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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로은

[로은] END of EDEN 2020-08-11

시나리오 본문 : https://posty.pe/3qtk9z

 

 

 

KPC 연은수

PC 로이드 그레이

 

 

 
물을 머금은 발걸음 소리, 그리고 당신을 부르는...
 
살인자의 목소리가.
 
END of EDEN
 
W. ZIP
 
. . .
 
1. 늦은 장마, 늦은 손님
 
은수의 가문 사람들과 그의 저택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은 전부 한 달 전의 '그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연은수의 저택에 큰 화재가 났던 일 말입니다.
 
다행히도 불이 크게 번지기 전 내린 폭우로 인해 화재는 진화됐지만,
 
그로 인해 감춰지지 못한 끔찍한 살해현장은 지금까지도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불에 타지 못한 시신들은 급소를 베이거나 찔려 죽어있었고,
 
그 어디에서도 연은수의 시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죠.
 
그렇게 연은수가 모습을 감춘 지 한 달째.
 
그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낙인찍혔습니다.
 
살아는 있는 건지, 정말 그 끔찍한 일을 벌인 게 맞는지.
 
묻고 싶어도 당사자가 증발해버렸으니 그럴 수 없었죠.
 
오늘도 그 끔찍했던 사건에 대해 멋대로 추측해 떠들어대는 기사들만 실린 신문을 보고 있자면 이젠 정말 지겨울 수준입니다.
 
그칠 줄 모르고 벌써 며칠째 창밖을 두드려대는 저 빗소리처럼요.
 
늦은 장마가 시작할 모양이라던가요.
 
한기가 서린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기 위해 몸을 일으키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어서 찰박찰박.
 
물을 머금은 발걸음 소리.
 
그리고 당신을 부르는...
 
연은수:....도와줘요. 로이드.
 
살인자의 목소리가.
 
눈앞에 서 있는 것은 틀림없이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
 
연은수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 그가 걷는 걸음마다 만들어진 물길이 카펫을 적시고 있습니다.
 
그가 다시 한번 입을 엽니다.
 
연은수:부탁이에요. 로이드, 형의 도움이 필요해요.
 
로이드:".....은수..?"
 
놀라 들고 있는 컵을 떨어뜨린다.
 
심리학 판정
 
로이드: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그는 아주 간절해 보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관찰력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그는 조금 지쳐 보입니다.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문 밖에서부터 이어져 그의 발 아래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로이드:"...너, 그간 어디.. 아니, 어떻게 들어온.."
 
놀란 마음에 어버버 거린다.
 
연은수:...다른 사람들 모르게 들어왔어요.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걸 몰라요. 형 말고는.
 
로이드:아무도 모른다는 말에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살인자와 단 둘이 방에 있다. 여기서 네가 내게 어떤 해를 끼친다고 해도.. 그런 생각이 먼저 들어 잠시 침묵했다.
 
연은수:... (눈치) 아무 짓도 안 해요. 소문, 그거 나 아니에요.
 
로이드:"....그럼 누군데, 요?"
 
연은수:(고개를 젓는다.) 모르겠어요. 그날... 난 저택에 있지 않았어요. 일 때문에 로베르 백작을 만나고, 돌아갔더니, 집은 불타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백작한테 증언해달라고 부탁하러 다시 가봤지만, 백작은 이미 의문사한 뒤였어요. 정말이에요.
 
로이드:흔들리는 동공으로 네 눈을 빤히 본다.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진실을 말하는 걸까?
 
심리학 판정
 
로이드: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공부 좀 할 걸)
 
글쎄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가 간절하다는 것만은 알겠습니다.
 
로이드:"... 그럼 한 달간 어디 있었던 거예요? 백작을 만날 때 함께 있던 시종은 한 명도 없는 거예요?"
 
아직 의심을 채 지우진 못했지만 아주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연은수:..백작과의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혼자 다녀왔어요. 시종 같은 건, 들었겠지만 모두 사라졌어요.
이제 내 편이 없어요. 형 말고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어요. 마지막까지 숨어서 버텨봤지만, 난 도움이 필요해요. (바로 본다.) 도와줘요. 도와줄 거죠?
 
로이드:아직 의심이 지워진 건 아니었다. 사실 하나도 지워지지 않았어! 그런데 또 간절한 눈빛을 보자면 거짓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살인자가 아니란 증거도 없는 너를...
 
"...내가 뭘 도와줘야 하나요? 그것부터 말해봐요."
 
연은수:(도와준다는 걸까. 화하게 웃음을 지었다가 금방 사그라든다.) 날 숨겨줘요. 이 저택의 사용인이 되면 당분간은 안전할 거예요. 내 누명이 벗겨지고, 진범이 잡힐 때까지만이면 돼요.
 
로이드:화한 웃음을 보자니 또 짠하다. 하지만 그 사건을 생각하면 긴장이 앞섰다. 내 집의 사용인으로.. 그 참변이 그레이 가에 일어나는 건 아닐까?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네가 누명을 벗지 못한다면 살인자를 숨겨준 셈이 되는 건데..
 
"진범은 어떻게 잡으려고요. 모두가 당신을, 그러니까.. 솔직히 나까지 포함해서.. 다들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짐작 가는 용의자는 있나요?"
 
연은수:(또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어떻게든. 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내가 잠깐 동안 숨어 있을 곳만 마련해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로이드: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섣불리 결정해도 되는 건가. 생각이 복잡하다. 리스크가 너무 큰데... 너와 바닥을 번갈아 보았다. 너한테 가진 감정이란 비루먹은 질투심과 지금 머금고 있는 두려움 말고 있던가.. 나도 모르게 제자리를 서성이며 손톱을 물어 뜯었다.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연은수:네.
 
로이드:"내 사용인 하나를 늘 붙여둘 거예요. 말했다시피, 난 여전히 당신을 의심하니까. 그리고.. 당신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조사의 진척을 매일 나한테 따로 보고해요. 거짓말 하는 것 같으면 당장 신고할 겁니다."
 
연은수:(고개를 기울인다.) 그렇게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조금 뜸 들였다가) 나를 전속 사용인으로 써요. 그럼 해결될 텐데요.
 
로이드:"... 전속 사용인으로요..? 데리고 다니라고요?"
 
너, 너너.. 내가 의심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건가. 겁나서 어떻게 데리고 다니란 거야..? 나도 모르게 두 눈에 의심이 어렸다.
 
연은수:(뚱해진다.) ...나도 별로 원하는 바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것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겠어요? ..형은 알잖아요.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럼 안될 거 없잖아요. ......막말로,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돈을 받고서라도 절대 하지 않았을 제안이라고요. 하지만 형 입장에선, (쳐다본다.) ..솔직히 재밌지 않아요? 나라면 되게 재밌을 것 같은데. 내 발 아래에 형이 들어오면.
 
로이드:"아니..."
 
쏟아지는 말에 어버버 하다가 마지막 문장에 인상을 찌푸렸다.
 
"마지막 말은 매우 불쾌하지만.."
 
 
로이드: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 한숨과 함께 마른 세수를 했다. 그래, 일단.. 단 둘이 있는데 날 아직 죽이지 않았으니까. 어떤 꿍꿍이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좋아요. 당분간 머물러요, 내 전속 시종으로. 하지만.. 나도 최소한의 방어로 늘 단도 들고 다닐 거니까. 허튼 짓 말아요. 알겠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에 그는 진심으로 안도하는 얼굴이 됩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지만, 정말로 쫓아내기에도 뭐하고...
 
그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이 경찰에 넘긴다면, 그는 분명 사형을 면치 못하겠죠.
 
게다가 그 자신의 말대로, 그를 당신 자신의 발 아래에 두고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은수:(고개를 크게 끄덕, 하고는 입을 열었다가 말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로이드:"...뭡니까. 할 말 있으면 해요. 감추는 거 있으면 불안하니까."
 
얼른 캐치하고 추궁하듯이 물었다.
 
연은수:(손가락을 배배 꼬며 시선을 피한다.) 그, 까딱하다가는 또 다른 사용인들이 눈치를 채고 고발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형이 제대로 못하면...
 
로이드:뭔데, 무슨 제스쳐지..? 손가락까지 배배 꼬는 것을 보았다가 네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니까, 제대로 하란 건가요?"
 
나 벌써 지적 받은 건가..?
 
연은수:(입을 닫고 있다가 미미하게 끄덕인다.) 혹시 모르니까요. (슬쩍 쳐다보더니 한숨 푹. 그리고 제 두 손을 꽉 맞잡는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는 불편해하지 말고 진짜 사용인처럼 대해달라고요. (내가 살다살다 이런 소리를 다 해보고. 딱 그런 표정이다.)
 
로이드:나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였다. 웃음이 나올 뻔 했어서. 살다살다 너한테 이런 소리를 다 들어본다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하고, 그러다가도 학살자라 생각하니 현실로 돌아오기도 하고.
 
"흠, 알았어요. 그런 건 음.. 걱정 말아요. 호칭은 뭐라고 하죠? 은수라고 부를 순 없는데."
 
연은수:호칭은 상관없어요.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요?
 
로이드:"가명으로 불러야할 것 같은데.. 수라고 부를게요, 그냥. 다른 좋은 게 있다면 말해도 되고."
 
연은수:수. 알겠어요. (끄덕인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흠뻑 젖은 은수의 모습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창백한 피부와 파랗게 질린 입술은 둘째치고 온 바닥을 물웅덩이로 만들고 있으니...
 
씻고 마른 옷을 입히는 게 좋겠죠.
 
당신은 욕실이 딸린 당신의 방을 떠올립니다.
 
다른 사용인들의 눈을 피하려면 그곳이 제격일 거예요.
 
로이드:"일단.. 몰골을 어떻게 해야겠네요. 누가봐도 수상하니까. 오늘은 일단 내 욕실을 써요. 옷은 가져다줄테니."
 
연은수:....고마워요. (하고는 딱 한 발짝 더 안으로 들어와 네 걸음을 기다린다.)
 
로이드:당연한 네 움직임에 잠깐 움찔하긴 했지만 돌아서 내 방으로 안내했다. 앞장 선 사이에도 뒤에 선 네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신경쇠약에라도 걸리는 건 아니겠지.
 
잔뜩 젖은 은수를 방으로 데려갑니다.
 
욕실에 물을 받아두자 욕실이 금방 따끈하게 달아오릅니다.
 
연은수:(김이 나는 욕실을 밖에서 쳐다보다가 주춤 뒷걸음질을 친다.)
 
로이드:"? 뭐해요? 안 들어오고."
 
그런 너를 의아하게 본다.
 
연은수:아니, 욕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욕실을 한번, 그래도 안 들어가긴 좀 뭐한 듯 너를 한번 보고는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들어가는 속도가 여간 느린 게 아니다.)
 
그가 마지못해 욕실로 들어간 뒤, 문이 굳게 닫힙니다.
 
로이드:"말 얼버무리지 말고 제대로 말해요."
 
욕조를 향해 구부렸던 허리를 세우며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 욕실이 뭐 어때서. 평하는 건가..
 
연은수: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오지나 마세요
 
로이드:"... 내가 왜 들어가겠어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하고는 옷이나 내놓으라고 말한다. 저걸 어디다 숨겨두지..
 
연은수:(한참 안에서 뽀시락대더니 손만 내밀어 옷을 건넨다.)
 
