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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알로그/로은

[로은] 메피스토의 만찬장 2020-03-21~22

시나리오 본문 : https://posty.pe/134wes

 

 

KP

KPC 연은수

 

PL

PC 로이드 그레이

 

 

※ 테스트 플레이이므로 본문과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메피스토의 만찬장>
 
늦은 밤의 국도 위엔 차가운 어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 도로 위에는 오직 로이드, 당신 뿐입니다.
 
사람도 차도 오가지 않는 국도는 관리조차 되지 않아 곳곳이 볼썽사납게 패였습니다.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로 자라난 풀에서 역한 물비린내가 올라옵니다.
 
하지만 적어도, 눈앞의 이 저택에서 흘러나온 것 같지는 않네요.
 
고급스럽고 기품 있는 건물에서 날 만한 냄새는 아닌걸요.
 
고개를 들어 살펴보면, 그야말로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서양식 저택입니다.
 
'디자인은' 말이죠.
 
꽤 오래된 건물인지 담쟁이덩굴이 석벽을 듬성듬성 감싼 모습이 을씨년스럽습니다.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미약한 불빛이 아니었다면 폐가로 착각하고도 남았을 법한 모습입니다.
 
커다랗고 푸른 입구 부분이라도 깨끗한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요. 어쨌거나 들어가기 썩 쉬운 모습은 아니에요.
 
이상하네요. 초대장을 꺼내 다시 읽어봐도 이곳이 확실한데.
 
은수는 어쩌자고 당신을 이런 곳으로 부른 걸까요?
 
이유가 어떻든, 이렇게 서서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죠.
 
로이드:"... 날 또 엿먹이려는 건가."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간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시야 가득 달려드는 빛에 눈이 화합니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거대한 샹들리에. 곳곳에 배치된 세밀한 조각품들.
 
고풍스러운 돌계단은 반원형으로 올라가고, 바닥은 미끄러질 듯 반질반질해서 천장이 모두 비칠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묵직한 색조와 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저택'일 뿐 레스토랑 같은 이미지는 아니네요.
 
의문만 커져가는 중에, 어디선가 넌지시 인사 소리가 들려옵니다.
 
메피스토:어서오세요. 일찍 도착하셨군요.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다소 웃음기가 묻어 있습니다.
 
성별을 알기 힘들 정도로 중성적인 목소리입니다.
 
소리가 들려온 쪽은 계단 위입니다.
 
로이드:"어, 아, 네.."
 
매우 어색한 표정
"그.. 누구시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새하얗고 긴 백발에 차분한 보라색 눈동자. 입은 옷은 소매도, 꽁무니도 길어서 드레스처럼 바닥에 끌리고 있습니다.
 
저 사람 방금 전에도 저기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미모네요.
 
한눈에 봐도 이 세상 사람은 아닌 듯합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도 경계..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에게서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이 납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디에서 봤던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울리며 우아한 몸짓으로 다가온 그가 고개를 숙이며 웃습니다.
 
메피스토:처음 뵙네요, 로이드.
저는 이 저택의 주인 메피스토랍니다.
 
로이드:"아, 그렇군요. 반갑,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죠?"
 
메피스토:그야 제가 초대장을 보낸 사람이니까요.
 
로이드:"...예?"
 
다시 초대장을 본다. 밑에 적힌 은수의 이름과 메피스토를 번갈아 본다.
 
메피스토:아. 물론 '연은수' 씨와 함께 말이죠. 공동 호스트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돼요. 은수 씨가 당신을 위해 제게 의뢰를 했거든요.
 
로이드:"오, 그렇군요....."
 
그 자식이 또 뭔 꿍꿍이로 뭘 의뢰한 걸까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아 넘겼다.
"그럼, 은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메피스토:그렇게나 서둘러 만나고 싶으신가요? 걱정 마세요, 잡아먹진 않았으니까. 곧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만찬회가 시작되면 말이죠.
 
로이드:"아, 만나고 싶다기보단 하하.. 그런데 어떤 만찬회인가요? 은수에게 들은 바가 없어서요."
 
연주라도 해야 하는 건가?
 
메피스토:만찬회는 간단한 컨설팅의 배경이랍니다. 정확히 만찬회라고 지정한 건 제 쪽이에요. 이번 의뢰를 받고 생각한 결과 여러분께 가장 어울리는 테마였거든요. 이틀 동안 저택 안에서 오붓하고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안 풀리던 것들도 술술 풀리게 되겠죠.
 
로이드:로맨틱이요..? 대체 무슨 의뢰를 한 거야.. 예전에도 이 녀석과 얽혀서 썩 좋지 못한 일이 있었던 지라 묘하게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군요. 그럼 그냥 음.. 은수와 식사를 하면 되는 거겠네요."
 
메피스토:(손뼉을 치며) 네, 그래요! 식사를 하고, 좋은 저택 안에서 데이트도 하는 거예요.
 
대화가 이어지던 중, 길게 흘러내리는 소매를 걷은 메피스토가 손목시계를 확인합니다.
 
메피스토: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초대한 입장에서 죄송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돼서, 잠시 응접실에서 기다려주실래요?
금방 불러드릴 테니까요.
 
로이드:"아, 네. 물론이죠."
 
끄덕였다.
 
메피스토가 가리킨 곳은 홀의 서쪽입니다.
 
잘 보니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 뒤에 통로가 있었네요.
 
로이드:착시인가. 고개를 가볍게 털고는 그가 가리킨 곳으로 간다.
 
그와 동시에 메피스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로이드:응..? 어리둥절하게 그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 뭐야, 이상해. 아냐, 별 일 아닐 거야. 고개를 다시 털고 응접실로 간다.
 
복도는 마치 홀 중간에 칸막이를 세워 만들어놓은 느낌입니다.
 
벽 뒤쪽으로 들어가자, 세상에나!
 
눈부신 황금빛으로 도배된 복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치스러운 황제의 궁전이 꼭 이런 모습일까요?
 
벽면이 온통 금 세공품과 보물, 보석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바닥엔 레드카펫까지... 어딘가 과한 것 같지만 걷는 기분만은 나쁘지 않습니다.
 
복도 끝에 문틀이 아름답게 장식된 붉은색 문이 있습니다. [응접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네요.
 
로이드:부유한 집에서 살아왔다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 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둘러보면서 걷는다. 영국의 왕궁도 이렇진 않았던 것 같은데. 두리번거리며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 안쪽은 복도 만큼이나 화려하고 사치스럽습니다. 금빛만 모아다 만든 듯한 공간입니다.
 
누군지 모를 사람들의 초상화와 예술작품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습니다.
 
곳곳에 걸린 촛불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네요.
 
사방의 벽을 둘러싸고 푹신하고 큰 소파들이 놓여 있습니다.
 
중앙에는 유리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로이드:안락한 곳이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사치스러워서 편치 않았다. 쭈뼛거리며 소파에 앉고는 대체 얼마를 주고 빌린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 나한테 덤탱이 씌우거나 반은 내라고 하는 거 아니야? 인상을 쓰며 유리 테이블을 본다.
 
테이블 위엔 약간의 다과가 담긴 접시와 꽃병, 금빛 전화기가 놓여 있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전화기 아래로 비죽 튀어나온 종이 귀퉁이가 보입니다
 
로이드:저건 뭐지? 다가가서 종이를 빼 읽어본다.
 
찢긴 노트 조각입니다.
 
손글씨로 [R-35]라고 쓰여 있습니다.
 
로이드:"35? 무슨 의미지?"
 
뒷장도 본다.
 
뒤는 깨끗합니다.
 
로이드:원본에서 찢겨서 의미를 알 수 없는 건가.. 아무렴, 단순한 낙서겠지 싶어 대충 넘겼다. 다과를 하나 집어 먹으며 그림들을 보았다.
 
누군지 모를 사람들의 초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들입니다.
 
경매에 내다 팔아도 잘 팔릴 것 같아요.
 
로이드:".. 나름 그림에도 조예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구 작품인지 전혀 모르겠네. 이런 대저택에 걸릴 정도면 유명한 작가이지 않나 싶은데."
 
고개를 갸웃거리곤 꽃병을 보았다. 무슨 꽃이 꽂혀 있을까
 
방과 어울리는 금빛의 해바라기입니다. 무척이나 싱싱해요.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자니 문득 준비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을 이렇게 지루하게 방치시켜도 되는 걸까요?
 
로이드:"왜 아직도 안 오지. 뭔가 문제라도 생겼나."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하니 일단 기다리곤 있지만... 슬슬 지루해서 하품을 길게 했다.
 
더 기다려야 한다면 여기저기를 더 둘러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로이드:폰을 들어 은수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어디에요?]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로이드:"... 바람 맞힌 거 아니야?"
 
매우 그럴 듯한 가설이라 얼굴을 구기곤 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아까 그 주인이란 사람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선다.
 
그래요, 그럴 수 있죠. 충분한 가능성이 머리를 스칩니다.
 
다시 복도로 나왔습니다. 어디로 가볼까요?
 
로이드:어디쯤에 가야 찾을 수 있으려나. 복도에서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홀로 나와 가까운 소창고(뭔지 모르고)를 열어본다.
 
문을 열어보니 이것저것 잡다한 것이 쌓여 있는 창고입니다.
 
여러 가지 공구나 구급상자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딱히 특별한 건 없네요.
 
로이드:"아, 창고구나."
 
머쓱하게 닫아두고 다시 직진해 왼쪽에 난 문(식당)으로 들어가 본다.
 
문이 닫혀 있습니다. 작은 팻말이 걸려 있네요.
 
[준비중]
 
로이드:여긴 없나.. 반대쪽 문을 발견했다. 저길 가도 없으면 다시 여기로 들어가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댄스홀로 가본다.
 
역시나 문이 닫혀 있고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청소중]
 
로이드:"... 뭐야. 어디로 가야 하지."
 
잠시 방황하다가 다시 식당 문으로 가서 노크를 해본다.
 
식당 쪽으로 가는 도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꼭 이쪽으로 들어오라는 듯 새하얀 문이 장엄한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활짝 열립니다.
 
안쪽에선 조그맣게 음악도 들려옵니다.
 
드디어 만찬 준비가 끝난 모양이에요.
 
로이드:기막힌 타이밍이네. 다시 돌아서 옷무새를 다듬고 열린 문으로 들어가 본다.
 
식당 바닥은 두터운 카펫이 깔려있어 푹신푹신합니다. 벽면에서는 벽난로가 타오르며 은근한 온기를 내고 있습니다.
 
식당 가득 맛있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기다란 테이블에 두 자리가 마주보도록 차려져 있습니다.
 
순백과 순은색의 식기들이 정갈히 놓여 있고, 중앙에는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샹그리아와 함께 간단한 에피타이저가 올라와 있네요.
 
소스에 빵을 찍어먹을 수 있는 요리입니다.
 
로이드:곁눈질로 안을 가볍게 둘러보곤 정갈한 걸음으로 테이블로 가 앉았다.
 
접시 옆, 삼각으로 세워진 종이에 [청어 소프리토 까수엘라]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나저나 메피스토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문은 열렸는데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질 않는군요.
 
이상하다 생각하는 순간,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데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네요. 작은 발소리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메피스토:미리 와 계셨군요. 좋아요.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메피스토가 걸어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따라온 사람은...
 
...연은수인가요?
 
왠지 분위기가 조금 다르지만, 틀림없는 은수입니다.
 
그런데 저 꼴은 뭔가요? 마치 이곳에 완전히 녹아든 사람처럼, 마치 메피스토처럼 고전적인 서양 의복을 차려입고 있잖아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요.
 
그런 차림으로 메피스토의 손짓을 따라 얌전히 반대편에 앉는 모습이 약간 우스꽝스럽기도 하네요.
 
로이드:입이 떡 벌어졌다가 애써 침착하게 갈무리했다.
 
그의 눈은 오로지 당신을 향해 있습니다. 올곧게 꽂혀드는 시선이 따끔따끔할 정도입니다.
 
은수까지 자리에 앉자 상석에 자리잡은 메피스토가 짝! 하고 손벽을 칩니다. 그 소리에 두 사람의 무릎 위에 하얀 냅킨이 나타나 덮입니다.
 
메피스토:주인공을 초대하느라 약간 늦어버렸지만, 슬슬 시작해볼까요?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리지요.
전 여러분 사이의 문제 해결을 의뢰받은 특별 카운슬러, 메피스토펠레스랍니다.
계약에 따라, 지금부터 이틀 간 두 분의 관계 증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거예요.
계약은 한 명이라도 저택에서 이탈하는 순간 파기된답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겠지만요.
그때의 패널티는 모두 의뢰자 측이 부담하게 돼요.
이미 지불한 비용은 환원되지 않습니다.
 
로이드:"...제 의사는요?"
 
메피스토:(까르르 웃으며) 이미 비용이 지불되었기 때문에 돌이킬 순 없답니다! 최선을 다해 모셔드릴 테니 기분 푸세요.
 
로이드:"그.. 그럼 이제 저도 연관자가 됐단 건데, 아니 그보다 감금이라니."
 
감금이라고 하긴 뭣한가, 아무튼 골이 지끈거려서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
 
"그 계약이란 게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입니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시는지 궁금하군요."
 
메피스토: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비밀이에요. (쉿, 하는 제스처.)
저는 약간의 대가를 받고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상황을 만들어드려요. 지금 로이드, 당신의 경우처럼 말이에요.
 
로이드:"개선할 상황이요?"
 
건너편의 은수를 보았다. 저 우스꽝스러운 복장이 개선을 위한 무언가라고? 맙소사..
 
메피스토:그래요, 두 분께선 사이가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의뢰자께서 어찌나 간절한 눈빛으로 매달려 오시던지! 받아들이지 않고선 넘어갈 수가 없었다니까요.
 
로이드:"... 간절한 눈빛 말이죠, 연은수 씨가?"
 
걔가요? 저랑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대체 왜? 그래, 당사자가 저기 떡하니 앉아 있으니 직접 물어보면 되겠다.
 
".. 정말로 이런 프로그램을 신청했어요, 은수?"
 
당신의 시선에 은수가 살풋이 웃습니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아요.
 
로이드:소오름. 양팔을 나도 모르게 얼른 문질렀다.
 
메피스토:그럼 더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로이드:"그, 매우 많지만... 하.. 패널티란 건 뭐고, 언제 받는지 말씀해 주세요."
 
메피스토:구체적인 패널티는 계약상의 비밀이에요. 저와 연은수 씨만이 알고 있죠. 뭐,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당신에게 해가 가는 건 없잖아요?
받게 되는 시점은 말씀드렸듯이 '이탈하는 순간'이겠죠.
 
로이드:이 멍청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야겠다고요, 라고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입술만 씰룩거렸다. 상관 없지 않냐니, 그럴리가! 그 패널티가 어느정도 무게냐에 따라서 그걸 받지 않기 위해 저 녀석이 어떤 미친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데!
 
메피스토:(표정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두 손을 모은다.)
자. 안내는 여기까지 하고,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그럼 Buon appetito!
 
외침과 동시에 마법처럼 테이블 위에 음식들이 피어납니다.
 
역시 모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버섯 크림스프, 마늘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하와이 로코모코, 허브 얹은 양의 심근구이, 토마토 모짜렐라 카프레제.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요리를 한번에 내어 온 듯한 진수성찬입니다.
 
