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07, 2025 2:04PM::치직...... 치직......
좋아요, 이번 질문은 치지직... 소영 대원님에게 드릴게요. 왜 우주로 가시나요?
July 07, 2025 2:04PM한소영:누군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산악인에게
치지직...... 왜 에베레스트의 정상으로 가느냐는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죠.
치직...... 산악인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치지지직...... 그곳에 산이 있기에.
그래서 우리는 갑니다, 그곳에 우주가 있으니까요.
July 07, 2025 2:05PM::당신, 실루엣 1호를 기억하는지.
그래요. 5년 전 실종되었던 탐사선 말입니다.
다발적으로 발생하던 블랙홀에서 우리는 실종되었던 실루엣 1호의 신호를 감지했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실루엣 2호를 발사시켰습니다.
당신은 몇몇의 탐사 대원들과 함께 그곳에 몸을 실었었죠.
소영이 실종되고 몇 번이고 돌려보던 그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죠?
곧 우주로 갈 수 있다는 기대감, 긴장감, 기쁨...... 그런 얼굴을 하고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July 07, 2025 2:06PM::하지만 그가 이렇게 실종될 줄 알았더라면......
실종된 소영을 위해서였나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야욕, 혹은 실종되었던 사람들을 구해 영광스럽게 지구로 되돌아올 때에야 얻을 수 있는 명예와 영광 때문이었나요?
사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케스퍼, 이제 일어나는 게 좋겠어요.
너무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었거든요.
July 07, 2025 2:07PM케스퍼 카스:(정신은 깨어 있었지만 눈을 뜨기가 싫다. 최근 약간의 무력감이 몰려오는 느낌이 든다. 실종 때문인가. 그래도 일어나야 하니 천천히 눈을 뜬다.)
July 07, 2025 2:10PM::당신이 깨어난 곳은
수면 캡슐 안입니다.
분명히 실루엣 2호가 발사되고, 지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블랙홀을 발견했던 기억만은 확실합니다.
그 블랙홀 안에서 실루엣 1호를 발견해 도킹을 시도한 것까지도요.
하지만 그 외의 기억은 희미하기만 합니다.
그저 긴 꿈을 꾼 것 같다는 느낌만 선명해요.
July 07, 2025 2:10PM케스퍼 카스:
지능
기준치: |
65 32 13 |
굴림: |
12 |
극단적 성공 |
July 07, 2025 2:11PM::쉽게 떠오르지 않는 기억이지만 어깨에 약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탐사 대원 중 한 명이 손을 뻗어 당신을 캡슐 안으로 밀쳤던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구에서 맞이하던 검은 밤처럼 탐사선 안은 고요하군요.
총 여덟 개의 캡슐, 동그랗게 난 창문만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창밖은 우주의 별빛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왜, 어쩌다가 이렇게 혼자 남게 된 거죠?
July 07, 2025 2:13PM케스퍼 카스:하... (길게 한숨 내쉬며 일어나 창문을 본다.)
July 07, 2025 2:13PM::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어둠.
우주가 이렇게 새까만 곳이었나요?
July 07, 2025 2:13PM케스퍼 카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37 |
어려운 성공 |
July 07, 2025 2:14PM::그렇죠. 우주는 본래 이렇습니다.
이 광활하고 까만 우주 속에서 한낱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억하고 있지 않나요?
실루엣 2호에 탑승했을 때만 해도 조종실 화면 가득히 들어찼던 지구별의 환한 불빛, 반짝이는 작은 별, 떠다니는 우주의 먼지들을.
그런 것치고 당신이 바라보는 우주는...... 무서우리만치 새까만 어둠뿐입니다.
July 07, 2025 2:15PM케스퍼 카스:(원래 우주는 그렇지. 각자가 멀어도 너무 멀리 있어. 어두운 걸 보고 있으니 더 외로워지는 기분이다. 뭐, 전엔 적당하다고도 생각했지만.)
(고개를 돌려 수면 캡슐을 내려다본다.)
July 07, 2025 2:15PM::총 여덟 개의 캡슐이 줄지어져 있습니다.
가동되고 있던 것은 오로지 당신이 잠들어 있던 캡슐뿐이었군요.
다른 캡슐은 검은 화면으로 꺼져 있는 반면, 당신이 누워있던 곳에서 작게 난 화면을 보면... [00:00]이 적혀 있습니다.
타이머를 설정해 뒀던 것 같네요.
July 07, 2025 2:16PM케스퍼 카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16 |
어려운 성공 |
July 07, 2025 2:16PM::...어쩐지 탐사선 안은 이상하게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것 같습니다.
July 07, 2025 2:17PM케스퍼 카스:... (무슨 일이, 없겠지. 없어야지? 불안해진다.)
July 07, 2025 2:18PM::여하튼 이렇게 까만 우주는 정말 처음입니다.
어쩌면 유일하게 있는 창문이 작아 케스퍼, 당신의 시야가 극히 제한된 걸지도 모르죠.
창에 비치는 건, 희미한 당신의 잔상과 바깥으로 이어지는 문뿐이군요.
밖으로 나가보는 게 좋을까요?
밖으로 나가면 먼저 깨어난 동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July 07, 2025 2:20PM케스퍼 카스:... (이상하게 조용한데. 설마 내가 유일하다고 말하진 말자. 제발. 그런 불안을 안고 문 손잡이를 붙잡고 있다가 느릿하게 열어본다.)
July 07, 2025 2:20PM::당신이 막 문을 열려고 할 때, 수면실의 조명이 조금씩 깜빡이기 시작합니다.
일정한 안내음으로 방송이 들려옵니다.
July 07, 2025 2:20PM케스퍼 카스:어?
케스퍼 님의 환경을 자동 조성, 전력 모드를 교체합니다.
July 07, 2025 2:20PM::기계들의 가동이 멈추는 소리가 들리면서 사위가 순식간에 깜깜해집니다.
아, 아까 케스퍼가 바라보았던 창밖의 풍경과 별다를 게 없는 곳이 되어버렸어요.
선체 스위치를 눌러봐도 불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케스퍼의 손목에 달린 라이프 워치가 깜빡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비상 랜턴이 가동될 것 같은데요?
July 07, 2025 2:21PM케스퍼 카스:... 이 이거 왜 이래...
(당황해서 여기저기 벽과 몸을 더듬다가 손목 불빛을 보고 눌러본다.)
July 07, 2025 2:22PM::라이프 워치를 작동시키면 불빛이 뿜어져 나옵니다.
하지만요,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는 라이프 워치 불빛에만 의존해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겁니다.
관리실에서 불을 켜는 게 좋을까요?
다시 말해 가장 급선무인 일은 케스퍼, 당신이 복도로 나가는 일이라는 겁니다.
July 07, 2025 2:23PM케스퍼 카스:이게... (이래갖고 쓸 수 있나. 너무나도 작은 불빛을 못마땅한 기색으로 들어올리고는 긴장한 채 복도로 나간다.)
July 07, 2025 2:23PM::문이 옆으로 열리면, 역시나 캄캄한 어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아요.
이 전체가 공허한 우주가 된 것처럼......
설마 케스퍼, 여기에 혼자 남게 된 걸까요?
당신이 잠든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July 07, 2025 2:24PM케스퍼 카스:아니... 아무도 없어요!? (외침;;)
SAN Roll
기준치: |
65 32 13 |
굴림: |
68 |
실패 |
July 07, 2025 2:25PM::잠깐만요, 어둠에 잡아먹혀 끝이 보이지 않는 저 복도 끝에서부터......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July 07, 2025 2:25PM케스퍼 카스:
듣기
기준치: |
60 30 12 |
굴림: |
44 |
보통 성공 |
July 07, 2025 2:26PM::...잘못 들었나요? 멀리서부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걸음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그 끝에 서 있는 건......
소영?
휴대용 랜턴을 들고 있는 소영입니다.
July 07, 2025 2:27PM한소영:오랜만이야, 케스퍼.
July 07, 2025 2:27PM케스퍼 카스:아? (긴장이 탁 풀린다.)
July 07, 2025 2:27PM::맙소사, 정말 소영이에요...!
지구에서 들었던 구조 신호는 정말 그가 보냈던 게 틀림없습니다.
소영이 살아있다니. 그가 살아있길 얼마나 빌었는지.
게다가 이 끝없는 어둠 속에서 말을 붙일 수 있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큰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July 07, 2025 2:28PM한소영:일어난 지 얼마 안 됐겠지만, 잠든 시간이 길어서 아마 엄청 허기가 질 거야.
July 07, 2025 2:28PM::실제로 그렇습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는지 금방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July 07, 2025 2:30PM케스퍼 카스:윽... (부끄러워져서 배를 한 손으로 가린다.)
아니, 너 이렇게 만났으면 반갑다고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왜 남의 속 사정에... (구시렁구시렁)
July 07, 2025 2:30PM한소영:푸흡... 진짜 여전하네. (작게 웃음을 흘려요.)
July 07, 2025 2:30PM케스퍼 카스:그나저나 잘 살아있었네.
조용해라... 그래도 와 줬잖아.
July 07, 2025 2:32PM한소영:너무 배고파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한 소리도 못 들은 거야? (구시렁거리는 말에 톡 대답한다.)
July 07, 2025 2:33PM케스퍼 카스:그러니까 내 말은 그런 인사보다... (수치감에 잠시 고민하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겠지 싶은 생각에 터벅터벅 다가가서 투박하게 포옹해준다. 때리는 건지 뭔지 토닥이기도 하고.)
잘 버텼다고.
July 07, 2025 2:36PM한소영:...? (뭔가 고민하는 듯해 보이던 그가 다가와 투박한 포옹과 함께 토닥여주는 손길에 눈이 조금 커진다.) ...! ... 고마워. (그 말에 여러 감정이 들지만, 가장 진심 어린 대답을 하며 마주 등을 작게 토닥인다.)
그건 그렇고... 얼른 가서 식사부터 하는 게 좋겠지? 또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으려면 말이야. (몸을 뒤로 물리면서 짓궂은 미소를 보인다.)
July 07, 2025 2:37PM케스퍼 카스:(뻘쭘하게 놓으며) 큼, 그래야지.
July 07, 2025 2:38PM한소영:이쪽이니까 따라와. (랜턴을 들지 않은 손으로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다는 듯, 뒤를 가리킨다.)
July 07, 2025 2:39PM케스퍼 카스:(그 뒤를 따라가며) 근데 오래 있어서 그런가, 빛 없이도 잘 다니네.
July 07, 2025 2:41PM한소영:아... 아무래도, 반 년 넘게 이렇게 살다시피 해서 적응이 됐다고 봐야겠지.
(휴대용 랜턴을 살짝 들어 보인다.) 이거면 충분해.
July 07, 2025 2:42PM케스퍼 카스:그래도 오래 지낼 생각하면 주로 오가는 곳이라도 불 켜둘 방법을 찾아보지...
괜찮다면 됐지만...
... 별 일은 없었어? 여기.
July 07, 2025 2:44PM한소영:(불 켜둘 방법을 찾아보라는 말에 무언가 대답하려던 찰나, 뒤이은 질문에 입을 연다.) ... 많았지. 우선 이거부터 말할까. 캡슐에서 눈을 뜨고 처음 봤던 창문 기억해?
July 07, 2025 2:44PM케스퍼 카스:그건 왜?
July 07, 2025 2:44PM한소영:온통 새까만 모습이지 않았어?
아무리 이곳이 우주 한복판이라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새까만 느낌이었을 텐데.
July 07, 2025 2:45PM케스퍼 카스:그랬긴 한데...
July 07, 2025 2:46PM한소영:...놀라지 말고 들어?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모두
블랙홀에 집어삼켜져서야.
July 07, 2025 2:46PM케스퍼 카스:...뭐? (황당)
July 07, 2025 2:47PM한소영:(아니나 다를까 황당한 이야길 들은 목소리네요.) 쉽게 믿기진 않겠지만 진짜야.
July 07, 2025 2:47PM케스퍼 카스:아니 뭐, 그러면... 여기가 블랙홀 안이라는 거야?
July 07, 2025 2:47PM한소영:응, 맞아. 여긴 블랙홀의 안이고, 내가 봤을 땐 5개월에 한 번씩 블랙홀이 지구 근처에 생기는 것 같아.
July 07, 2025 2:47PM케스퍼 카스:...우와. (미치겠네.라는 어투)
있잖아... 네가 말하는 블랙홀이 내가 아는 그거랑 같은 건 맞지?
July 07, 2025 2:49PM한소영:아하하,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했나? 정말
그 블랙홀이야. 나도 처음 겪어봐서 우리가 알던 블랙홀이랑 같은 건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튼 왜 5개월이냐면, 네가 타고 왔던 탐사선이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게 우리가 이곳에 빨려든 지 딱 5개월째였거든.
July 07, 2025 2:50PM케스퍼 카스:아니...
보통 블랙홀이 생기면 다 빨려들어가서 찢기고 사라지는 거 아니냐고. 무슨 웜홀처럼 열렸다 닫혔다...
잠깐,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나가려고 해도 5년 뒤에나 갈 수 있단 소리야?
아니, 아니지, 5개월... (혼란)
July 07, 2025 2:52PM한소영:... 일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홀의 특성과 일치해.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가,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그의 반응에 갸웃한다.) 뜬금없이 5년은 무슨 소리야?
July 07, 2025 2:53PM케스퍼 카스:...5년이었어.
실루엣 1호가 사라진 지. 5년 됐다고.
5개월이 아니라.
July 07, 2025 2:55PM한소영:뭐...?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를 완전히 돌아본다.) 그럴 리가... 실루엣 2호가 도킹을 시도할 때까지는 분명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뒤로 네가 잠들어 있던 5개월의 시간까지 합해도 약 10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안 됐어.
July 07, 2025 2:55PM케스퍼 카스:... 내가 5개월을 더...
아오...
July 07, 2025 2:56PM::잠깐만, 5개월이요?
실루엣 1호의 탐사 대원들이 실종된 지는 5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소영은 5개월이라고 말합니다.
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요.
우주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은 이렇게 다르죠.
당신이 탐사선에 탑승하기 직전까지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지 않나요?
하지만...... 당신이 5개월 동안 잠들어 있었다고요?
그렇다면 왜? 어째서? 수없이 많은 의문이 당신의 머리를 지배합니다.
July 07, 2025 2:58PM케스퍼 카스:
SAN Roll
기준치: |
64 32 12 |
굴림: |
84 |
실패 |
2
(중얼) 아니...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진짜로 블랙홀이라고 한다면, 블랙홀은 중력이 강하니까 그 안에서만 시간이 느리게 흐를 확률이 높다고 하긴 했는데...
근데 왜 난 5개월을 더 처 잔거야...?! (홱, 자기가 온 곳 돌아봤다가)
나보다 먼저 깬 사람 없어?
July 07, 2025 3:02PM한소영:... (어떻게 말해야 할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입을 연다.) 내가 알기론, 애초에 수면 캡슐 안에 들어갔던 건... 너뿐이야.
July 07, 2025 3:03PM케스퍼 카스:... 그게 무슨 말이야?
July 07, 2025 3:06PM한소영:말 그대로... (아랫입술을 조금 깨문다.) 캡슐 안에서 오랜 시간 잠들었던 건 너 하나고, 나머지 대원들은... 전부
실종됐거든.
July 07, 2025 3:07PM케스퍼 카스:...... 실종이라니, 너처럼...?
July 07, 2025 3:08PM한소영:... 어떻게 보면 지구에서 봤을 때 실루엣 1호가 실종된 거랑 비슷하겠지만, 달라.
실루엣 1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 안에서 실종됐어. 그리고, 2호 탐사 대원들까지도...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자세히 말해주고 싶지만,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게 대개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July 07, 2025 3:09PM케스퍼 카스:
심리학
기준치: |
60 30 12 |
굴림: |
29 |
어려운 성공 |
July 07, 2025 3:10PM::소영의 말은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지만, 어느 정도 진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둘의 말소리를 제외하고 아무런 기척조차 나지 않는 게 이상하니까요.
July 07, 2025 3:12PM한소영:... 아까 여기서 어떻게 나가냐고 했었지. 식사하고 난 뒤에 마저 설명해 줄게. (그러니까 일단 마저 가자는 듯, 그의 손가락을 살짝 잡고 이끈다.)
July 07, 2025 3:13PM케스퍼 카스:(마치 우주선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리처럼 들리네...라고 생각하자 찝찝한 표정이 바로 뜨지만 애써 숨기려고 하며 ―숨겨질까?― 따라간다.)
진짜 '잘도' 버티고 있었네.
