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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로은

[로은] Hold Your Breath 2020-04-18

시나리오 본문 : https://posty.pe/2egtrx

 

 

 

KPC 로이드 그레이

PC 연은수

 

 

 
...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린 눈앞에 천천히 세계가 구축됩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듯한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요.
 
...
 
...손길?
 
피부에 선연하게 닿는 뚜렷한 감각…
 
매끄럽고 차가운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온 몸이 굳은 듯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뜨거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떤지 낯선 로이드와 눈이 마주칩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로이드는 가볍게 웃으며 묻습니다.
 
로이드:“은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연은수:..혀.. (형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컥, 하는 소리로 끝을 맺는다.)
왜.. 이,거..
 
당신의 대답을 듣자
 
웃고 있던 로이드의 표정이 어그러집니다.
 
그리곤 당신의 목을 호흡이 곤란할 만치 꽉 쥐고 있던 손을 떼고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로이드:“...실패작일텐데, 어떻게 말을."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네 목소리를 듣는 것 같긴 하네. 곧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겠지만.”
 
연은수:(목을 감싸고 콜록거리다가 실패작이란 말에 올려다본다.) ...?
무슨 말을 해요 지금.
 
로이드:"어쩌면 이번엔 제법 근접한 건지도 몰라."
 
역시나 영문 모를 소리뿐입니다.
 
연은수:....미쳤어요?
 
로이드:"... 그렇다면 조금만 더.. 그래, 조금만 더 하면 돼."
 
당신의 말에 제대로된 대답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당신을 획 돌아봅니다.
 
로이드:“만일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검은 문을 따라 날 찾아와요." 아니면, 자살하던가. “
 
아니면, 자살하던가.
 
그리고, 당신이 채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로이드는 미묘한 표정으로 열려 있던 검은 문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연은수:무슨 헛소리야 저건 또.
 
...무언가가 어긋난 기분입니다.
 
연은수:(실패작? 근접했다 시간이 지나도 괜찮으면? 마치 나를 또 하나 만들어낸 미치광이 과학자처럼 말을 하잖아. 하지만 나를 왜? 죽지 않았다면 되살려낼 일도 없고, 죽었어도, 되살리려 할까? 글쎄. 기분 나쁜 눈으로 검은 문을 바라보다가 성큼성큼 나간다.)
 
다시 몸을 움직여보면, 로이드의 말과는 달리… 아까보다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집니다.
 
몸이 굳을 거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로이드는 검은색 문을 따라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죠.
 
…툭 툭…
 
나가려던 찰나,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연은수: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이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이 곳은 천장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수한 별들이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높고 아득한 불빛의 밤하늘이 보입니다.
 
다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하늘의 한 켠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수십개의 빛들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관찰 판정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면,
 
그 검은 천장에 더 검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원 형태로, 천장의 중앙 부분에 위치합니다.
 
연은수:..뭐지?
 
당신이 그 부분을 응시하자,
 
마치 인식이라도 한 듯 그 부분이 가운데로 벌어져 열리더니,
 
높은 천장으로부터 종이조각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연은수:(손을 뻗어 잡아본다.)
 
종이조각을 잡으면, 앞면에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 O 」
 
연은수:(뒤집어보고)
 
뒷면에는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습니다.
 
연은수:오..?
동그라미야 오야...
(대충 구겨 쥐고 문 방향을 본다.)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리고 나면, 열려있는 검은색 문만이 눈에 띕니다.
 
문은 로이드가 남겼던 말과 겹치며, 그 색깔만으로도 이지적이라
 
당신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연은수:(잠시 자신이 걸어온 만큼의 뒤를 바라본다. 뭔가 있나.)
 
천장을 제외하고, 이 방 안은 당신이 앉아있는 흰 의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사물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은수:(동그라미 쳐진 종이를 다시 보다가 쥔 채 문 너머로)
 
문을 향해 나가면, 바깥은… 사방의 벽면이 모두 전신거울로 이루어진 길다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알 수 없는 복도입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복도의 양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들이 열과 줄을 맞춰 즐비합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연은수:(어지럽게... 라고 생각하며 벽의 거울을 짚는다.)
 
거울은 사방에 배치된 탓에,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연은수:(한참 제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짚은 채로 걷는다.)
 
한참을 들여다보면
 
남의 옷인듯 품이 미묘한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엇보다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습니다.
 
연은수:..멍 들었잖아.
 
아까 로이드가 조르면서 생긴걸까요?
 
하지만 당신은 로이드가 목을 조를 때에 숨이 막히는 것 이외에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는데…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연은수:(손으로 만져보며 어디까지 멍이 이어져 있는지 거울에 비춰본다. 뒷목까지 보이겠지. 사방이 거울이니까. ..그런데 로이드의 힘이 이렇게 셌던가?)
 
손으로 만져보아도 이상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로이드가 당신에게 감각이 곧 무뎌질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설마, 정말...
 
멍자국은 딱 로이드의 손이 당신의 목을 감싼 만큼 이어져 있습니다.
 
연은수:(이리저리 가능성들과 썩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며 그대로 복도를 걷는다. 그러다 마네킹에 닿으면 머리의 투구들을 건드려본다.)
 
문득 닿은 마네킹은 긴 복도에 총 열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 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의 수트를 입고 있군요.
 
체구는.. 그 앞에 서보니 당신과 유사하네요.
 
관찰 판정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네 헬멧을 벗기고, 만지고, 대화를 나눌 날이 오길.
 
라고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연은수:뭐야 진짜.
(제발 내 모습이라고 하지 마요. 기분 나쁘니까. 마른침을 삼키며 투구를 슬며시 들어본다.)
 
화려한 투구를 벗기면,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SAN C. 0/1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주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창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휼륭한 예술품처럼 보입니다.
 
연은수:(그 모습을 보자마자 짜증스럽게 투구를 확 벗겨 바닥에 패대기친다.)
 
투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굽니다.
 