아. 정신이 팔린 사이 메피스토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군요.
 
이제 이곳엔 당신과 은수 단 둘뿐이네요.
 
로이드:뭐야, 또 없어졌어. 마법처럼 피어난 광경도 돌연 자꾸 사라지는 것도 계속 꺼림칙했다. 과거, 이런 비이성적인 일을 겪지 않았나. 입안이 까끌한 기분이라 스푼을 들고 괜히 스프만 적당히 휘적거렸다.
 
"... 왜 갑자기 이런 걸 신청한 거에요?"
 
연은수:다 들었잖아요. 형이랑 좀 더 친해지고 싶었어요. 형은, 날 껄끄러워하잖아요.
 
대답과 함께 당신을 바라보고 있던 은수가 소스에 빵을 찍어서 건넵니다.
 
연은수:먼저 먹어요.
 
로이드:껄끄러워 하는 것은 사실이라 습관적으로 부정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도로 닫았다. 빵을 바라보다 그것을 받아 들었다.
 
".. 그러니까 내 말은, 왜 하필 이런 방식이었냔 거에요."
 
딱 장소만 보아도 거금을 들인 것 같은데. 그렇게 할만한 이유도 모르겠고.
 
 
로이드:"차라리 밥 먹자고 하지 그랬어요."
 
연은수:그냥 밥 몇 번 같이 먹는다고 해서 사이가 좋아질 것 같진 않았어요. ...대학 때도 밥 같이 먹은 적 있었는데, 그렇다고 사이가 좋아지진 않았잖아요. 좀 더 특별한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조곤조곤 답을 이으며 그는 당신이 먹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먹어줘야 식사가 시작될 것 같아요.
 
로이드:"그렇군요.."
 
그가 건네준 빵을 한 입 베어먹었다. 아니, 이정도의 매너는 필요 없는데. 정말 데이트라도 하자는 것인가. 이런 건 소개팅 자리에서나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분위기가 이렇게 됐으니 일단 빵과 함께 삼켜넘겼다.
 
".. 난 은수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한단 걸 처음 알았네요."
 
연은수:(빵을 먹는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도 똑같이 소스에 빵을 찍어온다. 대답까지 잠깐 긴 틈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자고 생각한 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요.
(와삭. 빵을 베어물고 씹어 넘긴다.)
그래도 지금은 꽤 진심이에요.
 
지능 판정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맛있게 먹고 있지만,
 
빵을 아무렇지도 않게 씹어 삼키는 모습을 보다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이 소스에 들어간 재료, 은수가 싫어하던 음식 아니었나요?
 
평소대로라면 입에 대줘도 안 먹었을 텐데 이름까지 떡하니 쓰여 있는 걸 지금은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행운 판정
 
로이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그때 무릎에 덮여 있던 냅킨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로이드:의아한 표정으로 널 보았다.
 
"분명.."
 
청어를 싫어하지 않느냐 이야기하려던 차에 냅킨이 흘러내리면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추슬러 올렸다.
 
냅킨을 줍기 위해 손을 뻗으니 냅킨 뒤에 적혀 있던 글씨가 눈에 띕니다.
 
연은수:(먹다 말고) 네?
 
로이드:뭐야 이게.. 누가 적어둔 거지? 냅킨을 물끄러미 보았다.
"어? 아, 그러니까.. 식성이 바뀌었나 싶어서. 그거 안 먹었잖아요."
 
연은수:...어떤 게요?
 
로이드:"청어가 들어간 음식이요. ... 기억 못하는 거에요?"
 
점점 더 뭔가 이상한 느낌이라 미심쩍게 너를 보았다.
 
연은수:..아. 청어. (갸웃)
음. 그렇게까지 싫진 않은데요. 왜요, 내가 잘 먹으니까 이상해요?
 
로이드:"물론 이상하죠. 그거 냄새도 싫어했잖아요."
 
잠깐 사이에 식성이 바뀌었나?
 
연은수:(소스 보다가) 계속 외국에서 지내다 보니 입맛이 바꼈나봐요. ...한국인 답지 않은가? 보기 이상하면 앞으론 주의해보고요.
 
로이드:"아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날 인종차별하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줘.
 
"그냥 갑자기 싫어하던 걸 먹게 됐으니까요. 청어가 아니라 다른 음식이었다고 해도 똑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다른 음식들도 깨작 조금씩 먹었다.
 
연은수:(그렇구나. 가만히 대답하곤 다른 음식을 먹다가)
그래도 내가 형이 좋아하는 음식까지 좋아하게 되면 좀 편하겠죠. 나중에 같이 먹으러 다녀도 취향 갈리지 않고.
 
로이드:애초에 날 위해 아니, 누굴 위해서든 네가 맞추려고 한단 사실이 몹시도 어색했다. 성격을 살짝이 아니라 완전히 비틀어뒀잖아.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그 메피스토란 작자 인간이 아닌 건가..? 상념에 빠져 기계적이게 포크를 몇 번 움직였다.
 
"그래도 굳이 그럴 필욘 없어요. 아까 그 메피스토란 사람은 어떻게 알게된 거에요?"
 
연은수:형이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요.
(끄덕이곤 잠시 먹던 손을 멈춘다.)
사람이라기엔 뭐하지만... 처음부터 알게 된 건 아니었고요. 원래는 집으로 독특한 편지가 왔길래 궁금해서 한 번 와봤는데, 꽤 괜찮길래요. 그냥 한 번 맡겨보자 싶었어요.
 
로이드:네 대답에 손을 멈췄다.
 
"... 사람이 아니란 거에요? 아니, 그보다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뜸 의뢰했다고?"
 
연은수:진지하게 상담해보고 결정한 거니까 괜찮아요. 형은 내가 그렇게 무른 사람으로 보여요?
 
로이드:"좀 음, 그렇다기보단.. 하...."
 
마른 세수를 했다.
 
"이상하잖아요, 딱 봐도. 그러니까 난 두 번인가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했어요. 그때 공장도 그렇고.. 그러니까.. 걱정이 되죠."
 
 
로이드:여러의미로..
 
연은수:그건, 내 기억에 없지만요.
(잠시 말없이 식사를 잇다가 음식을 삼키고는)
메피스토를 못 믿겠으면 날 믿으면 되잖아요. 이래봬도 꽤 조목조목 따져보고 결정한 거예요. 그리고 어차피... 그쪽에서 뭘 하는 것도 없으니까요. 여기선 그냥 나한테만 집중하면 돼요.
 
대강 식사가 끝나자 은수가 일어나 식당 문을 열더니 손짓합니다.
 
연은수:다 먹었으면 올라가요. 2층 안내해줄게요.
 
로이드:너보단 내 느낌을 더 신뢰한단 것이 문제지만.. 작게 한숨을 내쉬고 너를 따라 일어났다. 뭘 먹은 것 같긴 한데 속이 묵직한 것이 얹힐 것 같은 기분이다.
 
"응, 그래요."
 
끄덕이고 함께 홀을 나선다.
 
은수에게 다가서자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멀리서 쿵, 쿵, 쿵, 하고...
 
뛰는 소리인가요? 소리가 작아 심장박동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어디서 들려오는지는 모르겠네요.
 
듣기 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드. 날 찾...줘요, 로이드.
 
...?
 
방금 누구의 목소리였죠? 은수인가요?
 
그렇다기엔 너무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는걸요.
 
로이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소리를 듣고 있었더니, 어느새 다가온 은수가 소매를 잡아 끕니다.
 
연은수:뭐하고 있어요? 어디 아파요?
 
로이드:"어? 아.. 아니, 그냥..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연은수:..피곤해요? (조금 걱정스런 눈으로 훑어본다.)
안색이 안 좋은데.
안되겠어요. 안내는 내일 일어나서 해줄게요. 오늘은 이만 쉬어요.
 
로이드:"아냐, 괜찮아요."
 
걱정하는 표정이 어색해서 마찬가지로 어색하게 웃었다.
 
연은수:괜찮긴요. 환청도 듣고, 얼굴에 핏기도 없어 보이는데.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괜찮아요. 올라가요.
 
소매를 잡은 은수의 손이 당신을 끌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로이드:"그래. 그래요."
 
어차피 둘이 계속 있는 것도 어색하니까. 끄덕이고 네 뒤를 따랐다.
 
계단을 오르자 어둡고 넓은 복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전등 없이 벽에 걸린 촛불들로만 밝혀진 공간입니다.
 
주황색 불빛들이 아른거리는 곳마다 고급스러운 패턴의 벽지와 붉은 융단으로 메워진 바닥이 드러납니다.
 
복도는 좌우로 길고 넓게 뻗어 있습니다. 방도 몇 개는 돼 보여요.
 
하지만 그는 곧장 당신을 복도 중앙에 위치한 방으로 데리고 들어갑니다.
 
심플한 티크나무 문을 열자 아로마 향이 훅 끼쳐옵니다. 복도완 다르게 작은 전등들도 있네요.
 
고풍스럽고 푹신해 보이는 침대와 협탁, 간단한 화장대에 옷장, 티 테이블까지. 갖출 건 다 갖춰진 것 같습니다.
 
은수는 당신을 침대에 앉혀두고 옷장을 엽니다.
 
옷장 안엔 새하얀 파자마가 딱 한 벌 걸려 있습니다.
 
개수와 사이즈를 보건대, 누가 보더라도 당신의 것입니다.
 
은수는 그것을 가져와 옆에 두곤 당신 앞에 무릎을 꿇어 앉더니 직접 신발을 벗겨줍니다.
 
연은수:그거 잠옷이에요. 새 옷이니까 바로 갈아입어요.
 
로이드:은수의 행동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어, 응. 고마워요. 그.. 신발은 내가 벗을 수 있으니까 앞으로 그러지 않아도 돼요."
옷도 받아들었다.
 
연은수:그냥 이왕 하는 거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불편하게... ..아니, 불편하다고 하면 안 할게요.
(흘끗 올려다보더니 신발을 침대 아래에 가지런히 모아두곤 일어나 침대 맞은편으로 가, 등을 돌리고 앉았다. 갈아입는 동안은 보지 않겠다는 듯이.)
 
로이드:"너무, 낯설어서요."
 
갑작스러운 변화지 않나. 그리고.. 나와 친해지고 싶은 거지 연애를 하고 싶은 건 아닐텐데.. 심지어 연인이라도 신발을 벗겨주진 않던 것 같은데. 온갖 생각이 스치던 중에 네가 등을 돌리고 앉으면 더욱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갈아입을 때까지.. 잠깐 혹시 우리 같이 자는 건가요?"
 
그래서 안 나가는 건가?
 
연은수:...네?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는 듯 놀라서 돌아본다. 그리고 얼굴에 뜬 의문을 보자마자 우물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아뇨. 나도 방은 따로 있어요. 그냥, 말 좀 할까 하고요.
 
로이드:아, 그렇구나. 구태여 갈아입는 동안에도 앉아 있겠다는 태도라 같이 눕기라도 하겠단 것인가 했다. 끄덕이곤 다시 고개 돌리라고 손을 휘휘 젓고 나 역시도 돌아앉아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다 갈아입고 나면 진한 현타를 받으며 이마를 매만지다가 다시 침대에 털썩 앉았다.
 
연은수:(손짓에 다시 고개 돌리고 기다린다. 무언가에 대해 골몰하듯 손끝을 틱틱 튕겨대며 아래만 바라보고 있다가, 뒤에서 앉는 소리가 나자 그대로 입만 열었다.)
내, 어떤 점이 가장 싫었어요? 아니, 꼭 '가장'이 아니더라도요. 그냥 형이 나한테 화났던 거 다.
 
로이드:던져진 직구에 멈칫했다. 쉬라고 하더니 전혀 쉴만한 주제가 아닌걸. 이틀이란 시간을 대충 뭉게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이다. 진심으로 관계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건가.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 글쎄. 글쎄.. 어렵네. 무신경함일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지만 그걸 말하는 것은 내 자존심과 상처를 헤집는 일이라 입을 다물었다.
 
연은수:(그제야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어쩐지 잘못한 걸 용서받고자 하는 사람처럼 잔뜩 기 죽은 눈으로.)
내가 형한테 신경을 안 써줘서요? 단지 그것뿐?
 
로이드:뭐야뭐야왜그런표정이야. 한 번도 본 적 없고 앞으로도 평생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표정을 봐서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반성하거나 기 죽은 연은수라니, 말도 안 돼.
 
"...일단 그 표정 조금 적응이 안 되네요."
 
애써 침착하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은수는 누구도 신경 안 쓰잖아요. 무신경함이란 건... 일종의 섬세함이고 사회성이죠."
 
연은수:...싫으면 얼굴 안 보고 말할게요.
(다시 등을 돌리고 앉는다. 잠시 말을 고르는 듯 입을 닫고 있다가)
난 아직 나이도 많지 않고 경험도 적은데, 그에 비해 가진 건 너무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어떤 사람들이 부자에 신동인 '연은수'를 만만하게 보기 시작했고. 그게 너무 싫었어요. 나도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줄 아는데 조금만 잘해주면 사탕에 홀랑 넘어가버릴 애처럼 취급받는 게요.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점점 무감각해지더라고요. 알게 됐을 땐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어요. ...그냥 변명이에요. 그래도 그것 때문에 형이 힘들었다면 미안해요.
 
로이드:....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갑작스럽게 들을 줄은 몰랐는데.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너를 보았다.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쓰나미를 맞은 기분이다. 그러고보니 네 나이가.. 나보다 한참은 어렸지. 여전히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질투심이란 것이 더욱 추악하게 보였다. 스스로가 초라해서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 아냐, 됐어요. 그냥.. 고치면 되는 거죠, 그런 건.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다시 긴 침묵 후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졌어요?"
 
연은수:생각해보니까 나한테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형밖엔 없더라고요. ...그런데 형은 날 싫어하잖아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알아요. 그래서...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게다가 문제는 나한테 있는 것 같고.
(잠시 멈췄다가)
...그럼 형은, 내가 지금보다 친절하게 대해주기만 하면 형이랑 난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로이드:네 이야기를 들으며 느릿하게 마른 세수를 했다. 너와 이런 식의 분위기를 잡을 일이 있을 거란 건 생각도 못했는데. 정말 네 문제일까? 너의 그 무신경한, 때론 상처를 주는 태도들은 물론 사람들로 하여금 너를 싫어하게할 만한 요소긴 하지만.. 지금 내가 품은 것과 같은 감정을 품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글쎄요. 글쎄.."
 
네가 상냥하게 대해준다고 해서 속이 뒤틀리는 이 시기심이 잦아들 수 있을까. 내가 동정 받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네."
 
연은수:....다른 게 있죠? (고민하듯 달싹이다가) 싫으면 말 안해도 된다고, 하고 싶지만 못 하겠어요. ...말해줄 수 없어요? 절대로?
 
로이드:말 없이 손톱을 매만졌다. 손가락을 매만졌다. 오랜 연주들로 굳은 살이 박힌 살점들이다.
 
"... 어렵네."
 
그 누구에게도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었다. 내 가장 깊은 감정이고, 치부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당사자인 네게할 것이라곤 더욱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어려워. 한 번도, 이야기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요."
 
연은수:(돌아오는 대답에 충분히 시간을 주려는 듯 그저 숨만 죽였다. 마치 혼잣말로라도 털어내도록 하고 싶은 사람처럼, 최대한 자신의 기척을 죽였다.)
 