로이드:옷을 받고는 물을 대충 쭉 잤다. 잠시 그 옷을 들고 돌아다니며 숨길 곳을 찾다가 일단 오늘은 침대 밑 깊숙하게 넣어두었다. 아, 그 전에 그 옷으로 바닥에 네가 흘려둔 물도 닦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목욕을 끝냈는지 욕실 문 가까이에 서 있던 은수가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로이드:"아, 옷 말이죠?"
 
내 옷 중에 대충 사이즈가 맞을 만한 것을 노크와 함께 손만 넣어 건냈다.
 
연은수:(옷을 받으면서) 그리고, 손수건도 하나만요.
 
로이드:"? 손수건은 왜요?"
 
연은수:그냥, 비를 맞았더니 목이 좀 아픈 것 같아서요. 보온용으로. 없어요?
 
로이드:다시 옷장으로 가 손수건을 찾아 돌아왔다.
 
"여기 있어요."
 
연은수:(역시 손 하나만 내밀어 손수건을 받더니 다시 문을 닫는다.)
 
로이드:...생각해보니 나와서 목에 둘러도 되는 거 아닌가. 의문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욕실 문이 열립니다.
 
그는 말했던 대로 목에 손수건을 감은 채 당신이 준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운물로 몸을 데운 게 맞는 걸까요.
 
어쩐지 방금 욕실에서 나온 사람의 몸에서 열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욕실도 이상합니다.
 
다시 문이 닫히기 전, 욕실에 가득했던 수증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어요.
 
로이드:"... 찬물로 했어요?"
 
연은수:옷이 좀 불편하네요.
(옷을 이리저리 만지다가) 음. 미지근한 물로요.
 
로이드:"방금은 비를 맞아서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했으면서 왜 따뜻한 물로 하지 않고요?"
 
옷이 이상한가 싶어 옷무새를 만지는 너를 물끄러미 보았다.
 
연은수:감기는 아니에요. 혹시 몰라서 한 거고. (손수건을 만진다.) 그리고 갑자기 온도가 변하면 감기에 더 잘 걸려요.
(대답하며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허락도 없이 침대에 풀썩 드러눕는다.)
그것보다 나 어디서 자요? 아직 다른 방 내줄 수도 없을 텐데.
 
로이드:이미 침대에 드러누워 있고선.. 뻔뻔한 모습에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방은...
 
"어쩔 수 없으니 오늘은 일단 내 방에서 자고.. 아침에 사용인이 오기 전에 일어나서 숨어 있어요. 내일 새로 들여왔다고 모두에게 소개하고 방을 줄테니까."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연은수:(히죽 웃으며 돌아누워 엎드린다.) 침대에서 자는 건 오랜만이에요, 정말로.
 
로이드:좋댄다 싶으면서도, 한 달이나 떠돌아 다녔으니 싶어 내심 혀를 찼다.
 
"내일 꼭 제시간에 일어나서 숨어요. 늦잠 자지 말고."
 
차마 바닥에서 잘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네 옆에 누웠다.
 
연은수:걱정 말아요. (간단히 대답하곤 옆자리에 누웠다. 말은 그렇게 해도 빌려 자는 것이 조금은 미안했는지, 그 넓은 침대의 끄트머리에 떨어지지만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잘 자요. 작게 속삭이곤 저쪽으로 등을 돌려 눕는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빗소리는 그칠 줄을 모르고,
 
어쩐지 옆으로 돌아누운 은수의 등이 멀어 보이기만 합니다.
 
그렇게 밤이 깊습니다.
 

......

 
......
 
깊은 새벽.
 
귓가로 먹먹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야를 가리는 어두운 그림자에 눈을 몇 번 깜빡입니다.
 
흐릿한 시야로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표정을 한 은수의 음영 진 얼굴.
 
가위에 눌린 것처럼 꼼짝할 수 없이 한참 동안 그 시린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면,
 
이내 작고 빠른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8/29/11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58/29/11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은수:형 숨소리가 거슬려서 잘 수가 없잖아요. 목이 마른데... 짜증나. 시끄러워.
 
두서없는 말들을 반복하는 은수의 목소리입니다.
 
마치 주문처럼 같은 말들을 반복하는 그의 목소리와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이 어찌나 소름이 돋던지.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 건 진짜 연은수인가요?
 
아니면 당신이 꾸고 있는 꿈속의 연은수인가요.
 
옅은 꿈과 현실이 미묘하게 교차한 것만 같은 느낌.
 
이윽고 당신의 몸이 허공으로 부유하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과 함께, 다시금 눈이 감기고.
 
빠르게 쏟아지던 은수의 목소리도 뚝.
 
끊겨버립니다.
 
(To GM): 0 (성공 1, 실패 0)
 
연은수:
(To GM)rolling 1d5
 
(
4
 
)
 
 
=
4
 
2. 신입 사용인.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눈을 뜨면, 어둑한 실내와 여전히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
 
그리고 차가운 물비린내를 머금은 공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를 돌려 창가를 살피면...
 
창문을 열고 잠들었던가요?
 
빗줄기가 들어와 창가의 바닥을 온통 적시고 있습니다.
 
방의 온도가 차가운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열려있는 창문을 제외하면 어제와 같은 우중충한 아침이군요.
 
눈을 비비고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려 하고 있으면, 방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집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들어와, 라고
 
습관적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뱉은 직후, 방 안에 있을 은수의 존재가 생각났지만,
 
이미 집사장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걸음한 이후였고
 

놀란 당신이 은수가 있어야 할 자리를 바라보면......

 
어딘가에 숨은 걸까요?
 
아니면 결국 당신조차 믿지 못하고 밤사이에 이 저택을 떠난 걸까요.
 
어쩌면 어제의 일들이 전부 꿈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곁으로 다가온 집사장의 중후한 목소리가 당신을 부릅니다.
 
집사장: 주인님, 이른 아침부터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밤 사이에 누군가 저택의 모든 창문을 열어둔 것 같습니다.
 
로이드:"음....?"
 
집사장: 새벽 일찍 저택의 모든 곳을 뒤져봤지만, 수상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둑이 든 것이라기엔 사라진 물건 또한 없습니다만...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찰을 부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창문이 전부 열려있었다니.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걸까요.
 
하지만 경찰을 부르자니... 당신도 은수도 곤란해질 게 분명합니다.
 
사라진 물건도 없으니 적당히 안심시키고 한시 빨리 집사장을 내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로이드:"문단속을 잊은 건 아니고? 간밤에 많이 불었으니 그 탓에 열린 걸지도 모르겠네요. 사라진 물건도 없는데 이런 일로 경찰까지 부르긴 썩 낯이.. 일단 우리끼리 먼저 확인해 보라고 하세요."
 

집사장: 그럴 가능성도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메이드장께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집사장이 고개를 숙인 뒤 방 밖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히면...
 
끼익-
 
욕실 문이 열리며 긴장한 듯한 표정의 은수가 그곳에서 걸어 나옵니다.
 
연은수:발소리가 들리길래 숨어 있었어요.
 
로이드:"응, 잘했어요."
 
끄덕이며 어쩐지 찌뿌둥한 어깨를 주무르다가, 간밤의 일이 떠올라 획 돌아보았다.
 
연은수:(방 소파에 털썩 앉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지낼 순 없으니까, 얼른 새 사용인이라고 공식적으로 소개해줘요. 무서워서 수명이 다 줄겠어요.
 
로이드:"...어제밤에, 깨지 않았어요?"
 
연은수:어제요? (갸웃) 아뇨. 간만에 아주 잘 잤는데요.
 
로이드:"..그래요?"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싶어 물끄러미 본다.
 
심리학 판정?
 
로이드: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딱히... 별다른 점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간밤의 그 일은 꿈이었던 걸까요?
 
연은수:그런데 어떻게 할 거예요? 갑자기 새 사용인이 나타나면 다들 뭔가 싶어할 텐데. 어디에서 구했다고 할 건데요?
 
로이드:"...그게 제일 고민이긴 해요."
 
영 네가 미심쩍었다. 네가 온 어제밤 갑자기 창문이 다 열렸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잘한 일일까, 어제의 결정.
 
"일단.. 아는 사람한테 소개받았다고 해야죠."
 
연은수:아는 사람... 편리한 말이네요. (네 속은 전혀 모르는 듯 골똘히 생각하다) 그럴 거면 그냥 먼 친척 소개라고 하죠. 혈연이면 대부분은 만사형통이잖아요.
 
로이드:"... 전혀 닮진 않았지만, 뭐.. 그것도 괜찮겠네요."
 
서신도 들어온 게 없고. 집사가 이상하게 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사적인 일인가 생각하고 넘어가겠지. 끄덕이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개해줄 테니까 나가죠."
 
연은수:(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도 갑자기 주인 방에서 나오면 좀 이상하게 보이겠죠. (문을 슬쩍 열고 주변을 살펴본다.) 저쪽에 한 명 있긴 한데, 잘 가봐요.
 
로이드:많이 이상하게 보이겠지. 더구나 간밤에 온 창문이 다 열려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방을 먼저 나서고 서있는 시종에게 일부러 간단한 심부름 하나를 시켜 자리를 떠나게 했다. 그이가 자리를 뜬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오라 손짓한다.
 
시종이 사라지고 텅 빈 복도.
 
두 사람은 무리 없이 복도를 걸어 빠르게 응접실에 도착합니다.
 
곧, 당신의 심부름을 받은 집사장과 메이드장이 응접실에 도착합니다.
 
집사장: 부르셨습니까?
 
메이드장: 뒤에 그 분은...
 
로이드:"두 사람을 부른 이유. 오늘부로 우리 저택에서 일하게 된 사람이에요. 내 어머니쪽의 먼 친척인데 집안 사정으로 당분간 일하게 됐습니다. 인사해요, 수. 이쪽은 내 가문의 집사장과 메이드장입니다."
 
연은수:(당당하게 인사한다.) 수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메이드장: 안녕하세요. 그럼 이 분은, 저희 쪽에서 알아서 가르쳐드리면 되겠습니까?
 
로이드:"내 전담시종으로 쓸 생각이니, 그에 필요한 것만 가르쳐 두세요."
 
집사장: 그러시다면 제가 도와드려야겠군요. 알겠습니다.
 
로이드:"친척이라곤 하지만 시종으로 들어온 것이니 서로 눈치 볼 일 없으면 좋겠군요. 그레이 가의 룰을 잘 숙지시켜두세요."
 
집사장: (온화하게 웃는다.) 당연하지요. 그레이 가는 언제나 그런 것에 철저하지 않습니까. 그럼 옷부터 마련해드려야겠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집사장이 먼저 문을 열고 나서자, 메이드장이 조금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은수를 쳐다보다가도 이내 부드럽게 웃고는 따라 나갑니다.
 
곧 다시 찾아온 집사장은 은수에게 집사복을 건넵니다.
 
로이드:이상하게 볼 것 같았어.. 내심 한숨.
 
집사장: 옷을 갖춰 입으시면 이 저택에서 지켜야 할 간단한 규칙과 방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갈아입고 1층 로비로 내려오십시오.
 
연은수:네, 알겠습니다.
 
집사장이 먼저 1층으로 내려가고,
 
은수는 커튼 뒤로 들어가더니 그가 건네준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옵니다.
 
로이드:집사복을 입은 너를 보니.. 기분이 참 오묘한데 웃기기도 하고, 어제 일을 생각하면 안 웃기고, 근데 또 웃겨서 입을 씰룩거렸다.
 
집사복을 입은 그는 당신의 옆에 허리를 펴고 섭니다.
 