그 소리에도 요동없이 정면만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마네킹인걸까요?
 
연은수:로이드!
(들리지 않겠지만 잘근잘근 씹어 뱉듯이 이름을 외치곤 마네킹을 노려본다. 아무리 내 연주가 탐났다 해도 그렇지.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제정신이 아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손을 들어 숨을 쉬는지 확인해본다. 심장은, 뛰고 있나? 그럴 리 없겠지.)
 
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미약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연은수:(소름이 돋아 훌쩍 떨어진다. 따질 것이 늘었다. 복도 끝의 문을 보고, 다시 걷는다.
 
점점 가까워지는 검은 문은 아주 단단해보입니다.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의 표면에는 고급스러운 필체의 금박으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Memoria 」
 
연은수:기억..
(무슨 기억? 마네킹들을 휘 돌아보곤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걸까요?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하얀 종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로이드를 발견합니다.
 
로이드는 손에 든 책을 읽다가,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바닥에 흩어진 종이 더미를 빠르게 긁어모아 손에 쥐고
 
읽던 책만 움켜쥐고서 곧장 열린 검은색 문 뒤로 들어가버립니다.
 
찰칵,
 
연은수:거기 서요!
 
외침이 닿기도 전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며.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연은수:xx...
(욕을 읊조리곤 그가 서 있던 자리로 가본다.)
 
그가 있던 자리로 향하는 길은 제법 깁니다.
 
서재는 말 그대로 거대합니다.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천장에는 환한 샹들리에 디자인의 조명이 광대한 서재의 곳곳을 밝힙니다.
 
로이드가 들어가며 잠긴 [검은색 문]과 그 옆에 위치한 [책상]이 보입니다.
 
그리고 높은 천장의 한쪽 벽에 금색의 거대한 [시계]가 돌아가며, 차칵, 차칵 소리를 냅니다.
 
책장의 빈칸 곁에 [방향제]가 놓여 있지만,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로이드는 책상 근처에 서있었습니다.
 
연은수:(시계를 한 번 보고)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완전한 종말과 재림
 
연은수:(신?)(종말이란 단어를 눈에 새기며 러그 위를 걷는다.)
 
러그 위를 걸으니 부드러워 밟을 때마다 푹신거리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아주 두껍습니다. 양털인가요?
 
연은수:(푹신푹신..)
(화가 조금 누그러지는 것만 같다. 착각일 수도 있다. 책상에 다다른다.)
 
고급스럽고 튼튼해보이는 책상입니다.
 
손이 많이 닿았던 것 같이 어지럽혀져 있지만, 넓은 탓에 크게 티나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어질러진 악필의 메모지들과 함께
 
[두꺼운 노트 한 권]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연은수:? (기계장치를 들어 본다.)
 
생전 처음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의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기계 장치의 아래에는 구겨진 메모지 하나가 깔려 있습니다.
 
연은수:(메모지를 본다.)
 
사용법: 알 수 없는 언어를 원 안에 비추면 번역한다.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
 
연은수:편한.. 번역기네. (이제 내 거...)
(노트를 펼쳐보자.)
 
자료조사 판정
 
연은수: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것은… 메모장일까요?
 
연은수:(조금 더 뒤적뒤적..)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펼쳐집니다.
 
얼떨결에 뒷장까지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로이드의 필체에 은수를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연은수:-이,
(험한 말이 나오려는 걸 삼켰다. 혼자 못 죽어서 날 깨웠다고? 애초에 깨웠다니, 정말 내가 죽기라도 한 거야? 음악이 필요하면 음원이나 들으라고요. 따위의 생각을 하며 노트를 덮어버리고 기계를 꼭 안는다. 결국 남게 되는 건 이것뿐일 것 같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톰 리들의 일기장도 아니고.
(그것보다 악질인 것 같지만. 아닌가? 기계 끌어안은 채 가까이 있는 책장부터 훑어본다.)
 
아주 커다란 책장들입니다.
 
그에 반해 꽃혀 있는 책의 크기는 일반적입니다.
 
책들은 아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연은수:(튀어나온 책들을 한 번씩 빼본다.)
 
전부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yth라는 단어 이후의 언어는 당신이 알 수 없는 언어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내용 또한 세계의 각개 국어와 알 수 없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연은수:(진짜 종교라도 믿는 거야 뭐야. 게다가 안 어울리게 생명공항은 웬... 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계를 들어 알아보지 못한 글자들을 비춰본다.)
 
번역도구로 확인하자
 
당신은 살고 싶은가?
 
라고 적힌 것을 볼 수있습니다.
 
그 뒷 페이지는 전부 비어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옆 페이지에 대답을 쓰라는 것처럼, 빈 옆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연은수:...? 대답하라는 건가.
(그 책을 챙겨들고 방향제를 본다.)
 
방향제입니다.
 
잘 마른 건화 한 송이가 꽂혀 있습니다.
 
검은잎과 녹색의 풀이 어우러져 있네요.
 
연은수:(꽃을 톡 건드려본다. ...왜 까만색이지?)
 
여전히 냄새는 맡아지지 않습니다.
 
말라 파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연은수:(책을 들고 책상으로 가 펜을 찾는다. 아까 그 페이지를 펼친 채 고민하다가 한 문장을 적는다.)
[난 죽었나?]
 
당신이 글을 쓰자 그 아래에 글자가 떠오릅니다.
 
'살아있다.'
 
연은수:[살고 싶다면?]
 
다시 글자가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가려진 바닥 아래를 확인하라.
 
연은수:(확인하자마자 러그를 들어올린다.)
 
러그를 끌어낸 바닥에는 문 모양의 빗금이 그려져 있습니다.
 
빗금 안만 검은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옆에, 작은 버튼이 있습니다.
 
연은수:(버튼을 눌러보려다가 우선 책상에 달린 서랍을 열어본다.)
 
서랍을 열면, 그 안에는 펜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잉크펜입니다.
 
그 많은 잉크펜의 ⅔ 정도는 이미 다 쓰여 빈 쓰레기들입니다.
 