로이드:한숨과 함께 몇 번이고 마른 세수를 했다. 감정을 숨기는 것은 쉽지만 다스리는 일은 아직까지도, 어쩌면 평생동안 어려운 일로 남을 것이다.
 
"... 복잡한 문제에요."
 
아니, 어쩌면 가장 단순한 문제인가.
 
"말하자면.. 내 문제죠. 그래, 내가.."
 
몇 번째일지 모르게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엄지로 지그시 눌렀다.
"질투가 어떤 감정인진 알고 있나요."
 
연은수:(가만히 고개만 끄덕인다. 이해 정도는.)
(아니다. 나도 언젠가 느꼈던가. 조금 다른 대상에게 느낀 것일지 몰라도, 그것이 질투라면 질투겠지. 한 번 더, 크게 끄덕였다.)
 
로이드:기척을 느끼고 작게 웃었다.
 
"... 아뇨, 은수는 몰라요. 질투가 어떤 감정인지."
 
가볍게 끄덕일만한 감정이 아니다. 아, 그래, 적어도 내겐 그랬다. 어쩌면 내게 평생 헤어나오지 못할 늪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난 아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바이올린에 목을 매 왔어요. 아마 은수도 그랬겠지만.. 어설픈 재능과 명성은 언제나 진짜 앞에서 초라해지죠.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속은 혼자 좁고 또 좁아져서 썩어 악취를 풍기고."
 
연은수:...형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요?
 
로이드:"아뇨, 난 재능이 있어요. 하지만 난 천재는 아니죠. 사람들은 날 천재의 범주에 넣었고, 나 역시도 내가 그런 줄 알았지만... 어느날 진짜를 보게된 거죠, 난."
 
연은수:... ...형은, ...날 질투해요?
 
로이드:입안이 까끌했다. 너를 질투한다고 유려한 말들로 이미 늘어놔 놓고는 그렇다는 그 세마디가 커다란 가시뼈 마냥 목에 걸려 잘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을 침을 삼켜 넘기고 나서야 갈라지듯 목소리가 나왔다.
 
"... 그래요. ...질투해요."
 
연은수:그게 형과 내가 솔직하게 친해질 수 없는 이유예요?
...난, (틈을 두고) 아닌 것 같아요.
 
로이드:".. 무엇이. 친해질 수 없는 이유가요?"
 
연은수: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해요? 나는 형의 연주가 좋아요.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주를 하고는 있지만, 그냥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의 최선일 뿐이지 완벽히 내 연주에 빠져있는 건 아녜요. ...난 몇 년이 지나도 형의 연주가 가진 부드러움과 온기를 가질 수 없어요. 그저 기교랑 속도밖에 없어요, 난. 연주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없어요. 하지만 형은 그걸 가졌고.
(줄줄이 늘어놓다가 숨을 잠시 고른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게 기쁘다는 건 알아요. 그게 성공이란 것도. 근데 난, 그게 정말 좋기만 한 건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겉멋만 든 내가 이렇게까지 칭찬과 환호를 받아도 되는 걸까.
...형은 내가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난 형이 가진 그 알맹이도 얼마든지 천재적이라고 생각해요.
 
로이드:예전에도 들었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쩌면 그때도 곱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 말문이 막혀서 입을 다물었다. 이 닿을 수 없는 갈망에 대해서 네게 무어라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스로의 연주가 이미 완벽하단 것조차 모르는 네게.
 
"... 마음은 누구라도 채울 수 있어요. 노력도 누구라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은수가 해내는, 그래 표현을 빌어 기교란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이 얼마나 찬란하고 또 경의로운 것인지. 또 얼마나 환상적인 것인지에 대해...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도. 어설픈 천재성이란 건 지독한 일이다. 내겐 너와 나의 격차가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평생에 걸쳐도 난 오늘의 너조차도 따라잡지 못하겠지.
 
연은수:그치만... (잠시 긴 침묵.)
...그래서 정말 나는 어떻게 해도 형이랑 가까워질 수 없다고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같이 경쟁할 수도 있잖아요. 세상에는 선의의 라이벌이란 것도 있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형은 내가 부럽고, 나는 형이 부러우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지금까지처럼 껄끄럽게 지내지 않을 만한 방법은 없을까. 목소리가 작아진다.)
 
로이드:내 감정에만 갇혀 골을 파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끌어올렸다. ... 내가 뭘 하고 있는 거람. 이게 무슨 추태지.
 
"그런 의미는 아니고.. 그냥, 그냥 그렇단 거였어요. 서로 노력하다보면 가까워지겠죠."
 
어색하게 웃으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갈무리했다.
 
연은수:(몇 초 간 조용히 있다가 그제야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겠죠? 형 말이 맞아요. 노력하다 보면... ...미안해요. 쉬라고 했는데. 누워요. 숙면에 도움이 되는 향 피워줄게요.
 
로이드:"어, 응. 고마워요."
 
끄덕이고 한숨과 함께 자리에 누웠다. 계속해서 한숨이 올라왔지만 속으로 눌러참았다.
 
"은수도 얼른 자요. 시간이 늦었네."
 
연은수:(끄덕이곤 침대 옆 협탁에 거의 다 닳아버린 향을 갈곤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덮인 걸 확인하자마자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간다.)
...잘 자요.
 
은수가 서둘러 방을 빠져나갑니다.
 
방문이 닫힌 순간 찰칵, 하는 소리가 났던 것도 같습니다.
 
로이드:괜한 소리들을 늘어놓은 것 같다고 자책하며 연신 얼굴을 문질렀다. 문득 달아나듯이 방을 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 그런 소리를 해댔는데 당연하겠지. 한숨을 푹푹 내쉰다.
 
문이 닫히는 것과는 다른 소리입니다.
 
로이드:응?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본다.
 
방문이 닫혀 있습니다.
 
로이드:...설마 잠갔나. 그러고 보니 집 주인이 나가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어쩌다 이런 일들에... 한탄을 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돌려본다.
 
역시나 문이 잠겨 있습니다.
 
정말 감금이라도 당한 걸까요?
 
방에 갇혀버렸네요.
 
이성 판정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감소없음
 
로이드:(감금정도야 아무렇지도 않다)
"... 왜 굳이 잠그기까지 한 거지? 내가 당장 뛰쳐나갈 것처럼 말했나."
 
사실 뛰쳐나가고 싶긴 한데... 그러고 보니 이상한 소리도 들었고. 다시금 올라온 찝찝한 기분에 우선 방안을 둘러본다.
 
평범한 방입니다. 하지만 어두워서 제대로 보긴 힘들 것 같아요.
 
로이드:아까 벗어둔 옷이... 옷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불을 비춰본다.
 
대강 불빛에 비치는 방 안은 그닥 다르지 ㅇ낳습니다.
 
침대, 협탁, 화장대, 옷장, 창문, 티 테이블 정도가 있네요.
 
로이드:비상 열쇠를 넣어뒀을지도 몰라. 협탁을 뒤져본다.
 
[작은 서랍]이 두 개 달린 서랍형 협탁입니다. 위에는 노란 빛을 내는 전등이 올라가 있습니다.
 
로이드:서랍을 열어보았다.
 
윗서랍에는 여분의 양초 두어 개와 성냥, 그리고 작은 쪽지가 들어있습니다.
 
로이드:유용한 것들을 찾았네. 양초와 성냥을 일단 챙기고 쪽지를 본다.
 
쪽지에는 [화장대]와 [지하], 단 두 글자만 적혀 있네요.
 
로이드:"화장대..? 지하?"
 
여기 지하로 가는 곳이 있나? 들어올 땐 내려가는 계단은 보이지 않았는데. 고개를 갸웃하곤 일단 화장대를 본다.
 
반원형 거울이 달린 간단한 화장대입니다. 위에는 기초제품과 간단한 화장품들이 놓여 있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잘 보니 장식이 새겨진 나무판 사이에 약간의 틈이 보입니다. 얕은 서랍이 있었군요.
 
로이드:어, 서랍이 있네.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열어보니 [페이퍼 나이프]가 하나 들어 있습니다.
 
새하얀 나이프네요.
 
날에는 음각으로 독일어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로이드:문장을... 눈에 힘껏 힘을 주고 읽어보자...
 
독일어를 할 줄 아나요?
 
로이드:(구텐탁..?)
 
실패!
 
로이드:"어렵네, 독일 놈들.."
일단 챙겨둔다. 문을 부술 때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까 여는 것을 보았던 옷장을 다시 열어본다.
 
양쪽으로 문이 열리는 튼튼한 원목 옷장입니다. 사람 하나는 넉넉히 들어갈 만한 크기입니다.
 
안에는 입고 왔던 옷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로이드:주머니가 필요할 것 같으니 겉옷정도만 챙겨 입었다. 사이즈가.. 무슨 일이 있으면 여기 숨어도 될 것 같은 사이즈인데. 옷장을 구석구석 살피곤 다시 닫아둔 후 티 테이블을 본다.
 
잠을 잘 건데 겉옷을 입나요?
 
로이드:그래, 감금 당했을 땐 자야지. 문을 따는 건 나쁜 짓이야. 다시 옷을 겉옷을 걸어둔다.
 
문을 열고 싶나요?
 
로이드:...생각을 조금 더 해보기로 하고 티테이블을 본다.
 
2인용 티 테이블입니다.
 
찻주전자, 찻잎, 커피가루, 찻잔, 티스푼 따위가 있습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로이드:여차하면 창문으로 나가야할 수도 있으니까 창문도 살펴본다.
 
커튼이 쳐져 있었던 창문입니다.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열리지 않는 구조이고, 건너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엔 시계도 없으니 새어 들어오는 빛만으로 시간을 가늠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로이드:"창문으론 안 되겠네.."
 
다시 침대에 털썩 앉았다. 누웠던 자리에 뭐가 없나 손으로 쓸어본다.
 
방금 전까지 누워 있었던 침대입니다. 별다른 건 없네요.
 
로이드: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을 서성거렸다. 아까 들었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찾아달라고 했는데.. 설마 그 뭣같은 공장 때처럼 찾아서 구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싸운다거나..? 손톱을 잘근거린다.
 
나가고자 머리를 굴린다면 지능 판정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생각을 넘 많이 했어. 자자)
 
지금으로선 딱히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침대에 침대에 누워 있자니 은은한 아로마 향과 함께 잠이 찾아듭니다.
 
가물거리는 시야 사이로 비쳐들던 전등 불빛이 사라지고, 눈꺼풀 뒤로 깊은 어둠이 침투합니다.
 
그 적막 속에서...
 
듣기 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꿀잠..)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손끝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순간
 
구해줘.
 
귓가에서 들려오는 선명한 목소리.
 
헛숨을 들이킴과 동시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섬뜩하게 몰아치는 싸한 감각에 온몸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아직도 귓가에 숨결이 닿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성 체크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1 감소
 
로이드:"뭐야.. 뭐지? 대체 뭐였지?"
 
눈을 뜬 곳은 여전히 침대 위입니다.
 
방은 온통 어둡지만, 커튼 아래로 밝은 빛이 비쳐 들어오고 있습니다.
 
벌써 밤이 모두 가버렸네요.
 
꿈속의 목소리가 자꾸만 머릿속을 두드립니다.
 
누구의 목소리였더라? 분명 익숙한 목소리였는데.
 
똑똑.
 
그때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로이드:"아, 네. 들어오세요."
 
방문이 열리자 네모난 은쟁반을 들고 들어오는 은수와 눈이 마주칩니다.
 
로이드:식은땀을 훔쳤다.
 
연은수:일어났어요?
(웃으며 인사하곤 쟁반을 티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커튼을 걷는다.)
 
불투명한 창문 너머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쟁반 위에는 간단한 아침식사가 차려져 있습니다.
 
연은수:내려와요. 아침부터 먹어야죠.
 
지능 판정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떠올랐습니다.
 
간밤에 들었던 목소리가 은수의 목소리와 똑같았다는 사실이요.
 
로이드:"... 어제 제 방에 들어온 적이 있나요?"
 
연은수:(티 테이블에 앉으며) 아뇨? 왜요, 누가 들어왔어요?
 
로이드:"... 아녜요. 그냥, 착각했나봐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구해줘라고 했어. 역시 그때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애써 심란한 표정을 감추며 침대에서 일어나 티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보이는 네 얼굴. 그럼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지?
 
연은수: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요?
(역시나 걱정스런 투로 말하곤 네 앞에 토스트를 밀어준다.)
일단 먹어요. 기분이 좀 나아질 지도 모르니까.
 
로이드:"조금.. 토스트 고마워요."
 
끄덕이고 토스트를 베어물었다. 입안에서 으깨지는 것이 무슨 맛인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은수는 안 먹나요?"
 
연은수:먹을 거예요.
(남은 토스트를 가져와 깨물었다. 바삭바삭 소리가 이어지며 조금씩 토스트가 사라져간다.)
오늘은 기분 전환 겸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놀아요. 어제 못 해준 안내 해줄게요. 그렇다고 내가 여길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멋쩍게 웃으며 우유도 한 모금.)
 
로이드:"아, 구경. 그래주면 좋죠."
 
구경을 다니면서 뭔가 그 목소리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끄덕였다. 남은 토스트를 열심히 먹어치웠다.
 
아침식사가 끝나자 그가 다시 접시를 모아 쟁반에 얹습니다.
 
쟁반을 들고 문을 나서는 모습이 꼭 이 저택의 집사라도 된 듯한 모습입니다.
 
연은수:이것만 갖다두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곧이어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힙니다. 어젯밤처럼 잠기는 소리는 아니네요.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다시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역시 은수입니다.
 
연은수:나와봐요. 햇빛이 아주 좋아요.
 
로이드:그가 나간 사이 옷을 갈아입었다. 끄덕이고 곧장 방을 나섰다. 어제부터.. 역시 이상하다. 상냥함을 넘어서 마치 내 시종인것처럼 굴지 않나. 정체가 뭘까 라고 생각하며 너와 걸음을 맞췄다.
 
복도는 중앙계단과 끝에 난 커다란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아주 밝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당신을 보더니 그가 흐릿하게 웃습니다.
 
연은수:그거 사흘 내내 입고 있을 거예요?
 
로이드:"아.. 그건 아니지만.. 옷을 이것밖에 안 챙겨왔어요."
 
멋쩍게 뒷목을 매만졌다. 당연하지, 난 갇힐 줄 몰랐으니까!
 
연은수:(소매를 잡아 끈다. 드레스룸 쪽.)
이리 와요. 저쪽에 옷 많으니까. 맘에 드는 옷으로 골라 입어요.
 
로이드:"어어, 응, 그래요."
 
네가 이끄는대로 끌려간다.
 
서쪽 복도는 화려한 조각과 그림, 장식물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응접실 앞 복도 만큼은 아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값비싸 보이거나 금전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새하얀 대리석 바닥이 걸을 때마다 발소리를 낭랑하게 반사시킵니다.
 
복도 끝엔 커다란 창문이 있고, 복도는 서재 방향으로 꺾여 있습니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바로 옆 방
 
온갖 화려하거나 수수한 디자인의 의복들이 색깔별로 정리된 드레스룸입니다. 옷뿐만 아니라 보석 같은 액세서리들도 한가득이네요.
 
(거치대 / 수납장 / 보석장)
 
로이드:"어마어마한 양이네.."
 
비현실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거치대를 살펴본다.
 