July 07, 2025 3:15PM한소영:... 그렇지. (어딘가 바람 빠진 듯한 표정으로 입매만 슬 올린다. 앞서 걷고 있어 그에게 보이진 않았겠지만.)
July 07, 2025 3:16PM::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으로 소영의 뒤를 따릅니다.
불이 꺼진 복도에 저벅거리는 둘의 발걸음 소리와, 소영이 들고 있는 휴대용 랜턴이 겨우 앞을 밝히는 것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몇 걸음을 더 걸었을까요.
어둠이 있기에 처음 탑승할 때보다 훨씬 더 긴 길이의 복도, 그곳을 지나 당도한 곳은 식사실이라고 적힌 문 앞입니다.
July 07, 2025 3:17PM::문이 옆으로 열리면, 역시나 캄캄한 어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영은 불도 제대로 켜지 않은 상태로 당신을 데리고 식탁으로 향합니다.
July 07, 2025 3:18PM한소영:(들고 있던 휴대용 랜턴을 식탁 위에 올려둔다.)
July 07, 2025 3:18PM케스퍼 카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26 |
어려운 성공 |
July 07, 2025 3:19PM::당신은 문득 소영이 실종되기 전에 수없이 보았던 방송을 떠올립니다.
소영이 우주에 가는 이유에 대해 '그곳에 우주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던 그 방송을요.
당신은 휴대용 랜턴 불빛에 의존해 얼핏 보이는 소영의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곧장 이상한 사실 하나를 깨닫습니다.
아무리 지구와 우주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고 해도 말이죠, 마치 소영에겐 시간이라는 게 적용되지 않은 것처럼...... 그때와 다름없는 얼굴입니다.
July 07, 2025 3:22PM한소영:우주에서 먹는 식량이라 변변치 않지만... (그러한 시선을 느끼진 못했는지, 맞은편으로 가서 버튼 하나를 누른다.)
July 07, 2025 3:22PM::버튼 하나를 누르니 식탁 위로 각종 우주 식량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옵니다.
치약 튜브 형태의 치킨 퓌레와 통조림 형식으로 된 훈제 연어 요리, 생식 바와 팩에 들어있는 사과 주스군요.
July 07, 2025 3:23PM한소영:거기 앉아서 먹으면 돼. (식사실 자체는 그도 이전에 경험한 바가 있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워낙 어두운 터라 의자가 있을 만한 위치를 일러준다.)
July 07, 2025 3:24PM케스퍼 카스:먹을 게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지... (그래도 치약 튜브 모양으로 만들 생각은 어떤 놈이 한 거냐. 몰래 슬쩍 찡그렸다가 식량을 가지고 소영이 가리킨 곳에 털썩 앉는다.)
사람을 많이 태운 상태를 상정해서 식량이 넉넉히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실종된 사람들은 안 됐지만...
July 07, 2025 3:26PM한소영:으응. 어서 먹어. (그에게 식사를 재차 권하며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July 07, 2025 3:26PM::이 어둡고 삭막한 공간에서의 식사라니. 식사실에 뚫려있는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아도 빛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July 07, 2025 3:27PM케스퍼 카스:(통조림 따면서 그 모습을 본다.) 막막한 게... 내 앞길 같네.
July 07, 2025 3:29PM한소영:(절로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창문 너머로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 꼭 그렇지만도 않으니까 그러지 말고, 배부터 채워.
July 07, 2025 3:32PM케스퍼 카스:'그렇지만도' 않다는 건 뭐야. 뭐 별거라도 발견한 것처럼 말하네. (블랙홀 안에 뭐가 있다고. 실종된 사람들은 떠다닐 수도 있나. 그럼 그거 사람 아니라 시체 아닌가.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면서 생식 바에 퓌레를 짜서 입에 넣고 씹으며 훈제 연어를 포크로 푹 뜬다.)
July 07, 2025 3:39PM한소영:(먹는 걸 보고 있다가, 넌지시 운을 뗀다.) ... 발견했다기보단, 원래 있던 자원을 쓰려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할 거야.
July 07, 2025 3:40PM케스퍼 카스:(포크 입가로 가져가다가) 원래 있던 자원?
July 07, 2025 3:41PM한소영:(고개를 끄덕인다.) 응. 블랙홀이 다시 지구 근처에 생길 때 탐사선에 남은 전력을 끌어 모아서 비상 로켓을 가동시켜보려고. 지금부터 이틀 뒤면 딱 5개월이거든.
July 07, 2025 3:41PM케스퍼 카스:아... 맞네. 나 5개월 기절해 있었지.
그걸로 나갈 수 있으면 탈출 성공이긴 한데.
July 07, 2025 3:42PM한소영:선체를 밝힐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야. 전기를 최대한 아껴야 하니까.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비상 로켓에 필요한 전력을 마련하려면, 지금보다 더 전기를 아껴야 하거든.
다행히 실루엣 2호가 도킹을 시도해준 덕분에 비상 로켓을 가동시킬 수 있는 전력이 조금 생겼지만, 아직 약간 부족해.
이틀 뒤까지 쓸모없는 전력을 차단시켜야 하니까 중간중간 작동 중인 기계를 발견하게 되면 전기회로를 끊어주면 좋을 것 같아.
July 07, 2025 3:44PM케스퍼 카스:부족한 전력량을 채울 방법은 없고?
July 07, 2025 3:45PM한소영:... 정말 정말 비상시에 쓸 만한 게 있긴 한데,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진 최선을 다해보려고. 그러니까 너도 협조 좀 해줘.
July 07, 2025 3:46PM케스퍼 카스:당연하지. 지구로 돌아가야 하잖아. (우물우물)
근데 하려면 좀 더 빨리 준비하는 게 나았잖아. 왜 날 안 깨웠어?
July 07, 2025 3:50PM한소영:그건... 어차피 5개월 단위로 돌아갈 수 있는데, 미리 깨워봐야 기다리는 시간만 늘어나잖아. 식량도 한정되어 있고.
July 07, 2025 3:52PM케스퍼 카스:대신 혼자 있어야 하는데... (으쓱인다.) 견딜만하기만 하면 효율적인 판단이긴 하네.
어쨌든 이제 깼으니까, 다음에 해야될 일은 뭐야?
July 07, 2025 3:56PM한소영:(그의 말대로 혼자 깨어있어야 했던 시간은 제법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 그렇지?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너스레를 떨듯 웃어 보이곤 이어진 말에 대답한다.) 좀 전에 부탁했던 거 말곤 딱히 없어.
지루하겠지만 앞으로 딱 이틀만 참으면 돼. 블랙홀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가급적이면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고. 아까 부탁한 것만 잘 들어줘. 알았지?
July 07, 2025 3:57PM케스퍼 카스:어, 고맙다. (속은 짐작할 생각도 없다. 툭 던지고는)
그래, 망치 들고 냅다 달려가서 깨부수거나 사출구에 머리를 들이밀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해.
July 07, 2025 3:59PM한소영:그랬다간 내가 널 도로 기절시켜둘 확률이 무-지 높으니까 혹시나 너무 심심해서 돌아버릴 것 같아도 안 그러는 쪽을 추천할게. (생긋, 웃는 얼굴로 엄포를 놓는다.)
July 07, 2025 4:00PM케스퍼 카스:아깝다. 아까 소화기 있길래 어둠 속에서도 하얀가 쏴보고 싶었는데. (그럴 생각 없었으면서, 말을 질겅질겅 뱉듯이 생식 바의 마지막 부분을 질겅질겅 씹어 넘기고는 사과 주스를 쭈욱 원샷한다.)
July 07, 2025 4:01PM한소영:으이구, 진짜...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지만 참는다. (말만 그러는 거든, 정말 그럴 생각이 있었든지 간에 똑같은 반응이었을 테다.)
다 먹은 거지?
July 07, 2025 4:01PM케스퍼 카스:(킥킥 웃고는 깨끗해진 식판을 붙잡는다.) 어.
July 07, 2025 4:02PM한소영:그럼 식판에서 손 떼, 바보야.
(아슬한 타이밍에 식탁 위의 버튼을 누르면, 거의 남지 않은 음식의 잔해와 함께 쓰레기가 식탁 아래로 빨려 들어간다.)
July 07, 2025 4:04PM::그러고 보니 소영은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았네요.
July 07, 2025 4:05PM케스퍼 카스:(먹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빨려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너도 오늘 먹었지? 식량은 얼마나 남았어?
July 07, 2025 4:05PM한소영:아, 응. 너 일어나기 전에 먹었어. 열심히 아껴놔서 이틀치는 충분히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July 07, 2025 4:06PM::그래요. 이틀.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 모두 지구로 돌아갈 수 있겠죠.
그런데...... 정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일까요?
정말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실종된 동료들을 두고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어렴풋이 느껴졌던 약간의 불안감과 걱정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낄 만한 것이지만...
광막한 우주에서 한낱 미물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애초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July 07, 2025 4:09PM한소영:참, 네 방은 깨끗할 거야. (식탁이 다시 말끔해진 것을 보곤 말을 잇는다.)
수면 캡슐은 아무래도 자는 데 불편하니까, 앞으로는 네 방에서 자면 돼.
July 07, 2025 4:11PM케스퍼 카스:(이틀, 이틀하는 게 꼭 이틀이 지난 뒤의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잖아.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거기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으니까 굳이 지금 플래그를 꽂을 필요는 없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고개나 끄덕였다.)
내 방은 어딘데? 네 방은?
(실종된 동료? 미안하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겠다. 또 구조선 보내자고 할게.)
July 07, 2025 4:14PM한소영:수면 캡슐이 있던 곳에서 오른쪽으로 좀 더 걸아가면 나와. 내 방은 원래 실루엣 1호에 있었는데, 지금은 여기서 지내고 있어서 그냥 관리실을 쓰고 있어.
July 07, 2025 4:15PM케스퍼 카스:관리실에 침대가 있어?
July 07, 2025 4:15PM한소영:침대...는 없지만 푹신한 소파가 있지.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다.)
July 07, 2025 4:15PM케스퍼 카스:허리 휜다.
July 07, 2025 4:17PM한소영:괜찮아. 그럼 난 비상 로켓을 정비하러 가볼 테니까, 넌 방에 가서 쉬어. 방금 먹었으니까 바로 눕진 말고. (건너편으로 넘어와 그의 등을 살살 떠민다.)
July 07, 2025 4:18PM케스퍼 카스:난 네가 아니야. (사실 둘 중 누가 먼저 눕느냐 하면 본인이겠지만... 대충 아니라는 뜻을 전하고는 가라는 듯 손을 휘적인다.)
필요한 일 일으면 와. 반대면 내가 갈 거고.
July 07, 2025 4:19PM한소영:얼씨구. (하면서도 손을 휘적이는 모습에 손을 뗀다.) 응, 그럴게.
July 07, 2025 4:19PM::식사실에서 빠져나오면 다시금 검고 긴 복도와 마주합니다.
라이프 워치의 불빛 말고는 의지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라이프 워치가 환경을 자동으로 조성했었죠.
전기가 부족하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네요.
바로 방으로 향하나요?
July 07, 2025 4:21PM케스퍼 카스:(일단 주변을 돌며 전기가 쓰이는 곳이 있는지 다시 보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산책 겸...)
July 07, 2025 4:21PM::그래요, 일단 주변을 둘러보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소영이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전기를 채 끊어내지 못한 기계가 있다면 도움을 달라고 하지 않았었나요?
나중에 그를 마주했을 때 혹시나 당신을 질책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적당히 둘러대면 그만입니다.
라이프 워치의 빛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복도를 걷다 보면, 손목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 열 걸음 앞 도킹을 성공한 실루엣 1호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습니다.
July 07, 2025 4:22PM::어둠 속을 하염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1호로 이어지는 통로 앞까지 온 듯합니다.
통로로 이어지는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July 07, 2025 4:22PM케스퍼 카스:(여기가 어딘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어둠 속에서 문을 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47 |
보통 성공 |
July 07, 2025 4:22PM::문 너머에서는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한동안 오갔던 사람이 없는 것처럼요.
문은 라이프 워치에 새겨진 탐사 대원 정보를 인식해 열 수 있는 구조군요.
이 문을 연다고 해서 큰일이라도 생길까요?
늘 실루엣 1호의 행방과 상태, 그 안에 탔던 탐사 대원들이 궁금했었죠. 소영을 포함해서요.
지구 사람들 모두 품었던 의문이었습니다. 인간은 늘 그런 호기심으로 움직이지 않았나요?
July 07, 2025 4:23PM::블랙홀 안에서도 이어지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도 지구로 돌아가면 분명 연구 대상이 되기 충분하겠죠.
그러니까 당신이 이 연결 통로 너머의 실루엣 1호를 궁금해하는 것도, 평범한 지구인이라면 늘 갖는 호기심 중 하나일 뿐입니다.
July 07, 2025 4:24PM케스퍼 카스:(궁금한가? 당연히 궁금은 하다. 꼭 가야 하는가? 그렇진 않다. 하지만 보고 싶은가? 그렇다! 그리고... 만약 1호 안에서도 뭔가가 쓰이고 있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합리화한다.)
흠... (똑. 똑. 똑. 문에 대고 노크하듯 두드리며 열 방법을 찾는다.)
이렇겐가? (라이프워치를 인식패널에 대본다.)
July 07, 2025 4:26PM::Do You Wanna Build a Snowman~?
두 번만 더 두드렸으면 유명한 영화가 떠오를 뻔했는데 말이에요.
통로로 이어지는 문에 라이프 워치를 가져다 대면 음성이 들려옵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의 정보를 분석 중......
탐사 대원 케스퍼 님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July 07, 2025 4:27PM::잠깐,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고요?
이 말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당신의 출입을 막아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July 07, 2025 4:28PM케스퍼 카스:한소영... (밖에 없잖아...?)
지능
기준치: |
65 32 13 |
굴림: |
86 |
실패 |
(아닌가?)
July 07, 2025 4:28PM::이곳에 갇힌 사람들이라면 당신과 소영뿐입니다.
그러니까, 실종된 대원들을 제외하면요.
아무래도 당장 실루엣 1호로 이어지는 통로로 들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돌아가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July 07, 2025 4:29PM케스퍼 카스:이게 설마 진짜 내가 부술까 봐...
(문을 노려보다가 돌아가기로 한다. 어쩔 수 없지...)
July 07, 2025 4:29PM::연결 통로에서부터 뒤돌아 얼마 걷지 않으면 희미한 소리를 듣습니다.
이건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죠? 소영의 목소리도 아닌 것 같은데요......
July 07, 2025 4:29PM케스퍼 카스:
듣기
기준치: |
60 30 12 |
굴림: |
16 |
어려운 성공 |
July 07, 2025 4:30PM::Ground Control to Major Tom?
Your circuit's dead there's something wrong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re...
July 07, 2025 4:30PM::아, 노래입니다. 언젠가 꾸준히 들어본 적이 있어요.
이 실루엣 2호를 함께 탔던 탐사 대원 중 한 명이 흥얼거리며 자주 불렀던 노래였죠.
정면에 위치한 정보실에서 들리는 것 같네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정보실 문은 열려있는 듯합니다.
빨갛게 점멸하는 불빛이 복도 쪽으로 희미하게 비춥니다.
저건, 분명 전기가 연결된 기계가 있다는 말일 텐데요.
July 07, 2025 4:31PM케스퍼 카스:뭐야? 다 껐다더니. (새는 구멍 발견. 바로 정보실로 향한다.)
July 07, 2025 4:32PM::정보실로 들어서면 노래가 더 확실하게 들려옵니다.
Am I floating in my tin can
Far above the moon
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뚝, 노래가 그칩니다.
July 07, 2025 4:33PM::빨간 빛으로 점멸하는
라디오가 보이는군요.
정면 대시보드 위엔 종이 파일이 보입니다.
July 07, 2025 4:34PM케스퍼 카스:(여기서 나온 건가? 왜 그쳤지. 라디오를 살핀다.)
July 07, 2025 4:35PM::노래는 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것 같네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부가적인 기계들과 그 가운데 달린 라디오만 여전히 빨간 빛을 뿜고 있습니다.
뒤에 달린 콘센트로 전기를 연결해 작동하는 물건이군요.
여러 개의 스위치가 보이고 툭 튀어나온 버튼을 돌리면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 듯합니다.
July 07, 2025 4:35PM케스퍼 카스:
지능
기준치: |
65 32 13 |
굴림: |
35 |
보통 성공 |
July 07, 2025 4:36PM::그런데 말이죠, 이런 크고 거추장스러운 기계를 정보실에 들였던 적이 있던가요?