나머지는 사용할 수 있는 새것입니다.
 
연은수:(이 열정으로 곡을 쓰든가... 같은 생각을 하며 다시 닫고는 버튼을 눌러본다.)
 
버튼을 누르면 문 모양의 빗금이 정말 문의 모양으로 천천히, 활짝 열립니다.
 
그 아래로 칠흑같은 공간으로 계단이 이어집니다.
 
지능 판정
 
연은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검은 문을 따라가면 로이드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 역시 검은 문을 따라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이곳으로 가면 로이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은수:(그럼 저 검은 문은 뭐지? 저쪽 검은 문으로 가본다.)
 
그동안 지나쳐 온 검은색 문들과 똑같이 생긴 문입니다.
 
로이드:"은수, ... 아직 밖에 있는 건가요?"
 
안쪽에서 로이드가 말을 걸어옵니다.
 
연은수:그렇다면요.
 
로이드:"... 아직 감각을 잃지 않은 모양이네요. 어째서지."
"그럼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나요."
 
연은수:자꾸 내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하는데.
어디까지 기억하길 원하는데요.
내가 형을 골탕먹인 거? 미치광이 취급 한 거? 아니면 형이 멍 들 정도로 죽으라고 내 목 졸랐을 때부터만 기억할까요?
(문고리를 잡고 열어본다.)
나와요.
 
로이드:"그것 말고. 깨어나기 전의 기억. 어디까지 있죠."
 
문고리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별다른 잠금장치가 없음에도 손잡이 자체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연은수:(험한 표정.)
내가 살아온 만큼 있죠. 왜요
 
"살아온 만큼이라.. 그런 애매한 대답은 도움이 안 돼요."
 
"어차피 상관 없나.. 모조품이니까."
 
로이드: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은수는 로이드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연은수:내가 왜 모조품인데요?
 
로이드:"여태 그래왔으니까요. 이곳에 오면서 마네킹을 보지 못했나요. 은수와 똑같은."
 
연은수:그러니까, 내가 마네킹 중 하나다?
 
로이드:
말재주
기준치: 35/17/7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맞아요. 당신도 곧 그렇게 될 거에요."
 
연은수:그렇게 '된다'고요
 
로이드:"응,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멈춰서, 더는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겠죠."
"감각이 없어지고 있지 않나요."
 
연은수:무슨 안드로이드라도 대하는 것처럼 말하네. (어이없음에 피식)
아뇨. 아주 멀쩡하거든요.
(아직 냄새도 안 맡아지고 멍은 아프지도 않지만.)
무척 멀쩡해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로이드:"...이해가 가지 않네. 이해가 가지 않아."
 
로이드는 문 너머에서 중얼거립니다.
 
연은수:누가 할 말을.
 
"하지만 상관 없나."
 
"...시계를 봐요. 어차피 때는 다가 오고 있어."
 
"그 전에 너를 살렸어야 했는데.."
 
연은수:무슨 때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로이드의 인기척이 검은 문 너머에서 사라집니다.
 
연은수:형.
로이드! (쾅!)
 
문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연은수:(구겨진 얼굴로 아까 그 바닥의 문으로 간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연은수:(아래로 가자.)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 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양 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맞춰 불이 켜지는 탓에 어디가 이 통로의 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조금 더 확실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요?
 
연은수:(벽을 짚고 어둠 속을 헤쳐나간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연은수:?
(쇠창살을 만져보다가 안쪽을 건너다본다. 무언가가 보이나?)
 
쇠창살이 손에 닿는 부분을 바라보면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한쪽 벽 면이 어느 순간부터 금속평면이 아니라 쇠창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머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지만, 천장에 당길 수 있는 무언가의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연은수:(스위치를 쥔 채 고민하다가... 놓는다. 조금 더 앞으로 가보자.)
 
쇠창살은 몇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연은수:(계단 위를 흘긋 본다.)
 
검은 문이 보입니다
 
연은수:(열리는지만 확인해보고.)
 
문이 열립니다. 빛이 그 틈새로 흘러들어옵니다.
 
연은수:(좋아... 문을 살짝 열어둔 뒤 다시 돌아가 스위치를 누른다.)
 
스위치를 누르자,
 
연은수:(아니 당긴다.)
 
당기자..
 
철컥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서 차칵이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오며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불빛이 비춰진 그 너머에는
 
...수많은 벌거벗은 인간들이 동산을 이루듯 쌓여있습니다.
 
SAN C. (0/1)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게 다 뭔...
 
관찰 판정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산처럼 쌓인 인간들로부터 시선을 겨우 돌리면
 
역시나 쇠창살 안쪽.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연은수:...?
(다시 신체들을 바라본다.)
 
관찰 판정 강행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아 미친0
 
다시 보아도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광경입니다.
 
연은수:(침대를 보다가,,, 다시 걸음을 돌린다.)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만큼 순간 어질어질합니다.
 
이성 판정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연은수: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찡그린 채 벽을 짚고 걸어, 문을 마저 열고 나간다.)
 
 
검은 문을 활짝 열면,
 
어둡던 통로와는 대비되도록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반짝이는 조명의 불빛,
 
은은하게 풍겨오는… ____의 향기.
 
이게 무엇의 향기였죠?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반짝이는 흰색의 벽지, 흐르는 밤하늘을 담은 듯 높고 검은 천장.
 
그리고… [책장], [책상], [침대], [옷장]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을 위해 꾸며진 것 같은 방입니다.
 
아, 한쪽 벽면 가득 붙여진 [사진]들과 그 옆의 [모니터]만 제외하면 말이에요.
 
검은색 문이 방금 은수가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 나 있습니다.
 
연은수:(주위를 둘러보다가 사진들을 본다.)
 
대부분, 로이드와 함께한 순간의 은수의 사진들입니다.
 