언제나 보기만 해봤지 자신이 입을 거라곤 생각도 못해본 옷을 입어 어색한 걸까요.
 
자꾸만 소매나 목 부분을 만지며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연은수:불편한데... ...그렇게 웃지 마요.
 
로이드:"예의 바르게, 흠, 말해야죠."
 
웃음 참음
 
연은수:..어차피 둘밖에 없으면서. (구시렁거리다가) 뭐, 그럼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주인님.'
 
로이드:웃음 터짐
 
연은수:(얼굴이 붉어진다.) 웃으시면 안 됩니다.
 
로이드:"미안해요."
 
웃으며 안 미안한 표정.
 
연은수:......(노려봄)
 
로이드:입꾹... 웃음 꾹....
 
"그, 흠.. 바쁜 거 아닌가요? 얼른 일, 흠, 배워야죠."
 
첫날부터 지각을 해서 밉보이면 안 되니까.
 
당신의 말을 들은 은수는 여전히 못마땅한 눈으로 당신을 쳐다보다가 당신을 남겨두고 먼저 1층으로 향합니다.
 
그야 현명하니 당신이 곁에 없다 한들 잘 연기해 넘기겠죠.
 
그가 간단한 교육을 받는 동안, 당신은 자신의 일을 처리할 서재로 향해야겠습니다.
 
로이드:간만에 너무 웃었네. 입매를 만지고는 서재로 향한다.
 
3.오후의 비명소리.
 
그 뒤로 얼마나 일에 몰두해 있었을까요.
 
다른 사용인이 가져다주었던 차는 어느새 차게 식어있습니다.
 
은수는 여전히 집사장에게 잡힌 모양인지 얼굴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하긴, 오늘 아침 온 저택의 창문이 열려 있었다고 했죠.
 
이 넓은 저택의 창문이 전부 열려 있었다면 뒷수습을 하는 건 꽤나 골치 아픈 일일 겁니다.
 
온 저택의 사용인들이 들이닥친 빗물을 닦는데 정신이 없겠죠.
 
아마도 은수는 지금쯤 난생처음 걸레조각을 손에 들고 바닥이나 물이 튄 벽, 조각상 같은 것들을 닦아내고 있을 겁니다.
 
로이드:그걸 상상하자니 웃겨서 피싯 웃다가도 어마어마한 인력손실과 보안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 안 웃겨졌다.
 
그때,
 
아아아아악-----------!!!
 
귀를 찢을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슨 일이죠?
 
다들 저 비명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급히 걸음을 옮기는 발소리들도 들려옵니다.
 
로이드:놀라 들고 있던 펜촉을 부러뜨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간다.
 
당신 또한 서재를 나서 소란의 근원지로 보이는 1층으로 향하기 위해 계단앞에 서면...
 
계단의 끝, 가장 아래에 널브러진 누군가의 몸뚱이가 보입니다.
 
머리에 붉게 퍼진 피웅덩이와 그 주변을 둘러싼 사용인들.
 
몇몇의 사용인들은 주저앉아 떨고 있으며 실신할 듯 우는 이도 보입니다.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이성 -3
 
로이드:몹시 놀라 입을 막는다.
"무슨 일입니까, 이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당신이 계단을 내려가면, 메이드장이 [시신]을 가리듯 당신의 곁으로 다가와 사선으로 서며 입을 엽니다.
 
메이드장: 그게, 사용인 하나가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진 모양입니다. 운이 나빴는지 굴러떨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부딪힌 것 같은데...
...금방 치우겠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세요.
 
주변의 사용인들은 제각각 표정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돌리고 서거나 저들끼리 무어라 수근 거리기 바쁩니다.
 
로이드:갑자기 굴러떨어졌다고..? 빗물 때문인가? 그렇다곤 하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그녀에게 손짓했다.
 
"일단.. 일단 내가 직접 봐야겠습니다."
 
조심스럽게 시선으로 시신의 상태를 살핀다.
 
계단을 구르며 머리를 크게 다친 모양일까요.
 
바닥이 사용인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로 크게 웅덩이져있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런데 어쩌다 저렇게 피가 많이 흐른 거죠?
 
시체를 건드린다는 것이 꺼림칙하나 그의 머리를 살짝 틀어 피가 흘러내린 곳을 살펴보면....
 
마치 무언가에 몇 번이고 머리를 세게 부딪혀 패인 듯한 상처가 보입니다.
 
계단에서 굴러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기엔 과한 상처 같은데요...
 
로이드:이상한데...?
"이이와 함께 있었던 사람은 없나요?"
 
메이드장: 발견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로이드:"...일단, 알겠어요. 수습하고 놀랐을 이들도 달래주세요."
 
심란한 마음으로 일어나며 그가 떨어졌다는 계단을 시선으로 살핀다.
 
듣기 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8/29/11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층계에 모여 서서 수군거리던 사용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용인1: 정말 귀신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계단은 그렇게 높지도 않은데 저기에서 굴렀다고 죽는 게 말이 돼?
 
사용인2: 그러게 말이야...어제 새벽에도 귀신이 창문을 전부 열어둔 거라면서...
 
사용인3: 참, 그것도 저 죽은 애가 말한 거 아니었어? 잠옷을 입은 남자가 창문을 열고 돌아다녔다던데.
 
로이드:"거기."
 
사용인 3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한다.
 
사용인3: (와서 선다.)
 
로이드:"간밤에 누군가 창문을 열고 다니는 걸 저 이가 봤다고 이야기했는데, 정확히 뭐라고 했나요?"
 
사용인3: 아, 들으셨어요? 별 이야기는 아니에요. 귀신이니 뭐니 하는데 그럴 리도 없고... 주인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어색하게 웃는다.)
 
아무래도 순순히 말해줄 것 같진 않습니다.
 
대인기능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로이드:"간밤의 창문이 무방비하게 모두 열렸다는데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단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모두 이야기해보세요. 모두의 안위가 걸린 일일 수 있습니다."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행운 -5
 
사용인3: (정말 이런 걸 말해도 되나 싶은 얼굴로 눈치를 보다가) 사실은... 저 죽은 애가 새벽에 빗소리가 너무 커서 복도로 나갔다가 유령을 봤다고 했거든요...잠옷을 입은 남자가 유령처럼 느리게 걸으면서 저택의 창문을 전부 열고 돌아다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놀렸었는데...일어나 보니 정말 창문이 전부 열려있어서 사용인들이 다들 겁에 질려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 애가 봤다던 유령이 자기가 전에 일하던 저택의 주인을 닮았다고 했는데...그러니까...
분명... 연 저택가였던 것 같은데...
 
로이드:"...연 저택가?"
 
사용인3: (고개를 끄덕이곤) 그것 말고는 저희도 아는 게 없어요. 정말이에요.
 
로이드:"저이가 어제 그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확인했다던가요?"
 
사용인3: 그런 말은 없었어요. 그냥, 그런 것 같다고만...
 
로이드:"그렇군요.. 일단 알겠어요."
 
이만 가봐도 좋다고 끄덕였다.
 
사용인이 물러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당신은...
 
관찰력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커다란 소란에 거의 모든 사용인들이 이곳에 모였죠.
 
그런데 한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은수. 그가 아무데도 없습니다.
 
로이드:"...수는 어딨습니까?"
 
사용인: (고개를 젓는다.)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멀리서 집사장이 다가와 당신의 옆에 섭니다.
 
로이드:의심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집사장을 본다.
 

집사장: 끔찍하군...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리다가) 이곳은 저희가 치우겠습니다. 걱정 말고 올라가 계십시오. 단순한 사고일 테니까요.

 
로이드:"수는 어디 있나요, 지금?"
 
집사장: 아까 일을 하라고 다른 곳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없군요. 필요하시다면 저희가 찾아볼 터이니 올라가시지요.
 
로이드:"찾자마자 내게 보내세요."
 
굳은 표정으로 끄덕이고 서재로 돌아간다.
 
집사장이 알겠다며 고개를 숙입니다.
 
하긴, 당신이 이곳에 있는다고 도움이 되진 않을 게 분명하죠.
 
메이드장은 몰려든 사용인들 중 비위가 좋은 사람 몇을 추려 남기곤 다른 사용인들을 물립니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침대 시트로 보이는 흰 천이 죽은 사용인의 몸을 덮자 머리 부분을 덮은 천은 곧 새빨갛게 물들어 갑니다.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고...
 
그렇게 당신은 시신을 뒤로하고 다시 2층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4. 갈증
 
다시 서재로 돌아오면 보이는 것은...
 
창문을 열어놓고 허리를 굽힌 한 인영입니다.
 
저건... 연은수군요.
 
어딜 갔었나 했더니 이런 곳에서 쉬고 있었던 걸까요?
 
로이드:일단 서재 문을 닫는다.
 
"..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요? 비명, 못 들었나요?"
 
가까이 다가가 그를 보는데...
 
은수의 안색이 좋지 못합니다.
 
여전히 파랗게 질린 얼굴로 창가에서 찬 바람을 쐬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로이드:"...? 수? 왜 그래요."
 
바람이 어제보다는 덜 분다 하지만... 종종 빗방울이 들이치는데도 창문을 닫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서재고, 당신의 책상 위 중요한 서류에까지 물이 튀고 있는걸요.
 
로이드:다가가 일단 창문을 닫는다.
 
그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여전히 뒤조차 돌아보지 않습니다.
 
손을 뻗어 창문을 닫자, 그제야 당신이 온 것을 알아챈 모양인지 그가 인상을 찌푸리고서 힘겹게 말합니다.
 
연은수:....아. 미안해요. 잠깐만, 쉬다가 나갈게요.
 
로이드:"무슨 일 있었나요? 안색이 이상한데."
 
그를 의심하고 있긴 하지만, 섣부른 추궁 전 일단 침착하게 그의 상태를 살핀다.
 
연은수:(마른 입술을 꾹 물었다가) 계단에, 봤어요?
 
로이드:"... 봤어요. 그 현장에 왔었나요? 난 당신을 못 봤는데."
 
연은수:내가... 제일 먼저 봤어요. 곧바로 다른 사람들이 보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여기로 도망쳐 온 거예요. 좀, 놀라기도 했고.
그거... 너무 역해서 바람을 좀 쐬고 싶었거든요.
 
로이드:"...당신이 가장 먼저? 어쩌다 발견하게 된 거죠?"
 
연은수:집사장이 시킨 일을 하러 가다가요.
...아직도 나 의심해요?
 
로이드:잠시 입을 다물었다. 습관처럼 눈가를 매만지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밤에 당신을 봤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연은수를 봤다는 이야기가."
 
연은수:...나를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난 들키는 게 무서워서 고작 형의 방 안에 숨어 있었는데.
 
로이드:"그래요,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오늘 죽은 그 이가 밤에 당신이 저택 곳곳을 돌아다니며 창문을 열고 있다는 걸 봤다고 했나 봐요. 당신은 분명 그들 몰래 들어왔고, 깬 적이 없다고 했는데."
 
연은수:잘못 본 거 아니에요? 난 정말로 나간 적 없어요. 형도 알잖아요. 안 그러면 내가 왜 어제 그렇게 몰래 들어왔겠어요.
 
로이드:나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간밤에 네가 내 침대 앞에서 중얼거리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입술을 매만지다가 너를 보았다.
 
"... 뜬금 없긴 한데, 혹시 오늘 깜빡 졸거나 낮잠 잔 일은 있나요?"
 
연은수:(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본다.) 전혀요. 간만에 푹 자서 지난 한 달을 통틀어 가장 안 피곤해요.
 