곰곰이 생각해 봐도 누군가 사용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July 07, 2025 4:36PM케스퍼 카스:아니 뭐야...? 귀신 들렸나. (툭툭 때려보다가 스위치를 눌러본다.)
July 07, 2025 4:37PM케스퍼 카스:
듣기
기준치: |
60 30 12 |
굴림: |
79 |
실패 |
July 07, 2025 4:38PM::아까 전에 들었던 노래가 한 번 더 들려옵니다.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네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가 왜인지 익숙하다는 것 말고는요.
July 07, 2025 4:38PM케스퍼 카스:(가수가 내가 아는 사람? 실종된 사람인가?)
뭐라는거야. (주파수 조정판을 들여다본다.)
July 07, 2025 4:39PM::주파수를 맞추면 몇 번이나 노이즈가 낀 소리가 치직거리며 울려 퍼집니다.
희미하게 당신의 모국어가 들려옵니다.
가만 내용을 들어보면 일기 예보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너무 희미해서 온전히 듣기가 어렵네요.
July 07, 2025 4:40PM케스퍼 카스:(여기서 덴마크어가? 그게 더 호런데)
(이리저리 최선을 다해 맞춰보며... 기계수리로 어떻게 안 되나?)
July 07, 2025 4:40PM::문득 소영이 부탁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틀 뒤에 지구 근처에서 생길 블랙홀과 그 블랙홀의 구멍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는 비상 로켓을 작동시키기 위해선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고 했죠.
라디오의 주파수를 다시금 맞춰볼 건가요? 아니면...
그의 말대로 전기를 끊을 건가요.
July 07, 2025 4:44PM케스퍼 카스:(라디오를 몇 번 이리저리 흔들어 보다가) 에이 씨. (탕! 치고는 전선이나 뽑아버린다.)
다 끊었다더니 괜히 이런 걸 남겨둬서 사람 찝찝하게.
July 07, 2025 4:45PM::당신은 이 거대한 기계의 전기를 끊기 위해 전선을 뽑습니다.
뒤로 연결된 콘센트를 뽑기 전, 또 다시 희미하게 노래가 흘러나왔던 것 같기도 하네요.
And there's nothing I can do......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그 노랫말이 마치 당신에게 말을 거는 소리 같아요. 그러나 모든 건 기분 탓이겠죠.
이로써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길에 한 걸음 가까워진 셈입니다.
라디오에는 더 이상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July 07, 2025 4:47PM케스퍼 카스:(찜찜-하게 쳐다보다가 책상 위 종이 파일을 본다.)
July 07, 2025 4:47PM::당신과 실루엣 2호를 함께 탔던 탐사 대원들의 정보가 기입된 종이를 묶어놓은 파일입니다.
종이 위엔 모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페이지도 몇 있는 것 같아요.
July 07, 2025 4:48PM케스퍼 카스:(동그라미가 있는 건 뭐지?)
July 07, 2025 4:48PM::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인원을 체크했던 걸까요?
July 07, 2025 4:49PM케스퍼 카스:(팔락팔락 넘겨보다가 표시가 없는 페이지를 살핀다.)
July 07, 2025 4:50PM::탐사 대장입니다.
어깨가 딱 부러지고 엄한 얼굴을 한 무뚝뚝한 사람이었지만, 동료에 대해서는 한 없이 큰 애정을 가진 인물이었죠.
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들었던 그 순간조차 당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July 07, 2025 4:51PM케스퍼 카스:
지능
기준치: |
65 32 13 |
굴림: |
26 |
어려운 성공 |
July 07, 2025 4:51PM::불현듯 당신을 수면 캡슐로 밀쳤던 이가 다름 아닌 대장이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아주 급박해 보이는 표정이었던 게...... 왜 이제야 떠올랐죠?
대장은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July 07, 2025 4:52PM케스퍼 카스:(그보다 나 그때를 잊고 있었구나. 블랙홀로 들어올 때는 다 같이 있었네. 출발할 때부터 사기당해서 혼자였다거나, 기억 조작당해서 혼자 남았거나, 블랙홀 넘자마자 혼자 떨어진 건 아니구나. 다행인가...)
(생각하며 뒤를 더 넘겨본다.)
July 07, 2025 4:54PM::당신이 기억하기론, 매번 노래를 흥얼거리는 탐사 대원 중 하나였죠.
그래요, 이곳에 들어오면서 들었던 노래를 알게 된 것도 바로 Nam Ok 대원 덕분이었습니다.
July 07, 2025 4:55PM케스퍼 카스:(이름이 정말 남옥이냐고 놀렸었는데...)
July 07, 2025 4:56PM::대원들의 정보가 적힌 종이들을 가만 바라보면 이상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사진이 종이에 잘 붙어있지만 그들의 얼굴은 이제 한없이 희미해질 정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이 인식하지 못한 새 5개월의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으며...... 2호의 탐사 대원들과 1호의 탐사 대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July 07, 2025 4:57PM케스퍼 카스:(괜히 라디오를 한 번 더 돌아보고, 파일을 챙겨 가기로 한다.)
July 07, 2025 4:57PM::당신이 막 정보실에서 빠져나가려고 할 때였습니다.
어라, 라디오 앞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요?
July 07, 2025 4:57PM케스퍼 카스:?
July 07, 2025 4:57PM::떨어진 물건을 확인해 보면 그것이 라이프 워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July 07, 2025 4:58PM케스퍼 카스:뭐야, 이게 왜 여기... 누구 거지? (살펴본다.)
July 07, 2025 4:58PM::자세히 살펴보면 라이프 워치에는
Nam Ok이라는 이름과
xx8라는 탐사 대원 넘버가 작게 각인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게 왜 떨어져 있는 거죠?
July 07, 2025 4:58PM케스퍼 카스:.... ... ...
아... ...
아...!!!! (스트레스)
July 07, 2025 4:59PM::라이프 워치를 꾹 누르면 음성이 들려옵니다.
July 07, 2025 5:00PM::... 당사자가 아니면 라이프 워치를 확인하기란 불가능하죠.
등록된 생명체의 정보만 인식이 가능한 구조니까요.
빛을 내는 자신의 라이프 워치를 바라보면,
라이프 워치 화면 위에 현재 시각이 표시되고 있습니다.
우주의 시간으로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군요.
지구는 지금 몇 시쯤일까요?
July 07, 2025 5:01PM::오랜만에 몸을 움직인 탓인지 급격하게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July 07, 2025 5:02PM케스퍼 카스:(알 바야? 12배의 속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겠지. 지금 여기서 우리가 무슨 상황을 겪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거대하게 몰려오는 망상성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를 느끼며 워치를 흘끗, 라디오를 흘끗 쳐다봤다가 혹시나하는 마음에 워치를 라디오 위에 올려두고 버튼을 누른다. ...아니, 안 되겠지만. 기계잖아.)
July 07, 2025 5:03PM::...
전선을 뽑아 전기가 완전히 끊어진 라디오 위에 남옥 대원의 라이프 워치를 올려보지만, 잠잠합니다.
July 07, 2025 5:05PM케스퍼 카스:(그렇겠지... 하지만 이걸로 조금의 안심을 얻는다. 고작 이걸로 얻는다는 게 우습긴 한데, 그래도. 워치를 다시 가져와 챙기고는 정보실을 나간다.)
July 07, 2025 5:06PM::정보실을 나서면 다시 어두운 복도가 나옵니다.
오늘은 그만 당신의 방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케스퍼.
July 07, 2025 5:07PM케스퍼 카스:(돌아가는 길에 아까 열지 못한 문 쪽을 보았다가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향한다.)
July 07, 2025 5:07PM::복도를 조금 더 걸으면 소영이 말했던 당신의 방에 도달합니다.
안쪽에서부터 느껴지는 공기가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마치 오랫동안 발자취가 끊겼던 방을 마주하는 것처럼요.
작은 책상과 의자, 침대와 책장까지 그 자리에 모두 그대로 있네요.
먼지가 쌓이지 않은 것을 보면 소영이 당신의 방만은 잘 관리해 왔던 것 같아요.
July 07, 2025 5:09PM케스퍼 카스:(깨어나기 며칠 전에 정리했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5개월간 공실이라니. 기숙사였으면 엄청난 공간 낭비네. 터벅터벅 걸어들어가 가져온 파일과 워치를 책상 위에 올리고 침대에 몸 던져 눕는다.) 에휴/
July 07, 2025 5:10PM::침대에 몸을 던져 누우면, 얼마 안 있어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울립니다.
July 07, 2025 5:10PM케스퍼 카스:죽었어요~
July 07, 2025 5:11PM::그 말에 3초간 정적 후 문이
드르륵! 열리네요.
July 07, 2025 5:12PM케스퍼 카스:(쳐다보지도 않고) 저승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네, 낯선 이여...
July 07, 2025 5:13PM한소영:... 참나, 진짜 말도 안 나오네. (방 안으로 들어가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가도, 눈썹을 늘어트린다.) 넌 무슨 그런 말을 해?
July 07, 2025 5:14PM케스퍼 카스:안 죽었으니 말을 하지.
(그제야 흘끗 본다.) 무슨 일인데?
July 07, 2025 5:15PM한소영:(침대로 척척 걸어가서 옆구리에 손을 얹고 쳐다보다가 한숨을 폭 내쉰다.) ... 컨디션은 괜찮은지 보러 왔는데, 그새 침대에 누워있는 거 보니까 안 괜찮은가 보네.
July 07, 2025 5:16PM케스퍼 카스:어, 네가 빼먹은 전기 단속하느라 제법 힘들었어.
July 07, 2025 5:17PM한소영:... (그 말에 뾰로통하니 입술을 비죽인다.) ... 수고했어.
... 바로 잘 거 아니면, 잠깐 있어도 괜찮지?
July 07, 2025 5:19PM케스퍼 카스:그러던가. (답하고도 2초 정도 가만 있다가 꾸물꾸물 옆으로 굴러 일어나 앉는다.)
July 07, 2025 5:22PM한소영:(그러면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는다.) ... 나한테는 5개월, 네가 잠들어 있었던 시간을 포함하면 10개월이지만 너한테는 5년이었다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망설이다가, 입을 달싹인다.) ...우리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도 궁금해서 말이야.
July 07, 2025 5:25PM케스퍼 카스:... (바닥만 조용히 보고 있다 한참 뒤에야 입을 연다.)
일단 실종됐다는 소식 퍼지자마자 지구가 뒤집혔지. 보낸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그때 너 인터뷰하고 나서 멋있다고 팬까지 생겼었잖아.
July 07, 2025 5:27PM한소영:팬... 아이, 뭐 다 지난 얘기를 하고 그래. 사람 쑥스럽게...
July 07, 2025 5:27PM케스퍼 카스:그때 이후로 어느 나라 언론이든 죄다 실루엣 1호 얘기만 했어. 한 달을 넘게. 찾아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우주항공국에서도 몇 번이고 기자회견도 했고.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유인우주선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빨리 만들어서 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다들 알고는 있었지. 하지만 납득은 못했어. 특히 너네 부모님이.
July 07, 2025 5:29PM한소영:... 역시 그랬구나... (잠자코 이어지는 말을 듣다가, 부모님 이야기에 멈칫한다.) ... (걱정을 끼쳐 죄송한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July 07, 2025 5:29PM케스퍼 카스:직접 찾아간 적은 없지만. 내가 뭐라고? (으쓱이곤)
근데 한 번, 실루엣 2호가 올라오기 직전에 너네 부모님이 직접 오셨어.
July 07, 2025 5:30PM한소영:... 뭐긴, 나랑 가장 친한 친구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든다.) ...정말?
July 07, 2025 5:30PM케스퍼 카스:(내 말은, 남들이 우주선도 준비 못 해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뭐라고 거길 가냐고.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다가 내려간다.)
... 아무튼 오셔서 한 명 한 명 손을 꼭 잡고 제발 부탁한다고 하시더라. (기자들이 신나서 찍어댔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도 약속했어. 꼭 데리고 올 수 있게 하겠다고.
블랙홀 안에 있는 걸 알았으면 그런 약속 안 했을 텐데. (피식 웃는다.)
July 07, 2025 5:37PM한소영:... (저를 꼭 찾아 데려와달라는 부탁을 간곡히 하셨다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속상함에 입술을 깨물게 된다. 그러다 덧붙여진 말에 한껏 처졌던 표정이 조금 원래대로 돌아온다.) 뭐야, 그게... 하긴, 블랙홀에서 빠져나가는 게 쉬운 건 아니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네. (어깨를 늘어트리며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하듯 덧붙인다.)
July 07, 2025 5:38PM케스퍼 카스:(무슨 말을 하냐는 듯 쳐다본다.) 웬일이냐? 그런 힘 빠지는 얘기하지 말라고 구박하지도 않고.
July 07, 2025 5:39PM한소영:응? 아... 아니, 그냥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지. (신경 쓰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July 07, 2025 5:40PM케스퍼 카스:그래도...
나는 실종되지 않고 깼으니까 어느 정도는 달성된 게 맞는 것 같지.
July 07, 2025 5:41PM한소영:음...... 지구에서 보기엔 실루엣 2호도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와서 실종 처리가 됐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네 말처럼 넌 실종되지 않았으니까... 정말 다행이야.
July 07, 2025 5:42PM케스퍼 카스:나갈 방법은 아직 있다며. 딴 말 하지 마라.
July 07, 2025 5:43PM한소영:당연하지. 그건 걱정 안 해도 되네요. (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게 할 거니까.) 설마 그 잠깐 사이에 쫄거나 한 건 아니겠지-?
July 07, 2025 5:44PM케스퍼 카스:쫄아? (코웃음. 물론 쫄았다. 근데 구하러 와서 쫄았다고 할 순 없으니...)
July 07, 2025 5:45PM한소영:헤에... 아닌데, 조금 쫀 것 같은데? 내 말이 맞지, 어? (한 손을 침대 위에 짚으면서 상체를 기울여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July 07, 2025 5:48PM케스퍼 카스:(찡그리며 뒤로 몸 물린다.) 내가 쫄아 있으면 누가 구하냐? 부담돼서라도 안 쫄아, 못 쫄아!
(말해놓곤 시선 슬그머니 피한다. 그 끝에... 워치가 닿는다! 빙고.)
야, 야. 그러고 보니까 너 나 접근 차단시켜놨더라?
July 07, 2025 5:49PM한소영:쫄아도 구할 순 있지, 왜 못 구해? (하고 반박했다가...)
? (하고 시선 따라가면... 책상 위에 놓인 워치가 보여 잠시 멈칫한다. 다시 그를 바라보면, 손목에 제대로 워치를 차고 있는데.) ... 저건 누구 거야?
July 07, 2025 5:52PM케스퍼 카스:아까 말한 네 전기 구멍 옆에서.
원래는 1호에 뭐 없나 보러 가려고 했는데 막혀 있어서 다른 데로 갔어.
정보실이었는데... 그 전에, 왜 막아놨냐니까.
July 07, 2025 5:53PM한소영:... 1호로 들어가려고 했었다고? (그 말에 몸을 도로 물리곤 조금 표정을 굳힌다.)
July 07, 2025 5:53PM케스퍼 카스:왜?
July 07, 2025 5:54PM한소영:거긴... 위험해. 나랑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전부... 사라졌다고 했잖아. 웬만하면 거긴 가지 마.
July 07, 2025 5:55PM케스퍼 카스:그렇게 치면 2호에서도 나 빼고 다 사라졌는데 거기도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애초에 사람들은 '이 안'에서 사라졌다고 했잖아. (방 바닥을 가리킨다.)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어.
그리고 결국 점검하고 확인하려면 들어가는 봐야지. 안 그래?
July 07, 2025 5:56PM한소영:... (딱히 반박할 순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가,) 아니, 거긴 내가 이미 다 살펴봤으니까 더 확인하지 않아도 돼. (고갤 휙휙 젓곤 답한다.)
July 07, 2025 5:57PM케스퍼 카스:아하~ 다 확인해서 내가 또 전선을 뽑았냐. (히죽, 놀리는 표정으로 웃는다.)
July 07, 2025 5:58PM한소영:...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 쥐어박고 싶은걸... 1. 참는다. 2. 못 참아!
2)
(콩!! 머리 쥐어박음.)
July 07, 2025 5:58PM케스퍼 카스:악! 폭력!
July 07, 2025 5:59PM한소영:그러게, 누가 그렇게 히죽이면서 사람 약올리래? 어? (옆에 놓여있던 베개를 들어 퍽, 퍽 때리기 시작하는데...)
July 07, 2025 5:59PM케스퍼 카스:(가드...!) 아! 아! 근데 내가 맞잖아!