콘서트 장에서 찍은 사진,
 
우연한 기회에 함께 나갔을 때 찍은 사진
 
니, 은수의 사진만 붙어있는 건 아니지만…
 
로이드의 가족, 동료는 겨우 몇 장 뿐입니다.
 
이 벽을 가득 메운 사진들 은수의 사진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연은수:(조금씩 무서워진다. 어디까지 돌아버린 거지?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하며 제 사진들을 모두 떼어 바닥에 흩어버린다.)
(모니터를 돌아본다.)
 
사진이 전부 바닥으로 흩어집니다.
 
사진들이 잔뜩 붙여진 끝에 벽에 설치되어 있는 꽤 큰 모니터입니다.
 
화면이 꺼져 있습니다.
 
연은수:(켜는 버튼을 찾아보자..)
 
켜는 버튼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어딘가 리모컨이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연은수:(책상을 본다.)
 
회색 모노톤의 딱딱한 철제 책상입니다.
 
위에는 [리모콘]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
 
서재로 막 들어섰을 때, 로이드가 읽고 있던 그 책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만년필, 잉크병과 같은 도구가 올려져 있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연은수:(책을 집어본다.)
 
검은색 하드커버의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멎은 숨의 소생]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 알지 못하지만, 글이 아주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책의 겉 면에 적힌 집필을 시작한 날짜는 당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날짜입니다.
 
저자는…
 
로이드.
 
연은수:...?
왜 이렇게 답지 않은 짓들을. (펼쳐본다.)
 
...은수의 죽음에 대한 절망과 고통이 뒤섞인 문장들입니다.
 
당신은 이렇게 살아있는데도요?
 
그는 당신의 죽음을 어째선지 몇 번이나 되짚고, 추모와 먼 집착을 토해냅니다.
 
글은 몇 장 넘겨 이어집니다.
 
연은수:(넘긴다.)
 
...은수, 당신을 향한 모독과 죄를 범한 그의 일지를 읽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멀쩡히 숨을 쉬고 있는데, 그는 당신을 소생시키려 한다. 적혀 있습니다.
 
당신의 멎은 숨을요.
 
저자가 ‘그’인 기괴한 책으로부터 자신의 죽음을 접한 은수
 
SAN C. (1/1d3)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크툴루 신화 기능 +1
 
지능 판정
 
연은수: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역한 레몬 냄새?
 
문득 당신의 향을 맡아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걸요.
 
연은수:(나는 아직도 향을 맡지 못하고 있나..)
 
감각이 없기 때문인가 하기엔 섬유의 냄새가 옅게 맡아집니다.
 
당신은 로이드가 창조한 은수가 맞는걸까요?
 
연은수:(시체의 냄새는 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쥐고 있던 O 종이를 들여다본다. 이건 성공이라는 뜻이었나. 지하의 침대. 그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나는 정말로 나인가. 살아있다고 답했던 그 책. 형은 그것들이 진실만을 말하는지 의심했지만, 그것들이 진실만을 말한다면 나는 정말로 살아있다. 적어도 되살아났다. 갑자기 왜? 물론 다른 사람들이 -사람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되살리기 위해 쓰였다는 것은 불쾌하다. 내가 그의 필요를 위해 물건처럼 고쳐지길 원했다는 그 사실도 더없이 불쾌하다. 하지만, 도대체 뭐가 그를 그렇게까지 만들었지?)
(책상 위 리모콘을 집고는 책장을 살핀다.)
 
깔끔한 검은색의 책장입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 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연은수:(책을 살핀다.)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연은수:..그 숨이 호흡 뭐 그런게 아니라 진짜 숨이라고?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로 도대체 종말이 뭐야, 중얼거리며 책을 놓고 옷장을 연다.)
 
검은색의 옷장입니다.
 
열어보면, 로이드의 체격에 맞는 옷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입던 옷들이 주로 걸려져 있고, 모두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옷의 양이 많습니다.
 
이정도라면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요.
 
옷들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일상복들 사이에 이질적인 옷을 한 벌 발견합니다.
 
흰 색 연구원복입니다.
 
연은수:(무심코 꺼내본다.)
 
자주 입은 것인지 꽤나 얼룩덜룩합니다.
 
연은수:(무심코(?) 뒤져본다.)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연은수:(다시 걸어두고 침대로 간다.)
 
흰색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정리된 1인용 침대입니다.
 
사용감이 꽤 있습니다.
 
은은하게 로이드의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연은수:(아직 익숙한 냄새에... 또 빡이 친다. 그 위에 털썩 앉아 모니터를 향해 리모콘을 눌러본다.)
 
침대에 앉으면 푹신합니다.
 
모니터에서 삑 소리가 나며 화면에 빛이 들어옵니다.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입니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은수가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세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를
 
네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의 시계를
 
다섯 번째 화면에서는 지하 통로를
 
여섯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 있고
 
여덟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비춰집니다.
 
벌써 겨울이던가요.
 
그때,
 
여섯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로이드의 모습입니다.
 
화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화원의 안에 들어간 이후, 로이드가 CCTV에 다시 비춰지지는 않습니다.
 
연은수:(자꾸 날 부정하기만 하는데 지금 찾아간다고 뭐가 다를까. 또 도망이나 치지 않을까. 생각하며 괜히 이불과 베개를 들어보곤 일어난다.)
 
베개를 들춰보자, [식칼]이 있습니다.
 
연은수:이걸 왜 여기다 두고 자?
(꺼림칙하지만 챙겨본다.)
 
식칼을 챙깁니다.
 
연은수:(오른쪽 벽의 문을 본다.)
 
검은색 문입니다.
 
연은수:(열리나?)
 
열립니다.
 
연은수:(리모콘을 침대 위에 던져두곤 문을 열어 안쪽을 본다.)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연은수:(왼쪽 문도 열어본다.)
 
문을 열어보면 서재가 보입니다.
 
아까 로이드가 안에 들어갔던 문이 이 문이군요.
 
연은수:(바로 닫고 오른쪽 문으로 나간다.)
 