방을 거의 다 둘러쌀 정도로 많은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은수가 입고 있는 로코코나 고딕풍의 중세에서부터 근대까지의 양식이 가득합니다.
 
이상하게도 정장 외의 현대적인 옷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은수가 당신에게 이 옷 저 옷을 대어 보더니 자신이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한 옷을 골라 입어보라고 건네줍니다.
 
로이드:아, 그래... 아직도 그런 옷을 입고 있었지. 속으로만 한숨을 삼키다가 건네진 그.. 고딕풍의 옷을 매우 어색하게 받아들었다.
 
"어, 음.. 내 옷이랑 비슷한 건 없을까요? 평범한."
 
연은수:음... (둘러보다가) 정장이요? (가리킴)
있긴 한데, 그게 더 예쁘지 않아요?
 
로이드:"가벼운 차림으론 티셔츠와 청바지도 좋고..? 아, 은수는 이게 취향이에요?"
 
다시 옷을 보았다. .... 영 모르겠는데.
 
연은수:..(자기 옷에 달린 장식들을 만지작거리며) 별로예요?
 
로이드:실망했나? 또 기죽나..?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은수가 평소에 잘 안 입던 스타일이라.. 신기했달까. 일단 그래요. 입고 올게요. ...청바지는 없는 거죠?"
 
탈의실로 가다가 재차 물었다.
 
연은수:별로인 건 아니고요?
(집요하게 묻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지금 있는 옷이라곤 전부 이런 식인데 어쩌겠어요?
 
로이드:"응, 괜찮아요. 그냥.. 유니크하고 좋네요."
 
눈에 익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멋진 중세풍의 로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로이드:(빰빠라바...)
 
연은수:잘 어울려요.
 
로이드:"고마워요. 아직은 어색하지만..."
 
허허 웃고는 수납장엔 또 뭐가 있는지 본다.
 
한쪽 벽을 몽땅 차지한 거대한 수납장입니다. 모자, 가발, 구두, 코르셋, 장갑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연은수:(옆에서 같이 보다가 긴 가발 하나를 들어 써본다.)
어떤 것 같아요.
 
로이드:전부 고전풍 영화에서나 보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 저택도 그렇고... 컨셉이 그런 쪽인가? 의아해하던 중 네가 가발을 쓰면 동공지진을 하다가 웃음 지었다.
 
"어, 어울리네요. 공주님같아요."
 
연은수:공주님이요...?
(미묘한 표정으로 머리칼을 만지작거린다.)
긴 것보단 짧은 게 낫단 뜻이죠?
 
로이드:"...왕자님같단 말을 바랐구나. 음... 여기선 긴 것도 괜찮을 것 같지만, 나가면 눈에 띌 거에요, 분명."
 
연은수:아뇨, 그런 건 아닌데... 형 표정이 영 아니어서요. 왜요, 나이 있는 분들 중에서도 머리 길러서 묶고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공연계 쪽으로도... 공주님 같은 거 좋아해요?
 
로이드:"어, 음... 그렇긴 하죠. 확실히... 그런 독특한 캐릭터가 대중의 인식에 남기도 좋고..."
 
품위 점수는 깎아먹히겠지만.
 
"어, 뭐... 좋아하는 편이죠?"
 
연은수:그래요...?
(꽤 의외라는 듯 쳐다보다가 가발을 단단히 고쳐 쓴다.)
그럼 그냥 이러고 있을게요. 그냥 검은색이 낫죠? ..금색으로 바꿔볼까>
 
로이드:나도 의외야, 내 대답이. 하지만 네 정체도 모르는 마당에 뭐라 답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눈동자만 굴리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뭐.. 가끔은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것도 은수한테 좋을 테니까요. 금색도 확실히.. 새로워보이겠네요."
 
연은수:(어색한 웃음에 약간 못마땅하게 보며) 확실히 말해줘요. 앞으로 계속 그러고 다닐 생각이니까.
 
로이드:"계속이요?"
 
아니, 너 그렇게 극단적으로 살 거야? 그전에 진짜 은수가 아닐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으. 그럼 신중하게 골라야 하니까 이것저것 해봐요."
 
연은수:(이것저것 바꿔 써본다. 어떤 거? 라고 묻는 듯 빤히)
 
로이드:금색을 쓰는 순간... 잘생긴 얼굴에 금발.. 스란두일이 생각나서 웃음을 참느라 잠시 코를 찡긋거렸다.
 
연은수:(뚱한 얼굴...)
 
로이드:"흠, 어, 큼, 어울리네요."
 
코 찡긋찡긋
 
연은수:거짓말 말고요.
 
로이드:못 참고 결국 웃음이 터졌다.
 
연은수:(죽상...)
 
로이드:한참을 웃고 나서야 눈물 닦
 
"본래의 머리가 제일 낫겠어요.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으면 이런 가발 말고 잘 하는 살롱에 가봐요. 나중에 소개시켜줄게요."
 
연은수:...알았어요.
(시무룩하게 가발을 내려놓는다.)
 
로이드:... 실망했나. 기죽은 연은수 얼굴은 적응이 영 안 돼서 눈치를 흘끔 살피다가 다시 가발을 유심히 보았다. 음... 화려하고 날카로운 그의 연주기법과 어울리는 스타일이 뭘까. 가발 중 길고 두툼하게 머리를 땋은 스타일 하나를 집어 머리에 씌워주고 한쪽 어깨 앞으로 넘겨줬다.
 
"음.. 이정도면 무난하겠네요."
"나중에 취향에 맞는 장식만 더 해봐요."
 
연은수:...정말 공주 같네요.
(가발을 만져보더니 자신에게 맞게 고쳐 쓴다.)
어떤 장식이요?
 
로이드:"응, 딱 은수 공주님이네요."
 
피싯 웃으며 말하곤 이번엔 보석장을 보았다.
 
룸 한가운데 놓인 탁자형 보석장입니다. 유리를 통해 안의 것들을 보거나, 서랍을 열어 꺼낼 수 있습니다.
 
안경, 시계, 귀걸이, 반지, 목걸이... 하나같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물건들입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보석들을 살펴보던 중 구석에서 유독 칙칙한 반지를 하나 발견합니다.
 
광조차 나지 않는 [청동 합금 반지]네요.
 
다른 것들은 모두 금과 은제에 보석까지 박힌 귀금속들인데, 이건 왜 여기에 놓여있는 걸까요?
 
로이드:뭐지, 이건? 한 눈에 보아도 다른 것들과 이질적이라 고개를 갸웃하며 집어들었다.
 
반지를 챙겨둘까요?
 
로이드:챙겨둔다.
"여기 뭐가 많네. 와서 원하는 걸로 골라봐."
 
연은수:(옆에서 보석장을 살펴보다가)
잘 모르겠으니까 형이 골라줘요.
 
로이드:"음.."
 
또 고민된다. 아니, 나도 이런 쪽에 크게 조예는 없는데. 침착하게 장신구들을 뒤적여 보았다. 손목에 뭘 하는 건 연주할 때 거슬릴 거고, 반지도 그럴 거고. 귀는.. 갑자기 뚫으라고 할 순 없잖아. 고민하다가 심플한 보석 끈 하나를 집어 그걸로 머리끈을 바꿔주었다.
 
"이정도..?"
 
연은수:(바뀐 머리끈을 보고는 끄덕였다.)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과하지 않고.
(잠깐 보고 있다가 키득 웃으며)
어떻게 보면 형이 주는 첫 선물이네요. 메피스토 거였지만. 잘 갖고 있을게요.
 
로이드:"집주인 건데 가지고 가도 되는 거야?"
 
이렇게 많으니 하나쯤 없어져도 모를 것 같긴 하지만..
 
연은수:뭐 어때요. 우리를 위해선 뭐든 해준다고 했으니까, 이거라도 달래죠.
그럼 옷도 갈아입었고, 또 가보고 싶은 데 있어요?
 
로이드:"그래. 음.. 일단 여기에 뭐뭐가 있는지 난 모르는걸? 가볼만한 곳으로 데려가줘."
 
연은수:음, 놀자고 했는데 바로 책만 가득한 데로 가긴 좀 그렇고. 바로 옆에 게임룸이 있어요. 구경 갈래요?
 
로이드:"게임룸?"
 
현대적인 게임룸을 떠올리곤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끄덕였다. 책, 서재도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 게임룸부터 가보자."
 
게임룸은 다른 방들과는 달리 양쪽으로 열리는 큰 문이 달린 방입니다.
 
문을 열자, 유럽 귀족들이 놀았을 법한 모습의 넓은 게임룸이 펼쳐집니다.
 
두어 개의 어둑한 조명과 두툼한 카펫 위에 온갖 게임 세트와 가구들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당구대 / 다트판 / 진열장)
 
로이드:"오.. 엔틱하네."
 
펍에서 이런 걸로 논 적이 있긴 한데.. 이렇게 큰 규모의 방에 본격적으로 넣어둔 것은 처음 본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당구대부터 본다.
 
깔끔하게 정리된 당구대입니다
 
쿠션과 포켓볼,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당구채는 진열장에 있나 보네요.
 
원한다면 은수와 한 판 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로이드:"당구 쳐본적 있나요?"
 
자연스럽게 큐대를 찾아 진열장으로 간다.
 
연은수:포켓볼만 조금요.
 
서너 개가 연달아 늘어선 진열장입니다. 안에는 양주, 보드게임, 당구채, 포커카드 등이 들어 있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둘러보던 중 보드게임용 물품을 모아두는 곳에서 독특한 코인을 발견했습니다.
 
돌로 만들어진 듯 묵직한 [장난감 코인]이네요. 가운데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로이드:여기도 뭔가 이상한 것이 있네. 큐대를 챙기려다 멈칫하고 장난감 코인을 집어들었다. ...찝찝하다. 과거의 사건을 되새기며 일단은 챙겨둔다.
 
코인을 챙기고 당구채를 들었습니다.
 
로이드:"알려줄테니까 한 번 해봐요."
 
당구채 하나를 은수에게 넘긴다.
 
연은수:(받아든다.)
 
로이드:간단한 룰을 설명해 주었다. 노란공을 쳐서 빨간 공을 맞추지 않고 흰공을 맞출 것.
 
연은수:(끄덕끄덕, 머리에 입력한다.)
 
로이드:내기라도 할까 하다가 초보자를 상대로 뭔 짓인가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시범을 보였다.
 
행운 판정
 
로이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자신있게 공을 때립니다.
 
로이드:(힘찬 헛발)
 
틱!
 
...어라. 방금 채 끝이 어디를 맞췄었죠?
 
공은 어디로 갔나요?
 
둘러보던 그때,
 
연은수:조심해요!
 
의 외침과 함께 머리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집니다.
 
은수의 외침과 함께 머리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집니다.
 
...엇맞아 하늘로 치솟았던 공이 떨어진 것 같아요.
 
얼얼하네요.
 
체력 -2
 
로이드:"아오....."
머리 깨진 거 아닌가 머리 더듬더듬...
 
연은수:...괜찮아요? (머리 더듬;)
(당구채 뺏어 다시 돌려놓는다.) 이건 나중에 해요, 나중에... 배워둘게요.
 
로이드:"응, 그래요..."
 
이게 웬 망신이람... 마른세수.
"다트나 하죠."
비교적 안전한 게임을 고른다.
 
벽에 다트판이 나란히 두 개 걸려 있습니다. 핀은 판에 모두 꽂혀 있네요.
 
당신의 말에 은수가 핀을 뽑아 건넵니다.
 
로이드:고맙다고 하곤 받아들었다.
중앙을 노려 쇽 던져본다.
 
행운 판정
 
로이드: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팍!
 
다트가 멋지게 판의 중앙에 꽂힙니다.
 
연은수:오...
 
로이드:"와.."
"나도 몰랐던 재능인데."
 
연은수:형, 나중에 누구랑 다른 데 놀러가면 당구 말고 다트 해요.
 
로이드:"...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에요."
 
맞았던 부위 다시 문질...
 
연은수:(자기도 한 번 던져본다.)
rolling 1d20
 
(
4
 
)
 
 
=
4
rolling 1d3
 
(
3
 
)
 
 
=
3
(4점 트리플.)
...안 되네.
 
로이드:"나쁘지 않네요, 그래도. 원 안에 있잖아요."
 
내 당구공은 하늘로 날랐는걸.
 
연은수:4점인데요.
 
로이드:"판 안에 들어갔으니 괜찮은 시도죠."
 
등 팡
 
연은수:(악. 등 문질..)
 
얼마 간 게임을 즐기고 다시 복도로 나옵니다.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네요.
 
연은수:(둘러보다가 진열대 가리키고) 아. 저기도 예쁜 거 많아요.
 
로이드:"어떤 것들이요?"
 
진열대를 보러간다.
 
복도처럼 난 공간을 따라 잡동사니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신기한 골동품점을 옮겨놓은 것처럼 용도조차 알기 힘든 기묘한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오르골 / 조각품 / 알 공예품)
 
로이드:여긴 더 특이한 것들이 있네. 이런 건 다 어디서 모은 거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오르골을 살핀다.
 
용사가 드래곤을 공격하려는 모양의 도자기 오르골입니다.
 
드래곤의 등 뒤에 네모난 틈이 있네요. 알맞은 코인을 넣어야 작동할 것 같습니다.
 
로이드:어.. 이건 혹시..? 하트가 그려져 있던 코인을 꺼내 그 틈에 넣어보았다.
 
코인이 틈의 크기와 딱 맞아 떨어지네요.
 
코인을 밀어넣자 빨려들어가듯 코인이 떨어집니다.
 
...어? 떨어지는 소리가 안 나는데?
 
그때 갑자기 용사 인형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드드득... 틱... 틱...
 
도자기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칼을 천천히 드래곤에게 겨누더니,
 
푸욱!
 
심장을 향해 칼을 찔러넣습니다.
 
깨지지도 않고 도자기 칼은 도자기 심장을 뚫고 들어갑니다.
 
로이드:"...??!"
 
그러나 찔리는 소리는 유리와 같은 소리가 아니라
 
실제 살갗을 궤뚫고 헤집는 듯한,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인 파열음입니다.
 
이성체크(0/1).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생동감 넘치네."
 
이어 안쪽에서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서쪽 하늘에서도.
 
동쪽 하늘에서도.
 
북쪽 하늘에서도.
 
남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
 
방금 오르골에서 노랫소리가 나왔나요?
 
어떻게 오르골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나올 수가 있죠?
 
연이은 기이한 경험에, 이성체크(1/1d3).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역시 이상한 곳임이 틀림없어)
 
그 뒤로도 몇 분 간 오르골이 연주되지만, 노랫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잠시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요.
 
로이드:찝찝한 표정으로 오르골을 보다가 조각품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쌍둥이가 얇은 검 하나를 짚고 서 있는 모양의 도금 조각상입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딱히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로이드:"이건 의외로 평범하네."
 
이번엔 알 공예품을 본다.
 
타조알로 만든 그릇형 공예품입니다.
 
어딘가 기괴한 색상과 디자인이지만, 중앙에 박힌 붉은 보석이 매우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뚜껑을 열 수 있어 보이는데 좀처럼 열리지는 않습니다.
 
로이드:왜 안 열리지...? 잠금장치를 유심히 본다.
 
잠금장치는 없습니다. 그냥 들어올리는 식인 것 같아요.
 