July 07, 2025 6:00PM한소영:그래도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시늉은 해야 될 거 아니야? (어림도 없지...)
July 07, 2025 6:01PM한소영:
민첩
기준치: |
65 32 13 |
굴림: |
18 |
어려운 성공 |
July 07, 2025 6:02PM케스퍼 카스:
민첩
기준치: |
60 30 12 |
굴림: |
41 |
보통 성공 |
(무력...)
잘 들었잖아! 잘 들었잖아!
July 07, 2025 6:02PM한소영:(날랜 스매시...) 듣기만 했잖아~!
July 07, 2025 6:02PM케스퍼 카스:들었으면 됐잖아!!
July 07, 2025 6:03PM한소영:말을 들어줄 생각도 하면 좀 좋아? (마지막으로
퍽! 치곤 씩씩...)
July 07, 2025 6:03PM케스퍼 카스:(K.O.)
(침대에 널려 디비진다...)
누가 억지로 열어달랬냐...
July 07, 2025 6:05PM한소영:말도 안 듣는데 뭐가 예쁘다고 침대에서 재우는지 모르겠네, 진짜. (씅을 내곤 팩, 고개를 돌린다.) ... 그럼?
July 07, 2025 6:06PM케스퍼 카스:그럼 소파에서 재우든가... (상관없다는 얼굴로)
그냥... 왜 막았냐고. 위험하다는 말이 납득이 안 간다는 거야.
July 07, 2025 6:08PM한소영:너 재워줄 소파는 없거든? (자기가 쓰는 데 말곤 마땅히 케스가 누울만한 곳도 없고요.) ... 네 말대로 여기나 거기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거긴 한참 전에 폐쇄한 곳이라서 이곳과는 차원이 다르게 추울 거야.
굳이 그런 데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더 이상 인기척을 느낄 수도 없을 텐데...
July 07, 2025 6:10PM케스퍼 카스:소파도 안 주네, 서러워라. (대충 내뱉는다.)
그래도 점검 차... ... 사실 잘 모르게 됐거든. 사람들이 그냥 없어졌다며? 근데 아까 수상한 걸 봤단 말이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자꾸 이상한 데로 생각이 흐르잖아. 혹시라도 그 안에 누가 들어가 있으면 어떡해?
July 07, 2025 6:11PM한소영:... (침대 한가운데 내려뒀던 베개로 얼굴 푹 눌렀다 놓는다.) 소파보단 침대가 낫지, 뭘.
(수상한 거...? 의아한 얼굴로 쳐다본다.) ... 그 안에 들어가 있긴 누가 들어가 있다고...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잠이나 자!
July 14, 2025 3:14PM케스퍼 카스:(웁.... 베개에 눌렸다가 휙 치워내곤) 자려던 사람 방에 온 게 누군데? 너나 빨리 자!
July 14, 2025 3:15PM한소영:뭐, 바로 잘 건 아니었잖아? (지금 내 탓하는 거냐는 뉘앙스.) 잠깐 대화하는 것 정돈 괜찮다고 해놓고선!
July 14, 2025 3:17PM케스퍼 카스:네가 안 왔으면 바로 잤어. (뭔가 안 믿어주는 것 같은 눈빛에 대한 반발심일지. 베개를 제자리에 툭 놓고) 이제 안 괜찮아~
July 14, 2025 3:18PM한소영:...치... 유치하긴. (누가 봐도 이제 잘 거니까 나가란 듯한 말에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조금 비죽인다.)
July 14, 2025 3:18PM::라이프 워치의 희미한 빛이 아니면 서로의 얼굴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이곳은 끝없이 어두워서,
잠시 말소리가 멎으면 소영이 들이쉬고 내쉬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합니다.
July 14, 2025 3:20PM케스퍼 카스:누가 더 유치한데... (푹 누워 중얼거리고 가만 있는데도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슥 고개 돌려 본다.)
안 가?
July 14, 2025 3:22PM한소영:... 너 잠드는 거 보고 가려고. (그가 누워있는 모습을 희미한 빛이 어리는 게 다인 어둠 속에서 가만 쳐다보고 있는다.)
July 14, 2025 3:22PM케스퍼 카스:... 소름끼치는데. (질색하며 이불 끌어올리고 벽 쪽에 붙는다.)
July 14, 2025 3:24PM한소영:이게.... (할많하않 얼굴로 주먹을 꾹 쥐었다가 놓는다.) ... 그냥, 이렇게 사람과 마주해 본 게 얼마만인가 싶어서 그런 거야.
July 14, 2025 3:26PM::그도 그럴게, 당신은 비록 잠든 채 5개월의 시간을 보냈지만 소영은 벌써 10개월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셈이니 말이죠.
July 14, 2025 3:26PM케스퍼 카스:... (말문 막히게 하는 데 뭐 있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 맡고 싶다는데 어쩌겠다. 하필 그 '사람'이 내가 됐다는 게 쟤 탓은 아니잖아. 그냥 베개에 푹 옆머리 묻어버린다.) 맘대로 해. 난 잘 거야.
July 14, 2025 3:32PM한소영:그래, 잘 자. 방해는 안 할 테니까... 오래 있지도 않을게. (벽 쪽에 등을 붙이고 누워 눈을 감은 모습을 쳐다보다가 중얼거리듯이 내뱉는다.)
(별다른 대꾸가 들려오지 않으면 그저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아깐 그렇게 말했지만... 실은 네가 깨어나길 기다렸는지도 몰라. 그동안 좀 외로웠던 것 같거든.
July 14, 2025 3:40PM케스퍼 카스:(눈 감고 가만히 있다가 몇 초 뒤에야 스르르 눈꺼풀을 떠올린다. 어두운 공간을 가로지른 시선이 그림자 속에서도 붉은 머리의 옆얼굴에 닿는다.)
July 14, 2025 3:41PM케스퍼 카스:
심리학
기준치: |
60 30 12 |
굴림: |
26 |
어려운 성공 |
July 14, 2025 3:41PM::그렇게 말하는 소영의 얼굴은 꽤 슬퍼 보입니다.
10개월.
그것이 지구에서의 시간과 다른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당신 또한 홀로 남았다는 그 무서운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번 실루엣 1호의 미스터리한 행방과 온갖 것에 대해 떠드는 방송 영상들을 보면서, 빛이 있고 마땅히 서있을 수 있는 땅이 있음에도 지구는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제대로 대답할 수는 없을 겁니다.
우주를 쫓는 일이란 늘 그런 법이니까요.
그래요, 다행이라고 여겨도 좋아요.
그나마 소영이 있기에 이 막연한 외로움과 불안감을 견딜 수 있는 거겠죠.
소영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July 14, 2025 3:50PM케스퍼 카스:(그럼에도 인간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렇기에 수천 년 동안 하늘을 쫓으며 그 위에도 사람의 형상을 한 신이 있다고 믿었고, 수백 년 동안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끝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새로 항해하기 위한 우주용 배를 개발했으며, 수십 년 동안 그 외로운 곳으로 사람을 내보냈다. 누군가 우리를 좀 찾아달라고.
우주가 있기에 그곳에 간다는 말은 틀렸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지로 떠나는 이유는 신대륙을 찾기 위해서다. 그곳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덜 외로워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선은 다시 소영에게 닿는다. 종족 밖으로 떠나온 이들은 이렇게 고독에 휩싸여 죽어가다가 집단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영의 상태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물론 나도. 깊이 들이쉰 숨을 천천히 길게, 한숨처럼 내쉰다.)
좀이 아니잖아.
July 14, 2025 3:54PM한소영:... (침묵 끝에 들려오는 한마디에 잠시 내리깔았던 시선이 다시 그에게 닿는다. 어둠 속에서 잠시간 눈이 마주쳤을까? 픽 웃음을 흘린다.) 그래도 나름대로 적응하긴 했어. 이제 진짜 자. 난 그만 나가볼 테니까.
July 14, 2025 3:56PM케스퍼 카스:적응을, 네가? (이런 환경에? 피식 웃음이 샌다. 적응하면 안 되지. 넌 그런 성격이 될 수 없잖아. 나 같은 성격이. 꾸물거리며 등 돌려 벽 보고 눕는다.) 가.
... ... 잘 자.
탐사 대원 케스퍼 님, 자동으로 수면 환경을 조성합니다.
July 14, 2025 3:57PM::라이프 워치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느 정도 방을 밝히던 불빛이 사그라들고, 까마득한 어둠에 집어삼켜지네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리던 기계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멀어집니다.
곧 침대 위를 누르던 무게가 완전히 사라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면,
우주에 붕 떠있기라도 한 것처럼 졸립고 나른해집니다.
그렇게 긴 잠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July 14, 2025 3:59PM::당신은 문득 잠에서 깨어납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하루를 보냈기 때문일까요.
수면 캡슐 안에서 굳었던 몸이 조금은 풀어진 듯합니다.
눈을 떠도 시간을 구분할 수 없는 까만 풍경이 당신의 시야에 들어찹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 수면에서 기상으로 상태가 변경됩니다.
July 14, 2025 4:00PM::당신의 라이프 워치에서 옅은 불빛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나마 주변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의 빛이 생겼군요.
July 14, 2025 4:02PM케스퍼 카스:(자리에서 일어나 늘어지게 하품... 기지개... 풀썩. 중력에 들러붙는 것처럼 침대에 팔다리 떨어뜨렸다가 굴러서 침대 밑으로 내려와 선다.) 어우...
July 14, 2025 4:02PM::소영은 아마 높은 확률로 관리실에 있겠죠.
아니면, 어제 당신이 했던 것처럼 우주선 안을 돌아다니면서 기계에 연결된 전선을 뽑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July 14, 2025 4:04PM케스퍼 카스:(일단 어제 가져왔던 남옥의 워치부터 챙기겨 가기로 한다.)
July 14, 2025 4:04PM::방에서 나가면, 관리실 쪽에 작은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관리실에서는 실루엣 2호의 대부분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죠.
July 14, 2025 4:05PM케스퍼 카스:(관리실에서 안 나갔나... 관리실로 향한다/)
July 14, 2025 4:06PM::관리실에 다다르면 복도를 옅게 밝히던 빛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비상용 랜턴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상 위 컴퓨터와 휴대용 랜턴, 화분, 상단과 하단 두 개로 구분된 철제 서랍장이 눈에 띕니다.
소영의 모습은 따로 보이지 않네요.
July 14, 2025 4:07PM케스퍼 카스:(두리번) 어디 갔나?
(휴대용 랜턴부터 쥔다.)
July 14, 2025 4:08PM::건전지를 아낄 생각인지 가장 1단계로 맞춰져 있지만 어둑어둑한 주변 탓에 이 정도의 불빛은 그 어떤 것보다도 밝게 느껴집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당신이 막 수면 캡슐에서 깨어났을 때 소영이 들고 있던 랜턴과 동일한 물건인 듯합니다.
July 14, 2025 4:10PM케스퍼 카스:(아무리 익숙해졌다곤 해도 이거 없이 어딜 간 거야... 있는 걸 안 쓰고. 한두 번 껐다 켜보곤, 켠 채로 들고 컴퓨터를 본다.)
July 14, 2025 4:10PM::계기판과 연결된 커다란 컴퓨터입니다.
컴퓨터에 이어진 전기까지 끊지 못한 이유라면 아무래도 이 기계 하나로 실루엣 2호의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는 건 잘만 조작하면... 당신의 출입이 통제된 실루엣 1호의 연결 통로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겠죠.
July 14, 2025 4:12PM케스퍼 카스:(혹한다....! 주변을 슥 둘러본다. 소영이 없지? 바깥도 슬쩍 확인해 보고 돌아와서, 실루엣 1호 연결 통로를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는다. 일단 찾아두고 나가기 전에 조작할 셈.)
July 14, 2025 4:13PM케스퍼 카스:(내 정보를 입력해보자.)
July 14, 2025 4:13PM::케스퍼가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계기판에 깜빡이는 불빛이 연이어 들어옵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는 현재 실루엣 1호 연결 통로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해제를 위해 통제 관리자의 코드를 입력해 주세요.
July 14, 2025 4:13PM케스퍼 카스:역시나. (쯧. 소영이의 정보를 내가 입력할 수 있나?)
July 14, 2025 4:14PM::케스퍼는 소영의 코드를 알고 있나요?
July 14, 2025 4:14PM케스퍼 카스:(모르면... 찾아낸다. 휙, 주변을 비춰 둘러봤다가 철제 서랍장으로 성큼성큼)
July 14, 2025 4:15PM::상단 서랍장을 열어보면 무수히 많은 라이프 워치가 있습니다.
열 개, 아니에요.
눈으로 셈해도 스무 개는 이상의 라이프 워치가 가득합니다.
July 14, 2025 4:16PM케스퍼 카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12 |
극단적 성공 |
뭔놈의 워치가 이렇게 많아... (뒤적,,,)
July 14, 2025 4:16PM::라이프 워치엔 실루엣 2호에 함께 탔던 탐사 대원들의 라이프 워치뿐 아니라 1호에 탔던 탐사 대원들의 라이프 워치까지 가득합니다.
새겨진 각인과 코드가 그들의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어요.
...잠깐만요, 하지만 그들은 실종되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July 14, 2025 4:17PM케스퍼 카스:
SAN Roll
기준치: |
62 31 12 |
굴림: |
43 |
보통 성공 |
(어제 찾은 것도 그렇고, 실종은 됐는데 워치만 남았다? 몸이랑 옷만 삼키는 블랙홀이나... 뭐 그런 게 있을 수 있나?)
흠...
July 14, 2025 4:18PM::글쎄요, 어쩌면 당신의 생각이 맞을지도 모르죠.
이렇게 많은 라이프 워치가 있다면, 혹시나......
열심히 뒤적이다 보면 어렵지 않게 소영의 라이프 워치를 찾아냅니다.
소영의 라이프 워치엔 그의 이름과 코드 No. 003 가 새겨져 있어요.
July 14, 2025 4:20PM케스퍼 카스:어. (이게 왜 여기 있어? 워치를 두고 다녀? 일단 빼서 살펴보고... 음, 가져가면 안 되겠지... 기억만 해두자. 다시 넣는다.)
(근데 그럼 아래는 뭐야? 하단도 열어보기)
July 14, 2025 4:20PM::하단에는 충전용 배터리가 한가득 들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전력을 모두 사용한 배터리들만 넣어둔 것 같은데요.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 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전기로 작동되는 것이긴 하나, 지구에서 이와 비슷한 모델을 본 적은 없어요.
July 14, 2025 4:22PM케스퍼 카스:(어디에 쓰이는 배터리야? 하나씩 들어 보다가 포기하고 그냥 넣어둔다. 일단 모양과 접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기억해두고.)
씁. (이상해. 이상한데. 생각하며 컴퓨터로 되돌아가려다가, 문득 화분을 발견한다.)
(어둠 속에 화분이?)
July 14, 2025 4:23PM::평범한 화분입니다.
이 낮은 채도를 지닌 탐사선 안에서 유일하게 싱그러운 색을 띄고......
July 14, 2025 4:23PM케스퍼 카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80 |
실패 |
July 14, 2025 4:24PM::약간 어색한 느낌이 드는 화분입니다.
화분은 그저 화분일 뿐인데요. 이렇게 의문을 가지는 것조차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July 14, 2025 4:25PM케스퍼 카스:생화는 아니겠지...? (잎을 슥 만져본다.)
July 14, 2025 4:25PM::잎을 슥 만져보면...
잎이며, 가지며 모두 차갑고 딱딱합니다.
마치 잘 만들어 놓은 모조품 같아요.
July 14, 2025 4:26PM케스퍼 카스:역시. (무서울 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화분 근처를 한 번씩 불로 비춰본다.)
July 14, 2025 4:27PM::뭔가 숨겨진 게 있진 않은 듯해요. 별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July 14, 2025 4:28PM케스퍼 카스:(관심 끊고 컴퓨터로 돌아가서 소영이의 코드나 쳐본다.)
July 14, 2025 4:28PM::소영의 코드인
003을 입력하면 다시 한 번 안내음이 울려 퍼집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의 출입 통제가 해제되었습니다.
July 14, 2025 4:29PM::당신이 이 제한을 풀어내는 일은 역시 간단합니다.
다행이에요. 이로써 의문이 갔던 실루엣 1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July 14, 2025 4:29PM한소영:...케스퍼, 뭘 하고 있는 거야?
July 14, 2025 4:29PM케스퍼 카스:... (좆됐다)
July 14, 2025 4:29PM::마침 소영이 관리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July 14, 2025 4:30PM케스퍼 카스: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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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July 14, 2025 4:31PM::당신이 멋대로 출입 통제를 해제시키긴 했지만, 그 순간을 직접 보진 못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벌써 불호령이 떨어졌겠죠.