그러고 보니 문 손잡이에 안에서 잠그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있고,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습니다.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깔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정면에. ...검은 색의 [큰 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 너머로 나가면, 화원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은수:(천천히 걸어가며 형상을 구경한다.)
 
바닥에 비춰진 스테인드 글라스는 세 쌍의 연인의 모습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연인은 키스를 나누고 있고,
 
두번째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연인은…
 
...아니, 저게 연인이 맞던가요?
 
단순히 사람 둘을 짝지어 놓은 것은 아닐까요.
 
세번째 연인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존재합니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알 수 없는 모독적인 기분
 
SAN C. (0/1)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 (우리의 상황인가, 생각하며 그림을 본다.)
 
세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양 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연은수:(비싸겠군...)
(첫 번째 그림부터)
 
물컹물컹한 점액질에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가 담겨져 있는 것이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연은수:(역겨움...)
(두 번째 그림)
 
수많은 인간들을 밟고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뻗고 있는 그림입니다.
 
추상적인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검은색과 하얀색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연은수:(꼭 악의 구원자라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세 번째 그림도 본다.)
 
...은수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입니다.
 
그런데, 화폭 안에 담겨진 은수의 얼굴이 한 명이 아닙니다.
 
열한 명.
 
화폭에 담겨진 은수의 얼굴은 총 11명입니다.
 
가운데부터 그려져, 상하좌우로 아직 한참이나 빈 공간이 많습니다.
 
미완품인걸까요.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연은수:이렇게까지 돌아버릴 필요는 없잖아.
(짜증난단 눈으로 쳐다보곤 큰 문으로 간다.)
 
검은색의, 이태까지 봐 왔던 문 가운데서는 가장 큰 문입니다.
 
이 문 너머에 아까 모니터에서 봤던 로이드가 있을까요?
 
연은수:(왠지 유인당하는 듯한 기분이자만, 달리 택할 길도 없기에 문을 밀어본다.)
 
화원
 
큰 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햇살은 밝고 따사롭...나?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모니터에서 본, 로이드가 들어갔던 화원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꽃으로 꾸며진 화원의 [입구]가 은수를 유혹하듯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연은수:(눈? 하늘을 올려다본다. 여기는 그 이상한 밤하늘 같은 게 없는 건가? 밖인가?)
 
피부 위로 내려앉은 눈은 결정의 모습을 금방 흐트러트리며 녹아내립니다.
 
...전혀 차갑지가 않습니다.
 
이건 당신의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요?
 
옅게 내리는 잔눈이 시야를 흐트러트립니다.
 
화원은 밖에 있습니다.
 
연은수:...오라 하니.
(가야지. 달리 수가 있나. 입구를 향해.)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삽시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와 아름답지만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로 가득찹니다.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연은수:(미로인가....)(오른손잡이는 오른쪽으로 꺾는다.)
 
한참을 걷다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 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세공된 형상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이 나쁩니다.
 
비대한 몸집의 무언가에서 촉수와 같은 것들이 뻗어나와 꿈틀대고 있는 형상입니다.
 
기괴한 조형물을 목격
 
SAN C. (0/1d2)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취향도...
 
다시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연은수:(아니, 취향 문제인가? 문득 생각해보지만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아서 왼쪽으로 꺾는다.)
 
또 한참을 걷다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아니. 한 그루인가요?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슷한 키를 하고 있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 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듯한 형상입니다.
 
…그래도 썩은 부분 중 일부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두 나무가 함께 붙어있기 때문일까요.
 
연은수:(이런 식의 연리지는 본 적이 없는데. 숨을 나눈다는 건.. 이런 뜻인가?)
 
또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연은수:(오른쪽)
 
계속 걷다보면, 다른 덤불 벽돌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두 덤불이 보입니다.
 
어디부터 어디가 두 덤불의 끝과 시작일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얽혀 자라 있습니다.
 
관찰 판정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싱그럽고 잘 자란 다른 덤불들과는 달리,
 
이 두 덤불은 서로 얽혀있기 때문인지 드문드문 시든 부분도 보이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쩐지 이게 더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연은수:왜 자꾸 이런...
 
이번에도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연은수:(다시 왼쪽)
 
다시금 계속 걷다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떨어진다고요?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중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마치, 인간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만 같아요.
 
그 기괴한 현상을 목격
 
SAN C. 0/1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계속 지켜보면 결국 꽃밭의 모든 꽃들은 꽃송이를 떨굽니다.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잎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연은수:(별이 떨어지던 장면들과 겹쳐지는 듯한 기분...)
 
...이렇게 한참을 방향을 바꿔 걷고, 또 걸어도…
 
로이드는 보이지 않습니다.
 
돌아가야 할까요.
 
그렇게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나가는 문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들어왔던 입구가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연은수:....
(칼을 꺼내든다. 이걸 다 뚫고 가면...)
 
칼을 들고 덤불을 쓸어버리려던 찰나,
 
남자
 
어깨에 손길이 닿습니다.
 
남자:"길을 잃으셨나요?"
 
연은수:(퍼뜩 놀라 물러서며 남자를 향해 칼을 겨눈다.)
누구야.
 
뒤를 돌아보면, 나른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호감형의 미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뒤에 서 있습니다.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입니다.
 
들이대진 칼엔 오히려 더 큰 웃음을 짓습니다.
 
남자:"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이미 멸망의 때가 다가오고 있어요…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이 달콤하네요. 우리 모두 그 멸망을 피하지 못하고, 자연의 순리처럼.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되겠죠.”
“그런데 당신은 지금 한가롭게 화원이나 거닐고 있는 건가요? 하긴, 몇 년만에 다시 눈을 떴다면 그럴수도 있겠죠. 최근 세상의 지식에 무지할테니 묻는 것에 대해 몇가지 알려줄 수 있답니다.”
 
연은수:..멸망?
 
남자:“죽음으로부터 돌아왔더니 바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 세계의 멸망이라니, 조금 안타깝네요…"
"하지만, 네. 그렇답니다. 종말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이 현실이 되었어요.”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게 뭔지 아나요?"
 