로이드:조금 더... 힘을 줘보자...
 
근력 판정
 
로이드: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열리지 않았습니다.
 
로이드:(난 종이인형...)
 
힘으로 열기엔 역부족인 것 같네요.
 
연은수:뭐해요?
 
로이드:"혹시..."
 
나이프로 틈새를 벌려보려다 자연스럽게 숨겼다.
"아, 어... 이거 안 열려서."
 
연은수:..열 수 있어요? (알을 잡아본다.)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로이드:"응, 열수 있게 생겼는걸요?"
 
연은수:안 열리는 것 같은데. 장식 아니에요? 페이크.
 
로이드:(야 너도?)
 
연은수:(야 나두!)
 
로이드:"그런가... 괜히 건드렸다가 부수면 안 되겠지?"
 
연은수:물어줄 순 없으니까요.
 
로이드:어쩔 수 없이 내려두었다.
다시 도금조각상... 반지를 어디 끼울 곳이 혹시 없나 이리저리 본다.
 
딱히 보이지 않지만...
 
다시 관찰?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세히 보니 검의 날이 울퉁불퉁하게 깎여 있습니다. 열쇠의 이처럼 생겼네요.
 
로이드:"어."
 
검을 뺏는다.
 
[금색 열쇠]를 얻었습니다.
 
로이드:잘 챙겼다.
"아까 책 이야기 했었는데, 거긴 어디에요?"
 
연은수:아. 저 끝이요. (복도 꺾어지는 방향을 가리킨다.)
가볼래요?
 
로이드:"응, 가봐요."
 
작은 창문들이 붙은 복도 끝의 문을 열자 거대한 서재가 나타납니다.
 
벽을 가득 메울 정도의 책장들과 중앙에 놓인 책상들이 고요한 무게감을 자아냅니다.
 
불빛이라곤 천장 가운데 매달린 은은한 조명과 책상 위 전등밖에 없어 전체적으로 어두우나, 책을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책장1 / 책장2 / 책상)
 
로이드:묵직한 곳이네. 가까운 책장1부터 본다.
 
장식들과 책이 혼재되어 있는 책장입니다.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양초랜턴이 놓여 있습니다.
 
이쪽은 문학 계열인 것 같네요. A부터 K까지 넘버링되어 있습니다.
 
관찰/자료조사 판정
 
로이드: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딱히 눈에 띄는 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수많은 책들 중 익숙한 표지의 책을 찾았습니다.
 
제목은 적혀 있지 않지만, 이 그림은 <거울나라의 앨리스>네요.
 
로이드:..? 앨리스에 이런 내용이 있던가?
 
앨리스가 원래 이런 내용이었던가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이 있네요.
 
로이드: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에 대한 단서인가..? 잘 기억해두고 책장2를 본다.
 
선반과 칸, 수납장이 섞인 형태의 책장입니다. 수납장 몇 개는 잠겨있습니다.
 
이쪽은 비문학 위주인 것 같네요. L부터 Z까지 넘버링 되어 있습니다.
 
관찰/자료조사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장을 둘러보다 흥미로운 책을 찾았습니다.
 
제목도 쓰여 있지 않고 표지는 새까만 책입니다.
 
대강 훑어보니 오컬트 주술을 모아둔 듯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모두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여 있지만, 장난 같기도 하고 유치하네요.
 
...응?
 
넘기다 보니 중간에 한 페이지가 찢겨나가 있습니다. 누가 이런 걸 찢어 챙기기까지 한단 말인가요?
 
로이드:"누구야. 책에 대한 예의가 없네."
"....어?"
나 찢겨진 종이 조각을 응접실에서 보지 않았던가?
그때 챙겼던 종이조각과 책의 재질을 비교해본다.
 
지능 판정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종이와 책의 재질은 다른 것 같지만, 책장의 넘버링 라벨을 보던 당신은 떠올립니다.
 
이건 책의 넘버인지도 몰라요.
 
로이드:숫자가.. 뭐였지.. R25?
찾아본다.
 
R-35. 숫자를 따라가다가 책장 중간에서 똑같은 넘버가 붙은 책을 찾아냈습니다.
 
붉은 양장의 신화 해석본입니다. 두 부분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로이드:어...
은수를 본다.
 
연은수:? (문학 쪽에 있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마주본다.)
 
로이드:아무것도 아니란 듯 웃고는 은수가 안 볼 때 책의 그 부분들을 찢어 챙겼다.
침착하지 않지만 침착하게 책상을 본다.
 
[두 개의 서랍]이 달린 나무 책상입니다. 위에는 커팅매트와 스탠드, 약간의 필기구가 놓여 있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눈 비비적...)
 
책상 위엔 딱히 눈에 띄는 게 없네요.
 
로이드:다 봤나. 챙겨둔 페이지의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구해줘란 그 음성이 겹친다. 맙소사. 한숨을 삼키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서랍...
 
로이드:아, 서랍. 그래 벌컥
 
윗서랍에는 정사각형 네 개가 상하좌우,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붙어 있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올바른 순서대로 눌러야 할 것 같습니다.
 
로이드:좌우상하를 누른다.
 
달칵, 소리를 내며 서랍이 약간 튀어나옵니다.
 
로이드:오, 당겨서 열어본다.
 
서랍 안에는 [파란 열쇠]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로이드:"..열쇠가 왜 이렇게 많지? 혹시 아까 그 알에도..."
아래서랍도 벌컥
 
문구용품과 빈 노트들이 가득합니다. 주인이 어지간히도 정리를 안 하는 성격인가보네요. 별다른 건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로이드:다시 닫아두었다.
 
연은수:(책장 쪽에 있다가 다가온다.)
한 번 봐두긴 했는데 다시 봐도 크네요. 지금 당장 책을 읽을 순 없겠고... 그럼 다 구경했을까요?
 
로이드:"응, 대충 다 둘러본 것 같아요."
 
연은수:(약간 웃는다.)
그럼 내려가볼래요? 내가 준비해둔 게 있어요.
 
로이드:"준비해둔 것? 그게 뭔가요?"
 
내게 웃는 은수라니.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연은수:그냥 와봐요. (몸을 돌려 먼저 앞장선다.)
 
로이드:고개를 갸웃하고 너의 뒤를 따라간다.
 
은수가 향한 곳은 식당 옆에 붙어있는 조리실입니다.
 
조리실에는 채 빠지지 않은 음식 냄새가 가득합니다.
 
그밖에는 화덕과 커다란 솥, 오븐, 도마, 개수대 등 어디에나 있을 법한 꽤 평범한 부엌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부엌 가운데에 있는 조리대 위로 보이는 건...
 
케이크네요? 그것도 탐사자의 취향에 맞춰 상당히 정성스럽게 만든 티가 납니다.
 
로이드:"어..?"
 
위에는 11월 22일의 초가 꽂혀 있습니다.
 
내일의 날짜네요.
 
연은수:곧 있으면 형 생일이잖아요. 그동안 별로 해준 게 없는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해봤어요. 마음에 들어요, 형?
 
은수가 뿌듯하게 웃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놓여있는 보울과 다량의 밀가루, 개수대에 쌓인 설거짓거리들이 눈에 띕니다.
 
이 케이크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던 걸까요?
 
은수를 돌아보면, 이제야 몰래 팔을 주물러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 밤새 이걸 준비한 상태로 오늘 아침까지 준비해준 거겠지요.
 
시선을 느낀 은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접시와 빵칼, 포크를 가져와 건넵니다.
 
연은수:아직 하루 남긴 했지만 빨리 보여주고 싶었어요. 점심 준비는 아직 조금 남았으니까 먼저 먹고 있어요.
 
로이드:얼떨떨하고 어색하게 접시와 식기를 받아들었다. 너무 낯설다, 이런 건. 그러니까... 싫은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낯설었다. 아까 읽었던 글과 뿌듯한 네 웃음이 어지럽게 섞였다.
"...고마워."
 
연은수:식당에서 먹고 있어요. 다 되면 가지고 나갈게요.
 
로이드:"응, 그럴게."
 
느릿하게 끄덕이고 식당을 나섰다. 생각이 복잡하다. 가짜일까, 넌? 솔직히 말해 네가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보단 사탄이 회개하는 게 빠를 거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마음이 뭉클한 건 사실이었다. 이게 거짓이라면 지나치게 달콤한 거짓이다. 식당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
 
식당으로 돌아와 테이블에 앉아서 은수가 해준 케이크를 먹습니다.
 
한 입, 두 입.
 
자꾸만 손길이 갈 정도로 완벽하게 맛있습니다. 만든 사람의 정성이 느껴지는 요리예요.
 
그때 케이크에 또 다른 포크가 푹 꽂힙니다.
 
메피스토입니다.
 
뻔뻔한 얼굴로 남의 케이크를 떼어 먹는 모습이 가증스러워요.
 
로이드:야 이 깜짝이야
잘 참았다.
 
메피스토:그 표정은 뭐예요? 잠깐이지만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데 너무 째째하게 굴지 말아요.
 
까르르 웃은 메피스토는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맞은편 의자로 건너가 앉습니다.
 
메피스토:그럼 중간점검을 해볼까요? 눈치 챘죠? 연은수 말이에요.
 
로이드:"응, 가짜지, 그녀석. 진짜는 어딨어."
 
메피스토:이곳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모셔뒀어요. 의뢰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쪽도 곤란해지거든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잘 돌봐드리고 있거든요.
그래도 말이죠, '가짜' 라니.
 
로이드:"의뢰자?"
 
정말로 의뢰자가 맞긴 할까? 그조차도 의심스러웠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그 악마가 당신이야?"
 
메피스토:(웃는다.) 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한때는 그렇게 불렸죠. 그래도 지금은 그저 저택을 맡아 성실히 일하고 있는 조금 특별한 컨설턴트일 뿐이에요.
그건 그렇고, 로이드. 진짜와 가짜는 어떻게 나뉘는 걸까요?
 
로이드:"온전한가 아닌가지. 몸이든 정신이든 날적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며 새겨진 역사가. 누군가의 그릇된 개입으로 왜곡되지 않은 것."
 
메피스토:신체와 기억, 이라는 말인가요?
 
로이드:"의식과 기억은 달라. 기억은 의식의 일부지."
"그리고 의식은 정신의 일부고."
"내가 말하는 진짜가 뭔지 넌 알고 있잖아. 진짜 은수는 어딨어?"
 
메피스토:말했잖아요. 안전한 곳에 잘 보관해드리고 있다고.
그래, 그러니까 대강 '영혼' 말이군요. 그럼 이렇게 생각해볼까요? 같은 몸에, 같은 영혼, 같은 기억을 갖고 있는 존재가 둘 있어요. 그럼 어느 쪽이 진짜인가요?
 
로이드:"신께서 만드신 순간에 탄생한 것. 그쪽이 진짜지. 언제 돌려줄 거야. 놔주긴 할 건가?"
 
메피스토:신실한 신도시군요. 걱정 말아요. '연은수'는 돌려드릴 테니까.
(포크를 입에 문 채) 저는 말이죠, 신도 시간도 믿지 않아서요. 어느 것이든 정확한 실체와 법칙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결국 진짜와 가짜는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답니다. 오직 개인의 믿음과 인식에 달려 있을 뿐. 지금 당신은 "연은수" 쪽이 진짜라고 믿고 인식하고 있지만, 그건 종이 한 장짜리 믿음에 불과해요. 만약 당신이 지금의 연은수를 더 가치 있다고, 진짜라고 여기게 된다면 그쪽이 진짜가 되는 게 아니겠어요?
 
로이드:"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인 힘을 가지고 현혹하면서 뻔뻔하게 논리에 대해 이야기하네."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하찮게 말하지마. 그 새끼가 재수없는 건 사실이지만 내 인식 하나로 진짜가 뒤바뀔 수 있는 존재는 아니야. 그 녀석을 알고 인식하고, 녀석의 역사에 새겨진 사람이 나뿐일 거라고 생각해? 너와 말장난할 생각 없어. 그 멍청이한테서 뭘 받아갔는지와 정확히 언제 돌려줄 건지나 말해."
 
메피스토:맞아요, 당신 뿐만은 아니죠. 그래도 연은수는 이곳에 불러들일 사람으로 당신을 선택했어요.
(느긋하게 웃더니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계약에 대한 내용은 비밀이에요. 그런 김에 물을게요, 로이드. 당신은 어느 쪽의 연은수가 더 좋죠?
 
로이드:도대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대체 왜. 머리가 또 지끈거린다. 그 공장부터 시작해서 이 놈과 얽히면 이젠 단순히 질투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버리니 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 둘 다 이상해. 진짜는 재수 없고, 가짜는 연은수같지 않으니까. 그래도 누군가 돌아가야 한다면 그건 반드시 진짜 쪽이지. 내가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오롯한 그가 필요했다. 신의 섭리든 수많은 우연의 일치든, 사실은 무수한 우연의 일치들이 그 눈부신 재능을 빚어냈단 쪽이 더 황홀할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무언갈 다른 것이 대체할 수 있을리 없어.
 
메피스토:단순히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라서?
 
로이드:"아니. 그게 연은수 본인이 생각하고 택해 온 진짜니까."
 
메피스토:...그것 참 저기에(조리실을 가리킨다) 있는 연은수에게는 슬픈 말이네요.
 
로이드:"그러게 말이야. 왜 그런 존재를 빚어냈어."
 
차분하게 그를 책망하는 눈빛으로 본다.
 
메피스토:저 복제는 본인이 가짜라서 버려져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똑같이 당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연은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게 자신의 선택이라고 믿고, 스스로를 중히 여길 줄 알고 있어요.
먼저 말해두자면, 제 의지는 아니에요. (여기까지만. 씩 웃는다.)
 
로이드:놀고 있네. 욕지기를 했다. 하지만 그래, 착잡한 건 사실이었다. 계속 마음 한편이 무거운 것도 그런 이유다.
 
메피스토:똑같이 생명을 가졌고, 살고 싶어하고, 당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본인을 연은수라고 생각하고. 그런데도, 그를 버릴 셈인가요?
아. 탓하는 건 아니랍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아요. 어디까지나 이건 그와 당신의 문제니까.
 
로이드:"허, 그럼 둘 다 살려 내놔. 내가 둘 다 머리채 잡고 가서 키울 거니까. 그걸 못한다면 너야말로 네가 말한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반성하는 게 좋을 거야."
 
메피스토:(간드러지게 웃는다.) 세상에나,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다니. 제 반성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어리광 같은 말뿐이군요. 언제나 세상은 정해진 양의 물질만을 품는 법이랍니다. 생명도 똑같아요. 욕심은 버리세요. 똑같은 사람이 둘씩이나 되면 혼자서 책임질 수도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에겐 뭐라고 설명할 건가요?
 
로이드:"나보다도 그런 섭리에 대해 잘 알면서도 잘도 저런 가여운 존재를 만들어 냈네, 멍청하게."
 
심드렁하게 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넌 어떤 말도 할 자격이 없단 거야. 시험하고 싶은 건 연은수가 아니라 난가봐?"
 
메피스토:이런, 계속해서 말했는데 듣지를 않으셨군요. 아니면 머리가 나쁜가요?
(그럴 수 있지, 하며 케이크를 또 뺏어먹는다.)
전 당신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심 없어요. 상관도 없고. 그저 호스트일 뿐이라서요. 그저 이 만찬 파티의 목적에 맞게, 여러분 사이를 좀 더 친밀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할 뿐이죠.
 