July 14, 2025 4:32PM케스퍼 카스:(미치겠네, 어디까지 봤지? 그러는 동안에도 얼른 로그아웃을 하고)
July 14, 2025 4:32PM::소영은 대체 왜 당신의 개인 활동에 대해 이렇게까지 꼬치꼬치 캐묻고 제한하려드는 걸까요? 좀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July 14, 2025 4:32PM케스퍼 카스:아니 뭐, 그냥...
어디 갔다 왔냐?
July 14, 2025 4:33PM한소영:거기서 뭘 하고 있었냐니까? (컴퓨터 쪽으로 다가가다가 돌아오는 대답에 케스퍼를 쳐다본다.)
July 14, 2025 4:33PM케스퍼 카스:컴퓨터가 있길래 좀 구경한 것도 안 되냐?
July 14, 2025 4:35PM한소영:... (
정말 '구경'만 한 걸까요? 잠시 말이 없다가 바로 앞까지 다가간다.) ... 네가 타고 온 우주선의 관리실인데 특별히 구경할 게 뭐 있다고.
July 14, 2025 4:36PM케스퍼 카스:내가 타고 왔어도 제어는 다 대장이 했지, 내가 했냐.
July 14, 2025 4:38PM한소영:... (입술이 잠깐 뾰족해진다.) ...그렇긴 하겠네. 그래도, 이제 내일이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 뭐가 됐든 무리한 일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거, 안 잊었지?
July 14, 2025 4:38PM케스퍼 카스:(뜨끔.) 어, 뭐...
근데 어디 갔다 왔냐니까.
July 14, 2025 4:40PM한소영:(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인데...) ... 아직 연결되어있는 기계는 없는지 점검 차, 좀 돌아다니다 왔어.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어제 한 끼밖에 안 먹었으니 슬슬 배고플 때가 됐겠다는 생각에 말한다.)
July 14, 2025 4:42PM케스퍼 카스:아. 그렇지, 아무것도 안 먹었네. (성공적으로 말을 돌린김에 먼저 걸음을 뗀다.)
빨리 다시 맛있는 것 좀 먹고 싶다.
July 14, 2025 4:42PM한소영:금방 다시 먹게 될 테니까, 조금만 참아. (앞서 식사실로 향하는 그의 뒤를 따른다.)
July 14, 2025 4:43PM::짤막한 대화를 하며 걷다 보면 역시나, 캄캄한 어둠 끝에 식사실이 눈에 보입니다.
July 14, 2025 4:44PM::오늘도 불을 켤 수 없군요.
당신의 손목에 채워진 라이프 워치의 불빛만이 당신과 소영을 비추고 있습니다.
소영은 마치 어제의 일을 반복하듯 식탁 위 버튼을 눌러 각종 우주 식량을 올려둡니다.
오늘 메뉴는 튜브에 들어있는 감자 수프와 미트볼 통조림, 생식 바와 블루베리 주스네요.
July 14, 2025 4:45PM케스퍼 카스:그래도 조금씩 메뉴가 달라지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July 14, 2025 4:45PM한소영:그래야지. 얼른 먹어. (앞에 앉아있는다.)
July 14, 2025 4:46PM::당신은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습니다.
오늘도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은 딱 1인분뿐입니다.
식량을 아끼고 있는 건 아니겠죠...?
July 14, 2025 4:48PM케스퍼 카스:근데 왜 이것밖에 없어?
July 14, 2025 4:48PM한소영:응? ...아. 난 아까 먼저 먹었거든. 아직 배가 안 고파.
July 14, 2025 4:49PM케스퍼 카스:(의심...)
July 14, 2025 4:49PM케스퍼 카스: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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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July 14, 2025 4:50PM::먼저 먹은 건 좀 치사할지도요.
July 14, 2025 4:51PM케스퍼 카스:뭐... 그래...
July 14, 2025 4:52PM::분명 어제 이틀치 식량은 충분히 있다고 했었으니까, 거짓말은 아니겠죠.
July 14, 2025 4:52PM케스퍼 카스:그래도 그냥 앉아 있으면 먹는 내가 뻘쭘하니까. (생식 바를 툭 건넨다.)
July 14, 2025 4:53PM한소영:(제게 건네는 생식 바를 보곤 검지로 밀어낸다.) 너 먹는 모습 안 보고, 창 너머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그냥 먹어.
July 14, 2025 4:55PM케스퍼 카스:(저 고집. 못마땅하게 보다가 그냥 먹기로 한다. 어차피 뭐라 해도 본인이 싫으면 안 먹을 게 확실하니까. 보란 듯이 생식바를 입에 물고 으적이며 통조림을 딴다. 수프에 생식바를 같이 먹으면 퍽퍽하지 않아 한결 나은 것 같다... 그렇게 침묵 속 먹방 중)
July 14, 2025 4:56PM::라이프 워치만으로 밝히고 있는 식사실.
동그랗게 난 창문에 희미하게 당신과 소영의 잔상이 비치고 있습니다.
그 너머는 역시 어두컴컴한 우주뿐입니다.
July 14, 2025 4:57PM한소영:(말했던 것처럼 턱을 괸 채 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를 돌아보며 입을 연다.) 참, 오늘부터 블랙홀이 열릴 거야. 시작은 아주 작은 크기겠지만...
그래도 조종실에 들어가면 다시 밝은 우주를 볼 수 있을 텐데, 조금 이따 같이 볼래?
July 14, 2025 4:58PM케스퍼 카스:천천히 열려? 그거 열리면 나갈 준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구경할 새가 있나 모르겠네.
July 14, 2025 5:00PM한소영:안 그래도 준비할 예정이긴 한데, 잠깐 정도는 구경할 시간이 되거든.
열리기 시작하면, 완전히 커지는 시간을 따로 계산하긴 해야 하지만... 지난번에 열렸던 걸 생각하면 구경할 시간은 충분해.
July 14, 2025 5:02PM케스퍼 카스:그러다 놓치지 말고, 준비하면서 봐.
내가 할 일은 없어?
July 14, 2025 5:03PM한소영:누가 누구한테 잔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알아서 잘할 거거든-.
(덧붙여진 말엔 고개를 젓는다.) 딱히 없어.
July 14, 2025 5:04PM케스퍼 카스: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 몇 개월이고 못 나오고 2호랑 같이 갇혔냐?
(할일이 없다는 말에 못마땅해진다...)
July 14, 2025 5:05PM한소영:그땐 전력이 부족해서 그랬던 거고... 2호 덕분에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건 고맙게 생각하네요. (이쪽도 반쯤 흥, 하는 표정이다.)
July 14, 2025 5:07PM::어쨌건 소영의 말이 정말이라면, 다시 볼 수 있어요. 저 검은 심연에 속에서 우리들을 이끌던 그 빛을요.
그리고 함께 돌아갈 수도 있겠죠.
한치 앞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 검은 하루들보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빛이고 희망인 우리의 별로......
July 14, 2025 5:08PM케스퍼 카스:(답하지 않고 다 먹은 블루베리 주스나 내려놓는다.)
July 14, 2025 5:09PM::눈을 가늘게 떴던 소영이 식사를 마친 모습에 다시금 버튼을 눌러 식탁 위를 정리합니다.
July 14, 2025 5:10PM한소영:... 케스퍼, 나랑 얘기한 거 절대 잊으면 안 돼. 내 부탁 외의 독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거야. 알았지? (잠시 떨어질 예정인 만큼 한 번 더 당부한다.)
July 14, 2025 5:11PM케스퍼 카스:아오, 15살도 안 듣는 잔소리를 내가...
July 14, 2025 5:11PM한소영:15살이 말을 더 잘 들었을 것 같으니까 그러지! (으이구, 하는 얼굴로 쳐다보다가.) 방에 가 있으면 조금 이따 부를게.
July 14, 2025 5:12PM케스퍼 카스:그래도 난 15살보다 수습력이 있거든. (슬쩍 째려보던 시선을 금세 거둔다.)
산책이나 할래.
July 14, 2025 5:13PM한소영:산책? ... 괜히 기운 빠지게 너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는 말고.
July 14, 2025 5:13PM케스퍼 카스:밥도 먹었는데 금방 안 빠지네요.
July 14, 2025 5:14PM한소영:(
15살보단 수습력이 있어야지... 네 나이가 몇인데...) 불빛도 없는데, 넘어지지 말고 조심해서 다녀.
... 웬만하면 그냥 방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작게 한숨을 내쉰다.)
July 14, 2025 5:15PM::왜 저렇게 방에 있으라고 하는 건지, 원.
종종 소영이 당신에게 무언가를 감추기 급급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요, 저 시커먼 우주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이렇게 속내를 알기 어려운 사람이었던가요?
그도 아니면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혹은 지나치게 알 수 없는 사람이었던가요?
그저 당신이 사라지진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텅 비어버린 시간을 절감합니다.
비록 우주의 시간으로는 단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간간이 미묘하게 느껴지는 거리감은 분명 둘 사이 공백이 만들어낸 것이겠죠.
July 14, 2025 5:19PM케스퍼 카스:(눈썹 들어올리며) 너 좀 이상하다? 왜 그러는데? 이 우주선이 다 네 것도 아니고. 내가 네 크루였던가? 네가 대장이고? 왜 그렇게 자꾸 갑갑하게 구는데?
July 14, 2025 5:26PM한소영:... (그동안 불만이 꽤 많았는지 쉬지 않고 몰아붙이듯 말을 꺼내는 모습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 적어도 지금은 내가 이곳의 관리자니까. 엄밀히 말하면 네가 타고 온 우주선이지만, 너보다 오랜 시간 내가 관리해 오기도 했고. 이제 정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일이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시선을 내리고 입술을 꾹 깨문다.) 걱정돼서 그래. 갑갑하게 만든 건 미안.
July 14, 2025 5:32PM케스퍼 카스:... 일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져. 이 상황에선 잘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훈련은 그냥 받은 게 아니야. 혼자서만 뭔가를 알고 대처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알고 의견을 나누는 게 더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그게 무슨 일이든. 내가 네 친구이기 전에, 우리 둘 다 한 명의 우주인이야. 까먹지 말라고.
July 14, 2025 5:46PM한소영:... 알고 있어. 단순히 친구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아니, 좀 더 솔직해져 봅시다. 그가 '케스퍼 카스'이기 때문에 더더욱 각별하게 신경을 쓰게 되는 것 아닌가요? 그가 무사히 지구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니까. 그러려면, 제 말대로 때가 될 때까지 얌전히 있어줬으면 좋겠어서. 혹여나 우주선 안을 돌아다니다가... 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로 사고가 진행되려 하자 억지로 멈추듯 붙든다.)
... 너도 충분히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하거나, 최소한의 대처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우주인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네가 책임질 수 없는 일도 이곳엔 존재해. 여긴 우주니까. 물론 나한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가 잦아든다.) ...부탁할게. 답답해도 조금만 더 참아줘. 지구로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만이라도 좋으니까.
July 14, 2025 6:04PM케스퍼 카스:(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이런 곳까지 되찾으러 와 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끊어진 말의 뒷부분을 이어붙인다. 불편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떤 일을 겪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이미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나. 자신만을 남겨두고 계속 사라지는 동료들. 그들의 워치를 서랍 가득히 주워 모아 보관할 때 느꼈을 슬픔과 공포. 2호선이 도착했을 때 느꼈을 희망은, 기대가 컸을 만큼 당사자를 절망으로 추락시켰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알고 지내던, 내 과거와 나를 아는 사람이 살아남았다. 그 사람만 살아남았다. 그러니 지키고 싶은 게 당연할 거라 여겼고, 어느 정도 농담 어린 짜증을 내며 그 걱정에 어울렸다. 하지만 그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지 않을 것을 강요당하며 그런 사람을 지켜보고 싶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었다. 그만큼 힘들었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놔두자는 배려였을 뿐이다.
맞다. 우주에선 아무도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 말을 한 본인을 포함해서. 그럼에도 그렇게 말한 이유를, 정말 내가 어떻게 하겠다고 들고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을, 소영이라면 알 것이라 생각했다.
힘겹게 들리는 말 끝마디에 손 마디가 스스로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웬만해선 들어주고 싶었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지. 원하는 방향성과 계획이 있겠지. 일단 나는 너를 믿으니까. 하지만 그건 멍청이처럼 우주나 구경하다 구조'당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야. 그래도... 최우선 목표는 탈출이니까. 네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는 않을 작정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해두기로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목표와 방법에 부합한다는 가정하에. 팔을 풀고 자리에서 슥 일어난다.)
일 안 칠 테니까 네가 할일을 해.
...못 믿겠어도 날 좀 믿고.
July 14, 2025 6:24PM한소영:(그의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할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저 역시 갑갑함을 호소했을 것이다. 그가 이곳에서 지난 시간을 홀로 어찌 보내왔을지 그 마음을 헤아리고, 그에게 어떠한 계획이 있으며 그것을 실행하는데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을 원천 차단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가둬두려는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진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제 뜻을 따라달라 간절히 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있었기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거나 다름없는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처음과 달리 제 말을 듣고 조금 누그러진 상태로 정돈되어 돌아온 그의 말에 안도했다가, 그 내용에 속이 복잡해졌다가. 그러한 과정을 거쳐 거듭 부탁한 말에 돌아온 대답은... 결국 제 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 정말 고마워, 케스. ...응. 그런 말 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누구보다 그를 믿고 의지하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슬픈 미소가 잠시 스쳐지나갔다.)
July 14, 2025 6:30PM::소영을 뒤로하고 식사실에서 먼저 빠져나와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오늘도 역시나, 라이프 워치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 열 걸음 앞 도킹을 성공한 실루엣 1호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습니다.
July 14, 2025 6:31PM케스퍼 카스:...! (워치 소리가 들릴까, 손으로 워치를 덮고는 뒤를 돌아본다.)
아니... 안 말해줘도 되는데...
July 14, 2025 6:32PM::식사실에서 꽤 걸었기에 들킬 염려는 없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July 14, 2025 6:32PM케스퍼 카스:(그래도 불안한 눈으로 식당 쪽 보다가 천천히 통로 쪽으로 간다.)
July 14, 2025 6:33PM::통로 쪽으로 걸으면 어느덧 열 걸음 앞...... 분명히 아까 관리실에서 출입 통제를 해제했었죠.
보아하니 소영은 아직 연결 통로의 제한을 해제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어떻게 하죠?
July 14, 2025 6:34PM케스퍼 카스:(아직 모른다면 얼른 들어갔다가 확인만 하고 나와 다시 돌려놓아도... 아님 아예 모른척을 해도 되겠지...)
(이미 굳힌 결심이다. 통로로 향한다.)
July 14, 2025 6:34PM::케스퍼가 연결 통로 근처로 가면, 연결 통로로 이어지는 문 너머에서부터 희미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July 14, 2025 6:34PM케스퍼 카스: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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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4, 2025 6:35PM?:잠깐, 설마 라이프 워치 소리야? 이봐, 누구지? 생존자인가?
July 14, 2025 6:35PM::잠깐만요, 안쪽에서 들려오는 건 말소리입니다.
누군가가 말하고 있어요.
저 문 너머에서부터요.
생존자라니, 그건 당신이 해야 할 말 아닌가요?
소영과 당신을 제외하곤 모두가 실종됐는데요.
July 14, 2025 6:36PM케스퍼 카스:...?
거기 누굽니까?
July 14, 2025 6:37PM?:나는-...
July 14, 2025 6:37PM::지지직.
아무래도 눈 너머에 있어 말소리가 끊기는 듯해요.
어쨌든 문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이 중요한 사실이겠죠.
이 너머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소영이 당신의 출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듯 제한해 뒀던 걸까요?
July 14, 2025 6:39PM케스퍼 카스:(전파 노이즈? 이번에도 라디오 같은 건가? 그럼 대화를 어떻게 하는 거지. 정말 이 뒤에 위험한 게 있을 수도 있겠는데. 문을 열기를 망설이지만... 그래도 궁금한 걸 보지 않고 넘긴다면 그게 케스퍼 카스냐.)
(문을 열려고 시도)
July 14, 2025 6:40PM::통로로 이어지는 문에 라이프 워치를 가져다 대면 음성이 들려옵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의 정보를 분석 중......
July 14, 2025 6:40PM::천천히, 실루엣 1호로 이어지는 문이 열립니다.
안쪽에서부터 들려오던 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아요.
문 너머는 여전히 어둡기만 합니다.