그렇게 그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의 셔츠깃에 묻은 작고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건 분명, 핏자국 같은데.
 
로이드:손을 뻗어 그의 셔츠깃을 쥐고 당겨 자세히 본다.
 
연은수:...뭐예요?
(밀어낸다.)
 
로이드:"... 내가 묻고 싶어요. 그 셔츠깃에 묻은 거. 뭐죠?"
 
연은수:(자신의 셔츠깃을 끌어다가 보고는) ....어디에서 묻었나보네요. 큰일이네. 안 지워지진 않겠죠? (일부러 말을 돌린다.)
 
로이드:"그러니까 어디에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오늘 새로 받은 옷이잖아요. 그 현장에 갔다곤 하지만 시신을 만진 것도 아닐 거고. 어디서 묻혀왔어요."
 
연은수:...형, 나 정말 아니라고요. 그런 짓을 벌였으면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어요. 이번에도 그렇고, 난 진짜 억울하다고요.
 
로이드:"하지만 정황을 봐요. 그는 당신의 얼굴을 이 저택에서 알고 있는 나 말고 유일한 사람이었고, 어제 당신을 봤다는 말까지 하고 다녔어요. 거기다 옷에 핏자국까지 묻혀 왔고. 누가 보더라도..."
 
네 얼굴을 알아본 그를 홧김에든 뭐든 죽인 것 같잖아.
 
연은수:...... (한참을 망설이더니, 한숨을 내쉰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목으로 가져가더니)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가 손을 들어 자신이 목에 감았던 손수건을 풀어냅니다.
 
로이드:네 제스쳐에 조금 긴장한 표정을 짓는다.
 
손수건을 풀어내자 드러난 것은...
 
목을 뒤덮은, 온통 심하게 긁힌 듯한 상처들입니다.
 
연은수:...이건 여기에서 묻어난 핏자국일 뿐이에요.
 
로이드:상처를 보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건.."
"...어쩌다가..?"
 
연은수:로베르 백작과의 일이 잘 끝나고, 백작한테서 목걸이를 하나 선물받았어요. 그런데 그게 저한테 안 맞았던 건지 알레르기가 심하게 일어나서...
긁는 걸 참을 수가 없었어요. 보기 흉하죠. (손수건을 꾹 쥔다.)
 
로이드: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상처라 조금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갑자기 상황이 이상하게 됐다..
 
"..아니, 괜찮아요. 그냥.. 아직도 그렇다는건, 여전히 차고 다니는 모양이네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웅얼 다른 말을 내뱉었다.
 
(To GM): 0 (성공 1, 실패 0)
 
연은수:
(To GM)rolling 1d5
 
(
2
 
)
 
 
=
2
 
연은수:아뇨, 목걸이는 버렸는데 어째선지 아직도...
 
말을 이어가던 은수는 대뜸 괴로운 표정이 되더니 자신의 목을 손으로 감싸고 잔기침을 뱉습니다.
 
로이드:"왜 그래요? 괜찮아요?"
 
당황한 표정으로 네 상태를 살핀다.
 
휘청이던 몸이 쓰러지진 않을까 싶더니, 벽을 짚고 겨우 선 그는 이제 손톱을 세워 목을 긁고 쥐어뜯습니다.
 
대체 뭐 하는 짓이냐 말리려 해도 당신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다는 듯 행동합니다.
 
무언가에 사로잡힌듯한 눈동자는 다급히 주변을 살핍니다.
 
그의 시선이 차례로 어느 곳에 머뭅니다.
 
테이블 위의 꽃병.
 
책상 위의 찻잔.
 
그리고 창을 때리는 빗방울.
 
또...
 
당신의 입술.
 
아, 그가 다가옵니다.
 
당신의 어깨를 쥔 은수의 아귀힘이 말도 못하게 강해 아플 지경입니다.
 
그는 여전히 당신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연은수:이거라면...
 
코앞으로 다가온 은수의 입은 벌어지고 이대로라면 당신은...
 
로이드:"뭐하는 거에요!"
인상을 찌푸리고 정신차리라고 정강이를 한대 찬다.
 
다리를 걷어차고, 온 힘을 다해 그의 몸을 밀어냅니다.
 
그대로 휘청이며 뒷걸음질 치다 결국 바닥으로 주저앉은 은수는 초조한 기색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마침 옆에 있던 책상 위로 손을 뻗습니다.
 
다급하게 움켜쥐고 입으로 가져간 것은 당신이 아까 전까지 마시다 내버려 둔 찻잔입니다.
 
꿀꺽. 꿀꺽.
 
식어버린 차를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이미 바닥이 난 차를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려는 듯 그는 한참이나 더 찻잔에 매달려 있더니
 
이내 잔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곤 흐리멍덩한 눈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로이드: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을 어안이 벙벙하게 바라본다.
 
연은수:(천천히 손을 들어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더니 비틀 일어난다.)
....미안해요. 내가, 왜... 나, 나가볼게요. 하던 일을 마치지 못해서...
 
그렇게 말한 은수는 여전히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당신을 남겨두고서 서재를 나섭니다.
 
로이드:"..은수? 잠깐 기다려요. 설명은 해야죠!"
 
그의 팔을 붙잡는다. 상태가 이상하잖ㅇ.. 나갔어?
서둘러 그를 따라나가본다.
 
당신에게서 도망치듯이 붙잡힌 팔을 뿌리치고 저 멀리 멀어집니다.
 
대체, 그가 사라져있던 한 달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모양이 된 거란 말인가요?
 
5.저녁 시중
 
그 뒤로도 이상했던 은수의 모습에 일이 쉬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결국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채 저녁시간이 되고 맙니다.
 
슬슬 저녁식사시간을 알리러 올 때가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역시나.
 
서재의 문을 두드리는 정갈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곧이어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아까의 일 이후로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은수입니다.
 
연은수:저녁 식사시간입니다.... 주인님.
 
당신을 주인님이라 칭하는 것을 보아 서재 바깥에 사용인들이라도 지나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눈치를 보며 평생 불러본 적 없는 호칭을 입에 담는 모습이 퍽 어색하군요.
 
조금 골려 주는 것도 재밌겠으나... 낮의 일로 점심도 거르고 서재에만 처박혀 있었더니 슬슬 배가 고픕니다.
 
연은수:식당으로 내려가시죠.
 
로이드:"...그거 말고 나한테 할 말 없나요?"
 
일단은 펜을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때문에 없던 편두통도 생기고 있다.
 
연은수:싫으시다면 식사를 물리라고 할까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뒤로 하인들이 지나다닙니다.
 
로이드:"... 일단 내려가죠."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으니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연은수:(얕게 고개를 숙이고는 등을 돌려 먼저 내려간다.)
 
그렇게 서재를 나와 은수와 함께 식당으로 걸음하면...
 
오직 당신만을 위해 준비된 식탁이 당신을 반깁니다.
 
음식을 나르는 사용인 둘, 그리고 바로 옆에 선 은수가 당신의 저녁 시중을 드는 모양이군요.
 
그런데, 어쩐지 메뉴가 평소와 다릅니다.
 
스튜엔 야채 덩어리들만이 둥둥 떠다니고 육류라 할만한 것은 소시지 같은 가공육뿐입니다.
 
보통 때라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고기요리가 올라왔는데...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요?
 
로이드:"메뉴가 달라졌네요? 주방에 무슨 일이 있나요?"
 
사용인: 아뇨, 주인님, 그런 건 아니고... 분명 생고기들이 배달 온 걸 봤는데, 그게 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지 뭐예요.
 
로이드:"음? 사라졌다고요?"
 
사용인: 아무래도 밤 사이 도둑이 들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로이드:"아침엔 훔쳐간 물건이 없다고 들었는데..?"
 
사용인: 아유, 그런 줄로만 알았죠. 세상에 다른 돈 될 만한 것들은 다 냅두고 고기만 훔쳐갈 줄이야... 에구구.
 
로이드:"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진 게 없나요? 식자재 중에서도."
 
사용인: 네, 다른 것들은 다 잘 있어서 겨우 어떻게든 저녁은 만들어 봤습니다만... 죄송해요, 영 성에 차지 않으시죠?
 
로이드:"괜찮아요. 사정이 그렇다 하니 어쩔 수 없죠."
 
신경 쓰지 말라 손짓했다. 어째 은수에게 머물 것을 허락하고부터 영 이상한 일 뿐이다. 고개를 훔치기 위해 창을 전부 열었다고? 게다가 비가 많이 와서 그 많은 양을 옮기려면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곰곰이 생각하며 음식을 떠먹는다.
 
손짓을 받은 사용인이 저 멀리 멀어집니다.
 
넓은 식당 안에 정갈한 식기 소리만이 울립니다.
 
로이드:식사를 하며 은수에게만 들리도록 나직이 말했다.
 
"오늘 일을 끝내고 나면 내 방으로 와요."
 
연은수:(흘끗 다른 사람들을 보고는 말없이 고개만 한 번 까딱인다.)
 
적당히 저녁 식사를 즐기고 나니 어느덧 취침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당신과 함께 방으로 따라 들어온 은수는 당신의 잠옷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하루 만에 집사장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모양일까요?
 
아니라면 그가 당신과 같은 귀족의 자리에 있을 때 사용인들이 제게 해주던 것을 따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은수는 침대로 다가가 잠옷을 내려두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직접 갈아입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옷을 갈아입는 일을 도우라 명해도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그것뿐일까요?
 
책을 읽어달라는 것, 잠들기 전 차를 한 잔 마실 테니 타오라는 것.
 
무엇을 요구해도 되겠죠.
 
그는 지금 당신의 전속 사용인이니까요.
 
로이드:"일은 하루만에 다 익힌 것 같네요."
 
직접 옷을 벗고 잠옷을 집어 들어 갈아입는다.
 
"이제 둘뿐인데, 아까 일에 대해 할 이야기 없나요?"
 
연은수:......없어요.
 
로이드:"있어야 할텐데요."
 
잠옷을 모두 입고 돌아서 너를 똑바로 바라본다.
 
"언제부터 왜, 어떤 일이 있었길래. 전부 설명해. 난 내 식솔에게 위험이 될만한 사람을 저택에 들이지 않아."
 
연은수: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저 내가 전에 말했던 것과 같은 일들이 있었고, 아까 일은... ...알레르기 반응의 일종이었어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갈증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의사도 무슨 증상인지, 어떤 성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형한테 그랬던 건 미안해요. 원래 사람한테 그러진 않는데... 그때 너무 미친듯이 목이 말랐을 뿐이에요. 아마 충격적인 일을 본 뒤라 더 그랬겠죠. 정신적인 일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잖아요.
 
로이드:문득 어제 밤에도, 꿈인진 모르겠지만.. 네가 갈증이 인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스스로 생각해 볼 때.. 지난 밤에도 갈증 때문에 깼던 건 아닌가요? 빗물 때문에 열어재낀 거고."
(창문을)
 
연은수:....그건 정말 몰라요. 난 그냥 형 옆에서 잘 자고 있었다고요. 그때는 그렇게 목이 마르지도 않았고. 난 모르는 일이에요.
 
로이드:한숨과 함께 눈가를 매만졌다.
 
"그 백작이 줬다는 목걸이. 지금은 어디있나요."
 
연은수:길가에 버렸어요. 어딨는진 나도 몰라요.
 
로이드:"정신을 못차리는 정도면..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지경인 거 아닌가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마른세수를 하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또 두통이 인다.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인다니. 이상하잖아..
 