로이드:"그럼 개입하지 마. 주선자가 당사자들보다 말이 많으면 안 되지."
 
아, 그래. 내가 파우스트인가?
 
메피스토:가여운 연은수. (조리실을 보며) 지금의 그는 당신이 말만 한다면 뭐든 하고 바뀔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말이에요.
 
로이드:"또 말이 많네."
 
메피스토:(웃으며) 그럼 다른 대화를 해볼까요? 궁금한 게 있거든요.
 
로이드:"... 지금까지의 질문을 생각하면 또 골아플 것 같아서 거절하고 싶지만, 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케이크를 뺏어 먹은 메피스토가 싱그러운 웃음을 짓더니 묻습니다.
 
메피스토:뻔한 질문이에요. 만일 뒤에서 괴물이 쫓아오는데 뒤따라오던 연은수가 넘어져 죽을 위기에 처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 같은가요? 혼자라도 도망칠래요? 아니면 연은수와 함께 죽을 건가요? 아니면...
 
인간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죠.
 
메피스토가 어느새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웃습니다.
 
로이드:"재밌는 질문이네. 직접 봐."
 
마찬가지로 웃음 지었다.
 
대답을 꺼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점심을 담아 나오던 은수가 탐사자를 보곤 옅게 미소를 짓습니다.
 
방금 전까지 있던 말상대는 그새 또 사라졌네요.
 
로이드:내심 혀를 찬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내려진 그릇에는 간단한 옥수수 스프와 토마토 푸실리 스파게티, 주먹만 한 스테이크, 그리고 브라우니 한 조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당신의 맞은편에 앉아 식기를 들어올립니다.
 
연은수:많이 먹어요, 형.
 
로이드:"...그래, 너도 많이 먹어요."
 
연은수:점심 먹고 나선 뭐 할래요?
 
로이드:단호하게 말은 해뒀지만 여전히 편치 않은 마음이었다.
 
연은수:낮잠 잘까요? 내 방이라도 구경할래요? 아니면 저녁 무도회 의상 골라도 되겠다.
 
로이드:"어, 저녁에 무도회가 있나요? 처음 듣는데."
 
연은수:네, 무도회가 있어요. 오늘밤엔 유성우가 쏟아진대요.
파티의 꽅은 춤과 음악이라고도 하고. 메피스토가 도와준다고도 했어요.
(꽅>꽃)
 
로이드:아, 그 메피스토... 이름만 들어도 또 두통이 몰아친다. 미간을 꾹 한번 누르고 끄덕였다.
 
"환상적인 광경이겠네요."
 
연은수:분명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밤하늘일 거예요.
(끄덕이고는 말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로이드:응, 그렇겠네요. 끄덕이고 네가 가져다 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입 안에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만 같았다. 아까의 그 쪽지만 보아선 분명 그를... 두통이 심해진 기분이다.
 
식사가 마무리된 것 같자 은수가 눈치를 보다가 어렵사리 입을 뗍니다.
 
연은수:......저, 형. 할 말이 있어요.
 
로이드:"응? 뭔가요? 또 사고쳤어요?"
 
연은수:(픽 웃으며) 아뇨. (그러나 금세 가라앉는다.)
...알고 있었죠? 내가 ... 복제인 거.
 
로이드:"... 인식하고 있었네요, 스스로에 대해서. 메피스토의 말과 다르네."
 
연은수:메피스토가 말을 했어요? ...내가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늦었네.
 
로이드:"내가 추궁했어요."
 
냅킨으로 입을 닦고 내려두었다.
 
연은수:인식하고 있었어요. 처음부터. 메피스토가 알려줬거든요.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난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난,
...형. 내가 형이 알던 연은수가 아니라서 싫어요?
 
로이드:..."맞아요. 넌 가짜가 아니야. 다만 연은수가 아닐뿐이죠. 싫냐고 묻는다면, 그럴리가요. 그 재수 없는 놈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연은수:(숨기지 못하고 괴로운 표정이 떴다.)
...나는 연은수예요.
 
로이드:말없이 너를 바라보았다.
 
연은수:내가 가진 기억도, 내 스스로도 내가 연은수라고 하고 있어요. 형도...
...내가 어떻든 형은 여전히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나를 더 믿어줄 순 없어요?
형 눈앞에 있는 나도 ...(나도 연은수인데. 말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형한테는 거짓말 안 해요.
 
로이드:"...알아, 너도 연은수라는 걸. 너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단 것도."
 
이 말도 메피스토 그 새끼가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짜증이 치솟는다.
 
"왜 이런 계약을 했어?"
 
연은수:난 그냥 형이랑 좀 더 잘 지내보고 싶을 뿐이에요.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어요.
 
로이드:"메피스토 그놈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했어. 은수, 네가 이 상세한 것을 설계했어요?"
"너를 완전히 바꾸고 싶다고 했어?"
 
연은수:아니요. 내가 말하진 않았지만, (고통스러운 듯 찡그린다.) ...자세히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내 의지는 아니에요.
 
로이드:"... 그래, 그렇구나. 말하지 말 것도 계약 내용인가 보네."
 
메피스토 개새끼...
 
"은수야, 나한텐 선택할 권리가 없어. 알지? 무슨 말인지..."
 
연은수:.......나를 버릴 거예요? 내가 아무리 형에게 더 가치있어진다고 해도?
 
로이드:"... 버린다고 말할 수 있나. 한 번도 내 손 안에 없었던 사람들인데."
 
연은수:하지만 형이 날 선택하지 않으면 난 여기에 ....
(침묵하다가) 나는, 남은 시간을 모두 써서라도 형이 날 선택하게 만들 거예요. 내가 더 잘 해줄 수 있어요. 원한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원래 모습 그대로의 연은수가 될게요. 나름대로 노력할 거예요.
...그래도 형을 원망하진 않을게요.
 
말을 마친 은수가 씁쓸하게 웃습니다.
 
그 웃음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 한 편이 먹먹해집니다.
 
"연은수"와 완벽하게 똑같은 눈. 완벽히 똑같은 웃음.
 
하지만...
 
이제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복제? 가짜?
 
아니요.
 
어느 쪽이든 그는 또 다른 연은수일 뿐인걸요.
 
로이드: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은수야, 넌 그 싸가지보다도 날 닮았어. 알고 있니?"
노력해도 진짜가 될 수 없단 점에서 말이야. 뒷말을 아꼈다.
 
연은수:그래요? 그래서 싫어요?
그럼 원래대로 싸가지 없어질까요? (농담처럼.)
 
로이드:"남은 시간 내리 맞고 싶으면 그렇게 해봐."
 
작게 웃었다, 농담처럼.
 
두 번째 연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연은수:올라가요. 무도회 의상 미리 골라야죠.
 
로이드:"...그래, 그러자."
 
끄덕이고 네가 건넨 손을 잡았다. 심장이 묵직하다.
 
손을 잡으면 차가운 손끝이 피부에 와 닿습니다.
 
이 한기가 그가 말했던 '불완전'의 증거일까요?
 
그렇대도, 두 손은 서로를 맞잡습니다.
 
각기 다르던 온도가 조금씩 서로를 닮아갑니다.
 
언젠가는 이 불완전한 체온도 지금처럼 따뜻해질 거라는, 이유 모를 확신이 들지만...
 
은수가 문을 밀어 엽니다.
 
새하얀 문이 처음 왔을 때처럼 큰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젖혀집니다.
 
그 순간.
 
연은수:어떻게...
 
환한 빛에 둘러싸인 홀.
 
새하얗고 성스러운 천사의 조각.
 
은수의 온도가 주춤 물러납니다.
 
드넓은 저택의 풍경 가운데 단 한 곳만이 절망을 머금은 듯 어둡습니다.
 
계단 가운데 매달린 천사 조각을 올려다보는, 한 사람의 주변만이 검게 매몰되어 있습니다.
 
로이드, 보고 있나요?
 
저 익숙한 옆모습을.
 
이미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듯한 슬픔을 간직한 그 눈을.
 
숨조차 뱉지 못할 압박감 속에서 "연은수"가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보는 이까지 아릴 정도로 절망스런 빛을 띤 시선이 당신이 굳은 자리에 멎습니다.
 
로이드:"...은수야...?"
 
"연은수":....형.
 
악몽 같은 시간 속에서, 소매도 뒷자락도 드레스처럼 길게 끌리는 옷을 입은 이가 갈라진 목소리를 냅니다.
 
몇 번이고 보았던 옷입니다.
 
몇 번이고 들었던 목소리입니다.
 
구해줘.
 
어젯밤의 악몽이 머릿속을 스치는 짧은 찰나,
 
창백한 몸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쓰러집니다.
 
풀려나온 어둠이 모든 것을 잡아먹으며 폭발합니다.
 
검게 물들어가는 시야와 함께 당신 또한 무너집니다.
 
정신까지 끌어내리는 악착같은 힘이 당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은 그 순간.
 
...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괜찮아?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초점이 돌아옵니다.
 
눈을 뜬 곳은 침대 위입니다.
 
로이드: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연은수:꽤 오래 깨지 않아서 걱정했어요.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
 
로이드:"은수...?"
아까 그 목소리. 벌떡 일어난다.
 
고개를 돌리자 탐사자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은수...
 
...?
 
아니, 저 모습은 뭐죠?
 
오전에 골랐던 가발에, 피부에는 뭘 발랐는지 원래의 색과는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렌즈를 꼈는지 눈 색도 다르네요.
 
로이드:응....?
 
연은수:자고 있을 동안 무도회 준비 끝냈어요. 옷도 일단은 내가 골라놨는데, 다른 거 입고 싶으면 다시 가져올게요.
 
그러고 보니 은수의 등 뒤 창문으로 붉은 노을빛이 들어옵니다.
 
어느새 저녁이 된 모양이네요.
 
로이드:"어? 아, 어... 아냐, 괜찮아요. 근데... 많이 꾸몄네?"
 
연은수:아, 이거. (피부를 내려다보다가 웃으며) 한 번 발라봤어요. 이쪽은 별론가?
렌즈도 껴봤는데, 색은 어느 쪽이 좋아요?
 
로이드:"매우 달라보여서 조금 놀랐어요."
 
까만 은수네... 이렇게 완벽하게 피부색이 바뀔 수가 있나. 신기함 반 어색함 반.
 
"어, 음... 은수가 좋아하는 색으로 해요."
 
연은수:(끼고 있던 빨간색 렌즈를 뺀다.)
형이랑 똑같은 파란색? 아니면 신비로운 보라색?
 
로이드:결정장애가 왔다. 검은 머리랑 뭐가 어울리지... 깊은 고민 끝에, 뭐... 어차피 렌즈를 끼는 거 흔치 않은 색도 나쁘지 않다 싶어 보라색을 가리켰다. 아차, 근데 이럴 때가 아니지. 너무 당황해서 잠시 잊었네.
 
"아까 정신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연은수:식당을 나서자마자 형이 갑자기 기절했어요. 그래서 메피스토한테 부탁해서 침실로 옮겨왔어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보라색을 끼운다.)
피부는... 어느 쪽이 더 나아요? 밝은 거? 어두운 거?
 
로이드:"갑자기 기절했다고? 그때 분명..."
 
진짜 은수를 본 것 같은데. 분명...
 
"어? 아, 둘 다 좋아. 잘 어울려요."
 
연은수:너무 대충인 거 아니에요?
 
로이드:"아니, 진심인데..."
 
그도 그럴 게 난 함부로 하얀 피부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걸. 백인이잖아.
 
연은수:...그럼 계속 이대로 있는 편이 좋아요?
(고민하다 예를 들 듯) 만약 밖에 나갔어요. 근데 내가 까만 피부였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반대였으면 좋겠어요?
 
로이드:"음..... 부끄러운 말이지만, 까만 피부면 하얀 피부일 때보다 좀 더 힘든 일을 많이 겪을 수도 있어요. 그으, 멍청한 흰둥이들 때문에 말이죠."
 
연은수:(듣다가) 우리끼리만 있는데 뭘 그렇게 어렵게 말해요. 그럼 이건 지워야겠다.
(피부 문질러보다가 옷장 쪽 가리키며)
그럼 준비하고 내려와요. 나도 마저 준비하고 갈게요. 끝나면 1층 댄스홀로 내려와요.
 
옷장을 보니 너무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은 깔끔한 예복이 걸려 있습니다.
 
포인트로 장식된 보석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지금 은수가 입고 있는 옷과 세트인 것 같아요.
 
로이드:작게 한숨을 내쉬고 옷장을 보았다. 음, 나쁘지 않네. 입고 부끄럽진 않을 것 같다. 옷을 꺼내 갈아입으면서도 의식을 잃기 전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분명 연은수였어. 다른 은수의 반응을 보면 예기치 못한 일임이 분명하다. 아직 내 앞에 나타나선 안 되는데 어떻게 된 건지 나온 걸거야. 그 순간 식었던 체온을 생각하면... 어디에 숨겨둔 거지. 골똘히 생각하며 느린 걸음으로 방을 나서 1층으로 향한다.
 
지능 판정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 보면 그때 "연은수"가 입고 있던 옷은 메피스토의 옷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같은 옷을 입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옷장을 닫으면서,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아무것도 보지 못했네요.
 
바로 내려가나요?
 
로이드:(내적 땐스를 추고...)
 
방에 달라진 것은 없나 살펴본다.
 
당신의 방에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로이드:그럼 어디가 달라졌지... 나가서 복도들도 살펴본다.
 
복도는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로이드:"아, 그 알."
 
후다닥 진열대로 가서 은수가 없는 틈을 타 알 장식을 칼을 지렛대 삼아 열어본다.
 
근력 판정
 
로이드:
근력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로이드:(도구 만세)
 
극단 이하, 실패.
 
로이드:(하)
좋아, 주인방으로 기웃거려보자.
 
금색으로 수려하게 장식된 문입니다. 잠겨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로이드:혹시 금색 열쇠...? 꽂아본다.
 
열쇠를 꺼내들려는 순간 메피스토가 뿅하고 나타납니다.
 
로이드:"으아ㅏ이으ㅏㅟ"
 
메피스토:이런, 여긴 안 돼요. 제 방이랍니다.
프라이버시는 지켜주세요. (웃으며 간단히 손짓. 마법을 거는 것 같다. 그리곤 사라진다.)
 
로이드:"...."
 
혀를 차고 이번엔 은수방으로 가본다. 안에 있나 노크 똑똑
 
은수의 방으로 향하는 복도는 불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합니다.
 
방문 앞까지 가서야 복도 끝에 있는 탁자와 화분이 눈에 띕니다.
 
문에는 커다란 나무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문고리를 돌려보지만, 잠겨 있네요.
 
안에서 인기척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지능 판정
 
로이드:"뭘까, 이 어둠은..."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근처를 둘러보던 당신의 머릿속을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갑니다.
 
복도가 이렇게 어두컴컴한데 화분이요?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에 살펴보니 역시나, 싱싱한 모습의 조화입니다. 왜 불도 두지 않은 복도에 굳이 화분을 둔 걸까요?
 
로이드:혹시 화분에 열쇠라도 숨겼나? 나무니까? 뒤적뒤적...
 
화분 뒤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클로버 모양의 단단한 목제 열쇠입니다.
 
로이드:뭐지? 꺼내본다.
 
