이 열매를 대량으로 들여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저택의 사람들이 이 열매를 먹었다면...그가 사용인들을 살해하고, 저택과 과수원에 불을 지른 이유가 설명됩니다.
로이드:"...괴물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요?"
앨런 카터:추측하기로, 연은수 본인은 처음부터 이 열매가 무엇인지 몰랐을 테고...이것들이 밖으로 퍼져나가는 걸 어떻게든 막고 싶었을 테죠.
(어깨를 으쓱인다.)
이게 저희가 알아낸 전부입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열매를 분석하는데도 시간은 걸릴 테니까요.
로이드:"그럼 그 연은수는.. 왜 이 과일을 키운 거죠? 잘 알지도 못하는 식물을?"
앨런 카터: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런 이유보다도, 열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연은수를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저번에야 이상하게 보셨을 테니 그런 식으로 말씀드렸지만, 우린 그를 잡아들이려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감사하고 있죠.
그 저택에서의 살인이 없었다면 지금쯤 이 도시는 저 열매와 시체들로 뒤덮여 있었을 테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이것들이 다 현실이란 말인가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로이드:"그 과일들은 전부 확실하게 폐사되었나요? 아니면 시중을 떠도는 것이 있는 건가요."
앨런 카터:그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매우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다면 물위에서 모두 적발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의 말을 곱씹으며 은수의 행동들을 떠올려봅니다.
목을 쥐어뜯으며 갈증을 호소하던 은수.
핏물이 떨어지는 날 고기를 뜯어먹던 은수.
그리고 매일같이 열려있던 온 집안의 창문...
그때, 카터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카터를 급히 찾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앨런 카터:실례하겠습니다.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잠시만 계시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로이드:"아, 예.."
카터는 양해를 구하고 열매만을 챙겨든 뒤 사무실을 나섭니다.
그가 나가자 방 안에는 당신만이 우두커니 남아 있습니다.
로이드:난로 앞에 묶어둬야 하나, 은수를..
사무실을 조금 구경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로이드:심란한 표정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을 본다.
홀로 남아 사무실을 둘러보면 당신이 앉은 소파와 테이블을 제외하고 [책상]과 [작은 캐비닛] 정도가 들어서 있는 좁은 사무실입니다.
며칠 내내 창백하기만 하던 얼굴에 혈색이 돌고, 보랏빛을 띄던 입술이 본래의 색을 되찾습니다.
표정도 한결 편안해진 것 같고,
가까이서 와닿는 그의 숨 또한 더 이상 차갑지 않습니다.
오히려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그때, 은수의 표정이 다시 괴로움에 물듭니다.
헐떡이는 숨소리를 내뱉길 몇 번, 이어지는 헛구역질과 토해내지는
푸른 것...
도저히 인간이 그대로 삼킬 수 있는 크기가 아닌 열매의 모양을 한 그것이 은수의 입 안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마치 쥐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찢어지게 높은 소리가 그 열매로부터 들려옵니다.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곧, 은수가 욕조에서 일어나 열매가 있는 곳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그는 완전히 지쳐버린 듯, 눈을 감고
동시에 바닥을 구르는 열매를 짓밟습니다.
열매의 비명이 멎고,
하얗고 파랗게 터져버린 열매의 과육이 바닥으로 흩어집니다.
로이드:나도 진이 빠져 욕조에 기댄다.
은수의 몸은 바닥으로 무너집니다.
로이드:아이고.. 몸이 무거운 와중에 받아낸다.
끔찍했던 악몽을 뒤로하고 실로 오랜만일 단잠에 빠진 은수의 얼굴은 편안해 보입니다.
당신은 문득 며칠 내내 지겹게도 들려오던 빗소리가 그쳤음을 깨닫습니다.
잠든 은수를 내버려 두고 일어나 창가로 향해 커튼을 걷으면,
로이드:편안한 얼굴을 보니 기가 차다..
샛노란 햇빛이 물러가는 먹구름 틈 사이로 당신과 그를 비춥니다.
아, 지겹던 장마가 끝났습니다.
드디어.
ENDING 3. 장마의 끝
KPC 생존, PC 생존
[에덴의 지배에서 자유로워진 은수는 카터 형사 측에 자발적으로 출두해 에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전달합니다. 남아있는 에덴은 전부 불에 타 사라졌고, 살인 사건 혐의는 이미 이전에 죽은 사형수에게 덮어 씌워졌으며 세상엔 은수의 무죄가 공표됩니다. 은수는 자유를 되찾고 다시 일상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