연은수:하지만 정말, 사람한테 그러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까 봤잖아요. 나 시체 잘 못 보는 거.
 
로이드:"그건 그렇긴 한데.. 이미 한 번 그랬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잖아요. 심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어느 주기로 그러는 건지도 모르는 거죠?"
 
연은수:...자주는 아니에요.
(고개를 들어 한참 쳐다본다.) ...날, 믿어야 해요, 형.
 
로이드:".... 사이비같은 말 하지 말아요. 오히려 신용 떨어지려 하니까."
 
머리 꾹꾹...
 
"한가지 더. 갈증이 난다면서 왜 곧장 찻잔이 아니라 나한테 온 거예요? ...물만 마시면 되는 거 맞죠?"
 
 
로이드:피가 필요하다던가, 혈액이 필요하다던가..
 
연은수:그냥.. (고개를 갸웃) 그런 거 아닐까요, 사람도 붉은색이 더 맛있어 보이잖아요.
 
로이드:"....?"
 
연은수:음식이요.
 
로이드:두 귀를 의심한다.
"그 말.. 오해의 소지가 아주 깊은 거 알죠? 누구한테 물보다 내가 맛있어 보였단 거죠?"
 
연은수:....딸기차 같았다, 정도로 이해해요.
 
로이드:더 이해 못할 표정이 됐다.
 
연은수:(입술 꾹...)
 
로이드:"... 사람 맞죠, 은수? 당신.."
 
헛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반쯤 진심이 담긴 물음.
 
연은수:사람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는데요?
 
로이드:"...사람 안 같게 비유를 하잖아요. 안 그래도 낮의 일들 때문에 심란한데."
 
연은수:사람이니까 사람 답게 음식에도 비유했는데...
 
로이드:"아니.. 그럼 이성을 잃었을 때의 당신은 사람도 음식으로 보는.. 하.. 말을 말자.."
 
말이 안 통하는 걸 보니 이전 그대로의 은수가 맞는 것 같다.
 
연은수:(이상하게 인정받아버렸다.)
아무튼, 안 자요? 벌써 저녁이 늦었는데.
 
로이드:못 잔다 쪽이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자야죠.. 앞으로 물병 목에 걸고 다녀요. 명령이예요. 그리고, 기분 안 좋아졌으니까 가서 차 한 잔 끓여와요. 예쁘게."
 
딱히 차가 마시고 싶은 건 아니지만 너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니 뭐라도 시켜먹어야겠다.
 
연은수:...물병을 어떻게 목에 걸고 다녀요. 하나 만들어 주던가... (구시렁거리면서 꼬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로이드:"예쁜 눈 해야죠~"
 
나가는 등에다 이야기한다.
 
연은수:(째릿..)
 
문이 닫히고 몇 분...
 
다시 방으로 돌아온 은수의 손에 쟁반이 들려 있습니다
 
쟁반 위에는 예쁜 컵에 담긴 레몬티가 올라가 있습니다.
 
로이드:얼마나 잘 끌여왔나. 찻잔을 들어 호록 한 모금 마신다.
끓여
 
연은수:
예술/공예(요리) Roll
기준치: 5/2/1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로이드:한 모금만에 뿜음..!
 
연은수:.....
 
로이드:에퉤퉤..
"...해보자는 건가요?"
 
도전을 받아주지.
 
연은수:나름 정성껏 타왔는데...
 
로이드:"뭐를, 독을? 직접 마셔봐요."
 
찻잔 내밈. 원샷을 하라는 압박의 눈동자.
 
연은수:(찻잔을 받아 마신다.)
건강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컯)
 
로이드:"본인 차에 대한 소감은?"
 
연은수:앞으로 요리는 절대 직접 하지 않겠습니다...
 
로이드:"자, 다시 끓여와요. 오늘 제대로 된 차 끓이는 법 마스터해야죠."
 
맛 좋은 차가 나올 때까지 밤새 끓여오게 할 작정.
 
연은수:(여러 번 독을 음미하며 가르쳐주겠다는 뜻인가?)
 
로이드:(먼저 먹일 것이다. 요리사는 기미상궁도 겸하도록 하라)
 
다시 나간 은수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려서, 이번에도 똑같은 모양의 찻잔에 차를 내어옵니다.
 
음, 아까와는 색이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해요.
 
로이드:오, 이건 제법..?
"마셔봐요."
 
연은수:(차를 들어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고 내려놓는다.)
 
로이드:"빨리 익혔네요?"
 
바이올린 연주도 잘하더니 손재주는 다 좋나. 한모금 호록.
 
아주 맛있습니다.
 
로이드:"..은수가 탄 거 아니죠?"
 
의심의 눈. 이렇게 맛있을리 없어.
 
연은수:메이드 깨웠어요.
 
로이드:"직접 타오라니까요."
 
연은수:그랬다간 밤새 아까 같은 차를 종류별로 마셔야 했을 걸요.
 
로이드:그게 내 취지야.
 
연은수:설마 나 쓰러지라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죠.
 
로이드:".. 흠, 설마요. 그냥, 앞으로 차도 탈 줄 알아야 시 종 역 할이 순탄할 테니까. 도움을 주려던 거죠."
 
연은수:(진짜 시종도 아닌데... 중얼.) 1년에 걸쳐 차차 배워볼게요.
 
로이드:"...1년 가기 전에 누명 벗을 계획은요?"
 
부려먹는 건 좋지만 그렇게 오래 여기 있으려고..?
 
"아무튼 차 잘 마셨어요. 목에 물병 걸고 다니는 거 잊지 말고. 진지한 소리입니다."
 
연은수:(그러니까 그런 거 시키지 말란 뜻이죠, 라는 눈으로 빤히 쳐다보다가) 허리에 메고 다니는 거 남았는지 물어볼게요.
 
로이드:"그래요. 그리고.. 이제 나 잘 거니까 바이올린 켜줘요."
 
오랜만에 음악이 듣고 싶네. 잘 것 같진 않지만, 너를 시종으로 두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다. 원할 때마다 연주시키기.
 
"들키면 안 되니까 조용하게."
 
연은수:...힘든 것만 시키네요.
바이올린은 어디에 있어요?
 
로이드:"저쪽, 내 방 우측 세 번째 방에요."
침대에 누워 고이 이불을 덮고 손짓한다.
 
다시 문이 열리고, 닫히고, ..... 열리고.
 
돌아온 은수의 손에 마치 제 것처럼 바이올린이 들려 있습니다.
 
집사복을 입어도 저렇게 들고 있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로이드: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감회가 조금 새로운 눈으로 본다.
 
이어 당신의 옆으로 온그는 바이올린을 턱 밑에 대고 활을 올립니다.
 
연은수:(어떻게 할까... 밖으로 들린다면 곤란해지는 건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도 마찬가지다. 가장 조용한 곡. 느리고...)
 
잠시 고민하던 그의 팔이 움직이고
 
낮은 음들이 순차적으로, 그러나 부드럽게 연결되며 고요하게 방 안을 채웁니다.
 
연은수:
예술/공예(연주)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로이드:기분 좋게 완벽한 네 선율을 감상한다.
언제 들어도 무척 훌륭하고 아름답다.
 
기분 좋은 선율 속에서 점점 눈이 감겨옵니다.
 
곡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짙게 눌러붙은 끝머리가 여운으로 길게 남아있다 끊길 즈음,
 
연은수:...잘 자요.
 
은수의 목소리에 무거운 눈이 감깁니다.
 
푹신한 이불과 베개가 당신의 몸을 감싸고 고른 숨을 내뱉으면 금세 몸이 나른해지며 잠이 쏟아져요.
 
그렇게 당신은 잠에 듭니다.
 
달칵.
 
하고 창문 여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지만, 그건 신경쓰지 않기로 해요.
 
6.불청객
 
여느 때와 같은 조용한 오후입니다.
 
은수도 그새 사용인 행세에 적응한 모양인지 조용히 제 할 일을 하고 있고,
 
그다지 소란스럽지도 않은...
 
참, 밤 사이에 또 온 집안의 창문이 열려있어 복도가 물바다였다고 했던가요?
 
덕분이 사용인들 사이에 귀신이니 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도는 것 같지만, 당신만큼은 평온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불청객이 찾아오기 전까지는요.
 
손님이 찾아왔다는 안내로 응접실로 향하면 처음 보는 사람이 소파에 앉아있습니다.
 
그는 당신이 온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목례합니다.
 
앨런 카터:처음 뵙겠습니다, 로이드 그레이 씨.
저는 엘런 카터 형사라고 합니다.
 
로이드:"반갑습니다. 형사 분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시죠?"
 
형사..?
 
앨런 카터:(모자를 슬쩍 벗어내리며 웃는다.) 어제 저택에서 사용인 하나가 죽었다지요? 사고사였다지만 신고가 들어오면 그래도 확인을 해야 하는 터라 이렇게 찾아오게 됐습니다.
아 뭐,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고요. 의례적인 겁니다, 의례적인 거.
 
로이드:"아, 그렇군요."
 
사고가 있었으니 그럴만 하지. 그런데 내게 알리지 않고 누군가 신고를 한건가? 집사장에게도 전해들은 바가 없는데.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메이드장을 불렀다.
 
"형사님을 어제 수습한 그이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리세요."
 
앨런 카터:(메이드장을 부르는 손짓에 손을 내저으며) 아닙니다 괜찮아요. 벌써 그쪽은 슥 돌아보고 왔습니다. 여기 분들이 참 친절하고 협조적이셔서, 조사는 금방 끝났죠. 이런 일 할 때마다 가는 동네에 정이 많은 게 얼마나 좋은지... (사람 좋게 웃더니)
어이쿠, 그런데 이거 원 비가 며칠을 내리 내려가지고. (축축해진 코트를 벗어 다가오는 사용인에게 건넨다. 감사합니다, 인사하고는 멀어지는 사용인을 보다가 당신을 향해 몸을 숙여서)
잠깐 드릴 얘기가 있는데, 사용인들을 물려주실 순 없을까요?
 
로이드:고개를 느릿 기울여 그를 바라보다가 시종들에게 모두 나가 있으라 말했다.
 
"... 무슨 이상한 점이라도 발견하셨나요?"
 
사용인이 모두 떠나면 응접실엔 탐사자와 카터 형사. 두 사람만이 남아 있습니다.
 
카터 형사는 사용인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까지 확인한 뒤, 은밀한 목소리로 본론을 꺼내놓기 시작합니다.
 
앨런 카터:실은 사용인이 죽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건 핑계였습니다. 그레이 씨께서도 제가 왜 찾아온 지 아실 것 같으니... 연은수 씨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틀 전, 이 주변에서 연은수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저택 주변의 골목에서 한참이나 이 저택을 바라보고 있다가 날이 저물자 이곳으로 향했다더군요.
이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실 텐데요.
 
로이드:올 것이 생각보다도 일찍 왔구나 싶지만, 침착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는 바가 없군요. 그런 이야기를 왜 저택을 관리하는 사용인들이 아닌 내게 묻는지 모르겠네요. 이곳에 누가 드나드는지 관리자들이 더 잘 알텐데."
"무엇보다 연은수? 그는 한 달 전 사라져 죽은 것 아니었습니까?"
 