은수가 이곳에 숨겨둔 것 같습니다. 들키지 않게 사용하고 제자리에 돌려놓아야겠네요.
 
로이드:"오, 찾았다."
 
얼른 따고 들어간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역시나 어두컴컴합니다.
 
불빛 없이는 살펴보기 힘들겠어요.
 
로이드:문명의 이기에 감사하며 폰을 꺼내든다. 후레쉬 작동.
 
불을 비추자 꽤나 너저분한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정리라곤 하나도 안 된 창고 같은 모습입니다.
 
이걸 '방'이라고 부를 수는 있는 걸까요?
 
로이드:"뭘까... 은수의 내면같네."
 
아무리 잠깐 있다 갈 의뢰인이라고 해도 어떻게 이런 곳에서 지내도록 했을까요? 게다가 은수는 왜 정리도 하지 않고...
 
생각을 하다 보니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도 너저분해서 볼 것이 많진 않을 것 같아요.
 
(침대 / 테이블 / 화장대)
 
로이드:여기서 생활하긴 하는 걸까. 복제라지만 대우가 너무하네. 일단 침대를 본다.
 
이불이 너저분하게 흐트러진 침대입니다. 역시나 베개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로이드:베개 아래도 살펴본다.
 
베개를 하나 들어올리자 작은 수첩이 나타납니다. 서재에서 얼핏 봤던 것과 똑같은 종류인 것 같습니다.
 
로이드:"이건?"
 
얼른 펼쳐서 내용을 본다.
 
수첩을 열면, 익숙한 필체들이 부분부분 나뉘어 휘갈겨져 있습니다. 부분 사이의 여백을 기준으로 쓴 날짜가 다른 것 같습니다.
 
첫 부분.
 
로이드:"...."
 
페이지를 넘긴다.
 
다음 부분.
 
로이드:마른세수... 다음 페이지를 본다.
 
그 다음은 아직 없습니다.
 
로이드:"하..."
 
심란하다. 이마를 매만지고 서둘러 정신을 차린다. 다시 제자리에 그대로 돌려두고 테이블을 본다.
 
펜과 잉크, 종이, 꽃병, 지갑, 로션,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정리할 시간조차 없었던 건지 물건들이 뒤죽박죽 엉망으로 섞여 있습니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익숙한 내용이 적힌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찢겨 나온 책의 일부로 보입니다. 서재에서 봤던 오컬트 서적의 일부분 같네요.
 
책 본문 아래 짧은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로이드:뭐라고?
뭘, 그럼 뭘 얻어낸 거지?
혼란이 가중됐다. 일단 그것도 침착하게 제자리에 두고 화장대를 본다.
 
당신의 방에 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화장대입니다.
 
거울 주변에 사진들이 붙어 있습니다.
 
로이드:무슨 사진인지 본다. 왜 사진을 가지고 있지?
 
은수가 당신과 함께 찍힌 사진도 있고, 특정 장소의 사진도 있습니다.
 
관찰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나씩 떼어 뒷면을 보니, 낯익은 필체로 조그맣게 메모들이 적혀 있습니다.
 
나가게 되면 형 집에 가보자.
 
놀이공원 재미있었지. 다음엔 형이랑 놀러가자.
 
내가 챙겨주는 첫 생일파티 .꼭 준비해둘 것.
 
로이드:"씨발... 차라리 연은수 대신 내 존재를 가지고 둘이서 여길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복잡한 심경 때문에 절로 쌍소리가 나왔다. 연거푸 얼굴을 쓸어내리며 다시 원래대로 붙여둔다.
 
대강 다 본 것 같네요. 이제 그만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은수에게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로이드:심호흡을 하며 표정을 갈무리하고 방을 나가 문을 잠갔다. 열쇠도 다시 제자리에 돌려두었다.
 
댄스홀로 내려가는 층계를 하나씩 밟을수록 낯익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바이올린의 선율입니다.
 
댄스홀 쪽에서 나고 있습니다.
 
로이드:"하..."
 
알 것 같아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심호흡을 다시 하고 애써 침착한 걸음으로 댄스홀로 간다.
 
댄스홀의 문은 약간 열려 있습니다. 계속 걸려있던 '청소중' 팻말도 치워졌네요.
 
문을 열면 연주소리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문 너머로 드넓은 홀이 나타납니다.
 
온통 적금빛으로 가득찬 공간입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의 크리스탈이 끊임없이 반짝이고, 단단한 돌바닥은 모든 색을 품은 채 번들거립니다.
 
금으로 도금된 모든 장식물들이 노을이 덧입습니다.
 
거대한 유리창으로 저물어가는 태양이 쏟아지는 홀의 구석에 은수가 있습니다.
 
로이드:그림같은 풍경이네...
 
그 옆에는 메피스토가 의자를 두고 앉아 있습니다.
 
로이드:아니네. 재수 없는 풍경이다.
얼굴을 구겼다.
 
당신과눈을 맞춘 메피스토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손가락을 튕깁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벽 쪽에 늘어서 있던 악기들이 은수의 연주 위로 화음을 더합니다.
 
순간 은수의 눈길이 당신에게 닿았다가, 환한 웃음과 함께 떨어집니다.
 
그 모습에 입을 달싹였던가요.
 
메피스토가 탐사자를 바라보며 쉿, 하는 제스처를 합니다.
 
그의 손이 옆자리를 가리킵니다. 앉으라는 뜻인가 보네요.
 
로이드:난 교양인이다. 그렇게 몇 번이고 스스로를 다잡고서 그 옆자리에 앉았다.
 
듣기 좋은 연주소리.
 
불안감까지 씻어내는 은은한 조명 아래, 은수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정확히 당신이 골라주었던 대로 단장하고 있습니다.
 
땋아내린 머리와 그 머리를 묶은 머리끈. 하얀 피부. 보라색 눈.
 
그리고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연주하는 그 모습은, 솔직히 말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고요한 여운이 내려앉습니다.
 
은수는 바이올린을 내려두곤 조용히 다가옵니다.
 
메피스토:그럼 전 이만 저녁을 준비하러 가야겠어요.
 
바람처럼 흩어진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다시 두 사람만이 남아버린 댄스홀에서 은수가 손을 내밉니다.
 
연은수:한 곡 출래요?
 
로이드:"...그래, 모처럼 무도회장에 왔으니까요."
 
느리게,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홀의 중앙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다시 음악이 들려옵니다.
 
은수는 능숙하게 당신을 리드하며 넓은 홀을 장악합니다.
 
금세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옵니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춤의 끝에, 부드럽게 이어지던 발걸음이 서서히 멎습니다.
 
은수의 차가운 손이 가만히 당신의 손을 그러쥡니다.
 
연은수:꼭 오늘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은수는 손을 이끌어 창가로 향합니다.
 
로이드:어째서라고 묻기보단 그저 이끄는대로 따랐다.
 
이 저택에서 가장 큰 창문이면서 유일한 테라스로 이어지는 유리문.
 
얼마 전까지 눈부신 황금빛을 담아냈던 문이 활짝 열리고, 검푸르게 물든 밤하늘이 보입니다.
 
아름답게 빛이 번진 하늘 가운데 한 줄기 궤적이 그어집니다.
 
반짝이는 그 빛을 뒤따라 하나. 또 하나. 이어 무수히 많은 유성이 장대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 빛을 보고 있자니 어깨 위로 따뜻한 담요가 둘러집니다.
 
연은수:생일 축하해요, 형.
 
로이드:"...이건, 정말 비현실적이게 아름답네."
 
빛이 쏟아지는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소원 빌어야죠.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스밉니다.
 
로이드:소원... 지금 소원이라면 하나뿐이다. 연은수 그 멍청이가 메피스토를 만나기 1분 전으로 돌아가서 머리채 잡고 집에 가는 것. 그것을 입밖으로 내진 않았다.
"... 응, 빌었어.: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소원을 빌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두 사람 앞, 테라스 바깥쪽도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주변은 끝없이 펼쳐진 정원입니다.
 
꽤 잘 가꿔져 있는 데다가 꽃도 드문드문 피어 있습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네요.
 
......?
 
환영인가?
 
로이드:?
 
저 멀리 수풀 사이로 보이는 "연은수"의 모습 말이에요.
 
너무 멀어 머리 부근밖에 보이지 않지만, 어쩐지 화가 난 듯한 표정입니다.
 
로이드:"어...?"
 
그때 손 하나가 당신의 눈을 덮어 가립니다.
 
로이드:"아?"
 
연은수:...형.
 
고개를 돌리자 은수와 눈이 마주칩니다.
 
다시 정원을 보면, 이미 은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어째서 자꾸 이런 환영을 보게 되는 걸까요?
 
이성체크(0/1).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연은수:무슨 소원 빌었어요?
 
로이드:"응? 어어... 비밀이에요. 이뤄지기 전에 말하면 안 이뤄진다고들 하니까요."
 
환영에 대한 생각이 복잡했다. 애써 한편으로 밀어두고 작게 숨을 골랐다.
 
똑똑.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곧 문이 열리고, 가벼운 목소리가 흘러듭니다.
 
메피스토:만찬 준비가 끝났어요.
 
문 틈새로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고 있습니다.
 
가요. 저녁은 먹어야죠.
 
은수가 한 발짝 앞장섭니다.
 
로이드:연은수를 보았던, 그 수풀을 다시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평범한 정원의 모습입니다.
 
로이드:"... 그래, 가자."
 
얼마간 더 바라보다가 돌아서 앞장 선 그를 따라나선다.
 
bgm off
 
문이 활짝 열린 식당 안쪽은 어제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한 치의 오차나 먼지 티끌도 없이 깨끗하게 세팅된 접시들과 식탁을 가득 메운 정찬 요리들.
 
오늘의 메뉴는 핀초와 에스카르고를 시작으로, 트러프 오일로 조미한 알리오올리오, 이탈리안 드레싱을 끼얹은 비트와 아스파라거스 샐러드에 피시뮈니엘, 생육으로 만든 스테이크 타르타르에 꼬냑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핀초와 에스카르고를 시작으로,
 
트러프 오일로 조미한 알리오올리오,
 
이탈리안 드레싱을 끼얹은 비트와 아스파라거스 샐러드에 피시뮈니엘,
 
생육으로 만든 스테이크 타르타르에 꼬냑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먼저 들어간 은수가 의자를 빼어주곤 앉으라는 듯 손짓합니다.
 
로이드:고맙다고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을 땐 가볍게 밀어넣어주기까지. 정말이지 봐도봐도 적응되지 않는 모습이에요.
 
로이드:연인한테도 이런 에스코트는 안 받아본 것 같은데. 어색하게 포크를 만지작거린다.
 
은수까지 자리에 앉자 어김없이 상석에 메피스토가 나타납니다.
 
로이드:...밥 다 먹었네.
 
흡족한 표정으로 짝, 박수를 친 그가 은수와 당신을 번갈아보더니 입을 엽니다.
 
메피스토: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던 두 분을 위해 성심껏 준비했답니다!
이제 내일이면 이 모든 게 끝나겠네요.
내일은 마지막 날 답게 아주 스페셜한 만찬을 올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그럼 식사를 시작- ...하기 전에,
로이드, 제게 묻고 싶은 말이 남았을까요?
 
로이드:"... 어제 의식을 잃기 전에 연은수를 봤어. 싸가지 말이야. 어떻게 된 일이야?"
 
함께 앉아 있는 은수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메피스토:그래요? 헛것이라도 본 건 아니고요?
 
로이드:"아니었어, 절대로. 너와 같은 옷을 입고 있던데?"
 
메피스토:음, 헛것이네요. (부드럽게 웃으며) 다음 질문은요?
 
로이드:"넌 진실만을 말해? 아니면 역시 거짓말도 할 수 있나?"
 
메피스토:글쎄요, 어느 쪽일까요? 직접 경험하면서 깨달아보세요. (복수라도 하듯.)
 
로이드:내 옆에 앉은 은수보다 저 새끼가 연은수를 더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재수 없단 점에서.
 
"... 서재에 놀러갔었는데, 신기한 책들이 있더라. 가면과 화신에 관한 거. 네 책이야?"
 
메피스토:오랫동안 살다 보면 이것저것 모으는 취미가 생기죠. 단순히 그렇게 모은 책들이에요.
 
로이드:"써 본적은 없고?"
 
메피스토:(웃음소리) 제가 예술을 좋아하고 조예가 깊긴 해도 책을 쓸 정도는 아니에요. 그런 것보다,
 
메피스토의 손에 들린 포크의 끝이 흔들거리며 은수를 가리킵니다
 
메피스토:더는 없나요?
 
로이드:곰곰히 생각해 본다.
 
메피스토:그럼 질문은 여기까지~ 카르페 디엠! 우리 연은수 씨를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순 없잖아요?
맛있게 배를 불리고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하세요.
그럼 방해꾼은 이만.
 
의자 위에 올라서서 멋지게 인사를 한 메피스토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어쩐지 무시를 당한 기분이지만... 그의 말대로 더는 이쪽을 뚫어질 듯 쳐다보는 은수를 모른 체 할 순 없겠지요.
 
그만 식사를 시작해야겠네요.
 
로이드:"음... 일단 먹자."
 
연은수:많이 먹어요. 또 쓰러지지 말고요.
 
로이드:"저혈당으로 쓰러진 건 아니었어요."
 
머쓱하게 말하곤 준비된 만찬을 조금씩 덜어먹는다.
 
사이 좋게 요리를 먹는 도중, 은수가 당신을 부릅니다.
 
로이드:"응?"
 
연은수:형.
(고기를 집었던 포크를 내리며 우물우물거리다가) 지금 이 모습, 맘에 들어요?
 
로이드:그래 둘만 남으면 나올 주제가 바로 이거겠지.
 
"응, 멋지네요. 화려한 분위기랑 잘 어울려요."
 
연은수:(기분 좋게 웃는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러고 다닐까요.
 
로이드:"은수가 원한다면요."
 
죄책감 마일리지가 꾸준하게 쌓이고 있다.
 
연은수:알았어요.
(다시 포크를 들고 고기를 씹어먹는다.)
 
듣기 판정
 
로이드: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식기 부딪치는 소리에 은수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뒤섞입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입니다.
 
무언가의 주문 같기도 하네요.
 
동시에 조리실 문 너머로 조리기구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의 신음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로이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연은수:형?
 
로이드:"금방 올게."
 
짤막한 말만 남기고 곧장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간다.
 
조리실로 향하자
 
메피스토가 넘어져 있습니다.
 
로이드:"...뭐해?"
 
메피스토:잠깐 발을 헛디뎠어요.
(손짓 한 번으로 엉망이 된 조리기구들을 정리한다.)
 
관찰 판정
 
로이드:"거짓말 말고."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냥 넘어졌다기에는 어딘가 고통스러워 보이는 듯한 얼굴이네요.
 
하필이면 지금... 우연인가?
 
로이드:"마법인지 뭔지를 써대는 놈이 발을 헛디뎌서 넘어진다는 게 말이 돼?"
 
메피스토:(다시 일어난다.)
마법을 쓴다고 늘 허공에 둥둥 떠 다니는 건 아니라서요. 밑에 있던 기구를 못 봤을 뿐이에요.
이러고 있을 시간 있나요? 가서 마저 식사하셔야죠.
 
로이드: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
 
"...너, 연은수야?"
 