연은수:눈이잖아. ..요. 아니, 꽃인가.
 
남자:"눈도 꽃도 아니랍니다. 이건 바로 하늘."
"이 세계의 천장의 잔재랍니다."
"우주고 뭐고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아름다운 광경이죠?”
 
연은수:...대기권이 무너진다고?
그게 가능해?
 
그러고 보면, 눈이 하나도 차갑지 않습니다
 
날씨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요.
 
남자:"가능한가 아닌가가 의미가 있나요? 지금 이렇게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을."
 
이건 정말 종말인 걸까요?
 
당신은 지금, 종말의 목전에 서 있는 걸까요?
 
SAN C. 1/1d3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굴림: 2
 
이성 -2
 
남자:“이 저택은 사람이 없어 이렇게 평화롭지만. 바깥 세상은 벌써 피바다며 비명으로 거리가 가득 찬 게 오래 전 얘기인데."
"이 정도 빠르기라면… 오늘 안에 이 저택도 고요한 멸망을 맞지 않을까요?”
"“마지막인데 깊은 키스라도 나눠보는 건 어때요."
"아. 내가 너무 무례했나요? 그냥 넘겨요.”
 
연은수:(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본다. 저 말이 진짜인지는 둘째 치고서라도 진짜 저 남자를 믿어도 되는지부터 분간이 안 된다.)
 
별 말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웃습니다.
 
연은수:그러고 보니 당신 날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던데, 당신은 누구야. 날 어떻게 알아?
 
남자:“당신은 누구기에 나에게 그런 걸 묻죠? 지금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볼 때가 아닐텐데."
"당신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아나요?”
 
연은수:(알겠지만...) 좋아, 내가 누군데.
 
남자:"누굴 것 같은가요? 이 저택 주인이 간절히도 바라던 누군가, 아니면 복제품?"
"아무렴."
"뭐가 되었든 간에. 그를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가 당신을 왜 살려내려고 했겠나요? 너무 사랑해서? 싫어해서? 글쎄…”
 
연은수:그쪽은 내가 알아서 해.
 
남자:"그러시겠죠."
 
남자가 웃습니다.
 
연은수:(어쨌든 위협적인 존재는 아닌 것 같아 슬그머니 칼은 내리지만 아직 경계를 풀진 못했다.)
그래서... 나가는 방법을 안다고.
 
남자:“나가고 싶다면 도와줄게요.”
 
연은수:(그랬던가. 안 그랬던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가게 해줘
 
남자는 들어왔던 입구로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연은수:(그 길로 나간다. 남자도 따라오나?)
 
남자는 당신이 나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봅니다.
 
...이상한 남성이 알려준 길로 다시 화원의 입구에 돌아왔습니다.
 
나왔던 문이 활짝 열려
 
은수에게 화원으로부터 벗어나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관찰 판정
 
연은수:
관찰력
기준치: 59/29/11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잠깐. 뭔가 달라졌습니다.
 
홀의 복도에 걸려있던, 세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화폭 안에 담겨진 은수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열두 명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눈을 뜬 은수의 초상화 하나요.
 
연은수:...? (그새?)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로
 
당신의 얼굴을
 
눈이 깜빡이는 표정을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연은수:(눈이 깜빡이는 표정이 뭐야...)
(가까이 다가본다.)
 
갑자기.
 
툭, 하고 거대한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엎어집니다.
 
민첩 판정
 
연은수:(화들짝,,)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당신을 향해 떨어진 그림을 미처 피하지 못했습니다.
 
몸에 닿으면, 눈을 감고 있는 당신의 초상이 입을 쩌억,
 
징그럽게 벌리며 초상에 닿은 당신의 신체 부위를 우악스럽게
 
그 평면 안으로 집어 넣을 듯 갉아내립니다.
 
연은수:(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도 못 지르고 있는 힘껏 발길질을 한다.)
 
1d4
 
연은수:
Rolling 1D4
굴림: 4
 
그림을 떼어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오른쪽허벅지에 이로 물어 뜯은 듯 옅게 피가 베어나오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체력 -1
 

바닥에 나뒹군 그림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붉은 융단에 그것이 베어듭니다.

 
연은수:(칼로 그림을 긋는다.)
 
그림이 크게 찢어지고 그 사이로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 세번째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검은 문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몸을 조금 수그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은수:(그림을 엎어놓고 콱 밟은 뒤 숨을 마저 고르곤 문을 열어 들어가본다.)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당신이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연은수:(아프다.. 뜯어먹힌 다리를 아주 조금 절뚝이며, 목덜미를 어루만지고는 문을 연다.)
 
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큰 스크린이 벽면에 내려와 있고,
 
맞은 편에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여러 개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정면의 책상에 [빔 프로젝터]가 보입니다.
 
연은수:(프로젝터를 켜본다.)
 
하얀 빛을 스크린에 쏘아보내고 있습니다.
 
안에 CD가 들어있다는 표시가 뜹니다.
 
기능은 몇 개 없는 모양인지, 전원 버튼과 중지 버튼, 그리고 재생 버튼이 있네요.
 
연은수:(재생 버튼을 눌러보자)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은, 로이드의 얼굴입니다.
 
살짝 지친 기색의 로이드가 얼굴을 뒤로 물리면,
 
로이드의 뒤로 철창이 보입니다.
 
저곳은… 아까 당신이 지나왔던 지하통로, 그 쇠철창 안쪽인 것 같습니다.
 
“...은수가 죽은 뒤로 처음. 드디어 그럴듯해 보이는 은수를 만들어냈어.”
 
그런 말을 하는 로이드의 얼굴은, 오늘 마주했던 그의 얼굴보다 조금 더 젊고.
 
그러니까… 당신이 기억하는 로이드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표정에서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비치는 옷깃에 피가 잔뜩 튀어 있습니다.
 