라이프 워치의 희미한 불빛만으로도 앞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발자국, 당신이 조심스럽게 발을 떼면...... 툭, 무언가가 발치에 걸립니다.
케스퍼가 시선을 떨어뜨린 곳엔 연결 통로를 가득 채우는 기계 더미들이 쌓여있습니다.
3:15PM::거대한 라디오며 텔레비전, 더 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각종 기계들이 쌓여 있는가 하면......
잠깐만요, 케스퍼. 이게 뭐죠?
사람의 형체를 한 기계들이 그 위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습니다.
각각 기괴하게 꺾인 관절들, 허공을 바라보는 멍한 눈, 꽉 다문 입술, 전류가 나간 듯 움직이지 않는 사람의 형상을 띈 기계도 있지만 이미 훼손된 것들도 많습니다.
3:15PM::그 와중에도...... 당신은 이것들이 무엇을 닮아있는지 깨닫습니다.
그래요, 당신과 함께 실루엣 2호에 탔던 몇몇 탐사 대원들과 똑같이 생겼어요.
지나치게 차가운 낯으로, 이 깜깜한 어둠처럼 공허한 눈들이 모두 허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3:15PM케스퍼 카스:
SAN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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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 |
40 |
보통 성공 |
3:16PM::기계가 틈 없이 쌓여있는 탓에 안쪽으로까지 더 들어가 볼 수는 없을 듯하군요.
3:16PM::기계 더미 속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3:17PM케스퍼 카스:기계... (대원들을 닮은 걸 보고 있다가 목소리에 흠칫하며 그쪽으로 라이트를 돌린다.)
누굽니까?
3:17PM::우선 기계 더미를 치우면 찾아낼 수 있을 듯합니다.
3:18PM케스퍼 카스:(이래도 되려나 싶긴 하지만 일단... 사람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다른 기계들을 하나씩 치워본다.)
3:18PM::더미를 치워 살펴보면 사람의 몸을 비슷하게 따다놓은 로봇의 몸과 텔레비전 화면을 연상시키는 기계의 머리가 차례대로 드러납니다.
기계 화면 끝에 금이 간 것을 보면 크게 떨어뜨린 적이 있는 것 같네요.
케스퍼가 손대기 무섭게 팟, 소리와 함께 화면이 켜집니다.
그리고 그 화면 속에 있는 얼굴은......
3:19PM노바:설마, 케스퍼...? 케스퍼인가? 너 살아있었구나. 정말 다행이야.
3:19PM::화면 속에서 당신에게 말을 거는 이는 다름 아닌 탐사 대장 노바입니다.
3:19PM케스퍼 카스:아니, 그런데, ... 잠깐만, 이거는 기계인데?
3:19PM::마치 카메라를 켜두고 아무도 없는 방에서 당신에게 전송할 영상을 찍은 듯한 모양입니다.
노바의 흉상이 보이고 그의 얼굴이 당신을 바라보며 뻐끔뻐끔 말을 이어갑니다.
어떤 변화도 없는 표정이 지나치게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3:20PM노바:꼴이 이렇게 되긴 했지만 나야, 노바. 그나마 난 사람의 형태에 가까워 다행이지.
3:21PM케스퍼 카스:... (대화가, 통한다. 진짜 여기에 있는 것처럼. 꿀꺽, 마른침이 넘어가고)
3:21PM노바:죽은 자들은 말할 수 없겠지만 봐, 나는 너한테 말하고 있잖아.
3:22PM노바:글쎄, 몸싸움을 하면서 넘어진 탓에 기억 회로에 이상이 생겨서 더 정확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큰 위험 속에서 널 구하려고 했던 것만은 분명히 기억나.
3:23PM노바:네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끔 하려고 수면 캡슐에 밀어넣은 뒤에... 그래, 몸싸움.
3:24PM케스퍼 카스:위험이라니, 무슨 위험이요? 이 우주에서 또 누구랑 싸움을 하는데요? (혼란에 횡설수설하듯)
3:25PM노바:나도 정확하겐 모르지만, 그건 수면 캡슐 안으로 들어가야만 무사할 수 있는 위험이었어.
누구랑 싸움을 했냐고?
소영. 우리의 구조 대상 중 하나였지.
3:26PM케스퍼 카스:... ... ... 뭐라고요?
소영이가 왜요. 아니,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3:26PM노바:잘은 모르겠지만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 같았어. 어떻게 해서든 처분하고 싶어 했던 것도 같고. 모두를 망가뜨리거나 전기를 끊고 이곳에 내다 버렸지.
하지만 그 녀석이 간과한 게 있다면 나는 보조 배터리와 콘센트 모두를 사용하는 기계라는 점이었지. 아주 멋진 기계야.
봐, 여기 전기로 근근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었어. 하지만 무슨 일인지 곧장 절약모드로 넘어가버려서 말이야.
3:27PM::실제로 그의 등 뒤로 긴 콘센트가 선체 벽면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사람의 동맥을 연상시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껍고 거대한 콘센트가 두근거리며 움직이고, 노바의 가슴에 노란 빛이 깜빡입니다.
전기의 잔량을 표시해둔 것 같아요.
5%의 배터리가 충전된 상태입니다.
3:28PM케스퍼 카스:... ... (자신의 몸을 더듬는다. 머릿속에 떠돌던 가능성이 파괴되고 그를 대신할 수많은 의문이.)
대장, 내가...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요.
우리가 원래 기계였습니까? 저도?
3:29PM노바:나참,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수면 캡슐 안에 있었다면 넌 무사해.
우린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었어.
아니, 지금도 사람이지. 네가 날 대장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나도 기계 따위가 아닌 거야.
3:30PM::아무래도 횡설수설 반복하는 게, 상태가 좋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3:30PM케스퍼 카스:아니, 그러면, 그러면...! 소영이는 사람이잖아요, 수면캡슐에 들어갈 수 없었다면 그 애도 변해야 하는 게 맞는데, 어떻게 같은 위험 상황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죠?
대장은... (꿀꺽) ... 네, 대장이죠. (기억이 남아있을 동안.)
3:31PM노바:가장 중요한 건 너만큼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거야, 케스퍼. 탐사 대장으로서 기쁜 일이지.
하지만, 케스퍼... 우리는 어쩌면 이곳까지 와서는 안됐을지도 몰라.
소영이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이곳까지 우리를 불러들였을 수도 있겠지. 소영은 악마와 다름없어.
3:32PM::화면 속 노바의 표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의 흉상이 덤덤한 낯으로 당신을 응시하며 입을 뻐끔거리지만, 목소리는 왜인지 분노가 일렁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얼마나 부조화스러운 일인가요.
그의 말대로 소영은 정말 믿어선 안 되는 나쁜 존재인 걸까요?
알 수 없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당신의 시야와 판단을 가로막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실루엣 1호로 이어지는 저 통로 끝에서부터 기계가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그 소리는 마치 당신의 머리를 잡아먹기 위해 낮은 고함을 지르는 괴물처럼 느껴져요.
3:33PM노바:혼란스러워 보이는군. 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나?
3:36PM케스퍼 카스:소영이 지구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위험한 상황이죠.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전 믿기 싫어도 그녀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대장과 크루들은... .... (구하지 못하겠지. 이 말은 이미 자신이 얼마나 소영을 믿고 있는지, 그 믿음을 버리기 힘든지를 내포한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적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음에도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 행위가.)
3:38PM노바:그래, 네가 소영의 말을 그렇게 믿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탐사 대장인 내가, 훨씬 이전 시간에 우주로 간 실루엣 1호의 사람보단 유능하지 않겠어?
너도 그걸 알고 있잖아.
3:39PM케스퍼 카스:그건... 맞지만...
... 대장에겐 다른 방법이 있으십니까?
3:39PM노바:설령 내가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너만은 돌아가서 진실을 알려야 해.
탐사 대장으로서 마지막으로 명령하지. 소영을 처리해. 그리고 지구로 돌아가는 거야.
3:40PM::... 그래요, 소영은 오래 전 이미 우주로 보내져 생사를 알 수 없던 사람입니다.
다시금 마주쳐도 이따금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그저 당신의 모든 행동을 제한하려는 소영보단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봐 온 상사가 더 믿을 만한 사람일 수도 있겠죠.
게다가 이것은 상사인 노바의 명령입니다.
아, 공백이라는 건 이리도 무섭습니다.
우리가 우주라는 공간에 기대감을 갖다가도 지나치게 겁을 먹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겠죠.
하지만 소영이 기계들의 전류를 끊어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3:45PM케스퍼 카스:(다 함께 나온 우주에서 모두가 죽고 둘이 남았다. 내가 만약 소영을 해친다면 이 드넓은 곳에 나만 남겠구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내가 그 애를 해칠 수 있을까? 마음은 고사하고 원래부터 운동 신경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여차하면 이곳에서 내가 지구의 위험을 풀어두게 될 수도 있고... 하지만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노바-였던 것-을 바라보며 그의 등 뒤 콘센트를 손으로 가볍게 터치한다.) 반드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후는 제가 합니다.
... 하지만 대장. 전 이대로 대장을 두고 갈 수 없어요. 돌아갈 수 없다면 고통밖에 남지 않습니다.
3:47PM케스퍼 카스:저를 이해해 주시겠죠. 대장이니까.
3:47PM노바:잠깐만, 기다려! 진짜로 그걸 끊을 셈이야?
안 돼! 제발 나를 살려줘, 케스퍼!
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곧바로 절약모드로 넘어갈 거야. 그렇게 되면 정말 손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어!
3:48PM::화면 속 덤덤했던 노바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집니다.
그가 이렇게 동요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당신은 소영의 부탁을 우선하기로 합니다.
벽면에 연결된 흉측한 콘센트가 일정한 패턴으로 박동하며 전기를 빨아먹고 있습니다.
3:50PM케스퍼 카스:(콘센트를 천천히 붙잡는다.) 대장도 아시잖아요. 원인 모를 간섭으로 변형된 것을 지구로 이송해봤자 되돌릴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거. 그리고 명령하셨지 않아요? 지구로 돌아가라면서요.
3:51PM노바:그래도 그게 날 네 손으로 죽여도 좋단 뜻은 아니었다고...!
3:51PM케스퍼 카스:돌아가려면 전기가 필요해요. 대장에게 가는 전기는 대장의 고통과 두려움을 키울 뿐입니다. 이게 맞아요. 제가... 해야 해요. 동료의 도리로써.
3:51PM노바:아, 안 돼. 주, 죽기 싫어...!!
3:51PM케스퍼 카스:죄송해요, 대장. 대장이 마지막까지 저를 살리려고 하셨다는 건 돌아가서 반드시 알리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콘센트를 단번에 뽑는다.)
3:52PM::기나긴 비명과 절규를 뒤로하고 당신이 콘센트를 뽑으면,
팟 소리와 함께 그의 흉상으로 가득했던 화면의 전원이 나가고 맙니다.
순식간에 찾아오는 정적과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기계 소리.
어느새 연결 통로를 가득 채우는 이 기계의 낮은 울음이, 진정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어요.
...
이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어요, 케스퍼.
어쩌면 소영이 당신을 찾다가 이곳까지 당도할지도 모르니 어서 자리를 뜨는 게 좋겠죠.
3:53PM케스퍼 카스:... (당도하면. 그러면 뭐? 발견을 해도 이제 달라질 건 없다. 몇 초간 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나서야 몸을 돌려 떠난다.)
3:53PM::연결 통로에서부터 점차 멀어져도 멀리서부터, 계속해서, 기계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당신의 등 뒤로 따라붙습니다.
이제 어둑한 복도는 어느새 적응이 된 뒤입니다.
주변에 이렇다 할 무언가는 없지만, 라이프 워치에서 희미하게 밝혀주는 불빛만으로도 당신은 쉽게 겁을 먹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이곳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요.
멀리서부터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제는 이 발자국 소리와 점차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빛이 누구의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3:55PM한소영:케스, 여기 있었구나. 어디에 갔던 거야?
3:55PM케스퍼 카스:... 생존자를 찾아서.
3:55PM한소영:...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찾진 못한 거구나.
이제 곧 블랙홀의 구멍이 열리기 시작할 테니까 어서 가자.
3:58PM한소영:(들고 있던 랜턴으로 복도를 비추려다 들려오는 말에 멈칫한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찾았다니...
3:59PM케스퍼 카스:(빛도 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말없이 걸어 소영의 랜턴 빛을 지나쳐 먼저 걸어간다.) 너도 말 안 했는데 내가 다 말해야 해?
4:00PM한소영:... (까칠하게 나오는 모습에 뭐라 더 말하지 못하고 그가 가는 길을 비출 뿐이에요.)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가.
4:00PM::소영의 휴대용 랜턴이 복도를 밝힙니다.
케스퍼,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소영은 조종실을 향해 앞서 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노바의 말대로 그를 믿으면 안 되는 걸까요?
지구로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조종실의 앞까지 당도합니다.
4:02PM한소영:... 그, 난 체크할 게 좀 있어서 잠깐 주변 둘러보고 있어.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구멍 크기랑 비상 로켓의 크기를 대조해봐야 하거든. 겸사겸사 거리도 계산하고.
4:03PM::소영은 익숙하게 조종실 의자에 앉아 명령어들을 입력합니다.
실루엣 2호에 있는 기계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걸 보면, 당신이 잠들어 있던 5개월 간 이곳의 모든 시스템을 다루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던 모양입니다.
조종실 정면 스크린이 보여요.
한쪽엔 보관 사물함이 줄지어 놓여 있습니다.
눈에 띄는 사물함은 Nam Ok (남옥)과 탐사 대장 Nova(노바)의 사물함이군요.
실루엣 2호의 탐사 대원들이 사용하던 것들이에요. 물론 당신의 사물함도 있습니다.
4:04PM::각각의 명패가 달린 보관 사물함은 몇 개는 열려있지만 또 몇 개는 닫혀 있습니다.
4:05PM케스퍼 카스:(어떻게 하라 말하기도 전, 이미 주변을 둘러보다가
스크린에 시선을 두었다. 뭐라도 증거가 있다면.)
4:06PM케스퍼 카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7 |
극단적 성공 |
4:06PM::스크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미하게 하얀 점이 보입니다.
정말 블랙홀이 열리고 있는 걸까요? 지구와 아주 가까운 거리 어딘가에서?
4:07PM케스퍼 카스:(눈치도 보지 않고 남옥의 사물함을 열어본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할 것 같아요.
4:09PM케스퍼 카스:(008을 넣어보고...)
(xx8)
4:10PM::남옥의 코드 넘버를 입력하자 사물함이 열립니다.
생각보다 깔끔하네요.
한쪽에 잘 정리된 짐 가방과 카세트 플레이어 말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4:11PM케스퍼 카스:(돌아가면 대원들의 보안에 대해 건의해야만...)
(짐 가방을 뒤져본다.)
4:11PM::짐 가방을 조금 뒤져보면
노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탐사 대원 Nam Ok이 적어둔 것 같습니다.
펼쳐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입니다.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블랙홀의 생성을 포착할 수 있었으나 나는 그곳에서 또 다른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블랙홀이 점점 지구와 가까운 거리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이야기 한다면 바보 취급을 받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아주 먼 훗날엔...... 이 블랙홀이 지구를 삼키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블랙홀이 무엇인지, 정말 지구와 가까워지는지 어떻게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블랙홀에서 여러 번 지구를 목도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 일이다.
4:13PM케스퍼 카스:(카세트 플레이어... 일전의 일을 생각하며 재생버튼을 눌러본다.)
4:14PM::꽤 아날로그적인 것을 고수하는 탐사 대원이었네요.
플레이어를 작동시키면, 어제 정보실에서 들렸던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정보실에서 들었던 노래의 목소리와 이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요.
안쪽에 들어있는 카세트를 살피면, 겉면에 David Bowie, Space Oddity 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4:16PM케스퍼 카스:(노래를 좋아하더니. 카세트를 빼서 챙긴다. 이거라도 가지고 가야지.)
(노바의 사물함도 열어본다. 잠겨 있다면 똑같이 대원 넘버를 넣어보자.)
4:17PM::마찬가지로 넘버를 입력하자 사물함이 열립니다.
노바의 사물함엔 각종 짐과 책 몇 권이 놓여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의 제목은 레이 트레이서의 『블랙홀에 관하여』라는 책입니다.
4:18PM케스퍼 카스:(나만 빼고 단체로 블랙홀로 가는 거 알고 있었나. 책을 펼쳐본다.)
4:18PM::책을 펼쳐보면, 줄을 쳐둔 부분이 있습니다.