앨런 카터:(곧은 눈길로 당신의 안색을 살피다가도 활짝 웃는다.) 아하하, 아무래도 이 근방의 주인이시니 아시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지요. 소문에 대해 모르신다, 이거시죠. 이거 아깝군요. 드디어 꼬리를 잡았나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그게, 한 달 전에 사라졌어도 시신을 발견한 건 아니라서요. 사건이 사건이다 보니 저희 쪽에서도 진중하게 수사중이라서요.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럼, 이런 질문은 어떻습니까?
죽은 사용인은 확실히 사고로 죽은 게 맞습니까? 아까 들어오면서 계단을 확인했지만, 그곳에서 구른다고 사람이 죽을 정도는 아니던데요. 기껏해야 골절이 좀 될까...
 
로이드:"이해합니다. 추궁을 하는 듯한 투는 당황스러웠지만요."
 
그의 말을 우아하게 받으면서도 무례하였다고 돌려 꼬집었다. 사용인에 대한 것은.. 확실히 나도 의심하고 있던 것이라.. 손잡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점은 다들 의아하게 생각합니다만 달리 목격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그 방면에 뛰어난 사람이 아쉽게도 내 사람 중엔 없어서요. 누군가와 같이 있었단 이야기도 없으니 사고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앨런 카터:추궁하듯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라곤 원체 이런 일이라. 너른 아량으로 그냥 직업병이겠거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눈을 휜다. 모아 쥔 주먹을 검지로 슬슬 문지르다가) 그랬군요. 목격자도 없고. 이거야말로 의문사인데...
 
말꼬리를 길게 늘이던 형사가 당신을 쳐다봅니다.
 
당신의 진의를 알아보려는 눈빛임이 분명합니다.
 
로이드: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눈을 마주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형사님께서 힘써주셔야겠군요. 지금 그레이 가가 연은수의 타깃을 됐을지도 모른다는 말 아니십니까?"
"나는 내 저택에 변고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주변 경계를 강화해 주시면 좋겠네요."
 
앨런 카터:물론 경계는 항시 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구석구석 숨어있는 하나까지 모두 조사하고 알아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말인데...
 
형사가 부드럽게 미소를 짓습니다.
 
앨런 카터:사용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어제 새로운 사용인이 왔다던데. 그 사용인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나 예방과 정보조사 차원에서입니다.
 
...곤란합니다.
 
여기에서 은수를 넘겨버린다면, 당신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숨겨준 죄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우선 그를 숨기는 게 좋겠죠.
 
형사를 얌전히 만들 방법은 여럿이 있을 겁니다.
 
로이드:"음? 그이를 만나야할 이유가 정확히 뭔가요? 그이는 내 친척이라 신변이 정확한 이인데?"
 
앨런 카터:멀리서 오신 분이라길래 그쪽 지역에선 뭐 들은 게 없으신가 해서 말이지요. 그냥 가벼운 탐문입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구요.
딱 한 번만 만나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저희가 이렇게 구르는 거 하루이틀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하하.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요.
 
로이드:"연은수가 이 지역에서 목격된 것이 얼마전 밤인데 타지역 사람의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 납득되질 않는군요."
 
앨런 카터:저야말로 그저 진술 하나 더 확보하려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막으려 드시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짐작 가시는 바가 있으신 건...
 
로이드:"앨런 카터 경. 앞서 경의 무례에 대해 내 불편한 심기를 경고하였을 텐데."
"경이야말로 나를 의심할만한 근거를 정확히 이야기해야 할 거야."
"귀족가의 자제가 그 친척에게 몸을 의탁하는 것이 뜻하는 바를 모르나?"
"그레이 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은 건 아니겠지."
 
당신의 말에도 눈길을 거두지 않고 마주하던 형사는,
 
곧 다시 유한 모습으로 돌아와 옆에 내려두었던 모자를 집어 씁니다.
 
앨런 카터:어이쿠. 그럴 리가요. 저야 시키는 대로 조사를 해야 하니 좀 강하게 말씀드려보았을 뿐입니다. 사건 조사와 진술 얻기가 좀 힘들어야 말이죠.
 
그는 드디어 은수의 행방을 묻는 것을 포기한 듯 보입니다.
 
그는 그리고 잠시 말이없다가
 
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당신에게로 내밀어 옵니다,
 
로이드:"...이게 뭔가."
 
구겨진 눅눅한 종이에 그려져 있는 것은 자두를 닮은 형태의 열매입니다.
 
푸른 물감으로 칠해져있는 것이 꼭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모양새군요.
 
카터 형사는 말없이 그것을 내밀고 당신의 반응을 살피더니 이내 종이를 돌려받으려는 듯 손을 내밀어 옵니다.
 
앨런 카터:표정을 보아하니 이것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은 없는 것 같군요.
 
로이드:"...끝까지 나를 시험하는군. 설명하게, 무엇인지."
 
앨런 카터:(웃으며 종이를 다시 받아 품에 넣는다.) 지겨우시겠지만, 연은수에 대해 이야기 드릴 것이 있으니, 내일 오후 2시까지 서로 와서 절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수사중인 내용이라 이곳에서 발설할 수는 없고...
연 가의 참극을 이곳에서 되풀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꼭 와주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절대 그 누구에게도 저를 만난다는 것을 발설하지 마십시오. 그 누구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눌러 말하는 힘이 실린 목소리를 끝으로 카터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서 짧은 목례 후, 응접실의 입구로 향합니다.
 
닫히는 문과 멀어지는 발소리.
 
아, 문득 자신은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 말하던 은수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이어서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제 계단 아래에 쓰러져있던 처참한 시신.
 
은수 옷깃의 작지만 선명했던 붉은 자국.
 
미친 사람처럼 목을 쥐어뜯던 은수의 손.
 
그리고 올곧은 눈으로 제게 말하던 형사의 얼굴.
 
당신이 이 저택에 숨겨준 것은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쓴 사람이 맞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로이드:두통....
내가 이놈을 만나고 나서 뭐하나 되는 일이 없어..
 
연은수:손님이 다녀간 모양이에요. 형사라는 것 같던데.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얼마나 생각에 깊이 잠겨있었으면 사람이 다가오는 인기척마저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요.
 
로이드:"으악!"
 
때림
 
고개를 돌리면 조금 굳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은수가 서 있습니다.
 
연은수:아야. (맞은 곳을 문지르며 찡그린다.)
 
로이드:은수라는 걸 확인하고 나니 별로 미안하지 않다.
진이 빠진 얼굴로 이마를 문지른다.
"...명이 줄어든 것 같아."
 
연은수:왜요. 뭐라는데요.
...나에 대해 물어요?
 
로이드:"그게 아니면 뭐에 대해 물었겠어요.. 그보다, 아니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주변에 목격 당한 후에 오면 어떡해..!"
 
연은수:..목격자가 있을 줄은 몰랐죠. 나도 사람이라니까요.
 
로이드:"이런 식으로 증명하지 마요."
 
연은수:(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잔뜩 억울한 표정.)
 
로이드:억울한 표정을 무시.
 
"그래서, 누명 풀기 진척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죠? 형사한테도 거짓말 했으니 이제 정말 빼도박도 못하게 됐는데."
 
연은수:...음. 아직 눈에 띄는 건 없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진짜 일 년을 붙어있진 않을 테니까요.
 
로이드:"내 목도 일 년까지 안 붙어 있을 것 같아서 그렇죠. 그 현장에서 뭔가 발견한 건 없었나요?"
 
연은수:(말해놓고 작게 웃는다. 완전히 같은 배를 탔다는 것에 오히려 안심한 것일까.)
 
로이드:빼박 같은 배인 걸 인정해서 한 대 더 친다.
 
연은수:한 번씩 다 불에 타서요. 남아 있는 건 다 시체.. 아야
 
로이드:"그 이상한 목걸이. 그건 어떻게 생겼었어요?"
 
(To GM): 0 (성공 1, 실패 0)
 
연은수:
(To GM)rolling 1d5
 
(
1
 
)
 
 
=
1
 
연은수:그러니까... (생각하는 건지 허공을 보다가) 은색에, 작은 보석들이 달려 있었고... 장식으로 얇은...........
 
그런데...
 
은수가 이상합니다.
 
분명 바로 직전까지 당신을 바라보며 응시하던 눈은 초점이 흐려져 허공을 응시하고,
 
이어지던 말들 또한 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로이드:또...?
재빨리 마실 것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마치 실에 묶인 인형극의 마리오네트처럼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뒤를 돈 은수는 당신을 내버려두고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로이드:"어디 가요!"
 
벌떡 일어나 쫓아간다.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불러도 들려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의 걸음을 따라 걸으면 도착한 곳은 주방.
 
그는 망설임 없이 고기를 저장해둔 곳으로 향하더니 곧 바닥으로 주저앉습니다.
 
질겅. 질겅.
 
꿀꺽.
 
무언가를 씹어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몇 분이나 그러고 있었을까요.
 
문득 움직임을 멈춘 은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당신을 응시합니다.
 
온통 붉게 물든 입가와, 잇새에는 날고기를 문 얼굴로...
 
연은수:
(To GM)rolling 1d3
 
(
3
 
)
 
 
=
3
 
로이드:헛숨을 들이키고 주춤주춤 물러나 재빨리 주방을 나간다.
문을 닫는다.
 
주방을 나서기 전 본 그의 모습은...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것과, 자신의 입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례로 확인하곤 그것들을 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문 안쪽에서 구역질 소리가 들립니다.
 
로이드:뭐야.. 뭐야.. 여전히 놀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틈안을 들여다본다.
 
생고기에서 묻어난 핏물이 흥건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몇 번의 헛구역질을 하던 은수가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피하곤 주방 문을 박차고 밖으로 도망치듯 달려나갑니다.
 
당신이 본 것들을 되새겨 봅니다.
 
핏물로 물든 입가와 날고기를 욱여넣은 입.
 
텅 빈 동공으로 당신을 돌아보던 그것이 사람의 형상이던가요.
 
로이드, 지금 당신의 저택에 들어선 것은 당신이 알던 연은수가 맞습니까?
 
7.차가운 손
 
그 모든 일이 있었지만, 은수는 지금 다시 당신의 곁에 서있습니다.
 
도망칠 땐 언제고 다시 말끔해진 차림으로 돌아와 당신의 옆에서 저녁식사 시중을 들고 있군요.
 
비워진 잔에 와인을 채우고, 당신이 떨어트린 식기를 줍기 위해.
 
다만, 당신의 눈을 끈질기게 피하고 있습니다.
 
로이드:나 역시도 심란해서 그의 얼굴을 곁눈질만 할 뿐이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당황한 것 같은데... 이전에 그런 적이 없는 건가? 하지만 얼마 전에도 생고기가 사라졌는데. 생각이 복잡하다.
 
연은수:......더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로이드:"... 아니, 오늘 식사는 이걸로 됐어요."
 
입맛이 없어 반이상 남기고 식기를 내려두었다.
 
연은수:방으로 모시겠습니다.
 
로이드: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은수:(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서너 걸음 앞서서 방으로 올라간다.)
 
어제와 같은 저녁 시중. 어제와 같은 취침 준비입니다.
 
방신의 방까지 따라 들어온 그의 손에는 어느새 당신의 잠옷이 들려 있습니다.
 
로이드:".. 오늘 주방에서의 일도 처음 겪는 일이에요?"
 
옷을 갈아입으며 넌지시 묻는다.
 
연은수:......단추, 틀렸어요.
 
그의 손길이 엇갈려 들어간 단추를 바로잡기 위해 당신에게로 뻗어집니다.
 
로이드:"대답 안 할 거에요?"
 