로이드가 손을 뻗어 카메라의 방향을 조금 트는 듯 하자, 화면은 전환되어 수술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누운 당신을요.
 
로이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약간 잠겨 쉰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아주 오랫동안 바라왔지.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드디어. …”
 
화면을 고정시켰는지 로이드가 손을 놓고 화면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죽은 듯 누워있는 당신을 조십스럽게 일으키듯 끌어 안고서 묻습니다.
 
“...은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아주 고요한 정적 속,
 
몰아쉬는 로이드의 숨소리만 온전한 가운데.
 
천천히 눈을 뜬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멍청이.”
 
그리고,
 
당신은,
 
아니. 당신을 닮은 그것은 살점과 핏덩이로 녹아내리듯 부서져내리며 로이드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로 흘러내립니다.
 
...로이드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로이드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암흑으로 돌아가고,
 
다시 빛이 들어오면 영상이 아까보다 빠르게 돌아갑니다.
 
수술대 뒤로 수많은 인간의 몸통과 팔다리가 쌓여가는 것이 보입니다.
 
그중 수술대에 눕혀질 정도로 멀쩡한 당신의 모습은, 부서진 것 이후 겨우 열 번에 불과합니다.
 
로이드는 그런 당신에게 구태여 말을 걸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에 등장하는 로이드의 목소리가 점점 쉬어가고
 
표정은 무미건조해집니다.
 
옷자락에 질척한 피가 묻는 일도 많습니다.
 
당신이 아는 로이드가 영상 속에서 혼자 서서히 나이들며 흐려져갑니다.
 
한참 영상이 지나고 나면, 드디어 온전한
 
‘12번째의 당신’이 수술대에 눕혀진 화면이 보입니다.
 
...여기서 영상이 끝납니다.
 
로이드는,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살점을 만지고, 가르고
 
죽이고 생을 부여하며 오만하며 모독적인 행위를 저지른건가요.
 
당신은 그러한 사실에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SAC C. 1/1d3
 
연은수: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연은수:대체 왜........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리면,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하지만 지금은 멀게도 느껴질지 모르는 손길.
 
로이드:"....은수."
 
가라앉은 목소리의 로이드입니다.
 
연은수:(누군지 알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의미로. 돌아보며 다시 뒷걸음질을 쳤다.)
 
로이드는 그런 당신을 구태여 다시 붙잡지 않습니다.
 
로이드:"..네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봐서, 기쁘네."
 
연은수:왜... ...나한테 왜 그래요.
 
로이드:"무엇이?"
 
연은수:왜 그렇게 수없이 실패하면서, 왜 나를 되돌리려고 했어요?
그랬으면서 왜 날 죽이려 했어요.
왜 날 피해요.
 
로이드:".... 그야, 넌 실패한 복제품이니까."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이젠.."
"어차피 곧, 모든 것이 끝나버릴 거야."
 
연은수:아직도 내가 복제 같아요
?
 
로이드:"...물론이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어. 그들은 방법이 틀리지 않다고 했고. 난 결국 농락당한 거에요. 그놈들에게."
 
연은수:그럼 이건요.
(피가 흐르는 다리를 내보인다.)
이건. 이 아픔은.
(제 목의 멍을 가리킨다.)
서재에서 형의 책을 썼어요. 그것들은 내가 살아있다 했고, 화원에서도. 화원에서 만난 남자가 나보고 살아났다고 단언하던데.
 
당신의 말을 듣자, 그제야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이 믿어지는 듯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로이드:"정말.. 성공했다고? 살아난 거에요?"
 
연은수: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서 있는데요. 저거 (스크린 가리키며) 보니까 금방 녹던데. 나 지금 녹고 있나?
 
로이드:"아니.. 그건 아닌데.."
 
로이드는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어루어보고, 실감한 듯 얼떨떨하면서도 벅찬 웃음을 짓습니다.
 
로이드:"...살아났구나. 내가, 살려냈어. 성공한 거야."
 
연은수:(가볍게 쳐낸다.) 멍청이.
 
심장이 쿵 떨어진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또 부서져 내릴 것인가 살피는 눈빛입니다.
 
연은수:'연은수도 나와 같은 고독을 겪었으면 좋겠어.'
'나와 완벽한 숨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숨을 나눈다는 것은 목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종말'.
목적이 뭐예요.
날 살린 진짜 이유를 말해요.
 
당신이 부서지지 않았단 것에 로이드는 안심한 표정을 짓습니다.
 
로이드:"...목적. 처음엔, 내가 살고 싶었으니까."
"네 목줄기에 손을 대고, 움켜쥐고, 끊어낼 것을 몇 번씩이고 생각했어요."
"나 홀로 알게된 종말이란 것은 너무도 끔찍해서, 너를 죽여 살 수 있다면 살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네 연주를 들을 때마다 살고 싶은 것 이상의 감정을 느꼈으니까."
"갈 곳이 있어요."
 
로이드는 스크린으로 다가가 그것을 찢어냅니다.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검고, 반듯한. 문의 손잡이를 로이드가 먼저 잡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이번에는 로이드와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로이드:“너와 함께 보기를, 정말로 고대했던 곳이에요.”
 
연은수:........
(속으로 정말 수없이 고민했다. 겉으로는 찰나였겠으나. 하지만 되살린 것은 분명한 그의 공이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내 보답일 것이다. 쥐는 둥 마는 둥 그 손을 잡는다.)
 
문가에 비춰지는 흐린 빛을 타고 그럴리가 없음에도 꼭 우는 것같기도, 웃는 것같기도해 보입니다.
 
문을 열면, 높은 계단 몇 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바스라져 내려오는 하늘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기엔 너무나 안정적인 장소.
 
화원과는 대비되도록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이미 바깥에 들어찼을 종말에 대해 들었기에 더 진한 생명의 향기가 가득한 실내 화원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고보면,
 
이 화원의 입구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저 꽃은
 
당신의 머리를, 눈을 닮은 꽃입니다.
 