메피스토:(마지막 조리기구까지 정리되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양손을 들어 보이곤)
현실도피도 그 정도면 중증이에요. 밖에 있는 당신의 연은수에게나 돌아가세요.
 
그리곤 메피스토는 사라집니다.
 
로이드:대체 어떻게 된 거지...? 머리를 헝클이며 조리실을 나선다.
 
관찰 판정
 
로이드: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조리실을 나오다가 문득 은수와 눈이 마주칩니다.
 
...음. 그새 뭔가 달라졌나?
 
어쩐지 아까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 모습입니다.
 
로이드:"........"
"은수야, 너 나한테 거짓말 안 한다고 했지."
 
연은수:? 네.
 
로이드:"아까 식당에서 뭐라고 한 거야?"
 
연은수:여기서요?
음... 이 모습 어울리냐고요?
 
로이드:"아니, 그거 말고. 이상한 언어로 이야기했잖아."
 
연은수:아, 그거. (냅킨으로 입을 닦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주문이에요.
하쿠나마타타... 같은 거?
 
로이드:"자세히 이야기해 줘."
 
연은수:(갸웃) 자세하게 말하고 뭐고, 그냥 주문을 외우면서 원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이뤄지는 거예요. 그런 거 많잖아요.
밥은 다 먹었어요? 올라갈까요?
 
로이드:"어떤 걸 떠올렸는데?"
 
생각이 복잡해서 밥 먹을 의지가 사라졌다.
 
연은수:형이 좋다고 말한 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요.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살풋이 웃는다.)
그리고 이뤄졌어요.
밥 다 먹었으면 가요. 피곤하면 재워줄게요.
 
일어난 은수가 부드럽게 웃습니다.
 
로이드:"...그래, 그러자."
 
뭔가 시간을 끌수록 위험해지는 느낌이다. 꺼림칙함만 는 채로 끄덕였다.
 
든든히 식사한 직후라 그런지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은수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갑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몸을 눕힙니다.
 
은수가 어제와 같이 좋은 향을 옅게 피워준 뒤 이불을 덮어줍니다.
 
푹 자고 내일 봐요, 형.
 
다정한 인사와 함께 이마에 입술이 닿더니 곧장 떨어집니다.
 
놀라서 보면, 이미 은수는 방문을 잡고 서 있습니다.
 
어색해 보이는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던 것도 잠시,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문이 빠르게 닫혀버립니다.
 
도망 간 것 같죠? 평소라면 꿈에서도 못 봤을 진귀한 광경이군요.
 
로이드:...곧 죽는 건가, 나.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하거나 되도 않는 운이 몰려든다던데...
일단 밍기적 일어나서 문이 또 잠겼는지를 슬쩍 확인해 본다.
 
문은 잠겨 있지 않습니다.
 
아무튼 좋은 것도 봤겠다, 이젠 정말 자야겠어요.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공기가 무겁게 몸을 짓누르는 기분입니다.
 
로이드:밤을 틈타 주인방을 털어보려 했는데 안 되겠네... 너무 피곤하다.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워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감는다.
 
잘 자요 로이드.
 
내일이면 당신의 생일이 새롭게 밝아 오겠네요.
 
눈을 감자 밤이 들이닥칩니다.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싸고, 아래로 아래로 자꾸만 끌어내립니다.
 
...
 
그 뒤로 이불 속에서 뒤척인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데 의식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사실 이어지고 있는 건지, 얕게 잠에 든 상태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니, 울음소리라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도와줘.
 
첫날 식당을 나오기 직전 들었던 목소리. 하지만 이번엔 무척이나 선명합니다.
 
당장이라도 저 방문을 열고 나가면 마주칠 것처럼.
 
로이드:잠을 깨려고 해본다.
 
눈을 뜨면 어두운 방 안입니다.
 
로이드:비몽사몽, 이곳이 꿈인지 어딘지도 분간하지 못한 채 얼른 일어나 문을 벌컥 연다.
 
문을 열자 빛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복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네요.
 
하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택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에요.
 
더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로이드:... 뭐야. 이상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지독한 적막에 스스로의 숨소리마저 거슬리던 찰나,
 
로이드:이때인가. 방을 털ㅈ...
 
쿵!
 
메피스토의 방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로이드:자!! 얼른 그 방으로 달려간다. 다급하게 품을 뒤져 열쇠를 꺼내 따고 들어간다.
 
딸깍.
 
가벼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그러나 방 안을 살펴봐도 소리의 근원지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 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들려온 거죠?
 
잠시 방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로이드:"어떻게 된 거지?"
 
책상 / 책장 / 장식장
 
로이드:성큼성큼 걸어가 책상을 살핀다.
 
서랍이 달린 책상입니다. 위에는 몇 가지 서류들이 단정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살펴보자면...
 
어라, 이건 보고서네요?
 
누군가에게 여러분의 일을 보고하고 있었던 걸까요?
 
로이드:"이런 씨발... 선택같은 소리하네."
서류를 치우고 서랍을 연다.
 
서랍을 열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로이드:재차 욕지기를 하고 책장을 뒤진다.
 
다른 책들보다 두껍고 단단한 양장으로 된 책이 있습니다.
 
익숙한 제목이네요. 괴테의 <파우스트>입니다.
 
한 장면에 하얀 칼 모양의 책갈피가 끼워져 있습니다.
 
로이드:그 장면을 펼친다.
 
로이드:...무슨 소리람.
장식장도 본다.
 
고급스런 장식품들을 진열해둔 장식장입니다.
 
그런데 조금 어울리지 않는 물건도 있군요. 가로로 긴 모양의 청동 상자입니다.
 
살펴보면, 잠금쇠가 있어야 할 곳이 링 모양으로 파여 있습니다.
 
이 모양은... 반지인가요?
 
로이드:청동! 반지 주섬 꺼내서 넣는다.
 
반지는 정확하게 홈에 맞아 들어갑니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립니다.
 
안에는 둘둘 말린 종이가 들어있습니다. 펼쳐서 보니 이 저택의 도면입니다.
 
로이드:내용물을 본다.
 
다른 부분은 모두 같은데 딱 한 군데가 다르네요.
 
1층 원형계단 사이에 문 표시가 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의 도면도 있네요. 지하도면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로이드:"지하인가?"
 
그때,
 
로이드:당장 가야 해. 암기한 후 대충 원래대로 돌려두고 문을 ㄷ...
 
로이드.
 
다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동쪽 복도 방향입니다.
 
로이드:얼른 문을 나선다.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벽에 다다랐습니다.
 
벽에는 복도 전체를 비출 만큼 커다란 거울이 걸려 있습니다.
 
로이드:"거울... 앨리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울에 당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습니다.
 
거울 안쪽이 온통 새까맣습니다.
 
로이드:"어...?"
 
어쩐지 표면이 물결처럼 미약하게 출렁이고 있네요.
 
이쪽이야.
 
소리와 함께 표면이 한층 더 흔들립니다.
 
소리는 거울 안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로이드: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본다.
 
표면에 손을 대자 손이 안쪽으로 쑥 밀려들어갑니다.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이드:마른침을 삼키고 앨리스의 이야기를 상기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거울 안쪽으로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돌벽의 느낌은 저택 바깥과 비슷하지만, ...감옥?
 
마치 지하감옥을 연상케 하는 어둑하고 기분 나쁘게 눅눅한 공간입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양옆으로 네 개의 철창이 있고, 복도 끝으로 녹 슨 철문이 보입니다.
 
이 구조, 방금 전에 본 지하도면과 똑같지 않나요?
 
철문은 들어오라는 듯 약간 열려 있습니다.
 
로이드:"여기가 지하...?"
 
빠른 시선으로 감옥들 내부부터 대충 훑었다. 누군가 안에 있는지.
 
철창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로이드:그럼 갈 곳은 하나뿐이다. 열린 철문으로 향한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공간이 드러납니다.
 
다른 벽보다 확연히 어두운 색의 돌벽과 코를 찌르는 비린내.
 
바닥에는 무언가의 액체가 갈래갈래 말라붙어 있고, 그 자국의 중심에,
 
희미하게 맥동하는 심장이 있습니다.
 
사방으로 연결된 실들에 묶인 심장에선 검은 피가 뚝뚝 흘러내립니다.
 
누군가가 잡아 뜯은 듯 끊어진 부분들에서 끊임없이 검은 게 넘치는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역겹습니다.
 
이성체크(1/1d5).
 
로이드:"...맙소사."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5
 
(
3
 
)
 
 
=
3
구토감이 밀려오고 머리가 어지럽도록 아프다.
"이게 매개체구나."
찢어온 종이를 본다.
"보호할 수 있는 방법...? 그게 뭐지."
 
아파. 아파. 로이드. 로이드 형...
 
점점 선명해지는 신음이 온 공간을 메우는 순간,
 
"연은수":형.
구해줘요. 제발.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로이드:심장이 쿵 떨어져서 재빨리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옴과 동시에, 당신은 알아차렸습니다.
 
꿈이라고 생각했나요?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이전과 똑같이 당신을 쳐다보는, 바로 '그' 눈동자입니다.
 
이성 체크(0/1d3).
 
로이드: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2
 
)
 
 
=
2
심장이 벌렁거린다.
"은수야..."
 
"연은수"의 눈과 입에서도 검은 피가 흐릅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듯 스스로를 끌어안고 비틀거리던 몸은 곧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로이드:내가 너의 이런 꼴을 또 보게될 줄은 몰랐는데. 재빨리 네 몸을 받쳐안았다.
 
"연은수":시간이 없어요. 빨리 이 계약을 끊어야 해요. 안 그러면 다음 저녁에 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아요...
 
로이드:"어떻게 끊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어.'
 
"연은수":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어요. 내가 직접 알려주진 못하지만, 필요한 건 다 형한테 전달했으니까...
 
로이드:"나에게?"
 
"연은수":도와줘요, 형. 내 마지막 부탁이에요.
 
쿨럭.
 
가슴을 부여잡은 채 몸을 가늘게 떨던 은수의 입에서 검은 피가 한 움큼 뱉어집니다.
 
로이드:"알았어, 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할게! 말하지마."
 
혼란스럽긴 해도, 이것저것 물어볼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은수를 이 고통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그가 말하는 '계약'을 끊어낼 수 있을까요?
 
문득 벽에 매달린 심장이 보입니다.
 
무수한 실들이 심장을 보호하듯 단단히 주변을 옭아매고 있는 모습이.
 
지능 판정
 
로이드: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때 서재에서 봤던 글들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R열에서 찾아낸 책엔 매개체를 파괴하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의 부탁을 들어주려면 '보호할 방법'을 사용해서 저 심장을 파괴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 철문이 열리고 또 하나의 은수가 걸어 들어옵니다.
 
로이드:심장이 또 떨어졌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는 발걸음이 정확히 당신 앞에서 멎습니다.
 
은수는 무심한 눈길로 "연은수"를 쳐다보곤 곧바로 눈을 돌려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침묵 끝에 너무나도 절실한 빛을 띠면, 억누르고 또 눌러온 애원이 쏟아집니다.
 
연은수:...없애려고요?
그걸 없애면 나도 사라져요.
딱 하루예요, 형. 내일까지만 그냥 이대로 있으면 안 돼요?
내일이 되고, 그 새끼가 메피스토한테 먹히면, 그러면 나도 완전해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오직 형이, 형만이 내 희망이에요.
나가서도 더 노력할게요. 더는 형을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 내가.
그러니까 형. 나를 선택해요. ...제발.
 
로이드:"... 나에겐 선택권이 없어."
 
두 개의 똑같은 눈동자. 두 개의 똑같은 얼굴.
 
어느 쪽의 마음이든 거짓이라 단언할 수 없음에도 내밀 수 있는 손은 오로지 하나 뿐입니다.
 
아. 그래요.
 
이제야 만찬회가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손님은 준비된 요리를 자신의 접시 위에 골라 담는 역할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어느 쪽을 고르더라도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당신의 권리겠지요.
 
로이드, 드디어 당신이 들고 있던 접시의 존재의의를 눈치챘나요?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알고 있잖아요.
 
포크를 집고 칼을 들어요.
 
당신의 마지막 요리를 고를 시간입니다.
 
로이드:연은수를 바닥에 눕혀두고 품안에서 칼을 꺼내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 원망해."
 
연은수:...내가 어떻게 형을 원망해요.
...정말, 마지막까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로이드:"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후회할 거야, 난. 아주 오랫동안."
 
연은수:(입술을 달싹이다가 슬며시 웃어 보인다.)
그럼 그 후회 다 나한테 넘기고 가요. 어차피 난, 형이 구하려고 하는 연은수의 심장을 먹어치운 괴물이고,
...가짜니까.
 
로이드:"... 내가 후회할 이유는 둘 다 가짜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야. 적어도 너희 스스로에겐. 너를 부정하지 않아. 그러니, 선택하는 나를 원망해, 은수야."
돌아서 심장을 향해 다가간다.
어차피 어떤 말이든 네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틀이라도 진심으로 즐거웠단 것도, 오히려 나를 닮아서 이 선택이 더 고통스럽단 것도. 결국 끝장낼 내가 하는 건 위선이고 기만이다. 이를 악물고 실을 끊어내기 시작한다.
 
페이퍼 나이프를 손에 쥡니다.
 
이 계약을 해지할 주문은 오직 하나, 오래 전에 쓰였던 해제의 문장입니다.
 
어떤 주문은 쓰임만 올바르다면 글자만으로도 힘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이 순간 문장을 박아넣을 곳은 단 한 군데.
 
시리도록 하얀 나이프의 끝이 검은 심장을 향합니다.
 
절규와도 같은 조용한 미소를 뒤로하고,
 
열 걸음.
 
다섯 걸음.
 
바로 앞.
 
푸욱!
 
내지른 칼날은 실의 응집을 가르고 심장을 정확히 관통합니다.
 
검은 피가 터져 온몸을 물들입니다.
 
여럿의 비명이 같은 음색으로 뒤섞입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거짓된 육신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형...
 
곁으로 기어온 연은수가 발치에 매달립니다.
 
녹아내리는 몸은 끊임없이 검은 눈물을 흘려내다가, 이내 모양을 잃고 하나의 덩어리로 무너집니다.
 
새까만 덩어리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 모습에 바닥에 쓰러진 채로 "연은수"가 웃습니다.
 
고마워요, 형.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작은 목소리엔 다행히 어떤 괴로움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이걸로 된 거예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더라도, 가장 중요한 사람을 구했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이 선택은 되돌아가더라도 반복될 겁니다.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은수는 조용히 눈을 갑습니다,
 
숨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어렴풋이 생기가 돌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 이 시간에 멈춘 듯한 모습입니다.
 
은수를 데리고 일어섭니다.
 
파티는 끝났어요.
 
이제는 떠날 시간입니다.
 
문을 열고 저택을 나섭니다.
 
문밖의 세상은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둡고 고요하기만 합니다.
 
당신의 등 뒤로 저택이 검게 녹아내리고 있어요.
 
지하에서 봤던 그것의 붕괴와 똑같은 모습으로, 저택은 녹고 녹아 땅 밑으로 사라집니다.
 
그 과정을 홀린 듯이 보고 있던 것도 잠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돌아갑시다.
 
더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장소로요.
 
END 2. 금일 영업은 여기까지입니다.
 
연은수 영구 로스트.
 
로이드 생환
 
"연은수" 다음날 로스트.