4:20PM케스퍼 카스:(뭐... 교환보다는 잡아먹어서 팽창하는 거겠지만. 박사님 연구 빨리 관두셨길 바랍니다. 라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마찬가지로 노바를 기억할 물건을 대충 하나 빼 들고, 자신의 사물함을 열어본다.)
4:21PM::제대로 잠금장치를 걸어두지 않았던 모양인지, 바로 열 수 있습니다.
사물함 문을 열면 짐 가방과 사물함 한쪽에 붙여둔 작은 종이쪽지가 눈에 띕니다.
4:22PM케스퍼 카스:(잠금이 필요해? 같은 생각을 하며 쪽지로 눈길을 돌린다. 하긴, 이상한 걸 갖고 왔다면 걸 만도 하긴 한데.)
4:22PM::사물함에 붙어있는 작은 종이쪽지입니다.
몇 가지 안내사항이 적혀 있습니다.
1. 사물함의 기존 비밀번호는 라이프 워치에 각인된 넘버, 즉 탐사 대원 코드 넘버로 설정되어 있다.
2. 비상시를 대비하여 해당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는다.
3. 주요 소지품은 반드시 본인이 챙긴다.
4:24PM케스퍼 카스:(그럴 거면 비밀번호 걸지 말라고. 비상시를 대비해서.)
(짐 가방이나 확인한다.)
4:24PM::케스퍼가 지구에서부터 가져온 짐 가방입니다.
안에는 각종 세면도구와 옷가지들이 들어있습니다.
오래된 옷장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듯합니다.
옷가지 안쪽에 불룩 튀어나온 무언가가 눈에 띕니다.
4:25PM케스퍼 카스:(이런 걸 넣어뒀었나? 확인하자...)
4:25PM::옷가지를 뒤져서 확인하면, 그것이 비상용 권총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4:25PM케스퍼 카스:... (나 무슨 짓을)
4:25PM::문득,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래요, 당신의 탐사 대장이 속삭였던 그 소리요.
소영을 처리하고 지구로 가자고 얘기했던...... 노바의 목소리.
어느덧 할 일을 마쳤는지 소영이 말을 걸어옵니다.
4:27PM한소영:케스, 구멍의 크기가 완전히 커지는 시간을 계산했어.
우리 기준으로 새벽 세 시야.
4:28PM한소영:음, 지금이 오후 8시니까... 7시간 정도.
4:28PM케스퍼 카스:(많이도 남았네.) 전력 상황은.
4:28PM한소영:나쁘지 않아. 이만하면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4:28PM::슬쩍 바라본 그의 얼굴엔 이제 약간의 안도가 서려 있습니다.
당신이 깨어난 직후 간간이 경직된 표정을 짓던 소영이 아니었나요.
시간이 꽤 남은 것 같아도 잠깐 눈을 붙였다가 뜨면 금방 새벽이 찾아오겠죠.
소영은 이제 온전한 우주를 볼 수 있다며 이리 와서 자신의 옆에 앉아보라고 얘기합니다.
4:30PM케스퍼 카스:(잠을 잘 수도 없겠지만. 가서 앉는다. 너무 가까이는 아니고 일부러 조금 떨어져.)
4:32PM한소영:(약간 거리를 두고 앉는 걸 보았지만 다른 이야길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지구가 가까이 보여.
네가 실루엣 2호를 타고 왔을 때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블랙홀이 생기려고 하나봐.
4:32PM::딱딱한 조종실 의자에 앉으면요, 정면 넓은 스크린을 통해 보았던 어둠 사이로 희미한 빛이 일렁입니다.
빛은 점차 커지고, 또 커지고, 아주 느릿하지만 확실한 속도로 크기를 키워갑니다.
케스퍼, 지구에 있을 때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우주를 기억하나요?
그 눈구멍을 통해 바라본 우주처럼 사위는 여전히 어둑하지만 그 사이로 반짝이는 빛들은 정말이지 당신과 이 우주의 존재를 실감하게 합니다.
희미하게 눈을 뜨면 저기 저 멀리에 푸르른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와요.
그래요 당신이, 아니, 우리가 떠나온 지구예요.
4:33PM한소영:... 네가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케스퍼.
4:33PM::당신이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이상하게 모호한 말투군요.
그보다 소영의 말은 정말 진심일까요.
당신을 통제하려고 하고, 붙잡으면서 소영이 이루고 싶었던 일은 당신이 지구에 온전히 돌아가는 일뿐인 걸까요?
실루엣 1호에 기계 더미들을 쌓고, 자신이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기계를 처분해가면서 전기를 아끼고...... 이런 사람을 믿어도 되는 일일까요?
점차 커진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들, 라이프 워치나 손전등을 이용해도 볼 수 없던 더 없이 환한 빛이 소영의 얼굴 측면을 밝힙니다.
소영은 여전히 빛을 바라보면서 옅게 미소 짓고 있습니다.
케스퍼, 당신과 소영을 비추는 이 환한 빛을 길로 삼아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4:39PM케스퍼 카스:(환한 빛을 받는 얼굴을 쳐다보다가 다시 흰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하기 지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직도 나는 소영을 믿는다는 것. 아무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구하려 했던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해쳤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깨어날 때까지 홀로 남아 버텨야 했던 이유가, 해치지 않고 버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깨어나서도... 그 태도에 대한 불만이야 가득하지만 자신만의 꿍꿍이가 분명 있을 거라고, 그건 소영에게 '선'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일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은 믿음에서 기인한다. 나는 여전히 소영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선을 떨어뜨린다.)
... 할 말 없어?
4:46PM한소영:(복도에서 마주친 뒤로 묘하게 냉전 상태에 가까웠던 그에게서 침묵 끝에 들려온 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실은 이미 생존자를 찾았다, 고 했을 때부터 머리가 복잡했었다.
찾아? 어떻게? 그들은 전부... 하지만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지난 시간이 함께 파도처럼 덮쳐와 마음이 어지러웠다.
너에게 할 말...) ... 지구로 돌아가면, 몸에 이상은 없는지 검사 잘 받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었으면 좋겠네.
(확실히 나는 네가 정의로울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정의가 나를 진심으로 위하는 거라고는 믿지 않아.)
알겠어.
(그리고는 덧붙이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평행선상에 있다.)
4:50PM::케스퍼, 당신은 사물함에서 발견했던 권총을 챙겼나요?
4:51PM케스퍼 카스:(아마도 상의 안쪽 주머니에 몰래 숨긴 것 같다.)
4:52PM::그렇다면, 소영을 죽이라는 노바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때뿐입니다.
4:52PM케스퍼 카스:(죽일 것 같아? 죽이지 않을 거야. 네가 나만을 살리려 한다면, 나는 너만을 살리고 보란 듯이 웃어줄 테다.)
그렇게 한참 밝은 우주를 보고 있었을까요. 소영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4:54PM한소영:... 슬슬 감상 시간을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막바지 정비를 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 테니까, 가서 자고 있으면 이따 시간 맞춰서 깨우러 갈게.
4:55PM케스퍼 카스:안 와도 돼. (눈앞에서 워치로 알람을 설정하며 일어난다.)
4:57PM한소영:... 혹시나 못 일어나면, 그때 깨우러 갈게. (확연히 느껴지는 거리감에도 별다른 말을 하진 못하고 짧게 덧붙인다.)
4:57PM케스퍼 카스:... 나중에 봐. (건조하게 뱉고는 방으로 향한다.)
4:58PM::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이 광막한 곳에서의 불안한 하루들도 끝입니다.
정말로, 끝이에요.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모두 해냈습니다.
뭐, 일이랄 것도 없었죠. 그저 소영의 부탁을 조금 들어주고... 그의 말대로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여전히 불길하고 찝찝한 기분은 가시지 않습니다.
이제 복도에 난 창문을 통해서도 우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4:58PM::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의문스러운 빛이에요.
4:59PM케스퍼 카스:(이 빛에 얼마나 많은 인간이 불나방처럼 뛰어나와 죽었을까...)
탐사 대원 케스퍼 님, 수면에서 기상으로 상태가 변경됩니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깜빡 잠에 들었나 봐요.
라이프 워치의 화면 위로 현재 시각이 표시됩니다.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30분.
당신이 맞춰둔 알람은 1시간 뒤에나 울리겠지만, 혹시 모르니 그냥 깨어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5:03PM케스퍼 카스:(일어나 잠시 멍하게 앉아있다가, 혹시 모르니 점검이라도 해둘까하고 일어나 방을 나선다.)
5:03PM::복도로 나오면 여전히 어두운 선체가 당신을 맞이하지만 이제는 바깥과 연결된 창문으로는 희미한 빛이 일렁거립니다.
라이프 워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앞을 분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천히 걷다 보면 관리실에 옅은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03PM케스퍼 카스:(컴퓨터 불빛? 확인하러 가자)
5:03PM::관리실 안을 들여다보면 관리실 의자에 죽은 듯 잠들어 있는 소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5:04PM케스퍼 카스:... (깨우지 말아야지)
5:04PM::며칠 동안 많이 피곤했던 걸까요?
정면 데스크 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와 테이프, 작은 수첩과 노트가 놓여 있습니다.
5:04PM케스퍼 카스:(조심조심 컴퓨터를 확인한다.)
5:04PM::비상 로켓의 상태와 실루엣 2호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할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
비상 로켓의 상태는 매우 양호합니다.
마치 오늘만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반면 영상 기록은 텅 비어 있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걸까요?
영상 기록을 확인해 보려고 하면 컴퓨터에서 오류 메시지를 띄웁니다.
<테이프가 비어 있습니다. 테이프를 확인해주세요.>
5:05PM케스퍼 카스:(테이프? 옆에 있는 테이프로 시선이 돌아간다.)
5:05PM::컴퓨터 앞에 놓인 테이프입니다.
앞에 적힌 날짜를 확인해 보면... 당신이 잠들게 된 직후의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테이프를 컴퓨터에 넣으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5:06PM케스퍼 카스:(조심히! 테이프를 넣어본다.)
5:07PM::컴퓨터 속 화면이 잠시 동안 지직거립니다.
5:07PM::딱딱한 기계음이 울려 퍼지고 나면
팟,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켜집니다.
화면에 보이는 건 당신과 함께 실루엣 2호에 탔던 탐사 대원 중 하나입니다.
5:07PM::잠깐만, 이게 무슨 소리죠? 게다가 탐사 대원의 얼굴이......
5:08PM케스퍼 카스:
관찰력
기준치: |
75 37 15 |
굴림: |
58 |
보통 성공 |
5:08PM::탐사 대원의 얼굴을 바라보면 미묘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흉내내고 있는 기이한 마네킹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알 듯 말 듯한 묘한 불쾌감.
그래요, 이것은 실루엣 1호와 연결된 통로에서 마주했던 기계들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익숙하다고 여겼던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5:09PM케스퍼 카스:
SAN Roll
기준치: |
60 30 12 |
굴림: |
62 |
실패 |
5:11PM::탐사 대원이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마치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것처럼 보여요.
목소리만은 지나치게 평이해 이질적입니다.
그의 손이, 어깨가, 관절이 기계가 되어 움직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반복합니다. 다시, 또 다시.
마치 이 말만을 전해야 하는 숙명을 떠안은 존재처럼.
하지만 말이 되지 않아요.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요?
그리고 당신만 이곳에서 기계가 되지 않고 생존했다고요?
믿을 수 없는 진실이 성큼 당신의 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낍니다.
5:12PM케스퍼 카스:
SAN Roll
기준치: |
57 28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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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
5:13PM::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영상 속 그의 머리가 날아갑니다.
날아간 그의 머리에 기괴하게 자리 잡힌 기계의 부품들이 보여요.
사람이라면 붉은 피가 튀고, 그의 목뼈며 찢어진 살결이 보여야 할 텐데도.
스파크가 튀는 대원의 뒤로 보이는 건 다름 아닌...... 소영입니다.
5:14PM케스퍼 카스:
SAN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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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
5:14PM::이내 화면이 꺼집니다. 영상이 끝나고 더 이상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5:15PM케스퍼 카스:... (들었던 대로다. 인간은 기계가 되고, 기계 안에 있던 사람은 무사하고. 하지만 그 많은 기계에 공급할 전력이 없어서 남은 사람들은 캡슐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니...)
(옆의 수첩을 집어든다.)
종이를 몇 장 넘겨보면 지구와 블랙홀 간의 거리와 비상 로켓의 크기, 블랙홀 구멍의 지름 길이를 계산한 수식들이 난잡하게 적혀 있습니다.
몇 장을 더 넘기면 눈에 띄는 메모가 있습니다.
5:16PM::사람, 이라는 단어 옆에 물음표가 쳐져 있군요.
5:17PM케스퍼 카스:(사람... 살아있는 사람의 기준은 뭐지?)
(노트도 살펴보자.)
5:18PM::손바닥만 한 작은 노트는
일기인 것 같습니다.
겉면에 소영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5:18PM케스퍼 카스:(소영을 힐끔 봤다가, 그냥 일기장을 본다.)
5:19PM::종이를 넘겨보면 다음 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5:21PM::당신이 천천히 소영을 바라보면, 곤히 잠든 듯한 얼굴에서는 어떤 이상한 낌새도 느껴지지 않아요.
불현듯 한 침대에 있을 때 희미하게 웅웅거리는 기계 소리가 들렸던 것이 당신의 머릿속을 채워갑니다.
...아, 소영이 라이프 워치를 차고 다닐 수 없는 이유.
왜 우리의 식탁 위에 1인분의 식사만 올라왔는지 모든 의문이 풀립니다.
5:22PM케스퍼 카스:
SAN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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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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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4PM::소영이 당신의 동료를 죽였다는 사실은 명확해졌습니다.
아니, 탐사 대원을 '죽였다'고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들은 기계가 되었는데?
탐사 대원 케스퍼 님, 알람을 맞춰두었던 2시 30분입니다.
5:25PM::라이프 워치에서 음성이 들려옵니다.
마치 소영에게도 그런 기능이 탑재되었던 것처럼 무슨 수를 써도 일어나지 않을 듯이 잠들어 있던 소영이 눈을 뜹니다.
5:26PM::그래요, 정말 사람과 똑같군요.
소영은 당신이 떠나왔을 때의 기술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요.
왜 운이 아주 좋았다고 얘기하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운이 아주 좋았어요. 우리 모두가요.
아니, 정말......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걸까요?
소영이 희미하게 웃습니다. 당신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 같기도 해요.
5:27PM한소영:...지구로 갈 준비는 끝났어, 케스퍼?
5:27PM케스퍼 카스:(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찡그리며) ... 해 봤어?
5:28PM케스퍼 카스:(일기가 적힌 노트를 테이블에 툭 내려놓는다.)
나가려고 해봤냐고. 누군가. 아니면 네가.
5:29PM한소영:(그에 시선이 일기로 향했다가, 조금 쓴웃음을 짓는다.) ... 물론 노력해 봤지. 그런데, 잘 되질 않았어.
5:30PM케스퍼 카스:어떤 식으로 안 됐는데.
5:33PM한소영:...블랙홀에 들어온 뒤에, 빠른 시간 안에 모두가 기계가 되어버렸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웠는데, 모두가 버틸 만큼의 전력이 없었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이 아닌 기계가 된 대원들 대신,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 나 역시 더 이상 사람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그래도 찾게 되더라.
그마저도 그렇게 오래 가진 못했어. 아무리 봐도 실루엣 1호에 남은 전력으론 무리였거든.
5:38PM케스퍼 카스:그때 2호가 도착한 거겠지.
(세 번째 페이지를 손끝으로 툭 두드린다.)
5:38PM한소영:... 그래. 분명 실루엣 1호는 괴멸되었고, 생존자가 없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어째서 2호가 나타난 건진 모르겠지만...
... 아마 제대로 닿지 못했던 거겠지.
5:39PM케스퍼 카스:신호만 받았기 때문이야. 해석되지 않는.
신호가 도착했다면 생존자가 있을 거라 판단하는 편이 자연스러웠고.
5:41PM한소영:(이어진 말에 고개를 반쯤 숙인다. 입가엔 자조적인 웃음이 지어졌다.) ... 차라리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나았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어. 보내지 않았더라도 똑같이 나타났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결국 실루엣 2호가 이곳에 도착했고, 수면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널 발견했을 땐...
...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싶었지.
5:45PM케스퍼 카스:대장을 살렸어야 했어.
5:45PM한소영:... 노바, 말하는 거지?
5:47PM케스퍼 카스:일개 대원인 내가 아니라, 모든 컨트롤이 가능하고 지구에 돌아가서도, 그야 잠시 힘들겠지만, 이후에 평탄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살고 싶었던 노바 대장을 살렸어야 했다고, 너는.