지금 단추 틀린 게 대수인가. 갈아입던 옷을 내버려두고 너를 똑바로 본다.
 
그는 묻는 말에 답하지 않은 채 하나씩 단추를 풀어 다시 채워줍니다.
 
그런데 문득,
 
맨몸에 스치는 은수의 체온이 불쾌할 정도로 차갑습니다.
 
로이드:...? 네 손을 덥썩 쥔다.
 
연은수:무슨 말을 해도 해답이 되지 않으니까요.
....
 
아주 차갑습니다.
 
연은수:이렇게 갑자기, 스킨십은 곤란해요.
(조용히 손을 빼낸다.)
 
로이드:헛소리는 무시한 채 뺨이라던가 다른 곳도 만져본다.
 
연은수:(빠르게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침대 반대편에서 이불을 걷고) 주무실 시간입니다.
 
로이드:"당장 이리 와요. 명령이니까."
 
눈을 홉뜨며 내 앞을 가리킨다.
 
연은수:나는 형의 진짜 사용인이 아니에요.
 
로이드:"알아. 그러니까 당장 이리 오라고. 내쫓기 전에."
 
연은수:날 내쫓으면 이제 형도 무사하지 못해요.
아직 형한테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희미하게 웃는다. 비웃듯이.) 다 포기할 수 있어요? 고작 그런 것 때문에?
 
로이드:"포기할 수 없다면 의심스러운 너를 내쫓는 게 맞는 거지. 살인자를 숨겨준 것? 그건 나 혼자서 책임질 수 있는 일이야. 그런데 살인자를 내쫓지 않아서 벌어지는 참사? 그거야말로 나 혼자 책임 못질 일이지. 뭘 숨기는 거야?"
 
연은수:날 내쫓으면 난 얼마 가지 못해 잡힐 거고, 잡히면 형이, 이 저택의 사용인들이 날 알면서도 숨겨줬다고 진술할 거예요.
(이것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은 안 돼. 시선을 또 피한다.)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잠이나 자요.
나머지는 정말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로이드:"내 저택에 들어와 놓고 네가 알아서 한다고? 지금까지 네가 내게 보여준 모습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모르겠어? 내가 너처럼 말했으면, 넌 이해할 수 있어?"
 
연은수:.......
힘든 거 알아요. 하지만... 안 돼요.
 
로이드:"왜야. 그럼 말할 수 없는 이유라도 말해. 내가 너를 숨겨준 것을 후회하고 다시 형사를 부르기 전에."
 
연은수:말할 수 없어요. 그것 뿐이에요.
형사한테 가면......
나한텐 정말 길이 없는 거, 알죠 형? 나한테 씌워진 죄목이 뭔지 알죠. 내가 정말 사형수가 되길 원한다면, 가요.
 
로이드:"...하. 내 식솔들 안위로 협박이 안 먹히니까 이제 동정 작전으로 가는 거니? 너도 너 스스로 납득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른세수를 하며 침대에 털썩 앉는다.
 
연은수: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잊어요. 그럼 언젠가 다 해결될 거예요. 그냥 지금까지처럼 그렇게 살아요.
(자신 향한 기세가 줄어들자 그제야 다시 반대편으로 다가가 침대에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로이드:"됐으니까 내 방에서 나가."
 
다시 몸을 일으켜 앉는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며 나가라 손짓한다.
 
말없이 침대 위로 몸을 뉘인 당신에게로 이불을 정리해 덮어주고,
 
...
 
약간의 틈을 두고
 
멀어질 줄 알았던 얼음장같은 손이 당신의 뺨으로 와닿습니다.
 
왜...?
 
연은수:...잘 자요.
 
웃었나요?
 
웃은 건가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비웃음도, 실소도 아닌.
 
마치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한....
 
하지만, 이유를 묻기도 전에 잠이 쏟아져 옵니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감아내면, 마지막으로 들려온것은 또다시 그 소리...
 
달칵-
 
......
 

8.푸른 열매

 
카터 형사가 말했던 그 날입니다.
 
오후 2시까지 서로 와달라고 했었죠.
 
로이드:오늘도 저택이 물바다인가 보고..
 
그렇습니다.
 
로이드:또 모든 문을 열어뒀나.. 이런 부지런한 또라이 같으니..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고 집사장에겐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말한 후 서로 향한다.
 
당신은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은수를 두고 저택을 나섭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은 채, 온 도시를 적시며 쏟아지고 있습니다.
 
며칠째 폭우가 내린 탓에 날 또한 부쩍 추워졌군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에 코트 깃을 여미고 우산 아래로 겨우 몸을 숨긴 채 서로 들어섭니다.
 
앨런 카터:아, 그레이 씨!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로이드:카터 쪽으로 간다.
 
당신을 반갑게 맞이한 카터 형사는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김이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가져와 당신 앞으로 내밉니다.
 
그는 테이블 위로 엉망으로 늘어져있던 서류더미들을 한 쪽으로 밀어 놓더니 자리가 난 테이블 위로 흑백 사진 몇 장을 늘어놓습니다.
 
사진엔 하나같이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들이 담겨있습니다.
 
목과 가슴 등 급소를 공격당해 사망한듯한 시신의 사진.
 
그 옆엔 불이라도 난 것인지 온통 재가 돼버린 새카만 땅.
 
로이드:따뜻한 차가 반가워 홀짝이다가 사진을 보고 입맛이 떨어져 내려둔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자두를 닮은 열매들이 맺혀있는 잎이 없는 밝은 색의 나무줄기.
 
나무의 줄기에는 마치 절규하는 듯한 사람의 얼굴을 닮은 형상.
 
그리고...
 
죄수복을 입은 남자의 어깨 위로 아까 본 나무줄기와 흡사한 것이 돋아나있고, 그 끝엔 열매가 맺혀있는 모습.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로이드:"...뭐죠, 이게..?"
 
앨런 카터:첫 번째 사진은 연 저택에서 사망한 시신들의 사진입니다. 신문에 난 것과 같이 온통 급소를 공격당했죠.
(두 번째 사진을 끌어와)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은 연은수가 반 년 전 북부에 사들인 땅이죠. 주변 마을의 말로는 과수원이 있었다던데, 어느 날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고 다시 가보니 저렇게 온통 불에 타있었다더군요.
그리고 이게, (세 번째 사진을 끌어와) 그 과수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열려있던 나무입니다. 과수원이 불타기 전 그곳을 보았던 사람들의 진술로 과수원에 심은 과일과 동일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마지막 사진은... 그 과일을 먹은 사형수의 모습이죠.
 
로이드:"그러니까.. 그 참사와 이 과일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연은수와 관련이 있다?"
이걸 과일이라고 해도 되나.
 
카터 형사는 무언가를 테이블 위로 올려둡니다.
 
입구가 막힌 비커에 들어있는 시리도록 푸른색을 머금은 과일 하나를.
 
앨런 카터:과수원을 조사하던 중, 이상한 제보 하나를 받았습니다. 듣기로는 그 과수원에서 일을 하던 자라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과수원에서 돌아온 이후로 집에 처박혀 나오질 않고 과일만 보면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킨다더군요.
그가 이야기하길. 그 과수원의 열매를 먹은 자들은 전부 괴물이 되거나 저 열매를 맺는 나무로 변해버렸다는데...물론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일은 어떤 과일이며, 연은수가 어떤 목적으로 이것을 재배했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상부의 허가를 얻어 사형 집행이 예정돼있던 사형수들에게 열매를 섭취시켰습니다.
열매를 반개 정도 먹은 사형수 들은 목마름과 배고픔을 호소했으나 물과 음식을 줘도 계속해서 괴로워했습니다. 종종 자아를 잃은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체온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덥다며 옷을 벗으려 들었죠.
강제로 체온을 덥힌 사형수는 곧 먹은 열매를 토해냈습니다. 분명 씹어 삼켜 곤죽이 됐을 열매가 크기만 작아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있더군요. 그리고 사형수의 상태는 급속도로 좋아졌습니다.
...미친 소리 같으시겠죠. 압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미친 소리인 줄 알았던 게 전부 사실이더군요...
 
로이드:"...네, 미친 소리같네요."
 
앨런 카터:여기서부터가 질문하셨던 사항인데,
연 저택에서 살인이 있던 날, 연은수가 그의 저택으로 이 열매를 대량으로 들여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저택의 사람들이 이 열매를 먹었다면...그가 사용인들을 살해하고, 저택과 과수원에 불을 지른 이유가 설명됩니다.
 
로이드:"...괴물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요?"
 
앨런 카터:추측하기로, 연은수 본인은 처음부터 이 열매가 무엇인지 몰랐을 테고...이것들이 밖으로 퍼져나가는 걸 어떻게든 막고 싶었을 테죠.
(어깨를 으쓱인다.)
이게 저희가 알아낸 전부입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열매를 분석하는데도 시간은 걸릴 테니까요.
 
로이드:"그럼 그 연은수는.. 왜 이 과일을 키운 거죠? 잘 알지도 못하는 식물을?"
 
앨런 카터: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런 이유보다도, 열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연은수를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저번에야 이상하게 보셨을 테니 그런 식으로 말씀드렸지만, 우린 그를 잡아들이려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감사하고 있죠.
그 저택에서의 살인이 없었다면 지금쯤 이 도시는 저 열매와 시체들로 뒤덮여 있었을 테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이것들이 다 현실이란 말인가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로이드:"그 과일들은 전부 확실하게 폐사되었나요? 아니면 시중을 떠도는 것이 있는 건가요."
 
앨런 카터:그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매우 은밀하게 유통되고 있다면 물위에서 모두 적발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의 말을 곱씹으며 은수의 행동들을 떠올려봅니다.
 
목을 쥐어뜯으며 갈증을 호소하던 은수.
 
핏물이 떨어지는 날 고기를 뜯어먹던 은수.
 
그리고 매일같이 열려있던 온 집안의 창문...
 
그때, 카터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열린 문틈 사이로 카터를 급히 찾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앨런 카터:실례하겠습니다.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잠시만 계시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로이드:"아, 예.."
 
카터는 양해를 구하고 열매만을 챙겨든 뒤 사무실을 나섭니다.
 
그가 나가자 방 안에는 당신만이 우두커니 남아 있습니다.
 
로이드:난로 앞에 묶어둬야 하나, 은수를..
 
사무실을 조금 구경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로이드:심란한 표정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을 본다.
 
홀로 남아 사무실을 둘러보면 당신이 앉은 소파와 테이블을 제외하고 [책상]과 [작은 캐비닛] 정도가 들어서 있는 좁은 사무실입니다.
 
로이드: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가본다.
 
책상 위엔 메모지와 펜이 엉망으로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메모지 위엔 커피 잔을 놓았다 뗀듯한 커피 자국 또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상 한쪽에 놓인 카터의 것으로 보이는 조금 젖은 코트입니다.
 
코트 아래로 무언가 들어있는 듯, 불룩합니다.
 
로이드:문가를 스윽 눈치를 살피고 뭔지 확인해본다.
 
코트를 들추자 [수갑]과 장전된 [리볼버 한 구]가 보입니다.
 
카터가 한 이야기들과 은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 물건들이 있다면 은수가 공격적으로 변했을 때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죠.
 
적어도 당신 몸을 지킬 무기가 생기는 셈이니.
 
로이드:일단 둘 다 챙기자. 리볼버는 쓸 일이 없길 바란다.
이번엔 캐비닛을 본다.
 
리볼버 (1d10)
 
캐비닛에는 잡동사니와 수많은 서류들이 엉망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 같군요.
 