로이드:"어쩐지, 은수가 좋아하는 걸로 꾸며야 할 것 같았어요."
"여기는 신경을 많이 썼어요."
 
화원의 군데군데에 바이올린이 놓여 있습니다.
 
그 옆엔 악보도 놓여있습니다.
 
은수가 연주했던 곡들입니다.
 
로이드:"네 음악이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 이 세상이 끝날 때, 그 후를 넘어서 말이에요."
 
로이드는 당신이 뭐라 따져 묻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중얼거립니다.
 
연은수:...세상이 끝나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세상이 끝난다는 건 모든 게 끝난다는 뜻이니까. 그건 아무것도, 아무도 살 수 없단 뜻이라고요.
 
당신의 말에 로이드는 희미한 웃음을 짓습니다.
 
로이드:"가능해. 그걸 위해서 지금까지 왔으니까. 네가 다시 눈을 떴으니까 가능해요."
 
연은수:무슨 소리예요?
 
로이드:"은수, 네게 필요한 숨도 준비해뒀어요. 너는 그저 살아가면 돼. 아름다운 음악을 품고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품고서."
"새로운 세상에서."
 
연은수:무슨 헛소리를......
(정말 장렬한 헛소리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잠시 틈을 두었다.)
꼭 형은 그만 죽을 것처럼 말하네요.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인 풍경에 시선이 갑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처음에는 눈으로 착각했던 하늘의 파편들이 이내 이것이 눈이 아닌 물리적인 무언가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각의 형태로 느리게 떨어져내립니다.
 
대부분은 유리 돔에 부딪혀 떨어지지만, 눈 앞으로, 머리 위로 느껴지는 모든 풍경들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이 없습니다.
 
로이드는 말없이, 잠시간 그 광경을 바라봅니다.
 
가벼운 한숨을 쉬며 당신의 손을 잡고 화원의 아름답게 꾸며진 오솔길로 발을 옮깁니다.
 
로이드:"너를 증오했었는데."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요.
 
로이드:"세상의 마지막이 왔을 때,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너일 줄 몰랐는데."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원을 이루고 배치되어 있는 그 정 가운데,
 
어떠한 의식의 일환마냥 로이드는 당신을 데리고 그 곳에 섭니다.
 
로이드:"그래도, 다시 손을 잡아야 한다면, 그건 네 손이겠지."
 
세계가 종말을 맞아가는 중인 가운데, 두 사람이 섰습니다.
 
두 숨이 서있습니다.
 
로이드:"내가 너의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선, 알 필요도 기억할 필요도 없어요."
"네가 살고, 네 음악이 살면 그걸로 됐어."
"은수.."
 
“내 숨을… 가져가요."
 
로이드는 당신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목에 올립니다
 
그 손길이, 마치… 당신이 눈을 떴을 무렵
 
그가 당신의 목을 졸랐던 것처럼 자신의 목을 졸라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손에 닿은 로이드의 목이 뜨겁습니다.
 
손 아래 맥박이 조용하게 고동칩니다.
 
하늘이 무너져가고, 세계가 종말을 맞는 가운데 로이드는 당신의 숨을 살리는 편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그의 숨을 멎게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그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목에 얹어주기까지 한 당신의 손에 힘을 주면.
 
간단히 이 생명을, 이 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숨, 당신을 위해 그것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종말을 피해 새로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한 숨이.
 
무엇을 망설이나요
 
선택의 시간입니다.
 
연은수:로이드 그레이.
후회 안 해?
지금 내 목을 조를 수도 있어. 찌를 수도 있어.
 
로이드:"... 조금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네 음악, 그리고 그것을 자아내는 은수 네가 살 수만 있다면."
"내 숨을 줄게."
 
연은수:내가 살아나서,
새로운 세계에선 음악을 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도?
 
로이드:".. 넌 하게 될 거에요. 그걸 알고 있어요, 난."
 
한치의 의심조차 없는 웃음이 그려집니다.
 
연은수:'이것은 애정인가 증오인가'...
(지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고는 손에 힘을 준다. 살과 뼈를 틀어쥐는 감각이 손가락에 온전하다.)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당신이 맞아. 거짓말이야. 난 다시 하게 되겠지. 그게 내 유령이 될 거야.
 
세계가 무너져갑니다.
 
당신의 손 안에서,
 
연은수:날 원망하지 마.
 
그의 숨과 삶도 세계와 함께 무너져 내려갑니다.
 
연은수:이건 모두 형의 잘못이에요.
 
이 세계에서 온전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로이드의 목덜미를 꽉 쥐고 그 숨을 빼앗고 있는 당신뿐입니다.
 
세계가 맞는 종말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비극적이고 잔혹한 참사라지만,
 
로이드, 그가 맞는 종말은 당신의 손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세계가 부서져내리고, 당신의 손 안의 그가 부서져내립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데에 아무런 불편을 겪지 않는 당신과 달리,
 
당신의 손 아래 숨이 멎어가는 그는 마른 숨을 겨우 뱉으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랑해'
 
숨과 함께 흩어지는 음성입니다.
 
그의 목과 맞닿은 손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뜨거운 온도가 일어나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그 어떤 애절함과 증오와 애정이 담기더라도
 
이것은 너절한 폭력이며 숨의 갈취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그의 숨을 앗아갑니다.
 
당신은 그의 숨을 앗아갑니다.
 
...
 
그가 미동을 멈춘 것은 하늘에서 더이상 파편이 떨어져 내리지 않기 시작한 이후였습니다.
 
주변은 무섭도록 고요하고, 화원의 모든 것은 생명을 잃어 회색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하늘은 검지만 밝게, 이 고요한 저택.
 
멸망한 세계의 다른 사람의 숨을 빌어 살아가게 된 사람인 당신을 비춥니다.
 

아.

 
참으로 작고,
 
고요한 절망입니다.
 
로이드 로스트, 은수 생환
 
[ ENDING 2: 네 손 안에서 트이는 숨에 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