내가 아니라.
5:50PM한소영:... (쓰게 웃는다. 그를 수면 캡슐에 빠르게 넣어 살리기로 한 건 바로 그 대장인 노바의 선택이었지만, 그는 제가 그것을 만류하거나 부추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 그게 맞았을지도 몰라.
5:52PM케스퍼 카스:그리고... .... 말했어야지.
내가 헛된 희망을 점점 키우게 두는 게 아니라.
5:54PM한소영:... 미안.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혼란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어. 게다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전력을 아끼다 보면... 네 손으로 그들을 끝냈다는 사실을 알면, 힘들 것 같았거든.
6:02PM케스퍼 카스:알고도 죽였어, 나는. (잠시 말이 없다. 그래서 뭐. 이미 끝난 일을 어쩔 건데. 알고 있다. 알지만, 그래도 자신이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소영이 자신을 그렇게 약한 사람으로만 봤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다. 처음부터 나는 이곳에 와서는 안 됐다.)
6:06PM한소영:뭐...? (고개가 번쩍 들린다.
알고도, 죽였다고...?)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어, 언제부터...? (
설마,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6:08PM케스퍼 카스:대장을 만났어. 살려달라고 비는데도 갖은 이유를 대서 보냈지. 그전에는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어. 내 탓이 아니라며 전선을 뽑았지만... 아니.
전부 내가 죽인거야. 지금까지, 다.
직접 처리해야만 살인인가? 모두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과 다르지 않아.
6:10PM한소영:아니야!! 아니야, 케스.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이미 눈치를 챘다고 해도, 그래야만 했던 거잖아. 내가 부탁했잖아. 넌 그래서...
6:10PM케스퍼 카스: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일 수 있어.
그건 기계 아니야?
6:10PM케스퍼 카스:어쩌면 나도 변했을지도 모르지.
6:11PM한소영:... 아냐, 넌 아직... 넌... 인간이야. (그의 손목에 채워진 라이프 워치를 본다.)
6:11PM케스퍼 카스: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뭘까.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낀다면, 인간이 기계처럼 합리만을 내세워 행동하고 타인에게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이거. (손목에 채워진 워치를 보더니 풀어서 바닥에 버린다.)
그냥 그렇게 설계된 것뿐이잖아.
이제 뭐가 나를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6:12PM한소영:(자리를 박차고 나가 그가 바닥에 버린 라이프 워치를 주워든다.) ... 그러지 마, 케스. 응...?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왔는데...
6:15PM케스퍼 카스:...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는 말. 모국어를 뱉으며 관리실을 나서려 한다.)
Jeg går ombord på returrumskibet, som ønsket.
6:21PM한소영:(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하지만 리턴, 과 비슷한 단어는 들렸던 것 같다. 관리실을 나서는 그의 뒤를 따라간다.)
6:21PM케스퍼 카스:(멋대로 부조종실로 향한다.)
공터처럼 커다랗게 마련된 곳에 비상 로켓이 있습니다.
로켓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하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 형태를 살펴보면 로켓보다는 제트기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6:22PM한소영:... (케스퍼의 코드 넘버를 입력하고, 기계에 케스퍼의 라이프 워치를 연결한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 비상 로켓과 라이프 워치가 연결되었습니다.
6:23PM::계기판에 일제히 불이 들어옵니다.
소영이 제트기와 실루엣 2호에 연결된 전기선들을 하나하나 해제합니다.
6:24PM한소영:... 운전석은 이쪽이야. (두 개의 좌석 중 운전석을 안내한다.)
6:25PM케스퍼 카스:(운전석 쪽을 살펴보다가 소영을 향해 손을 내민다.)
6:25PM한소영:...? (의아한 낯으로 바라본다.)
6:25PM케스퍼 카스:(잡아줄 때까지 쳐다보기만)
6:26PM한소영:...아, 짐 가방. 짐 가방을 안 챙겨왔구나. 내가 가져올게. (떠오르는 생각이라곤 이런 것뿐이라 몸을 돌리려 한다.)
6:27PM케스퍼 카스:아니. (기어이 뻗어 손목을 잡더니 당겨서 조종석에 앉힌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예행연습했던 만큼 재빠르게 안전벨트를 묶어놓는다...!)
6:30PM한소영:...! 잠깐, 이게 무슨...! (별안간 그에게 붙잡혀 조종석에 앉게 된 것만으로 모자라, 안전벨트까지 순삭간에 채워지자 당황한 얼굴로 그의 팔을 붙든다.)
6:31PM케스퍼 카스:(붙들든 말든 그대로 옆자리에 털썩 앉아서 삐딱하게 쳐다본다.) 네가 해. 운전.
6:32PM한소영:...??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설마하니 저만 태워보내려는 생각인 건 아니겠지, 하기가 무섭게 옆에 털썩 앉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아니야, 이건 애초에 너 혼자 돌아가게끔 준비한 로켓인데. (안전벨트를 풀고자 한다.)
6:33PM케스퍼 카스:나 혼자잖아. 인간은.
6:34PM한소영:... 그래, 그러니까 너 혼자 돌아가야지. 너도 알다시피, 난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서 지구로 갈 수 없어.
6:34PM케스퍼 카스:왜? 나가려고 하면 튕기나?
6:35PM한소영:그... (건 아니지만) 럴 수도 있고, 내가 돌아간다고 한들 지구에서 유지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을 거야.
(듣는 둥 마는 둥하며 품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아까 챙겼던 권총. 꺼내들어 겨눈다.)
그냥 운전해. 우주해적한테 협박당했다고 해.
6:38PM한소영:그래, 그러니까 너 혼자라도 돌...! (어느새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멈칫한다.) ...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그러자 자신의 머리쪽으로 총구를 돌린다.) 그럼 이렇게 할까?
6:44PM한소영:...!! (순간 눈이 커다랗게 뜨이면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그의 손을 붙잡지도 못하고 말리듯 양손을 든다.) 잠깐, 잠깐만...! 너 지금 그게 무슨 짓이야? 위험하잖아, 그거 이리 줘...!
6:44PM::둘이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미약하게 가동되는 엔진이 당신이 앉은 좌석을 통해 진동합니다.
미리 입력한 시간에 맞춰 비상 로켓이 작동됩니다.
6:45PM::정면 스크린이 거대한 기계음을 내며 좌우로 갈라집니다.
늘 어둡기만 했던 이 광활한 우주에서 다시금 빛과 조우하는 시간입니다.
눈부신 빛이 둘에게 쏟아지듯 비쳐옵니다.
이 드넓은 우주를 밝히기 위한 빛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요.
6:47PM한소영:아, 안...! (드물게 당황합니다.
벌써 시간이 다 되다니. 안 돼, 내려야 해. 그런 생각이 들지만 여즉 스스로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있는 케스퍼의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6:47PM케스퍼 카스:위험하니까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실수로 쏴 버릴지도 모르니까.
(여전히 총구 댄 채로 출입구를 폐쇄시킨다.)
6:48PM한소영:너 진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난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어. 지금도 가고 싶지 않...!
널 구해오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실종자들을 되찾아 올 팀이라고 희망이라고 대서특필된 곳에서, 팀장이고 팀원이고 다 잃고 그들을 희생시켜 지구로 돌아갈 나는.
난 뒷감당할 자신 없어. 아니, 못 해. 안 할 테니까.
전부 네가 해.
(출발 시퀀스를 가동한다.)
7:05PM한소영:... (지구로 갈 수 없는 이유는 많았다. 아니, 정확히는 돌아가기 힘든, 가고 싶지 않은 이유기도 했다. 안드로이드가 된 '나'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 우주에서 돌아온 딸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이 받을 충격, 친구와 주변 지인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에게 주목을 받게 될 미래가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건... 눈앞에 있는 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홀로 살아서 돌아가게 되면,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들지 뒤늦게 깨닫는다.) ...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7:06PM::지구가 가진 기술력으로 안드로이드인 소영이 온전히 적응하며 사는 삶은 보장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가진 불안함, 막막함, 괴로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이 우주에서 느끼던 공포를, 푸른 별에서 다시금 느껴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두고 가는 선택지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우주에서 당신의 지구 귀환을 간절히 바라온 이가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몸이 떠오르듯 탈출 로켓이 지면에서 떨어집니다.
그저 까맣기만 하던 유리창엔 이제 당신이 줄곧 보아오던 우주가 채워져요.
때때로 떨어지는 유성들, 너울대는 푸른 빛,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인 듯 멀고도 가까운 지구.
이 새까만 우주에서 길을 찾듯 주변을 밝히는 인류의 조명, 둥근 지구의 선을 따라 우주를 비추는, 여전히 찬란한 태양을 봐요.
케스퍼, 이 아득한 우주에서 우리는 감히 살아있습니다.
먼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들이 보여요.
지구가 점차 가까워져 옵니다. 선체에서 음성이 들려옵니다.
탐사 대원 케스퍼 님, 이 푸른 별에서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7:09PM::가속도가 붙으며 선체가 착륙하려는 조짐이 보여요.
아, 지구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검은 우주를 채우던 그 별들처럼 지구의 하늘은 온통 하얀 눈으로 빼곡해요.
외로움을 가진 이를 버리지 않는 것.
우리는 사람다움을 잃지 않기로 합니다.
비록 누군가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의 두 눈은 결국 길게 갈망해왔던 것을 담게 되죠.
스크린을 응시하는 소영의 두 눈을 보세요. 그는 무엇을 갈망해왔을까요?
7:13PM한소영:(결국, 반강제로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지만 그를 당연히 혼자 돌려보낼 생각으로 모든 걸 계획했던 것에 대한 업보 청산이나 다름없겠죠.) ... 그거 이리 줘. (한쪽에 내려둔 총을 보며 손을 내민다.)
7:15PM케스퍼 카스:(흘끗 소영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버린다. 주지는 않고, 탄창을 빼내 탄환을 후두둑 손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빈 총기를 휙 던져준다.)
안 해.
7:17PM한소영:... 알아. 그래도, 다시는 그런 식으로 널 위험하게 하지 마. 알았어? (탄환이 빠진 총을 받아들곤 그를 보며 말한다.)
7:18PM케스퍼 카스:(대답하지 않고 창밖만 본다.)
7:18PM한소영:... 대답 안 하지. (그의 팔을 붙든다.)
7:19PM케스퍼 카스:기계가 말을 하네. (비아냥)
7:20PM한소영:너 이...! (
1 1. 어쨌든 저도 지은 죄가 있긴 하니 참는다. 2. 암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인마~!)
...하아. 진짜, 사람 속도 모르고...
... (계속 자신을 '사람'으로 칭하는 건 그만둬야 할 텐데. 나올 한숨도 없었지만, 그런 심정이다.)
7:24PM케스퍼 카스:(한참 창밖만 보고 있다가 중력장에 진입할 때쯤 되어서야)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나 생각해. 만나야 할 사람이 한둘도 아니면서. (사실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질 건 없을 테니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관심을 돌리기 위한 말이니까.)
7:25PM한소영:... 지구로 돌아가면, 사실대로 말할 거야? 알고도 그들을 처리했다고?
7:28PM케스퍼 카스:... 보고는 해야 하니까. 거기까지만. (물론 관계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얘기하지 않으면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사실관계를 숨겼음이 드러나는 순간 수많은 문제가 생긴다... 그런 귀찮은 일은 겪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했다고 해서, 그들이 진실을 공개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오히려, 숨겨야 할 것이다. 적당히.) ... 발표는 알아서 하겠지.
7:29PM한소영:... 넌 모르고 있었다고 할 생각은... 없어? 내 부탁 때문에 그런 것도 맞잖아. (적어도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는 비난에서 그를 보호해 주고 싶다.)
7:30PM케스퍼 카스:(고개 돌려 삐딱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7:31PM한소영:... 네가 그랬잖아. 전부 내가 하라며, 뒷감당.
7:31PM케스퍼 카스:그래, 하라고. 발표된 선에서.
내가 "당신은 캡슐에서 깨어나서 뭘 했고 어떻게 진실을 알았으며 돌아왔습니까?"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백치처럼 "모릅니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성에 찰 것 같아?
7:35PM한소영:(한입으로 두말하냐는 표정짓다가...) ... 아니겠지. 그 정돈 나도 알아. 그래도... (둘이서 입을 맞추면 캡슐에서 깨어난 직후에 로켓에 탑승해 지구로 귀환하게 되었고 자세한 건 제가 알고 있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것도 가능은 할 테지만 이 또한 그의 성에 차진 않으리란 걸 안다.)
... 괜찮겠어? 나야 지구로 돌아가면 어차피 그들 손에 처분이 달려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상관없지만, 넌... (기계가 된 자신의 판단과 행동과 인간으로서 선택한 그는 다르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는 일. 걱정이 앞선다.)
7:39PM케스퍼 카스:...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방법 없어.
... 뒷일은 뒤에 생각할거야. (그러곤 뒷머리를 양손으로 바치며 의자에 쭉 늘어진다. 곧 다시 긴장해야겠지만.)
7:42PM한소영:... 전반적인 설명은 내가 할게. 너는... 추가로 물어보는 거에 대해서만 대답해. 블랙홀 안에 있는 동안, 내가 너한테 말하지 않아서 진짜로 알 수 있는 게 몇 없었잖아.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다가 넌지시 입을 뗀다.) ... 널 믿지 못해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던 게 아니야. 혹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그러지 말라고.
너한테 사실대로 말했어도, 네가 같은 선택을 했을 거란 거 이젠 알아. 확실히. 단지 내가 무서웠던 건... 모든 걸 알고 난 뒤에도 네가 나한테 같이 돌아가자는 말을 해줄까 봐. 그런 기대를 하는 것도 양심이 없는데, 정말 그 말을 들어버리면 흔들릴 것 같아서 그랬어.
... 결국 이렇게 같이 돌아올 줄 알았으면, 최소한 널 답답하게 만들진 말걸 그랬지.
7:56PM케스퍼 카스:알아. (퉁명스럽게 말한 것과 달리 머릿속은 엉망진창이다. 말 그대로 본인은 날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계획한 일이 어그러질까 봐서라고 생각하는 게 마땅하다. 실제로 그랬을 테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내게 해결책이 있었더라면,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서도 충격받지 않고 거뜬히 다음을 생각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 무기까지 꺼내들 상황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긴, 그건 그거고 지금처럼 못 되게 구는 건 다른 문제니 그만둬야 한다는 걸 알지만. ... 무슨 웃기는 짓이야. 굴러간 눈동자가 소영에게 닿는다.)
7:57PM한소영:... 너 또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있지.
7:57PM케스퍼 카스:... 대답은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도 내게 오는 질문까지 모른 척할 순 없어. (전보다 부드러워진 목소리를 낸다.)
들어는 왔거든?
8:02PM한소영:... (실은 그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일 거란 믿음이 부족했다기보단, 그럴 일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제 마음이 더 큰 이유였지만. 나중에 더 말할 수 있는 때가 오겠지.) 그-래, 기계 말 들어줘서 고오맙다.
8:05PM한소영:... (곧 정말 착륙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 고마워. 어떻게든 날 데리고 와줘서. 실은 나도 이 푸른 별이 정말 많이 그리웠던 것 같아. 지구를 비추는 따뜻한 태양빛도, 또... 그걸 같이 볼 누군가도.
8:05PM케스퍼 카스:... 다행이네. 보기 싫다고 무섭다 그러면 어쩌나 했는데.
8:06PM한소영:솔직히 그런 마음도 여전히 들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이미 와버렸는데.
8:07PM한소영:네가 같이 있어줄 거니까, 괜찮아.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대사나 잘 준비해 둬. 착륙 준비한다. (적절한 버튼들을 찾아 딸깍 누른다.)
8:09PM한소영:후... (
할 수 있어. 그렇게 다짐하면서 잠깐 그를 바라보던 눈이 앞을 향한다. 입가에는 어느덧 미소가 작게 걸려 있었다.)
시간은 무참하게 흐릅니다.
오늘도 지구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블랙홀이 포착되었습니다.
그것은 점차 지구와 가까워졌고 학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지구는 블랙홀에 잡아먹힐 것이며 그것이 인류의 종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하지만 걱정은 없습니다.
소영이 계산한, 블랙홀과 지구가 가까워지는 속도, 그리고 거리, 블랙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안드로이드인 자신의 프로그램 수식과 설계까지 소영이 인류에게 완벽히 전달해준 덕분에 우리는 그 멸망의 순간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거든요.
앞으로 또다시 어떠한 위기가 새롭게 닥쳐올진 알 수 없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해요.
인류는 해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