그중 가장 최근 것으로 보이는 제일 앞의 서류뭉치를 들어 펼쳐보면...
 
은수의 인적 사항과 살인사건 이후 그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의 추측 위치는 로이드, 당신의 저택입니다.
 
로이드:...일 잘 하네..
더 볼 건 없나.. 뒤적...
 

이외에도 이리저리 뒤적이고 있었지만, 딱히 볼 만한 것도 없고,

 
카터 형사는 아직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돌아오면 당신을 추궁하고 협조를 갈구하겠죠.
 
로이드:"..많이 늦네."
 
그는 당신의 저택에 연은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니까요.
 
카터에게 협조해 은수를 넘기지 않는 이상 당신과 당신의 가문은 분명 곤란해질 겁니다.
 
지금 카터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몰래 서를 빠져나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로이드:도망갈 기회다. 이틈에..
태연하게 서를 빠져나간다.
 
서를 빠져나옵니다.
 
밖으로 향하면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날이 어둑해져 가자 더 추워지는 것만 같아요.
 
뿌옇게 퍼지는 입김을 뒤로하고 당신은 저택으로 향합니다.
 
당신의 사용인.
 
연은수가 기다리고 있을, 그 저택으로...
 
9.끝에서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당신을 마중 오는 이들이 없습니다.
 
로이드:불길한 기분이 스친다.
 
저택의 불은 전부 꺼져있는 듯 어둑하고, 바깥과 다를 바 없는 찬 공기가 당신의 주변을 맴돕니다.
 
주변을 살피면...
 
또네요.
 
온 집안의 창문이 열려, 그곳으로 들이친 빗줄기로 인해 바닥과 벽이 젖어있습니다.
 
한 걸음 들어설 때마다 물기에 젖은 바닥을 밟는 당신의 구둣발 소리와 더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 소리만이 텅 빈 듯한 집안을 울립니다.
 
로이드:서둘러 집안을 살핀다. 사용인들은?
 
안으로 들어설수록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세차게 내리치는 비 냄새 말고도 당신의 코끝을 스치는 냄새가 있었습니다.
 
비릿하게 풍기는 기분 나쁜 냄새.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하면, 드디어 그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습니다.
 
군데군데 수를 놓듯 붉게 칠해진 웅덩이들과 쓰러져 있는 몇 명의 사용인들.
 
사용인들...
 
숨이 붙어 있는가 가만히 보고 있자면 미동도 없습니다.
 
이미 한참 전에 차게 식어버린 듯한 몸만이 당신의 눈앞에 널려있을 뿐입니다.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듣기 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8/29/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재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8/29/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때 당신은 듣습니다.
 
저 복도의 끝, 응접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확실하게 들려왔습니다.
 
무언가 억눌린 듯한, 아주 작은 신음소리가...
 
아직 숨이 붙은 사용인이 있는 걸까요?
 
로이드:놓칠새라 재빨리 달려간다.
 
소리를 따라 응접실로 향하면...
 
보이는 것은 은수입니다.
 
빗물이 떨어져 젖어버린 벽난로 앞에서, 제 손등을 부지깽이로 찍어 바닥에 고정시킨 채 괴로움에 신음하는 연은수.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To GM): 1 (성공 1, 실패 0)
 
GM:
(To GM)rolling 1d3
 
(
2
 
)
 
 
=
2
 
로이드:"...뭐야. 무슨 일이야? 내 저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서둘러 네게 다가간다.
 
그는 말 없이, 당신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지
 
자신의 손등을 관통해 그대로 나무 바닥에 박아버린 부지깽이만을 노려보고 있다가
 
당신이 곁으로 다가서자, 천천히, 멍한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빗물에 젖은 꼴을 하고서 파랗게 질린 낯으로 당신을 응시하는 저 시선조차 시려오는 것 같습니다.
 
로이드:또 제정신이 아닌 건가? 그래서 내 사람들을 전부 죽였나? 아니면 과일이 반입되는 걸 보기라도 했나? 머릿속이 엉망이다.
 
"정신차려, 연은수!"
 
제 이름이 불리자 그 멍하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는 듯 싶더니
 
순간 당신의 목에서 격통이 느껴집니다.
 
연은수의 자유로운 한 손이, 당신의 목을 움켜쥡니다.
 
한 손이기에 목을 조르기엔 부족한 악력이나, 그의 손톱이 목의 살갗에 박히는 게 느껴집니다.
 
이건 살의가 담긴 행동입니다.
 
연은수는 명백히 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건 정말 연은수가 맞나요?
 
연은수의 뱃속에 들어있을, 그 푸른 열매가 아니고?
 
아이디어 판정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카터 형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열매를 섭취한 사형수가 더위를 호소하며 옷을 벗으려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강제로 체온을 덥혔을 때 그 열매를 전부 토해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연은수에게도...
 
그 와중에도 연은수는 제 손이 엉망으로 망가지고 있는 것도 느껴지지 않는 모양인지
 
부지깽이로 바닥에 고정해둔 손을 움직이며 당신의 목을 조여옵니다.
 
남은 손마저 자유로워진다면 당신은 꼼짝없이 은수의 양손에 목이 졸려 죽고 말겠죠.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무슨 수라도 쓰지 않으면...
 
로이드:속으로 온갓 욕을 하며 목이 졸려 앞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일단 끌어 안았다. 불이라도 지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달리 방법도 손도 시간도 없다. 가진 건 체온뿐이다.
 
근력 판정
 
로이드: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목을 옥죄여오던 손을 밀쳐내고 그를 끌어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은수의 체온을 덥혀야 해요.
 
하지만, 끌어안고 있어도 한껏 차가워진 그 체온이 쉽게 올라가지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힘에 부친 당신이 그의 몸부림에 밀려나 떨어지고 나면,
 
문득 활짝 열린 집안의 창문들이 보입니다.
 
열린 창문에선 연신 비바람이 몰아쳐 오고 있습니다.
 
우선 저 창문부터 닫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집 안의 온도가 내려가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게 뻔하니까요.
 
로이드:벌떡 일어나 창문들을 닫는다.
 
연은수:
(To GM)rolling 1d3
 
(
1
 
)
 
 
=
1
 
창문을 닫자 차가운 바람이 뚝 끊어집니다.
 
그때,
 
연은수:....형.
 
로이드:놀라 재빨리 돌아본다.
 
인형처럼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연은수:....도와줘요.
...이대로 죽기 싫어요.
 
로이드:"..이.. 이, 멍청한 새끼야!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와중에 시간은 없다. 또 네가 저항할지도 모르니 성큼 다가가 수갑을 채워둔다.
 
부지깽이도 뽑나요?
 
로이드:아직은 뽑지 않는다.
 
수갑이 양손을 묶어 부지깽이에 고정시킵니다,
 
파인 살갗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십니다
 
연은수:내가,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난, 정말 말하고 싶었어요.. 살고 싶어... 이대로 죽기 싫어... 무서워, 도와줘.. 형..
 
로이드:옷을 벗어 그 위를 동여매 지혈을 해두고 닥치는대로 난로에 장작을 처넣는다. 불이 제대로 붙는 것을 확인도 하기 전에 다시 네게 돌아가 젖은 옷을 벗기고 내 겉옷으로 둘러싼다.
"알았으니까 닥쳐!"
 
벽난로는 들이친 비 탓에 불이 완전히 꺼져 있습니다.
 
그때 연은수의 옆에 구겨진 채 나뒹구는 것이 보입니다.
 
젖은 성냥 상자입니다.
 
그 스스로도 벽난로에 불을 붙이려 했던 걸까요.
 
어쩌면 은수도 자신을 미쳐버리게 만든 그 파란 열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벽난로도, 당신의 옷도 온통 빗물에 젖어버린 것을요.
 
장작 또한 흠뻑 젖어 불을 붙이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체온을 덥히기만 할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 상관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첫날 그가 이 저택에 왔을 때 샤워실의 상태가 좀 이상하지 않았던가요?
 
분명 뜨거운 물을 받아 놓았는데 어느새 안은 차가운 기운만을 풍기고 있었죠.
 
열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상관없는 걸까요.
 
로이드:"아파도 참아!"
 
부지깽이를 뽑고 당장 들쳐매 욕실로 간다.
 
부지깽이를 뽑자 전에 비해 자유로워진 은수의 손이 당신을 강하게 치고 지나갑니다.
 
연은수:미안, 미안해요... 내가, 그러는 게...
 
울면서도 몸으로는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습니다.
 
로이드:"알아, 시발!"
 
은수 손이랑 싸우다시피한다.
 
당신은 그 폭력이 그의 의지가 아님을 압니다.
 
저렇게 필사적인 표정을 하고서 당신에게 제발 자신을 도와달라 말하고 있는 것을요.
 
그렇게 몸부림치는 은수를 붙잡은 채 욕실로 향해, 더운 물을 틀고...
 
로이드:더운 물에 은수를 담군다.
 
풍덩.
 
물 속에 빠진 그는 또 다시 몸부림을 치고, 당신은 그의 몸을 욕조 안으로 내리누릅니다.
 
그렇게 은수의 몸을 덥히자,
 
며칠 내내 창백하기만 하던 얼굴에 혈색이 돌고, 보랏빛을 띄던 입술이 본래의 색을 되찾습니다.
 
표정도 한결 편안해진 것 같고,
 
가까이서 와닿는 그의 숨 또한 더 이상 차갑지 않습니다.
 
오히려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그때, 은수의 표정이 다시 괴로움에 물듭니다.
 

헐떡이는 숨소리를 내뱉길 몇 번, 이어지는 헛구역질과 토해내지는

 

푸른 것...

 
도저히 인간이 그대로 삼킬 수 있는 크기가 아닌 열매의 모양을 한 그것이 은수의 입 안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마치 쥐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찢어지게 높은 소리가 그 열매로부터 들려옵니다.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곧, 은수가 욕조에서 일어나 열매가 있는 곳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그는 완전히 지쳐버린 듯, 눈을 감고
 
동시에 바닥을 구르는 열매를 짓밟습니다.
 
열매의 비명이 멎고,
 
하얗고 파랗게 터져버린 열매의 과육이 바닥으로 흩어집니다.
 
로이드:나도 진이 빠져 욕조에 기댄다.
 
은수의 몸은 바닥으로 무너집니다.
 
로이드:아이고.. 몸이 무거운 와중에 받아낸다.
 
끔찍했던 악몽을 뒤로하고 실로 오랜만일 단잠에 빠진 은수의 얼굴은 편안해 보입니다.
 
당신은 문득 며칠 내내 지겹게도 들려오던 빗소리가 그쳤음을 깨닫습니다.
 
잠든 은수를 내버려 두고 일어나 창가로 향해 커튼을 걷으면,
 
로이드:편안한 얼굴을 보니 기가 차다..
 
샛노란 햇빛이 물러가는 먹구름 틈 사이로 당신과 그를 비춥니다.
 
아, 지겹던 장마가 끝났습니다.
 
드디어.
 
ENDING 3. 장마의 끝
 
KPC 생존, PC 생존
 
[에덴의 지배에서 자유로워진 은수는 카터 형사 측에 자발적으로 출두해 에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전달합니다. 남아있는 에덴은 전부 불에 타 사라졌고, 살인 사건 혐의는 이미 이전에 죽은 사형수에게 덮어 씌워졌으며 세상엔 은수의 무죄가 공표됩니다. 은수는 자유를 되찾고 다시 일상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